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6-24 12:42:35

그리스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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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venture of the Greek Interpreter

1. 개요2. 등장인물
2.1. 레귤러 캐릭터2.2. 본편 등장 인물
3. 줄거리4. 사건 해결 과정5. 결말6. 여담

1. 개요

1893년 9월에 <스트리트 매거진>에 연재된 셜록 홈즈 시리즈 단편 소설로 단편집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수록된 사건이다. 주인공 셜록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건이며 홈즈의 외가가 프랑스 계통이라는 언급이 등장하는 사건이다. 홈즈가 추리하는 장면이 거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2. 등장인물

2.1. 레귤러 캐릭터

2.2. 본편 등장 인물

  • 멜라스 씨
    그리스인으로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사는 곳 바로 위층에 사는 이웃으로 약간의 친분을 쌓은 사이이다. 외국어에 능통해 법정에서 통역을 하거나 런던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가이드 일을 하고 있지만 주특기는 역시 모국어인 그리스어 통역이다. 래티머란 사람의 의뢰로 그리스인 파울 크라티데스라는 인물의 통역을 해준 다음 마이크로프트 홈즈에게 이 때 겪었던 기묘한 일에 대해 말하며 사건을 의뢰한다.
  • 해럴드 라티머
    멜라스에게 그리스어 통역을 의뢰한 인물로 성격이 대단히 거칠고 완력이 출중한 인물이다. 멜라스가 향하는 곳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창이 봉인된 마차에 태우고 뺑뺑이를 돌아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했으며 멜라스를 곤봉으로 위협하는 불한당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후 윌슨 켐프와 함께 대륙으로 달아났으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된다.
  • 윌슨 켐프
    라티머를 부하로 데리고 있는 인물로 대단히 비열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다. 그가 라티머에게 멜라스를 통역관으로 데려오도록 지시했다. 사건이 발각된 후 해럴드 라티머와 함께 대륙으로 달아났으나 역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된다.
  • 파울 크라티데스
    그리스 아테네 출신으로 소피 크라티데스의 오빠이자 유일한 보호자이다. 여동생이 영국 유학 중에 라티머와 켐프 일당에게 홀딱 빠져 있다는 여동생 친구들의 말을 듣고 급히 영국으로 건너왔으나 켐프 일당에게 붙잡혀 납치, 감금된 상태이다. 여동생과는 달리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고 한다.
  • 소피 크라티데스
    파울 크라티데스의 여동생. 영국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라티머 일당에게 홀딱 빠져 집안 재산을 말아먹을 뻔하여 오빠가 급히 영국으로 넘어오게 만들었다. 사건 이후 윌슨 켐프, 해럴드 라티머 등과 함께 대륙으로 달아났으나 두 남자는 헝가리에서 죽었고 그녀의 행방은 알 수 없다.

3. 줄거리

홈즈는 본인의 과거사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왓슨은 꽤나 오랫동안 그가 일가친척이라곤 하나도 없는 천애고아인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여름날 저녁, 놀랍게도 홈즈가 자기 입으로 본인의 가계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자신의 비범하고 특출난 기질은 프랑스 예술가의 친척인 외가[1]에서 물려받은 것 같으며, 자신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자신보다도 더욱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라고.

