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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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24년 사자들의 축제 지식이다.2. 제1장
아련한 기타 곡조가 최후의 도시 골목골목을 맴돌았다. 떠들썩한 시장의 소리에 묻혀 간신히 들릴까 말까 한 소리였다. 글린트의 홍채가 지나가는 사람들과 화려한 축제 장식 사이를 휙휙 옮겨가며 관찰했다. 굳이 나선 정찰도 온갖 잡생각을 없애주진 못했지만, 까마귀와 선봉대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들 바빠서 글린트의 정찰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겠지만.문득 스테인드글라스 유리 풍경으로 장식된 근처 가판대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린트는 어떻게 하면 까마귀에게 풍경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야! 빨리!" 별안간 외침이 들렸다. 글린트가 돌아본 곳에서, 십 대 청소년 네 명이 야채가 가득 담긴 수레를 간신히 피해 가판대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심지어 한 아이는 커다란 호박을 들고 있었다. 글린트는 깜짝 놀랐다.
"이 녀석들도, 머리 없는 자 장난도 정말 지긋지긋해!" 가판대 주인이 짜증을 냈다.
"이맘때는 어쩔 수 없죠. 바보 같은 장난이 넘쳐나잖아요." 한 손님이 웃으며 대꾸했다.
글린트는 얼른 떠올라 그들을 쫓았다.
3. 고스트 아지트 – 1
[새 기록] 고스트 아지트-세션 1위치: 탑-시장—이전 새 군주 회의장
협력: 에바 레반테, 미카-10, 미하일로바 (자료 기록자)
참가자: 수호자의 고스트, 글린트, 오퓨커스, 쿠구, 렉시콘, 비, 배트.
—기록 시작—
에바: 어서들 오게, 작은 빛들. 와 줘서 고맙구나.
미카: 요즘 시기도 그렇고 최근 일들까지 고려해서, 너희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이 모임을 열게 되었어.
에바: 가면 축제는 삶을 축하하고 죽음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시간일세. 우리는 종종 삶과 죽음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혼란에 빠지곤 하지.
미카: 미하일로바가 기록을 하고 있어. 필요한 경우에 모임 내용을 되짚어 볼 수 있게 하려는 거니까 겁먹지 말도록 해.
[모임 기록: 참가자들이 서로를 쳐다본다. 모두의 호기심에 부담스러운지, 수호자의 고스트가 몸을 작게 웅크려 야외 발코니에 더 가까이 날아간다.]
에바: 자아, 누가 먼저 시작하겠나?
4. 제2장
십 대 아이들이 폐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본 글린트가 얼른 뒤따라 들어갔다. 창문을 통해 깊숙이 비쳐 드는 석양볕 덕분에, 글린트는 자신의 빛 없이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림자를 따라, 잔해 더미를 넘고 벽에 그려진 반쯤 완성된 벽화를 지나 계속 나아가자 장난꾸러기들이 은신처로 삼고 있는 방이 보였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당혹스러운 물건들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한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낯선 책이 가장 먼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책은 급하게 대충 만든 것처럼 보였다. 마치 어설프게 만든 미술 숙제처럼, 온갖 페이지와 색상이 뒤죽박죽 튀어나와 있었다.
"아니, 아니. 호박이 중앙에 있어야 해, 캐시." 어린 각성자 소녀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글린트는 "캐시"라고 불린 아이를 바라보았다. 인간 남자아이는 샐쭉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쨌든 호박을 옮겼다. 날카롭게 조각된 눈과 이빨을 볼 때, 그 의문의 물체는 글린트가 알고 있는 머리 없는 자의 외형과 일치했다. 빛나지는 않는 걸 보아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글린트는 들키지 않으려고 상자 뒤로 슬그머니 몸을 숨긴 채, 아이들이 "의식"을 놓고 다투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방을 둘러보았다.
5. 고스트 아지트 – 2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모임 기록: 하늘빛 의체의 고스트, 쿠구가 삐 소리를 내며 떠올라 고스트들이 둘러싼 원 중앙으로 들어온다.]
미카: 아, 쿠구! 바로 시작해도 좋아.
