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에르기 클로디아의 작중 행적을 정리한 문서.2. 본편
2.1. 등장 후 나비에의 이혼까지(24화 ~ 83화)
하인리의 편지를 받고 동대제국에 와 라스타에게 접근하려한다. 우선 라스타와 붙어다녀서 그녀와 친해진 후, 자신이 라스타와 어울리는 걸 본 한 귀족이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란 건 알고 같이 다니냐'고 조롱하자[1] 그 귀족에게 주먹을 날려 라스타의 환심을 산다.사건 이후 라스타가 자신을 초대해 케이크를 대접하고 감사를 표하자 무례한 사람들에게 대응해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안 좋은 이야기가 퍼져나갔고 그 일 때문에 내내 곤혹스러웠지만, 물론 그 소문은 거짓이라는 말에 항상 이런 일이 생기는거냐고 묻는다. 라스타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라스타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며, 부끄러워 해야 할 건 라스타에게 무례하게 대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라스타의 반응에 이런 일이 자주 있다는 걸 눈치채고 한쪽 팔을 의자 손잡이에 기대며 '(본인을)눈 앞에 두고 노예 노예라 한다', '설령 진짜 노예 출신이면 뭐 어떻단거냐', '그 주둥이를 몇 대 더 뭉개놨어야 했다'라는 등 욕을 퍼붓는다. 이에 라스타가 당황해하자, 원래 친구를 만나러 온 건데 라스타를 먼저 만나서 다행이라며,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라스타는 무뢰배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친구는 지금쯤 내가 안 온다고 난리가 났겠다'고 덧붙이지만, 이내 어색하게 눈가를 문지르며 '성질이 더럽다'고 은근슬쩍 하인리를 뒷담한다. 앞으로 그럴 일이 없겠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또 벌어질 수 있고 무뢰배들이 갑자기 싹 사라질 리는 없을거라고 지적한다.
이윽고 라스타에게 헛소문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좋을거라는 대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해결하려고 해도 방도가 없다며, 소문을 이상하게 낸 게 로테슈 자작인데 본인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고 시무룩해하고, 떠넘기라는 해결책을 냄과 동시에 그게 해명보다 빠르다고 말하자마자 케이크를 한 입에 먹는다. 이 말에 솔깃해하는 라스타에게 "물고 뜯고 씹히는 '사교계의 뼈다귀'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라"는 조언을 한다.[2]
이후로도 종종 라스타를 만나서 친분을 쌓으며, 자신과 친해진 라스타에게 블루 보헤안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준다.
나비에의 생일을 기념해서 소비에슈가 나비에와 둘이서만 별궁에 간 후 이에 대해 불안해하는 라스타에게 먼저 찾아와 기분을 묻는다. 괜찮다는 말에 소비에슈 황제가 아파서였음을 눈치챈다. 이에 라스타는 머뭇거리다가 나비에가 좀 가여운 마음이 든다며, 아픈 건 폐하인데 황후는 그를 간호하려고 별궁에 남아있는 것이니 올라와도 된다고 투덜대며, 그렇게 간호한다 한들 폐하는 나만 생각할것인데,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칭얼거린다. 이에 대해 너무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라고 웃으면서 받아치지만, 라스타는 진심이라고 대답한다. 남녀 문제라면 자신도 빠삭하다며 나름 귀여웠다고 말하고는,라스타가 나비에가 다시 소비에슈와 가까워질까봐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채 자신이 나비에 황후를 유혹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면 소비에슈 황제와 가까워질 일이 없으니 그렇게 되면 라스타의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라스타는 좋아하면서도, 안 된다고 말하자, '나 자신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지만, 라스타에게서 " 황후는 평생 좋은 것만 보고 살아와서 오히려 아주 평범한 남자에게 끌릴텐데 공작님은 너무 잘난 사람이다. 황후에게 애인을 붙여준다면 좀 더 평범한 남자가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듣는다.
한편 나비에와는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티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초대받은 것은 자신 뿐인데 멋대로 라스타를 대동하고 나타나 눈칫밥을 먹지만 태연한 태도로 일관한다.
티파티에 참석한 귀족들 사이에서 리벤 남작과 리벤 남작부인의 불화가 언급된 후 알레이시아가 언급되면서, 알레이시아에 대해 묻는 라스타에게 그녀에 대해 알려준다.[3] 직후 라스타가 순진한 척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정부들을 언급하여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화를 사자 그녀는 가식적인 예법을 모른다고 라스타를 두둔한다. 하지만 곧바로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 가식적인 예법을 모르는 이가 더욱 무례하니, 파트너로 데려오려면 최소한 예법은 가르치고 왔어야했다는 일갈을 듣는다.
기분이 상해버린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티파티를 끝내버린 후 다음날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은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험담해댄다.[4] 대화에 참여하는 대신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중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이 가고 나자, 라스타는 다가와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어땠냐고 질문하자, 웃으면서 잘했다고 칭찬한다. 라스타는 이렇게 하면 되는거냐고 묻고, 시작이 좋다고 대답해준다. 라스타는 이 정도로 사람들이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서 돌아서겠냐고 질문하고, 당장 이 정도로는 그렇진 않을 것이라며, "투아니아 공작부인에 대한 불만이 있는지 없는지를 한 번 확인하고 휘저어준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냐며 순진하게 묻는 라스타에게 이제는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한다. 라스타는 "난 이런 건 잘 모른다"고 말해 애교를 부리면서 순진한 척 하고, 라스타에게 가까귓가에 대고 "귀엽기는 한데, 난 이런데 잘 안 속는다니까?"라고 속삭인다. 이 말에 라스타는 삐져서 밉다는 듯 자신을 흘겨보고, 웃음을 터트리면서 허리를 펴며, 흉본 게 아니니 너무 기분 상하지 말라고 대꾸한다. 응접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려던 순간 라스타는 어디 가는거냐고 물으며 덩달아 일어서자, 잠깐 밖에 나간다며 얼버무리고는 나간다.
그 길로 나비에를 찾아가지만 3시간이나 기다리게 된다. 겨우 만나게 된 나비에에게 자신이 하인리의 친구인 건 들었냐고 묻는다. 하인리로부터 나비에에 대해 들었다며, 혹시 하인리가 자신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한 거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고개를 저어 아니라는 표시를 표하자 한숨을 쉬며 '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항상 내가 저주인형이니, 괴담이니 하는 험담을 한다'며 하인리를 험담하고는 전혀 거짓말이니 들을 필요 없다고 알려준다. 왜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대답에, 나비에는 하인리와는 어울리는 부류가 아닌 것 같다며 ' 하인리나 자신은 같은 가벼운 부류라고 알려주면서도 '하인리는 양심없이 반대되는 사람을 원하고, 나는 가벼운 사람끼리 가볍게 어울리는 주제 아는 놈이다'라며 자신은 하인리와는 다르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나비에가 하인리와 친구가 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거냐고 불쾌해하자, " 하인리는 이중적인 인간이라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고, 웃으면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놈이니 녀석의 사탕발림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나비에는 이 말에 의아해해 자신은 하인리와 절친한 친구였다고 지적하고, 애초에 자신을 부른 건 하인리였다며 하인리가 그건 알려준거냐고 반문한다. 나비에가 고개를 젓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인리의 계획을 알려주려던 찰나, 소비에슈가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바람에 돌아간다.
이후 윌월에 다녀온 나비에와 시녀들의 대화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티파티를 열었다고 언급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투아니아 공작부인, 나비에의 시녀들, 라스타, 릴테앙 대공이 티파티에 참석했으며,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발코니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먼저 나왔고 어떤 사람이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왜 (다들) 그렇게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 빠지는지 알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후 소란이 일어났을 땐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에르기 공작의 뺨을 때렸고 이를 본 에르기의 전 애인이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머리채를 잡는 바람에 싸움으로 번지면서 에르기의 전 애인은 수도에서 추방 명령을 받아 나갔다고 한다.
로테슈 자작의 지속된 협박에 불안해 한 라스타가 나비에를 찾아가 정부에게 주어지는 품위 유지비 중 일부를 따로 주고 이를 장부에 적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가 까이자 자신을 찾아와 '황후는 너무 냉랭하다'며 불평하자 혹시 싸웠냐고 묻는다. 이에 라스타가 '내 처지에 싸울 수나 있겠냐'고 말하자 나비에는 먼저 나서서 시비를 걸 성품은 아니라고 중얼거린다. 이에 라스타가 나비에와 잘 아는거냐는 질문하자 '내가 사람들 성격은 대충 잘 구분하는 편이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보기에 나비에는 시비를 걸지 않는 착한 성품인거냐는 질문에 착한 성품이라기보다는 철저하게 황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기에 착해서 시비를 걸지 않기보다는 철저히 남과 선을 긋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도 티파티 때 본 나비에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비에가 선대 황후에게 각종 교육을 배웠음을 상기한다. 이에 라스타는 그걸 잠깐 보고 아는거냐고 놀라하고, 티파티 때 계속 관찰해서 안 것이라는 대답과 동시에 정말 (라스타에게)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재차 똑같은 질문을 받은 라스타가 잠시 망설이자 반응을 캐치하고 안 말하고 싶으면 안 말해도 된다고 말한다. 머뭇거리던 라스타가 '정부가 받는 품위유지비 중 일부를 장부에 안 적고 줄 수 있는지 청했다가 까였다'고 털어놓자 웃음을 터트린다. 돈이 필요했다는 말에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황제에게 말하라며, 그는 뭐든지 해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하며 소비에슈는 품위 유지비가 나와도 랑트 남작에게 관리를 시킨다고 말했는데, 그러면 본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속상하다고 칭얼거린다. 라스타가 한 말의 뜻을 눈치채고 라스타가 뭔가 말하지 않고 있음을 간파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내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예상치 못한 제안에 라스타는 당황해하고, '나 돈 많다'고 건달같은 태도를 보인다. 잠시 주저하던 라스타에게 차용증도 쓸 것이고 정확히 금액도 적을 거라고 말하지만 라스타는 '돈을 지금 빌리더라도 나중에 갚을 때 랑트 남작에게 말해야하는데 그럼 결국 똑같고, 오히려 굳이 돈을 빌려서 쓴 걸 알면 더 수상하게 여길 것'이라고 칭얼거리자 '평생 랑트 남작에게 맡기진 않을 테고, 몇 년 지나면 직접 관리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어 '차용증에 적어두고, 5년은 돈을 돌려달란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국 라스타는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자, 그에 조건을 건다. 이에 대해 라스타가 이자를 붙일거라는 뜻으로 해석하자, 웃음을 터트리며 친구 사이에 무슨 이자를 붙이냐며, 시세에 맞춰서만 주면 된다고 대답한다. 조건을 묻는 라스타에게 왜 큰 돈이 필요한지 알려줄 수 있냐고 질문한다. 이 말에 라스타가 당황해하자, 사기당할 것 같으면 말리려할거라며, "황제에게 알리지 않고 돈을 쓰려하는 것은 좋은 이유가 아닌 것 같다. 이상한데 투자한다거나 사기 같은 것이면 말릴거다."라고 대답한다. 잠시 자신을 바라보던 라스타로부터 사정을 듣는다.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라스타의 부탁으로 림웰 영지에 내려가 사실을 확인한 뒤 황궁에 돌아온다. 그 사이에 숱한 루머에 휩싸인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남편 투아니아 공작에게 이혼을 통보당하는 사건이 터지고, 이를 조사하다가 라스타가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음해한 진범임을 안 랑드레 자작이 라스타를 찾아가 추궁하다가 라스타를 칼로 찌르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마침 라스타가 랑드레 자작의 칼에 찔렸을 때에 에르기 공작이 황궁에 돌아왔기에, 피 냄새를 맡고 라스타의 방에 들어가 라스타를 구조한다. 그녀를 진정시키고 재운 뒤 소비에슈에게서 라스타를 구해준 것에 감사를 듣는다. 라스타만을 살펴보는 소비에슈를 보면서 자기 애인이 밤중에 다른 남자의 방에 찾아갔는데도 이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몇 시간 후 라스타가 깨어나자 그녀를 찾아간다. 자신에게 먼저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는 라스타에게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이가 라스타의 아이가 틀림 없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신전에 친자검사를 의뢰해봤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라스타가 그러면 검사부터 하라고 중얼거리자 누가 봐도 라스타의 아기이고, 아기가 라스타와 똑같이 생겼다고 대답하며 아이가 라스타의 아기가 맞음을 확인사살한다. 아연실색해하는 라스타를 보고서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필요한 돈은 내가 빌려줄 수 있다'고 달래준다.
라스타는 자신에게서 돈을 빌리기로 결심해 상한이 얼마까지냐고 묻는다. 얼마든지 빌려주겠다고 대답하지만, 라스타는 천 크랑도 가능하냐고 묻는다. 만 크랑을 빌려주겠다고 대답하고서 주머니에서 차용증을 꺼내 본인의 이름과 사인을 한 뒤 만 크랑을 빌려준다. 라스타가 자신이 내민 차용증에 서명한 후 돈을 챙기자 ( 자작에게)계속 휩쓸려 다니면 피곤하니까, 적당히 떼어놓을 방법도 생각해보라고 대답한다. 라스타는 좋은 방법이 있냐고 물어보지만, 이 경우는 자신도 잘 알 수 없다고 대답한다. 우울해하던 라스타를 보고 건성으로 힘내라고 말하고 나가려다가 '아기의 성별은 안 궁금한거냐'고 물어본다.
며칠 후 라스타가 자신을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5] 돈을 빌려준다. 라스타가 꼭 갚겠다며 정말로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고서 방에서 나오자마자, 방에서 나와 라스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그녀를 배웅해준다.
문 뒤에서 숨어서 듣고 있던 하인리가 라스타가 가자마자 자신에게 다가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자 웃으면서 항상 여기저기 잘 숨어다닌다고 대답한다.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돌아가냐고 묻지만 다른 말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하인리에게 무슨 말이냐고 묻지만 하인리가 대답 대신 방을 가리키자 방 안에 들어온다. 이후 그에게서 목적을 듣는다.
며칠 후 열린 라스타의 임신 축하연회에 참가한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는 라스타를 부르고, 라스타는 그제야 표정 관리를 하고서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웃으면서, 언제 온거냐고 묻는다. 대답대신 라스타가 쳐다보던 방향을 쳐다보다가 누굴 보고 있던거냐고 묻는다. 라스타가 놀라서 자신의 소매를 잡자 알렌 쪽을 쳐다보는 대신 소매 위에 올라온 상처투성이인 라스타의 손을 본다. 라스타가 그냥 좀 생각 중이였다고 둘러대고서 손을 내리자, 다시 라스타가 쳐다보던 방향을 쳐다본다. 라스타에게 안 좋은 생각이였냐고 다시 묻고서, 라스타가 앉은 소파에 자연스럽게 한 팔을 걸친채 기댄다. 자신의 태도에 귀부인들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은채 아예 멋들어지게 자세를 잡는다. 자신의 허세 가득한 모습에 라스타는 약간 기분이 풀려 웃음을 터트리고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표정이 나빠보였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대답에 라스타는 아니라고 대답하고서, 옆에 놓인 나비에가 준 보검을 살짝 들어올린다. 자연스레 라스타의 옆 자리에 앉고서, 자신과 라스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아하며 선물로 받은 것이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라스타의 아기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에 보검을 봐도 되냐고 묻는다. 라스타가 흔쾌히 허락하자, 검집에서 검을 반쯤 꺼내 검집과 손잡이, 검날을 살펴본 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굉장히 훌륭한 보검이라고 대답한다.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 웃던 라스타는 자신의 표정이 어딘가 미묘해보인다는 걸 알아채고, 떨떠름해하며 검에 이상한 점이 있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보검을 주면서 뭐 별다른 말은 없었냐고 질문한다. 나비에가 라스타의 아기에게 해준 축복을 듣고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또렷해진다. 어딘가를 힐긋 쳐다보다가 무척 값비싸지만 장식용이라며, 검으로서의 실용성은 없고 전쟁은 커녕 전투에서는 쓸 수 없다고 알려주고서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 역시 측근들에게 둘러싸여있는채 자신을 보고 있자, 나비에 쪽을 보다가 라스타에게 나비에의 축복에 대해 설명한 직후 장식용 보검의 의미를[6] 알려준다. 나비에가 선물한 장식용 보검과, 보검에 담긴 그녀가 해준 축복의 뜻을 알게 된 라스타가 당황해하자, 이것도 축복이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나도 한때 놀고 먹는 백수를 꿈꿨었다'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라스타는 분노해 나비에가 자신을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서, 입술을 다물다가 눈물을 흘린다. 이를 보고 있던 소비에슈는 라스타에게 다가가 왜 그러냐며, 무슨 일이냐고 묻고서 '혹시 네가 (라스타를)울린거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차갑게 쳐다본다. 대답대신 우아하게 인사하고서 자리를 피한다.
그 뒤 왕이 된 하인리에게서 어떤 편지를 받고[7] 그를 '독한 놈'이라고 평한다.
알렌, 르베티 남매와 안에 관련해 자신에게 상담을 하러 찾아온[8] 라스타가 부르자, 편지를 접고서 웃으면서 대한다. 자신에게 다가온 라스타가 안 좋은 소식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무척 험한 말이였다는 말에 '친구가 미칠까봐 그렇다'고 말하고서 이런 건 모른 척 넘어가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대답에 라스타는 자신이 말한 '미친 친구'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입을 다물고서, '알렌은 날 비참하게 버린 남자이고, 알렌의 여동생인 르베티는 내가 알렌과 연애하는걸 싫어해서 늘 몰래 괴롭힌 못된 사람인데, 두 사람은 내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이다'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별거 아니란 듯 '로테슈 자작이 알렌이란 놈에게 라스타를 아는 척 하지 말라 했단 건 로테슈 자작도 지금 상태에 머물고 싶단 뜻이고, (자작이)자식들 입단속은 알아서 시킬거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대답에 라스타가 안심하자,[9] 그걸 상담하러 온 거냐고 말한다. 라스타가 혹시 누군가가 자신의 식사에 낙태약을 섞은 일은 알고 있냐고 묻자 그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고, 다행히 별 문제가 없단 것도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서, 반문한다. 라스타는 일이 있기 며칠 전에, 개인적으로 스스로 지키고 아기를 지킬거라고 다짐했는데, 그 결심을 하자마자 낙태약을 먹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고 하소연하며 두려움에 두 손으로 배를 감싸고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까봐 겁이 난다며 피할 방도가 없겠냐고 질문한다. 라스타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대신 소비에슈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라스타 본인이 직접 나서서 공격받기 전에 먼저 공격할 만한 사람들을 없애버리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거침없는 발언에 당황해 눈을 휘둥그레 뜨던 라스타는 자신의 조언에 수긍하지만, 이내 침울해해 '내 적은 나보다 신분도 높고, 권력도 높고, 재산도 많은데 가능할 것 같냐'는 질문을 해 나비에를 지목하고, 그 말을 알아듣는다. 자신의 대답에 라스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간 나비에에게 저지른 무례와 만행에 대해 " 난 정말로 황후와 친해지려고 했을 뿐이였다. 황후는 많은 이의 칭송을 받는 분이니 내게도 그 분의 사랑과 배려가 올 줄 알았다"라고 주장하고,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는거냐고 묻는다. 라스타는 편지 상대 사칭 사건, 무도회 드레스 사건, 임신 축하 파티에서 나비에가 장식용 보검을 선물로 준 일, 코샤르와의 대면 당시 스스로 넘어진 일에 대해 " 하인리 왕자 앞에서 날 거짓말쟁이로 만들었고, 내가 오해한 일을 모두 앞에서 말해서 날 우습게 만들었고, 드레스가 비슷하단 이유로 날 따라쟁이로 만들며 모욕했고, 사람들 앞에서 나쁜 의미의 보검을 선물하며 날 모욕하고, 황후의 오빠가 날 때릴 때도 가만히 보고 있었다"는 매우 어이없는 억지를 부리며, 전부 나비에 탓을 한다. 심지어 낙태약 사건에 대해서는 '자기가 불임이라고 해서 내 아기를 공격하다니, 내가 싫다고 해도 아기는 뭔 죄냐'고 일방적으로 나비에에게 책임을 돌리기까지 한다. 한 술 더 떠서 '지금은 황후가 싫고, 무섭다'며 대놓고 나비에 험담을 지껄이기까지 해 하소연을 마치자마자 겁먹은 얼굴로 나비에가 자신을 공격하더라도 방어할 방법도 없고, 그녀는 먼저 공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소연을 들어주다가 손으로 자신의 볼을 두드리면서 라스타를 바라보다가 한참만에 부드럽게 웃으면서 '황후의 공격을 막을 방법은 딱 하나다'라고 말한다. 이를 솔깃해한 라스타가 방법이 있냐고 묻자 " 아가씨가 황후가 되면 된다"고 대답해 황후 자리에 오르라고 종용한다.[10]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라스타는 매우 놀란다. 그런 라스타의 반응에 '황후는 의외로 자주 바뀐다'고 유혹한다. 자신의 말에 순간 혹해하던 라스타는 의외의 방법에 멍해하다가,[11] 노예였던 과거를 떠올리고, 직접 황후 자리에 오르라는 자신의 제안에 아연실색해 손을 내저으며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고 주저한다. 라스타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자 황후는 의외로 자주 바뀐다며 재차 황후 자리에 오르라고 꼬드긴다. 라스타가 쉽게 진정하지 못하고 손을 떨자 하인을 시켜 도수가 낮은 술을 가져오라 지시하고서 술을 건내고, 술을 마시게 한다.
술을 몇 잔 마시고서야 라스타는 손을 떨지 않은채 정말이냐고 물어 자신의 유혹에 넘어간 태도를 보이면서도 출신이 가능할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출신이야 바꾸면 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서 '알고 보니 라스타의 '친부모'는 귀족이였고, 라스타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잃어버린 모모 귀족가의 영애다'라고 말하고서 무릎 위에 팔을 올리고서 허리를 숙이며 '라스타의 부모는 잃어버린 아기를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라스타가 동대제국 황제의 정부가 되고, 그 아름다움으로 소문이 자자해지자 혹시나 싶어서 찾아왔다'고 속삭인다. 자신의 말을 들은 라스타가 동화 같다고 황홀해하자, '동화 같고,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다'라는 냉소적인 대답을 내놓자마자 눈을 반짝이면서 혹시 가족이 있냐고 물어본다. 아니라는 말에 잘 됐다는 듯 호쾌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상관없다며, 부모 노릇 해 줄 가난한 귀족은 얼마든지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동대제국 귀족으로 하면 티가 날지도 모르니, 자국인 블루 보헤안 귀족을 주선해주겠다며 신분 세탁을 제안한다.[12]
자신의 제안에 잠시 멍해있던 라스타가 기뻐하다가도 표정이 좋지 않게 변하자, 라스타의 앞에 손을 튕겨서 라스타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시선을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제서야 라스타가 미안하다고 대답하자, 자신의 말대로 할 생각은 있냐고 질문하고, 이에 라스타는 수긍한다. 쉽지는 않고 위험한 방법이지만, 라스타가 나비에에게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건 이 방법 뿐이라고 본다며 확답을 종용한다. 라스타가 재차 수긍하자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서, 웃으면서 대신 하나 약속해줘야 할게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황후가 되면 보답하겠다는 말에 누가 뭐라 해도 절대로 친자검사에 응하지 말 것과 그러면 양부모임이 들통난다고 당부하고, 라스타는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대답해 자신의 제안을 수긍한다.
