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5:07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수호자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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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후계자3. 약자4. 연대 의식5. 4년차 직업 방어구
5.1. 사자의 긍지5.2. 코브라의 두건5.3. 불사조의 불길
6. 5년차 직업 방어구
6.1. 메달 표식6.2. 메달 외투6.3. 메달 완장
7. 속도의 색8. 미승인 출발9. 6년차 직업 아이템
9.1. 사자의 군림 표식9.2. 뱀의 영광 외투9.3. 불사조의 상승 완장
10. 2024년 수호자 대회 직업 아이템11. 빛나는 파라곤12. 시끌벅적13. 올스타 벡터

1. 개요

수호자 대회 아이템들의 지식을 모은 문서이다.

2. 후계자

"붉은 군단은 다시 행군할 것이다." —카이아틀

카이아틀은 상황실에 서 있었다.

언제나 사랑했던 그녀의 나라에서 실패의 악취가 풍겼다. 강렬한 냄새였다. 어린 시절, 그녀는 아버지의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토로바틀 너머의 땅에서 데려온 살아 있는 생물들을 상처 입힌 후 울타리 속 아름답게 조경한 땅에 버려두던 그 모습. 그녀는 피 냄새가 덤불 속에 숨어 있던 덩치 크고 굶주린 생물들을 끌어내는 것을 보았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아버지는 실패했지만 그녀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경솔함과 쾌락에 더럽혀진 채, 자신의 악덕 때문에 길을 잃었다. 그는 황제가 될 인물이 아니었다. 너무 약했다. 하지만 가울 또한 약점 때문에 파괴되었다. 가울의 기계 신에 대한 집착은 어리석었다.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웠다.

언제나 생생한 상상력이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만큼은 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했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익혀 두라고 했던 그 모든 이야기와 노래, 견딜 수 없었던 놀이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생각의 무기를 새로운 목적, 백성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일에 전용했다. 그들이 다시 한번 은하계를 지배하는 미래. 외계 우주선이 그들의 사격에 추락하고, 라이벌 국가들이 무릎 꿇는 그런 미래. 이 미래는 다를 것이다.

이 미래는 그녀의 것이 되리라.

3. 약자

걷어차이고, 굶주리고, 조롱을 받아도 난 언제나 일어선다. 언제나 전진한다.

호손은 자발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마당을 걸었다. 그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가, 그녀가 다가가자 돌아섰다. "수라야."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나도 수호자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호손이 말했다.

자발라가 잠시 침묵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아. 내가 생각한 수호자 대회는..." 그는 꿈쩍하지 않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기대와 결의가 어려 있고, 논쟁을 각오한 표정이었다. "수호자들이 출전하는 것이었는데."

"경기를 실제로 봤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전 종목에 출전할 수는 없겠지만, 꼭 수호자가 아니라도 가능해 보이는 종목이 있었어. 자원을 채집할 수 있고, 잊혀진 구역을 완료할 수도 있어. 그건 꼭 수호자여야 하는 일이 아니잖아."

"맞는 말일세." 자발라가 말했다. "하지만…"

호손이 바짝 다가서서 숨을 죽였다. "우리가 도시를 수복했을 때, 당신이 말했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네." 자발라가 중얼거렸다.

"날 '수호자'라 부르셨잖아. 그랬지?"

자발라가 뒷짐을 지고 발을 바꾸어 섰다. "어느 팀에서 싸울 생각이지?"

"어떤 팀에서도 싫어." 이렇게 대답한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모든 팀에서 싸울 거야."

"선택해야만 하네."

호손은 팔짱을 끼고 자발라를 뜯어보았다. "타이탄."

자발라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걸 금하지는 않겠네. 다만…"

"잘됐네." 호손이 대답하고 가려고 돌아섰다. "시상식 때 보자고."

4. 연대 의식

"어떤 수호자도 홀로 싸우진 않는다." —자발라 사령관

"내가 대회에 출전하는 걸 반대하는 줄 알았는데." 호손이 헛간의 나무 기둥 하나에 기대서 말했다. 그들은 방금 흐느낌의 굴에서 돌아온 참이었고, 뒤늦게 피로가 그녀를 덮쳐 왔다. 빛도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수호자들만' 출전하는 대회라 생각했었지."

"의미론적인 이야기였지." 자발라가 말했다. 그는 나무 탁자 위에 펼쳐져 있는 지도 위로 몸을 구부렸다. "자네 덕분에 우리가 잊혀진 구역 완료 종목의 선두로 올라오기 전의 이야기였고." 그는 지도에서 한 지점을 가리켰다. "다음 공격 지점일세. 어떻게 생각하나?"

호손이 한숨을 쉬었다. "내일 얘기할까?"

"타이탄은 쉬지 않네." 자발라가 엄숙하게 말했다.

호손은 그를 빤히 보고는 몸을 숙여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알았다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알았어, 내가 거기 들어가서 어둠 속에 숨으면 되겠네. 그 동굴에는 저격하기 좋은 위치가 좀 있거든. 당신이 중장갑을 하고 들어가면..."

"자네가 날 엄호해 주는 거지."

"좋아." 호손이 씩 웃었다. "있잖아, '우리' 타이탄이 이길 수도 있겠는데."

"아, 물론이지." 자발라가 지도를 살피며 말했다. "물론 이길 거야."

5. 4년차 직업 방어구

5.1. 사자의 긍지

"그런 주먹이 있다면 누가 총이 필요하겠어? 뭐,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하겠지!" —샤크스 경

프락케시는 탑 아래 익숙한 자리에 주차해 놓은 회색 말벌에 앉아 있었다. 한때 수호자였던 그는 노점상에게서 구매한 김치 부리토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시련의 장 결과를 스크롤하고 있었다. 수호자 대회는 늘 도박사들을 잔뜩 끌어들였고, 그도 어떤 화력팀이 요즘 가장 화끈한지 알아야 했다. 올해는 도박판에 있어 아주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 같았다.

