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및 김치 요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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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일본에서의 김치 소비 양상을 다루는 문서.전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김치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일본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김치 수출량의 47%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
2. 명칭
일본어의 언어적 특징으로 기무치(キムチ)라고 발음하긴 하나, 특별히 한국 김치와 일본 김치를 구별하려고 별개의 표현을 만든 것은 아니고 한국의 김치도 기무치라고 한다.일본식 입맛에 맞춰진 김치들이 꽤 나와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 본토 한국식 김치임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韓国キムチ(한국 김치)라고도 하거나, 아니면 일본식 김치 쪽을 아사즈케 기무치(浅漬けキムチ), 와후 기무치(和風キムチ, 일본풍 김치) 등으로 부를 때도 없지는 않다. 다만 아래 브랜드 랭킹에서도 보듯 대다수 제품에서는 그냥 キムチ라고만 한다.
어쨌거나 아직까지 일본화된 김치를 한국 김치와는 다른 별개의 일본 음식이라고 보는 것은 기무치 문서에서도 다루듯 오해이고, 맛이 아무리 현지화된 일본풍 김치라 해도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김치를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김치와 기무치를 구별하지 않고 '일본풍 김치'와 '한국풍 김치'의 기준선도 명확하지 않는데 한국에서 김치와 기무치를 구별해서 다른 음식인 것처럼 대우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구별하면 한국에서 파는 김치도 일본에 수출되는 순간 기무치의 개념으로 다루어야 하고,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인들이 먹던 한국 김치도 기무치로 취급해야 하는 어색함이 발생한다. 위 랭킹에서도 한국풍이든 일본풍이든 다 キムチ라고 하는데[1] 이를 맛에 따라서 한국 김치와 일본 김치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에서도 김치가 미국인 입맛에 맞추어 꽤 변모했지만 Kimchi와 김치를 다른 개념으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3. 현지화
위에서 보듯 한국인의 생각보다 일본에서 김치가 매우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현지화도 제법 진행되었다.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맛이 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단 한국 김치에 비해 맵지 않고 단맛이 강하며, 발효 기간이 없거나 적어 젓갈에서 비롯된 감칠맛이 적다. 고춧가루를 덜 쳤기 때문에 색깔도 확연히 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애초에 만들 때부터 발효를 하기보다는 대체로 일본식 전통 채소절임인 아사즈케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다. 즉, 아사즈케에 고춧가루를 더해 매운 풍미를 살리는 정도이다. 한국 김치에서 젖산 발효로 인해 생기는 신맛은 식초로 보충한다.[2] 때문에 고춧가루를 좀 덜 넣고 설탕을 넣은 겉절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3] 발효를 오래 시키지 않으므로 유산균이나 젖산 농도는 한국 김치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에서도 이 차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고, 일본 내에서도 본토의 맛을 원하는 수요가 없지는 않기 때문에[4] '원조'니 '한국풍', '본고장의 맛(本場の味)' 등으로 한국 김치 맛임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한국 김치 맛이 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진짜 한국 김치 맛이 나는 걸 찾으려면 한국 직수입 식품을 찾아야 한다. 심지어 한국의 유명 업체들이 직접 생산하고 있음에도 일본인들의 입맛을 감안해서 한국식 조리법을 철저하게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애당초 기후와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김치 담그는 방식 그대로 김치를 담가도 한국 김치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일단 한국과 일본의 배추 종자가 달라서 일본 배추는 한국 배추보다 물이 많고 질긴 식감인지라 한국처럼 오랫동안 절여 발효하면 배추에서 물이 쫙 빠져 질깃한 식감의 풀덩어리만 남는다. 거기다 한국보다 비교적 온화한 기후와[5] 그로 인한 균의 차이 등으로 제대로 발효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이 일본에서 김치를 담갔는데 곰팡이가 슬고 썩어버렸다더라 하는 일화도 자주 들을 수 있다.
만약 일본에서 한국 김치가 먹고 싶은데 일본식으로 변형된 김치맛에 아주 관대한 사람이 아니라면 일본 김치를 찾기보다는 오히려 쓰케모노(일본 절임류)를 먹는 것이 낫다. 쓰케모노 중에 '다카나즈케'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여수 갓김치로 유명한 그 갓으로 만들며 일본 쓰케모노 중에선 드물게 제대로 젖산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6] 쓰케모노류 중에서는 한국 김치와 흡사한 맛이 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매운맛과 발효의 풍미가 강렬한 한국 본토 김치에 비해 이러한 요소가 비교적 적은 일본식 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7] 물론 반대로 일본식보다 한국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젓갈 비린내가 덜하기 때문에 한 때 김치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외국인들에게는 김치 입문용으로 볶음김치, 겉절이, 한국 당근과 함께 추천하던 시절도 있었다.[8]
4. 응용
김치가 보편화된 21세기 즈음에는 한국에서처럼 일본서도 김치 기반 식품이 매우 많이 등장하고 있다. 라면, 과자, 패스트 푸드 등에서 한정 상품으로 김치맛이 꾸준히 나온다. 온갖 곳에서 볼 수 있는 와사비맛과 비슷한 정도. 그런데 아무래도 물건너 넘어온 음식이다 보니 김치 음료수 등 한국인 입장에서는 영 이상한 방식으로 변형됐다 싶은 것들도 좀 있다. 여러 김치맛 식품 중 아예 김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도 나올 정도이다. 일본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인 ぱく家(박가네)에서는 "일본에서 김치는 매콤새콤한 맛의 일종이라고 보는 게 좋다"라고까지 말할 정도. #일본식 국물 요리인 나베로 끓여먹기도 하며, 이를 '김치나베'(キムチ鍋)라고 한다. 한국의 김치찌개와 유사하나 약간의 차이는 있다. 김치찌개 문서 참고.