놀란 왓슨은 더 자세한 얘기를 청한다. 홈즈가 말하길 마이크로프트는 자기보다 7살 많은 형이고, 정부의 어느 부서에서 회계 감사를 맡고 있는 공무원이라 했다. 그런데 그는 셜록 홈즈를 능가하는 추리력을 가지고도 탐정 일을 하지 않으니, 그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몹시 싫어하니 스스로 증거를 수집할 수가 없고 자신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의욕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써서 돌아다니며 자기가 옳다는 걸 증명하느니 차라리 자기가 틀린 셈 치고 말 사람이라고. 이를 두고 홈즈는 '탐정의 일이란 게 안락의자에 앉아서 추리를 하는 걸로 끝이라면 형은 최고의 명탐정이 되겠지만, 형에게는 야망도 정력도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집과 직장, 그리고 디오게네스 클럽이라는 이상한 클럽 외에는 달리 가는 곳도 없다고 했다. 디오게네스 클럽은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설립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이상한 클럽이었다.[2] 이 클럽 안에서는 절대 타인과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왓슨이 마이크로프트를 만나 보고 싶어하니, 홈즈는 마침 형이 자신을 부르기도 했으니까 같이 가 보자면서 왓슨을 디오게네스 클럽으로 데려간다. 직접 만난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큰 키와 비대한 체구, 날카로운 눈빛[3]을 가진 남자였다. 셜록이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추켜세운 게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듯, 마이크로프트는 왓슨이 보는 앞에서 셜록과 추리 대결을 해서 보란 듯이 이긴다.[4] [5]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을 부른 이유는 사건 의뢰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이 클럽에서 약간의 친분을 쌓은 그리스어 통역관 멜라스 씨가 겪은 기묘한 사건에 대해 의뢰하고자 했던 것이다. 멜라스 씨는 셜록에게 다시 한 번 이 사건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며칠 전 저녁에 해럴드 래티머란 사람이 그에게 불쑥 찾아와서는 "사업상 그리스에서 찾아온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영어를 못해서 당신의 통역이 필요합니다. 같이 켄싱턴에 있는 집으로 가주시죠."라고 통역 의뢰를 했다. 멜라스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해럴드 래티머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그런데 마차는 이상하게 창문이 모두 봉인되어 있었다. 답답해진 멜라스는 봉인된 창을 열려고 했지만 래티머가 곤봉을 꺼내 위협하며 창을 열면 신상에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멜라스는 이건 불법 행위라고 저항했지만 래티머는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발설하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보아하니 래티머는 힘 좀 깨나 쓰게 생겼기에 자신이 덤볐다간 피떡이 될 것 같아 결국 멜라스는 닥치고 갈 수밖에 없었다. 저녁 7시 15분에 출발한 마차는 8시 50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멜라스는 마차에서 떠밀리듯 내려져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엄청나게 컸고 갖가지 외국에서 들어온 진귀한 보물들이 장식되어 있었지만 대단히 어두웠다. 그가 끌려간 방 안엔 기분 나쁘게 생긴 중년 남자가 비열하게 킬킬거리고 웃었다. 이 남자가 윌슨 켐프로[6] 래티머로 하여금 멜라스를 이곳으로 데려 오도록 지시했던 사람이다. 얼마 후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래티머 일당들에게 끌려왔다. 그는 인상이 매우 수척했으며 얼굴은 반창고 같은 것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입엔 재갈이 물려져 있어 대화는 필담으로만 할 수밖에 없었다. 멜라스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도박을 감행하기로 했다. 납치범들은 그리스어를 모르는 것 같으므로 그들이 제시한 문장 뒤에 진짜 질문을 덧붙이기로 한 것이다.[7] 그렇게 해서 이 남자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크라티데스이고 아테네 출신이었다. 3주 전에 영국에 왔는데 래티머 일당들에게 납치되어 이곳에 감금되었다고 한다. 이 악당들은 크라티데스에게 재산 양도와 관련된 서류에 강제로 서명하도록 했는데 그가 완강히 버티자 밥을 굶기는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고 한다. 납치된 장소가 어디인지는 크라티데스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래티머는 크라티데스가 고집을 부리면 여자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크라티데스는 죽는 한이 있어도 사기꾼에게 재산을 넘길 수는 없다고 버텼다.

이렇게 멜라스가 크라티데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아내고 있을 때 갑자기 웬 여자가 난입하더니 크라티데스를 '파울!'이라고 부르며 달려가는 게 아닌가? 그러자 크라티데스도 억지로 남은 힘을 짜내 자신을 붙잡은 자들을 뿌리치고 재갈을 풀고 여자에게 달려가 '소피!'라고 외쳤다. 둘은 아는 사이인 것이 분명했으며 이곳에서 만난 것이 의외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둘은 포옹을 나눴지만 래티머와 켐프가 달려들어 두 사람을 각각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켐프가 돌아와 멜라스에게 거액의 수표 1장을 주었고 다시 마차에 실렸다. 그리고 원래 출발했던 곳이 아닌 원즈워스 공유지[8] 근처에서 강제로 내려져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9]. 이 같은 기묘한 일을 겪은 멜라스는 마이크로프트 홈즈에게 이 같은 의뢰를 한 것이었다.