이 마권 업자의 덩치 큰 경호원인 튤닉은 탑에 기대서서 기갑단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한때 해적이었던 그가 경고하듯 쯧, 하고 혀를 찼다. 프락케시가 부리토에서 시선을 들어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타이탄 삼인조를 바라봤다. 김칫국물 한 방울이 그의 모피 조끼에 떨어졌다.

화력팀장인 태양파괴자가 마권 업자를 내려다 봤다. "거기, 음… 털 셔츠에 뭔가 묻었다."

프락케시는 남은 부리토를 어깨 너머로 던져 탑 옆면에 얼룩을 남겼다. "그래. 이거… 알파카인데." 그는 팔짱을 껴서 얼룩을 감췄다. "뭘 도와줄까?"

파수병이 앞으로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헌터가 승리한다는 데 걸고 싶어."

프락케시가 눈썹을 치켜떴다. "정말이야? 무슨 부정행위라도 있는 건가? 이거 엄청난데." 그는 음모를 꾸미기라도 하는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자발라까지 끼어 있는 건… 아니겠지?"

타이탄은 당황한 듯 서로를 바라봤다. 돌격자가 말했다. "아니. 우린 그냥 헌터에게 걸고 싶다."

마권 업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당신들이 경기를 던질 생각이니까 헌터에게 걸겠다는 거 아냐." 그들의 헬멧 속 공허한 시선이 그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지금 고의로 지겠다는 거잖아… 안 그래?"

태양파괴자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타이탄은 헌터에게 지지 않는다."

"그래, 우리 전투 능력이 훨씬 뛰어나거든." 파수병이 말했다. "헌터는 항상 그 작은 칼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거나, 연막 속에 숨기나 하지." 그는 미친 듯이 팔을 좌우로 휘둘렀다. "그런 건 내가 그냥 방벽을 세워 두고 타니쉬가 주먹을 날려 버리면 끝이야. 진짜 세게 때리기만 하면 된다고."

"맞아." 돌격자도 진지하게 선언했다. "내 주먹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니까."

"그러니까 당신들은 이길 생각이라는 거네." 프락케시가 다시 설명했다. 삼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대체 왜," 마권 업자는 천천히 물었다. "헌터에게 걸겠다는 거지?"

파수병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걸 기습이라고 하는 거야. 그들은 절대로 예상조차 하지 못하겠지." 그는 태양파괴자와 주먹을 맞부딪혔다.

"하지만 내기에 관한 정보는 대외비야." 프락케시가 설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다." 태양파괴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프락케시는 콧잔등을 꼬집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내 말은, 내기는 전부 비밀이 보장된다고. 당신들이 어디에 걸었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당연하지." 태양파괴자가 거들먹거렸다. "누구나 알 수 있다면 기습이랄 것도 없겠지."

파수병이 거대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봤지? 교활한 계략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워록만이 아니라고."

프락케시는 항복을 선언하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좋아. 내기를 받아 주지." 그리고 데이터 패드를 꺼냈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하자고. 타이탄이 수호자 대회에서 승리한다면, 이 미광체를 다시는 볼 수 없어."

"미광체가 삶의 전부는 아니다." 태양파괴자가 말했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얼굴에 나타날 멍청한 표정을 빨리 보고 싶은데."

마권 업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됐어. 대회에서… 뭐, 행운을 빌게."

5.2. 코브라의 두건

"그 뿔은 못 찾았지…" —샤크스 경

프락케시는 탑 아래 익숙한 자리에 주차해 놓은 회색 말벌에 앉아 있었다. 한때 수호자였던 그는 기갑단의 목숨을 건 시합이 기록된 최신 해적판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때 부하들 중 한 명이 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프락케시는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이런, 드렉 자식! 그렇게 놀래키지 말라고!"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듯 모피 조끼를 쓰다듬었다.

"죄송합니다." 꼬마는 소심하게 발로 바닥을 문질렀다. "그냥 내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프락케시는 잔뜩 짜증이 난 듯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 그냥 판돈을 받으면 되잖아! 왜 귀찮게 하는 건데?"

꼬마는 더러운 손가락으로 마권 업자의 참새를 장식한 날렵한 검은 선을 쓰다듬었다. "저한텐 칩을 안 준대요. 대장하고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만 해요."

프락케시는 부하의 손을 찰싹 때려 치웠다. "방금 세차한 거야."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화를 식혔다. "좋아. 이쪽으로 보내. 하지만 그 녀석들이 새로운 헌터 선봉대니 뭐니 하는 헛소리만 해대면, 이걸로 널 치어 버릴 줄 알아."

꼬마는 고개를 끄덕인 후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몇 분 후, 헌터 세 명으로 구성된 화력팀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프락케시는 태연자약한 태도를 극적으로 보여주려고 참새에 기대 구부정하게 서 있었다. 한때 해적이었던 그의 경호원 튤닉이 우두둑, 손 관절을 꺾었다.

헌터들은 마권 업자 앞에 다가와 태연하게 섰다. 화력팀장으로 보이는 총잡이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칼을 던지고 받았다. "우리 얘기는 들어 봤겠지."

프락케시는 튤닉을 흘긋 바라봤고, 경호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아니." 마권 업자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전기질주자가 위협적인 태도로 다가왔다. "말조심해라! 넌 지금 죽음의 중개인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프락케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름 멋진데. 전에 내 고양이 이름이 '죽음의 중개인'이었는데." 뒤쪽에서 튤닉이 웃음을 터뜨렸다.