자신의 제안을 완전히 받아들인 라스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출신을 바꾼 후에는 어떻게 해야하냐며, 단순히 출신을 귀족으로 탈바꿈한다고 해서 황후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답 대신 글을 못 읽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글을 익혔냐고 질문한다. 이제는 간단한 책은 읽을 수 있고, 쓰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에 계속 공부하며 여러 가지 수업도 들어야한다고 지적한다. 불만을 품은 라스타가 표정이 좋지 않아지자, 공부하는게 싫은거냐고 묻는다. 공부는 그다지 공격적인 방법 같지 않다고 불만을 표하자 나비에 황후는 평판도 명성도 매우 좋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나비에 황후의 평판이 좋은 건)잘 포장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스타의 억지 주장에 포장이든 사실이든 대놓고 공격했다간 오히려 역풍이 불기에, 우선 해야 할 일은 라스타에 대한 평가를 나비에만큼 올려서 싸울 수준이 되어야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조언에 숨어있는 뜻[13]을 눈치채고 불만을 품은 라스타는 인정하며 '귀족들은 나를 무시하고 편견이 확실한데, 내가 공부 좀 한다고 그 편견을 접을리 없다'고 지적한다. 귀족들 대신 평민들을 공락해서 평민들이 라스타에 대해 '라스타는 평민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라스타가 그제서야 알아듣자, 평의회 의원들의 절반은 평민이라는 것과, 사실상 평의회는 명예직에 가까워서 하는 일은 거의 없으나, 평민들 사이에서 평의회가 갖는 의미는 제법 있다고 알려줌과 동시에 평의회 의원들이 라스타를 지지하도록 만들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확실한 해결책에 라스타가 솔깃해하자, 나비에는 인망이 높지만 귀족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명문가 영애로 태어나 어린 시절 황태자와 약혼하고 사교계에 데뷔하기도 전에 황태자비가 됐다고 설명해준다. 이 말에 라스타는 나비에와의 차이에 억울해해 표정이 좋지 못하게 변하고, 라스타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아무리 나비에가 잘해준다고 한들 평민들은 그녀에게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으니 그 틈을 파고 들어서 평민들에게 '라스타는 '같은' 평민 출신이여서 평민들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각인시키게 만들라고 조언한다.
릴테앙 대공이 하인리의 대관식에 참석할 사절단의 대표로 결정된 후, 서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랑을 걸어가던 나비에와 마주친다. 나비에가 자신의 옷차림에 시선을 내리자 단추를 건성으로 잠그고서, 나비에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내며, 가끔 찾아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비에는 언젠가 좋은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대답하고,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냐고 반문한다. 나비에는 그럴리가 있겠냐고 응수하고서 가던 길을 가려하고, 일부로 눈치없는 척 따라오며 길이 겹치는 동안만 같이 걸어가도 되겠냐며 대화를 시도한다.
자신을 꺼림칙해하던 나비에는 결국 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해 동행을 허락한다. 매력적으로 웃으며 상냥한 말투로 자신이 사절단 대표가 될 줄 알았다고 말을 걸지만, 나비에는 바쁘다고 대꾸한다. (하인리가)많이 실망하겠다고 대답하고, 이에 나비에는 무슨 뜻인지 황당해하다 그 뜻을 알아채 자신을 쳐다본다. 라스타라며 정정해주며 나비에가 먼 곳에 가있는게 라스타에게는 좋을거라고 말한다. 나비에가 대답하지 않자 자신이 너무 직설적으로 대답했냐고 반문한다. 나비에는 라스타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이라고 응수하고, 유쾌하게 웃으며 수긍하고서 조용히 걷는다. 라스타를 어떻게 생각하는거냐고 질문했으나 '대부분의 황후가 대부분의 정부를 대하듯 생각한다'는 대답을 듣는다. 웃음을 터트리며 왜 이렇게 잘 피해가냐고 질문하지만, 나비에는 원하는게 있냐고 대꾸한다. 역공까지 한다고 놀렸으나 나비에는 할 말이 있다면 해보라고 대놓고 대꾸한다. '약자를 괴롭히는 건 못난 짓이다'라고 말했으나, 나비에는 "먼저 나서서 건드리진 않겠지만, 약자가 칼을 들고 뛰어오는데, 상대가 약하단 이유만으로 그 칼에 찔려줄 순 없다"고 응수하며 "당신은 약한 적을 만나면, 무기를 버리고 주먹을 감추고 당해줄거냐"고 지적한다. 그 말에 놀라서 대답하지 않은채 동행한다.
그 사이에 서궁 근처에 도착한다. 나비에가 '여기까지'라는 신호를 보내자, 그녀를 보고서 웃자마자 '날 한 대만 때려달라'는 말을 꺼내고, 나비에는 반문한다. '죄책감을 덜고 싶다'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이 말에 의문을 가진 나비에가 무슨 죄책감을 말하는거냐고 반문하자, 설명하는 대신 멈춰서서 자신이 가야할 방향과 나비에가 가야할 방향을 두 손으로 가리키고서 같이 걷는 건 여기까지이고, 이제는 서로 다른 길로 가야하니 조심히 들어가라고 대답해 갈 길을 간다.
라스타를 찾아가지만 나비에가 동대제국의 수도에 사는 귀족 가문의 영애들에게 티파티 초대장을 돌린 것에[14] 불만을 가진 라스타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난 이 곳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인데, 황후는 앞장서서 날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하소연해 나비에를 험담한다.
라스타로부터 나비에의 티파티 이야기를 전해듣고, 사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무시하면 안 된다며 괴롭히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맞장구를 쳐준다. 라스타 역시 수긍하며 나비에를 험담하다가 훌쩍거리며 양부모가 될 사람은 찾았냐고 질문한다. 조건을 최대한 맞추고 있고,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을 찾으려 한다고 알려준다. 그제야 라스타가 납득하자 가짜 부모를 물색하는 일은 자신에게 맡겨두라고 말하고서 이 일에 어떻게 대처할거냐며, 나비에가 라스타를 따돌리려고 하는데 당하기만 할 거냐고 부추긴다. 초대하지 않았는데 찾아가면 우스갯거리가 될 거라는 말에 막무가내로 찾아가면 좋지 않다며 수긍한다. 라스타는 그럼 어떻게 하란거냐고 울상을 짓고서 나비에와 친해지게 노력해보란 말은 하지 말라며 충분히 해 봤는데 안 됐다고 투덜거린다. 눈웃음을 짓고서 라스타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아 나비에와 같은 날에 티파티를 열라고 조언해준다.
자신이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에 라스타는 시선을 피하고서 같은 날에 열어봤자 소용없다며 귀족들이 황후를 두고 자신에게 올 리 없다고 중얼거리고, 그건 당연한거라고 말한다. 이 말에 라스타는 왜 그런 걸 제안하는 것이냐며, 더 우스갯거리가 될 거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그래서 우스갯거리가 되란거냐며 재차 불만을 표출한다. "정부가 티파티를 열었는데, 황후는 정부를 초대하지 않고 티파티를 열었다. 황후와 정부가 같은 날에 티파티를 열어서 귀족들이 평민 출신 정부가 연 티파티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고, 이는 황후가 의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위험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소파 끝을 누르며 어감이 틀릴거라고 말한다. 그제야 라스타는 납득한다. 라스타가 공략해야 할 건 평민들인데, 그들은 귀족들의 사정을 아예 모르니, "황후가 일부로 정부와 같은 날에 티파티를 연 것이다"라는 정도로만 소문을 내면 알아서 자극적인 뒷이야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조언한다.[15][16]
남궁 내 한 방에서 라스타와 함께 나오지만, 산책 중이던 나비에, 르베티와 마주친다. 라스타와 함께 먼저 다가와 나비에에게 인사하고서, 이렇게 또 우연히 보게 됐다고 말을 건다. 슬쩍 르베티를 쳐다본 후 '옆에 장신구처럼 데리고 다니는 이 조그맣고 귀여운 영애는 누구냐'고 질문한다. 라스타가 르베티를 노려보는 걸 본 나비에는 르베티를 '로테슈 자작의 딸'로 소개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일부로 르베티를 새롭게 알게 된 영애라며,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가씨라고 한껏 칭찬하고서, 부드럽게 내려다보며 '동생으로 삼고 싶을만큼 마음에 든다'고 재차 칭찬한다. 나비에는 활짝 웃으면서 르베티에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나를 언니라고 불러보겠냐"고 제안한다. 나비에의 제안에 라스타는 표정이 굳고, 이를 지켜본다.
라스타의 티파티에 참석한다. 하지만 자신 외에는 아무도 라스타의 티파티에 오지 않았고, 영애들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라스타에게 '황후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여서다'라고 설명한다.
며칠 후, 나비에와 하인리가 전서조를 통해 편지를 주고받고 있음을 알게 된 소비에슈의 명령[17] 때문에 맥켄나가 전서조 역할로 편지를 전하려다 화살을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화살에 맞고 황궁 정원에 추락한 새 모습의 맥켄나를 라스타가 발견하면서 맥켄나가 나비에에게 전하려던 편지[18]를 전해준다.
편지를 받고서 의아해하지만 라스타가 오다가 주웠다고 말하자 '방금 그 말 설렌다'고 말한다. 편지를 펼치자마자 흠칫해 라스타를 쳐다보며 어디서 주웠냐고 묻는다. 라스타는 편지가 파랑새의 다리에 묶여 있었다고 알려준다. 화살에 맞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고 듣자마자 곧장 나가 잠시 뒤 새의 모습인 맥켄나를 들고 온다. 자신이 기르는 새인거냐는 질문에, 수긍하고서 고맙다고 말한다. 상처에 술을 들이부은 후 미안하다는 듯 치료하는데 근처에 있으면 신경이 쓰이니 돌아가달라고 부탁한다. 도와주겠다는 말에 고맙지만 괜찮다며 거절한다. 새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전해준 것과 새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서 잠시 생각해보다가 편지를 읽어봤냐고 묻는다. 라스타가 대답을 하려하자 자신도 떨어진 편지를 발견하면 읽어본다고 말하고서 손가락을 입 근처에 대며 '비밀이야'라는 표시로 편지 내용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이 편지 주인과 이런 사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고 말한다.
맥켄나를 치료해주던 중 하인리에게 '파랑새가 죽었다'고 알리기 위해 나비에가 자신의 방에 찾아온다. 맥켄나에게 오며 웃으면서 '어차피 또 벗을건데 굳이 옷을 챙겨 입어야하냐'고 말하다가 나비에를 보자마자 잠시 놀란 것도 잠시 태연하게 '우리 또 들켰다'고 말한다. 맥켄나가 아까부터 좀 이상한 농담 좀 그만하라고 울상을 짓자, '나 이런 거 좋아한다'고 대꾸하지만 맥켄나는 '내가 안 좋다'고 받아치고서 안 그래도 '농담이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분' 앞에서 했다고 말하다가 다문다. 나비에는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인 것처럼 도로 커튼을 닫아주는 시늉을 하며 바쁘면 다시 오겠다고 말한다. 맥켄나는 나비에가 오해한 줄 알고 앓는 소리를 내며 자신에게 항의하고서 황급히 하인리의 심부름을 왔는데 어쩌다보니 좀 다쳐서 오게 됐다고 변명하자마자 상처가 벌어진다. 구급 상자를 들고 와 얌전히 좀 있으라고 툴툴거리더니 침대에 눕히고서 '이래서 새대가리, 새대가리 하는거다'라고 재차 툴툴거린 후 구급 상자를 열자마자 나비에를 돌아보며 나중에 와달라고 권한다. 이 말에 의문을 품은 나비에는 의사를 불러오겠다고 권하고, 맥켄나가 손을 내젓자 자신을 불러 부탁할게 있다고 말한다.
붕대를 들고 오다가 가라고 해도 안 가더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거냐고 묻는다. 나비에는 자신은 아직 하인리의 친구인거냐고 질문한다. 이건 예상 못한 질문이라며 갑자기 왜 물어보는거냐고 반문하지만 나비에는 하인리를 만나게 되면 '파랑새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나비에의 말에 경악해해 되묻지만 나비에는 '앞으로 죽게 될 거다'라고 말한 뒤 방을 나선다.
나비에가 간 후, 맥켄나에게 '널 발견하는 즉시 죽여버리겠다는 경고인 것 같다'고 놀린다. 자기가 화살에 맞은 걸 아는 것 같다는 말에 그 뒤에 이상한 말이 붙어있었다며 엄청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고 갔다고 말하고서 '앞으로도 죽게 될 겁니다'라고 나비에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자신의 말에 맥켄나가 화살을 쏜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쏠 거라는 뜻일 거라고 부정하자 그녀가 완전 정색하며 말했고 자기가 죽여버리겠다는 표정이였다고 대꾸한다. 맥켄나는 재차 부정하다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앓는 소리를 내고, 그제서야 아프냐고 걱정한다. 맥켄나는 하인리의 편지를 나비에에게 못 전했다며 시무룩해한다. '설탕 뿌려서 구운 편지'라고 놀리지만, 맥켄나가 '아주 담백하고 고소한 편지'라고 대꾸하자 편지를 읽었냐고 묻는다. 맥켄나가 대답을 못하자 '버터'라고 안 한 걸 고맙게 생각하라고 놀린다. 구급 상자에서 도구를 꺼내 상처를 소독해주면서 이 와중에 나비에에게 편지를 전하면 '제가 파랑새입니다'라고 홍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퀸이 새대가리 종족인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있던 나비에가 자신을 찾아오자 방에서 나와 안개꽃 꽃다발을 내민다. 나비에는 맥켄나는 안에 있냐고 질문하고, 이런 걸로 거절당한 적이 없어서 지금 좀 당황스럽다는 헛소리를 내뱉는다. 나비에는 한숨을 내쉬고서 꽃다발을 받은 후 맥켄나가 안에 있냐고 재차 질문한다. 한숨을 내쉬면서 꽃다발을 받은 적은 처음이라 더 당황스럽다는 헛소리를 내뱉는다. 나비에는 다시 맥켄나가 있냐고 질문하고, 참 특이하다며 말을 돌려버린다. 나비에는 대답하라고 재촉하지만 칼 같다며 재차 말을 돌려버린다. 자신의 말에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쳐다보자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분이시다. 그래서 하인리가 끌리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대답하지 않던 나비에는 도로 안개꽃 꽃다발을 건내며 맥켄나는 안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돌아가려한다. 나비에를 쫒아와 맥켄나는 보기보단 큰 부상이 아니어서 돌아갔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나비에는 진작 얘기해주었으면 좋았을거라며 어이없어하다가, 맥켄나가 새인거냐고 질문한다. 새는 맞지만 새대가리는 아니라고 알려준다. 맥켄나가 "새대가리 일족"인거냐는 질문에 '그' 나비에가 '새대가리 일족'이란 말을 입에 담았다는 것에 빵 터져 그건 도대체 무슨 신종 욕이냐고 웃어댄다.
나비에가 돌아간 후에도 울타리를 붙잡고서 여전히 웃어대다가 '고지식하고 얼음인형 같은 사람'인 나비에에게 하인리가 왜 그렇게 끌리나 했더니 저런 모습 때문에 좋아하는거라고 납득하며, 이미 전설처럼 취급되는 일족의 정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에 눈치도 빠르다고 감탄한다.
라스타의 부모임을 주장하는 부부가 두 쌍이나 나타났다는 소식을 라스타에게 전해준다. 라스타는 그런 일이 있었냐고 웃음을 터트리고, 그 당사자인 라스타가 웃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제야 라스타는 생색을 내며 두 부부 모두 사기꾼인거냐고 질문한다. 블루 보헤안의 부부는 자신이 매수한 부부임을 알려준다. 라스타는 그제야 떠올려 납득하고서 랑트 남작이 데려온 부부가 사기꾼인거냐고 질문한다. 그 부부는 라스타의 애인이 데려온 가짜임을 알려준다.
이 일을 즐거워한 라스타는 '두 분 모두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귀여우시다'라고 기뻐하며 의자에 한 팔을 괴고 앉아 웃는다. 자신이 즐거워보인다고 생각해 고개를 갸웃거리던 라스타는 놀라서 이제 어떻게 되는거냐고 질문한다. 부모가 넷일 수는 없으니 한 쪽 부부가 가짜가 될 거라고 알려준다. 어느 쪽이 가짜가 되는거냐는 질문에 어느 쪽이 진짜였으면 좋겠냐고 반문한다. 라스타는 사람들이 믿을만한 쪽이라고 대답하고, 웃으면서 정답이라고 말한다. 라스타는 사람들이 누구의 말을 믿겠냐고 질문한다. 귀족들은 처음부터 랑트 남작이 데려온 부부는 가짜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가짜 부모나 위장 결혼은 정부의 신분세탁에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알려주고서, 이번에도 황제가 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부부가 한 쌍 더 나타나면서 자신이 주선해준 블루 보헤안의 부부 쪽의 신뢰성이 더 높아졌고 사람들은 '황제가 가짜 부모를 두 쌍이나 준비할리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라스타가 자신이 주선해준 블루 보헤안의 귀족 부부가 부모라고 말하면 된다는 걸 알아채자, 똑똑하다고 감탄한다. 라스타가 기뻐하는 걸 보며 명심해야할 게 있다고 말한다.
라스타는 평의원들을 회유해야한다고 여기고, 그 일은 더 시간을 들여야한다고 설명하고서, 라스타가 해야할 일은 가짜 부모를 진짜 부모처럼 대해야한다고 알려준다. 라스타는 그들은 그냥 돈 받고 이름만 빌려주는 게 아니었냐고 묻는다. 그럴 경우 가짜 티가 난다고 지적하고서 라스타의 목표는 황후이며, 가짜 부모를 둔 정부는 있어도 가짜 부모를 둔 황후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제야 라스타가 납득하자 자신이 주선한 블루 보헤안의 부부는 라스타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잃어버린 딸'처럼 대할 것이니, 라스타도 그 부부를 극적으로 만난 부모를 대하듯 챙기라고 조언한다.
이후 이혼을 앞둔 나비에를 찾아온다. 자신이 찾아온 것에 당황해한 나비에는 '왜 이 사람이 날 찾아왔나'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낄낄 웃으며 불편하면 확실하게 티를 낸다고 대답하고서 태연하게 코트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어둔다. 나비에는 웃는 낯을 꾸며내고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대답하려다 말고 나비에의 책상을 쳐다보며 무슨 서류가 저렇게 많냐고 혀를 찬다. 나비에는 그냥 일 때문이라고 대꾸한다. 나비에가 부관도 없이 혼자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의문을 품어[19], 일은 혼자 하는거냐고 묻는다. 나비에는 대답 대신 재차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묻는다. 입을 꾹 다물고서 나비에를 쳐다보다가, 잠시 고개를 들고 천장을 보자마자 빠르게 머리를 내리고 저으며 "절 죄책감에 말려 죽이려하시는군요."라는 의문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채 나비에를 마주보며 쳐다보다가, 시간이 지난 후 나비에가 자신의 꿈에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일어서더니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가버린다.
며칠 후 이혼 법정 날이 되자 라스타를 찾아온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비밀로 하다니 섭섭하다'며 서운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건다. 놀라서 어떻게 자기가 다음 황후가 될 것을 알았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눈치라고 대답한다. 황제가 비밀로 하라고 했다는 것에, 비밀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중얼거린다. 라스타는 자신도 비밀이 있냐고 묻는다. 자신의 비밀이라면 라스타는 이미 봤다고 대답한다. 라스타는 말하지 못한 건 자기 탓이 아니라며, 요 며칠간 찾아가도 자신이 방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새 때문이라고 둘러대고서, 새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재차 둘러댄다. 갖가지 드레스들이 걸린 행거를 보고 라스타에게 드레스를 골라주겠다고 답하여 가장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드레스를 골라준다. 라스타는 조용하게 입는 것이 낫다고 지적하자, ' 황후에겐 좋지 않은 날이여도 라스타에게는 아니니, 사람들에게 이제는 라스타의 세상이라고 알려라'라고 말해 라스타가 이혼 법정에 예의에 어긋나는 매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가게 만든다.[20][스포일러][22]
이혼 법정에서 나비에가 이혼과 동시에 재혼 승인을 요구하자마자 미리 법정에 와 대기하고 있었던 하인리가 그 자리에서 나타난 걸 목격한 라스타가 자신을 쳐다보자[23], 놀란 척한다. 이후 대신관이 재혼을 승인하여 나비에가 서왕국의 왕비가 되는 걸 지켜본다.
2.2. 나비에의 서왕국 이주 후(84화 ~ 179화)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재혼 직후 나비에와 하인리를 트로비 공작저에 감금하고 재혼 상대인 하인리만을 내보내기 위해[24] 에르기 공작을 황궁으로 부르고, 이에 소비에슈의 의도를 눈치챈다.[25] 명령을 곧이곧대로 실행하기보다는 어느 쪽을 도와줘야 이득인가 실익을 따져보는 자세를 취한다.나비에와 하인리를 서왕국으로 탈출시켜주던 중, 트로비 공작부부와 나비에가 닮았다고 하는데, 자신은 부모와 닮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자신을 찾아온 라스타에게 귀족들과 달리 라스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평민들을 공략하려면 기자를 가까이해야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평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지만 라스타는 전날 소비에슈에게 '에르기공작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참이었던지라 반쯤은 흘려듣다가 무심코 안 그래도 된다고 대답하고 만다. 그 말에 황당해하며 라스타 자신과 아이를 지키겠단 마음이 바뀌었냐고 질문한다. 라스타는 아니라고 둘러대다 '나비에 황후가 사라지니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아서 그러냐'는 질문에 '이젠 나를 괴롭힐 사람은 없다'는 본심을 드러내고, 다음 황후가 라스타를 더욱 미워하면 어쩔거냐는 질문을 했으나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한 라스타는 일부러 웃는다. 게다가 에르기의 충고가 길어지자 미간을 찌푸리는 등 건성이다 못해 내용을 이해할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준다.
