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葵花寶典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무공이자 비급.
김용이 이전에 쓴 천룡팔부도 실로 기괴한 무공들이 대거 나오지만, 규화보전이야말로 김용이 만들어낸 가장 기괴하고 사악한 무공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다. 무공의 설정부터가 대단히 충격적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고자가 되어야 한다는 끔찍한 패널티가 있어 안 좋은 쪽으로 유명세를 탔다.
2. 소오강호
소오강호 세계관에 있어 모든 사건의 시초이자 끝이라고 할 수가 있는 물건. 구음진경과 구양진경의 기괴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1]그야말로 최강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고수로 만들어주는 비급이다. 소오강호에서 벌어진 지난 100년간의 대부분의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이 규화보전과 연관이 있다.
규화보전은 전 왕조의 어느 한 환관이 창안한 것으로[2], 이 환관이 누구인지 또한 그러한 무공 실력으로 어째서 일개 환관으로 지냈는지 전해지지 않는다.[3] 300년 동안 아무도 익힌 자가 없었으나 작중 시점으로부터 약 100년 전 소림사의 홍엽선사가 이 규화보전을 얻게 된다.
당시 무림의 기재였던 홍엽선사는 규화보전의 무공을 보고 그 신묘함에 감탄하면서도 제대로 수련하는 방법을 찾아내려다가 골머리를 앓게 된다. 오랜 세월을 연구했으나 도리어 난제만 더하고, 무공이 가진 사악한 면모를 두려워하여 죽기 직전 이 규화보전을 불태워버렸다.[4] 이로 인해 규화보전 원본은 소실되었다. 문제는 홍엽선사가 이를 태워버리기 한참 전에 화산파의 제자인 악숙과 채자봉이 소림사에 놀러갔다가 규화보전을 읽어보는 사건이 생겼던 것. 말이 읽어본 것이지 실제로는 훔쳐본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서 이 두 사람은 규화보전을 반으로 나눠 읽고 외운 후, 나중에 화산에 돌아와서 서로 외운 것을 정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외운 내용이 상이해서 내용이 전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고,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다가 결국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다.[5] 이를 계기로 화산파는 악숙을 따르는 자들은 기종으로, 채자봉을 따르는 자는 검종으로 분열하여 내분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의 화산파 제자들은 내공과 검술 중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로 기종과 검종이 나뉘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규화보전에 그 근원이 있었던 것.
화산파의 두 제자가 규화보전을 읽었다는 소문을 들은 홍엽선사는 자신의 제자인 도원선사를 화산에 파견해 두 제자에게 규화보전을 익히지 말라고 경고했고, 악숙과 채자봉은 도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면서도 도원이 홍엽선사의 제자이니 규화보전을 배웠을 것이라 오해하고 자신들이 외운 경문을 읊어대며 해석해 달라고 부탁한다.[6] 당연히 규화보전의 내용을 전혀 모르던 도원선사는 두 사람에게 대충 해석해 주는 시늉을 하면서 두 사람이 읊는 규화보전의 내용을 달달 외운 다음 입고 있던 가사에 그 내용을 적어두게 된다. 그렇게 7일간 화산에 머무르면서 규화보전의 내용을 얻게 된 도원선사는 화산파를 떠난 뒤로 소림파에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환속, 출가하기 전의 본인의 성을 되찾고 법명(도원)을 거꾸로 한 이름(임원도)으로 환속하여 복위표국을 건립하고, 72로 벽사검법을 창안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바로 이 벽사검법의 내공이 규화보전으로부터 변형되어 나온 것. 홍엽선사 입장에서는 규화보전이 무림에 후환을 끼칠까봐 제자를 파견해 경고를 보낸 것인데, 정작 그 제자가 되려 달아나 규화보전을 변형시킨 무공을 만들게 된 것이니 환장할 노릇이라고 하겠다.
