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31:42

아귀(귀신)

1. 개요2. 상세3. 종류4. 그 외

1. 개요

/ Preta / प्रेत[1] / ཡི་དྭགས

생전에 죄를 지어 아귀도에 떨어진 인간들의 혼이 변하여 만들어진 존재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탐욕스럽게 산 자가 환생한다. 주로 먹을 것이나 재물과 관련되어 죄를 짓거나 스님을 모독했거나 동물을 학대했거나 하는 등의 죄로 아귀가 된다고 한다. 물고기 아귀의 어원이기도 하다.

2. 상세

불교 신화에 따르면, 아귀의 세계는 염부제(閻浮提) 밑에 500유순[2][3]으로 길이와 폭은 3만 6천 유순이라고 한다. 지옥은 아니지만 일단은 죄인들이 사는 곳이라 염라대왕이 주인이며 지옥만큼은 아니지만 옥졸들도 몇몇 있다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고통받아야 겨우 다른 존재로 환생할 수 있는데, 그 수명이라는 게 500년이다. 그리고 아귀의 하루는 인간계의 시간으로 10년(!)이다. 즉 인간의 시간으로 365×10×500 + 1×125 ( 윤년) - 1x5 (윤년의 예외) + 1 (윤년의 예외의 예외) =182만 5121‬년을 살아야 다른 존재로 환생할 수 있다. 분명 불교 신화인데 계산법은 그레고리우스력이다.

어떤 아귀가 되는가는 죄목에 따라 다르다. 혹은 육도 중에서 지옥도에 떨어질 정도의 중죄는 아니나 축생도에 갈 정도도 아닌 죄[4]를 지은 자들이 윤회하는 곳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승불교 쪽의 설)

아귀도에서라도 마음을 고쳐 먹고 착실하게 행동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 전생의 업보에 따라서 아귀들 사이에서도 급이 나뉘는데, 아귀도는 지옥도와 인간도의 중간 세계라 인간계에서 사는 아귀[5]와 아귀들의 세계에 사는 아귀로 나뉜다. 인간계에서 살며 더러운 것이라도 좋으니 뭐라도 주워 먹을 수 있는 아귀가 그나마 전생의 죄가 좀 덜한 편이며, 아예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는 이는 아귀 중에서도 최하급 아귀.

불교에서 발우공양을 할 때 음식을 흘리거나 남겨선 안된다고 하는 것도 아귀가 그걸 먹고 더 괴로워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실제로 공양할 때 보면 김치조각으로 그릇을 씻고 그 물을 마시기까지 할 정도로 철저하다. 또한 불교에서는 시아귀 혹은 시식회(施食會)라고 해서 아귀나 연고 없는 망령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법회를 열기도 한다.

단, 일년에 딱 한 번 있는 백중맞이 행사날만큼은 모든 아귀들이 배불리 먹어 허기를 채울 수 있다. 아귀에서 바로 인간으로 단번에 승급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암리타를 마시는 것. 암리타는 힌두교신들이 아수라들과 힘을 합쳐 만든 불사의 약으로 신들이 먹으면 불사의 몸이 되지만 아귀들이 마시면 인간이 될 수 있다(!). 부처님이 들고 다니는 사발에 암리타가 들었기 때문에 아귀들은 부처님을 만나면 암리타를 달라고 애원한다고 한다.