기자의 종류를 알고 있냐고 질문했으나, 라스타는 모른다고 대답하며 딱 두 종류(귀족에게 적대적인 기자와 귀족에게 친화적인 기자)가 있다고 알려줌에도 라스타는 좋은 기자, 나쁜 기자냐고 묻는 등 아예 건성으로 대한다. 결국은 눈치 싸움이라 평민에게 친화적인 기자를 가까이 해도 다른 한쪽에게 밉보여서는 안된다며[28] 그것을 구분하려면 최근 3년 간의 기사를 모조리 보면 된다는 조언까지 해주지만, 라스타는 이미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에 질려서 아기가 그런 말은 안 듣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좀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떼쓰기까지 한다. 그런 라스타의 태도에 웃음을 짓는다.[29]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황후로 삼기 위해 이스쿠아 자작에게 '영무대신'이라는 명예직을 내리고, 라스타는 작위를 받은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티파티에 참석시킨다. 하지만 그 티파티에서 한 귀족이 이스쿠아 자작부부 앞에서 둘째 딸 이야기를 꺼낸다. 그 귀족을 질타하던 중 '라스타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라스타와 소비에슈의 결혼 소식을 듣고 라스타에게 평민 기자를 데리고 와, 그녀에게 평민 기자에게는 '뒤늦게 귀족임이 밝혀졌어도 여전히 평민을 지지하고 평민과 다름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고, 귀족 기자에게는 무조건 로맨스를 강조하라며, 평민들은 라스타가 어느 편에 설지 궁금해하고 귀족들은 로맨스를 좋아한다는 기묘한 조언을 한다.[30]
라스타의 결혼식 날 피로연에서 하인리와 춤을 춘 나비에에게 춤을 신청한다. 춤을 추던 도중 나비에에게 무슨 일로 춤을 신청했냐고 질문을 받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 춤이 끝나자마자 나비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했으나 소비에슈가 끼어들어 방해하는 바람에 대답하지 못한다.
가면무도회 날 바위에 앉아있다가 자신의 마법 목걸이가 내는 불빛을 따라온 나비에와 만난다. 퍼레이드 때 나비에가 모국의 사람들에게 냉대받은 것에 대해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어쩔 수 없다고 답한 나비에에게 " 사람들은 늘 그렇죠. 가장 마지막 일만 기억합니다. 열 가지 도움을 주어도 마지막 한 가지가 마음에 안 들면 당장 등을 돌리고 이전 도움은 잊어버려요."라는 말을 하고는, "우리 왕비님은 참으로 인자하시지. 나라면 화가 날 것 같은데."라며 위로를 한다. 이 말에 나비에가 수긍하자, 나비에를 바래다준다.[31]
라스타의 결혼식 직후,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알이 큼직한 보석 반지를 황후 즉위 기념 선물로 보낸다.
이후 라스타가 연 첫 티파티에서 파르앙 후작이 인터뷰에 대한 조롱을 하고[32] 나가면서 초대된 귀족들 중 1/3이나 데리고 나간 것에 빡친 라스타가 찾아와 분명 자신이 시키는대로 했다며, 혹시 일부러 오답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냐는 화풀이를 한다. 라스타의 결혼식 날, 퍼레이드에서 평민들이 라스타를 지지하던 모습을 상기시키며 평민과 귀족 중 평민을 선택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소비에슈 황제나 태어날 아기 때문에라도 귀족들이 다시 마음을 돌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예전과 에르기의 말투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33] 라스타가 추궁하자, 라스타가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었으니 거리를 두어야한다고 지적한다. 라스타는 '평소대로 불러달라', '둘만 있을 때는 이름을 불러달라'라는 등 애교를 부리는데 이 때 ' 황제를 사랑하지만 믿지 못한다'는 본심을 드러내고, 이에 감탄하면서도 '친할 수록 지켜야할 선이 있다'고 지적하고는 '이제 황후가 됐으니 돈 관리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34]
하인리와 절친이지만 어째서인지 하인리와 나비에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정황상 예전에 나비에를 보며 '죄책감이 든다'는 발언과 본인이 라스타를 부추겨서 나비에가 소비에슈에게 일방적으로 이혼당했기에 죄책감에 참석을 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알현 때 일로 소비에슈에게 불만을 가진 라스타는 자신을 찾아와 직속 하녀 델리스에게 벌을 준 적이 있었는데, 알현실에 델리스의 오빠인 조앤슨 기자가 찾아와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했고, 델리스는 감옥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 문제는 소비에슈가 해결해줄 것이라며 안심시키려했으나, 라스타는 평소 소비에슈가 델리스를 좋아하고 있었기에 그녀를 벌한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 일 때문에 자신을 돕지 않을거라는 억지 주장을 눈 깜짝 안 하고 지어내고는 너무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그 일 때문에 델리스를 벌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건 덤. 이에 라스타는 황후이기에 일이 잘못되면 황실의 위엄이 떨어질 것이라며,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아기 때문이라도 말만 그렇게 할 뿐 일을 처리해줄거라고 안심시킨다. 자신이 없었다면 힘들었을거라고 애교를 부리는 라스타를 안는다. 라스타가 자신의 가슴에 파묻히자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라스타가 연 티파티에서 그녀와 남자 귀족들과의 추문이 일었을 때, 자신이 하도 라스타와 어울려다녔던 일이 자신과 라스타의 의심스러운 관계로 번지게 되면서 사교계에 라스타에 대한 매우 나쁜 소문이 도는데 본의 아니게 일조하게 된다.
소비에슈가 연 티파티에 참석하며 소비에슈가 자신을 주시함에도 평소처럼 행동한다.
라스타가 찾아와 소비에슈와 랑트 남작가 자신의 소문에 대해 말한 것에 대해 하소연하자 이를 들어주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면서 소문을 믿을지 말지는 라스타가 결정하면 된다며, 중요한 건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조언한다. 이 말에 만족해한 라스타는 자신을 칭찬하다가도, 이윽고 로테슈 자작에게 용병을 구하라고 시킨 일에 대해 털어놓고, 이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다가 로테슈 자작이 구해준 용병에게 무슨 일을 시키든지간에, 그 용병이 로테슈 자작의 사람인지, 라스타의 사람인지에 대해 판단을 하라고 조언한다. 라스타는 로테슈 자작이 구해준 용병이라서 못 믿겠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이 용병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이 용병을 구해줄 수는 있지만, 그 용병이 자신의 사람인지 라스타의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은 로테슈 자작과는 다르다는 말에 그 뜻을 눈치채고 '내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을 시킬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35]
라스타는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로테슈 자작이 고용한 용병이 자신을 최대한 상처입히지 않고 자신의 팔찌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에 라스타가 자신을 여러 방면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출한다. 자신을 가장 신뢰하기에 위험한 일을 맡긴 것이라며, 절대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팔찌를 가져올 것이라며 변명을 하는 라스타에게, 가장 신뢰한다는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맡기냐며 냉대한다. 라스타가 가자마자 몰래 부하를 부른다.
그러나 라스타가 고용한 용병이 예상 외로 강하게 나오면서, 그 바람에 피를 보게 된다. 다음 날 그대로 짐을 챙겨 떠나려했으나, 이 소식을 들은 라스타는 남궁에 찾아와 가지 말라며, 에르기만이 자신을 그대로 대해주고 있는데 만약 에르기가 가버리면 자신은 혼자 남아있게 된다며, 소비에슈는 예전처럼 자신을 대해주지 않고 있고, 동대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황관만 보고 있다며 애원하면서 자신을 붙잡으려 한다. 우리의 우정을 악용했다며, 매우 실망이라고 대꾸하고는 축객령을 내린다.
이후 동대제국에서 떠나려 했으나, 라스타는 자신을 찾아와 붙잡고는 명령이라며 '나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이에 몰래 웃으면서도 황제와의 사이가 나빠지자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이거나 착각한 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라스타는 자신이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이게 사랑이 아닐리가 없다며 애원하고는 막무가내로 " 내 정부가 되어달라"는 요구를 던진다. 이에 대해 정부 요구를 들어주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면서도 힘도 권력도 없는 허수아비 황후 신세인 라스타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읋으며, 타국의 왕족인 자신이 그런 라스타의 정부가 된다는 건 모국의 체면이 상하는 일이라고 대꾸한다.[36] 이 말에 라스타가 현실을 부정하려 하자 대놓고 비웃으면서도, '정부가 되었을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을 준다면 그나마 내가 덜 비웃음당할 것'이라며 달래고는, 바닷가가 있는 영지를 줄 것을 요구한다.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 이 이상은 나아가지 않는 것이 낫다'며 은근슬쩍 유도하는 건 덤. 라스타로부터 약속을 받은 후 다시 남궁에 머무른다.
며칠 후, 자신을 찾아온 라스타가 만 크랑을 빌려달라고 하자 흔쾌히 빌려준다. 라스타로부터 악마가 있다면 자신 같을거라며, " 악마는 사람들을 홀려야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글로리엠의 탄생 연회 며칠 후, 라스타는 자신을 찾아와 사람들이 밉다고 투덜댄다. 라스타가 글로리엠을 내동댕이친 일로 인해 소비에슈의 분노를 샀다는 걸 눈치채 소비에슈는 곧 마음을 풀 것이라며, 라스타에겐 자신이 있다고 위로한다. 라스타는 친부가 찾아왔는데 소비에슈는 자길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을 한다. 놀란 척하며 하소연을 들어주다가, 그녀의 친부가 원하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친부는 돈 때문에 찾아온 것이라는 말에 라스타의 친부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을 할 것을 권한다.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였던 라스타는 머뭇거리고, 수표를 건내주며 자신이 라스타에게 돈을 빌려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안심시킨다. 이에 감격한 라스타로부터 '바닷가가 있는 영지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라스타의 친부를 만나는데, 여기서 라스타의 친부에게 라스타의 소식을 알려준 사람이 에르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37]
라스타의 친부는 자신이 라스타의 소식을 듣고 로테슈 자작을 찾아갈 수 있었다며 반가운 척 군다. 그러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도 보답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자신을 도와준거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에르기는 라스타의 친부에게 라스타의 소식을 알려준 후, 다음에 마주친다고 해도 서로 모른 척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윽고 라스타의 친부는 자기 딸과는 어떤 사이인거냐고 질문하다자마자, 어떤 사이인지는 알 거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서 라스타의 소식을 알려준 자신을 '딸의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불한당'으로 몰며 입막음 비용을 요구하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심지어 돈을 주지 않으면 자신이 뒤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에 대해 라스타에게 말해버릴거라고 협박을 하기까지 한다. '타고난 몹쓸 놈'이라고 라스타의 친부를 비난했으나, 라스타의 친부는 돈이 많아보인다고 지적하고서 라스타의 정보를 팔아먹었으면서 돈을 뜯기는 건 싫은거냐고 억지를 부린다. 라스타에게 말해도 별로 상관없다며 라스타의 친부를 위협한다. 라스타의 친부는 자신의 태도에 열받아서 동대제국 황후인 자기 딸에게 말할 것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은 놀라서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이를 보며 자신이 나설 것도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어이없어한다.
이후에도 직접적인 등장은 없으니 라스타와 계속해서 어울린 모양이다. 카를 후작의 언급에 의하면 이제는 동대제국 평민들이 보는 신문에까지 라스타와의 밀회가 실렸다고 한다.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찰나 마찬가지로 나비에의 임신 소식을 들은 라스타가 자신의 방에 찾아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 고통을 떠넘기고 가서는 잘 살고 있어서 싫다'고 나비에를 험담하자, 라스타의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적당히 상대를 해준 뒤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대한 참석 여부를 묻는다. '난 자국에서 황후로서 대접을 못 받고 있는데, 타국에 간다고 대접을 받을 수나 있겠냐'는 하소연에 '타국의 황후이니 대접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고 동대제국의 황후를 대우하는 것은 국가적인 예의이다'라고 대답해 서대제국에 가자고 구슬린다.
그 후 라스타가 소비에슈에게 허락을 받아 릴테앙 대공을 대동하고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가자, 라스타와는 다른 길로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참석한다. 연회장에서 오랜만에 하인리와 대화를 하면서 기존 실행하던 계획에 대해 요즘 하인리가 너무 조용해진 것 같다며, 자신 혼자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하인리가 나비에 덕분에 계획을 실행하려던 걸 포기했다는 답을 한 것에 쿨하게 인정한다. 라스타가 왔음을 알리는 관리의 외침에 " 수확철이 됐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동대제국에 돌아온 뒤 라스타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오자 이 시국에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며 당황해하지만 곧 자신의 방으로 들여보내준다. 그러나 라스타는 대뜸 안을 납치해달라고 요구한다. 그 말에 황당해해 안은 라스타가 낳은 아이임을 지적했으나, 라스타는 안은 죽었다며, 안의 망령이 우리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망언을 지껄이며 대놓고 본인이 낳은 아이임을 부정한다. 무표정을 지으며 잠시 대답하지 않다가 웃으면서 안을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냐고 질문한다. 라스타는 '안을 되도록 먼 나라에 있는 아이가 필요한 부모에게 넘겨달라'며 대놓고 안을 버리고 오라고 요구한다. 그 말에 어이없어해 자신은 아직 영지를 못 받았는데, 혹시 라스타가 자신을 이용만 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냐[38]며 자신이 내건 정부 계약 조건을 이행하라고 요구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꼭 주겠다'며 거듭 자신이 내건 조건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라스타에게 증거를 남겨줄 것을 요구한다.
이후 급히 외출을 한 사이에 소비에슈의 명으로 남궁 내 귀빈들의 방을 수색하면서 자신이 라스타의 노예 문서를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된다. 카펫 밑에 실로 꿰매여져 있었다고. 모종의 루트로 라스타의 노예 문서를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2.3. 동대제국에 분란을 일으키다(180화 ~ 200화)
라스타의 요구대로 로테슈 자작의 저택에서 안을 데려가지만[39], 갑자기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날 안을 데리고 신전에 나타난다. 뜬금없는 자신의 등장에 당황한 소비에슈가 신전에 온 이유를 묻자 '어쩌다 이 애를 떠맡게 되었는데 아이의 부모가 모두 여기 있단 이야기를 듣고 돌려주려 왔다'고 대답하며 사실상 안이 라스타와 알렌의 사생아임을 폭로한다.[40]실종된 줄만 알았던 안을 데리고 온 자신을 보고 경악한 알렌이 달려들자 순순히 안을 그에게 넘겨준다. 이후 안을 본 귀족들이 소비에슈에게 안과 라스타의 친자검사를 요청하고 소비에슈마저 그들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이로 인해 시행된 친자검사에서 안이 라스타와 알렌의 친자식이자 사생아임이 만천하에 폭로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후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라스타를 찾아간다.[41] 하녀를 때리기 위해 쫒아가던 라스타와 부딪히고 라스타가 비틀거리자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다. 하지만 친자검사 때 자신을 배신한 에르기를 원망하던 라스타에게 '나쁜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배신에 대해 따지는 라스타에게 태연하게 안색이 나빠졌다고 물으며 평소처럼 대하고 방에서 이야기하자고 권한다.
자신의 요구에 수긍한 라스타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뒤따라 들어온다. 의자에 앉으려던 찰나 라스타에게 제지당해 서 있게 된다. 또 다시 자신에게 왜 그랬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안을 납치해 버려달라 했는데 버리지 않은 일, 신전에 안을 데리고 온 일 등등, 그동안 라스타가 저지른 악행을 언급하며 라스타를 섬뜩하게 만든다. 그 직후 가방에서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꺼내 슬슬 돈을 갚으라며 본색을 드러낸다.
예상치 못한 자신의 태도에 경악한 라스타가 나한테 왜 이러냐고 묻자 '말투가 변했다'고 답하며 라스타가 3인칭화 말투를 쓰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몰린 라스타가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하자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말대꾸를 하기까지 한다. 이어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냐며, 우린 친구 사이이지 않았냐고 따지는 라스타에게 '우정도 돈 앞에선 흔들리는 법'이라고 대꾸한다.
라스타도 이에 지지 않고 자신이 돈을 빌려달라고 협박한 적도 없고, 오히려 에르기가 먼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으며, 차용증은 갚는 기한도 정하지 않은 서류라고 지적한다.[42] 라스타의 속내를 다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웃으며 라스타가 여전히 당당한 황후의 위치에 있었더라면 자신도 굳이 돈을 갚으라고 재촉할 필요는 없었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라스타가 처음부터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냐고 추궁하자 '빨리도 알아듣는다'며 쐐기를 박는다.[43]
충격을 세게 받아 뭐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라스타에게 '사람들이 다들 내가 아주 더럽고 못된 나쁜 놈이라고 얘기하지 않더냐'라고 말하며 자신의 악명을 언급해, 그동안 소비에슈와 주변 사람들의 에르기에 대한 경고를[44] 무시했던 라스타를 경악시킨다.
악에 받혀서 정말 왜 이러는 거냐고 소리치는 라스타에게 '말했다시피 돈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대답하지만, 라스타에게 처음부터 돈 받을 생각 따위 없지 않았냐는 소리를 듣는다. 라스타에게 자기가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냐고 묻자 라스타는 "중요해...... 중요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절박하게 소리친다. 이어서 라스타가 "차라리 나비에 황후가 나한테 이러면 이해라도 하겠어. 그런데 그쪽이 나한테 왜 이래?"라고 따지자 '나라면 다른 게 궁금할 것 같다'고 말을 돌린다.
혼란스러운 라스타의 앞에서 심드렁하게 어쨌든 차용증을 갚을 능력도 안 되는 것 같고, 앞으로도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며, 현재 빈털터리인 그녀의 상황을 지적한다.[45] 연이은 자신의 지적에 라스타가 변명을 못한 채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자 돈이야 그렇다 쳐도 항구라도 챙겨야겠다고 선언하며, 라스타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니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는 소비에슈에게 보여줄거라고 통보해 절망한 라스타에게서 " 너... 진짜 나쁜 새끼구나."라고 욕을 듣는다.
결국 참지 못한 라스타가 왜 이러냐고 재차 묻자 '집요하다'고 대답한다. 라스타는 이해가 안 된다고 소리치고서 그간 우리는 잘 지내왔으며 에르기는 자신이 가엾다고 했고, 노예로 태어난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항변한다. 이에 "노예로 태어난 건 당연히 그대 잘못이 아니지, 아가씨."라며 라스타가 소비에슈의 정부였던 시절의 말투로 대답한다. 이어서 그걸 쓸지 말지 끝까지 고민했지만 역시 쓰고 싶지 않아서 덮어줬다며 자신이 라스타의 노예 문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숨겨줬음을 밝히는 동시에, 자신에게 노예 문서를 전달한 사람의 의도는 다른 것 같다고 언급한다.
공작이 자기 노예 문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서 무슨 소리냐고 외치는 라스타에게 "나도 늘 궁금했어. 왜 이러는 걸까.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 기분 알아. 이유를 모르면 정말로 억울하지. 이유를 안다고 해서 변하는 거 없는데. 근데도 이유를 모르면 더 억울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이 말에 의문을 품다가 이내 어차피 배신함 놈은 배신한 놈이라며 완전히 에르기를 증오하게 된 라스타에게 진심으로 지옥에나 가버리라는 저주를 듣는다. 이 저주에 오히려 웃으면서 "갈 겁니다. 그래서 같이 가자고 손도 내밀었잖습니까?"라고 라스타를 비웃어 그녀에게 뺨을 맞는다. 뺨을 맞은 부위에 상처가 나서 피까지 흐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걱정 마, 아가씨. 혼자 보내지 않을테니."라고 말하며 라스타의 방에서 나가버린다.
라스타의 방에서 나온 뒤 그 길로 곧장 소비에슈를 찾아간다.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날 신전에 온 이유를 묻는 소비에슈에게 '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가엾은 아이 때문'이라고 답을 하며 안을 걱정해서 한 행동이었다고 핑계를 댄다. 소비에슈는 '유감이지만 그대도 나도 그런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거짓된 태도를 간파하고, 이에 순순히 수긍한다. 바로 가방에서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꺼내 소비에슈에게 돈은 그렇다 쳐도 항구만은 받겠다고 요구한다.
이후 나온 바에 따르면 소비에슈에게 항구 이야기를 꺼낸 그 날 바로 항구와 차용증 이야기를 언론에 터트렸다고 한다. 당연히 그 이야기로 신문이 뒤덮이고 라스타에 대한 여론은 극도로 나빠지게 된다. 심지어 이 소식이 퍼지면서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동정표만 받던 소비에슈마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라스타를 추스르지 못했다면서 "현명하지 못하다"는 소리까지 듣게 만든다.
항구 사건으로 인해 소비에슈가 에르기에게 남궁에서 나가라고 통보하면서 황궁에서 퇴출된다. 이후 동대제국 수도에 머무르다가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접근해 그녀에게 ' 공주를 데리고 외국으로 도망가 사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46]
2.4. 라스타의 폐위와 자살 이후(201화 ~ 262화)
결국 얼마 안 가 라스타가 폐위된 뒤 자살하면서 일전에 제안한 대로,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의 탈출을 도와준다. 동대제국을 탈출하는 마차 안에서 베르디 자작부인은 자신이 왜 글로리엠을 돕는지 모르겠다고 추궁한다. 소비에슈 황제라면 글로리엠이 수치스럽다고 죽일지도 모른다고 대꾸하지만, 베르디 자작부인은 소비에슈는 그 정도로 독하진 않다고 받아친다. 죽인단 자신의 억측일 수도 있겠다고 인정하면서도 죽이지 않더라도 부모가 모두 노예이니, 글로리엠도 노예가 될 건데 그것만으로도 가엾다고 말한다.글로리엠에게 강한 모성애를 느끼고 있었던 베르디 자작부인이 심란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베르디 자작부인의 눈에서 그녀가 자신을 불신함을 읽고 가볍게 웃으며 자신이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을 돕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고 우리는 엮일 일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베르디 자작부인은 왜 돕는지에 대한 대답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은 도움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 도움을 원치 않는다면 거절하고 가면 된다며, 굳이 자작부인을 설득해서까지 도울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자신의 반박에 베르디 자작부인이 수긍한 듯 보이자, 결정을 한 거냐고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해서 나아질 상황이 아니라고 대답하자 글로리엠을 보면서 라스타를 너무 닮아서 불안하다고 중얼거린다. 이 말에 놀란 베르디 자작부인이 황급히 글로리엠에게 아기용 망토를 덮어주고, 그런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을 본 후 마차에서 내린다. 다시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을 보며 혹시 소비에슈 황제가 쫒아올지도 모르니 서둘러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그가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을 찾는 것은 보나마나 좋은 이유는 아닐거라고 조언해준다.
마차에서 내린 뒤 그대로 동대제국 황궁에 가 소비에슈를 만나겠다고 요청한다. 자신의 요청을 받은 소비에슈가 자신이 항구를 요구한 것을 떠올리며 불쾌하면서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의문을 품어 요청을 수락하여 소비에슈의 방에 들어온다. 소비에슈에게 침착한 미소를 띤 채 이제 떠나려 한다며, 그동안 챙겨주어서 여러모로 감사했다고 인사를 올리고서 다음에는 연합 법정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그런 자신을 보던 소비에슈는 대답하지 않다가 라스타가 죽은 건 알고 있냐고 질문하고, 순간 움찔한다. 이에 소비에슈가 그런 자신의 태도에서 대답을 확인하고 " 라스타가 이상하게 변한 데에는 네 탓도 있다고 보는데.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한 거지?"라고 따지자[47] '그러는 폐하께서는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런 짓을 하셨냐'고 되묻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소비에슈가 되묻자 알레이시아를 언급한다. 소비에슈는 순간적으로 에르기가 알레이시아의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런 소비에슈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제 어머니는 남의 가정을 차지하려고 파고드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이 아니신데, 안타깝게도 제 아버지는 그런 벌레와 딱 맞는 바퀴벌레 한 쌍이였다'라고 대답한다. 놀란 소비에슈를 보고서 소비에슈가 여전히 자신을 알레이시아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여겨 웃다가도 몹시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정말 아니라니까 이상한 오해를 하시네."라고 받아친다. 소비에슈에게 선물이라며 작은 열쇠 두 개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은 후 인사를 하고 물러간다.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한 채 자신이 주고 간 파란 상자와 붉은 상자를 번갈아 살펴보던 소비에슈가 상자들을 열어보고 자신의 방을 찾아보라고 명한다. 자신의 방을 정리했던 사람의 언급에 의하면 단단하게 잠긴 금고를 두고 갔기에 에르기가 수도에서 나와 지내던 여관으로 금고를 보냈다고 한다. 여관 주인의 언급에 의하면 손님이 다시 금고를 찾아올 거라 생각해 보관하고 있었다고. 사람들을 내보낸 소비에슈가 두 개의 열쇠로 금고를 열어보는데 이중으로 잠금장치가 된 금고였음이 밝혀진다. 금고 안에선 '약'이라는 글씨가 써진 작은 종이와[48] " 공주님은 폐하의 친딸이 맞다"는 내용의 편지가 나오면서 에르기가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49][50][51][52][53]
전혀 뜻밖의 상황에 혼비백산한 소비에슈의 언급에 의하면 열쇠만 남겨둔 채 금고는 수도 밖에 여관에 보관해두는 조치를 취해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에 바로 수도를 빠져나가 근처의 항구로 가버렸다고 한다. 소비에슈가 베르디 자작부인을 찾아오라는 명령과 함께 에르기도 잡아오라고 지시했으나 지시를 내린 시점에 에르기는 이미 승선한 후였다고.
