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Grounding직역하면 "지상에 남다"이다. 육지가 아닌 곳에서 운용되는 탈것(선박, 항공기, 우주선 등)에 쓰는 용어로, 승무원이 탑승하지 못해 지상에 남거나 이런 교통수단이 땅에 좌초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서는 어지간해서는 그라운딩을 당할 일이 없다. 선박은 항공기에 비해서 운행 난이도가 매우 쉽기 때문이고(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함선은 한두 명이 운용하는 전투기 등과 달리 다수의 인원이 운행한다. 게다가 업무 특성상 해군은 공군에 비해 신입 장교보다 경력 풍부한 부사관을 선호한다. 참고로 교육을 마친 장교만 조종 가능한 전투기와는 다르게 군함은 부사관도 운항 가능하며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군함은 조타 직별 부사관이 운전한다. 장교는 지휘관 등 고급 사관 역할을 하는데 상선으로 치면 선장 혹은 항해장 정도 위치로 비유할 수 있다. 다만 항공기는 그라운딩 빈도가 비슷하다. 이는 육군 헬기도 마찬가지.
2. 항공기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조종 특기 장교가 입문(초등), 기본(중등), 고등비행교육 과정에서 교육을 수료하지 못하고 탈락하여 타 특기로 전환하는 것을 그라운딩이라고 한다.[1] 마치 특전사 장교가 낙하산 훈련으로 인해 골절상을 당해서 수료하지 못하고 특전평가에서 탈락하여 복무부대가 동원사단으로 전환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2]2.1. 조종교육
공군사관학교 재학 중인 3학년부터 비행교육을 실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3] 일반적으론 1차반, 2차반을 나눠 1차반은 졸업 직전부터 입문비행교육 과정에 입과한다. 비행 시간이 0시간이기 때문에 입문비행부터 밟는데 이는 군장학생이나 학사사관도 마찬가지다.단 ROTC 출신들은 대학에서 150-190시간 비행을 하고 입대하기 때문에(2021년부터 항공대 운항학과 출신들은 80시간) 입문을 면제하고 바로 기본과정에 입과한다. 교육과정은 2년 정도인데 마치고 나면 다시 기종에 따라 추가로 교육을 받고 실제 투입될 때는 거의 대위가 된다.
조종장교 대상자들은 보통 신체검사 등에서 통과했기 때문에 항공생리[4]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잘 없다. 시뮬레이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잘 없고 보통은 비행평가에서 떨어지게 된다.
장기복무자가 아닌 교육생은 초등, 중등, 고등과정에서 그라운딩이 되었을 경우, 의무복무기간에 6개월, 1년, 2년이 가산된다.
2.2. 그라운딩되는 이유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행 평가에서 떨어지는 경우, 둘째는 본인이 포기하는 경우다. 물론 전자가 많긴 하지만 파일럿이 엄청난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의 살벌함[5][6] 때문에 체질에 안 맞다고 여겨 포기하고 기행병과로 옮기기도 한다.자신과 성격이 안 맞는 교관에게 찍혔다거나 내부의 정치적인 이유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군대도 사회이고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인 만큼 인적요인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한국의 군 출신 조종사 사회는 선후배 기수가 위계로 단단히 묶여 있고 민간 항공사고 때는 권력거리지수(Power Distance Index) 문제가 매번 지적된다. 하물며 군대는 닫혀 있는 계급사회인 만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부조리도 심한 환경이고 학생조종사 훈련과정에서 병영부조리 정황이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 실제로 부조리를 못 버텨서 포기하고 그라운딩 되는 인원들도 나온다.
그라운딩 되면 곧바로 불명예 전역을 하는 건 아니고 새로 옮긴 특기교육을 받고 재배치된다.[7] 당연히 의무복무 기간도 일반병과 장교와 동일한 기간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아예 항공기를 못 타는 건 아닌 게 F-4D/E 또는 F-15K[8]의 후방석 조종사나 수송기의 항법사[9] 등으로 계속 항공기를 타는 경우도 있다.[10]
꽤 오랫동안 비행하다가 대령이나 준장 즈음이 되어 그라운딩하는 경우도 있는데[11] 이 경우 대부분 정책연구 쪽으로 간다. 류희인 장군이 대표적이다. 물론 대부분은 임기제 진급을 통해 각 부서에서 정책연구를 하다가 집에 간다.[12] 탈북 공군 조종사도 대한민국 공군에서 계속 복무하는 경우 그라운딩되는 게 일반적인데 대부분 조종 특기는 유지되지만 실제로는 적 및 적기에 대해 연구하는 등의 항공정보 관련 업무를 맡는다. 적기와 관련한 훈련교관 등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철수 대령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특기는 조종으로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그라운딩과는 약간 다르다.