3. 종류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에 따르면 아귀는 36종류가 있다고 한다. 물론, 모두 이보다 더 비참할 수가 없을 정도로 처참한 꼴이다.
그래도 지옥보다는 낫다...
  • 1. 확신아귀 (鑊身餓鬼)
    전생에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함부로 동물을 죽이고서도 전혀 뉘우침 없이 기뻐하던 자. 몸이 이상하게 커서 보통 인간의 두 배나 되지만 손발이 꼬챙이처럼 가늘며, 언제나 뜨거운 불 속에서 타면서 끊임없는 배고픔 갈증에 괴로워한다. 그 때문인지 구원을 받기 위해 사람을 습격해서 산 채로 불태우는 습성이 있다. 손발이 가늘며 불길에 둘러싸인, 아귀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
  • 2. 침구아귀 (針口餓鬼)
    전생에 탐욕스럽고 인색하여 보시를 하지도 않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옷이나 음식을 베풀지 않으면서 불법까지 믿지도 않았던 자.
    흔히 알려진 모습 그대로의 아귀로, 배는 태산처럼 부풀어 있지만 목구멍이 바늘구멍처럼 작아서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다.
    운 좋게 약간의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어도 음식을 넘기면 불길로 변해 다 토해버리기 때문에 언제나 해결할 수 없는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린다.
    거기다가 몸은 불에 구워지며 동시에 모기, 나방, 해충, 열병 등의 공격까지 받으며 괴로워해야 한다.
  • 3. 식토아귀 (食吐餓鬼)
    전생에 혼자서만 미식을 즐기면서 배우자나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지 않았던 자. 키가 반 유순[6]이나 되는 거인으로 황야에 살면서 먹을 것을 찾아 사방을 뛰어다니면서 굶주림 갈증을 호소한다. 먹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드시 토해내기 때문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지옥초지(地獄草紙)>에서는 식사를 즐기던 식토아귀 앞에 옥졸이 나타나 아귀의 입 안에 지팡이를 쑤셔넣어 억지로 토하게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 4. 식분아귀 (食糞餓鬼)
    전생에 탐욕스러운 인색한으로 지내면서 보시를 행하지 않고 스님에게 부정한 음식을 준 자.
    분뇨의 연못에서 구더기 오줌을 먹어치우는 벌을 받는다. 더러우니까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구더기나 분뇨마저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극심한 배고픔에 고통 받는다. 업을 다하고 환생한다고 해도 대부분 인간으로는 환생하지 못하며, 운 좋게 인간으로 환생한다 해도 미천한 신분의 인간밖에 되지 못한다.
  • 5. 무식아귀 (無食餓鬼)
    전생에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선량한 자를 감옥에 보내 굶주려 죽게 하고도 전혀 뉘우침이 없었던 자.
    어떤 것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으며, 굶주림이 불길로 변하여 뱃속을 태워 더욱 큰 고통을 받는다.
    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강을 보고 다가가면 강물이 한순간에 말라버리거나,[7] 물가에서 옥졸들이 지키고 있다가 무식아귀가 접근하면 머리를 지팡이로 내려치며 괴롭힌다.
  • 6. 식기아귀 (食氣餓鬼)
    전생에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처자식에게는 인색하게 냄새만 맡게 했던 자.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이 물가나 숲속에서 제단을 차리고 기도를 올릴 때, 제단의 공양물 냄새를 맡으면서 간신히 살아 있는 아귀로 공기 외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다.
  • 8. 식수아귀 (食水餓鬼)
    전생에 물을 탄 술을 팔아 돈을 벌거나, 술잔에 나방이나 지렁이를 빠뜨려 어리석은 자들을 조롱한 자.
    항상 기아와 갈증에 괴로워하며 물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지만, 갖가지 곤란으로 인해 제대로 물을 마시지 못한다.
    단 강을 건넌 사람의 발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부모를 위해 바치는 물이라면 조금이나마 마셔서 갈증을 달랠 수가 있다.
    그러나 더 참지 못하고 강으로 달려가 물을 마시려고 하면 수많은 옥졸들이 쫓아와 지팡이로 때리며 방해한다.
    <아귀초지(餓鬼草紙)>에는 물가에 가까이 갔지만 가시 돋친 풀 때문에 물을 먹지 못하는 아귀와, 강을 다 건넌 짐꾼의 발자국에 얼굴을 들이대고 조금 남은 물방울을 탐하는 아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 9. 희망아귀 (悕望餓鬼)
    전생에 탐욕과 질투심으로 착한 사람을 괴롭히고 그들이 애써 얻은 물건을 사기로 빼앗은 자. 오직 죽은 부모를 위해 제사 올리는 공양물만을 먹을 수 있다. 얼굴은 주름투성이에 거무튀튀하고, 손발은 쩍쩍 갈라졌으며, 머리카락이 얼굴을 뒤덮고 있다. 기아와 갈증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전생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며 “베푼 것이 없으면 보답도 없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고.
  • 10. 식타아귀 (食唾餓鬼)
    전생에 수도사 승려에게 부정한 음식을 깨끗하다고 속여서 먹인 자. 사람들이 뱉은 만을 핥아서 살아간다.
  • 11. 식만아귀 (食鬘餓鬼)