전기질주자는 이를 드러내며 빠직거리는 전기로 팔 전체를 뒤덮었다. 하지만 그가 공격하기 전에, 밤추적자가 점멸로 그의 앞에 나타나 화력팀원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봐, 진정해, 진. 이 녀석은 그럴 가치가 없어. 호흡법 연습했던 거 떠올려 봐."

전기질주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럴 가치가 없지." 그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마에 두 손을 얹고는 광장을 빙빙 돌며 요란하게 숨을 내쉬었다.

프락케시는 조심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그래, 내기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럴 생각이다." 총잡이가 대답했다. "헌터가 수호자 대회에서 승리하는 쪽에 걸겠다."

"헌터가 전장을 지배한다!" 광장 건너편에서 진이 소리쳤다.

"그게 전부야?" 프락케시는 당황한 듯 물었다. "그런 건 다들 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칩이나 넣지 그랬어?"

밤추적자가 은밀한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몸을 기울여 다가왔다. "우린 걸고 싶은 게 좀 달라서 말이야."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가방을 열어 둥글게 굽은 뿔 하나를 보여줬다.

프락케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거,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 건가?"

총잡이는 우쭐해 하며 팔짱을 끼었다. "당신이 보기엔 어때?"

"그런 걸 어디서 구한 거야?"

"죽음의 중개인에게 질문은 하지 마. 자, 얼마로 계산해 주겠어?" 총잡이가 말했다.

프락케시는 어깨를 으쓱했다. "헌터가 금메달을 따면, 전설 핸드 캐논을 하나씩 주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 뿔을 갖는 거고."

"그림자 엔그램도 몇 개 추가해 봐." 밤추적자가 역제안을 했다. "그러면 거래가 성립할 테니까."

프락케시는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그렇게 하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거래 내역을 데이터 패드에 입력했다. "수호자 대회에서 행운을 빌게, 헌터 여러분."

"헌터가 전장을 지배한다!" 진이 듣는 사람도 없이 소리쳤다.

5.3. 불사조의 불길

"상대의 모든 측면에 도전하게. 강한 육신 뒤에 여린 정신이 감춰져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이코라 레이

프락케시는 탑 아래 익숙한 자리에 주차해 놓은 회색 말벌에 앉아 있었다. 한때 수호자였던 그는 거미의 부관들이 전송하는 메시지를 한 눈으로 보며, 부하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다른 눈으로 지켜봤다.

어린 꼬마들이 도시 전역에서 판돈을 받아 지정된 시간에 프락케시에게 전달했다. 결과가 나오면 마권 업자는 조금 나이가 있는 꼬마들을 보내 정산을 했다. 혹시라도 반항하는 채무자는 한때 해적이었던 그의 덩치 큰 경호원 튤닉이 처리했다. 튤닉은 지금 탑에 기대서서 몸을 긁적이고 있었다.

프락케시는 튤닉을 향해 낮게 휘파람을 불었고, 경호원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광장 건너편에서 화력팀 하나가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수호자들의 망토는 존재하지도 않는 바람에 휘날렸고, 그들의 발은 포석에 닿지도 않는 듯했다. 프락케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워록이란, 참.

프락케시가 외쳤다. "멋진데. 그… 조류… 모자가 아주 마음에 들어."

"이건 펠윈터의 투구다, 멍청아." 공허방랑자가 거칠게 쏘아붙였다. "아마 네 참새보다 훨씬 비쌀걸."

"좋겠어." 프락케시가 비꼬며 말했다. "그러면 빚을 갚을 현찰 정도는 마련했겠지. 발 구스쿠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미친개는 아니었더라고."

워록은 은밀하게 서로를 곁눈질했다. "그 문제 말인데," 태양노래꾼이 말했다. "아직… 티끌이 없어."

튤닉은 자기가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위협적으로 부풀리며 앞으로 나섰다. 프락케시는 깔끔하게 손질된 손을 들어 경호원을 멈춰 세웠다. "진정해, 튤리. 똑똑한 학자님들이시잖아. 불필요하게 복잡한 계획으로 문제를 해결하러 왔을 거야."

"그래." 악문 이 사이로 폭풍소환사가 말했다. "이번 주 수호자 대회 시련의 장에 두 배를 걸겠다."

프락케시는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거 만만치 않을 텐데. 누구한테 걸려고?"

"우리." 태양노래꾼이 대답했다. "상대는 멜리오레아의 타이탄들이다."

프락케시가 눈썹을 높게 추켜세웠다. "멜리오레아는 지금 순위표 꼭대기에 있잖아. 위험한 상대라고. 그에 비해 너희들은… 스타일리시하긴 하네. 좋은 생각이 아니야. 혹시…" 마권 업자는 코 옆쪽을 두드렸다.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 건가?"

공허방랑자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려는 듯 고개를 뒤로 홱 젖혔다. 하지만 그제야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색하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냥 경기 전날 밤 아주 심각한 존재론적 공포를 느끼게 될 거라고만 얘기해 두지."

워록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사이온에게 배운 재주지." 공허방랑자가 말을 끝맺었다.

"타이탄들은 방어구를 모조리 가슴에만 처발랐어." 태양노래꾼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귀 사이에 있는 걸 보강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말이야. 지붕이 없는 성이라고 할까."

공허방랑자가 껄껄 웃었다. "그래서 항상 비 맞은 꼴인 건가?"

폭풍소환사는 목소리를 한 옥타브 낮추고 가슴을 잔뜩 부풀린 후 다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뒤뚱뒤뚱 걸었다. "네게 남은 유일한 도구가 타이탄이라면, 모든 망치가 못이 된다!"