임원도가 창안한 벽사검법은 초식과 내공으로 나뉘는데, 초식은 특별히 신묘한 부분이 없지만 그 위력의 본질인 내공은 규화보전에서 기원한 것이기 때문에 양기를 띤 남성은 익힐 수 없었다. 고환이 있으면 차오르는 음기 때문에 주화입마에 걸린다. 따라서 익히기 위해서는 거세를 한 후 연단을 만들어서 복용해야 주화입마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임원도 또한 거세를 했기 때문에 친자식을 두지 못하고 양자(임진남의 아버지)를 들였다. 임원도는 늙어 죽으면서 가사에 적힌 벽사검보 (辟邪劍譜)를 자신의 집 불당에 숨겼지만 후손들에게 절대 벽사검보가 숨겨진 곳을 뒤져서는 안 된다고 유언을 남겼고,
한편, 화산파의 두 제자가 규화보전을 읽었다는 소문을 들은 일월신교의 장로 10명은 화산파에 침공해 악숙과 채자봉에게 반씩 나눠진 불완전한 규화보전을 빼앗아가고, 이 와중에 악숙과 채자봉은 죽게 된다. 발견하자마자 없애버렸거나 홍엽선사 말을 들었으면 이런 문제는 안 생겼을 텐데. 아님 고자가 되고 익혔거나...
덕분에 소오강호 본편에서 등장하는 규화보전은 '가사에 적힌 벽사검보(辟邪劍譜)'와 '일월신교에 넘어간 악숙과 채자봉의 규화보전'의 2가지 버전이 존재하며, 모두 완전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존하는 불완전한 규화보전은 소실된 원본의 위력에 미치지 못하며, 무당의 충허도장과 소림의 방증대사도 그러한 언급을 한다.[7]
규화보전이 일월신교의 손에 넘어간 이후, 빼앗긴 규화보전 때문에 혈겁이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지만, 규화보전에서 파생된 무공인 벽사검법이 임원도에 의해서 무림에 알려지면서 또다시 이를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게 된다.[8] 이 사건부터 소오강호의 본편이다. 이 벽사검법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복위표국의 멸문을 시작으로 오악검파에 피바람이 불어닥친다.[9]
이후 벽사검보는 복위표국의 상양향 저택 천장에 숨겨져 있다가 악불군과 임평지가 습득하게 되고, 규화보전은 임아행이 동방불패에게 건네주어 동방불패가 수련하게 된다.
규화보전에 수록된 무공은 실로 깊고 넒으며 상당히 오묘하며 극히 위험한 탓에 조금만 잘못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할만큼 엄청나게 위험한 무학이라고 소개된다. 법문의 첫 장부터 나오는 문장이 무림칭웅 휘검자궁으로 나오는데, 말 그대로 "이 무공을 익혀 무림에서 영웅이 되려면 먼저 검을 들어 자신의 양물부터 잘라라."이다.[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화보전을 수련하게 되는 이유는 위력이 엄청난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마력이 있어 무림인들이 이 보전의 무공을 보게 되면 연마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는 작중 묘사가 있다.[11] 마치 판타지물에 자주 나오는 마검이나 마도서 같다고 보면 된다.
규화보전의 가장 큰 특징은 상기 언급한대로 고자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동방불패에서는 고자가 된 후에 익히면 서서히 여성화하다가 마침내 여자가 되어버리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신체는 계속 남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동방불패는 특이하게도 여성과 매우 닮아가게 되는데 7명의 첩을 거느렸던 동방불패는 규화보전을 익힌 후 여자를 몹시 기피하게 되어 첩들을 모두 죽인 뒤 양련정이라는 마초 같은 남성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12]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영호충 일행이 동방불패가 기거하고 있던 밀실에 마침내 쳐들어갔을 때 이 곳이 온갖 아름다운 비단과 장식품들로 꾸며져있는 것을 보고 '이 동방불패란 놈이 첩에게 방을 내어주고 희희낙락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얼굴에 분칠을 하고 중성적인 목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고 있는 동방불패를 본 뒤 일행 모두가 몹시 충격을 받아 잠시 멍때리기까지 한다.[13]
규화보전 무공의 특징은 압도적인 신속함이다.
일단 규화보전, 정확히는 마이너 카피본을 익힌 사람은 아래와 같다.[15]
임원도(도원선사): 복위표국 창립자
동방불패: 일월신교 교주.[16]
악불군: 화산파 장문인.[17]
임평지: 임원도의 증손자(임원도가 스스로 고자되기를 했으므로 임원도의 양자의 손자임)[18]
좌냉선: 숭산파 장문인, 악불군이 장난질해 놓은 가짜 벽사검법을 익힘.[19]
노덕약: 좌냉선의 셋째 제자이면서 악불군의 두 번째 제자(악불군이 장난질해 놓은 가짜를 스승에게 건네주고 그 대가로 벽사검법을 일부 익힌 듯하다.)[20]
여담으로 초기 연재 판본에서는 환관이 아니라 한 부부[21]가 협력해 창시한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둘의 관계가 틀어졌고 이로 인하여 규화보전도 두 부분으로 갈라졌다가 어떠한 계기로 소림사에서 다시 두 부분을 모두 입수하게 된다. 그런데 둘이 각자 적은 무공은 서로 상극인 내용이었고 이 때문에 화산파의 민숙과 주자봉[22]이 다투게 되었다고 한다. 또 악불군의 자하신공은 규화보전의 입문 무공에 해당되는 거라고.
