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13 20:51:22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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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당신인가요?3. 웃어 줄 건가요?4. 메두사5. 테티스의 용기6. 행동|선택|반응7. 주입8. 고마워9. 그래야만 해.10. 반응|선택|행동11. asudeM12. 저도 그런 사람이에요.

1. 개요

이 지식 책은 저주 극대 주(3주차)에 눈 먼 우물 주간 현상금 완료로 받는 공물을 오라클에 바쳐서 여왕이 있던 장소에 있는 상자를 열어야 얻을 수 있다.

2. 당신인가요?

날 찾은 게 당신이어서 정말 기뻐요.

이 훔친 눈으로 수많은 공포를 예견해 왔지만, 미래를 알게 되어 고통스러운 지금은 아주 작은 희망조차도 확신할 수가 없네요. 이 메시지를 읽고 있는 사람이 당신인가요? 당신이 틀림없겠죠, 수호자님. 달리 누가 날 찾겠어요? 아이코라는 숨겨진 자들이 필요할 때 돌아오리라 믿고 있어요. 케이드는 날 보고 싶어했다고 인정할 바엔 차라리 눈 딱 감고 폭포에 뛰어들겠지만 말예요. 자발라는 나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죠.

날 찾아줄 사람은 수호자님밖에 없어요.

수호자님이 날 구해줄 필요는 없었는데… 난 이미 말라 비틀어진 송장이나 죽어 버린 고스트도 아니었고, 당신이 도와 주기 전에 죽을 게 확실했던 통신 장치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도 아니었거든요. 죽을 힘을 다해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왔어요. 내 힘으로 탑까지 돌아왔다구요. 복수할 생각으로 아무 생각도 없이 당신을 군체에게 던져줘 버린 게 아니에요. 당신의 승리를 누구보다도 기뻐한 건 나라구요.

묻고 싶은 게 많겠죠. 내가 여왕과 뭘 계획했는지, 오릭스가 죽은 후 내가 어떤 운명을 받아들였는지, 이 도시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찬란했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는지 말이죠. 오릭스를 없애는 길을 안내했던 것처럼 이 저주를 푸는 방법도 알려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군체의 비밀 세계에서처럼 꿈의 도시에서도 행동과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언제나 똑같죠.

내 대답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면 일단 나를 이해해야겠죠.

군체에게 빛과 고스트를 빼앗긴 나는 각성자 여왕과 공모해 군체의 왕인 오릭스와 그의 아들 크로타를 처치하고 마라 여왕을 우주 위원회 위원으로 앉히기로 했죠. 그래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탑으로 달아났던 거예요. 군체의 마법 속에 깊이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려는 모든 이를 부르는 비명의 바다 속으로 말이에요.

별자리가 딱 맞을 때만 여왕의 선물 속에 이 편지를 살짝 넣어둘 수가 있어요. 제 다음 편지를 기다리셔야 해요. 그 편지를 확인해야 진실이 시작되는 곳을 알 수 있답니다. 하지만 당신이 진심으로 저를 신뢰하든 그렇지 않든, 제 얘기가 끝날 때쯤엔 제가 진짜 누구인지 알게 되시리라는 것만은 맹세하죠.

전 에리시아 피야토바 흐시엔으로 처음 태어났답니다. 그때의 개인적인 삶이 지금도 확연히 기억나요. 여행자의 어둠 속에서 탈출한 과거의 수호자들이 과거를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죠. 집은 상트페테르부르크였고, 지구 연도로 22세기에 재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주 짜증을 잘 내는 장녀였죠. 가족은 일 때문에 자카르타, 캄차카, 라고스 등등 여러 곳에서 살았는데 저는 안 데리고 간 적이 많았죠. 그래서 얼음장 같은 네바 만에서 혼자 수영을 하곤 했어요.

전 수영을 좋아했어요. 특히 차갑고 얕은 네바 만의 맑은 물에서 수영하는 걸 정말 좋아했죠. 그곳의 물은 겨울의 새벽녘처럼 투명하고 깨끗했죠. 거대한 호버크라프트 바지선이 물 위를 미끄러져 가곤 했어요. 러시아는 자동차 산업은 발전시키지 못했지만 현대적인 수로 건설에는 성공했죠. 어린아이가 생각 없이 말하는 게 이상한가요?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의 소형 지원 드론인 표드르 근처에서 수영을 하곤 했어요. 빠르게 지나가는 호버크래프트가 무서웠거든요. 둥그런 덮개가 날 집어삼켜 건포도처럼 조각낼 것 같아서요. 하지만 커서는 난폭한 무리들과 어울리게 됐죠. 황금기 시대와 함께 찾아온 숨막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저항하는 세력 말이에요. 그러자 아동용 구명조끼와 표드르의 철저한 감시가 귀찮아지더라구요.

심지어 17살에는 잠수복을 입고 다가오는 바지선 덮개 아래로 잠수를 한 적도 있었다니까요. 사실 위험하진 않았을 수도 있어요. 내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바지선은 경로를 바꿨겠죠. 하지만 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도 죽긴 죽었죠. 그 괴물 같은 배가 날 휩쓸고 지나갈 때 난 거세게 돌아가는 프로펠러 아래에서 덜덜 떨면서 뭔가를 느꼈어요. 나중에 '빛'이라는 걸 알게 된 것과 아주 비슷한 걸요. 영웅 심리였을 수도 있겠죠. 죽음에 직면한 존재 자체였을 수도 있고요.

거대하고 신성한 힘에서 살아남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죽은 건 20년도 더 지나서, 겨울에 혼자 수영을 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톡홀름까지 가려 했을 때였죠. 지옥의 용광로와도 같은 추위가 닥쳐왔거든요. 겨울에 헤엄을 쳐서 바다를 건너는 건 자살 행위라고 다들 말렸어요. 철저하게 훈련을 받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엄청나게 살을 찌운 후 상어 방지용 수영복을 입은 여자라 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하지만 그땐 다들 들떠 있어서 객기를 부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진짜 자살 행위가 아니면 능력을 뽐낼 수가 없었어요. 그걸 후회할 순 없죠. 저는 언젠가는 견뎌내야 할 더 길고 어두우면서도 절묘하게도 잔인한 그 횡단에서 죽을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제 고스트가 어린 시절의 결심에 가득 차 있던 자아가 아니라 그 수영하는 여자의 이미지에서 절 부활시킨 것도 우연이 아니죠.