카를 후작은 이에 대해 설령 에르기가 신에게 버림받는 걸 각오하고서 신전의 검사 결과를 바꾸는 일을 했고, 바꾸는데 성공했다 해도 이는 마찬가지이며 검사를 하지 않았으니 진짜 결과는 에르기도 모르는 일일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에르기가 그 말을 한 건 글로리엠이 소비에슈의 친딸이라고 확신해서가 아니라, 소비에슈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추측한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결과를 확정인 듯 편지로 남기고 갔다는 것부터가 나쁜 의도로 보이며, 소비에슈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서 그런 것라고 추측한다.
이후 한참 동안 직접적인 등장은커녕 언급도 나오지 않다가, 즈멘시아 공작의 자살테러 사건 직후 동대제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서대제국에 돌아온 크로우와 하인리의 대화에서 언급되었는데 항구에 갔으나 동대제국 위주로 살펴봤던 것이였다고 한다. 하인리는 바다 좀 둘러보다가 어머니를 보러 갈 것이라고 추측했다.
블루 보헤안으로 가는 배 안, 갑판에 앉아 입을 다물고 표정조차 하지 않은 채 목걸이 메달을 굴린다. 해적들이 자신을 힐끗거리며 보고 수근거리는 도중 하인리가 보낸 전서조가 발을 내밀어 서신을 보여주자 서신을 꺼내어 읽는다. 블루 보헤안 쪽에 심어놓은 마력석의 회수를 부탁하는 내용의 서신에 별 말 없이 서신을 도로 접은 후 전서조에게 서신을 건낸다. 전서조 역시 답장을 써달라 재촉하는 대신 서신을 챙겨서 날아가버리자 선실 외벽에 기대고 '마력석 회수는 무슨.'라고 생각한다. 블루 보헤안에 가게 되면 동대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 마디씩 잔소리하며 충고를 하려 들 것이고, 그 중에 ' 그 여자'도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 여자'는 평소처럼 조용하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면 안 된다고 말할 것이고, 아버지는 불편하게 커피를 홀짝이다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 여기다가 이내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한다.
한편 서대제국에 요양하러 갔다가 동대제국에 돌아온 소비에슈는 에인젤과 독대해 항구 사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소비에슈와의 독대를 마친 에인젤은 항구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서 블루 보헤안에 가려한다. 소비에슈 역시 에인젤과의 독대 후 카를 후작을 불러 블루 보헤안의 왕에게 항구 사건에 대해 '두 나라의 친교를 위해서, 지금 어떤 행동이 필요할지 생각해보라'는 말을 전하라고 지시하면서 자신이 벌인 항구 사건이 블루 보헤안에 알려지게 될 상황에 처했다.
블루 보헤안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린 후 한참동안 뒷길을 돌아다니다가 마차를 잡아타 클로디아 대공가 저택에 도착한다. 집사가 오셨냐고 인사하자 커다란 가방 한 개만을 맡긴채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저택을 둘러보던 중 집사는 클로디아 대공에게 가보라고 권한다. 이를 거부하고서 가방을 자신의 방에 가져다놓으라고 지시하고서 어딘가로 걸어간다.
그러나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알레이시아가 자신을 '아들'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멈추고 인상을 찡그린다. 고개를 들지만 2층 난간에 있던 알레이시아는 자신을 보고서 계단을 내려와선 자신의 옆에 다가와서는 활짝 웃으면서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며 "엄만 네가 보고 싶어서 너무 힘들었어. 편지라도 해주지 그랬어."라고 말하며 팔을 잡는다. 이에 재빨리 팔을 빼낸다. 자신의 태도에 알레이시아는 '엄마한테 화났냐'고 애처롭게 묻는다. 알레이시아를 지나쳐 걸어가려던 찰나 클로디아 대공이 뭐하는 짓거리냐고 질책한다. 이어 클로디아 대공이 사람이 부르는데 대답 정돈 하라고 재차 질책하자, 마치 더럽고 불결한 뭔가를 본 것처럼 불쾌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클로디아 대공을 쳐다본다. 자신의 태도에, 클로디아 대공은 험악한 표정을 짓고서 경고조로 자신을 부르지만 누구에게도 대답하지 않은채 돌아서서 저택 뒤쪽에 위치한 별원으로 간다.
클로디아 대공가 저택 내 별원에 간다. 휠체어에 앉은채 미동조차 않은듯 있는 클로디아 대공비를 부른다. 자신을 본 클로디아 대공비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자,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서 황급히 다가와 무릎을 꿇고서 손을 잡는다. 클로디아 대공비의 손에 뺨을 대고 인사하고서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둘러준다. 클로디아 대공비가 고개를 젓자 별원 입구로 가 놓여있던 짐들을 모조리 챙겨오고, 그 안에 있던 목도리를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둘러준다. 이에 클로디아 대공비가 웃으면서 자신의 손을 잡자 이러면 따뜻하겠냐고 묻는다. 클로디아 대공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기저기 볼 수 있도록 휠체어를 천천히 밀어준다. 하지만 클로디아 대공비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두 바퀴만에 기침을 해대고, 놀라서 황급히 클로디아 대공비를 데리고서 별원 내 집으로 들어간다.
집 안에 들어와 직접 물을 끓인 후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건네주어 물을 다 마시기를 기다린다. 클로디아 대공비가 물을 다 마시자, 그녀를 침대에 눕혀주고 이불로 감싸준 후 침대 옆에 의자를 가져다두고 앉아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이번에도 ' 아내를 배신한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속삭인다. 클로디아 대공비가 눈꺼풀을 감자 당연히 둘은 벌을 받지만, 이건 아직 미완인 이야기인데 그래도 이야기해주겠냐고 속삭인다.[54]
클로디아 대공비가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하다가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일어난다. 별원에서 나와 저택 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지만, 방문을 열자마자 클로디아 대공과 마주친다. 짜증섞인 한숨을 쉬며 클로디아 대공에게 '남의 방에서 멋대로 뭘 하는거냐'고 따지지만, 클로디아 대공이 '남의 방이기 이전에 내 집이란 사실은 잊지 말라'고 반박하자 눈썹을 비틀어 올리고서 돈이 없어서 저택에서 머무는 게 아닌데, 그걸 알면서 저딴 식으로 나온다고 어이없어해 정말로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집사가 내려놓고 간 가방을 들어 침대 위에 내려놓지만 클로디아 대공이 "또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거냐. 네가 사고를 칠 때마다 내가 낯부끄러워서 견딜 길이 없단 건 알기나 하느냐."라고 질책하자 모를리가 있겠냐고 대꾸한다. 이에 클로디아 대공이 알면서 그딴 짓을 하고 다니냐고 질책하자 "모르면서 하는게 나쁜겁니까? 알면서 하는게 나쁜겁니까?", "아버지는 전자라 생각하십니까? 전자라 생각하고 싶으십니까?"라고 건성으로 대꾸한다.
조끼 단추를 풀어 침대에 건성으로 놓자마자 셔츠 단추를 풀던 찰나 왕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셔츠 단추에서 손을 내린다. 클로디아 대공은 동대제국 황제가 사절을 보낸 일로 블루 보헤안의 왕이 몹시 화가 났다며, 자신은 감당하지 못할 곳을 건드렸고, 동대제국 황실은 그간 자신이 장난삼아 들쑤시고 다닌 나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질책한다. 대답없이 문으로 걸어가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차가운 목소리로 힘없이 언제까지 알레이시아를 용서하지 않을거냐며, 알레이시아는 자신을 구하려고 목숨을 건 사람이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그러면 안 된다고 질책한다. 방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블루 보헤안의 왕을 만나기 위해 궁전을 찾아갔으나, 왕은 항구 사건 때문에 매우 대노한 상태였던지라 가자마자 대체 뭘 하고 다니는거냐는 질책을 당한다. 왕은 "이게 한 두 번도 아니야! 그렇다고 네가 진짜 사랑에 들떠 이딴 짓을 한게 아니란 건, 나도 알고 너도 알지!"라고 질책하자마자 옥좌에서 일어나 "이번엔 감당하지 못할 선까지 갔다. 네가 이 따위로 계속 나온다면, 에르기. 난 정말 너는 물론 덩달아 네 아버지까지 쳐내는 수가 있어."라고 경고하자, 눈 깜짝하지 않고서 태연하게 " 상대를 바닥에 쳐박을 준비를 했으면 자신이 쳐박힐 각오도 해야지요."라고 대꾸한다.
당연히 블루 보헤안의 왕은 자신의 태도에 더욱 대노한다. 이에 경멸조의 미소를 띤채 웃으며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고 있는 소비에슈의 비서를 쳐다본다.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힌 왕이 당장 연합에 항구 건에 대해서는 포기하겠다고 전하라고 명령하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이어서 왕은 고집부릴 일이 아니라며, 라스타 황후가 노예 출신이란 점이 드러났기에 애초에 황후 자리에 올랐던게 무효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라스타 황후가 황후로서 한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될 텐데 뭐 하러 항구 사건에 매달리는거냐고 일갈하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반응에 왕은 아예 옥좌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와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마. 너 혼자 명예를 깍아먹든 인생을 말아먹든 멋대로 하되, 나라에는 해를 끼치지 말라고."라고 질책하고서 손을 돌려 자신의 뺨을 두드리고서 " 네가 기고만장하게 굴 수 있는 것도 나라가 건재한 덕이지. 네 발밑을 무너뜨릴 정도로 머저리는 아닐거잖아?"[55]라고 지적한다.
왕과의 독대 후 복도로 나오지만 자신을 쫒아온 시림 왕제에게도 "이런 식으로 복수해봤자 누구한테 이득인데? 누구에게도 이득이 없단 걸 알잖아. 심지어 너한테도. 오빠가 언제까지 널 눈 감아줄거라 생각해?"라고 질책당한다. 말없이 걸어가지만 시림 왕제는 자신을 따라와 "남들이 잘못 살아도 우리에게 피해를 안 끼치면 우리가 상관할 일 아니야. 이젠 제발 그만 제 살 파먹고 네 일을 생각해."[56]라고 질책한다. 시림 왕제의 말을 듣고서 멈춰서지만, 희미한 미소를 짓고 시림 왕제 쪽으로 몸을 돌려 '친애하는 누이'라고 부르고서 뭔가 말하려던 찰나 항구 사건으로 온 에인젤이 말을 건다. 시림 왕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대꾸하고서, 자신의 등을 두드린 후 자리를 떠난다.
시림 왕제가 자리를 떠난 후 '내가 방해했냐'고 물은 에인젤이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소개하자, 아니라고 대답하고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시림 왕제를 보던 에인젤은 자신을 보고서 빙그레 웃으며 월대륙 연합에 제소해준 항구 사건을 흥미롭게 잘 읽었고 그에 관해 몇 가지 조사차 왔다고 설명하며 계약서에는 자신이 무엇을 대가로 항구를 받기로 한 것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며, 항구를 받는 대가로 자신이 라스타에게 주기로 한 것에 대해 질문한다. 이에 '내 몸'이라고 대꾸한다. 이 말에 에인젤은 묘한 미소를 짓고서 '아주 값비싼 몸을 가지고 있다'고 중얼거리고,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수긍한다. 나중에 연합 법정에서 항구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해야할텐데 괜찮냐고 물어보던 에인젤은 지금 다른 사유로 바꿔도 모른 척해주겠다고 권한다.
에인젤은 수첩을 꺼내 대답을 받아적은 후 동대제국에서는 "라스타 황후는 애초에 노예 출신이라 황후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에르기 공작과 라스타 전 황후 사이의 거래는 부당한 거래다. 라스타 황후가 독단적으로 한 거래이므로 이 거래 자체가 무효다."라고 주장했다고 알려주자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에인젤이 반박할거냐고 묻자 라스타 황후의 황후 자리가 무효화되려면 딱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고, 그것은 소비에슈 황제가 라스타 황후가 노예 출신이란 걸 몰랐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에인젤은 소비에슈 황제가 이를 알고 묵인했다고 주장하는거냐고 질문한다. 이에 수긍함과 동시에 그렇기에 라스타 전 황후의 황후 자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그녀가 황후로서 체결한 계약 역시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수첩에 받아적던 에인젤은 혹시 하인리 황제가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냐고 질문한다. 하인리 황제가 여기서 왜 나오냐고 반박했으나,에인젤은 하인리 황제는 즉위하기 전부터 자신과 같이 행동했다고 지적한다. 하인리 황제와 자주 행동한 건 맞지만 이번에는 따로 행동했다고 설명한다. 에인젤은 이에 수긍하면서도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최종적으로 이득을 본 건 아무리 봐도 하인리 황제 같다"고 예리한 지적을 하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결혼했는데 그걸 이득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너무 계산적이라고 반박했으나, '원래 결혼은 계산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에인젤은 다시 수첩에 받아적고, 기다려준다. 에인젤은 항구 건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서 " 혹시 하인리 황제가 마력 감소 현상과 관련이 있냐"고 매우 예리한 지적을 한다. 잠시 움찔했으나 아니라고 대답한다.[57]
클로디아 대공비와 노란 실과 연한 분홍색 실로 뜨개질을 하다 어색하게 매듭지은 목도리를 보여준다. 삐뚤빼뚤한 완성품을 본 클로디아 대공비는 웃음을 터트리고, 잠시 후 클로디아 대공비가 잠들자 이불을 덮어주고 별원에서 나온다.
본관 앞에서 클로디아 대공과 마주친다. 인사를 생략하고 스쳐 지나치려던 찰나 '네가 생각없이 저지른 연애놀음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나 하는거냐'고 질책을 당한다. 돌아서서 무슨 소리냐고 묻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동대제국과 척을 졌다. 동대제국과 척을 져서 서대제국과 척을 지게 됐어. 우리가 가진 주사위엔 이제 1과 6밖에 없다. 남은 숫자는 에르기, 네가 지운거야."라고 조롱한다.
클로디아 대공이 한 말에 찝찝해해 조사하다가, 연합 쪽에서 블루 보헤안에 묘한 뉘앙스의 제안을 보냈고, 왕이 거기에 긍정적으로 답서를 보냈다는 걸 알게 된다.[58] 곧바로 하인리에게 보낼 편지를 써서 전서조의 다리에 편지를 묶은 후 전서조를 보낸다. 전서조가 날아간 후 시선을 돌려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춰진 별원을 쳐다보면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소년의 복수심이 한 여자를 죽게 만들었고, 그 여자는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에게서 이름을 빼앗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하인리의 언급에 의하면 의논할 게 있으니 편지를 보낸 후 바로 서대제국으로 오겠다고 했다고 한다.
서대제국에 오지만 나비에는 소식을 듣지 못한 상황이였고, 이에 당황해해 자신이 올 거란 연락은 받지 못했냐며, 하인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거냐고 질문한다.
나비에는 자신을 접견실로 불러 하인리가 사라졌단 이야기를 해준다. 뜻밖의 소식에 자신이 하인리에게 보낸 전서조는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하인리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그 이후겠다고 대답해 하인리가 사라진 시기를 단번에 유추하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시기에 실종되다니 좋지 않다'고 중얼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일로 부탁할게 있었다는 말에 질문을 함과 동시에 물론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겠다고 대답한다. 나비에는 월대륙 연합이 요즘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아냐고 묻는다. 그 내용에 대해서 하인리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알려준다. 나비에는 연합에 대해서인거냐고 질문한다. 연합이 자기들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강대국 둘을 누르려하고 있고, 블루 보헤안의 왕은 이번 사건에서 연합을 편들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하인리가 연합에 대응할 문제를 해결하려 갔다가 실종됐다'는 나비에의 말을 상기하지만, 실종 소식을 알리면서도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지 않는걸 보면 자신에게도 비밀로 해야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인리로부터 마력석 회수를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았던 일을 상기해 하인리가 자리를 비운 원인이 마력 감소를 일으킨 증거를 회수하러 갔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하인리가 어떻게 실종이 된 것인지, 지금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자신이 아는 하인리는 실종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르베티와 재회하게 된다. 이글이글한 시선에 고개를 들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르베티의 모습에 르베티와의 첫 만남 당시 나비에의 뒤에 있었음을 기억하고서 나비에가 데려온거라고 생각한다. 르베티의 얼굴은 기억했으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굳이 아는 척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생판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하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웃으면서 지나간다.
그러나 에르기의 계략으로 인해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증오하게 된 르베티가 "난 이 세상에서 라스타가 제일 싫었는데, 이젠 더 싫은 사람이 나타났네."라는 증오어린 독설을 내뱉는다. 르베티의 독설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리지만 르베티는 주먹을 꽉 쥐고서 "역겨워"라고 대답하며 재차 에르기에 대한 증오를 표출한다. 어리둥절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냐고 묻자 르베티는 자신 말고 더 있냐고 대꾸한다. 르베티가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어서야, 라스타가 몇 번이나 욕한 이름이자 로테슈 자작의 딸임을 기억해낸다. 동시에 자신이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때 안을 신전에 데리고 왔던 일을 르베티가 알고 있었다는 걸 눈치챈다. "라스타 양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좋아하겠군요. 지옥에 가거든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 태연하게 대꾸하고서 돌아서서 가버린다.[59]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계단에 앉아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중 우연히 자신을 목격한 르베티가 자신을 계단에서 떠밀려하다가 손을 거두어들이자 '마지막 순간에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고 르버티를 놀린다. 놀란 르베티가 뒤로 반 걸음 물러나자 '복수를 하려면'라고 덧붙이고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채 말리지도 않으며 '밀면 밀려주겠다'는 태도로 군다.
하지만 자신의 이런 태도에 르베티는 에르기를 떠밀 마음이 사라지고 돌아선다. 그 모습에 그냥 가는 거냐고 묻는다. 르베티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서서 인상을 구기며 '난 네 말은 듣지 않고, 그게 어떤 거라도 그렇다'라고 대꾸하자 '살려달라 했으면 밀었을거란 소리냐'고 말한다. 르베티는 대답하는 대신 그냥 돌아서서 걸어가고, 이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싶지 않았던 르베티가 황급히 달려가다가 균형을 잃고 계단에서 떨어질 뻔하자, 그녀를 잡아준 뒤 당겨줘서 균형을 잡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르베티는 바로 자신의 손을 뿌리친다. 르베티가 하나도 안 고맙다고 버럭 외치고서 다시 뛰어가자, 같이 뛰면서 하나만 묻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놀란 르베티는 잔디를 밟고 미끄러질 뻔하고, 르베티를 다시 잡아주고서 황당하다는 듯 왜 자꾸 넘어지는거냐며, 맨 땅이라고 말한다. 르베티는 재차 하나도 안 고맙다고 버럭 외치고서 자신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달려가버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난감한 얼굴로 신발은 안 가져가냐고 물으려고 했다고 중얼거린다.
로라가 자신이 머무는 방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자 방에서 나온다. 로라가 놀라 옆으로 물러나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는 척 '나비에 님 껌닥지'라고 말한다. 이 말에 발끈한 로라가 최측근이라고 반박하자 '그게 무슨 차이냐'는 표정을 짓는다. 불쾌해한 로라가 자신의 친구가 그쪽 근처에 신발을 잃어버리고 왔다는데 혹시 보았는지 물어보러 왔다고 말하자 로라를 '그 자객 친구'라고 칭한다. 자신의 말에 재차 불쾌해한 로라가 되묻자 사실이지 않냐고 비웃는다. 로라가 '누가 그쪽더러 '뒤통수치기의 마스코트'라고 부르면 사실이니까 가만 있을거냐'고 따지자 미소를 지은채 그 말은 친구가 자객이란 걸 인정하는거냐고 빈정거린다. 이에 로라가 '뒤통수치기의 마스코트'가 뭐라는거냐고 따지자 서로 인정하는거냐며 재차 빈정거린다. 여전히 불쾌해한 로라가 신발이나 보았는지 대답하라고 따지자 '뒤통수에는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겠다'고 대꾸한다. 이에 불쾌해한 로라가 도끼눈을 뜨고 자신을 째려보자 르베티에게 '집으로 배달보냈으니, 집에 가보라'고 전해달라고 말하고서 들어가버린다. 방에 돌아와 탁자 위에 놓인 르베티의 신발이 담긴 상자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생각해보니 신발을 굳이 집으로 보낼 필요가 없고, 르베티가 나비에의 시녀들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블루 보헤안에서 사용하는 전서조가 날아온다. 전서조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자신의 사촌인 블루 보헤안의 현 국왕은 자신이 하인리와 절친이란 걸 알아서 예전에는 하인리와의 우정을 이용하려 들기도 했으며 실제로 몇 번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일로 인해 자신에게서 완전히 정을 떼버리고서 서대제국을 뒤로 하고 연합에 붙어버렸는데 갑자기 편지를 보낸 것에 의아해한다. 편지를 펼치자마자 집에서 보낸 편지임을 확인한다. 편지를 읽자마자 그 내용에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 하인리를 만나서 여러가지 의논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고 서둘러 돌아가야겠단 생각에 그대로 복도를 달려간다.
저택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클로디아 대공비부터 찾는다. 놀란 집사가 언제 오셨냐고 묻자 재차 클로디아 대공비를 찾는다. 이 때 알레이시아는 자신을 애정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며 클로디아 대공비는 지금은 괜찮아졌다며 항상 상태가 좋아지다가도 나빠진다고 말한다. 알레이시아를 무시하고 별채로 간다.
별채 정원에 나와 휠체어에 앉아 있는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다가간다. 자신을 본 클로디아 대공비가 미소를 짓자 클로디아 대공비의 상태부터 살피지만, 더 아파보이진 않지만 더 건강해진 것 같지도 않은 모습에 클로디아 대공과 알레이시아가 또 그랬다고 이를 간다. 클로디아 대공비를 안고서 별채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힌 후 우유를 데워 건낸다. 클로디아 대공비가 데운 우유를 마시는 걸 지켜보며 다리를 주무르다가 클로디아 대공비가 데운 우유를 다 마신 후 혹시 대공비가 체하지는 않을지를 걱정하며 등을 쓸어준다.