3. 기타 매체
3.1. 소설 소오강호와 영화 동방불패
원작 소오강호에서는 규화보전을 익힌 동방불패가 TS가 된다.[23] 도교의 양생술을 따라 연단을 복용하여 사실상 중성화까지 되긴 하였으나 시대적 한계상 완벽한 여성이 되진 못한 것으로 묘사된다.[24] 기존의 여첩들을 때려 죽이고(...) 양련정과 사실혼을 유지하며, 조신하게 바느질을 하며 산다.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득도의 경지라고 볼 수도 있다. 여자인 임영영을 부러워한다고 실토한다.영화에서는 완벽하게 TS한다. 하지만 역시 수술이라곤 없는 시대인지라 자신의 여첩에게 영호충과 자기 대신 하룻밤을 보낼 것을 강요한다. 진정한 NTR...
3.2. 기타
성불구자가 된다는 부분이 워낙 강렬해서 구무협 시절에는 오마쥬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묵향에서 내시 전용 무공으로 오마쥬한 다음부턴 조금씩 써먹는 작품들이 늘어났다. 다만 고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없다보니 황권을 농단하는 환관 클리셰와 합쳐져 주로 악랄한 적이 사용하는 무공으로 등장한다.전술했듯 내시 전용 무공이라는 클리셰는 묵향 1부 2권에서 써먹으며 시작되었다. 모반에 연루되어 사형을 언도받은 황궁의 고수가 겨우 목숨을 건져 태감이 된 뒤 그 죄를 씻고자 50여 년 간 황궁 내에서 무공을 연구하여 만든 무공으로 등장한다.
전편에는 환관들이 속성으로 내공을 익히는 토납법이 기록되어 있고 후편에는 검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전해내려가며 후인들이 더욱 발전시켜 황궁 3대 무공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무공이 되었다. 하지만 내공 수련 과정에서 급격히 차오르는 음기 때문에 일반 남자와 여자는 익힐 수 없다. 본디 환관들은 근력이 떨어져 절정무공을 익히기가 어려워 뛰어난 실력자가 없었는데 이 무공 탄생 이후 시위내관들로 구성된 친황대는 극히 작은 규모에도 1만명 규모의 찬황 흑풍단이 바싹 경계할 정도로 강력한 무력 집단이 된다.
무공 자체도 작품 속 다른 최상위 무공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거니와 시위내관들은 바쁜 공무에 쫒기는 다른 황궁고수들과 달리 황제를 숙위하는 시간만 빼면 온전히 무공 연마에 쏟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 화경 고수를 연달아 배출했다.
신체가 여성으로 변하는 TS가 가능한 신공으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천하제일상 거상에서 남자에서 여자로든, 여자에서 남자로든 쌍방향 성전환이 가능한 캐시템으로 나온다.
일부 한국의 무협지에 등장하는 규화보전은 규화보전의 단점들을 개량해 고자가 되지 않고도 완전한 규화보전의 위력을 펼칠 수 있는 대신 무공의 성취도가 극성을 이루기 전에 동정을 잃어버리면 주화입마가 일어나 십중팔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산다 해도 반신불수에 다시는 무공을 익힐 수 없는 폐인이 되는 극악의 동자마공(...)으로 나온다. 위력은 원조 규화보전처럼 절세무공 중에서도 상위로 설정하지만 극성을 이루는 것이 웬만한 절세무공을 극성으로 익히는 것보다 배는 더 어렵다는 옵션이 덤으로 붙는다(...).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자각몽: 또 다른 현실의 문 이라는 책에서 한 마법사가 다른 차원에 갇혔다가 탈출하기 위해 여성으로 성을 바꾼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거기에 소비한 시간이 수천 년(...)이라고 추정되고, 마법사가 되기 위한 과정 또한 10년 이상이 걸리는 대장정이라...
