裝 幀 [1]
1. 개요
책의 여러 표장(表裝) 중 어느 하나를 정하여 제책하는 것. 동양 고유의 동장(東裝)과 서양에서 도입된 양장(洋裝)을 총칭한다. 그 중 동장은 본래 중국에서 고안된 것으로 책장을 풀로 이어 붙여 두루말거나, 접어 개거나, 각 장의 뒷면 한쪽을 서로 붙이거나 또는 접어 중첩한 일단(一端)을 편철한 다음 그 겉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정한 형태로 꾸미는 것을 일컫는다.[2] 쉽게 말하면 책 디자인이자 제본 방식.아래 보면 알 수 있지만 현대 책과 유사한 코덱스(codex) 형식의 책은 호접장부터로, 대략 1000년대 즈음으로 생각보다 뒷시기이다. 종이는 동아시아에서 더 먼저 이용했지만 코덱스 형식의 출현은 서양권에서는 종이의 전래 이전인 300년도에 보편화되기 시작하여 # 더 빠르다. 때문에 명백히 호접장~선장본 이전의 시대의 책을 썼을 삼국시대 즈음에 오늘날의 책과 같은 물건이 나온다면 반영 오류가 된다.
2. 동양의 장정
2.1. 권자장
간책은 죽간이라고도 한다. 대나무 조각 여러 개를 끈으로 엮어 두루마리 형태로 말아 두었는데, 부피가 크고 무거워 이용하고 보관하기가 불편하였다. 중국의 고전인 '육경'을 비롯해서 당시 귀중한 문헌들을 모두 죽간에 적었다. 간책에는 지금의 종이책에서 볼 수 있는 표제지와 면차의 형식이 갖추어져 책이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간책은 중국 은나라 때 처음 등장하여 종이책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이전까지 대략 2천 년 동안 주 기록매체가 되었다.
죽간이 사용되던 후기에 비단과 종이가 새로운 기록매체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종이책 시대에 들어가서도 기원전 5세기에 시작된 두루말이 방식 장정은 송나라 초기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렇게 두루마리로 만든 책을 권자장(卷子藏)이라고 부른다. 글자를 적는 재료가 죽간에서 종이로 바뀌자, 형식도 조금 달라지긴 하였으나 근본적으로 변화하잔 않았다. 그러나 권자장은 도서 재료의 변화로 비단과 종이가 사용된 이후의 도서 형태로 한정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비단과 종이로 만든 권자장은 기록매체의 맨 끝에 가늘고 둥근 축을 붙여 그 축에 두루 말았고, 보관할 때는 나중에 찾아보기 쉽도록 축의 아래쪽 끝에 서명과 권차를 적은 꼬리표를 매달았다. 이러한 장정 형식을 중국에서는 북송 초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중기까지 보편적으로 사용하였다.
2.2. 선풍엽
권자장은 병풍 형태인데, 독서하려면 쪽은 풀고 한쪽은 감으면서 읽어야 하거니와, 본문의 중간이나 끝의 몇 행만 참고하고자 하더라도 책을 모두 풀었다 감았다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안한 형식이 선풍엽(旋風葉)이다.
여기서 선풍(旋風)이란 빠르다는 뜻으로, 선풍엽이 권자장에 비해 신속하고 편리하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음을 말한다. 선풍장은 독서할 때 권자를 펴고 안에 붙은 엽자를 한 장씩 넘겨가면서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책을 만들 때 양면에 필사할 수 있었다. 이는 비록 권자본의 모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권자본보다 현저하게 발전된 장정 형식이다. 현존하는 실물로는 중국의 고궁박물원에 소장된 간류보결절운(刊謬補缺切韻)이 있다.