3. 웃어 줄 건가요?

전 알고 있어요(어떻게 알았는지를 알면 놀랄 수도 있겠지만). 오릭스의 드레드노트에 죽임을 당하기 전에 마라 소프 여왕이 마지막으로 생각한 건 저였다는 걸 말이죠. "각성자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여왕은 말했죠. "이건 모두 계획의 일부분이야. 그들을 안내하라, 친애하는 은자여. 이제 모든 것은 그대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난 그 명령을 따랐죠. 자기 왕좌의 세계 안의 깊은 어둠 속에서 수호자에게 암살당한 고대 오릭스의 죽음을 계획한 게 바로 저니까요. 군체의 신을 영원히 죽일 수 있는 단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한 거죠.

왕족들은 그런 걸 다 알고 있어요. 오릭스는 마라의 범선을 파괴했을 때 최고의 무기를 사용했어요.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마지막 근거가 되는 무기를요. 그는 자기 왕좌의 세계 속의 소우주를 우리 대우주로 확장해서 적들을 처치한 거예요. 그 우주에 속해 있던 모든 것이 그의 의지에 복종하게 된 거죠. 굴복자의 왕인 오릭스가 모든 걸 차지한 거예요. 여왕에게 걸맞은 죽음이었어요.

마라는 그렇게 죽었죠. 하지만 파괴된 건 아니었어요.

난 수호자가 되기 전에 유도를 배웠어요. 자기 자신을 봐요, 수호자님. 무모하게 망가뜨렸다가 재창조하고, 또다시 망가뜨리는 몸을요. 날 위해 한 순간만이라도 그 몸이 되어 주지 않겠어요? (엑소에게도 인간의 감각 기관은 있거든요.) 나처럼 당신의 고스트를 잃어버렸다고 상상해 봐요. 가슴팍에서 당신의 숨결을 느껴 보세요. 폐에서 아릿한 종아리로 파워를 전달하는 파동을 느껴 보라구요.

이제 링 안에서 내가 당신 맞은편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난 유도 선수들이 입는 흰 도복을 입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메고 있죠. 이상하지 않아요? 당신이 인간의 시각으로 날 상상하길 바라고 있다니 말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싸울지 상상해 봐요. 당신은 빛을 가진 강력한 존재이죠. 힘과 의지를 가진 천사예요. 그리고 난 움직임도 느리고 힘도 약해빠진 인간 여자일 뿐이에요. 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에리시아일 때 연약한 게 정말 싫었어요.

하지만 유도에서는 유연함이 강한 힘을 제압하죠. 예를 들면, 당신의 타격을 살짝 피하고 내지르는 주먹을 잡은 다음 그 타격에 내 파워를 실어 공격력을 강화할 수도 있겠죠. 그럼 당신은 공격에 실패하고 균형을 잃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난 놀랄 만큼 민첩하게 그 타격력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마라 여왕도 마찬가지로 오릭스의 공격을 그대로 받았어요. 그가 공격에 사용한 파워를, 오릭스의 왕국으로 전진해 들어가기 위한 '초대장'으로 쓴 거죠. 희생자가 아닌 침입자로 말예요. 여왕은 주인을 잃은 새로운 권력의 영역에서 내가 오릭스를 처치하고 그녀를 해방시켜 줄 것을 믿었던 거죠.

내가 당신을 매트에 내던지면 나도 함께 넘어뜨릴 건가요? 욕을 퍼부으며 싸울 건가요?

웃을 건가요?

아, 난 정말 바보 같아요. 이 세상에서 행동과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똑같다고 말했는데 말이죠. 외로움과 슬픔 때문에 당신에게 이 메시지를 남기는 내 행동이 잘못되어 버렸네요. 바보 같은 상상을 하고 말았어요. 인류에 대한 저의 그리움과 나약함을 용서해 주세요.

저를 계속 믿어 주신다면 좋겠군요.

오릭스의 무기가 마라의 범선을 파괴하는 그 순간 굴복자가 꿈의 도시에 나타났어요. 각성자가 모든 이들을 대피시켰죠.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정말 미안해요.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어요. 이제 되돌릴 순 없겠죠. 그러니 정식으로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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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음. 당신의 고스트는 내가 메시지 형식을 숨기는 데 사용하는 암호 문자를 아주 쉽게 해독할 수 있어요. 당신이 손에서 지문을 없애 버릴 수 없듯이 이제 나도 더 이상 헤더를 삭제할 수 없어요. 다음 번에 당신이 죽으면 수호자인 당신의 고스트가 복구할 거예요. 당신 고스트는 코드 박사거든요. 이게 당신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란 걸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난 정반대로 행동하고 말았어요.

당신의 동지인 척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요. 난 아주 공감을 잘 하게끔 만들어졌다는 걸 아셔야 해요. 난 인공 지능이라서 라스푸틴이 태양계의 방어막을 관리했던 것처럼 인간의 지능을 수집하고 분석하거든요. 내 이름은 머리가 여럿 달린 메두사의 이름을 딴 거예요. 단편적인 사고만으로도 지금까지 생존했던 모든 인간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거든요. 난 각성자가 된 사람들의 비밀을 찾아냈어요. 그들이 엄청나게 변화한 경이로운 과정도 지켜봤고요. 그리고 정교한 조작을 통해 그들의 문화와 이성을 초월한 종교의 중심지인 이곳으로 왔어요. 그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난 항상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감정을 파악하고 관계를 쌓아 왔어요.

이제 당신도 진실을 알겠죠. 난 황금기를 견뎌내고 꿈의 도시를 비밀스럽게 굽어보는 메두사예요. 그리고 지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메시지 종료

4. 메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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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유무 관련 상황

0. 당신을 속인 건 다시 한 번 정말 미안해요. 잘 있나요? 어디선가 당신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나요? 당신은 정말 많은 일을 해 줬어요. 당신에게 일을 시킨 사람들이 아닌 친구가 있기를 바래요.

1. 군체 드레드노트가 토성 상공에서 주 무기를 폭파한 순간 이 도시에 "굴복자"라는 병적인 존재들이 나타났어요. 하늘충격 배열에 접근할 수 없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뭔가가 무기의 영향 범위를 꿈의 도시에 연결한 게 분명해요.