"그거야!" 워록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좋아, 결정됐어!" 프락케시는 데이터 패드를 꺼냈다. "당신들이 이번 주에 멜리오레아를 쓰러뜨리면, 빚을 모두 탕감해 주지. 그러지 못하면, 티끌을 받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공허방랑자를 향해 윙크했다. "그 멋진 모자와 함께."

공허방랑자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안 돼. 그러지 마." 그녀는 화력팀원들을 향해 애원했다. "내가 엔그램을 얼마나 많이—"

"알았다." 태양노래꾼이 동료의 말을 끊었다. 그는 건틀릿을 벗고 데이터 패드에 손가락을 눌렀다.

"좋아!" 프락케시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수호자 대회에서 행운을 빌게.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야."

6. 5년차 직업 방어구

6.1. 메달 표식

육중한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당신의 명성이 널리 퍼집니다.

펠윈터의 투구를 쓰고 전쟁 야수 가죽 코트를 입은 프락케시가 한가로이 바에 들어섰다. 수호자들에게 자신은 아주 진지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덩치 큰 경호원 튤닉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봤다.

두 사람은 거대한 타이탄 화력팀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바 좌석 옆에 의자를 빽빽이 붙이고 앉아 화장실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다가오는 둘을 보며, 타이탄들이 커다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진정해, 수호자 제군." 프락케시는 항복이라도 하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다음 잔은 내가 사지." 타이탄들이 긴장을 풀었다. 깔고 앉은 의자에서 삐걱 소리가 울렸다.

"어서 와." 파수병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또 우리가 내기를 취소해서 화가 난 줄 알았지 뭐야.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렇겠지." 프락케시는 그들 사이의 빈자리에 끼어들어 앉으며 말했다. 튤닉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섰다.

"그런데 갑자기 좀 궁금하더라고." 마권 업자가 말을 이었다. "어디에서 돈을 걸고 있는지 가르쳐 주겠어?"

"아주 덩치 큰 녀석 하나가 배당을 아주 잘 주던데." 태양파괴자가 말했다. "목소리가 완전 저음에, 이상한 헬멧을 쓴 친구였어."

"아, 그래?" 프락케시가 무심한 척 말했다. "이상한 헬멧을 쓴 사람이야 한둘이 아니지."

"그래, 하지만 내가 만나 본 것 중에서 팔이 네 개고 다리가 없는 건 이 친구뿐이었어." 파수병이 말했다. "고스트가 아주 괴짜인 게 분명해."

"팔이 네 개라고? 그 친구가 엘릭스니라는 거야?" 프락케시가 튤닉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뭔데?" 파수병이 그를 노려봤다.

프락케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몰락자란 말이야. 봇차 구역이었겠지?"

타이탄들은 뻔한 이야기를 따라잡느라 힘겹게 발버둥 쳤고, 침묵이 한없이 길어졌다.

"아, 젠장, 모리스," 한참이 지난 후, 태양파괴자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래서 거기 호저 같은 녀석들이 있었던 거야!"

파수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이 외계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굉장한 위장이네."

프락케시가 콧잔등을 집으며 말했다. "다음에 내기할 때는 그냥 팔이 두 개 있는 사람에게 하라고. 알겠어?"

태양파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케시. 네 팔 괴물은 경계해야 한다는 거지?"

6.2. 메달 외투

예상치 못한 경고처럼 당신의 명성이 널리 퍼집니다.

프락케시가 탑의 밑동을 향해 소변을 보고 있던 때, 그의 경호원 튤닉이 날카롭게 휘파람을 불었다.

마권 업자는 황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빙글 돌아서서 마당을 가로질러 다가오는 헌터 삼인조를 맞이했다. 튤닉은 화력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쪽 입가로 속삭였다. "지퍼가 열렸어."

프락케시가 콧방귀를 뀌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저 친구들 걱정이나— 알파니스-2! 또 보니 반갑네!" 마권 업자는 갑자기 다가오는 헌터들 중 한 명에게 소리쳤다. "오늘 경기에 엔그램을 몇 개 더 걸고 싶은 모양이지?"

화력팀장은 냉랭하게 보조 무기에 손을 얹었다. 그의 동료들은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며 칼을 던져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사실, 내기를 취소하러 왔어." 알파니스-2는 태평스럽게 말했다.

프락케시는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왜지? 대회 개막일을 놓치는 법은 없었잖아."

헌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배당이 더 센 곳을 찾았거든."

튤닉이 눈썹을 훌쩍 추켜세웠다. 프락케시는 따귀라도 한 대 맞은 듯 천천히 눈을 껌뻑였다.

마당에서는 헌터 두 명이 말다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더 맹렬하게 칼을 주고받았다.

프락케시는 정신을 차린 후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물론이지, 알피." 그는 팔에 붙어 있는 데이터 패드를 두드렸다. "됐어. 내기는 다 취소했어."

헌터는 보조 무기에서 손을 뗐다. "고마워, 케시." 뒤쪽에서 그의 팀원 중 한 명이 넓적다리에 칼을 맞고 울부짖었다.

알파니스-2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는 어깨너머로 소리쳤다.

"저 녀석이 날 찔렀어!" 부상당한 헌터가 외쳤다.

"네가 못 받은 게 내 잘못은 아니지." 그의 저글링 파트너가 의기양양하게 대꾸했다.

부상당한 수호자는 과장된 몸짓으로 넓적다리의 칼을 빼낸 후 높이 추켜들었다. "산산조각 급강하아아아!" 그는 그렇게 외친 후 공격자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땅에 쓰러진 후 피투성이 칼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였다.

알파니스-2가 그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했다. 그들의 고스트가 위쪽에 나타나 작은 목소리로 뭔가 떠들어대고 있었다.