2.3. 절첩장
절첩장(折帖裝)은 크기가 일정한 종이를 연이어 붙여 적당한 크기로 접은 다음, 앞뒷면에 두터운 장지를 붙여 만든 장정 형태를 말한다. 이는 권자장의 단점을 보안한 것으로 책을 간편하게 한 장씩 넘겨가며 볼 수 있고, 또한 어느 부분을 참고하고자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다 읽고 덮으면 바로 원상태가 되어 권자본이나 선풍엽보다 관리하기 편리해졌다. 그러나 여러 번 계속 펼치면 접힌 부분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2.4. 호접장
호접장(蝴蝶裝)은 인쇄 또는 필사한 낱장을 본문이 마주 보도록 가운데를 접어 판심 부분의 뒷면에 풀을 발라 하나의 표지를 반으로 꺾어 접은 안쪽에 붙여 만든 장정 형식을 말한다. 본래 호접장은 절첩장의 단점인 접힌 부분의 결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호접(蝴蝶)은 나비란 뜻이다. 낱장을 반으로 접어 판심의 뒤쪽에 풀을 칠하여 표지에 붙이므로, 책장을 펼치면 보이는 필사 또는 인쇄면의 모양이 마치 나비 같다고 하여 '호접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중국 오대 말부터 북송 초기에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기림사에 발견된 고려본 '능엄경'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2.5. 포배장
포배장(包背裝)은 호접장과 반대로 먼저 인쇄 또는 필사한 면의 글자가 밖으로 나오도록 판심의 중앙을 접어 가지런히 한 책의 분량으로 모아 두터운 장지로 책등을 둘러싸 제책한 형태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필사 또는 인쇄면의 끝부분 양끝에 송곳으로 각가 두 개씩 구멍을 뚫어 종이를 꼬아 만든 끈을 끼워 넣고 양쪽 끝을 여유분을 남기고 끊은 뒤, 그 끝에 풀칠하여 나무 방망이로 밀착시킨다. 그리고 몸통 꿰맨 다음 접힌 부분을 제외한 세면을 재단한 다음, 한자의 두터운 표지를 풀로 붙여 덮어 싼다. 이러한 도서형태는 중국의 원나라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간행된 불경에서 주로 나타난다.2.6. 선장
선장(線裝)은 포배장이 표지가 쉽게 떨어져 버리는 취약점을 보완하여 풀로 붙이는 대신에 실로 표지를 꿰매어 묶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포배장에는 여러 차례 이용하는 사이에 자연히 표지가 떨어져 나가는 큰 폐단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고자 고안한 방법이 선장이다.선장은 문자 면의 글자가 바깥쪽으로 나오도록 판심부의 중앙을 접어 한권 분량으로 가지런히 모아서 재단하고, 서배 부분의 양끝에 종이끈으로 심지를 박은 다음 양끝을 잘라 내고, 나무망치로 그 부분을 두드려 평평하게 하고, 앞뒤로 표지를 놓고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실로 꿰매는 방식이다. 실로 엮었다고 ' 선'(線) 자를 쓴 것이며 묶었다고 해서 철장(綴裝)이라고도 한다. 선장으로 만든 책을 선장본이라 한다.
명나라 시기에 와서야 보편화된 이 방법은 동양 제책 방법 중 가장 현대 서적과 유사한 형태를 띄며 오늘날 전래되는 동양 전통 고서는 대체로 선장본이다. 그래서 한국 고서의 문화재청 해제에서도 "이 책은 오침안선장본이며..." 식의 설명이 많이 보인다. 아래 소개할 오침안정법으로 된 선장본이라는 뜻이다.
책을 엮어낼 때 구멍을 몇 개 뚫느냐에 따라 N침( 針) 식으로 부른다. 4개 뚫으면 사침, 5개 뚫으면 오침 식이다. 너무 헐겁게 하면 고정 효과가 떨어지므로 대체로 침 수가 많을수록 책 크기가 크다. 조선의 책은 주로 5개의 구멍을 뚫은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으로 되어있었다.[3] 중국, 일본의 책은 조선보다 좀 더 작으며 사침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