    전생에 부처님이나 족장에게 올리는 화만(華鬘)이라는 꽃 장식을 훔쳐 스스로를 꾸미고 치장한 자.
    화만만을 찾아다니며 그것만을 먹고 산다.
  • 12. 식혈아귀 (食血餓鬼)
    전생에 피 흐르는 고기를 좋아하여 함부로 살생을 할 뿐 아니라, 처자식에게는 나눠주지 않고 혼자 먹은 자.
    생물이 흘리는 피를 찾아 그것만을 핥아서 살아간다.
  • 13. 식육아귀 (食肉餓鬼)
    전생에 저울을 속여 적은 양의 고기를 비싸게 판매한 자. 고기만 먹으면서 살아간다. 고기를 먹는다 해도 배부르지 못한 건 똑같다. 사거리 번화가 등에 자주 나타난다.
  • 14. 식향연아귀 (食香烟餓鬼)
    전생에 저질 을 판매한 자. 신정에 공양된 향연기를 마시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 15. 질행아귀(疾行餓鬼)
    전생에 승려신분이면서 유흥에 빠지고, 환자에게 줘야 할 음식을 빼앗아 먹은 자.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파먹는다. 구울?
    시체를 좋아하므로 돌림병이 돌면 생기가 넘쳐서 아무리 먼 거리라도 단숨에 날아가는데, 죽은 자가 떼로 발생한 곳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시체에 달라붙으며 '질병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아귀'라는 뜻의 이름 역시 이런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 16. 사변아귀 (伺便餓鬼)
    전생에 사람들을 속여서 재산을 빼앗거나 폭력으로 마을 약탈한 자. 4의 식분아귀와 비슷하게 사람이 대변을 보는 곳만 찾아다니며 대변을 먹는데, 그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가 그의 활력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온몸의 모공마다 화염을 뿜어 늘 몸이 불타는 고통을 당한다. 언제나 인간계를 어슬렁거리며, 길가에 배변하는 자를 발견하면 다가가 변을 얻는다. <아귀초지>에 사변아귀를 그린 그림이 있는데, 사람들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므로 바로 옆에 아귀가 있어도 사람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길가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 17. 지하아귀 (地下餓鬼)
    전생에 나쁜 일을 하여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거나 사람들을 묶어 깜깜한 감옥에 처넣고 괴롭힌 자.
    지옥(불교)의 풍도지옥과 비슷하다. 캄캄하고 험악한 지하세계에 살면서 칼날 같은 한풍에 몸이 찢겨나가고 귀신들에게 온몸을 얻어맞으며 고통받는다. 모두들 제각기 떨어져서 고립되어 있으므로 늘 고독하며, 먹을 것을 찾아 뛰어다닌다.
  • 18. 신통아귀 (神通餓鬼)
    전생에 타인을 속여 재산을 빼앗아 나쁜 친구들에게 나눠준 자.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갖고 있어, 본인은 신체적으로 고통받지 않는다.
    그러나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아귀들에게 둘러싸여 고통에 찬 다른 아귀들의 표정을 늘 눈앞에서 보는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 19. 치연아귀 (熾燃餓鬼)
    전생에 성곽을 부수고, 백성들을 살해하여 재산을 빼앗고, 권력자에게 빌붙어 큰 세력을 얻은 자.
    온몸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불타올라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인가나 숲속을 뛰어다닌다.
  • 20. 사영아변아귀 (伺嬰兒便餓鬼)
    전생에 사악한 자에게 자신의 갓난아기를 잃은 까닭에 복수심에 불타서 내세에는 야차(夜叉)로 태어나 타인의 아기를 죽여버리겠다고 결심한 여자. 언제나 인간계에서 임산부를 찾아다니며, 아기가 태어난 곳이면 어디든 바로 날아가서 상황을 엿보다가 작은 기회라도 절대 놓치지 않고 아기를 죽여버린다.
  • 21. 욕색아귀 (欲色餓鬼)
    전생에 아름답게 차려입고 매춘을 한 남자나 여자, 그리고 그들과 몸을 섞은 자. 귀족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가 향락과 육욕에 열중하는 자리에 나타나 음식물을 훔친다. 몸집이 작아서 인간에게 발견될 염려는 없지만, 원하는 모습으로 자유롭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인간이나 작은 새로 변하여 연회에 참석할 때도 있다. <아귀초지>에는 귀족 같은 남녀가 음악을 즐기고 있는 장소에 나타나 귀족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욕색아귀가 그려져 있는데, 그들의 키는 사람 얼굴 크기도 안 될 정도로 작아서 귀족들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는 그림이다.
  • 22. 해저아귀 (海渚餓鬼)
    전생에 병고에 시달리며 황야를 떠도는 행상인을 속여서 물건들을 헐값으로 사들인 자. 바다의 모래톱에 사는데 그곳은 인간계의 여름보다 천 배는 뜨겁지만 나무그늘도, 연못도, 강도 없으며 해변의 모래톱임에도 바다는 바싹 말라있고 나무들은 전부 타오르는 불길로 되어 있다고. 아침 이슬 몇 방울로 겨우 연명한다.
  • 23. 집장아귀 (執杖餓鬼)
    전생에 권력자에게 아첨하고 그 권력을 내세워 악행을 한 자. 염라대왕의 심부름을 한다. 앞머리는 흐트러지고, 윗입술과 귀는 축 늘어졌으며 배가 나왔고 목소리가 크다.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악행을 일삼는 인간을 발견하면 염라궁까지 끌고 온다. 이렇게만 보면 저승사자 같은 것이 되어 좋아보일 수도 있지만 기아와 갈증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다른 아귀와 다를 것이 없다. 그저 바람만 먹으면서 겨우 살아간다고.