몇 시간 후 휠체어를 가지러 밖으로 나오지만 클로디아 대공과 마주치게 되고 클로디아 대공을 노려보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한다. 아픈 사람의 이름을 그렇게 팔아대고 싶은거냐며, 인간이 맞는거냐고 재차 항의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자기가 보낸 게 아니라고 항의한다. 여기서 클로디아 대공비에 관련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알레이시아이고, 대공이 그걸 중간에 끊지 않은 게 한 두 번이 아님이 드러난다. 클로디아 대공은 자신부터도 한 두 번이 아닌데 그만 좀 하라며, 좋든 싫든 알레이시아는 자신의 은인이라고 질책하지만, 알레이시아는 '어머니의 원수'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에 분노한 클로디아 대공은 자신의 팔을 잡고서 끌려하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화가 난 클로디아 대공은 자신의 어깨를 잡고서 알레이시아를 마음껏 미워하고 싶으면 알레이시아에게 피부라도 주라며 화를 표출하는 동시에 알레이시아 덕분에 목숨을 구해놓고서 어머니의 원수라고 이를 드러내봤자 아주 고약하고 이중적일뿐이라고 빈정거리고서 '원수라 말하면서 그 원수에게 목숨 빚이나 지고, 자기 앞가림은 하지 못하고서 괜히 애먼 집안이나 들쑤시는 멍청한 놈'[60]이라고 자신을 조롱한다.
클로디아 대공이 간 후 주먹을 쥐고서 떨다가 입술을 악물고서 벽에 머리를 기댄다. 문득 자신을 계단에서 떠밀고 싶어하던 르베티의 모습을 떠올린다. 자신이 없으면 클로디아 대공비를 보호할 사람이 없어지기에 적어도 자신은 클로디아 대공비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차라리 르베티가 자신을 떠밀어버리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심정을 느낀다. 자신을 원망 가득한 눈동자로 바라보던 르베티의 모습을 떠올리며 허망하게 웃는다. 이내 라스타에게 자신은 자신이 보는 알레이시아, 클로디아 대공을 합친 것보다 더한 악마로 보일거라고 인정한다. 목걸이를 움켜쥔 채 어린 시절부터 몇 십번이나 한 '어머니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떠올리지만 이 지옥은 클로디아 대공비를 인질로 잡고 놓아주지 않고, 나라는 커녕 도시조차 벗어날 수 없는데다 대공비는 몸이 약해서 정원조차 산책하기 힘든 상황이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욱 수렁으로 끌어들여진다고 절망한다.
벽에 기대 절망감을 느끼던 중 라스타를 떠올린다. 여기서 에르기는 라스타가 황후가 되기 전까지는 계산적이여도 올바른 조언을 했지만, 황후가 된 이후 딱 한 번 올바른 조언과 그릇된 조언 중 무엇을 해줄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그릇된 조언을 해줬다는 게 밝혀진다. 그게 바로 라스타가 황후가 되기 직전 한 인터뷰인 것. 이때 당시 라스타는 에르기에게 일부로 오답을 알려준 게 아니냐고 화를 냈고 에르기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사실은 라스타의 말이 맞았던 것임이 밝혀진다. 그때 당시를 회상하면서 본인 스스로 과거의 진창에 남는 길을 선택했다는 걸 인정하며 라스타가 자신을 지옥에서 만나면 머리카락이 아닌 머리를 쥐어뜯으려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하인리가 보낸 전서조로부터 편지[61]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에 소비에슈 황제가 자신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단 거냐고 의문을 품지만, 이내 하인리가 말하는 게 소비에슈 황제가 데리고 있다는 치료 마법사임을 눈치챈다. 그 치료 마법사의 실력이 이전의 치료 마법사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소문이 퍼졌고,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이 돌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그 치료 마법사는 동대제국 황실에 소속되어 황명을 듣고 있다는 걸 상기한다. 아무리 치료 마법사라도 사람 한 명에게 며칠 내내 신성력을 퍼부으며 돌보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라,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치료마법사는 절대로 그런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지만, 국가에 소속된 치료 마법사는 황명이 있다면 그런 어려운 일을 해줄 수 있을거라고 납득하며 치료 마법사가 옆에서 계속 케어를 해준다면 정원조차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클로디아 대공비도 나라를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도 잠시 본인 스스로도 말도 안 된다고 판단해 편지를 구긴다. 소중한 치료 마법사를 원수에게 보낼리가 없고 일반적인 관계라도 그런 배려를 할 가능성이 낮은데다, 에르기는 이미 항구 사건으로 트러블까지 일으켰기에, 소비에슈는 절대로 에르기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 '집안일'이란 말을 떠올리고 정식으로 연합을 세울 때의 일인거냐고 생각한다.
한편 나비에가 에르기에 대해 물었을 때 하인리는 계속 "과거"에 남아있다[62]고 언급했다.
이후 르베티가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면서 언급되었는데 르베티와 안이 사는 저택으로 르베티가 잃어버린 신발을 소포로 보냈다고 한다. 하녀의 언급에 의하면 이름도 알 수 없고, 심부름꾼도 알려주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정황상 익명으로 보낸 듯. 이후 르베티는 나비에에게 그녀가 신년제에 참석하러 간 사이 에르기가 계단에 앉아 있었던 걸 봤다고 알려주었다. 당시 르베티의 묘사에 의하면 그때의 에르기는 행복해보이지 않았다고.
이후 하인리가 나비에에게 본인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에르기와의 첫 만남이 간접적으로 언급되었는데, 하인리의 형인 워턴 3세가 마력을 잃은 사건 이후 서왕국 밖을 여기저기 떠돌던 중 에르기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3. 외전
3.1. 과거사
현재 시점에서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있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진짜 대공비(에르기의 어머니)는 알레이시아에게 이름과 신분, 얼굴을 빼앗기고 별채로 사실상 쫓겨나 있는 상태이다.마침내 264화부터 알레이시아의 과거와, 에르기와 알레이시아의 악연이 밝혀지게 된다. 악연은 알레이시아가 오시스 3세의 정부였던 시절 소비에슈가 문제의 낙태약 쿠키(나비에가 배고파 하길래 빼돌려 먹었던 그 쿠키)에 대해 오시스 3세에게 알레이시아가 선대 황후에게 쿠키를 선물했고, 자신이 실수로 그 쿠키를 먹었다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시작되었다.[63] 이로 인해 알레이시아는 낙태약 쿠키 사건의 누명을 쓰고 동대제국에서 쫓겨나다시피 추방되어 고국인 크롬 공국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친부모에게마저도 가문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아 바다에 버려지게 되었다. 그 후 해적에게 구출 겸 붙잡혀 2년 간 해적의 하녀로 살다가 우연히 클로디아 왕제(현 클로디아 대공)의 눈에 띄어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의탁하게 된다.
269화에서 과거 시점의 모습으로, 하얗고 털이 풍성한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알레이시아를 저택에 데려온 클로디아 왕제는 에르기를 부른다. 순순히 다가와 "이 레이디는 누구인가요? 아버지?"라고 묻는다. 에르기의 질문에 클로디아 왕제는 소리없이 알레이시아에게 눈짓한다. 2년 동안 눈칫밥만 먹고 살아서인지 이름을 말하라는 뜻임을 눈치챈 알레이시아는 최대한 온화한 목소리로 "알레이시아입니다, 도련님."이라고 대답한다. 에르기는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레이디."라고 말하고서 다가와 손을 뻗는다. 알레이시아는 얼결에 에르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린다. 손을 올리자 에르기는 귀족 남자들이 하듯 그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손을 뗀다. 2년 동안의 고된 허드렛일로 손은 이전처럼 곱지 않았고, 거칠어진 수세미 같았는데도 개의치 않는 에르기를 본 알레이시아는 그제야 에르기가 작은 천사처럼 생겼음을 깨닫는다. 알레이시아의 묘사에 의하면 갈색과 금색이 섞인 곱슬머리가 이마 위로 귀엽게 내려오고, 그 아래로 드러난 초록색 눈동자는 아주 커다랗고 귀여웠으며, 온순한 눈매와 통통한 뺨 등을 비롯한 이 모든 분위기가 에르기가 그간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고 한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모든 소녀들의 첫사랑 같은 얼굴 같다고.
클로디아 왕제는 그런 에르기가 자랑스러운 듯 애정이 가득 찬 눈길을 보내다가, 에르기에게 "알레이시아 양은 해적에게 포로로 잡혀서, 많이 힘들게 지냈다"며 알레이시아의 사정을 설명한다. 해적 이야기를 들은 에르기는 동정심이 가득한 얼굴로 표정이 우울해진지고, 알레이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표정을 본 에르기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알레이시악에게 내밀며, "마음껏 우세요, 레이디. 그대가 더 아프지 않을 때까지. 제가 곁에서 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라고 위로한다. 애기 같은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말투에 알레이시아는 손수건을 받아들다가 웃음을 터트리고, 에르기도 덩달아 웃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알레이시아는 하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에르기와 놀아주다가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클로디아 왕제의 방 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기웃거린다. 이런 알레이시아의 반응에 에르기는 "왜 그러나요, 레이디?"라고 묻는다. 알레이시아가 아니라고 둘러대자 에르기는 고민이 있다면 자신에게 말하라고 한다. 알레이시아는 고민은 아니지만 이상한 게 있다며, "넌 말투가...... 왜 이렇게 혼자 세월을 앞서가니?"라고 질문한다. 에르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말투가 이상한거냐며, 다른 영애들은 자신이 어른스럽고 듬직하다고 말했다고 대꾸한다. 에르기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고 알려주고서 어머니는 자신을 아가처럼 취급하고 있는데 자신은 이만큼이나 컸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때 집사가 다가와 알레이시아를 부른다. 그 바람에 놀라 고양이를 놓치게 되고, 고양이는 에르기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응접실로 간 알레이시아는 집사로부터 클로디아 왕제비의 사정[64]을 들음과 동시에 클로디아 왕제에게서 "몇 년째 블루 보헤안과 은근한 기싸움을 해온 서왕국이 귀한 손님을 보내 화해의 분위기를 일구겠다고 나섰으니, 서왕국에서 온 귀빈을 접대하는 자리에 알레이시아가 나가 "몸이 약한 왕제비" 흉내를 내며 적당히 참석만 해주고 가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여기서 클로디아 왕제가 알레이시아를 데려온 이유는 그녀가 클로디아 왕제비와 외모가 동일인물 수준으로 닮았기에, 건강 문제로 안주인 역할을 못 하던 왕제비를 대신해 대역을 맡기기 위함임이 밝혀진다.
서왕국에서 온 귀빈이 온 날,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클로디아 왕제비와 비슷하게 치장하고 마차에 타려던 알레이시아를 고양이를 안은 채 멍하니 바라본다.
다음 날 두번째 파티에 가려고 준비하던 알레이시아는 에르기에게 "도련님은 왜 파티에 가지 않아?"라고 질문한다. 이 말에 에르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사람들이 많은데 가면 건강이 상한다고 말했다. 안색이 창백하지만 몸이 약하진 않은 모습에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샅샅이 살피고, 이에 "대대로 내려오는 병이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사람 많은 덴 가지 말라고 해요."라고 태연하게 대꾸한다. 이 말에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가엾게 여겼지만, 정작 에르기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활짝 웃으면서 어차피 자신의 또래는 거의 안 왔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알레이시아는 거의 안 왔지만, 서왕국에서 왔다는 귀한 손님 중에 에르기의 또래인 아이가 한 명 있었다고 알려준다. 자신의 또래가 있다는 것에 궁금해한 에르기는 "어떤 애예요? 여자 애예요 남자 애예요?"라고 질문한다. 알레이시아는 서왕국의 둘째 왕자라고 설명하면서도 자신도 얼핏 보기만 해서 자세히는 못 봤다고 대답한다. 이 말을 하면서 본인이 봤던 서왕국의 둘째 왕자의 모습을 떠올려 확신을 가지고 네가 멋지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말에 에르기는 "만나보고 싶네요. 어떤 앤가."라고 대답해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루 이틀 파티가 계속될 수록 사람들은 알레이시아를 "단 10분씩만 모습을 드러내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신비로운 왕제비"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푹 빠지게 된다. 이후, 사람들은 "왕제비님께서 이젠 많이 건강해진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동안은 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셨던건가요?", "지금부터라도 종종 우리를 불러주세요.", "연회를 여는 게 힘드시면 저택으로 불러주셔도 괜찮아요."라는 등 알레이시아에게 호응을 보낸다. 클로디아 왕제 역시도 단순히 얼굴이 닮아서 데려온 해적 포로가 생각보다 일을 잘 처리해내는 것에 만족해해 알레이시아에게 잘해주고 있다며, 그래도 혹시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했는데 그런 사람도 없다고 칭찬했다. 까다로워보이던 즈멘시아 공작부부마저 알레이시아를 좋아한다는 말에 용기를 얻은 알레이시아는 지금처럼 꼭, 아주 필요한 일에만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을 하고, 평소에는 일을 하면서 지내면 안 되냐고 부탁한다. 이말에 클로디아 왕제는 잠깐 생각하다가 "생각해보지."라며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애매한 대답을 내놓는다.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임을 알게 된 에르기는 당연하게도 클로디아 왕제에게 싫다고 소리치며 울상을 짓고서 "레이디 알레이시아는 좋은 사람이지만, 어머니가 여기 멀쩡하게 계시잖아요. 그런데도 레이디 알레이시아에게 대역을 시키다니요. 싫어요. 아버지."라고 외치며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대역이랄 것도 없고, 지금처럼 꼭 얼굴을 비추어야할 때, 일 년에 한 두번이면 된다며 에르기를 설득하려하고, 에르기는 재차 싫다고 소리친다. 클로디아 왕제는 이번엔 에르기가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에르기는 찬성하지도 않았다며, 사람들이 어머니를 두고 수근거린다니까 한 번이라 생각하고 참은거라고 대꾸한다. 클로디아 왕제는 알레이시아가 대역을 해준다면 어머니를 두고 수근거릴 사람은 없다며 재차 에르기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에르기는 그건 이미 어머니가 아니라고 팩폭을 날린다. 알레이시아의 묘사에 의하면 애정 표현이 많진 않아도 늘 신뢰와 미소를 가지고 대하던 부자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고. 클로디아 왕제는 에르기를 설득하다가 머리가 아픈지 손을 저으며 "이건 너 같은 어린 아이와 의논할 일은 아니야. 네게 괜한 이야기를 했군. 나가거라."라고 말한다. 이때 알레이시아의 언급에 의하면 순간 고양이를 안은채 클로디아 왕제와 알레이시아를 번갈아 쳐다보는 에르기의 눈에서 소비에슈 황태자의 눈동자와 그 원망 가득한 시선이 보였다고 한다. 알레이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내딛으며 에르기를 불러보지만 에르기는 휙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클로디아 왕제는 알레이시아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에르기는 아예 알레이시아를 피해다니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다시 파티에 가게 된 알레이시아는 그 자리에서 " 사실...... 집 안에 절 많이 닮은 해적 포로가 있어요. 남편이 구해온 가엾은 해적 포로예요. 그런데 남편이 너무 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요. 가엾어서 데리고 있긴 한데, 신경이 쓰이네요."라는 폭언을 내뱉어 클로디아 왕제비를 해적 포로로 둔갑시켜버린다!!!
이 사건을 들은 에르기는 "다 아버지 때문이예요. 당장 사람들에게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밝히세요!"라고 울면서 항의했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바로 그러겠다고 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거라며, 블루 보헤안 뿐만 아니라 온갖 나라들이 우리를 조롱할거라고 말했다. 에르기는 그게 어머니보다 중요하냐고 따지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어머니의 체면도 같이 상한다고 대꾸했다.
그날 저녁, 알레이시아는 에르기와 둘이서 고양이와 놀던 장소로 에르기를 찾아가지만 에르기는 "왜 왔어요? 여기 오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차갑게 대한다. 이에 대해 알레이시아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도련님."라고 말해보지만 에르기는 난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에 대해 알레이시아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해보지만 에르기는 말없이 일어나서 떠나려한다. 이에 대해 알레이시아는 "전에 그거. 내 얘기야."라며 황급히 에르기를 부른다.[65] 이를 기억한 에르기가 인상을 찌푸리자 알레이시아는 에르기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해적을 만난 일, 죄 없이 죽은 청년 이야기 등 잊고 싶었던 2년 전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마쳤을 때 알레이시아는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은채 "살고 싶어서 그래. 살고 싶어서."라며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 에르기는 "그걸 왜 꼭 내 어머니 이름으로 살아야 되는데요?"라고 지적하지만 알레이시아는 "아니야. 절대 그런 게 아니야. 집 안에서 없는 사람처럼 지낼게. 정말로. 아주 가끔씩, 그냥 일을 하듯 왕제비 역할만 수행하고 올게. 네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완벽한 왕제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 궤변에 에르기는 " 제 어머니는 어머니라 어머니인거지, 완벽할 필요도, 남들이 칭송할 필요도 없어요. 레이디 알레이시아는 무슨 수를 써서든 내 어머니가 될 수 없어요."라고 팩폭을 날리고서 돌아서서 달려간다.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쫓아가며 계속 "잠시만! 잠시만!"이라고 외치다가, 에르기의 방 문 앞까지 쫓아와 숨을 헐떡이며 다리를 짚고 허리를 숙인 채 " 우리 계속 사이 좋았잖아. 나도 네게 잘했고, 너도 내게 잘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네가 막판에 내게 이래? 네가...... 그렇게 반대하지만 않았으면 나도 홧김에 그런 말은 안 했어!"라며 에르기에게 책임전가를 한다!!!
알레이시아의 태도에 당연히 어이없어한 에르기는 " 그러는 레이디는, 내가 계속 잘 대해주었는데, 마지막에 반대했단 이유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나와요?"라고 정곡을 찌른다. 이 말에 알레이시아가 놀란 찰나, 에르기는 "아버지가 뭐라 하건, 내가 내일 직접 연회장에 나가 진실을 밝힐겁니다. 떠날 기회를 줄게요. 남들이 뭐라 하기 전에, 오늘 짐을 싸서 나가요. 그럼 나쁜 꼴 안 보고 나갈 수 있을겁니다."라고 통보한다.
그러나 알레이시아는 저택 내, 자신이 머무는 방에 불을 지른다!!!
이로 인해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불이 나게 된다. 한편 에르기는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집사가 "도련님, 집에 불이 났습니다! 어서 나가시지요!"라고 말하며 황급히 깨워서야 놀라 벌떡 일어난다. 집 안이 소란스럽긴 하지만 불이 난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해 진짜 불이 난 거냐고 질문했으나. 큰 불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자리를 피해 있는게 낫겠다는 집사의 말에 수긍하고서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챙겨 뚜껑 달린 바구니 안에 넣는다. 클로디아 왕제비를 걱정했으나, 집사는 왕제비는 본관에 거주하지 않으니 괜찮을거라며, 그쪽으로는 더욱 가까운 뒷문이 있다고 알려준다.
빠져나오기 전, 알레이시아가 있는 방 쪽을 쳐다보며, 알레이시아도 빠져 나왔냐고 물어볼까 생각하던 찰나 집사가 부르자, 집사를 따라 밖으로 나온다. 마차로 안내한 집사는 마차에서 기다리라며, 불길이 완전히 잡히면 알려주려고 한다. 불은 왜 난 거냐고 질문했으나, 집사는 또 얼빠진 하인 하나가 실수를 했을거라고 말했다. 걱정스럽게 저택을 바라보던 중 한 쪽에 까맣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불을 끄느라 마차 주위에 없는 모습을 목격한다.
마차에 타 꾸벅꾸벅 졸다가 시간이 흐른 후 마차 밖에서 "마님이 그럼 알레이시아 양이 불러서 가셨단거야?", "그런 소동이 있었다는데, 가실수밖에 없겠지.", "염치없긴. 자기가 직접 가서 사과를 해야지, 마님이 왜 직접 오게 해?", "그 공간엔 마님이 도련님과 주인어른만 들이시잖아. 우리도 못 오시게 하는데 자기를 흉내내는 사람을 들이고 싶진 않으셨겠지."라는 등 알레이시아에 대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놀라서 창문을 열었으나 수근거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왔지만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고, 주위에 선 이들은 아무도 없었으나 "왕제비가 알레이시아와 같이 있다"는 무서운 소리를 들었기에 불이 난 곳을 쳐다본다. 그제야 손님용 방 부근에서 불이 났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과 하인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이였기에 알레이시아가 무사히 빠져나왔냐고 물어볼 기회가 있었지만 일부로 묻지 않았단 것에 그제서야 후회해.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는채 자신만 나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불을 끄기 위해 바쁘게 저택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안에 왕제비가 있거나, 아무도 모른채 왕제비를 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그대로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커다란 물통을 들고 있던 호위는 에르기가 저택 안으로 들어온 걸 목격하고 놀라 물통을 들고 뛰어가면서, "도련님, 저리로 가세요! 위험해요!"라고 외쳤다. 알레이시아의 방을 쳐다본 순간 익숙한 인형[66]이 창틀 끝에 아슬아슬 걸쳐져있는 것을 목격해 그 인형을 보고 정신이 나가 다급히 뛰어간다. 근처에서 물을 퍼붓던 병사가 놀라서 에르기를 잡으려했으나, 이미 에르기는 저택 안으로 들어가버린 후였다.
본능적으로 불을 피해 알레이시아가 머무는 방 앞으로 곧장 달려간다. 유독 불길이 심했으나, 공포심도 잊은채 달려가 "어머니!"라고 오치며 문을 열어본다. 알레이시아가 머무는 방 안으로 들어가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에르기가 목격했던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던 그 인형은 홀로 의자 위에 예쁘게 앉아 있었다.[67] 누가 여기에 가져다 놓은건지 의아해해 방으로 걸어가 인형을 집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장 떠나야함을 직감해 나가려고 했으나, 방 안은 화장대며 커튼 한 쪽에 어느 새 불이 붙어 있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던 불길을 인식하고 나자 목이 뜨겁고 계속 기침이 나게 된다. 왕제비가 방 안에 없다는 걸 확인하자, 왕제비는 다른 곳으로 피했을 것이라고 안심해 돌아선다. 그때 불길에 약해진 마루가 우지끈 하고 부러지고, 에르기는 그 마루를 피하려다 넘어지고 만다. 그 순간 그 위로 불에 탄 문짝이 '기이이익' 하는 스산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기울어 에르기를 덮치려한다. 불붙은 문이 에르기를 덮치기 직전, 알레이시아는 "안 돼!"라고 소리치고서 에르기를 자신의 몸으로 확 덮어 구르며, 자신의 얼굴 한 쪽을 완전히 그을림과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에르기를 구하는 쇼를 벌인다.