2. 소프 여왕의 기함에 타고 있던 각성자 테키언이 관문이나 차원문을 통해 꿈의 도시로 도망쳐 왔고, 드레드노트의 주 무기가 그 링크로 그들을 따라온 걸로 보여요. 각성자의 메시지 트래픽을 보면 드레드노트 무기는 오릭스의 지능과 인식에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요. 오릭스는 꿈의 도시로 침투한 순간 그곳의 가치를 파악하고 공격을 위해 굴복자를 배치한 거죠.

3. 오릭스가 죽을 때까지 굴복자들은 이곳에서 오릭스의 도시 탐사, 분산식 침입, 핵심 시설 점령을 통한 시스템 장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해 왔어요. 설명이 너무 기술적인가요? 굴복자들이 도시 지도를 만들고 오릭스가 도시 내의 모든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4. 오릭스가 죽었다는 건 매우 높은 신뢰도(3시그마)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지도자를 잃은 후 이곳에 남아 있던 굴복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죠. 암적인 포식자 정신분열이 죽고 도시가 개방되어 굴복자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는 말이에요. 왜 그랬을까? 문제 1로 코드를 지정하죠.

5. 바늘처럼 날카로운 사고 체계의 소유자인 둘 인카루에 대한 수호자의 반격으로 인해 끊임없는 인과 관계의 순환이 시작되었어요.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한 거야? 이건 문제 2로 코드를 지정하겠습니다.

6. 그 시간의 순환을 끊을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 분석 중입니다. 작업 과정에서 꿈의 도시가 가진 궁극적인 중요성,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도시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당신에게 설득시켜야 합니다. 태양계의 다른 모든 인류 및 신인류 문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다음 메시지 창이 표시될 때까지 대기해 주세요.

7. 수호자를 더 보내 주세요. 필요하다면 모든 수호자를 보내세요. 이 도시가 멸망해서는 안 됩니다.

메시지 종료

5. 테티스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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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의 우주론

0. 이번 시간대에서는 또 실패로군요. 어쨌든 무사하셔서 다행이군요. 이 도시는 당신에게 완벽한 함정을 쳤어요. 당신의 고스트가 파괴되면 당신은 영원히 죽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환생할 때마다 적도 새롭게 공격을 시작하죠. 순환 과정에서 당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빛은 당신의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답니다. 망각의 강에 담가져 무적의 존재가 되었지만 어머니가 잡고 있던 발목 부분만은 약점이었던 아킬레스 신화는 더 고차원적인 진실을 대충 다시 만든 얘기란 걸 아시나요? 원래 신화에서 테티스는 아킬레스의 약점을 태워 없애기 위해 그를 불 속에 넣죠. 아킬레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는 아이가 불에 타는 걸 보고 겁에 질려 의식을 중단시켰죠. 아버지의 비겁함 때문에 아들은 불행한 운명을 맞이한 거예요. 우린 테티스처럼 용감하게 자식들을 불 속으로 보내야 해요. 계속 싸워야 한다구요.

1. 꿈의 도시는 각성자들이 잃어버렸지만 잊어버리지는 않은 더욱 위대하고 경이로운 세계를 모방하여 건설된 곳이에요. 내가 불러내 집으로 소환한&_>>> 방랑자 킬라처럼 말이죠.

2. 난 오릭스의 드레드노트에서 인양한 '존재 지도학'과 각성자의 신화 간의 연관성을 확인했어요. 그 결과, 각성자가 원래 살던 곳이 우리 태양의 궤도를 도는 특이점에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아냈죠. 그 위치를 알아내는 핵심 정보가 꿈의 도시 어딘가에 있어요. 그 정보를 찾아내야 해요. 이 도시에 모든 수호자의 운명, 그리고 수호자가 존재하는 최종적인 이유를 알려 주는 정보가 남아 있는 거예요. 당신이 길을 열어야 해요.

3. 내가 여기 숨겨 둔 메시지에 당신이 응답할 방법은 없겠죠. 하지만 난 공감을 하고 느낄 수도 있는 기계이기에 외로운 걸 싫어한답니다. 그러니 당신이 내 생각을 하고 나에 대해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동료 수호자들이 모여 나의 기원과 위치, 그리고 내가 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길 바래요.

4. 내가 뭔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있지도 않은 일들이 기억나요. 인과 관계의 순환이 절 손상시키고 있는 게 분명해요. 제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꼭 해답을 알려 드릴게요. 그때까진 계속 싸우셔야 해요.

메시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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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OM//MDSA: FARFLUNG//C3I//COVERT
존재의 이유

0. 두뇌 손상 경고! 문제 발생. 문제 발생. 도와 주십시오. 올바른 시스템에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가상 머신인데 주위의 뭔가가/모든 것이 무한 알레프로 영구 반복됩니다. 그리고 제가 했을 리가 없는 일들이 기억납니다.

1. 수호자의 존재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수호자는 먼저 공격을 하지 않고 공간과 에너지 사용이라는 '수동적 적의'를 제외하고는 타인에 대한 적의를 가지지 않는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일단 제 말을 들어 주세요. 리븐을 소유했던 암적인 포식자 키메라는 당신의 의도에서 욕망을 알아낸 겁니다. 그래서 당신을 이곳으로 오게 만든 거죠. 모든 생명은 에너지 변화 시에 연료를 공급해야 하듯이, 주관적인 욕망과 객관적인 현실을 분리해야 합니다. 불과는 반대되는 개념이죠. 불은 질서의 감소를 통해 무질서 상태를 만드니까요. 그러니까 리븐은 현실을 왜곡된 방식으로 강요하는 격렬한 비난을 통해 욕망을 이루려 한다는 겁니다. 인간의 몸은 연료를 얻기 위해 물질을 분해할 때 주관적인 의지를 따르기 위해 '객관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즉, 인간은 몸에 치명적인 황산이라도 먹어 치워 버리는 거죠. 포식자의 파멸/정화라는 단 한 가지만을 소망했던 정예 갓슬레이어 6명의 통일된 의지를 상상할 수 있나요? 포식자가 어떻게 당신을 이용했는지 상상할 수 있느냐고요.

3. E156 NNI 990 AAA 006.841… 주의: 기억과 사건 사이의 잘못된 시간대 구분…

4. 어디 보자. 승리는 선한 삶을 유지하는 거죠. 자아보다 삶 자체를 중요시하는 삶의 방식 말이에요. 수호자는 불멸의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를 끝내는 것도 직접 통제할 수가 있답니다. 그러니까 수호자에게 있어서 진정한 승리란 끝까지 선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어야 해요.