  • 24. 식소아아귀 (食小兒餓鬼)
    전생에 사악한 주술을 사용하여 환자를 속인 자. 지옥(불교) 중 등활지옥에서 대략 1조 6천 6백억 년의 고통을 겪고 나면 환생할 수 있는데, 그래봤자 이런 아귀가 될 뿐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찾아 잡아먹으며 산다. 언제나 임산부를 찾아다니며, 임산부를 발견하면 접근하여 아기를 빼앗는다.
  • 25. 식인정기아귀 (食人精氣餓鬼)
    전생에 전쟁터 등에서 언제나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달콤한 언변으로 친구를 속이고는 결국 그 친구를 죽게 내버려둔 자.
    언제나 극심한 굶주림으로 괴로워 할 뿐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칼날이 비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한다.
    불, 법, 승 삼보를 경외하지 않는 인간이 있으면 그의 몸 안으로 침투하여 정기를 빨아먹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는 10년이나 20년에 한 번 밖에 없다.
  • 26. 나찰아귀 (羅刹餓鬼)
    전생에 짐승을 죽여 큰 잔치를 열고, 적은 양의 음식을 비싼 값에 판매한 자. 사거리에 살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 광기에 빠뜨리고는 결국 살해한다.
  • 27. 소식아귀 (燒食餓鬼)
    전생에 선한 친구를 멀리하고 스님이 먹을 밥을 멋대로 먹어치운 자. 화로 속에서 타고 있는 음식 찌꺼기를 화롯불과 함께 먹으며 산다.
    기아와 갈증의 불길과 음식 찌꺼기의 불길이 언제나 위 속에서 불타올라 괴로워한다.
  • 28. 부정항맥아귀 (不淨巷陌餓鬼)
    전생에 수행에 힘쓰는 사람들에게 부정한 식사를 준 자. 식분아귀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나 마을, 군대의 야영지 중에서도 특히 구더기들이 들끓는 지저분한 곳에 살며 구토물처럼 더러운 것을 먹고살지만 그것마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먹지 못한다. 만일 먹을 만한 것이 있다 해도 분뇨를 지키는 옥졸들에게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고 억지로 토해내야 한다.
  • 29. 식풍아귀 (食風餓鬼)
    전생에 승려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실제로 그들이 오면 아무것도 주지 않고 찬바람 속에 벌벌 떨게 놔둔 자. 기아와 갈증으로 괴로워하며 먹을 것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입 속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바람만을 마시며 산다.
  • 30. 식화탄아귀 (食火炭餓鬼)
    전생에 감옥에서 간수로 일하면서 사람들을 때리고, 결박하고, 그들의 음식을 빼앗아 허기를 못 이겨 진흙을 파먹는 지경으로 몰아간 자. 항상 묘지를 어슬렁거리면서 시체를 태우는 불을 먹는다. 아무리 먹어도 만족할 줄 모르며 이 아귀가 된 자는 아귀도에서 수명을 다하여 인간계에 환생할 기회가 생겨도 반드시 변경 땅에 태어나 형편없는 식사를 하며 맛있는 음식은 결코 먹지 못한다.
  • 31. 식독아귀 (食毒餓鬼)
    전생에 사람을 독살하여 재산을 빼앗은 자. 독약에 둘러싸인 곳에 산다. 동굴이나 험한 산 속, 혹은 빙산이 있는 추운 곳에 살면서 겨울에는 얼음으로, 여름에는 독으로 절여지는 고통을 받는다. 또한 여름에는 이들 위로 하늘에서 불이 쏟아져 내리고, 겨울에는 칼날이 비처럼 쏟아진다.
  • 33. 총간주식열회토아귀 (塚間住食熱灰土餓鬼)
    전생에 부처님께 바친 꽃을 훔친 뒤 그것을 팔아서 돈을 모은 자. 언제나 묘지를 어슬렁거리면서 사체를 태운 뜨거운 재나 흙을 먹는 아귀며 이것마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먹을 수 없다. 기아와 갈증에 괴로워하는 것은 다른 아귀들과 동일하지만 이 아귀는 목에 무거운 쇠칼이 채워지는 것과, 옥졸귀신들에게 칼과 곤장으로 얻어맞는 벌을 추가로 더 받는다.
  • 34. 수중주아귀 (樹中住餓鬼)
    전생에 다른 사람이 힘들여 가꾼 숲을 멋대로 벌채하여 돈을 모은 자. 나무속에 갇힌 것처럼 사는데 나무 형태로 몸이 뒤틀리며, 추위 더위를 막을 방도가 없으며, 개미나 벌레한테 뜯어먹히면서 고통받는다. 누군가가 먹을 것을 나무 등걸에 버려줄 때만 그것을 주워 먹을 수 있다.
  • 35. 사교도아귀 (四交道餓鬼)
    전생에 나그네의 음식을 빼앗고는 황야에 내버려두어 배고픔과 목마름을 겪게 한 자. 사거리에 살면서 쇠톱으로 종횡으로 잘리고, 편평하게 늘려지는 고통을 받는다. 사람들이 사거리에서 제사를 지내고 공양을 할 때만 식사를 할 수 있다.
  • 36. 살신아귀 (殺身餓鬼)
    쉽게 이야기 하자면 지옥 체험판. 전생에 남에게 알랑거리며 나쁜 일을 꾸미거나, 사법(邪法)을 정법처럼 설법하며, 수행하는 승려를 방해한 자다. 마치 지옥에 떨어진 자처럼 뜨거운 쇳물을 마시면서 고통 받는데, 끔찍한 점은 업이 다 끝난 뒤에도 지옥도에 떨어져 더 큰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오법념처경(五法念處經)>에 기록된 총 36종류의 아귀다. 하나 같이 악덕업자나 불효자, 불교를 억압하는 자들로, 그 모습들은 저마다 시대상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극히 드문 특이 케이스로 금은보화에 둘러싸여 고통 없이 사는 아귀나, 하루의 절반 동안만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 사내는 생전에 낮에는 오계를 충실히 지키며 살았으나 밤에는 남의 아내와 동침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지옥에 떨어져 아귀가 되어 낮에는 미녀와 향락을 즐기며 지내나 밤에는 지네에게 뜯어먹히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4. 그 외