정열맨의 최무홍이 절세고수가 되기 위해 약점을 없앤다며 거세를 했다는 설정도 여기서 따왔을 가능성이 있다.
4. 우스개
고자되기가 오역에 의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규화보전의 진실 만화가 정연식의 작품 '또디' 에서도 등장한다.과거 먼 옛날 무술의 총 본산은
중국이 아닌
한국이었다.
중국의 한 무술인이 한국의 막강한 무술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한글을 중국어로 번역한 책을 보면서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술을 연마하던 중 한 단어에 그는 갈등을 하게 되었다.
"거세정진(去勢精進)..."
과연 거세까지 해 가면서 무술을 연마해야 한단 말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결심했다.
그래 동방불패가 되어 보자.
그리고 그는 거세를 실행한 뒤 무술을 연마했다.
그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거세를 했건만 무공은 강해지지 않았다.
그는 실의에 빠졌고 결국 한국으로 건너가 원서를 보기로 맘 먹었다.
한국으로 건너와 원서를 본 그는 그만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았다. 원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좆빠지게 정진하라"
중국의 한 무술인이 한국의 막강한 무술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한글을 중국어로 번역한 책을 보면서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술을 연마하던 중 한 단어에 그는 갈등을 하게 되었다.
"거세정진(去勢精進)..."
과연 거세까지 해 가면서 무술을 연마해야 한단 말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결심했다.
그래 동방불패가 되어 보자.
그리고 그는 거세를 실행한 뒤 무술을 연마했다.
그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거세를 했건만 무공은 강해지지 않았다.
그는 실의에 빠졌고 결국 한국으로 건너가 원서를 보기로 맘 먹었다.
한국으로 건너와 원서를 본 그는 그만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았다. 원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좆빠지게 정진하라"
기천검의 소설 하이로드에서도 이 부분을 차용한 장면이 나온다.
사실 이 개그에서의 압권은 서술자(?)의 사족으로 따라붙는 야... 너거들 이래도 한자병기 할래...[25]
역시 우스개 소리지만,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이 있다. 정상적인 남성에게 여성호르몬을 가해도 강력한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지만, 정상적인 여성에게 여성 호르몬을 가해도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이므로, 결국 남자가 남성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고환을 떼어내는 것 외에는 익힐 방법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선천적 여성호르몬 무감증인 가성반음양이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인해 고환기능이 망가진 보디빌더라면 규화보전을 익혀도 괜찮지 않을까?
[1]
실제 시기상으로도 송대에 창안된 것이므로, 천하의 도교서적과 무공을 모아서 구음진경을 저술한 황상 옆에서 작업을 도와주던 환관이 연구 + 창안한 무술이 규화보전 아닌가 하는 썰이 있다. 즉 구음진경의 환관(내시) 버전. 실제 설정도 유사한데, 창안 시기와 과정은 구음진경과 유사하고, 구양진경을 부분부분 소림사 무당파 아미파가 나눠가진 것처럼, 화산파가 기종과 검종으로 찢어져 각각 발전하게 되거나 이후 일월신교나 복위표국의 벽사검법 등으로 여러 버전으로 나눠지고, 이후 서로 규화보전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는데, 화산논검 이전에 구음진경 차지하려는 초기의 아귀다툼을 생각하면 유사하다.
[2]
소오강호는 명나라의 어떤 시기를 주무대로 하며 묘사되는 문화 양식을 고려하면 명 중후기로 추정된다. 이를 따져보면 이로부터 300년 전이니 북송 & 남송 시대로 추정된다.
[3]
하지만 생각 외로 환관이 무술에 뛰어난 경우도 있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군주를 가장 근처에서 지키는 자들이기 때문. 또한
환관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그들은 대단한 권세를 누렸으며 아예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도 있었다. 결코 일개 환관이라고 무시할 부분이 아니다. 물론 구음진경을 저술한 조정 관리인 황상을 도와주던 환관이라는 썰대로면 불가능하지 않다.