쿠구: 목격자는 모두의 삶을 끔찍하게 만든, 비겁하고 치사한 멍청이다. 우주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누가 물어본 적 있었나? 아무도 그런 적 없어! 평생 그렇게 오만한 존재는 처음 봤다. 그 녀석과 정면으로 붙어보고 싶군. 내가 다 찢어버렸을 텐데—
[모임 기록: 다른 고스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킥킥거린다. 올블랙 의체를 걸친 다른 고스트, 렉시콘이 빠르게 날아와 부드럽게 쿠구를 밀어낸다.]
렉시콘: 그래, 목격자는 끔찍하지. 하지만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목격자는 죽었잖아. 계속 화를 내 봤자, 우리의 앞날에 도움이 안 돼.
미카: 훌륭한 관점이야, 렉시콘. 고마워.
[모임 기록: 쿠구가 투덜투덜 동의하며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렉시콘도 쿠구를 뒤따라 돌아간다.]
6. 제3장
방 안에는 특이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글린트는 아무도 보지 않는 게 확실할 때를 틈타 물건들을 스캔했다. 다양한 물건을 덮으며 늘어져 있는 화려한 색의 천, 녹고 있는 몇백 개의 양초, 가짜 갬빗 동전, 원래는 군체 것으로 추정되는 검, 다양한 크기의 양동이, 상자, 유리병에 담긴 사탕. 물건들은 전부 위조품, 그러니까 일종의 가짜였다.어린 엘릭스니 두 명이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각성자 소녀가 지시를 내리자, 그들은 어설프게 만든 의식진의 중앙에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글린트의 눈에 흥미로운 광경이 들어왔다. 더 많은 양초와 싸구려 장식으로 뒤덮인 제단 위에 익숙한 무언가가 놓여있었던 것이다. 이걸 여기서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금빛 성물함이었다.
7. 고스트 아지트 – 3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에바: 다음은 누가 얘기해 보겠나?
[모임 기록: 고스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딴청을 피우며, 초조하게 주변을 살핀다.]
미카: 아무도 없어…? 오퓨커스?
[모임 기록: 오퓨커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미카를 마주 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일 뿐이다. 렉시콘이 쿠션 쪽으로 날아가더니 뒤에 쏙 숨었다. 또 다른 고스트는 큼큼 헛기침 소리를 냈다. 에바는 미카 옆 소파에 앉은 채로 미소를 짓고 있다.]
미카: 아무도 없다면 할 수 없고.
8. 제4장
아이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들의 정신이 팔린 동안, 글린트는 들키지 않고 숨어있던 곳에서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의식을 치르기 전에 녹은 사탕으로 서로의 손을 붙일 것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결국 고성과 반대가 오갔다. 캐시는 아이들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글린트는 비활성화된—고장 난 것에 가깝긴 했다—기갑단 방패와 이상한 파란색 물질이 담긴 유리병을 지나, 제단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있는 함 앞에 섰다. 멀리 있어 제대로 스캔하지는 못했지만, 틀림없는 성물함 같았다. 성물함은 테이블 중앙을 차지한 독서대 뒤에 놓여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금빛 메달,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구슬, 여러 종류의 스카프, 촛불을 반사하며 어슴푸레 빛나는 돌 등 여러 물건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 물건들은 성물함 만큼 우려스럽지는 않았다. 성물함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글린트는 아이들을 잠시 흘끗 쳐다보았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성물함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제단 쪽으로 날아갔다.
9. 고스트 아지트 – 4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모임 기록: 주황색 의체를 착용한 고스트 비가 앞으로 날아갔다. 다른 고스트 배트는 붉은 의체를 쓰고 있다. 배트가 비 가까이 다가간다.]
비: 제가 해볼게요. 으음.
배트: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모임 기록: 배트가 비를 눈짓으로 안심시킨다. 비가 떨리는 숨을 내쉰다.]
비: 우린 전쟁 중에 죽을 뻔했어. 나—나도 "죽을 뻔"한 게 "죽은 것"보다 낫다는 건 알지만… 그 이후론 도무지 예전같이 느껴지지가 않아.
미카: 각자의 경험도 중요해. 억지로 괜찮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
비: 정말… 끔찍했어. 팔을 뻗어 앞에 있는 걸 전부 부숴버리는데…
배트: 우리도 잡혔어.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지.
[모임 기록: 비와 배트는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수호자의 고스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수호자의 고스트는 살짝 더 낮게 떠 있다.]
비: 우린 네 덕분에 살았어. 정말 고마워.