한국 민간에 '걸신 들렸다'는 말이 있는데, 아귀가 사람의 몸에 빙의하여 굶주림을 풀고자 하면, 이를 막기 위해 굿을 올리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러니까 하도 먹어대서 아귀 들린 것처럼 보일 정도라는 의미다. 일본에는 꼬마, 아이 등을 속칭으로 '가키'라고도 하는데[8] 이 또한 아귀에서 유래된 말로, 애들이 마치 걸신 들린 것처럼 쳐묵쳐묵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식신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가능하나 어감도 그렇고 부정적인 의미가 더 큰지라 식신에게 거의 먹힌 듯하다. 사실 아귀는 뒤의 귀자 때문에 사실상 괴물취급으로 사람한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 쿠사레게도나 원피스의 샬롯 링링[9]같이 인외의 괴물한테나 아귀라는 말을 쓴다.

<대목건련명간구모변문(大目乾連冥間救母變文)>이라는 책에는 실제로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하나인 목련존자와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생전에 죄를 많이 지어 무간지옥에 떨어졌는데, 목련존자의 간청으로 부처님이 직접 행차하여 많은 죄인들이 구원받아 천상에서 환생하는 상황에서도 아귀도로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고.[10] 이때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목이 바늘구멍처럼 가늘어지고 배는 태산처럼 부어올랐다고 하며 목련존자가 가져다 준 음식이나 물을 먹자 그것들이 불길이 되었다는 묘사로 보아 침구아귀가 된 듯.[11]