[4]
스님이라서 성관계를 못해 익혀도 무방할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명백히 무림의 정파로 불리는 소림사의 무승이 자기 신체를 훼손하며 익히는 기운까지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무공을 좋게 봤을 리가 없다. 홍엽선사는 오히려 규화보전을 익히려다가 사람만 망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태운 것이다. 제자인 임원도(도원선사) 역시 거의 같은 결론에 도달해 집안 사람조차도 익히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5]
어쩌면 둘 다 맞았을지도 모른다. 당대 기재라는 홍엽선사마저도 '이는 기괴하기 이를 데 없어 앞을 익히면 뒤가 막히고, 하나를 알게 되면 셋이 틀리게 되니 이 무공을 익히려 하다가 상하는 이가 많을 테니 태워 없애버림이 더 이로울 것이다.' 라면서 불태운 물건이다. 무공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가진 홍엽선사가 확인한 원본의 내용이 이 정도이니 일반적인 무림인은 해석할 수 있는 비급이 아니다. 뒤의 악숙과 채자봉이 옮겨온 내용은 아마 가장 기초적인 거세정진의 내공 수련과 초식일 것이다. 물론, 악숙과 채자봉은 거세하는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거세를 하는 것을 거부해서 그런지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다.
[6]
의천도룡기 직전 시절 장군보가 스승 없이 자동인형을 보고 소림 나한권을 익혔다고 대판 사단이 난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물론 장군보는 스승 없이 소림 무공을 훔쳐배운 소림사 최대의 흑역사와 관련된 금기를 범한 것이고, 악숙과 채자봉은 홍엽선사가 우연히 얻어온 소림과 관계없는 비급을 엿본 것이기 때문에 소림사가 직접적으로 제재를 내릴 근거가 없긴 하다.
[7]
근데 정작 원본은 정상적인 인간이 연공하기 이전에 이해가 불가능한 물건이다. 홍엽선사도 골머리를 썩다가 태워버렸을 정도니... 물론 고자가 되면 익힐 수는 있었겠지만 이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고, 설령 알았더라도 몸의 일부를 훼손해야만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정파의 상징인 소림사 입장에서는 괴이한 사공으로 여겨졌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거기다 원본 규화보전은 아예 이해조차 불가능한 무공인데 비해 적어도 다운그레이드된 규화보전은 최소한 익힌 사람이 있다는 점과 딱히 원본을 다 보지 못했어도 익히는데 무리가 없었고 부작용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치 신을 인간 수준으로 끌어내린 것처럼 규화보전 자체도 어느 정도 빈 곳이 생긴 게 오히려 인간이 배워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8]
이 시점에서는 아직 규화보전과 벽사검법 간의 관계는 몇몇 외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9]
임원도는 고자가 되어야 벽사검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을 후손들에게 숨겼기 때문에 북위표국에서 벽사검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벽사검법은 정파들 사이를 떠돌았고 규화보전은 사파 쪽에 속했는데, 웃기는 건 정작 정파 쪽이 벽사검법을 얻기 위해 벌인 소동으로 인한 피해가 사파 쪽보다 훨씬 심하다.
[10]
사실 규화보전을 익히는 첫 관문인 고자 되기 자체가 이 시대에는 사람 잡는 일이었다. 사실 무협지상으로 무술에 뜻을 두는 연령이 근골이 완성되어 가는 십대 중후반인데, 이미 2차 성징을 겪는 때라 이때 거세를 할 경우는 위험해진다. 게다가 무마취에 지혈수단이 변변치 않았던 시대의 거세다. 아라비아의 거세 수술의 경우 10명이 하면 반이 죽어나갔다고 하며, 중국의 그것은 수술 성공률이 9할에 달했다지만 그래도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다. 주화입마 걱정하기 전에 과다 출혈이나 패혈증을 걱정해야 할 거 같다. 거기다 무공 자체도 완전판도 아니고 일부가 빠진 버전이니 어디선가 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11]
원본의 1차 카피본인 일월신교의 규화보전을 익힌 동방불패가 무림인들이
그 명호조차 부르기 겁내하는 천하제일의 고수였고, 이 1차 카피본을 귀로 들은 뒤 자체적으로 해석하여 만들어낸 2차 카피본 벽사검법을 익힌 임원도조차 무림에서 엄청난 위세를 떨쳤다. 애당초 벽사검법과 동방불패의 무공의 원류가 된 비침무공은 규화보전에 수록된 무공의 일부에 불과하다. 원본의 위력은 뭐 말할 것도 없을 거 같다.
[12]
양련정은 그 외모에도 걸맞게 제법 깡다구가 있는 인물이긴 했지만 어리석고 무능한 소인배였다는 게 문제였다. 무공만 해도 동방불패가 훨씬 강했고.