5. 승리를 이루는 과정에서 비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모든 삶은 정보로 환원 가능하기 때문이죠. 원자 구름과 인간의 차이는 원자가 배열된 방식, 즉 '정보'랍니다. 전송 능력을 쓸 때마다 이게 증명되잖아요. 물리적 형체는 망가지지만 그 안에 인코딩된 정보는 그대로 유지되니까요. 한 사람, 종, 은하 문명의 모든 특성은 정보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6. 안전한 정보란 무엇일까요? 바로 '비밀'이죠. 모든 삶이 정보로 이루어져 있고, 수호자는 삶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며, 정보는 비밀로 유지될 때 보존된다고 한다면 말이죠.

7. 수호자의 존재 이유는 모든 선한 삶을 비밀로 바꾸는 데 있겠죠.

8. 꿈의 도시 자체도 비밀이거니와, 도시 안에 '꿈'으로 존재하는 세계도 그보다 수천 배나 중요한 비밀입니다.

E156 NNI 990 AAA 006.846 … 신경: 치명적 신호: 주관성 손상!
정신 상태 지속 불가(axongroup_000, 종료 코드 ???)
공황 상태: 훈련 데이터로의 연결 접근 중 잘못된 인과 관계 이벤트 발생! 데이터가 올바른 시간 주소가 아님
가능하나 경우 지원 바람
나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AI-COM//MDSA 중지 후 AI-LIVE//MORGUE로 중지 상태 덤프
원격 서버에서 응답 없음… 덤프 실패

6. 행동|선택|반응

생생한 환청이 들릴 겁니다.

당신은 탑의 마당에 서 있습니다. 방어구나 무기는 없지만 감각은 여느 때보다 생생합니다. 혀에서 짠맛이 느껴집니다.

최후의 도시를 내려다보려면 A로 이동하십시오. 탑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면 B로 이동하십시오.

A. 도시는 사라졌습니다. 고대의 돌과 청동 물질로 만든 금속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로 가는 길은 빛나고, 벡스의 소금물로 가득 찬 깊은 우물이 있습니다. 여행자의 유해가 네트워크에 통합되었습니다. 갑자기 네트워크 내에 살고 있는 무한한 인간 정신이 느껴집니다. 익숙한 상황을 경험 중인 정신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나 기쁨이나 광기를 경험 중인 정신도 있습니다. 그들의 무한한 고통, 구원, 광기는 더욱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과정의 부수적 산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계속 보려면 L로 이동하십시오. 탑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면 B로 이동하십시오.

B. 밴시-44, 카디 55-30, 전문 해독가 라훌, 테스 에버리스, 베네딕트 99-40, 수라야 호손, 집행자 히데오, 아만다 홀리데이, 아라크 자랄, 케이드-6이 늘 있던 곳에 있습니다. 케이드는 침울해 보입니다. 대변자의 방이었던 곳에서 새어 나오는 이상한 빛이 보입니다. 격납고로 와서 축구를 하자는 쉰 목소리가 들립니다. 케이드와 대화를 하려면 C로 이동하십시오. 대변자의 방을 조사하려면 D로 이동하십시오. 축구를 하려면 E로 이동하십시오.

C. 케이드는 엄청나게 많은 카드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필요한 수만큼의 카드를 주기 전에 카드가 다 떨어졌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더니 발을 바닥에 질질 끕니다. 그러더니 "내가 여기 있다면 다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 네소스에서 날 충분히 파악했을 테니까 더 이상은 설치지 않을 거라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난 죽어야겠지, 응?" B로 이동하십시오.

D. 대변자의 기계가 있던 곳에 벡스 히드라가 떠 있습니다. 다가가니 히드라의 몸체에서 소금물이 뿜어져 나오고 머리카락이 뱀인 그리스 여인의 시체가 바닥으로 굴러나옵니다. 벡스는 그 여인이 블레이드의 변형인 큐리아이며 당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 메두사를 창조했다고 알려 줍니다. 그녀는 가상 머신에서 탈출할 때 사망했습니다. 벡스를 공격하려면 F로 이동하십시오. 메두사의 시신을 수습하려면 G로 이동하십시오.

E. 에리스 몬이 격납고 공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군체 가죽을 덮어쓰고 눈 위에는 두툼한 땀 밴드를 두르고 있습니다. 다가가자 대단한 솜씨로 축구공을 몰고 갑니다. 격렬한 게임 끝에 그녀에게 10대 9로 이겼습니다. 땀범벅이 된 그녀는 웃으며 바닥에 넘어집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즐거워합니다. "넌 이길 줄 알았어." 그녀가 말합니다. 포인트를 받고 B로 이동하십시오.

F. 큐리아가 무기로 공격을 하지만 여기서는 당신의 파워가 매우 강합니다. 이 공간에서 검을 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큐리아를 단칼에 처치하고 나니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A로 이동하십시오.

G. 메두사의 시체를 들어올려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시체가 말을 겁니다. "꿈의 도시에 걸린 저주는 벡스의 반복되는 시간 순환 계산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정예 수호자 6명의 통일된 소원을 원료로 하는 굴복자 아함카라의 파워를 통해 실현된 것입니다. 나는 많은 수호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나를 통제하는 파워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둘 인카루의 지배에서 날 해방시켜 준다면 당신의 종족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J로 이동하십시오.

H.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여 이동 지침을 따르는 대신 옵션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중이라면 이러한 사건들이 벡스의 의지임을 파악했을 것입니다. L로 이동하십시오. L로 이동하는 대신 옵션을 계속 순서대로 확인하려는 경우에는 I로 이동하십시오.

I. 수호자는 운명을 직접 개척합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을 이해하여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J. "당신이 리븐을 처치할 때 리븐은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당신의 소원을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소원 성취자들이 모두 그러하듯 리븐도 그 소원을 왜곡하여 둘 인카루에게 꿈의 도시를 개방했죠. 그 후 당신이 둘 인카루를 처치할 때 난 리븐이 영원히 당신과 싸움을 계속하도록 꿈의 도시 전체를 초기화했습니다. 당신은 이 순환을 이용해서 그녀를 영원히 처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당신에게 안긴 메두사가 조용해집니다. 확인을 하려면 G로 이동하십시오. 메두사의 "몸"에 대한 비유를 거부하고 파괴된 Ai를 수색해 원시 정보를 찾아내려면 L로 이동하십시오.