결국 아귀도까지 끝마친 뒤에도 대체 얼마나 끔찍한 죄를 지은 건지 인간은 되지 못했다.[12][13] 부잣집의 검은 개로 환생하는데 목련존자가 찾아가자 반기며 개의 몸이지만 지옥이나 아귀도에서 고통 받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국 목련존자는 노력 끝에 어머니를 천계로 승천시킨다.

웹툰 트레져헌터에서도 종정 스님이 과거를 회상할 때 등장한다. 그가 젊을 적의 어느 날, 절에서 '시아귀'(아귀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행사) 행사를 했다. 그런데 행사 도중 족자의 아귀들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습격했다. 절의 사람들은 모두 아귀들에게 잡아먹혀 죽었고, 종정 스님도 아귀들에게 반쯤 씹히다 만 꼴이 되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그가 아귀들을 보고 느낀 감정은, 공포감이 아닌 위화감이었다. 분명 눈 앞에 아귀가 살아 돌아다니지만, 그 모습이 꼭 '이야기가 현실의 옷을 입고 진짜인 척 흉내를 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14]

종정 스님이 아귀를 보고 위화감을 느낀 이유는, 아귀가 전설 그대로의 괴물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의 상징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배가 고파 자기 주변의 것들을 먹어치우는 귀신이다. 그렇게 주변의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도, 끝내 만족하지 못하는 배고픈 귀신이다. 자신의 과오를 덮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주변의 것을 탓하고 갈구하는 존재다. 아귀가 은유하는 존재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다.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파즈는 자신을 아귀에 빗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 때문이다.

드라마 구미호뎐에서는 좀비와 같은 걸신들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게임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서 WAW급 후원자 아이디어 환상체 '풍운승려'가 격리실에서 탈출할 때 아귀로 변한다. 환상체 기록에 따르면 원래는 깨달음을 찾아 방랑하던 평범한 승려였는데 어느날 명성이 높은 고승의 다비식을 구경하다 그 고승의 사리가 터무니없이 적게 나오는 것과 그것을 보고 분노하는 관중들의 반응을 목도 하고 말았고, 그 때문에 본인이 걸어온 불도에 대한 회의가 생겨 당혹스러워하던 도중 노인으로 위장한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 결국 사리를 탐하는 아귀로 타락해 버린 것이라고 한다.