튤닉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땅을 구르며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세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프락케시는 몸을 기울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우리 사업을 방해하고 있는지 알아보자고. 따끔하게 얘기를 해 줘야 할 수도 있겠는데."

튤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믿어, 대장."

6.3. 메달 완장

미풍을 타는 향수처럼 당신의 명성이 널리 퍼집니다.

프락케시와 그의 각성자 경호원 튤닉은 한 시간 동안 엘릭스니 구역을 드나드는 내기꾼들을 지켜봤다. 누군진 몰라도, 그들의 사업을 방해하고 있는 자가 탄력을 얻은 게 분명해 보였다.

마권 업자는 워록 화력팀 하나가 향기로운 산들바람처럼 거리를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얼굴 가득 띠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이, 당신들 워록 맞지?" 프락케시는 시골뜨기 억양을 흉내 냈다.

화력팀장인 그림자결속자가 손을 내밀어 아른거리는 수정 지팡이를 불러냈다. "어떻게 알았지?" 그는 능글맞게 웃었다. 그의 팀원들도 그의 뒤에서 의기양양한 포즈를 취했다.

"당신들… 어… 팔찌가 멋지더라고." 프락케시가 워록의 팔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건 천청석 완장이야, 이 멍청아." 포즈를 취하고 있던 새벽칼날이 비웃으며 말했다.

"멋진데! 난 농장에서 방금 왔어." 프락케시는 그렇게 말하며 용기를 낸 촌놈 역할에 몰입했다. "수호자 대회에서 워록이 우승한다는 데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역시 당신들이야말로 가장 강하고 무시무시한 직업이잖아." 뒤쪽에서 튤닉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려고 헛기침을 했다.

"보기보다 똑똑한 친구인데." 그림자결속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문제는," 프락케시가 말을 이었다. "어디에 가서 돈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야. 이 근방에 혹시 아는 도박 업자 있어?"

새벽칼날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마권 업자'라고 해야지."

"우와," 프락케시가 대답했다. "당신들, 정말 똑똑하구나."

"이걸 아무 몰락자에게나 보여줘." 그림자결속자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가르쳐 줄 테니까." 그는 종잇조각을 프락케시에게 건넸다.

"이제 가 보라고." 그는 말을 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본질에 관해 명상한 후 빨리 술 마시러 가야 하거든."

그 삼인조는 프락케시를 밀어내고는 둥둥 떠오른 모습 그대로 탑으로 향했다. 마권 업자는 멀어져 가는 화력팀을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튤닉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손에 든 명함을 내려다봤다. 상황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 같았다.

명함 가득 커다랗고 검은 거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7. 속도의 색

"특정 시점을 지나면, 속도란 결국 의지의 문제지." —페트라 벤지

에바 레반테는 가느다란 하얀색 비단실을 바늘에 뀄다. 하나뿐인 램프 불빛이 탁자의 나뭇결과 그녀 앞에 길게 놓인 멋진 검은색 천을 비췄다. 그녀가 이 옷에 손을 대는 건 늦은 밤, 최후의 도시 내 그녀의 작은 숙소가 비밀의 장막에 뒤덮이는 시간뿐이었다.

바늘땀을 놓을 때마다 몇 달 전의 기이한 만남이 떠올랐다. 비밀스러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늦은 저녁, 그녀는 탑에서 걸어 돌아오는 중이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에바. 너무 오랜만이야. 당신의 빛나는 외모는 도무지 변하지 않는군." 오시리스가 그녀의 문간 옆 그림자로부터 나타났다.

예전 의상 제작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몇 세기 동안 오십 살로 사는 사람에게 들으니 별로 칭찬 같지도 않네요."

"내 나이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니까. 들어가도 될까?"

"그럼요." 그녀는 문을 열었다. 오시리스가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양쪽 어깨 너머를 돌아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탑에서 다시 뵈니 좋네요, 오시리스." 에바는 그를 흘긋 바라보며 주전자를 불에 올렸다. "선봉대의 공식 임무로 찾아온 건 아니겠죠."

"아니야.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 아니, 계약을 하러 왔다고 해야 할까. 당신이 좋아하는 쪽으로 하지." 오시리스는 소파 끄트머리에 어딘가 불편한 모습으로 앉았다. 에바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소박하고 포근한 자택에 놓인 그의 예복은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옛 친구 부탁이야 언제든 들어줄 수 있죠. 이제는 내가 나이가 더 든 것 같지만요." 그녀는 상냥한 눈빛으로 진중한 손님을 바라봤다. "뭘 도와줄까요?"

"헌터 망토를 맞춤 제작해 줘. 까마귀의 깃털을 닮은 모양으로 말이야."

"탑에도 솜씨 좋은 의상 제작자가 여럿 있을 텐데요. 전 오래전에 맞춤 의상 제작은 그만뒀어요. 손가락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말이죠." 그녀는 반사적으로 관절을 주물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비밀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 오시리스는 예의 그 불가해한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했다. "당신만 괜찮으면, 글린트라는 이름의 고스트가 나중에 들러서 옷감을 골라 줄 거야."

"비밀 망토라고요? 예전에 케이드가 이런 일로 자주 찾아왔었죠. 사실 제가 마지막으로 만든 헌터 망토도 케이드 것이었는데…" 그녀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한 채 차를 따랐다.

이제 몇 달이 지나고, 그녀는 부탁받은 옷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검은 천이 희미한 빛을 담뿍 머금어 섬세한 하얀색 비단실이 도드라져 보였다. 가히 그녀 최고의 작품이라 말할 수 있었다.

에바는 이 망토가 누구 것일까 궁금했다. 대체 누구를 위해 이렇게 비밀스러운 작업을 하는 걸까? 하지만 지금은 그저 지난번 헌터처럼 자격이 있는 이가 입어 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8. 미승인 출발

때로는 우주선이 조종사를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아만다는 새로운 서로스 도약선 주위를 돌며 그 납작한 선체와 날카로운 윤곽을 감상했다. 황금기 시절의 우주선 같았다.