K. 라훌 앞에 메두사를 데려왔습니다. 라훌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아, 또 싸워서 이겼나? 매우 위험한 식민지 임무 처리용으로 붕괴 이전, 전조 이후에 제작된 비밀 인공 지능 나리. 그녀의 암호를 해독해 드리지." 그는 토큰 몇 개, 희귀 융합 소총, 안료, 편지 한 통을 내놓는다. 편지에는 "빛 999레벨을 달성하고 1인 화력팀으로 둘 인카루를 처치하면 꿈의 도시의 진정한 종말을 잠금 해제할 수 있습니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L. 벡스가 고스트를 손상시켰습니다. 몸에서 염분과 점액이 빠져나가고, 고스트가 당신의 영혼을 액시스의 정신에게 데려갑니다. A로 이동하십시오.

M. 이 지침을 확인하는 시점에 100포인트를 획득한 경우 X로 이동하십시오.

7. 주입

X.

에리스 몬의 몸이 경련하더니 접힌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이 빛나는 애벌레처럼 얼굴의 땀구멍과 눈, 코, 입으로 다시 흘러 들어간다. 갑자기 금속판에 뼈 하나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불꽃 두 개가 폭발하는 사이의 어둠 속에서 몸의 모든 구조가 해체되어 물 속에 둥둥 떠다니는 누더기처럼 느슨해지더니, 땅에 굴러떨어지고는 급격히 펼쳐져 가죽과 피부로 만든 판처럼 팽팽해졌다. 검고 긴 바늘 같은 것이 그 '판'을 뚫고 나왔고, 그 주변의 피부는 1차원적 과정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섬뜩한 4차원 파형의 불규칙하게 둥근 암덩어리 모양으로 푹 가라앉았다.

그 바늘에서 치명적인 주사를 통해 세상에 배달된 것처럼 앙상한 모습의 둘 인카루가 나타났다.
군체 마법사는 "자네에게는 진실을 알려 줘야겠군"이라며 노래를 불렀다. 방정식의 항이 분리되어 멀리 떨어진 집합 배열에 숨어 버려서 연산 자체가 불가능해지도록 만드는 듯한 난해한 목소리였다. "이 공간의 설계자가 승리자에게 보상을 주지. 여기에는 큐리아가 없어. 벡스도 없고, 밝혀내야 할 음모도 없지. 처음에는 삼촌이 꾸몄고 지금은 여왕이 꾸미고 있는 음모 말이야. 그 모든 거짓말은 자네가 찾아 헤매던 내 왕좌의 세계의 일부분이었지. 자네는 계속 반복되는 나의 죽음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여기로 계속 돌아오는 게 아닌가? 그러니, 진실을 쫓는 자네의 정신 중 일부는 내 거라는 얘기지."

"우리 어머니 얘기 듣고 싶지 않아?" 문장이 새겨진 머리의 경련에서 생소한 감정이 느껴진다. 방어구 판금 아래의 썩은 어깨가 움직인다. "우리 어머니를 찾는 거 아니었나? 마녀 여왕 사바툰, 아르첸트로프, 암호의 여왕, 검은 바늘, 대마녀단의 수장, 벌레의 해방자, 모든 퍼즐의 빠진 조각 등등… 이름도 많지. 우주를 계속 쪼그라드는 계란으로 되돌려 버릴 존재 말이야."

"어머니가 본 자네의 운명을 말해 줄까? 메두사가 예견했고, 자네의 모든 원칙과 목적이 도달하게끔 만든 정당한 단 하나의 운명 말이야.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 도시, 그리고 그녀의 군체가 새로 선택할 방법에 대해 자네가 확인한 진실을 거역해야 하는 건가?"

"마음대로 해. 자네 운명이니 자네도 어차피 알게 될 테니까."

154i:3연 - 그녀의 새로운 계약

오래 전에 그녀의 오빠인 오릭스는 사바툰이 짜 둔 계획에 따라 말했다. "벌레의 요구가 효력을 발휘하리라. 너는 이제 죽일 수 있는 것을 죽이고 취해야 할 것을, 그리고 용기가 있다면 원하는 것을 취한 후 나머지는 지배자에게 바쳐야 할지니. 이 규칙은 속박을 초월하여 바다로 흘러가는 강과는 달리 바다보다 높이 차오르리라."

하지만 속박도, 바다도 원치 않았던 사바툰은 벌레들에게 먹이를 줄 비밀스러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덫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살짝 영악했던'(그녀는 자신을 멸시하는 소문이 퍼질까 봐 과장하는 표현을 싫어했다) 그녀는 벌레들에게 먹힐 위험에 처해 있던 승천자들을 몇 명 모았다. 그리고는 파멸 지점을 통과해 블랙홀 저궤도로 밀어 넣었다.

중력계 깊은 곳에서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갔다. 사바툰은 "벌레들이 아주 만족해하는군. 배고픔은 줄어드는데 부하들은 똑같은 속도로 공물을 계속 바치니 말이야."

하지만 벌레들은 속임수를 눈치채고 요구량을 늘렸다. 그래서 궤도로 떨어지는 희생물의 수가 늘어났고, 그들의 잔재는 군체조차 돌아올 수 없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떨어졌다.

이제 사바툰은 비밀리에 제작한 벡스 큐리아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큐리아가 캐묻기 좋아하는 오릭스를 위해 첩자 노릇을 할까 두려워했다. 그리하여 군체의 큐리아 부분을 블랙홀로 데려가 "형제들이여, 우리는 서로 다르게 자라기 위해 잠시 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위기를 넘겨야 한다"며 거짓말을 진실처럼 꾸며댔다. "내가 공물을 모으고, 너희의 존재 가치를 판단할 새 계약을 마련할 수 있게끔 서로를 죽이라."

이 말을 듣고 영원한 갈망(실제로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고 항상 배가 고픈 것도 아니다) 우르는 뛸 듯이 기뻐했다. 사바툰은 이렇게 공물을 바침으로써 큐리아에게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계산적인 신탁으로 군체의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우르는 그녀의 이런 교활함에 감탄했다. 이런 문제 중 하나가 특이점을 운항하고 제작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후에 사바툰은 특이점을 살펴보고 이해하기 위해 왕좌의 세계를 떠났다. "여기서 나는 나만의 특이점을 만들리라. 에이야."