참고로 공군에서는 공군참모총장까지 가서도 그라운딩이 되지 않을 인원들 위주로 진급시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장도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원인철 장군이 공군참모총장시절 지휘비행을 한 바 있다.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방공포병이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되어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가 창설될 때 F-4의 후방석 조종장교들이 진급을 위해 방공포병 특기로 전환함으로써 그라운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라운딩된 자원들 중 군에 남으면서도 진급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방공포병특기로 전환하기도 한다. 조종특기 다음으로 진급이 되기 때문이다.
3. 선박
선박이 모래톱이나 뻘밭, 해변가에 실수 또는 사고로 떠밀려 올라타 좌초하는 것을 그라운딩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미 연방정부 직속 군수지원용 바지운반선 SS 케이프 모히칸 함의 포항 칠포해변 그라운딩 사고[13], 미 해군 아이오와급 전함 USS 미주리의 1950년 음문 녹음 중 여울(정확히는 수중 갯벌)을 발견 못한 바람에 생긴 좌초 사고 등이 있다.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일단 좌초(그라운딩)가 되어 버리면 우선적으로 수면과 맞닿은 선체부터 살펴야 한다. 실제로 어느 선사의 만재선(짐을 가득실은 선박)이 출항 도중 불의의 사고로 좌초까지는 아니고 살짝 해저에 긁힌 경우가 있었는데, 나중에 평형수탱크를 조사해 보니[14] 우현쪽 탱크의 선체 일부가 굴절되어 수리가 필요해 도크에 들어갔다고 한다.
다행히 해수가 침투하지는 않았으나 만약 선체부가 터져 해수가 탱크로 유입됐다면 안 그래도 만재인 상태에서 물까지 들어오니 자칫 침몰사고까지 이어질 뻔 한 것이다.
별도로, 일부로 좌초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노후선을 스크랩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배를 몰아 갯벌이나 해저가 푹신(?)한 곳에 일부러 박게하는 것이다. 유튜브에 임의좌주 또는 ship scrapping이라 치면 갯벌에 고스란히 눠어있는 대형선(고래?)들을 볼 수 있다카더라. 이런 과정을 임의좌주라는 단어를 쓰며 좌초는 고의가 아닌 사고이지만 좌주는 아니다.
비슷한 단어로 닻이 끌리는 경우가 있는데 조류나 바람에 의해 닻이 풀어져 끌리는 경우를 dragging이라고 한다. 일부러 닻을 끌리게해서 속도를 저하시키거나[15] 충돌이나 사고를 막기위해 하는 것을 dredging이라고 한다.
[1]
공군 내에서는 재분류라고 일컫는다.
[2]
특전사에서는 장교가
소위 임관 후에 자대에 배치되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이지만
특전부사관은 애초에 특전사에 입대한 이후
하사로 임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전평가에서 탈락하면
특전부사관 과정에서 퇴교를 당하고 남자는 현역병 입영 대상이 된다.
[3]
정경두 전 국방부장관이 이런 케이스였다. 비행교육 수료 후 중위 때
제1전투비행단 제123전투비행대대 조종장교로서 자대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학군 출신이면 중위 끝물 때 자대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학군 출신 아니면 입문비행도 해야 하므로 안 된다.
[4]
저기압 버티기 같은 것.
[5]
보통 디브리핑(훈련 후에 실시하는 회의)할 때
교관들의 무자비한 질책과 갈굼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6]
고등비행교육을 마칠 때까지도 교육생은 사정없이 구르지만 고등교육과정을 수료하여 빨간 머플러를 받더라도 기종 교육에서 받는 갈굼은 상당하다.
[7]
KBS 드라마
창공에서 그라운딩을 당한 장교가 각각 기체정비 장교와 관제 장교로 변신했다.
[8]
모두 복좌기이다.
[9]
특히
CCT가 속한 대대의 대대장은 수송기 항법사 출신 중령이 맡는다
[10]
물론 그 상태에서 전역하면 민항사에서 비행시간으로 인정해 주지는 않는다.
[11]
비행단장 등 비행 관련 보직으로 가지 않는 것을 말함.
[12]
임기제 진급을 통해 대령에서 준장, 그리고 비행단장을 역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한 류희인 장군이 대단한 편이다. 청와대에서 10년간 있으면서 위기관리전문가로서의 업적이 크기 때문. 물론 이미 그라운딩된 상태에서 위기관리전문가로 활약했으니 공군에서 맡을 수 있는 보직이 없어 집에 갔다.
[13]
배가
닻째로 150피트가량을 바람에 떠밀려가 해변에 올라탔다. 덕분에 한동안 수리해야 했다고.
[14]
규정상 6개월에 한 번은 무조건 탱크 검사를 해야 한다. 선체부식 및 손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15]
물론 영화에서 하듯이 고속 운항중에 닻을 내렸다간 닻 뿐아니라 닻을 감고있는 양묘기도 같이 고장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