4. 사건 해결 과정

멜라스의 이야기를 들은 셜록은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물었고 마이크로프트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신문에 광고도 냈다고 한다. "아테네에서 온 그리스인 파울 크라티데스 씨의 행방을 알려주시는 분께 사례하겠음. 소피라는 이름의 그리스 여성에 대해 알려주시는 분께도 사례하겠음."이라는 광고였다. 셜록은 혹시 멜라스의 이름으로 광고를 냈느냐고 물었지만 마이크로프트는 그리스인 가족이 낸 걸로 했다고 했다. 홈즈는 스코틀랜드 야드에 물어보았느냐고 물었지만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이 어딜 움직이면서 조사하는 체질이 아니라고 말하며 사건을 대신 맡아달라고 하며 진전이 있으면 자신에게도 알려달라고 했다. 셜록은 그리 하겠다고 약속하고 멜라스에게도 놈들이 배신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니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디오게네스 클럽을 나온 셜록과 왓슨은 사건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왓슨도 나름대로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이 추리한 바를 셜록에게 읊었다. 왓슨은 소피라는 여자가 래티머와 윌슨 켐프에게 아마도 아테네에서 납치되었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그러나 홈즈는 소피는 영어를 할 줄 알지만 래티머는 그리스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므로 그 추리는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왓슨은 소피라는 그리스 여성이 영국에 여행을 왔는데 그 때 래티머가 접근해서 납치한 게 아니냐는 추리를 내놓았다. 홈즈는 좀 더 그럴 듯하다고 추켜세우며 계속 해보라고 권했다. 소피와 크라티데스가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사이라면 서로 가까운 사이인 것이 분명한데 재산 분할과 관련된 서류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 걸 보면 두 사람은 가족이고 남매일 것이라고 추리했다. 홈즈는 계속해서 왓슨의 추리력이 날로 진보하고 있다고 칭찬하며 계속해보라고 했다.

왓슨은 아마 가족의 재산은 파울 크라티데스가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파울은 소피의 오빠일 것이라 추리했다. 그런데 여동생인 소피가 영국으로 떠난 뒤로 함흥차사가 되자 걱정이 된 파울은 여동생을 데려오려고 영국으로 건너왔는데 오히려 본인이 래티머 일당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재산, 결혼 얘기가 나온 것으로 보아 두 악당들이 결혼을 빙자해서 소피의 집안 재산을 가로채려 했는데 그 집 재산을 오빠 파울이 관리하고 있다는 걸 알고 파울을 납치해 강제로 재산 관련 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파울은 완강히 반대했고 이 악당들은 3주 동안 학대, 회유 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그리스어 통역관인 멜라스를 데려가서 협상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까지 소피는 오빠가 자신을 찾아 영국에 왔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 날 우연히 오빠를 만나게 된 것이라 추리했다.

이 같은 왓슨의 훌륭한 추리에 홈즈는 감탄하며 사건의 맥을 정확히 짚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놈들의 은신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특히 소피라는 여성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오빠 파울은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소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피가 래티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외국에서 온 소피가 생판 모르는 영국인과 친분을 쌓는 데는 얼마 간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그 동안 소피 역시 영국에서 몇 명의 친구를 사귀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낸 광고에 답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5. 결말

그렇게 베이커 가 하숙집으로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먼저 와 있는 게 아닌가? 광고의 답장이 와서 마차를 타고 앞질러 왔다고 한다. J.데븐포트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인데 그는 자신이 문의한 그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녀는 해럴드 래티머라는 남자와 친해져 베켄햄에 위치한 어느 저택에 있다고 한다. 편지 발신인 란에 적힌 자신의 주소로 찾아오면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을 모두 말해주겠다고 했다. 마이크로프트는 데븐포트를 찾아가 소피 크라티데스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지 셜록에게 물었다. 그러나 셜록은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이 광고가 나간 이상 악당들도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고 그럼 파울 크라티데스의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베켄햄에 있는 저택으로 먼저 가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통역이 필요할 경우에 쓸 목적으로 멜라스 씨도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먼저 멜라스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홈즈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가 멜라스를 데려갔다는 것이 아닌가? 홈즈는 더더욱 위험한 예감을 느꼈다. 놈들은 멜라스가 배신했다고 생각해 납치했고 멜라스는 겁이 많은 쫄보였기 때문에 놈들이 협박하면 뭔 짓을 저지를 지 알 수 없었다. 홈즈 일행은 곧바로 스코틀랜드 야드로 가서 영장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영장을 받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영장을 받고 토비아스 그렉슨 경감과 함께 베켄햄에 위치한 문제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한 발 늦어 있었다. 이미 짐을 가득실은 마차가 빠져나간 흔적이 있었다. 과연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멜라스가 말했던 그 문제의 방에 가보니 테이블 위에는 잔 2개와 술병 1개 그리고 종이들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위층에서 약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렉슨 경감은 부하들을 이끌고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홈즈 일행도 곧바로 뒤따랐다. 위층엔 3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 중 가운데 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 뿐 아니라 문 틈 사이로 매캐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기에 그렉슨 경감이 권총으로 문 손잡이를 쏘아 부수고 들어갔다. 안에는 목탄을 피워놓아 일산화탄소 가스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안엔 2명의 남자가 결박당한 채로 있었는데 한 명은 멜라스였고 다른 한 명은 파울 크라티데스였다. 파울의 얼굴에는 멜라스가 말한 대로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멜라스도 구타를 당했는지 눈두덩이에 새파란 멍이 들어 있었다.