알레이시아는 기절한 에르기를 품에 안은채 저택에서 걸어나온다. 한편 파티를 늦게까지 즐긴 후 야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궁전에서 떠났던 즈멘시아 공작부인(현 전대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걸음을 돌려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으로 오는데, 이때 얼굴 한 쪽을 완전히 그을린채, 타다 만 인형을 안은채 기절한 에르기를 품에 안고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알레이시아와 알레이시아가 걸어나올 때마다 알레이시아를 본 저택의 고용인들이 겁에 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알레이시아는 즈멘시아 공작부인을 보고서 울면서 "공작부인. 내가, 내가 내 아들을 구해냈어요."라고 말하며 에르기를 내민다.[68]
알레이시아의 말에 놀라움이 가신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곧 분노해 "몹쓸 사람들."이라고 차갑게 호통치고서 왕제비를 모시라고 지시한다. 호위들이 다가오자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꼭 끌어안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 모습을 본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가엾어라."라고 한탄하고서 얼른 모시라고 지시한 후 본인이 직접 알레이시아에게 다가간다.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알레이시아를 감싸며 "자, 왕제비님. 이제 괜찮아요. 얼른 안전한 곳으로 가시지요."라고 말한다. 언니 같은 목소리에 알레이시아가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자,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자자. 얼른."이라고 다정하게 말하고서 알레이시아가 마차에 타는 걸 돕고, 에르기는 자기가 안아든다.[69]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저택의 고용인들이 서로 '어쩌지?'라는 시선을 주고받으며, 머뭇거리는 사이[70] 즈멘시아 공작부인, 알레이시아, 에르기를 태운 마차가 출발한다.
이후 알레이시아와 기절한 에르기는, 즈멘시아 공작부부가 머무는 임시 저택에 머무르게 된다. 깨어난 직후 알레이시아가 머무는 방으로 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의사는 얼른 클로디아 왕제에게 다행히 에르기는 다친 곳이 많이 없다며, 에르기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려했으나 말을 잇기 직전, 에르기는 곧장 클로디아 왕제에게 다가와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저 사람은 제 어머니가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얘기해주세요!"라고 따진다. 사실 에르기는 자신을 구하고 치료받는 이 "클로디아 왕제비"가 자신의 친모가 아닌 알레이시아임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를 제기하려했던 것이였다. 하지만 의사는 그런 에르기의 모습을 안쓰럽다는 듯 보면서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라며, 자꾸 어머니 얼굴을 못 알아보고 저런 말을 하신다고 말했다. 에르기는 "아니예요! 전 충격을 받아서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예요! 아버지, 아버지가 말해요! 저 사람은 가짜고 대역일 뿐이라고!"라고 외쳤으나, 충격을 받아 기절했던 에르기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클로디아 왕제마저도 에르기를 안쓰럽게 쳐다보았기에, 사람들은 다들 에르기가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결국, 사람들은 그 어느 누구도 에르기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왕제비의 이름 및 신분, 얼굴을 빼앗는데 성공한다.[71]
알레이시아가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는다. 생각할 수록 충격이였고, 믿기지 않는 일이였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본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보니 부정할 수도 없는 일임을 눈치챈다. 싫어했던 알레이시아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에 망연자실해하면서도 알레이시아를 본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들은 알레이시아를 "클로디아 왕제비"라고 여기고 있음을 눈치챈다. 여기서 에르기는 깨어난 직후 관련 이야기를 듣자마자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아니라고 부정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린아이의 말보다는 자신이 본 것을 더욱 잘 믿었기에 에르기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이후 벌어질 일을 알아차리고 어머니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멍하니 중얼거린다. 구해주었으니 그에 합당한 보답을 해야겠지만 그게 자신의 어머니의 이름을 가져가는거라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하인리 왕자가 "뭐가?"라고 질문한다. 목소리를 무시하지만 하인리 왕자는 굳이 다시 "뭐가?"라고 물어보며 가까이 온다. 유달리 밝은 금발과 신비한 보라색 눈동자를 보고서 하인리가 알레이시아가 말한 서왕국의 둘째 왕자임을 바로 알아차린다. 하인리는 에르기의 코 앞까지 다가와서는 가만히 내려다보며 "뭐가? 세번째 묻는거야."라고 경고하고, 그 말에 알레이시아가 한 말처럼 정말로 거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 번만 더 날 무시하면 가만 안 둔다'는 듯한 권위적인 목소리였기에 어른이 보기엔 그래봐야 아이라서 귀엽겠지만, 또래인 자신에게는 위협적인 분위기로 느껴진다고 여긴다. 알레이시아가 하인리를 거만하다고 표현했기에, 하인리가 거만하지 않다고 일부로 생각해버리고 웃으면서 "날 걱정해주는거야? 넌 참 친절하구나."라고 말한다. 이 말에 하인리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더니 사냥감을 탐색하는 늑대처럼 에르기의 주위를 이리저리 맴돈다. 이러한 하인리의 태도에 경계심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하고서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가 처음 주워왔을 때 꼭 저렇게 행동했단 걸 떠올려 하인리가 멋대로 하게 내버려두어 말을 걸지도 않고 간섭하지도 않고, 마음껏 살피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도록 하게 한다.
한참 후 하인리는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었는지 에르기의 맞은편에 앉는다. 이에 에르기는 그때서야 하인리는 서왕국의 왕자인데 왜 여기 있는거냐고 질문한다. 파티 때문이라는 말에, 서왕국의 왕자가 왜 즈멘시아 공작이랑 같이 온 거냐고 질문하지만 하인리는 즈멘시아 공작이 보호자로 온 거라고 알려줌과 동시에 에르기는 서왕국 사람이 아닌데 왜 여기 있는거냐고 반문하며 서왕국에서 빌린 저택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말에 에르기는 "몰라."라고 대꾸했다. 하인리는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누굴 구해왔다던데, 그게 혹시 에르기인거냐고 질문했으나, 에르기는 재차 "몰라."라고 대꾸했다. 이 말에 어이없어한 하인리가 아는 게 뭐냐고 질문하자,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데려온 왕제비가 자신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후 즈멘시아 공작부부, 클로디아 왕제가 식사를 하는 도중, 즈멘아 공작부인과 클로디아 왕제는 아치문 너머로 넓은 거실을 에르기와 하인리 왕자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목격한다. 하지만 즈멘시아 공작은 하인리를 노려본다.
즈멘시아 공작이 하인리를 노려본 걸 목격해 의아했으나, 하인리는 즈멘시아 공작은 원래부터 자신을 싫어했고 워턴 3세를 좋아한다고 알려준다. 이 말에 에르기는 하인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에르기와 시선이 마주치자 즈멘시아 공작은 그제야 다른 곳을 보았지만, 잠시 보인 그 적의는 노골적이고 뚜렷해서 생판 남인 에르기조차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즈멘시아 공작의 하인리 왕자에 대한 적의에 "그래도 그렇지. 왜 저렇게 노려봐? 왕자는 아직 아가잖아?"라고 질문했으나, 하인리는 아니라고 대꾸한다. 이 말에 에르기는 "어머니는 우리 나이는 아가랬어."라고 반박했으나, 하인리는 "나는 왕자니까 아니야. 너는 아가 맞아."라고 받아쳤다. 이 말에 에르기는 황당해해 하인리를 쳐다봤다. 그러나 하인리는 의젓하게 에르기의 고양이 앞에서 고양이풀을 흔들다가, 시선을 느꼈는지 가볍게 웃으면서 자신 때문에 형 워턴 3세가 아픈데, 즈멘시아 공작은 그를 좋아해서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에르기는 되물었으나, 그 순간 하인리는 표정이 변하며 자신의 잘못이라고 중얼거린다. 분명 하인리는 아직 웃고 있는데 눈빛이 무거웠기에, 저런 표정을 본 건 태어나 처음 보는거라고 생각해 잠시 하인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나 에르기의 표정을 본 하인리는 오히려 에르기의 입에 고양이풀을 물리며 "누가 누굴 동정해? 가짜 왕제비부터 물리칠 생각부터 해."라고 타박했다. 에르기는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다들 '에르기는 어머니가 화상을 입은 일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죄책감이 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고 설명했으나, 하인리는 누가 누구한테 죄책감을 느낀단거냐며, 웃기다고 받아쳤다. 이 말에 에르기는 어머니에게도 알레이시아에게도 죄책감이 든다며 알레이시아가 자신을 구하려다 화상을 입은 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죄책감이 안 드는 건 아버지 뿐이고, 그래서 아버지가 밉다고 시무룩해해 고양이만 끌어안고 발치를 내려다본다.
그때 하인리는 "내가 생각해봤는데."라고 말한다. 이 말에 의아해한 찰나, 하인리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더니, 에르기를 구석으로 이끈다. 에르기는 왜 그러나 싶어 하인리를 따라간다. 하인리는 풀숲 뒤에 쪼그라 앉더니 작은 목소리로 " 가짜가 불을 질렀을 가능성은 없어?"라고 묻는다. 이 말에 에르기는 "설마. 사람이 어떻게 그래."라고 대꾸했으나, 하인리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런다고 받아친다. 에르기는 고개를 저으며 다 자신의 탓이라고 부정하고서 처음부터 알레이시아가 빠져나왔는지 집사에게 물어봐야했었다며, 그러면 집사에게서 확인을 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알레이시아의 방까지 갈 일도 없었다고 말하며 시무룩해한다.
그때 알레이시아의 시중을 드는 즈멘시아 공작부인의 하녀가 다가와 에르기에게 왕제비께서 찾으신다고 전한다. 다름아닌 화재 사건으로 인해 "클로디아 왕제비"가 된 알레이시아가 즈멘시아 공작부인의 하녀를 통해 에르기를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불렀던 것.
에르기는 인상을 구기고서 마지못해 알레이시아가 머무는 방으로 가고, 알레이시아는 침상에 앉아있다가 에르기를 보고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으면서 " 아들. 이리와보련?"이라고 말한다. 이때부터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아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클로디아 왕제비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있었다.
알레이시아의 악행으로 인해 에르기는 어머니의 인생을 망친 알레이시아와 친아버지에게 원한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책임을 소비에슈와 동대제국 황실에 전가하며 복수를 계획하게 되었다. 결국 에르기는 라스타를 이용해 동대제국 황실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키는 복수귀로 타락하고 만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하인리와는 과정은 다르지만 둘 다 동대제국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목적이 같아 협력하게 되었다. 동대제국 내부의 상황을 어지럽히는 것도, 자신의 어머니를 불행으로 내몰게 만든 원흉인 소비에슈와 동대제국 황실에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라스타를 경멸했던 이유도 그녀가 알레이시아와 똑같이 황제의 정부였던 탓에 알레이시아와 겹쳐보았기 때문이다.
3.2. 알레이시아와 클로디아 대공의 몰락
현재 시점에서 등장. 과거를 회상하던 중 집사가 깨워서야 회상을 마친다. 자신의 기억 속보다 많이 늙은 집사의 모습에 눈가를 누르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과거의 집사와 지금의 집사가 겹쳐보이는 것에 과거 일을 떠올리느라 잠시 정신이 나갔다보다고 생각한다. 집사는 하인리가 자주 보내는 전서조를 내민다. 집사가 떠난 후 제 주인처럼 거만하게 앉아있는 전서조의 다리에서 편지를 빼낸다. 편지[72]를 읽던 중 나비에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이후 나비에 일행이 탄 배는 륍트에서 돌아오는 도중 여러 척의 해적선과 마주치는데, 나비에는 배와 배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갑자기 해적선이 뱃머리를 돌렸을 때 에르기를 목격했다.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실루엣이나 느낌이 에르기 같다고.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항구 사건에 관해 월대륙 연합 수장이 항구 사건에 대해 에르기 공작의 손을 들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나비에는 이래저래 까다롭게 굴긴 하겠지만, 어떤 면으로든 접근해도, 결국 동대제국이 승리할 재판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73], 월대륙 연합 수장이 에르기 공작의 손을 들었다는 것에 누가 봐도 편파 판정이라는 것과, 정확히는 에르기 공작이 아닌, 블루 보헤안의 손을 들어준 것, 블루 보헤안이 월대륙 연합 소속이기 때문임을 바로 간파했다. 이후 나비에는 월대륙 연합에 "동대제국은 이제 월대륙 연합에 중재를 요청하는 입장이 아니다. 월대륙 연합에는 항구 건에 관해 판결을 내릴만한 권한이 없고, 동대제국은 더는 월대륙 연합에 속해있지 않다. 이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는 건 판결을 내린 월대륙 연합 수장 역시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대제국이 월대륙 연합에서 나간데 대한 불만을 품고서 내린 편파적인 판결이니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월대륙 연합 측은 나비에가 입장을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르기 공작은 블루 보헤안의 공작이고, 블루 보헤안은 월대륙 연합에 속해 있다. 월대륙 연합에 정식으로 제소된 일이니, 권한은 월대륙 연합이 가지고 있는 게 맞다. 제소 당시엔 동대제국도 같은 연합이였다."는 내용의 서신을 나비에에게 보냈다고.
휠체어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다가, 클로디아 대공비가 손을 들어올리면 휠체어를 놓고 꽃, 풀, 희한한 모양의 돌멩이, 담벼락 위의 고양이 등 손 끝이 향하는데 있는 모든 것들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휠체어를 끌고 다니던 중, 종소리가 들려오자 허리를 펴고서 아치문으로 들어오는 집사를 목격한다. 클로디아 대공비를 별채 안으로 바래다주자마자 별채에서 나와 집사 쪽으로 다가가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질문을 하면서도 아치 통로를 지나가고, 집사는 얼른 자신을 따라오며 클로디아 대공이 자신을 부른다고 보고한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이번엔 왜 자신을 부른거냐고 대꾸했으나 집사는 손님이 찾아온 듯 했다고 보고한다. 완전히 덩쿨을 빠져나가자 손으로 눈 위에 차양을 만들어 햇빛을 가리고서 돌아서서 묻는다. 집사가 대답 대신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자 덩달아 시선을 돌리다가 에인젤을 보고 놀란다. 에인젤은 눈이 마주치자 오랜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반갑게 "마법처럼 제게 다가오시는군요."라고 인사한다. 눈살을 찌푸리며 저 자가 왜 여기에 있냐고 생각하지만, 에인젤은 그런 자신의 반응을 모른 척 흘겨 넘기며 손을 정원 산책로로 내밀고서 걸어가면서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정원 산책로를 걷던 도중, 에인젤은 허리까지 올라온 꽃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꽃들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듯 바라보며 "이 연약한 꽃들이 마치 그대 같습니다, 에르기 경."라고 농담을 던진다. 그 말에 무표정으로 자주 듣는 이야기라 새롭지 않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거라면 감흥이 없다고 대꾸한다. 에인젤은 웃음을 터트리고서 제안을 하러 왔다며, 이 제안엔 감흥이 들 거라고 말한 후 바로 옆에서 반쯤 꺽인채 혼자 다른 방향으로 흐늘거리는 꽃을 꺽어 자신에게 내밀며 "별원에 지내는 '진짜 모친'이 블루 보헤안 밖으로 나가는 걸 돕지요. 그 일에 치유 마법사가 필요하다지요?"라고 말한다. 그 말에 놀라 꽃을 받아들지 않은채 에인젤을 쳐다보기만 한다. 에인젤은 이것은 거래라고 말하며, 조건으로 인의적인 마법사 배양, 마력 감소 현상 등 어느 쪽이든 좋으니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여전히 꽃을 받아들이지 않던 중, 빙그레 웃고서 꽃봉오리만 뜯어 주머니에 넣어주며 "하인리 폐하와 친우인 건 알지만, 우리가 한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시길."라고 말한다.
이후 하인리로부터 서대제국으로 와달라는 급보를 받는다.
항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린 후 근처에 선 채 자신이 가지고 온 물건들을 인부들이 내려주기를 기다린다. 잠시 뒤 파랑새 조각상을 내리던 인부는 조각상을 자신의 앞까지 옮기고서 이건 어디에 둘거냐고 묻는다. '여기에 두면 따로 사람이 올 거다'라고 말하려한 순간, 뜬금없이 바다 쪽에서 어마어마한 파도가 몰아친다. 갑자기 몰아치는 파도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거나 엎드리고, 인부들도 깜짝 놀라 다른 곳으로 도망간다. 머리 위에 쏟아지는 파도를 바라보던 중 물줄기가 자신에 닿자마자, 그 파도가 가짜라는 걸 깨닫고 인상을 찡그린다. 환상이라고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리지마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금색 눈동자를 지닌 수룡과 마주치게 된다. 이것도 환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이에 파도도, 금색 눈동자를 지닌 수룡도 사라져있고, 사람들만 항구에서 달아나고 있는 걸 목격한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파랑새 조각상이 사라져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다.
이후 서대제국으로 와 나비에에게 인사를 올린다. 그 순간 자신이 잃어버렸던 파랑새 조각상을 목격한다.[74] 놀라서 파랑새 조각상을 쳐다보다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으며 "발이 달렸나....... 생각하는 중이였습니다. 올 곳에 제대로 온 것 같긴 한데......"라고 중얼거린다.
하인리, 나비에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름으로 나비에에게 편지[75]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덤덤하게 자신에겐 아주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너무 약해서, 휠체어를 타고서도 정원 한 바퀴를 다 돌지 못할 때가 많다고 클로디아 대공비의 사정을 설명하고서 클로디아 대공비를 저택에서 나와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모셔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옆에서 며칠간 붙어서 돌봐줄 치유 마법사가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그 말에 나비에는 쉽지 않은 조건임을 바로 눈치채고, 에인젤이 그 조건을 맞춰주겠다고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인리는 에인젤의 제안에 넘어갈거냐고 묻는다. 입꼬리를 뒤틀어 올리며 솔깃하지 않다면 거짓이라고 대꾸하고서, 자신이 에인젤의 제안에 넘어간다면 말릴거냐며, 아니면 너그럽게 이해해줄거냐고 놀린다. 자신의 처지를 잘 아는 하인리는 어떻게 말리겠냐고 대답한다. 그 말에 의외라고 생각한 찰나, 하인리는 웃으면서 직접 입꼬리를 내려주며 이해는 해주지만, 너그럽지 못할 뿐이라고 대꾸한다. 이를 보던 나비에는 유리잔을 자신과 하인리 사이에 내려놓는다.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에 하인리와 말다툼하던 걸 멈추고 나비에 쪽을 바라본다. 나비에는 "내가 같은 조건을 내민다면 입을 다물거냐"고 제안한다.
멍하니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나비에를 본 하인리는 손을 어색하게 허공에 둔 채, '나랑 손 잡는 게 싫냐'고 시무룩해한다. 그제야 나비에는 고개를 돌리며 당황한다. 옆에서 즐겁게 웃고 있다가 나비에와 눈이 마주치자 하인리에게 "싫은거야. 눈치껏 알아 들어야지."라고 속삭인다. 하인리가 째려보자 뒷짐을 지고서 신나서 혼자 계단을 내려간다.
이후 에인젤에게 답장[76]을 보낸다.
이후 나비에는 소비에슈와 에벨리에게 편지를 보내 클로디아 대공비와 사정과 에인젤이 제안한 거래에 대해, '사정이 있어서 꼭 치유 마법사가 필요한데 도와줄 수 없겠냐'고 부탁한다. 나비에로부터 편지를 받은 소비에슈는 에벨리를 에르기에게 보낸다.
에벨리를 저택 내 별원으로 데리고 간다. 에벨리가 진중한 얼굴로 뭔가 설명할 때마다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다. 그때 소식을 듣고 별원으로 온 알레이시아를 목격한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분노를 드러내며 알레이시아에게 다가와 '이곳은 당신이 올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알레이시아는 저 여자는 누구냐고 질문한다. 에벨리는 어리둥절해하며 알레이시아 쪽을 쳐다보다가 알레이시아에게 다가와 인사한다. 클로디아 대공비를 저택 밖으로 빼내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알레이시아는 슬픈 얼굴로 "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고 묻는다. 에벨리를 붙잡고 같이 가자고 말하고서 알레이시아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몸을 돌린다.
한편, 이 사실을 안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대공을 찾아가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이미 집사에게서 사정을 다 들은 후였다. 이때 클로디아 대공은 " 아들은...... 다시 낳으면 되겠지."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뱉는다. 이 말에 알레이시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클로디아 대공을 쳐다보다가, 대번에 그 뜻을 이해하고서 "죽이다니! 안 돼요!"라고 비명을 지르는데, 이때 클로디아 대공이 에르기를 죽이려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심지어 클로디아 대공은 에르기와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가 타고 있는 배를 침몰시켜 에르기와 에벨리는 죽이고, 클로디아 대공비만 구출해서 다시 저택으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후 에벨리와 함께 클로디아 대공비를 데리고 저택에서 빠져나온다. 클로디아 대공비를 데리고 저택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에 클로디아 대공비와 더불어 매우 황홀해한다. 몸이 좋지 않을 때마다 에벨리가 옆에서 바로바로 치유 마법을 걸어주는 덕분에 클로디아 대공비는 몸 상태가 좋아져간다. 클로디아 대공비는 오랜만에 보는 바깥 경치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고서 계속 몸을 움직이고, 그럴 때마다 어깨에 걸친 외투가 흘러내린다. 그때마다 계속 외투를 다시 들어올려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걸쳐준다. 에벨리는 클로디아 대공비를 극진히 대하는 자신을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이에 자신을 재밌는 구경거리 보듯 한다고 놀린다. 에벨리가 아니라고 말하자, 마음대로 하라며 자신은 지금 에벨리에게 꼼짝도 못하는 입장이라고 놀린다. 그 말에 클로디아 대공비는 웃음을 터트리고, 자신도 따라 웃는다. 에벨리도 덩달아 따라 웃는다.
이후 평화로운 항해가 이어진다. 에벨리는 내내 하품을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치유 마법을 걸어주고, 이를 핑계로 대며 자신에게는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킨다. 클로디아 대공비는 에벨리가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그조차 즐거운지 맑게 웃음을 터트리고, 연신 장난스러운 눈빛을 교환한다.
그때,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오고, 그 바람에 배가 일시적으로 흔들릴 뻔한다. 넘어지려는 에벨리를 잡아준 후 한 손에는 에벨리를, 한 손에는 클로디아 대공비가 타고 있는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서 선실 계단을 쳐다본다. 자주 배를 타고 다녔기에 뭔가 이상하는 걸 눈치채 에벨리와 클로디아 대공비를 두고 밖으로 나온다. 마침 갑판에 있던 사람들도 아까 벌어진 소란에 놀랐는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웃으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조타실로 간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무슨 일 없었냐고 묻는다. 휘파람을 불며 타륜을 돌리던 조타수는 잘 가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한다. 그제야 안심해 선실로 돌아간다.
클로디아 대공비와 에벨리를 침대에 뉘이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자다가, 새벽 즈음 잠에서 깬다. 바람을 쐬러 갑판으로 나오지만, 미끄러질 뻔 한다. 그제서야 갑판 바닥이 축축하고 미끄럽다는 걸 알아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지만, 그 곳엔 이미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제야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급히 선실로 돌아와 클로디아 대공비와 에벨리를 부른다. 에벨리는 하품을 하고서 창 밖을 보지만, 다시 하품을 하며 아직 밤이라고 중얼거린다. 배에 물이 차오르고 있으니, 나가야한다고 재촉한다. 그 말을 듣고서야 에벨리는 기겁해해 벌떡 일어난다. 접어둔 휠체어를 펼치려다가, 휠체어를 팽개치고 클로디아 대공비를 등에 업는다. 갑판에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오던 한 귀족은 클로디아 대공비를 데리고 나오는 자신을 보고 무슨 일 있는거냐며, 왜 단체로 우르르 나가는거냐고 물으려한다.