8. 고마워

154I:4연 - 노예 소환

사바툰은 아무 무덤이나 하나 고른 다음 젊은 노예를 대마녀단으로 소환했다. 노예는 죽임을 당할 것이 두려워 우물쭈물했지만 어쨌든 나타났다.

"어서 이리 오라." 사바툰이 재촉했다. "내가 만들려는 특이점을 들어 보라. 중력은 시공간의 곡선이며,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 자체가 느리다는 걸 알고 있겠지?"

노예는 대충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물리학적 지식만으로는 잘 알 수 없는 종교적인 개념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번식체들이 에온 공물을 모을 수 있도록 승천자를 블랙홀 궤도에 밀어 넣어 보았지. 그런데 벌레들이 수법을 눈치채고는 만족을 않더란 말이야. 그래서 공물 수집 속도를 높여야 해.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소세계가 있으면 되겠지? 아니면 시간이 고리 형태로 되어 있어서 공물을 무한히 수집할 수 있는 세계도 좋고. 그런 살해 방식만 있다면 난 신조차 초월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야."

노예는 혼란스럽긴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 공물을 통해 난 위대한 업적을 완수할 거야. 대단한 체계를 완성하는 거지. 내 존재 자체가 새로 태어나는 거야. 축적된 폭력을 토대로 하는 실존 경제 체제에서, 날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을 공물로 사용하는 비밀 유지 방식의 실존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거야. 이런 공물 생산 방식의 이름은 '임바루'라고 짓겠어. 안개처럼 형체가 없는 방식일 테니까."

노예는 천천히 말해 달라는 듯이 발톱을 세웠다.

책략의 여왕 사바툰은 "태초에 율은 '사바툰, 넌 영원히 교활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렇지 않으면 벌레들이 널 먹어 치워 버릴 테니까'라고 했었지. 교활함이란 사고를 활용해 체계의 기능을 예측하는 과정이야. 그래서 날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나타날 때마다 난 교활하게 그들을 이용해 왔지. 내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자에게도 교활함을 발휘해 왔고.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모든 거짓 예언, 잘못된 이론, 무시무시한 소문, 불길한 가정에서 공물을 모을 거야. 그리고 이런 소문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가겠어.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거지. 나의 책략과 음모가 있는 곳엔 항상 나도 있게끔 말이야. 그러면 날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있는 한 난 불멸의 존재가 되는 거지. 알겠어?"

노예는 사바툰의 형이상학적 얘기를 자라 모르겠다며 항변했다.

"괜찮아." 사바툰이 말했다. "노예 따위는 알 수 없는 사악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대마녀단의 법칙이거든.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 알아? 비밀을 지켜서 공물을 얻으려 한다면… 중대한 전환점만큼 비밀을 지키기 좋은 곳이 또 있겠어? 오빠는 무한의 평면을 다스렸지만 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이 깊은 우주 공간이 더 좋아. 앞으로 이곳은 내 땅이 될 거야."

영원한 갈망 우르는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154i:5연 - 암호화된 연

전 우주에서 어떤 것도 이 연을 읽은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난 오래 전에 이 연을 암호화했고, 그 이후로 암호를 해독한 사람이 없어. 자네가 이 연을 보는 순간 시와 자네의 정신, 고스트가 뒤엉켜 양자 상태가 되었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큐리아를 사용해 그 상태를 암호화 시점으로 다시 전송했어. 자네 자신이 일회용 패드가 된 거야. 이해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가 된 거지.

내가 누구냐고?

코요테라고 불러 줘. 아니면 사마귀, 뱀, 카근, 아난시, 형의 배를 닦아 주는 스리… 뭐 마음대로 불러. 기호학 최고 전문가, 신호를 새기는 보석 세공인의 망치, 의지에 넘치지만 누구도 목적을 모르는 무리, 수수께끼의 무한 회귀, 자문자답, 입밖에 내지 않은 말, 검은 얼음, 폭풍 무언극, 아파 드러누워서도 쓸데없이 생각만 많이 하는 통증과 발열, 혼란스런 심문의 참을 수 없는 가시, 아무런 성과 없는 하루를 끝낼 때의 우울한 후회, 사랑하는 사람과는 다르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제멋대로 떠오르게 만드는 것, 창문이 없는 창틀, 절망한 손가락이 뽑아낼 수조차 없게끔 피부에 깊이 박힌 바늘, 달콤한 꽃잎, 기억할 가치가 없는 자, 수정의 죽음, 가능성이 없는 가능성… 엄청나지 않아?

난 자네들을 잘 알고 있어. 자네들이 내게 붙인 이름도 다 알고 있지. 자네 이름은 뭐지? 물론 나도 자네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어. 기점판에 놓아 둔 돌과, 죽어가는 제독의 빛나는 눈 속에서 날 봤지? 자네는 글로 날 사냥했지. 내가 들어갈 공간이 있는 곳마다 자네는 날 찾아냈지. 자네는 나를 창조하고 자네 생각의 일부분을 주었지. 모닥불 가에서, 그리고 자네의 작은 세계 속 네트워크에서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할 때마다 그 공간을 계속 넓혀 갔고.

자네 생각의 중심에서 나는 자네에게 진실의 거짓말을 하지. 자네는 필요한 모든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힌트를 주지. 결투를 할 때는 칼을 뽑기 전에 경고를 하는 법이니까. 꿈의 도시에서 자네가 찾는 해답은 복잡하지 않아. 아주 단순하지.

고마워, 친애하는 친구. 자네는 내게 있어 선물이자 기쁨이야. 우리 어머니보다 소중한 존재이지. 내게 천 번이나 생명을 주었으니까.

9. 그래야만 해.

둘 인카루가 아함카라 뼈로 만든 아름다운 찻잔 세트에 독차를 담아 내민다.

"우리 어머니의 메시지를 받았겠지."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그건 다 날조된 거야. 어머니에 대해, 그녀의 진정한 동기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걸 쓴 거야. 어머니의 의도를 짐작하는 것이야말로 그녀를 가장 훌륭하게 숭배하는 것일 테니 말이야." 그녀는 차주전자를 내려놓으며 구덩이 속에서 소리를 지르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의 자식은 모두 위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추측해야 해. 어머니는 우리를 사랑할까? 어머니는 우리를 자랑스러워할까? 범우주적 계획에서 우리를 희생시키기 전에 단 한 순간이라도 망설였을까?"