그녀는 도약선 사양을 데이터 패드에 불러낸 후 휘파람을 불었다. 워록이 그걸 없애 버리려 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빛이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했다.

그녀는 양쪽 어깨 너머를 슬쩍슬쩍 돌아본 후 태연하게 조종석에 들어가 앉았다. 이륙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

엔진을 가동시키자, 근처에 있던 레드잭이 경고음을 삑삑 울리기 시작했다.

"얘, 걱정하지 마." 아만다는 달콤한 목소리로 우주선을 향해 속삭였다. "수호자가 널 잘 보살펴 줄 테니까."

"하지만 우선," 그녀는 추진기를 작동시켰다. "네가 어떤 녀석인지 한번 봐야겠지."

9. 6년차 직업 아이템

9.1. 사자의 군림 표식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하늘을 붙들어 줄 자로는 당신이 제격이겠죠.

"이게 전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기억해 두라고." 바사라-5가 자신이 서 있는 부서진 발코니의 난간을 손으로 두드렸다. "그 모든 구체제들 그리고 영웅들. 라데가스트. 졸더. 웨이 닝. 오로스."

훈련 중이던 슬레지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어깨를 웅크렸다. "알-알았어."

"모두가 우릴 믿고 있어, 슬레지." 바사라가 재촉했다. "그러니까 속도 좀 올려. 라드릴로가 너한테 몇 발 쏴서 긴박한 상황을 만들어 줄 거야."

슬레지가 손을 들었다. "내 '근처'로 쏜다는 거지? 라드릴로?"

라드릴로가 킬킬 웃었다.

"빨리 끝내고 블러스터리 브루에 가서 한잔하자고." 바사라가 화면을 눌러 타이머를 시작했다. "좋아, 시작!"

슬레지는 고함을 내지르며 임시 장애물 코스를 가로질러 날아올랐다.
그들은 그가 이리저리 날쌔게 질주하며, 벡스 우유처럼 보이려고 흰색 페인트를 채워놓은 틈을 뛰어넘고, 전류 봉으로 덮은 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라드릴로가 심드렁하게 허공으로 몇 발을 발사하자, 슬레지는 필사적으로 돌진하여 마지막 목표 더미로 달려들었고, 옆 건물의 벽까지 뚫으며 날아갔다. 안쪽에서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드릴로가 끙 신음했다. "저것도 패스야?"

바사라-5는 시간을 확인했다. "당연하지."

9.2. 뱀의 영광 외투

알고 있는 모든 것의 끝자락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오로지 당신만이 알고 있겠죠.

타시는 부서진 함선의 갑판을 재빠르게 질주하며 뒤틀리고 부서진 들보 사이로 익숙한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그는 우아하게 공중제비를 돌며 망가진 추진 장치 뒤쪽의 오목한 공간에 안착했다.

안쪽에 있던 레이저 그리드가 곧바로 그의 목을 갈랐다. 입구에 줄지어 놓여있던 폭탄이 하나씩 하나씩 폭발하며 화염 기둥이 솟아오르자 연기가 자욱하게 들어찼다.

점차 소음이 잦아들자, 타시의 고스트는 난파선 내부로 날아들어 근처를 신중하게 스캔하고 타시를 부활시켰다.

"새 함정을 만들었거든." 슈라이크가 통신 너머로 말했다. "타이머를 맞춰 뒀지."

타시가 두 손을 들었다. "너무한데! 제시간에 끝낼 수 있었는데." 그가 투덜거렸다.

타시는 삐걱거리는 난간에 걸터앉아 한참 아래에 있는 동료들을 내려다보았다. 슈라이크는 풀밭에 등을 대고 누워 경이 엔그램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슈라이크 옆에 서 있던 엘릭스니, 노트릭스가 타시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잘했어!" 노트릭스가 네 개의 손으로 손뼉을 짝짝 쳤다. "프락케시와 거미한테 이야기하자. 두 배로 거는 거야! 우주선을 사서—"

"그래그래, 근데 타시는 끝까지 해내지 못했잖아." 슈라이크가 언급했다. "타시는 경이 엔그램 못 줘."

타시가 난간 가장자리의 헐거운 고철 덩어리를 쳐냈다. "연습은 할 만큼 했어! 대회에선 한 손으로도 이길 수 있겠다. 어, 모든 헌터들을 위해서."

"명예 헌터도 포함해야지." 슈라이크가 나지막하게 말하며 노트릭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노트릭스가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자, 이제 둘이 같이 해 봐, 집중하고—-"

타시가 벌떡 일어났다. "이 거지 같은 훈련쯤 식은 죽 먹기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노트릭스는 타시가 잔해를 가로질러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 레이저 그리드의 날카로운 위잉 소리가 들렸고, 몸뚱이가 선체 위로 쿵 넘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괜찮을 거야, 노트릭스." 슈라이크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9.3. 불사조의 상승 완장

운명은 격랑에 휩쓸린 것들을 전부 쓸어 가 버리겠죠. 그러나 당신이 그 흐름을 바꿀 겁니다.

그들은 어느 격납고 창고에서 칼로게로를 찾아냈다. 그는 전원이 꺼진 화물 적재기에 둘러싸여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바시라와 헥스는 시선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느릿느릿 창고로 들어와 동료 워록을 바라보았다.