5. 역사
5.1. 일제강점기
일제강점기 당시 한반도로 건너 온 일본인들은 주로 도시의 신시가지에 정착했으며 조선인들과는 구분된 생활권을 이루고 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들은 한반도에서도 일본인들끼리 교류하였고, 일본의 식문화를 유지했으며 한국의 다른 요리는 향과 맛이 강하고 질이 낮다고 여겨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만은 즐겨 먹었다는 증언과 기록이 있다. 히로세 레이코의 저서 <제국의 소녀들>에는 "조선인 식모[9]가 담그는 김치가 너무나 맛있었다", "서로 포용하지 않는 문화 가운데에서 모두가 수용한 것은 김치였다"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10] 이렇게 김치는 일제강점기 당시에도 일본인들에게 눈에 띄는 부식거리로 여겨졌다.5.2. 1960년대
일본에서 김치가 밑반찬의 하나로 유입된 것은 1960년대 전후로, 전쟁의 폐허를 딛고 고도성장기라고 부르는 재건 시기에 들어서면서 고기 위주의 외식이 활성화되면서이다. 이때 일본에서 화로에 구워먹는 고기 요리를 주로 팔던 야키니쿠 가게 대부분은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으며, 본래 같은 교포들을 상대로 김치를 부식으로 팔곤 했는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고기랑 김치를 같이 먹어보니 맛있더라'는 식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김치를 즐겨 먹는 일본인은 거의 없었고, 다른 곳에서는 김치를 찾아보기도 어려웠다.과거 한국에서는 당연히 일본인들이 김치를 싫어할 것이라 여겼는데, 일본인들이 매운 음식을 꺼리고, 또 재일교포를 향해 ' 김치 냄새가 난다', ' 마늘 냄새가 난다'[11]는 식으로 비하, 차별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음식은 그다지 선호되는 요리가 아니었고, 재일 한국인의 식문화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 또한 엄연히 존재했다.
1970년대 도쿄 올림픽과 오사카 엑스포를 전후하여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본래 일식 외에는 '츄카(中華)'라고 불리는 일본식 중화요리와 '요쇼쿠(洋食)'라 불리던 화양식( 경양식) 일색이던 일본 요식업계에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리들이 소개되면서 매운 한국 요리를 접하는 일본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시기를 기준으로 일본 내 김치의 소비량이 급증했으며, 김치 말고도 마늘이 들어간 요리가 크게 유행하면서 마늘 냄새를 꺼리는 사람과 마늘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붙는 일이 발생해 사회문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5.3. 1980년대 ~ 오늘날
1980년대에는 매운 음식 열풍이 일어나면서 김치와 고추장의 매운맛을 앞세운 한국 요리의 인기가 크게 상승했고, 매운 음식 붐이 사라진 뒤에도 김치의 인기는 식지 않고 지속되었다. 1983년쯤 되면 김치는 시골의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흔한 반찬이 되었다. 1980년대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TV광고 녹화본을 보면 김치나 김치 양념을 베이스로 한 음식 광고가 꽤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에 이미 김치가 일본에 널리 보급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80년대를 배경으로 삼는 일본 서브컬쳐에서 김치가 등장해도 재현 오류나 현재의 한류 붐을 의식한 것이 아니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당시까지만 해도 주로 일본 내에서 제조한 김치나 코리아타운에서 만든 김치만이 유통되었으나 1990년대가 되면서 소비량이 더욱 증가하자 한국산 김치를 직접 수입하게 되었다. 2004년 통계에서는 김치가 아사즈케(浅漬け, 야채절임)류 항목에서 판매순위 2위로 기록될 정도였으며, 일반적인 일본 가정의 냉장고에서 김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김치를 이용한 가정식 요리도 기무치챠-한(김치볶음밥), 부타기무치(돼지고기김치볶음) 등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2017년에는 '일본 여성이 선호하는 가공식품 조사'에서 김치나베가 1위에 꼽히기도 하였는데, 이를 두고 일부 혐한 논객이 "일본인의 미각이 한식으로 인해 열화(劣化)된 것이 아니냐"는 차별적인 망언을 일삼기도 했다. # 이에 다수의 일본인들은 "그냥 김치가 맛있는데 무슨 소리냐"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싫어하지만 김치는 맛있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오늘날 일본에서 김치는 한국에서 단무지를 찾아보는 것 이상으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밑반찬이 되었으며, 심지어는 정통 일본 요리(와쇼쿠) 정식에도 포함되거나 신사 등 일본의 문화재를 관람하는 관광지에서도 반찬으로 제공될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이미 일본 국내에서 생산되는 야채절임류 가운데 가장 생산량이 많은 것은 아사즈케나 단무지 등이 아니라 김치이고, 이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18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6. 기타
- 일본 만화 모야시몬에서는 이츠키 교수가 김치를 언급하면서 일본식이 맛과 풍미 모든 부분에서 원조 한국식을 따라가지 못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모야시몬은 균을 주제로 하는 만화이기 때문에 발효를 하지 않아 균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일본식 김치를 칭찬할 리는 없다.