경찰들과 홈즈 일행들은 모두 두 사람을 급히 밖으로 끌어냈고 목탄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먼저 파울 크라티데스의 상태를 살폈는데 안타깝게도 한 발 늦었다. 하지만 멜라스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고 왓슨이 급히 브랜디를 흘려주었다. 이에 멜라스는 의식을 차렸다. 놈들은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멜라스가 배신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멜라스를 납치한 건 윌슨 켐프였다. 그는 멜라스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간단히 멜라스를 납치해 여기로 끌고 와서 2번째 통역을 의뢰했다. 이번 담판은 지난 번보다 더 험악해서 두 악당은 그리스에서 온 불쌍한 신사에게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그리스 남성이 어떤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자 결국 그들은 파울 크라티데스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입막음을 위해 멜라스도 같이 죽이려고 둔기로 때려 기절시킨 후 그 방 안에 처넣고 목탄을 피워놓은 후 달아났던 것이다. 이후의 일은 멜라스 본인도 모른다고 한다. 테이블에 있던 종이들을 살펴보니 기차 편을 알아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외국으로 달아날 의도였던 것이다.

홈즈 일행은 이후 J.데븐포트를 찾아가 사건의 정보를 듣기로 했다. 데븐포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소피는 그리스의 어느 부유한 집안 딸이었는데 영국에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해럴드 래티머를 만났고 그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다. 소피가 사라지자 당황한 친구들은 급히 그리스에 있던 오빠 파울에게 연락했고 여동생이 웬 놈팡이에게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파울은 급히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파울이 온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아차린 것인지 해럴드 래티머와 윌슨 켐프가 곧바로 납치했다고 한다. 래티머는 크라티데스에게 여동생의 재산을 양도하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강요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러는 동안 소피에게는 비밀에 부쳤고 소리를 못 지르도록 입에 재갈을 물리고 혹시나 소피가 알아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 곳곳에 반창고를 붙여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파울은 놈들의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자 놈들은 그리스어 통역이 가능한 멜라스를 불러 대신 설득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소피가 오빠가 이곳에 잡혀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아가씨 역시 포로 신세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편 악당들은 비밀이 탄로난 데다 파울에게서 더 이상 서명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피를 데리고 곧바로 이 집에서 나간 것이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악당들의 행방은 알려진 바가 없어서 결국 수사는 미결로 종결되었다.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나 했지만 신문에서 이 악당들의 근황이 들려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여행 중이던 그리스인 여성과 동행한 영국인 남성 2명이 서로 칼에 찔려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둘의 신원은 해럴드 래티머와 윌슨 켐프였다. 헝가리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 그리스인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 영국인 남성 2명이 서로 다투다가 칼로 난투극을 벌였고 결국 서로 찔러 죽이게 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홈즈는 헝가리 경찰들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오히려 홈즈는 아마도 소피가 뒤늦게 오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이 서로 찔러 죽인 것처럼 위장하고 오빠의 원수를 갚았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홈즈 왈, 그 둘이 서로 찔러 죽은 거라면 이런 내용의 신문을 나 보란 듯이 보낼 이유가 없다고.