"안녕, 칼." 바시라가 다정하게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빛을 통해 우주에 내 의지를 알리고 있다." 칼로게로가 대답했다. "아주 깊이 집중하면, 여행자에게 바로 접근할 수도 있거든. 여행자는 존재 이면의 진실을 내 뇌에 속삭여 줄 거다. 그러면 난 단 하나의 목표로 검은 함대를 완전히 쓸어버릴 거다."

"칼, 울어?"

"아니." 그가 거짓말을 했다.

헥스가 바시라를 팔꿈치로 툭툭 치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소근거렸다. "친절하게 대해 줘. 아이코라가 칼의 사자항해자 면허를 취소했거든."

바시라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 음, 우리는 올해 수호자 대회에 내기를 걸려고 미광체를 모으고 있어. 너도 할래, 칼?"

"나는 빛의 가문에 미광체를 전부 넘겼어." 칼이 말했다. "화폐는 허상이지만, 빛과 어둠은 실재하니까."

"그렇지만 음식도 장비도 실재하는데, 그건 어떻게 하려고?" 바시라가 말을 끊었다. "…칼, 너 미광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

"걱정 마." 헥스가 바시라를 진정시켰다. "네가 찾은 오래된 그림 하나를 골라서 거미에게 주자고. 거미는 잡동사니를 모으는 걸 좋아하잖아. 예술 그런 거."

"칼이 이런 걸… 이게 뭐든지 간에… 한다고 정신 팔려 있으면 우리 대회는 어떡해?"

"칼에게도 우선순위가 있겠지." 헥스는 바시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했다. "저기, 칼— 올해 수호자 대회에서 타이탄과 헌터가 우승을 차지하게 두면, 여행자는 뭐라고 할까?"

칼로게로가 반짝 눈을 떴다. "여행자가 놈들의 엉덩이를 차 주라는군."

10. 2024년 수호자 대회 직업 아이템

"자네가 느끼는 감정은 자네의 모습에 반영되지. 최고의 기분을 느끼길 바라네!" –에바 레반테

오후의 햇빛이 정원의 판석을 덥혔다. 토실토실한 비둘기들이 발코니의 난간에서 구구거렸다. 나뭇가지를 뒤덮은 새싹들이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렸다. 도시의 하늘 위, 여행자가 자리하고 있던 공중에는 함선들이 떠 있었다.

그리고 12명의 수호자들은 무기와 액세서리를 서로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파수병이 말했다. 은색 목깃의 무늬가 방패와 잘 어울렸다. "당연히 주먹 한 방 날리는 게 제일 중요하지. 방어구로 또 뭘 할 수 있겠어?"

골동품 타바드를 걸친 태양노래꾼이 장갑을 벗었다. 금속 깃털로 덮여 섬세하게 짜인 무늬가 빛을 반사했다. 그녀는 검무용수를 향해 장갑을 흔들었다. "진짜 배타닥틸 깃털이야. 이 장갑은 금성의 대기권 상층에서 날았던 것들이지. 태양 에너지와 공명한다고. 그게 핵심이야."

"배타닥틸에겐 깃털이 없어. 사기당한 거야, 친구." 검무용수가 말했다. "내가 직접 목격자를 벨 때는 방어구도 멋져야지. 너도 그런 자세가 좀 필요-"

태양노래꾼의 등 뒤에서 한 쌍의 태양 날개가 타올랐다. 뜰의 온도가 2도 올랐다. 수호자들은 무기에 손을 뻗었다.

"이런. 샤크스 경이 새로운 시련의 장 경기장을 탑 안에 꾸렸나?"

수호자들은 얼어붙어서는 몸을 돌려 에바 레반테를 보았다. 그녀의 빳빳한 스카프가 세련되면서도 실용적인 신발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태양파괴자 한 명이 허둥거리며 발을 문질러 땅 위의 소각 흔적을 없앴다.

검무용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에바! 마침 잘 오셨어요! 이 모든 문제를 좀 해결해 주세요!"

갬빗 팀 셋을 꾸릴 수 있는 수호자들의 얼굴을 평온하게 바라보던 에바가 말했다. "자네들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는 건 나도 불가능하지."

에바가 그렇게 말하자, 파수병의 방패가 흩어져 사라졌다. "저희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으세요. 에바가 전문가예요!"

수호자들이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였다.

"할머니!"

"에바 이모!"

"레반테 님!"

에바가 그들을 보았다. 자발라가 어떤 괴물 하나를 잡기 위해 팀을 파견한다 해도 이보다 적은 인원일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간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알겠네. 휴일 인파로부터 한 번쯤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에바가 주위의 관중들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내가 하이패션 쪽에서 일할 때, 세 가지 원칙이 있었지. 형태, 기능, 그리고 멋. 한 번에 하나씩 도전해 보는 거야. 어떤 모습인지 봐야 하고,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입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를 봐야 하고."

그렇게 탑의 사상 최초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11. 빛나는 파라곤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보다, 정상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려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네." —자발라 사령관

"새 도피처에 나름 적응한 것 같군." 거미의 새로운 술집은 협소했지만, 프락케시는 전 수호자로서 손님들이 그럭저럭 깨끗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협상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그를 포함해서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했지." 거미가 차가운 표정으로 가소롭다는 듯 프락케시를 내려다보았다 "선봉대 사령관이 지금 네 업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더군."

프락케시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브로커일 뿐이야. 여기는 수호자 대회 이야기를 하러 왔고."

"그래, 수호자 대회." 거미가 손가락을 쫙 펼치며 팡파르를 흉내 냈다. "타이탄, 워록, 헌터 놈들이 도시의 총애를 놓고 경쟁하는 그거. 너는 매년 옆에서 한몫 크게 잡고 말이야."

프락케시는 각성자 경호원 툴닉을 힐끗 훔쳐봤다. 툴닉은 지루한 듯 보였지만, 애초에 목석처럼 있으라고 고용된 자였다. "최근에 대회에 좀 관심을 보인다는 말이 있던데."