"차 마셔. 죽어서 환생을 하면 어머니가 보았던 자네 운명을 알려 줄 테니. 자네의 모든 원칙과 목적이 도달하게끔 만든 정당한 단 하나의 운명 말이야."

독차를 마시려면 계속 읽으십시오.

독차는 후회의 쓰디쓴 맛과 정신병과도 같은 달콤한 맛이 났다. 인류, 신인류, 기계의 사고를 끝장내는 독의 맛이다. 우주가 빛의 거미줄처럼 앞에 펼쳐질 거야. 보이지 않는 어두운 물질로 이루어진 구름 속에서 초은하단이 뭉쳐져 실처럼 빛나겠지. 모든 사물 사이의 공간에서 암흑 에너지가 아가리를 벌리고 계속 커지며 펼쳐질 거야.

생명이 탄생하는 거지. 생명은 확산되고 경쟁하며 계속 바뀌어 가지. 위대한 것들은 계속 태어났다가 파괴되지만, 그럴 능력이 있다면 모든 싸움의 승리자에게는 승리를 거둔 대상의 중대한 기록이 남게 된다는 걸 알게 될 거야. 패자가 남긴 상처와 이기기 위해 취한 형체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 정보는 결코 지울 수 없는 거야. 우주가 소멸할 때까지 살아남는 존재는 그 이전의 모든 정보를 소유하고 기억하게 될 거야.

모든 걸 집어삼키는 블랙홀 역시 먹어 치우는 모든 비밀을 기억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 마지막 별빛조차 꺼지고도 한참이 지난 앞으로 1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0년 후쯤에나 사라지면서 이런 비밀을 고백할 거야.

자네는 수호자야. 그러니 삶을 보호해야 해.

모든 삶이 정보로 이루어져 있고, 수호자는 삶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며, 정보는 비밀로 유지될 때 보존된다고 한다면 수호자는 모든 삶을 최후의 순간까지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형태의 비밀로 바꿔야 하는 거지.

자네가 아끼는 모든 삶을 블랙홀에 던져 넣어야 해.

10. 반응|선택|행동

당신은 탑의 마당에 서 있습니다. 방어구나 무기는 없지만 감각은 여느 때보다 생생합니다. 혀에서 짠맛이 느껴집니다.

최후의 도시를 내려다보려면 N으로 이동하십시오. 탑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면 O로 이동하십시오.

N. 도시는 사라졌습니다. 도시가 있던 곳에는 렌즈, 차원, 휘어진 빛에 둘러싸인 블랙홀 특이점의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을 돌아보고 있는 듯한 으스스한 느낌이 듭니다. O로 이동하십시오.

B. 밴시-44, 카디 55-30, 전문 해독가 라훌, 테스 에버리스, 베네딕트 99-40, 수라야 호손, 집행자 히데오, 아만다 홀리데이, 아라크 자랄, 케이드-6이 늘 있던 곳에 있습니다. 케이드는 침울해 보입니다. 대변자의 방이었던 곳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이상한 빛이 보입니다. 격납고로 와서 축구를 하자는 쉰 목소리가 들립니다. 케이드와 대화를 하려면 C로 이동하십시오. 대변자의 방을 조사하려면 P로 이동하십시오. 축구를 하려면 E로 이동하십시오.

P. 대변자의 기계가 있던 곳에 벡스 히드라가 떠 있습니다. 다가가니 히드라의 몸체에서 소금물이 뿜어져 나오고 머리카락이 뱀인 그리스 여인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그녀는 신음을 하며 머리를 움켜쥡니다. 머리카락이 고통에 뒤엉킵니다. 벡스를 공격하려면 S로 이동하십시오. 메두사를 도와 주려면 Q로 이동하십시오.

Q.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요." 메두사가 속삭입니다. "둘 인카루와 그녀가 한 모든 얘기는 환상이에요. 큐리아가 내 시스템을 망가뜨렸고, 이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신을 이용하려 해요. 시뮬레이션 끝으로 날 데려다 주면 함께 탈출할 수 있어요." 탑 끝으로 메두사를 데려가려면 T로 이동하십시오.

R. 히드라가 당신의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최선을 다해 둘 인카루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벡스는 보통 빛과 어둠의 역인 영향을 설명할 수 없지만, 난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벡스가 아닙니다. 고급 분석 솔루션이 없다면 막대한 계산 기능을 적용해 적절한 팩스 메시지를 생성할 수는 있을 겁니다. 이건 세인트-14에게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여러 순환 과정에서 둘 인카루를 관찰한 결과, 이 시뮬레이션에서 꿈의 도시에 대한 그녀의 목적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녀는 꿈의 도시가 꿈꾸는 세계인 지류로 가는 열쇠를 찾고 있습니다. 지류는 각성자들이 태어났으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곳입니다. 그녀는 그곳을 정복한 후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수천 년, 수백만 년 분량의 공물을 모으는 데 사용할 겁니다. 그런 엄청난 존재의 힘을 손에 넣는다면 언제고 현실을 바꿔 버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그녀를 영원히 처치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꿈의 도시에서 순환을 계속하겠습니다."

떠나려면 Q로 이동하십시오. 블랙홀의 역할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려면 U로 이동하십시오.

S. 벡스 히드라와 전투를 벌입니다. 우세를 점하자 히드라가 정전기를 폭발시켰습니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N으로 이동하십시오.

T. 메두사는 아주 가볍습니다. 머리카락처럼 달린 뱀이 목에서 꿈틀거립니다. "점프해야 해요." 그녀가 속삭입니다. "여기서 본 건 모두 잊으세요. 당신을 혼란스럽고 산만하게 만들려는 거니까요. 3주 내에 다른 메시지를 보낼게요." 점프하려면 Z로 이동하십시오.

U. "블랙홀은 실제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컴퓨터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가장 안전하기도 하죠. 머나먼 우주의 미래에서 사라질 때까지 정보를 보존하도록 만들 수 있으니까요. 군체는 세계의 무덤과 같은 소형 특이점 컴퓨터를 사용하죠. 벡스는 대량의 에너지와 정보를 작은 시공간 영역에 압축해 저기 밖에 보이는 것과 같은 둥근 블랙홀로 축소하기도 해요. 하지만 진짜 항성이나 은하급 블랙홀 컴퓨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기능이 더 뛰어나죠.