- 한국의 라멘 프랜차이즈 "아오리의 행방불명"[12]에서는 일본식 부추 무침을 '니라(부추) 김치'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 김치인데 설명이 " 미야자키현의 전통 레시피로 만들었다"라고 돼있어서 위에서 말한 역사왜곡을 실제로 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준다. 아마 미야자키현에서는 그냥 부추 된장 무침 정도로 부르는 것을 # 아오리에서 '김치'라고 붙여서 파는 것 같다. 일본이라면 모를까[13] 한국에서는 라면 하면 김치랑 먹는 것이 국룰이기 때문이다.
- 일본화된 한국 냉면인 모리오카 냉면에는 면 위에 김치가 올라간다. 문서에도 언급되어있듯 이 음식이 등장한 요츠바랑!에서는 그래서 김치를 빼달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한국에서 냉면에는 보통 김치가 안 올라가므로 좀 생소한 장면이다.
- 일본 내 시판 김치 판매 순위: 2022년 한 사이트에서 4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이다. 한국인들이 들어본 적 없는 다양한 브랜드의 김치들이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위의 宗家キムチ가 한국에서도 유명한 종갓집 김치이다.
[1]
아래에서 다루듯 이 리스트에는 한국 종가집 김치도 들어가있다.
[2]
이는
일본의
초밥의 변모 과정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초밥은 원래 발효된 생선으로부터 신맛이 나는 것이었는데,
즉석식품화되면서 식초를 섞는 것으로 조리법이 바뀌었다.
[3]
이런 점에서는
고려인이 만든 러시아식 김치인
한국 당근(고려 당근)과 요리법이 매우 유사하다. 다만 한국 당근은 유럽식 조리법의 영향을 받아
식용유가 살짝 들어간다.
[4]
대부분의 현지화된 음식들이 그러한데, 특정 음식을 진짜 좋아하면
진입장벽을 넘어서라도 본토의 맛을 찾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5]
김치가 제대로 발효되려면 영하 1도 이하와 한랭건조한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일본은
홋카이도와
도호쿠 북부(
아오모리,
아키타) 외에는 한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영상 3도를 넘는 곳들이 많고, 겨울이 매우 건조한 한반도와는 달리 4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섬나라라서 겨울에도 공기가 상당히 습한 편이다.
[6]
갓은 배추와 다르게 자체 멸균효과가 있어서 일본의 환경에서도 제대로 젖산 발효가 가능하다고 한다.
[7]
스트리머
우왁굳이 일본풍 김치가 더 맛있다고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시청자들은 일본에선 한국밥이 먹고 싶다더니 돌아오니깐 일본밥 찾는 청개구리라며 놀리고 있다.
[8]
다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 김치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일본 외의 각국에서도 현지화 되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9]
한국어 '어머니'를 가져와 '오모니'라고 불렀다고 한다.
[10]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 여학생들의 회고를 다룬 <제국의 소녀들>의 주제는 당대 일본인이 식민주의를 얼마나 평범하게 받아들였는가에 대한 반성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굉장히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김치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묘사되어 있다.
#
[11]
마늘 문서에서도 보듯
중국과
한국에서는 마늘 소비량이 1, 2위를 차지하지만 일본에서는 마늘을 요리에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몇 안 되게 마늘이 들어가는 요리가
라멘인데, 때문에 라멘을 먹고 나면 마늘 냄새를 걱정하는 묘사를 일본 만화 등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12]
빅뱅의
승리가 주도했기 때문에
버닝썬 이후 가게가 많이 사라졌다.
[13]
2010년대 들어서는 일본의 라멘집에서도 한국식
나물이나 김치를 반찬으로 줄 때가 있긴 하지만 아직 매우 일반화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