[13]
물론 악불군과 임평지도 수염이 없어진다거나 목소리가 가늘어진다거나 하는 등 약간의 여성화는 이루어진다. 이는 고환이 없어지면 남성호르몬의 생산이 격감하기 때문이며, 당연히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동방불패는 심성 자체가 바뀐다. 남자를 원하고 여성을 멀리하거나 스스로 여성의 옷을 입고 남성인 양련정의 아내로 살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케이스.
[14]
하지만 겨우 바늘로 장검 여럿을 상대한 것을 보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을 듯. 작고 가벼운 것으로 크고 무거운 것을 막으려면 김용 월드 내에서는 상대를 압도하는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 양과가 목검으로 파도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본연의 내공 덕이다. 하지만 흡성대법으로 흡수한 공력은 원래 몸의 공력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흡성대법을 사용하면 할수록 몸을 해치게 된다. 애시당초 임아행이 갇히게 된 것도 이 부작용을 치료하려다 동방불패의 뒤치기에 당한 것이다.
[15]
원본은 누가 익혔는지 알려져 있지 않고 작중의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익힌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술한 대로 창시자인 황궁의 어떤 환관 고수 외에는 불명이고 그 환관 고수의 정체 또한 불명인데 아마 창시자 본인만 익혔거나 창시자에게 환관 제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익혔을 가능성 정도가 추측될 뿐. 그나마 이것도 근거는 없다.
[16]
소설 시점상으로는 가장 오래 익혔기에 최고 수위. 자타공인 무림 최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다. 임아행이 규화보전은 사람을 망치는 무공인 걸 알고 고의로 건네주었다.
[17]
임평지의 옛집에서 벽사검보를 훔쳐가는 걸 되찾아오고 쓰러진 영호충의 품에서 훔쳐다 몰래몰래 익히다가 중성화로 수염이 빠져 부인인
영중칙에게 들켜 커밍아웃.내가 고자야! 사람을 망치는 물건이라고 부인의 권유로 벽사검보를 화산 절벽에 던져버린다. 수련 기간이 짧아 동방불패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한 수 위의 고수인 좌냉선을 어렵지 않게 제압했다.
[18]
악불군이 벽사검보를 훔쳐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매일 절벽에 숨어 대화를 엿듣다가 절벽에 던져진 벽사검보를 간발의 차이로 건져서 익히게 된다.
여창해와 목고봉을 죽여 원수를 갚았으나 목고봉의 독물에 의해 눈이 멀어버리고 벽사검보를 배운 게 알려져서 악불군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벽사검법을 알려주는 조건으로 좌냉선과 한패가 된다.
[19]
임평지가 말하길 악불군과 겨룰 때 모든 초식들이 악불군에게 고의로 져주는 모양새였다고 한다. 검술에 조예가 깊어 위기 때마다 초수를 변화해서 넘기긴 했으나 결국 악불군에게 눈이 멀어버렸다. 후에 임평지에게 벽사검법을 다시 배웠을 수 있으나 거세를 해야한다는 리스크와 임평지의 음흉한 성격을 감안하면 익히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20]
충실히 스파이 노릇을 했고 임무에 성공을 했지만 가짜 벽사검보를 익히다 스스로 무공을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
[21]
이름에 각각 규자와 화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규화보전이라고 칭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추측이라고 한다.
[22]
수정판의 악숙과 채자봉에 해당되는 인물.
[23]
라고는 하지만 그냥 겉모습은 중년남이지만 거세를 한 영향으로 어느 정도 여성화가 된 정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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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완벽한 여성이 되는 건 불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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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그에 다큐로 답하자면, '좆빠지게' 부분을 '거세'라고 적은 것은 한국어를 중역한 것이지 한자병기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한자병기는 한자어를 표기할 때 한글과 한자를 함께 나란히 적는 것이지 우리말을 한자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 우스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좆빠지게 정진하라"를 한자병기하면 "좆빠지게 정진(精進)하라"가 될 뿐이다. 오히려 의미를 명확히 하고 오독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한자병기의 큰 목적이다. 가령 한글로 '거세'라고만 적으면 흔히 고자되기를 의미하는 거세(去勢)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다른 한자로는 온 세상 또는 세상 사람 전체를 의미하는 거세(擧世)라는 단어도 있고 그 밖에도 다른 한자로 된
동음이의어들이 있기 때문에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한자를 병기하여 '거세(擧世)'라고 적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