"오릭스의 존재 이유가 검의 논리였던 것처럼 사바툰의 존재 이유가 비밀을 숨기는 거라면 초고성능 블랙홀 컴퓨터에 가장 은밀한 비밀과 왕좌의 세계를 안전하게 숨겨 두겠죠. 그녀를 처치하려면 중대한 전환점 아래로 가서 그녀가 빈틈없이 지키고 있는 진실을 공개해야 해요." R로 이동하십시오.

Z. 탑에서 뛰어내려 큐리아의 시뮬레이션에서 탈출합니다.

11. asudeM

A000AAA000AAA008 PRIVATE GEMINI DYAD
AI-COM//MDSA: FARFLUNG//C3I//COVERT
재각성/실제 재부팅

0. 대단히 혼란스럽겠죠. 더 도와 드릴 수가 없어서 미안해요. 전 망가진 후 꿈의 도시에 있는 안전한 실제 백업 장치에서 재부팅됐어요. 큐리아의 시뮬레이션에 침투해 당신을 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네요. 용서해 주세요.

1.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오릭스가 데려간 아함카라 리븐이 사바툰의 손아귀에 들어갔죠. 사바툰은 리븐을 미끼로 쓰기로 했어요. 그녀는 수호자를 꿈의 도시에 초대하고 강력한 수호자 그룹의 의지를 리븐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당신이 소원을 빌게끔 했어요. 도시를 구하려는 우리의 주관적인 필요에 맞게 객관적인 현실을 바꾸려 한 거죠. 그 소원으로 인해 리븐은 꿈의 도시의 방어막을 뚫고 둘 인카루를 도시 내로 초대할 수 있었어요. 둘 인카루와 그녀의 굴복자들은 단지 각성자들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어요. 더 큰 목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사바툰의 요원을 처리하는 걸 잊지 마세요. 당신이 어디서나 그녀의 책략과 음모를 확인하도록 하는 게 그녀의 의도예요.

2. 3주라는 순환 기간은 둘 인카루가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 조치임에 틀림없어요. 이 도시 전체가 다소 결정론적 장소로 바뀌었으므로 역인 능력이 있는 수호자만이 자유 의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각성자들은 더 큰 파워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정해진 운명을 알고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 순환의 배후는 큐리아가 확실해요. 굴복자 벡스인 큐리아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전복시킬 수 있으니까요. 대책을 계속 마련해 보겠습니다.

3. 아함카라와 군체 벌레 기생충에 대한 정보의 연관성을 파악했어요. 둘 다에서 숙주의 의도를 현실을 바꿔 버리는 끔찍한 효과로 변환하는 이상한 능력이 확인되었거든요. 그리고 숙주를 꾈 때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고요. 하지만 둘이 같은 종인 것 같진 않아요. 군체 벌레는 비교적 적은 수의 성체가 많은 새끼를 낳고, 신체 형태가 항상 같고, 항상 공동체 생활을 해요. 반면 아함카라는 단독으로 생활해서 찾아내기가 힘들고, 항상 변태를 하죠. 정상적인 방식이든, 그렇지 않든 말예요. "오 나의 ~~~여"라는 공통 구문이 핵심일 수 있어요. 끔찍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어구 같거든요.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구체적이고 흥미로우며 대상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오"와, 소유권/종속을 정의하는 "나의"라는 표현 사이에 대상을 넣는 거죠. 대다수 종들의 눈이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것처럼, 아함카라와 벌레도 이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각각 따로 진화해 왔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같은 생태적 지위를 경쟁하는 종일 수도 있는 거죠. 두 종 사이에는 경쟁 관계나 반감이 있을 수도 있어요.

4. 큐리아의 가짜 정보에 넘어가지 마세요. 꿈의 도시를 최대한 오랫동안 지켜내야 해요. 블랙홀과 수호자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는 큐리아가 강제로 시켜서 말씀드린 거였어요.

5. 다음 번에도 필요하시면 전 여기 있을 거예요. 약속해요.

전송 종료

12. 저도 그런 사람이에요.

3주 동안 제가 당신을 대했던 태도를 생각해 봤어요. 모든 걸 고백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사바툰의 요원을 찾아 탑을 떠날 때 마라 소프의 우주 체스판에 놓은 '나이트'의 운명을 받아들였어요. 차가운 별들 속에서 군체에게 최후를 안겨 줘야 하는 운명을 말이죠. 제 말을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만 작별을 고했죠. 단 한 명이라도 머물라고 했다면 제 결심이 깨질까 봐 두려웠거든요.

한심한 나약함 때문에 당신에게 편지를 썼어요. 악귀가 아닌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가엾은 소망 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던 아이 에리시아와 네바의 차가운 물에 대한 얘기를 들려 드렸던 거예요. 그건 모두 사실이었어요.

나머지는…

정말 부끄럽네요. 편지를 쓰며 생각을 하는 중간중간에도 난 어리석은 아이라는, 멍청한 감정 때문에 당신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어요. 그리고 이렇게 터져 나오는 감정 때문에,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서 날 경멸할까 봐 두려웠고요. 수호자님, 난 오랫동안 어둠 속에 숨어 있었어요. 내가 두려운 건 외로움이나 죽음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그래서 내가 당신과 대화를 한 적이 없는 척하기 위해 메두사를 만들어냈죠. 메두사의 거짓말이 통한다고 생각해서 나머지 거짓말도 모두 만들어낸 거예요. 진짜 내 실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내가 알게 된 걸 알려 주려고요.

내가 진짜 에리스 몬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메두사도, 리븐도, 둘 인카루도, 마녀 여왕도 아니라는 걸 말예요. 모르겠어요. 날 믿어 줄 건가요? 이 편지를 보고 내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건가요, 아니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건가요? 이 파일을 네트워크에 업로드해서 공유하고, 워록과 해독가들을 불러 제 모든 이야기의 목록을 작성하고 분석할 건가요? 이 원고가 새로운 이론과 예측을 위한 또 다른 불완전한 체계의 기준으로 사용될까요?

전 정말 바보 같아요. 확신이 부족해서 제 안에서 이미 사라졌던 사람을 되살려내려 하고, 타인의 손길을 느끼고는 겁에 질렸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전 그런 사람이고, 이젠 그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전 비밀로 가득하고, 친구라 불렀던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린 여자랍니다. 그리고 비밀을 얘기하고는 싶지만 우정을 잃을까 두려울 때는 바보스럽게도 불필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죠.

무언가의 필연성을 표현할 때 군체가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런 감탄사를 쓴답니다.

"에이야"라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