그때 선원이 급히 달려오며 일어나라고 외친다. 그제야 그 귀족도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진짜 무슨 일이 있다보다고 말한다. 선원은 문을 두드리며 배에 물이 차고 있다고 외치지만, 귀족은 어리둥절해해있다가 뒤늦게 기겁해하며 상황이 이 지경이 돼서야 깨웠다며 미친 거 아니냐고 호통친다. 선원은 누군가가 선원들이 마시는 물에 뭔가를 탄 후, 아래층 바닥을 뜯었다고 설명하고서 귀족이 뭐라 대답하려던 찰나, 다시 일어나라고 외치고는 밖으로 나간다. 귀족이 툴툴대는 걸 모른 척한 채, 에벨리에게 균형을 잘 잡으라며, 그래도 어려우면 자신의 옷을 잡으라고 당부한다. 당황한 에벨리는 어디로 가는거냐고 물으려한다. 갑판에 가 구조선을 타야한다고 알려준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바다 도료를 바르고 탑승했으니, 혹시 구조선에 못 타게 되더라도 최대한 커다란 물건에 붙어있으라고 당부한다. 그렇게 줄지어 계단을 내려가지만, 뒤에 있던 승객 중 한명 좀 빨리빨리 가라고 소리지른다. 이를 무시하고 클로디아 대공비와 에벨리를 데리고 최대한 안전하게 조심해서 계단을 내려간다.
그 순간, 배가 갑자기 크게 기우뚱하고, 승객들은 다들 비명을 지른다. 배는 다시 균형을 찾았으나, 자신의 뒤에서 소리지르던 그 승객은 재차 빨리 가라고 소리지르고서 에벨리를 밀쳐버린다. 그 바람에 한 손으론 난간을 잡고, 한 손으론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치유 마법을 걸어주고 있던 에벨리는 균형을 잃고 아래로 넘어지고 만다. 황급히 손을 뻗어 에벨리를 잡았으나, 에벨리는 넘어지면서 벽에 머리를 부딪힌 바람에 기절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 승객은 자신과 에벨리를 마구 밀치면서 그 자리에 끼어든다. 그 승객을 바라보면서도 기절한 에벨리가 사람들에게 밟힐까봐 걱정하다가, 한 손으로 에벨리를 품 안에 안아든다. 가까스로 옆의 복도로 빠지고나서야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가는 동안, 에벨리를 내려다본다. 등 뒤에는 클로디아 대공비가 업혀있고, 앞에는 에벨리가 기절해 있는 상황에, 어떻게든 계단을 올라가 구조선에 올라타야하는데 제 힘으로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둘이나 있는 것에 막막해한다. 에벨리를 먼저 구하고 클로디아 대공비를 두고 갈 경우, 멀쩡한 에벨리도 밀쳐대고 도망가는 와중에 제 몸도 못 가누는 대공비가 바닥에 있으면 분명 대공비를 밟고 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그렇다고 에벨리를 배에 놔두고 가기에는, 클로디아 대공비와 같은 이유로 분명 사람들은 기절한 에벨리를 밟고 갈 것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등에는 클로디아 대공비를 업고, 한 손으로 에벨리를 품 안에 품은채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켜라', '민폐다', '쓰러진 사람은 두고 오라'라는 등 항의를 해댄다. 이를 무시한채 에벨리와 클로디아 대공비와 함께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와 도와주겠다며 클로디아 대공비를 안아든다.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갑판으로 내려온다. 자신을 알아본 한 선원은 다가와 얼른 타라고 재촉한다. 이미 갑판 바닥에도 물이 차올라있었기에 선원은 급히 자신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가려한다. 자신을 너무 거칠게 잡아끄는 선원의 태도에 클로디아 대공비와 에벨리를 떨어뜨릴 것을 걱정해 잠시 기다려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했으나, 선원은 에벨리와 클로디아 대공비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만 미친듯이 잡아당긴다. 이런 선원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끼고, 그를 뿌리치며 누구냐고 묻는다. 여기서 이 선원은 '아무 일이 없으면 그냥 선원으로서 할 일을 하고, 혹시 일이 터지면 에르기 공작을 구하라'는 알레이시아의 명령을 받은 사람임이 밝혀진다.[77]
그 순간 자신에게 다가와 도와주겠다며, 클로디아 대공비를 안아들었던 그 승객이 갑자기 클로디아 대공비를 빼앗으려 든다.[78] 이에 놀라 팔꿈치로 승객의 얼굴을 내리찍었으나, 승객은 비틀거리면서도 클로디아 대공비를 놓지 않는다. 결국, 승객은 자신에게서 클로디아 대공비를 빼앗는데 성공한다. 승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자, 분노해 허리에 찬 칼을 승객의 등에 던진다. 승객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자신을 잡으려한다. 발로 승객을 걷어차고서 클로디아 대공비를 안아든다.
그 순간, 배가 다시 한 번 거세게 흔들리고, 그 바람에 갑판 끝에서 균형을 잃고 미끄러진다. 이로 인해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와 함께 바다에 빠지고 만다.
한편, 에인젤의 함정[79]으로부터 에벨리를 구하기 위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다르타는 선원의 만류에도 칼을 꺼내 난간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잘라 허리에 묶고서 갑판 아래로 내려와 에벨리를 구출한 후 밧줄을 타고 올라온다. 다르타가 에벨리를 구하는 걸 본 크로우는 까마귀로 변신해 밧줄을 자신과 클로디아 대공비의 사이로 던진 후, 변신을 풀고서 밧줄을 잡아당긴다. 크로우가 새대가리 일족임을 눈치채 밧줄을 받자마자 한 손에 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클로디아 대공비를 품에 안는다. 이윽고 클로디아 대공비와 함께 갑판 위로 올라온다. 그렇게 클로디아 대공비와 함께 무사히 갑판에 거의 도착한다. 에벨리도 무사히 갑판 위로 올라왔으나, 클로디아 대공의 사주를 받은 선원이 다르타를 끌어올리고 있던 선원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다르타는 바다에 빠지고 만다. 그때 에인젤이 타고 있는 하얀 배가 가까이 접근한다.
에인젤은 다 건지고 구조자들은 배에 태우라고 지시하며,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구출한다. 에벨리는 초국적 기사단 기사들과 에인젤에게 다르타만 못 구출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초국적 기사단의 잠수 전문가들이 근처를 다 뒤졌지만 다르타는 없었다는 대답을 듣는다. 에벨리는 시무룩해하며 자신에게 다가온다. 클로디아 대공비의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려주고 있던 중, 자신에게 다가온 에벨리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괜찮은거냐고 묻는다. 에벨리는 다르타가 왜 자신을 구해준건지 모르겠다고 시무룩해한다. 다르타를 기억하고, 되묻는다. 에벨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입술을 깨물며 다르타는 자신을 증오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구했냐고 중얼거린다.
며칠 후, 다른 배를 구해 탑승한다. 이후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와 함께 원래 가려던 도시에 도착한다.
에벨리는 어느 별장 앞에서 정말 여기까지만 바래다주면 되는거냐며, 서대제국으로 바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묻는다. 푹 쉬면서 건강도 좀 회복하겠다고 대답한다. 에벨리는 며칠 같이 있어주겠냐고 묻는다. 며칠 간 고생했고, 위험한 상황도 겪었지만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자신과 클로디아 대공비 말고도 에벨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에벨리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바닥에 피어난 들풀까지, 그저 기쁜 얼굴로 두리번거리는 클로디아 대공비가 영 마음에 쓰였는지 클로디아 대공비의 손을 잡고서 놓지 못한다. 클로디아 대공비는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려 에벨리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인다.
에벨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자신의 말을 기억한 에벨리는 나중에 또 오겠다고 말하며 클로디아 대공비를 한 번 끌어안았다 놓고, 자신과는 악수를 한 후 '우리 셋은 위험을 같이 헤쳐나온 동료다'라고 말한다. 에벨리의 말에 클로디아 대공비는 또 환한 얼굴로 웃고, 자신도 가볍게 웃으면서 고마웠다고 인사한다. 에벨리는 자신도 재수없다고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에 자신이 그런 말을 했냐고 반문한다. 그 말에 에벨리는 얼굴이 벌개져서 우물쭈물하고,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친구는 눈 앞에서 대놓고 말한다고 대꾸한다. 에벨리가 그 친구는 참 못 됐다며 맞장구치자, 그 말 마음에 든다며 친구에게 말을 전해줘도 되는거냐고 묻는다. 에벨리는 '못된 호루라기'라고 전해달라고 말하고, 아주 마음에 든다며, 꼭 친구에게 그 말을 전해주겠다고 말한다.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 에벨리에게 하인리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친구가 '하인리'임을 안 에벨리는 기겁해해 전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 후로도 에벨리는 계속 클로디아 대공비의 곁에 있다가, 뒤늦게 마차를 타고 떠난다. 멀어져가는 마차를 바라보다가,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망토를 다시 추슬러준다.
한편 에인젤은 블루 보헤안에 남아 철저하게 조사하고, 마침내 대공비에 관한 모든 사실을 알아낸다. 다르타의 실종 소식[80]에 매우 분노한[81] 에인젤은 알레이시아의 친부모와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을 모셔오고, 블루 보헤안의 왕에게는 '에르기 공작을 구해줬으니, 그 보답으로 파티라도 열어달라'고 전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블루 보헤안의 왕은 에인젤의 제안을 받아들여 에인젤의 공을 치하하는 연회를 연다. 연회 당일, 에인젤은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며 참석한 연회에 그녀의 친부모와,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들을 초대한다. 덕분에 알레이시아는 연회장에서 친부모와 마주치게 되고, 알레이시아의 친부모가 알레이시아를 알아보면서 알레이시아의 정체가 드러난다.
얼굴을 가리는 모자를 쓴 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인젤은 부하에게 눈짓하고, 에인젤의 부하는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들에게 다가가 "아니, 저 사람들은 왜 대공비를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대공비 이름이 알레이시아던가?"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분위기를 몰아간다. 연회장에 참석해있던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알레이시아 쪽으로 가보지만, 가서 보니 대공비라고 서 있는 사람이 대공비가 아닌 상황에 황당해해 알레이시아는 대공비와 많이 닮았긴 했지만 다른 사람이라고 지적한다. 알레이시아의 친부모는 대공비의 친척에게 누구냐고 묻고, 대공비의 친척들은 자신들이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이라고 말한다.
짧은 사이에 무언가 이상하단 걸 눈치챈 대공비의 친척은 알레이시아에게 "당신 누구야? 당신 누군데 대공비 전하인 척 하고 있어?"라고 따진다. 이로 인해 그간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이전부터 알레이시아와 친하게 지냈던 한 귀족은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라고 주장한다. 이에 알레이시아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무시하라고 말해 상황을 무마해보려하지만, 자기들이 되려 희한한 사람 취급받은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들은 더욱 발끈해서 클로디아 대공비의 본명을 밝히고 말로노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패를 보여주어 본인들의 신분을 증명한다. 그와 동시에 클로디아 대공비가 말로노 가문의 방계라는 사실을 밝힌다. 대공비의 다른 친척 역시 화가 나서 알레이시아에게 "대공비 전하와 결혼 후 왕래가 많진 않았지만, 성장할 때까지 함께 지내서 얼굴은 똑똑히 기억합니다. 당신은 전하와 많이 닮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야!"라고 항의하며 알레이시아가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임을 확인사살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블루 보헤안의 귀족, 정확히는 에인젤의 명령을 받고서 대기 중이던 귀족 하나가 알레이시아의 부모에게 다가가 대공비를 '알레이시아'라고 부르지 않았냐며, 알레이시아를 알고 있는거냐고 추궁하고, 에인젤의 또다른 부하도 무척 친한 척 말을 걸었다고 말하며 연신 바람을 넣는다. 알레이시아의 부모는 서로 말을 맞추면서 또다시 알레이시아를 버리기까지 한다. 알레이시아는 부모가 또다시 딸을 버리면서 맞추기라도 한 듯 주고받는 이야기에 탈출구를 찾기 위해, 두 손으로 팔을 감싸고서 혼란에 가득 찬 두려운 얼굴로 "아들, 내 아들은 어디 있어요?"라고 외치기 시작한다. 알레이시아가 얼굴에 난 화상 자국을 보이자 사람들은 알레이시아가 에르기를 구하기 위해 화재가 난 클로디아 대공의 저택에까지 뛰어들었단 걸 떠올리고, 이를 본 귀족 한 명이 멍하니 '알레이시아는 미쳐서 자기가 대공비라 생각한다'고 혼잣말을 한다. 혼잣말이라지만 제법 큰소리였고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 가장 그럴 듯하게 들렸는데다 다른 귀족들도 "그런건가?" 하고 혹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가짜 대공비라는 게 기정사실화된다. 그러던 중 다른 귀족 한 명이 예리하게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대공의 저택에 화재가 나기 전에도 자기가 대공비라고 말했고, 지금은 미쳐서 그렇다치더라도, 클로디아 대공은 아내의 얼굴도 모르냐며 이상한 점을 지적한다. 그와 동시에 알레이시아를 처음 데려온 것도 클로디아 대공이였다고 지적하며 클로디아 대공도 함께 의심한다.
에인젤이 사람들을 구해준 일을 축하하기 위해 주최된 파티였지만, 이 소란에 다들 원래의 목적을 잊어버린지 오래였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를 탄 듯 여기저기서 작아졌다 커지길 반복한다. 그때, 에르기와 진짜 대공비와 관련해 블루 보헤안의 왕과 의논한 클로디아 대공이 연회장 안으로 막 들어선다.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로 안에 들어온 클로디아 대공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우르르 쏠리자, 흠칫해하며 멈춰서고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눈치챈다. 알레이시아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하염없이 에르기를 찾으면서, 가짜 대공비 행세가 클로디아 대공의 독단적인 행동인 척 그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명예와 평판이 추락한 클로디아 대공은 알레이시아의 배신에 분노하면서도 조카인 블루 보헤안의 현 국왕마저 자신을 옹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해[82] 외국으로 도주했다. 이 와중에 알레이시아의 배신에 대한 복수로 친부모를 떨어뜨리고 간신히 대공가의 저택으로 돌아온 알레이시아를 돈 한푼 없이 내쫒았다.[83]
이후, 에인젤에 의해 명색이 왕족이자 국왕의 숙부인 클로디아 대공이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아들 에르기를 사고사를 가장해 살해하려고 했고, 그의 아내인 대공비까지 가짜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블루 보헤안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게다가 그 모든 사실을 밝힌 건 블루 보헤안의 수사관이 아닌, 월대륙 연합에서 온 기사단장인 에인젤이였다는 사실 때문에 블루 보헤안의 국격과 왕실의 체면은 더욱 추락하고 만다.
결국 블루 보헤안의 국왕마저[84] 분노해 클로디아 대공과 알레이시아를 잡아오라고 명령하고, 이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수도에 머무르고 있던 알레이시아는 바로 투옥된다. 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이 외국으로 달아난 상황에서 알레이시아만 체포되자, 대중들에게는 대공이 주범인데 만만한 사람을 잡아넣었다고 인식되면서[85], 역으로 클로디아 대공과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만 더욱 강해진다.[86] 결국 블루 보헤안의 국왕과 시림 왕제는 어떻게든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하등 도움 안 되는 클로디아 대공을 버리고, 그 대신 사람들에게 동정받는 에르기를 감싸안기로 한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에르기가 이전부터 알레이시아가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라고 주장했던 게 블루 보헤안의 귀족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고 한다. 곧 평민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라고.[87]
이후 알레이시아는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했을 뿐 범죄자로 전락해 돈 한 푼도 없는 채 정처없이 떠도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클로디아 대공 역시 왕족으로서의 지위마저 빼앗긴채 추방되고 유폐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렇게, 클로디아 대공비의 인생을 망친 주범인 알레이시아와 클로디아 대공은 서로 사이좋게 몰락한다. 정작 알레이시아와 클로디아 대공이 몰락한 것과는 달리 에르기는 대공 작위를 잇고, 건강을 회복한 어머니와 여행을 떠나며 같이 사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1]
신년제 특별 연회에서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가 자신의 영지 내 노예였음을 폭로해서, 라스타의 신분에 대한 루머가 사교계 내에서 알음알음 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2]
이후
라스타는 자신에게 협력 관계를 제안한
로테슈 자작을 통해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투아니아 공작, 전 투아니아 후작 마리안 경 사이에 생겼던 20년 전 스캔들을 알아내 사람들을 매수하여 소문을 조작해서 퍼트리고, 대중 무도회 날 투아니아 공작에게 접근해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인상착의를 말해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부정한 여자라고 이간질한다. 결국 라스타가 조작해서 퍼트린 소문만을 믿은 투아니아 공작은 라스타의 이간질까지 겹쳐 '니안이 낳은 아이가 내 아이가 맞냐'고 의심하고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심지어 재산분할 재판까지 벌이고 매우 일방적으로 이혼했다고.
[3]
그녀가 선대 황제인 오시스 3세의 정부였으며, 오시스 3세가 빠르게 질렸던 탓에 정부가 된지 1년 만에 정부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사실.
[4]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동대제국 사교계에 데뷔한 후로, 20년이 넘도록 동대제국 사교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지만, 그만큼 적도 많았다. 단지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추종자들이 하도 많았고,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인기와 평판이 좋았기에,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적들은 차마 나쁜 말을 하지 못했을 뿐, 조용히 지내면서도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단점에 대해 떠들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 상황에 대놓고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험담을 내뱉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당연히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 입장에서는 라스타의 발언이 매우 시원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라스타는 '황제의 총애받는 정부'였으므로, 투아니아 공작부인에 대해 대놓고 안 좋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해도 사교계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권력이 있는 사람, 그야말로 '방패' 그 자체였으니,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은 라스타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감춰두었던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만 하면 되었다고.
[5]
로테슈 자작이 저택 비용으로 50만 크랑이라는 거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당장 막대한 현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6]
나비에가 라스타의 아이에게 보검을 준 것은 아이더러 화려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놀고 먹는 백수가 되라는 뜻이었다.
라스타의 아이는 황제의 사생아이기에 황족이 되거나 권력을 쥘 수 없고, 기껏해야 고위 귀족으로써 살아가야하는 것을 생각하면 라스타의 아이에게는 화려하게 탱자탱자 놀며 살다가 죽는 것이 최선의 인생이다. 즉,
나비에는 라스타의 아기에게 최대한의 축복을 해준 셈이다.
[7]
이때
하인리는 '
동대제국과 전쟁을 일으켜
라스타를 인질로 잡고,
나비에와 인질 교환을 해서 나비에를
서왕국에 장기간 체류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8]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위해 열어준 파티에서, 르베티를 라스타와 대면시키라는 나비에의 지시를 받은 로라가 알리슈테를 통해 르베티와 라스타의 대면을 성사시켰는데, 하필 그 자리에는 알렌도 있었고, 알렌은 아예 라스타에게 안과 저택에 대해 나불거리기까지 한 바람에 이로 인해 라스타는 불안감을 가지게 된 것이였다.
[9]
사실 라스타도 에르기가 한 대답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라스타로서는 가장 믿는 에르기가 자신의 생각과 같은 대답을 해준 것에 만족한 것.
[10]
하인리가 세워둔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면
동대제국에 애정이 강하고 황후로써 자부심이 강한
나비에가 상처 받으면 하인리를 원망하여 나비에와 하인리의 관계가 파탄 날 가능성이 높으니 차라리
라스타를 새 황후로 세워서 나비에를
소비에슈와 이혼시킨 뒤 하인리와 이어지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쪽이든 나비에가 상처 받는 건 마찬가지다.
[11]
라스타의 언급에 의하면 나비에를 동경할 때도, 싫어할 때도, 두려워할 때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였다고 한다.
[12]
노예 출신은 황후가 될 수 없으니, 적당한 귀족 부부를 찾아 라스타를 그 부부의 딸로 위장하려는 것.
[13]
사실상 에르기는 은연중에 '지금 라스타는 황후의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였다.
[14]
이는
나비에가 임신 이후 오만방자해진
라스타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15]
이후
라스타는 에르기의 조언대로 대외적인 신분이 평민임을 이용해 여론전을 펼쳐, 평민들에게 동정표를 삼과 동시에 평민들이
나비에를 험담하게 만든다. 한편 평민들이 나비에를 험담하고 있다는 걸 파르앙 후작에게 전해들은 나비에는 일의 배후가 에르기임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동대제국의 국력이 탄탄해지는 걸 원치 않는 외국인'인 에르기를 경계한다.
[16]
왕국의 일개 방계 왕족이 타국 황제의 정부를 부추겨, 타국의 황후를 험담하는 소문을 퍼트리게 한 것은 황실능멸죄 겸 국가내란죄에 해당하는 중죄다. 즉, 사건의 배후인 에르기는 라스타와 마찬가지로 "황후를 음해한 죄"로 사형되었어야 정상이다.
[17]
'황후의 방에 들어오는 새는 모조리 쏴버릴 것'
[18]
'당신께 무슨 일이 있던건지, 그 일이 혹시 힘든 일이 아닌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대의 고통을 제게 나누어주신다면 그대를 위해 맥켄나가 지혜를 짜낼겁니다.'
[19]
이때
나비에는 자신이 이혼할 것과
라스타가 다음 황후가 될 것을 알았지만, 부관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줄 수는 없으니 혼자서 최대한 일을 당겨서 하고 있었다.
[20]
라스타의 말이 맞다. 원래 법정에는 단정한 차림으로 입고 가는 것이 맞으며, 화려한 옷을 입고 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다. 더군다나 나비에의 이혼은 사람들의 동정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라스타가 나비에의 이혼 법정에 대놓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면, 사람들은 라스타가 황후 자리를 탐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고, 자연히 라스타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지 못한 인상으로 각인되게 된다. 즉, 에르기는 라스타에게 빅엿을 먹인 것.
[스포일러]
에르기가 이런 몰지각한 짓을 한 것은 사람들에게 라스타를 "황후 자리를 노골적으로 탐하는 파렴치한 정부"로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이였다.
[22]
나비에는 신년제에나 입을 법한 드레스를 입고 법정에 나타난
라스타를 보고 '이제 그녀는
동대제국의 황후가 될 텐데, 아직도 라스타 옆에는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의문을 품었으나, 이젠 동대제국의 황실과 관련이 없어짐을 상기하고 의문을 떨쳐낸다.
[23]
라스타는 하인리와 에르기의 사이를 오해하고 있었다.
[24]
비록 방금
서왕국의 왕비로 즉위하긴 했지만,
동대제국 출신이라 어느 정도
소비에슈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비에와 달리,
하인리는 빼도박도 못하게 서왕국 사람인데다 국왕이기까지 했으니 이웃나라의 국왕을 함부로 억류했다가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25]
소비에슈가 하인리를 탈출시키면 '소비에슈 황제가 자신이 감금한 하인리 왕을 돌려보낸다'고 인식되지만 에르기가 하인리를 탈출시키면 '에르기 공작이 친구인 하인리 왕을 탈출시킨다'고 인식될거라고 한다. 즉, 소비에슈는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켜녕 되려 타인에게 떠넘긴 것.