6. 여담

  • 홈즈의 가정 환경에 대한 언급이 처음으로 나온 작품. 그의 조상들은 대대로 시골의 지주(country squires)였다고 하고, 그의 조모는 프랑스 화가 베르네의 누이였다. 또한 그에게는 마이크로프트라는 이름의 7살 많은 형이 있다. 결코 자세한 서술은 아니지만, 원전에서 홈즈의 가정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이 두루뭉술하고 간략한 언급이 거의 전부이다.
  • 구성상의 허점이 있는 에피소드이다. 제보자 J.데븐포트의 정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소피 크라티데스가 영국에서 사귄 친구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째서인지 코난 도일이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 그 탓에 어떻게 이 인물이 소피 크라티데스에 대한 정보를 그리도 소상히 알고 있는지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 더하여 증인의 안전보호에 명백히 소홀했다는 비판도 가능한 에피소드다. 이미 공개적으로 언론까지 이용해서 그리스인 남매의 행방을 광고까지 내서 물어봤기에 통역관이 외부에 발설한게 갱들에게 인지되었을 상황이 조성되었는데도 홈즈 형제는 통역관을 혼자 귀가하게 만들었고 통역관은 당일 귀가 후 납치되었다.
  • 머즈그레이브 가의 전례문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사건과 관련된 여성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부다페스트에서 해럴드 래티머와 윌슨 켐프가 죽은 이후 소피 크라티데스는 어디로 갔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 그라나다 TV판에선 원작과 달리 홈즈 형제와 왓슨이 범인들을 추적해 그들이 탄 기차에 올라탄다. 라티머는 궁지에 몰리자 열차 밖으로 도주하려 했으나 맞은편에서 오는 열차에 끔살,[10] 켐프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객실을 떠났다가 돌아와서 홈즈와 왓슨을 보고는 총으로 위협하려 했으나 그 총은 마이크로프트가 미리 슬쩍해 둔 뒤여서[11] 열차가 정차한 뒤 체포당한다. 그러나 소피(여기선 그리스어 원어대로 '소피아')는 오빠의 원수를 자기 손으로 갚은 원작과 달리 "라티머를 애증했으며, 그가 친오빠를 죽인 자일지라도 그를 따라갔을 것"이라 말해 홈즈의 경멸을 산다. 홈즈가 소피아를 경멸하며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하자 마이크로프트가 핀잔을 준 걸 봐서, 집안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셜록뿐인 듯.[12] 그리고 마이크로프트와 멜라스가 클럽에서 친분을 쌓은게 아니라 윗집 아랫집 하는 사이로 바뀌었다.
    • 또한 그라나다 판에선 기차에서 소피아를 찾아낸 홈즈가 그리스어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원작에서 홈즈가 구사할 줄 아는 것이 확인된 외국어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라틴어이고 그리스어는 할 줄 아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 80년대 중역판 셔얼록 호움즈에서는 역시 분량을 늘리기 위하여 창작을 많이 넣었는데 소피가 납치당하며 달아나던 걸 패거리 중 하나를 매수하여 끌어들였다. 그 패거리가 총으로 라티머와 다른 1명을 쏴죽이지만 켐프에게 총에 맞아 죽는데 이 틈을 타 소피가 총을 집어들어 켐프를 쏴죽여 4명 모두 죽으면서 오빠에 대한 복수를 했다고 창작하여 결말을 냈다.
  • 역시 80년대에 나온 계림문고판에서는 '얼굴없는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그리스인 남매의 행방을 묻는 신문광고는 걱정이 된 마이크로프트가 아닌 경찰들이 설록 홈즈보다 좀 더 앞서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냈다는 원작설정파괴[13]를 자행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마이크로프트는 통역관에게 일부러 잡혀가도록 유도한다. 잡혀가면서 통역관은 몰래 래티머를 구워삶고, 그 후 도주 중에 래티머가 마부를 쏘고 이어서 캠프와 래티머가 총격전을 벌이다 둘 다 죽고 소피는 빈 마차를 이끌고 갱들의 저택으로 돌아오며 왓슨의 구조로 인해 오빠인 폴도 살아남는다. 그리고 홈즈는 동행한 그렉슨에게 시신수습이 오늘 남은 당신 몫이라고 농담조로 말하고 그렉슨은 경찰직업의 고달픔을 푸념하며 소설이 끝난다.


