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23:39:08

붉은 여왕 가설

1. 개요2. 유래3. 설명4. 다른 분야에서5. 미디어6. 관련 문서

1. 개요

Red Queen's Hypothesis

진화 경쟁에 대한 진화생물학의 가설로써, 생명체는 주변 환경과 경쟁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적응하여야만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으며, 진화하는 생명체가 환경을 초월하여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구의 역사를 보면, 지구 온도가 올라가서 식생이 풍부해지는 시대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모든 동물들은 몸집을 키워서 전투력을 높이는 편이 생존에 유리해진다. 따라서 온난기에는 곤충마저도 크기가 훨씬 커진다. 하지만 빙하기가 와서 식물과 동물들이 연쇄적으로 멸종하기 시작하면 남은 동물들은 몸집을 줄여서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편이 생존에 유리해진다. 따라서 동물들의 크기가 작아진다. 즉, 완벽한 생명체라는 건 없으며 현재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생명체가 가장 강력한 생명체가 된다.

2. 유래

파일:external/i1120.photobucket.com/redqueen_zps3b5f7922.jpg
Now, here, you see, it takes all the running you can do, to keep in the same place. If you want to get somewhere else, you must run at least twice as fast as that!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붉은 여왕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이 사는 곳에서는 제자리에 멈춰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뒤쪽으로 이동해 버리고, 그 자리에 멈춰 있으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기묘한 법칙이 존재한다. 이는 그 세계가 주변의 물체가 움직이면 주변의 세계도 같이 연동하여 움직이기 때문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죽어라 달릴 수밖에 없는 거울 나라를 상징하는 역설이다.

고속도로로 비유하자면 다른 차들이 100km/h로 달릴 때 나도 같이 100km/h로 달려야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즉, 상대속도가 0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속도가 0이면, 다른 차들과 비교해서 계속 뒤처지기 때문에 후퇴한다. 결국, 남들을 앞서가려면 100km/h를 초과하는 속도로 달려야 한다.

이것을 비유한 과학자는 시카고 대학의 리 밴 베일런(Leigh Van Valen)이라는 교수였다. 밴 베일런은 힘들게 수학을 곁들인 이 이론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동료 학자들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자기가 학술지를 차려서 셀프등재해야만 했다. 다행히 밴 베일런이 차린 학술지는 이후 크게 유명해져서 나중에 진화생물학의 거물들이 투고하기도 했다.

3. 설명

짧게 말해 경쟁은 가속화되더라도 생물은 그것을 압도할 수 없으며, 잘해봐야 경쟁 속에서 균형을 맞춰나가거나 경쟁에서 실패하여 도태된다는 것이다. 가끔은, 반대로 아주 획기적인 한 걸음을 내딛기도 한다. 성의 분화라든가 양치식물의 진화와 같은 것이다.
파일:external/engelstaedterlab.files.wordpress.com/host-parasite-co-evolution.jpg
기생충(붉은색)과 숙주(푸른색)의 공진화 과정
위 그래프를 보면 숙주의 변동폭보다 기생충의 변동폭이 더 크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대유행할 수도 있고, 그냥 멸종할 수도 있다. 사실 이 경우는 기생충이 숙주를 모두 멸종시키면 기생충도 멸종하기 때문에, 다른 숙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까지 진화하지 않으면 기존 숙주를 멸종시킬 수 없다는 다른 특징도 있다.

4. 다른 분야에서

붉은 여왕 가설은 주로 '군비경쟁'을 비유적인 의미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국가가 신무기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신무기와 방어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이로써 국가들 간에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는 경쟁을 유지하면서 전력의 우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정체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군비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역사를 살펴보면 칼과 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성벽이 등장했지만 대포가 성벽을 무너트리자 성형 요새가 등장해서 포격전을 무력화하였고, 또 그걸 무너트릴 곡사포가 개발되자 방어 측은 참호로 대응했다. 그리고 참호전을 돌파하고 보병을 압도하기 위해 전차가 만들어졌고, 그 전차를 잡기 위해 강력한 포와 장갑을 갖춘 중전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전차보다 훨씬 작은 대전차로켓 새거를 든 보병이 전차를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대응해 슬랫아머가 만들어지자 재블린 자폭 드론이 상판을 공격하여 전차를 무력화하게 되었다.

경영학에서는 혁신이 필수인 이유로 제시되기도 한다. 사기업에 발전이 없다면 그 자체가 퇴보가 된다는 것이다. 혁신적으로 뒤바뀌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글로벌 기업이 순식간에 시장 주도권을 타 기업에 내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시장에서 모토로라 소니 등이 기존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상실하고 몰락하거나, 넷플릭스, 우버, 테슬라 등 각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한 경우와 한국 사례로는 쿠팡, 올리브영등의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 독점 등 각 분야에서 수많은 사례가 있다. 시장의 속성 자체가 곧 경쟁이기도 하고, 자본과 생산수단을 가진 측이 자신이 벌어들이는 이윤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신제품을 연구해야 한다.

입시경쟁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자신의 위치(등급/백분위 등)를 유지하려면 모두가 하는 평균 만큼의 학습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자신의 위치 이상으로 올라서려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평균 학습속도 이상으로 학습해야 한다.[1]

동양권에는 비슷한 말로 '불일신자 필일퇴'(不日新者 必日退)가 있다. 하루하루 거듭나지 않는 자는 반드시 하루하루 퇴보한다는 의미로, 근사록 집회에서 나온 말이다. 그 뒷말로 "진보하지도 퇴보하지도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의미인 '미유부진 이불퇴자'(未有不進 而不退者)도 나오는데, 이 말이 곧 붉은 여왕 효과와 일맥상통한다. 반대말은 "날마다 거듭나고 또 거듭난다"라는 의미인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좌파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단어가 자기 유지적 성장인데 자본주의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되어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최후엔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5. 미디어

시민 : "저는 그저 적당히 살고 싶습니다."
쏠로몬 대왕 : "적당히 살고 싶다고?"
"그럼 미친 듯이 노력해라."
  •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노인이 된 라이언 일병이 밀러 대위의 묘소를 찾아와 회상하며 "미친듯이 노력해서 겨우 먹고살게 되었습니다. (잘 살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그럭저럭 잘 살아왔습니다.)" 라는 명대사가 있다.
  • 진보하지 않으면 퇴보할 뿐이며 현상 유지 따위는 없다는 각종 매체에 나오는 클리셰도 이것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단, "이건 계속 연마해서 더 강해지지 않으면 원래 있던 기술까지 잃어버린다"로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붉은 여왕 효과보다 좀 더 잔인하다. 반대로 이걸 비틀어서 너무 진보한 나머지 기본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신근육맨의 완벽초인시조 편에 등장한 급성장초인 피카부.
  • 2023년 3월 고1 모의고사 영어 지문에 실렸다.

6. 관련 문서



[1] 당연히 스카이캐슬 같은 불법 족집게 과외(과외교사가 입소문 형태로 알아낸 기출예정 문제 범위를 빼냄)나 내신 시험문제 유출, 경쟁자를 향한 괴롭힘 같은 반칙을 제외하는 이야기이다. 반칙을 습득하면 출발 위치 자체가 지금 위치와 먼 곳으로 한번에 점핑하기 때문이다. [2] 실제 작가 본인이 표절임을 인정했다. [3] 라긴보단 해당 에피소드 행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