"오?" 거미가 김빠진 듯 툴툴거렸다. "내 부하 놈들이 한 번씩 피 튀기는 스포츠를 즐기나 보군." 그는 다른 쪽 벽에 기대어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르하를 향해 손짓했다. "녀석들이 아무렇게나 엇박을 짚고 다니면 안 될 텐데."

"댄스 파트너가 있는 줄은 몰랐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거미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눈을 빛냈다. "나는 이 수호자 대회가 여기 봇차 구역에서 대박이 날 수 있을 것 같거든."

프락케시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빛의 가문이 그 맛을 좀 보게 될 거야. 아주 약간… 표적 마케팅을 곁들여서 말이지." 거미가 한 쌍의 손을 맞잡았다.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수호자 가문을 응원하고 싶지 않겠어? 자,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너 같은 놈이 쉽게 설명해주면 되겠지. 마을의 요 작은 골목 사이사이까지도 점령해보라고."

"꽤 크게 거는걸." 프락케시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난 뭘 해줘야 하지, 거미?"

"이제야 제대로 거래 이야기를 하는군." 거미가 킬킬 웃었다. "둘 다에게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합의할 수 있을 거다."

12. 시끌벅적

소리 좀 질러 볼까요?

논퍼렐의 고스트가 만족스럽게 빛을 내며 마지막 현상금에 완료라고 표시했다.

논퍼렐은 불평하는 소리를 냈다. "벌써 집에 가? 요즘 탑에 영 활기가 없던데."

그녀의 뒤에서 타라노프가 나방 구획에서 예상치 못한 한판을 벌이는 바람에 뒤집어쓴 회전금속 가루들을 로브에서 털어내며 말했다. "그러게, 어쨌든 여기엔 할 일이 없는 것 같다. 가자."

"벌써?" 논퍼렐은 생각에 잠긴 채 공허 빛의 구를 소환해서는 위아래로 튀겼다. "타라노프, 꾸물거리지 마라!"

그녀가 몸을 돌리자, 바로 그 순간 빛의 구가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타라노프는 부활해서 씩씩거렸다. "죽여버린다."

논퍼렐이 손을 까닥거렸다. "가능할까? 최선을 다해 봐."

타라노프는 자신의 유탄 발사기를 들고는 논퍼렐을 향해 정면으로 쏘았다.

그녀는 논퍼렐의 고스트가 자신의 수호자를 살려낼 때까지 웃느라고 허리를 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걸 세 번을 반복한 뒤 이 새로운 게임에 선공 측에서는 유탄 발사기, 방어 쪽에서는 빛의 무기를 사용하기로 규칙을 정립했다.

논퍼렐은 이번에는 자신의 파수병의 방패를 꽉 잡고 수류탄을 쳐 냈다. 타라노프는 그것이 머리를 넘어 날아가서는 좀 떨어진 낡은 오두막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폭발음이 두 사람의 귀를 때렸다.

둘의 고스트들은 그날 오후 내내 수호자들을 부활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낮의 해가 물러가면서 논퍼렐과 타라노프의 체력도 떨어져 갔다. 타라노프는 새벽칼날을 놓으며 끙끙거렸다. "이제 탑을 접수할 준비 됐어?"

논퍼렐은 팔 하나를 그녀의 어깨에 걸쳤다. "우리가 탑을 바꾸자.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을 주는 거지! 봐 봐. 1층에 새로운 스포츠 리그 경기 허가를 받는 거야. 표도 끊고, 베팅도 하게 하고, 장비에 라이선스도 주고. 제대로 하는 거지."

옛 러시아에 드리운 일몰의 광경이 아름다웠다. 관목 덤불에서 조그마한 불꽃이 타올랐다. 그 풍경에 논퍼렐의 마음이 따스해졌다.

일주일 후, 두 사람은 새로운 수류탄볼 리그에 300명의 등록자를 받았고, 실천의 세력으로부터 도박 경기장 조작이라는 명목으로 거의 그만큼 많은 소환장을 받았다.

13. 올스타 벡터

"잠자리도 원형 비행 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이 '잠자리'라는 게 그냥 '짠'하고 나타났다는 거야?"

프락케시가 창고 중앙에 부드럽게 둥둥 떠 있는 보드들 중 하나를 그의 발로 조심스럽게 쿡 찔러보며 말했다.

"그냥 대회를 위한 기증품일 뿐이야, 특별할 것도 없다고." 거미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가 투덜거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손짓하자, 아르하가 의자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거리며 벽에 걸린 그림을 약간 왼쪽으로 옮겼다.

"이런 물건을 네가 그냥 내줄 리가 없잖아, 선봉대 공식 상품이라면 모를까." 프락케시가 설명했다. 이것은 네오무나 스카이보드 중 하나와 아주 유사하게 보였다. 선봉대가 거미에게 이걸 줬을 리가 없었다.

"흠, 그럼 올해는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것 같군. 더 오른쪽으로, 아르하!"

아르하는 작게 투덜거리며, 그림을 오른쪽으로 옮겼다.

"그래, 그 위치가 좋네." 프락케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그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거미는 흙길을 따라 얼룩덜룩한 보라색 꽃들이 흐트러져 있는 그 그림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마치 순수 에테르로 만든 것인 양 올려다보고 있었다. "최소한 기증자의 이름은 알고 있겠지?"

거미가 한숨을 쉬며 데이터 패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흠, 어디 보자… 배송품 두 개… 개인 차량, 잠자리… 도시에게 전하는 선물… 아, 여깄군. '정교협약'으로부터."

거미가 어깨를 으쓱하는 프락케시를 쳐다봤다. "그게 누군지 전혀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