[1] 홈즈의 외할머니가 프랑스 화가 베르네의 동생이라고 한다. 여기서 홈즈의 외조모의 오빠, 즉 홈즈 본인의 종조부로 언급된 베르네는, 1854년생으로 추정되는 종손자와의 나이 차이를 근거로 추정하건대 오라스 베르네(Horace Vernet, 1789-1863)일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2] 사실 클럽 이름의 모티브가 된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자체가 사교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괴짜 철학자였다. [3] 셜록도 180cm를 넘는 상당한 장신의 소유자인데, 마이크로프트는 키만 큰 게 아니라 몸이 뚱뚱해서 동생보다 훨씬 거구다. 뚱뚱이와 홀쭉이 그리고 동생과 마찬가지로 회색 눈을 가졌는데, 셜록이 집중할 때 보이는 눈빛을 마이크로프트는 항상 가지고 있다고. [4] M: 저 남자는 뭐 하는 사람일까?
S: 퇴역 군인 같은데. (<- 딱딱한 태도)
M: 최근에 전역했어. (<- 아직 군화를 신고 있음)
S: 인도에서 복무했을 거야. (<- 햇볕에 탄 피부)
M: 하사관이고.
S: 포병이었겠지. (<- 이마가 한쪽만 그을린 건 모자를 기울여 썼다는 뜻이니 기병은 아니었고, 공병으로 복무하기엔 체중이 너무 가벼움)
M: 홀아비야. (<- 상복을 입었으며 몸소 장을 보고 있음. 아내가 죽은 것)
S: 애가 하나 있고. (<- 유아용품을 샀음)
M: 애들이다, 아우야. 하나가 아냐. (<- 그림책과 딸랑이를 샀음. 갓난아이와 조금 큰 아이로 최소 둘 이상)
[5] 코난 도일의 은사인 조셉 벨 박사가 실제로 했던 추리이다 [6] 이 때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고 이후 J.데븐포트라는 제보자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7] 예를 들자면, 납치범들: "고집 부려서 좋을 것 없다고 전하시오." 멜라스: (그리스어로) "고집 부려서 좋을 것 없소. 당신은 누굽니까?" 남자: (그리스어로) "알 바 아니오. 여기 사람이 아닙니다." [8] Wandsworth Common. 런던 남동부 지역이다. [9] 이 공유지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짐꾼의 입을 통해 언급된 클래펌 정션 역에서 걸어서 대략 25분이 걸린다. 빅토리아 역에서는 걸어서 거의 2시간이 걸리는 거리. [10] 달아나려 하다가 반대편에서 기차가 오는 걸 보지만 이미 몸을 대부분 밖으로 내놓은 상태라 혼자 힘으로 못 올라와 살려달라고 빌어대자 소피와 왓슨이 구해주려 하지만 홈즈가 제지하는데 자칫 그 둘을 길동무 삼을 수도 있는데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사형확정 쓰레기라 구해줄 이유가 만무하였기 때문이었다. [11] 범인들을 추적하느라 지쳤는지 마이크로프트가 기차에서 잠들었는데, 셜록은 형을 괜히 위험한 데 데려갈 필요는 없다면서 그대로 두고 왓슨만 대동하고 범인들의 객실로 찾아갔다. 그런데 사실 마이크로프트는 깨어 있었고, 두 사람이 나가자 자기는 따로 이동해서 식당 칸에서 켐프를 만나 경계를 풀어놓고는 헤어질 때 실수로 부딪히는 척하며 총을 슬쩍했다. 켐프가 총을 꺼내려고 손을 넣는데 아무것도 없어 당황하고, 곧바로 마이크로프트가 "이게 선생 총이지요?" 하면서 켐프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은 꽤나 간지난다. [12] 원작에서도 셜록 홈즈는 남존여비주의자가 맞다. 여성에게 예의를 지키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여성을 상당히 깔보는 캐릭터로, 시대 배경을 감안해도 꽤나 유별난 수준. 당장 왓슨부터가 홈즈의 여성에 대한 불신과 폄하를 별나고 희한하다고 기록해 놓았다. [13] 셜록 홈즈 시리즈 내내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려는 의지에 충만하고 선량하고 성실하지만 본인들의 능력한계로 인해 홈즈에게 자문을 하는 형태일뿐 홈즈보다 나음을 과시하려고 인질의 안위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적은 없다. 원작에서는 부유한 그리스인들이 주 고객인 통역관이 런던 한복판에서 그런 일을 당했을걸 믿지 못하고 괜찮을거라는 위로를 했을뿐 납치된 일행의 위치파악과 관계자들의 안전 여부에 대해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한지에 대한 일말의 고민없이 수사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증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 적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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