10. 제5장
아이들은 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원 한가운데는 호박이 놓여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복잡한 기호가 자신 없는 필치로 그려져 있었다. 실수를 뭉갠 흔적도 보였다."꼼지락거리지 마, 니리스크." 어린 엘릭스니 소녀가 다른 엘릭스니의 손을 꽉 잡으며 중얼거렸다. "캐시나 레아는 가만히 있는 거 안 보여?"
"꼼지락거리는 거 아니야." 니르스크가 캐시의 손을 잡으며 대꾸했다.
"겁나는 거면, 우리끼리 할 테니까—"
"멜리이, 난 괜찮다고." 니리스크가 짧게 쏘아붙였다.
"모두 준비됐지?" 레아가 물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의 한 손에는 글린트가 처음 도착했을 때 훑어보던 책이 들려 있었다. 아이들이 함께 무어라 중얼거렸다. 아는 단어도 몇 개 있었지만,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글린트는 성물함을 스캔하려고 제단에 다가갔지만… 스캔이 되지 않았다.
당황한 글린트는 다시 스캔을 시도했다.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센서가 먹통이었다. 선봉대에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지 않았다.
보라색 빛이 주변에서 일렁이며 그의 시선을 끌었다. 글린트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빛은 호박 머리의 눈과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11. 고스트 아지트 – 5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모임 기록: 이제 초점이 고스트로 옮겨갔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참가자들이 수호자의 고스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수호자의 고스트: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도움이 되었다니 기—기쁘지만, 난…
[모임 기록: 수호자의 고스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몸을 움츠린다.]
수호자의 고스트: 안 되겠어. 아직은.
글린트: 그래, 괜찮아.
[모임 기록: 글린트가 수호자의 고스트에게로 날아가 안심하란 의미로 의체를 맞댄다.]
글린트: 내가 할게.
12. 제6장
글린트가 당황해 허둥거렸다.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그와 에이도가 수년간 머리 없는 자들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 방에 있는 어떤 것도 진짜가 아니었고, 의식을 일으킬 만한 것도 아니지 않았는가. 책이다. 문제는 책이 분명했다.
아이들은 무아지경으로 주문에 빠져들었다. 선명한 힘이 그들을 천천히 땅에서 들어 올렸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섰잖아! 글린트는 다시 한번 선봉대와 까마귀에게 무전을 시도했지만, 무전은 여전히 먹통이었다. 그는 차선책을 택했다.
"저기!" 글린트가 외쳤다. 효과는 엄청났다. 깜짝 놀란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모두들 땅으로 쿵 떨어져 나뒹굴고 말았다.
13. 고스트 아지트 – 6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글린트: 목격자와의 전쟁은 결코 손실 없이 끝날 수 없었어. 누구도 원한 바는 아니었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렀을 것임을 우리 모두 알았지.
글린트: 하지만, 이전에는 고스트의 죽음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
[모임 기록: 잠시동안 원이 불안정해진다. 고스트들이 불안하게 움직인다. 아무도 글린트를 쳐다보지 않는다.]
글린트: 난 타르지를 오래 알고 지내지는 않았어. 창백한 심장에서의 임무 덕분에 모든 고스트가 한마음이 된 것 같아. 난 여러 고스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었지만, 타르지와 오퓨커스를 특히 좋아했어.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모임 기록: 글린트가 한숨을 쉰다. 고스트가 그를 바라본다. 오퓨커스는 아무 반응도 없다.]
글린트: 타르지를 더 잘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오퓨커스: 죽을 필요까진 없었어.
[모임 기록: 모든 시선이 오퓨커스에게 쏠린다. 호기심에 의체가 이리저리 비틀린다.]
14. 제7장
"도대체 고스트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캐시가 외쳤다. 다들 고통스럽게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은 몸을 털어내고 서로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잠깐만." 멜리이가 중얼거렸다. 글린트가 그들 가까이 날아가자 멜리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쟨 평범한 고스트가 아니라고, 바보야! 헌터 선봉대의 고스트야!"
"글린트?" 니리스크가 묻자 멜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하려는 듯 책을 끌어안고 있는 레아의 옅은 보라색 팔 위로, 촛불 그림자가 일렁이며 춤을 추었다.
"그건 질문의 답이 아닌데." 레아가 경계하며 덧붙였다.