[1] 산스크리트로 본래 어원은 '죽은 자/망자'라는 뜻이었다. 팔리어로는 peta(뻬따)라고 한다. 음차하여 폐례다(薛荔多), 혹은 폐려다(閉麗多ㆍ閉戾多ㆍ閉黎多)ㆍ비례다(鞞禮多)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따라 내세에 거쳐가는 '과정'들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칭하는 지옥의 이미지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지옥이라고 지칭해도 무방하다. [2] 由旬, 고대 인도의 이수(里數) 단위.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로서 80리인 대유순, 60리인 중유순, 40리인 소유순의 세 가지가 있다. [3] 대유순으로 기준을 잡으면 10리=4km 80리=32km 32 * 500 = 16,000 즉 16,000km 밑에 있다. 만약 소유순으로 잡으면 /2를 하면 되므로 8000km이다. 대략 8000km ~ 16,000km에서 거주한다 [4] 정확히는 축생계보다 죄질이 무겁고 지옥도보다는 죄질이 가벼운 영혼. [5] 물론 보통 인간 눈엔 안 보인다. [6] 由旬, 고대 인도에서 거리를 재던 단위. 기록마다 차이가 있으나 1유순당 13km정도로 추정된다. [7] 이 부분은 그리스 신화 탄탈로스와 유사하다. [8] 餓鬼를 일본어로 '가키'라고 읽는다. 요즘엔 가타카나로 ガキ라고만 표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니 신세대들에겐 이 속어의 유래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판타지물 등에서 이게 나올 일이 있으면 한자로 쓴다. 참고로 보통 이 단어를 번역할 때 '꼬마'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당히 순화된 표현으로, 실제 어감은 '애새끼'에 가깝다. [9] 일단은 인간이지만 여태까지의 모습들을 보면 인간으로 치기 힘들다. [10] 사실 무간지옥의 죄인들은 제도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무간지옥의 고통은 등활지옥이 낙원으로 보일 정도로 심하고 지옥도의 고통이 아귀도보다 심하니 아귀도로 가는 거라도 감지덕지다. [11] 침구아귀가 탐욕스럽고 인색하며 불교를 믿지 않았던 자이니 생전에 그 죄 또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12] 위에 서술된 것처럼 무간지옥에 떨어졌다라는 것을 보면, 최소한 오역죄 혹은 그에 준하는 죄업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건 몰라도, 지옥들 중에서도 최악의 지옥인 무간지옥에 떨어졌다는 것부터가 목련존자의 친모의 악업과 악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뜻한다. [13] 무간지옥에 들어가는 이들은 대부분 신성모독을 저지른 자들이다. 신성모독도 급이 있어서 승려에게 의도적으로 나쁜 걸 시주하거나 속여서 먹게 하거나 보시를 약속하고도 주지 않은 자, 사이비를 주장한 자, 부처님에게 올리는 꽃장식을 훔치거나 그것도 모자라 팔기까지 한 자, 승려로서 질 낮은 짓을 저지른 자는 아귀도에 가고 불교의 논리를 부정하거나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하늘에 갈 수 있다고 하는 자들이 초열지옥, 불가의 여성들을 상대로 나쁜 짓을 한 자들은 대초열지옥. 그리고 부처나 승려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교의 물건을 훼손한 자들이 무간지옥에 들어간다. 물론 무간지옥에 들어가는 죄에는 존속살해, 근친상간 같은 것도 있지만 맥락을 보면 아마도 그냥 신성모독을 저지른듯? 게다가 다른 죄인들이 다 천상으로 가는데 본인은 인간도 아닌 아귀가 되었다는 점에서 저걸 골고루 해댄 모양이다. [14] 여담이지만 아귀들은 뒤이어 나타난 쉬타카두르의 손에 모두 퇴치되어, 종정 스님도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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