[26]
원래 마차는 암살자가 마차 아래에서 습격할 경우를 대비해 의자 안을 텅 비게 만든다고 한다. 마차를 샅샅이 검문하지 않는 이상은 의자 안까지는 살펴보지 않는다고.
[스포일러2]
후에 라스타는 폐위 직전, 나비에와 같은 방법으로 도주를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탈출에 성공해 무사히 서대제국에 도착한 나비에와는 달리 니안과의 이혼으로 인해 라스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 투아니아 공작에 의해 검거되어 도주 계획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28]
귀족에게 친화적이라고 해서 황실에 친화적인 것도 아니고, 귀족에게 적대적이라고 해도 황실에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9]
애초에
라스타에게 이런 것을 알려준 이유가 '그녀가 잘못된 행동을 하려 하면 막아달라'는
나비에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인데 자신의 조언도 못 알아먹고 그냥 흘려들으며 그런 말은 아기가 듣기 싫어한다고 하자 어이없어서 웃은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귀엽다고 여기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라스타를 칭찬하지는 않았다.
[30]
순수한 조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나비에 역시 비슷한 시기에
서왕국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왕이 치정극을 찍고 우스갯거리가 되는 걸 싫어한다. 왕실 치정극은 재미있지만 자신들의 왕이나 왕세자는 엮이지 않기를 바란다. 로맨스를 언급은 하되 로맨스가 너무 짙으면 불륜으로 보이니 선을 잘 지켜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31]
나비에는 이를 듣고는 에르기, 혹은 에르기와 가까운 누군가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당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한다.
[32]
'
황후 폐하께서는 평민들을 위한 황후가 되겠다고 하셨으면서, 이렇게 귀족들을 불러 티파티를 여시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파르앙 후작은 절친인
코샤르가 라스타 때문에 추방된 이후로 그녀를 적대시하고 있다. 일단 황후가 불렀으니 티파티에 가긴 갔지만 조롱하고 티파티를 먼저 빠져나온 것.
[33]
사실 에르기는 라스타와 소비에슈가 결혼한 그 순간부터 라스타에게 극존칭을 쓰고 있었다. 그걸 라스타가 이제서야 눈치챈 것.
[34]
웹툰에서는 황실의 안주인으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하지 않겠냐며, 단 일 년을 있더라도 허울뿐인 황후가 될 수는 없지 않겠냐면서 라스타를 부추기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35]
이후 에르기의 말에 더욱 불안해진
라스타가
르베티의 인신매매를 위해 직접 암살자를 고용하였고, 이 과정에서 픽스 살인 교사 사건까지 발생했다. 본의 아니게 라스타가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데 일조한 셈.
[36]
사실 에르기의 말이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에르기는 '체면이 상한다' 정도로 말했다지만 블루 보헤안 입장에서는 매우 중대한 모욕이다.
[37]
라스타가 동대제국 황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신분 세탁을 "극적인 가족 상봉"의 이미지로 포장한 것이였고, 라스타의 신분 세탁을 정당화시키는데 에르기가 공헌을 했다는 걸 생각하면 에르기는 라스타의 본래 신분을 노출시키고 라스타와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신분 세탁으로 얽혀진 관계라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즉, 에르기는 대놓고 라스타에게 뒤통수를 친 것.
[38]
오히려
라스타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 건 에르기 본인이다.
[39]
하지만 이후
알렌의 반응을 보면 말이 좋아 데려간 것이지 사실상
안을 납치한 것으로 보인다.
[40]
에르기 공작이 처음부터
라스타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고 라스타의 안위와 명예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
소비에슈도 이 말을 듣고 에르기가 라스타를 진심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걸 확신한다.
[41]
친자 검사를 받기 전부터 이미 라스타는 점점 소비에슈의 총애를 잃어가고 있었고, 황후의 권한마저 제한당해 허수아비 신세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진짜 친부의 존재와 자신이 저지른 만행 및 에르기와의 스캔들이
조앤슨 기자를 통해 밝혀지면서, 궁지에 몰릴대로 몰리자 마지막 희망으로 글로리엠의 친자검사를 허락했다. 하지만 거기서 글로리엠은 소비에슈가 아닌 알렌의 딸로 판명나고, 이로 인해 라스타는 사실상 황후 자리에서의 폐위가 확정된다. 결국 라스타는 황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둥인 글로리엠마저 공주 자리에서 폐위되자, 하녀에게까지 대놓고 조롱과 무시를 당할 정도로 완전히 몰락하고 만다.
[42]
확실히 차용증에는 언제까지 돈을 갚기로 명시하지 않았기에
라스타에게 지금 당장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에르기의 요구는 분명 억지다. 심지어 에르기 공작은 라스타에게 처음 돈을 빌려줄 당시 5년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돈을 빌려준 때로부터 5년은커녕 불과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43]
에르기의 말대로
라스타의 권력이 굳건하다면 기한 없는 차용증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라스타에 대한 온갖 추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저 차용증이 공개된다면 사람들은 날짜가 뭐건 차용증의 존재만으로 경악할 것이 뻔하다. 즉, 에르기의 본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이미 최악으로 떨어진 라스타의 현 상황과 평판을 사실상 재기불능에 가까운 상태까지 더욱 악화시키는 것.
[44]
에르기 공작의 소문이 좋지 않으니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다던 당부.
소비에슈 뿐만이 아니라
라스타와 라이벌 관계였던
나비에까지 경고한 바 있다.
[45]
라스타의 돈은
랑트 남작이 관리하고 있었기에 자유자재로 현금을 유통할 수 없었는데다, 선물로 받은 보석들이나 귀중품은
로테슈 자작,
그녀의 친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수중에 흘러가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그간
르베티의 인신매매,
트로비 공작부부의 살인 교사 등으로 암살자를 고용하느라 막대한 돈을 썼던 탓에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46]
글로리엠은 해당 항목에 더 자세히 나와있지만 누가봐도
라스타의 딸이란 걸 알아볼 정도로 친모와 도플갱어 급으로 닮은 탓에, 라스타가 자살한 이후에도 그녀를 역사상 최악의 황후이자 악녀로 취급하는
동대제국에서 온갖 안좋은 눈길을 받으며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더군다나 본인부터가 '뻐꾸기 황녀' 등으로 불리며 온갖 욕을 얻어먹고 있는 상황이니, 차라리
동대제국과 멀리 떨어진 외국으로 가서 조용히 사는게 훨씬 나았다.
[47]
사실 에르기가 라스타를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로 타락시키는데 그 누구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소비에슈의 말도 결코 틀리지 않다. 이후 밝혀진 과거사에 의하면 에르기는 자신의 어머니의 인생을 망친 알레이시아와 입장이 똑같은 라스타를 처음부터 경멸했으며, 그녀를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를 망가뜨릴 목적으로 이용 대상으로 삼아 철저히 농락했다. 하지만 라스타는 에르기에게 있어 알레이시아와 연관되긴 커녕, 말 그대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생판 남남이였다.
[48]
소비에슈는 이걸 보고 약하다고 할 때의 '약'(weak)인가, 아니면 먹는 약(medicine)인가로 고민한다.
[49]
이걸 보면 에르기가 상자에 넣어 두었던 종이에 적힌 '약'이라는 단어는 먹는 약인 것으로 보인다. 정황상
글로리엠의 친자검사에 무슨 약을 써서 글로리엠이
알렌의 딸이 되게 한 듯.
[50]
다만, 카를 후작의 언급대로 진짜 결과는 에르기 본인도 모른다.
[51]
심지어 블루 보헤안은 자칫 잘못하면 "동대제국 황실을 고의로 능멸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쓸 뻔하기까지 했다. 블루 보헤안의 방계 왕족인 에르기가 그저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인해,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 황제에게 매우 절실했던 후계자를 유린했기 때문. 더욱이 블루 보헤안은 약소국인 반면 동대제국은 월대륙의 두 강대국이자 서대제국의 칭제 후에도 여전히 최강대국에 근접한 국력을 자랑하는 국가이다. 당연히 동대제국은 "약소국에 불과한 블루 보헤안이 강대국인 동대제국을 고의로 능멸했다"고 간주했을테고, 그 보복으로 블루 보헤안을 아예 멸망시키거나 속국화 시켰을 것이다. 종합하면 에르기는 개인적인 복수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을 파멸시킨 것도 모자라, 아예 자신의 조국을 멸망시키고 강대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게까지 만들 뻔했다.
[52]
더 큰 문제점은 이 사건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들이 수두룩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비록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엄연히 거짓이였던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황후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작가의 사생아를 황녀로 둔갑시켜 황제를 속인 죄"를 뒤집어쓰고 동대제국 황후 자리에서 폐위된 뒤 자살한 라스타가 대표적인 피해자다. 그 외에도 직간접적인 피해자들도 수두룩하다. 글로리엠을 적녀로 만들려는 소비에슈에 의해 이혼당했으나 정작 에르기가 조작한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때문에 매우 부당한 이혼을 당한 셈이 된 나비에, 억울하게 "자작가의 사생아를 황녀로 둔갑시켜 황제를 속인 죄"를 뒤집어쓰고 "동대제국 황실과 황제를 능멸한 대역죄인"이 되어 처형당한 로테슈와 알렌 부자, 이로 인해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어린 나이에 반 강제적으로 가장이 된 르베티,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어린아이인데 친부모가 전부 대역죄인으로 죽으면서 연좌제가 적용되어 노예가 될 뻔한 안, 글로리엠의 친자검사를 맡았으나 이후 검사 결과가 조작되었음을 알고 "아이의 인생을 망쳤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빠져 자살한 신관 등이 있다. 당연히 이들 모두 에르기에게 피해를 끼치긴 커녕 애초에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였다.
[53]
에르기의 행동에 가장 크고 결정적인 문제점은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일체의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최소한의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게 정상인데 에르기는 작중에서 나비에한테만 미안해할 뿐 그 이외의 피해자들에겐 사과는 커녕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자신의 악행에 의한 가장 큰 피해자인 라스타에겐 아예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모든 게 그녀의 자업자득이란 식으로 굴며 끝내 자살로까지 몰아넣었다. 아예 한 명의 인간으로도 실격인 에르기의 악마같은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
[54]
그야말로 적반하장 격인 망언이다. 라스타가 악녀로 타락하여 자의로 각종 악행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근원은 에르기의 의도적인 부추김에서 비롯되었다. 심지어 에르기는 라스타를 매우 처참하게 파멸시키고, 아예 자살로까지 몰아가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에르기는 라스타를 악녀화시키고 그녀의 파멸과 비참한 최후를 야기시킨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되려 '자신의 악행에 대한 벌을 받았다'고 마치 남의 일인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55]
당연하지만 그간 에르기가 라스타와 관련된 일 외에도 각종 추문을 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평판만 떨어졌을 뿐 멀쩡히 공작 작위를 유지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나라인 블루 보헤안이 멀쩡히 존재했기 때문이였다. 정작 에르기는 자신의 복수극에만 눈이 멀어 자신의 조국을 아예 멸망시키고 강대국의 속국으로 전락시킬 뻔 했다. 즉, 블루 보헤안의 왕 말마따나 에르기는 '자신의 발밑을 무너뜨린 머저리' 그 자체인 것.
[56]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저지른 악행과 그로 인해 비롯된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에 대한 에르기의 복수극을 따져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애초에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인생을 빼앗은 이유는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알레이시아가 본인의 추악한 욕심에 눈이 멀어 스스로 저지른 짓이였다. 하지만 에르기는 클로디아 대공비의 인생이 망가지게 된 책임을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에게 전가했고,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라스타를 이용해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를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당연하지만 이런 복수극을 벌여봤자 에르기 본인에게 돌아올 이득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데다가, 에르기가 한 짓은 동대제국 입장에서 황실 능멸죄 겸 국가내란죄 겸 반역죄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제 살 파먹기" 그 자체다.
[57]
그러나 에인젤은 에르기의 반응에서 대답을 알아채고, 수첩에 '에르기 공작. 아는게 있음.'이라고 적는다.
[58]
블루 보헤안의 국왕이 연합의 제안에 긍정하는 답서를 보낸 이유는 에르기로 인해 동대제국과의 사이는 확실히 틀어진데다, 에르기도 굽히고 들어갈 마음이 없어 보이자 재빨리 방향을 틀어버렸기 때문이다. 강대제국과 적이 되느니 강대제국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라고.
[59]
라스타는 본인이 저지른 악행과는 별개로 에르기의 복수극에 이용당한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에 가까웠고, 르베티는 아예 에르기와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수극에 휘말려 가족을 잃은 명백한 피해자였다. 그런 피해자 앞에서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보인 것도 모자라 저런 망언을 내뱉은 것.
[60]
사실 클로디아 대공의 악행과는 별개로 이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에르기는 어머니의 인생을 망친 진정한 원수인 알레이시아와 클로디아 대공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서, 어머니와 전혀 상관없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답시고 큰 피해를 끼쳤다. 더군다나 그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에르기가 라스타를 이용해 소비에슈와 동대제국 황실을 망가뜨리면서, 나비에와 니안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한 술 더 떠서 결과적으로 에르기의 고국인 블루 보헤안의 위신이 매우 추락한 건 덤이다.
[61]
소비에슈 황제라면 에르기를 도와줄 수 있을 거란 의견,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이 동시에 연합을 출범시키기로 합의를 봤고, 어느 나라를 포함시킬지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집안일 때문에 동대제국에 한 번쯤 가야하니 생각해보고 말하고, 그때 에르기를 데려가줄 수 있다는 것.
[62]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에게 저지른 악행과 그로 인해 비롯된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에 대한 에르기의 복수극을 생각하면,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야말로 에르기는 계속 "과거"에만 남아있는 셈.
[63]
사실 알레이시아도 완전무결한 피해자는 커녕 본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다가 자업자득으로 동대제국에서 추방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먼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오시스 3세와 애정 행각을 부리면서, 소비에슈의 어머니인 동대제국의 선대 황후에게 원한을 샀다. 심지어 남편의 바람끼로 선대 황후가 슬퍼하자 소비에슈가 이를 위로하면서 자신이 즉위하면 아버지의 정부들을 다 쫓아내겠다며 복수를 다짐하는 걸 듣고, 그 화풀이로 소비에슈와 선대 황후에게 "내가 네 동생을 낳아주겠다, 어린 아이는 빨리 죽는다, 황태자에게도 동생이 서너 명쯤 있으면 좋을거다"라는 망언을 내뱉는 등, 현실이었다면 내뱉는 것조차 금기된 역모죄와 황실 모독죄를 동시에 저질렀다. 결국 이로 인해 원한을 가진 소비에슈가 알레이시아에게 낙태약 쿠키 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
[64]
클로디아 왕제비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먼 친척 집에서 지내다가, 나중에는 시골 별장에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클로디아 왕제비는 몸이 너무 약했던 탓에 요양 겸 사람도 피할 겸 사교계에 데뷔조차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클로디아 왕제가 일 때문에 근처로 왔다가 비를 피해 왕제비의 별장에 가게 됐고, 이러한 인연 덕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이후에 왕제비도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으로 옮겨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택으로 온 이후 클로디아 왕제비는 더욱 몸이 약해졌고, 애초에 사람 만나기를 싫어했다보니 저택 안에서 조용히 살았다고 한다. 사실 클로디아 왕제비는 결혼식 직후에는 지금만큼 몸이 약한 건 아니었으나, 젊고 건강한 동생을 견제했던 블루 보헤안의 왕은 왕제비가 병약하고 가문도 한미한 걸 오히려 마음에 들어해 이 상황을 방치해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클로디아 왕제비는 정말로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어버리고, 저택 밖은 커녕 방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그 즈음에 블루 보헤안의 왕비와 왕이 크게 다투고, 화가 난 왕비가 모국으로 돌아가버리면서 문제가 터지게 되었다. 왕비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이 사교계를 이끌어야하는데 당시 왕자와 공주는 사교계 데뷔는 커녕, 사교계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였기에 그 다음 순서인 클로디아 왕제비가 사교계를 이끌어야했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비는 저택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은 바람에 사교계는 몇 년간 거의 방치되었다. 이로 인해 감히 왕비에게 화를 낼 수 없었던 귀족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데다, 힘이 되어줄 친정이 없는 왕제비에게 불만을 표출했다고.
[65]
이전 알레이시아는 동화책 이야기를 하듯 에르기에게 동대제국 황실이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운지, 하루에 금과 은을 장난감처럼 얼마나 쏟아내는지 등 동대제국 황실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66]
이 인형은 클로디아 왕제비가 휠체어에 앉을 때, 에르기가 늘 데리고 있어 달라며 클로디아 왕제비에게 만들어준 인형이였다. 당시 에르기는 어설프게 천을 꼬아 만들었다고.
[67]
정황상 알레이시아가 인형의 위치를 바꿔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68]
이때 에르기가 안고 있던 인형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데, 인형이 히죽 웃고 있는 소름끼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에 대한 알레이시아의 속마음이 묘사된 것으로 보인다.
[69]
이 과정에서 히죽 웃고 있던 인형이 사람들의 발에 밟혔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70]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의 고용인들은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챙겨가는 알레이시아가 진짜 왕제비가 아니라는 것도,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의 묵인 하에 왕제비 흉내를 내고 있단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마님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히면 클로디아 왕제의 명예가 실추되는데다, 고용인인 입장으로서는 클로디아 왕제가 진실을 지킬지 명예를 지킬지 짐작하기 어려웠다고.
[71]
알레이시아의 치밀함이 드러난 부분. 알레이시아는 스스로 자작극을 벌여 "아이를 구하려다 크게 다친 왕제비"의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서 클로디아 왕제로 하여금 알레이시아를 내쫓을 경우, 사람들이 "클로디아 왕제는 아내가 얼굴에 화상을 입으니 아내를 버렸다"고 클로디아 왕제를 비난하게 만들 상황을 제공해, 클로디아 왕제가 함부로 알레이시아를 내쫓지 못하도록 만듬과 동시에 클로디아 왕제에게 입막음을 시켰다. 에르기의 경우에는 입막음은 물론 에르기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빚을 지웠다. 뜻밖에도 알레이시아에게는 행운이 있었는데, 하필 알레이시아를 목격한 사람들 중 서왕국의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있었다는 것이였다. 덕분에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을 하고 있는 상황을 묵인하고 있었던 블루 보헤안의 왕마저도 진실이 밝혀질 경우 서왕국과의 외교 문제나, 블루 보헤안의 위신 추락,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을 우려했기에,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로 둔갑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설령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들, 이미 알레이시아는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를 해적 포로로 둔갑시켰고, 자작극을 벌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클로디아 왕제비"라고 인식시켜놓았기에 사람들은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를 해적 포로로 생각했을게 뻔했을터라 소용이 없었다. 즉, 알레이시아는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마저도 절대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72]
나비에가 바다에 빠졌으니, 에르기의 배를 동원해 나비에가 실종된 부근 바다를 뒤져달라는 부탁이였다.
[73]
그도 그럴게 에르기는 라스타를 일방적으로 유혹했으며, 라스타의 정부 요구와 라스타의 채무를 빌미로 라스타에게서 일방적으로 항구 양도 서류를 받아내는 등 사익을 챙겼는데, 이는 명백한 범죄이다. 거기다가 에르기는 라스타가 노예 출신이란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항구 사건을 벌였다. 더군다나 동대제국과 블루 보헤안의 압도적인 국력 차이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동대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74]
사실 돌시가 에르기가 나비에에게 선물하려고 했던 파랑새 조각상을 가지고 가, 나비에에게 '뇌물'이랍시고 주고 간 것이였다.
[75]
에르기가 에인젤에게 접촉했다는 것, 에인젤은 서대제국의 비밀에 관해 듣고 싶다며 조건을 내걸었고, 에르기는 그 조건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 이를 알아야 할 듯 해 보낸다는 내용이였다. 이에 대해 '다른 연합에 속해있지만 완전히 멀어지고 싶지 않다', '서대제국과 척을 지는게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긴다'는 이유를 댔다.
[76]
에인젤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것.
[77]
사실 알레이시아가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입막음을 위해 친아들을 사고사로 위장해 거리낌없이 죽이려드는 클로디아 대공의 태도에, 자신이 살기 위해서 에르기만을 살리려한 것이였다.
[78]
정황상 이 승객은 클로디아 대공의 사주를 받은 사람으로 추정된다.
[79]
에르기를 이용해서 본인도 모르게 에벨리에게 해코지를 가한다는 것.
[80]
실종되었다고 알려져있었을 뿐 사실은 하인리가 보낸 새대가리 일족 사람들에게 구출되었다.
[81]
다르타는 극도로 희귀한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였기에, 에인젤은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매우 공을 들였다. 그런 다르타가, 클로디아 대공이 일으킨 선박 사고에 휘말려 실종되었다고 알려졌으니,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82]
블루 보헤안은 그동안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된 걸로도 모자라, 그 모든게 클로디아 대공의 지시에 의한 일이라는 사실마저 밝혀지면서 왕실의 위신이 매우 추락한 상황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클로디아 대공이 스스로를 비호한답시고 알레이시아와 관련된 일을 블루 보헤안의 선왕이 묵인했다는 사실을 밝힌다면, 블루 보헤안은 왕실의 위신이 더욱 추락할 것이고 오히려 현 국왕은 더욱 분노해 선왕을 능멸했다며 왕실 능멸죄까지 적용할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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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저택을 지키는 호위기사에게 "
가짜가 찾아와도 절대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하고 떠났다. 심지어 저택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알레이시아에게 달랑 가방 하나만 주고 쫒아냈는데, 당연히 그 가방 안에는 앞으로의 생활비가 될만한 돈, 옷, 보석같은 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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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라스타와 관련된 에르기가 벌인 짓으로 동대제국과 사이가 틀어져 이가 갈리는데, 이젠 그 아버지까지 왕실을 수치스럽게 만들자 친척이고 뭐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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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클로디아 대공이 가짜 대공비 사건의 주범이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단지 클로디아 대공비와 외모가 동일인물 수준으로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알레이시아를 블루 보헤안으로 데려온 것도, 아들 에르기의 반대에도 알레이시아에게 클로디아 대공비의 대역을 맡긴 것도 클로디아 대공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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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알레이시아에 대한 동정과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결국 블루 보헤안의 국왕은 알레이시아를 감옥에서 빼내주면서 그녀는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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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보헤안의 국왕은 그 전까진 자신이 숙부인 클로디아 대공을 버리면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도 잠깐이고 시간이 지나 열기가 가라앉으면,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을 두고 숙부를 버린 박정한 패륜아라고 비난할거라는 걸 짐작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시림 왕제는 에르기를 감싸안으면, 국왕에게 혈육의 정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고 여론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한다. 애초에 왕실과 어떤 인척관계도 없던 알레이시아는 가차없이 외면하는 건 덤. 시림 왕제 曰 "대공비(알레이시아)를 가엾다 말하는 사람 중에 자기 돈 내가며 대공비를 챙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말만 그러는 거야. 그냥 둬. 풀어줘도 어차피 귀족으론 돌아올 수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