"저도 똑같은 질문을 해야겠네요." 글린트는 이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하나하나 뜯어본 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더 가까이서 봐도 딱히 특별해 보이는 부분은 없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건가요? 머리 없는 자를 소환하려고요?"
"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레아가 반발했다. "머리 없는 자를 소환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고."
"그래, 맞아." 캐시가 맞장구쳤다. "우린 죽은 자와 대화하려고 했어."
글린트가 홍채를 깜빡였다.
15. 고스트 아지트 – 7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오퓨커스: 타르지는 자발라처럼 골칫덩이일 때도 있었지만… 좋은 고스트였어.
[모임 기록: 부드러운 돌풍이 원을 통과한다. 고요함 속에서, 바람 소리가 포효처럼 들린다.]
오퓨커스: 누군가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그 존재감에 익숙해지게 되지. 자주 대화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모임 기록: 오퓨커스가 한숨을 쉰다.]
오퓨커스: 타르지가 나설 줄 알았어. 무모한 짓이지만… 그래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어. 자발라와 이런저런 곤경에 처한 적도 많으니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어리석었지.
오퓨커스: 그가 그립군.
[모임 기록: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다른 고스트들이 시선을 교환한다.]
오퓨커스: 고스트…
오퓨커스: 네가 죽었을 때는 어땠어?
16. 제8장
"뭘 하려고… 했다고요?" 글린트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어…" 멜리이가 입을 열다가 말을 멈췄다. 그녀가 머뭇거리며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전쟁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이야기하다가, 어, 그들이랑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목소리에서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글린트는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더 높이 떠올랐지만, 아이들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눈길을 피했다. 말하지 못한 것이… 더 있나?
"바보 같은 장난을 치려고 한 게 아니야." 레아가 조용히 설명했다. "지금이 이런 의식을 시도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들었거든…"
"핼 너윈이니까…" 글린트가 중얼거렸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린트는 마침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목격자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잃은 아이들은 나름의 위안과, 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떠나버렸지만, 다시 한번 가까이에서 그들을 느끼고 싶었으리라. 글린트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17. 고스트 아지트 – 8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글린트: 불편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수호자의 고스트: 아니, 괜찮아. 정말 괜찮아.
[모임 기록: 수호자의 고스트 의체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살짝 흔들린다. 미카와 에바가 그를 조심스레 지켜본다.]
수호자의 고스트: 최후의 죽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수호자의 고스트: 우리는 불멸에 대해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껴왔지만… 창백한 심장 속에서 수호자와 함께 싸우면서부터, 점점 더 큰 타격이 느껴졌어…
수호자의 고스트: 나도 왜 내가 돌아온 건지 몰라.
수호자의 고스트: 왜… 타르지가 아니라 내가 선택된 건지도. 타르지도 우리처럼 중요한 존재였는데.
[모임 기록: 수호자의 고스트 의체가 축 처진다. 다른 고스트들이 시선을 떨구었다. 몇몇 고스트들은 더 가깝게 몸을 붙인다.]
수호자의 고스트: 그가 돌아왔어야 했는데…
18. 제9장
"이 책은 우리가 연구하면서 발견한 내용을 전부 모아서 만든 거야." 레아가 말했다. 그녀는 제단 위에 책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우리 스승님은…"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항상 메모를 한 곳에 보관하라고 하셨어. 찾기 쉽도록… 지저분한 걸 좋아하지 않으셨거든.""우리 언니도 그랬어." 캐시도 풀죽은 눈빛으로 말했다.
니리스크와 멜리이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멜리이가 한 팔을 뻗어 니리스크를 감쌌다.
"우리 오빠도 거대한 기계 안으로 들어갔는데…" 멜리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들어갔어야 했어." 니리스크가 속삭였다.
글린트는 아이들의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아직 너무나 어렸다.
"나도 합류할 예정이었어. 나도 거기 있어야 했어." 니리스크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겁이 나서 돌아섰지. 오빠는… 날 부끄러워하지 않았어. 이해한다는 표정이었어. 그것 때문에 더 괴로워. 나도 거대한 기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어야 했는데."
니리스크는 호박 머리를 세게 걷어찼다. 어둡고 비웃는 것 같은 표정의 호박이 바닥에 그려진 원 밖으로 튕겨 나갔다.
19. 고스트 아지트 – 9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미카: 이런 감정을 표현하다니 네가 자랑스럽구나, 고스트. 쉽지 않다는 거 알아.
미카: 타르지의 죽음은 정말 슬픈 일이었어. 네 죽음도 마찬가지였고.
미카: 네가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야.
미카: 충분히 울적할 수 있어. 누구라도 똑같이 느낄 거야.
[모임 기록: 참가자들이 끄덕끄덕 동의하며 마음으로 공감한다.]
미카: 넌 혼자가 아니야, 고스트. 우리 모두 널 도와줄 수 있어… 모두 함께 극복할 수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야.
[모임 기록: 글린트가 수호자의 고스트를 넌지시 건드리며 안심시킨다.]
20. 제10장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글린트가 부드러운 어조로 아이들을 달랬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여러분을 이해한다는 제 말은 진심이에요. 제가 아는 누군가도 죽었는데… 전 계속 "왜 내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쉽잖아요. 자책하면서 그렇게 하지 말 걸, 하고 생각하는 거 말이에요. '내가 거기 있었다면, 다들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을 하죠."글린트의 마음속 감정이 울컥 솟구쳤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니리스크가 물었다. "마치… 에테르가 계속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어떻게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글린트가 단순명료하게 대답했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거죠. 함께 이겨내야 해요."
아이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라는 걸, 글린트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해답을 찾고 싶어서 여기에 왔고, 가짜 성물과 조잡한 의식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끝맺음이 필요했다.
21. 고스트 아지트 – 10
—세션 1 녹음이 계속됩니다—[모임 기록: 다른 고스트들은 모두 돌아갔다. 에바와 미카는 뒤에 남아, 글린트, 수호자의 고스트, 오퓨커스가 탑 가장자리에서 최후의 도시를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본다.]
글린트: 괜찮아요, 고스트?
고스트: 아니요, 하지만… 괜찮아질 것 같아요.
글린트: 다행이네요.
오퓨커스: 고스트에겐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려는 본능이 있는 건지도 몰라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고스트: …기회가 있다면 전 또 희생을 택할 거예요.
글린트: 저도요… 우리 잠시 묵념할까요? 타르지를 위해서.
오퓨커스: 좋아요.
[모임 기록: 탑 가장자리에 떠 있는 고스트들 사이로 침묵이 스며든다. 고스트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가까워진다.]
[세션 1 녹음 종료]
22. 제11장
"미안해요." 아이들이 슬픈 목소리로 웅얼거렸다."선봉대가 알면 혼나겠죠?" 레아가 물었다.
글린트는 의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에요. 하지만 여긴 제가 정리하고 아무 문제 없는지 확인해 볼게요. 다들 집에 돌아가세요, 알겠죠?" 아이들은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글린트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의식은 금지예요. 실수로 진짜 주문이 섞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고마워요, 글린트." 니리스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른 여동생을 따라갔다.
글린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다른 해 같았으면 머리 없는 자를 소환하는 다양한 의식에 흥분했을 테지만, 올해는… 그저 조용히 사색할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다. 그와 아이도가 나중에 다시 알아보면 되는 일이었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글린트는 성물함을 다시 스캔했다. 다행히도 안에는 사탕이 가득 차 있었다.
23. 에필로그
"향후 검사를 위해, 아이코라가 지정한 금고로 전부 옮겨 두었어요." 글린트가 보고했다. "군체 검은 진짜일 수도 있대요. 일단 사람을 보내서 아이들이 모든 걸 구한 시장을 조사한다고 했어요.""왜 나한테 연락을 안 했어?" 까마귀가 아만다의 낡은 작업대에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댔다. 글린트가 까마귀 앞으로 떠올랐다.
"바쁘시잖아요, 장난 같은 일 때문에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어요—"
"글린트, 아무리 바빠도 너한테 낼 시간은 있어." 까마귀가 단어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강조했다. 글린트의 의체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애들은 괜찮았어?"
"그런 것 같아요." 글린트가 머뭇거렸다. "이 모든 일을 겪은 것 치곤 괜찮았어요… 그저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까마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리 와." 까마귀가 글린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글린트는 순순히 몸을 맡겼지만, 까마귀가 그를 가슴팍으로 끌어당겨 꼭 안아주자 깜짝 놀랐다. "그동안 널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더 잘할게. 약속해."
"좋아요." 글린트가 까마귀의 망토 속으로 쏙 안겨들었다. 둘은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