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59:38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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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회2. 2회3. 3회4. 4회5. 6회6. 7회7. 8회8. 9회9. 10회10. 12회11. 13회12. 14회13. 15회14. 16회

1. 1회

사람의 인생이란 반드시 대단히 특별하거나,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사건에 의해서만 바뀌는 건 아니다.
때론,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강렬한 힘으로 우리의 삶을 크게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공우진 내레이션

2. 2회

아줌마! 세상이 아는 사람이 다 사라져 버린 거 같다 그랬죠? 근데, 이제 한 명은 있는 거예요. 나. 이제 나 아는 사람이에요.
유찬 우서리에게

3. 3회

아무리 대단한 거라도 그렇게 방치하면 고물 되는 거 한순간이에요. 악기든, 사람이든…
악기 수리점 주인[1]

4. 4회

우서리: 그래서 아저씬 그렇게 봐야할 것도 꼭 못 보고 사시나봐요. 남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찬이 학생이 걱정하는 것도 다 못 보고 그렇게 마음 꽉 닫고 눈 꼭 감고 다 안 보고 사시나봐요.

공우진: 말하지 않았어요? 멋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근데 그쪽이 뭔데 또 이래요.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을 쉽게 하는데.


우서리: 네 몰라요! 근데 다 몰라도 이거 하난 알아요. '왜 끼어들었냐,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냐' 이런 말 대신,

이럴 땐 그냥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는 거.
눈에 보이는 물건만 줄이면서 사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계속 마음도 그렇게 줄이고 사세요 그럼.
나는요, 나만 이상한 어른인 줄 알았는데, 아저씨야말로 진짜 이상한 어른이네요!
공우진: 고마워요.
우서리: 네?
공우진: (천장창을 가리키며) 여는 법, 가르쳐줘서.

5. 6회

붙잡고 싶어도, 빨리 흘려보내고 싶어도, 알아서 지나가는 게 시간이에요.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도 언젠간 다 흘러가 버려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단 한 번도 떠오르게 되지 않게 되는 날이. 알아서 지나갈 시간, 흘러가기도 전에 외면해버리면, 정말 중요한 것들도 그 시간에 그냥 휩쓸려가버려요. 후회해도 그땐 이미 늦더라고요.
제니퍼 공우진에게

6. 7회

뭔가를 자꾸 건드려요, 그 여자가. 날 대하는 그 말들이, 그 마음들이, 그 솔직함이, 투명할 만큼 다 보여서 그렇지 못한 날 자꾸 의식하게 만들어요. 늘 한 발 빼고 도망쳐버리는 날 자꾸 돌아보게 만들어요. 못 본 척, 안 본 척 차단하고 살면 안전하다는 거 아는데, 이렇게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상관있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이상하게 그 여자 만큼은 차단이 안 되는 느낌이에요. 내가 쳐둔 안전망 밖으로 자꾸 날 불러내요. 깨부수고 뛰쳐나가고 싶게 만들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공우진의 심리상담 中

7. 8회

공우진: 정말 가버리네요. 이제는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붙잡고 싶어도, 빨리 흘려보내고 싶어도, 정말 알아서 지나가네요. 시간.

제니퍼: 알아서 가버리지만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시간이에요. 가버리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 아쉬움을 그냥 아쉬움으로 남겨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길지, 아니면 돌아보고 싶은 기억으로 남길지. 그건 본인한테 달렸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연주회 보러 다닐 때마다 전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아, 다행이다. 끝난 게 아니라 아직 더 남았구나. 얼마나 또 멋진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나한테는 지금이 그 시간 같아요. 멋진 다음 무대를 기다리면 잠시 멈춰 있는 시간. 내 인생의 인터미션.
그래서 괜찮아요. 끝난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거니까. 두근두근, 멋진 다음을 기다리면서 잠깐 멈춰 있는 것뿐이니까.
우서리
나이, 낯설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나처럼 도망치지도 않고, 멈춰있지도 않고, 이렇게 잘 이겨내고 있는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어른답고, 충분히 서른다워요. 이미 일어나버린 일들, 뭐 그 어떤 말로도 감히 위로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근데, 이건 하난 내가 보증할게요. 잘 해낼 거예요, 혼자서도. 최소한 나보단 어른이니까.
공우진 우서리에게

8. 9회

우서리: 제가 생각했던 서른 살은, 대표님처럼 멋진 어른이었는데.
강희수: 나요? 내가 어른?
우서리: 왜요~ 뭐든 척척 해내시고 어른스럽고 멋지시고, 뭐든 다 아는 어른 맞으시잖아요.
강희수: 개뿔. 하나도 몰라요 나도. 그냥 아는 척 하면서 사는 거지. 마음은... 독일서 대학 다니던 스무 살 때랑 똑같은데, 세상이 생각하는 서른이란 나이에 맞게 대충 어른 흉내 내면서 사는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세상 어느 서른살도 '나 어른이다!'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없을 걸요?

9. 10회

공우진: 바이올린 고민이면 내가 아무 도움 못 될 거 아니까, 할 수 있는 게 걱정밖에 없으니까, 내가, 내가 너무 답답해서...
우서리: 된 거 같아요, 도움.
공우진: 누가... 내가요?
우서리: 네. 그래서 답답한 거였어! 내가 해야 되는 건 안 하고 걱정만 하고 있어서...

10. 12회

묵은지, 동충하초, 보이차... 세상엔 오래 묵혀둘수록 좋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치 않은 감정은 오래 묵혀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틈이라는 건 늘 한마디를 덜 해서, 해야 될 한마디를 삼켜서 생길 때가 많아요.
삼켜버린 그 한마디 때문에 틈이 더 벌어지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니퍼 공우진에게
우서리: 아까 누가 내 손보고 그러더라고요. 꼭 싸운 손 같다고. 재미있게 연주할 땐 물집 잡힌 손이 자랑스러웠는데. 지금 나는 내 손이 너무 창피해요. 이대로 우겨서 무대에 섰음, 내가 꼭 이 손 같았을 거예요. 창피해서 숨고 싶었을 거예요. 우리 엄마가 물려준 바이올린으로, 스스로한테 떳떳하지 못한 무대, 못 서요 나.

공우진: 그래도 나 때문에... 어쩌면 외삼촌 찾을 수 있는 기회...!

우서리: 나 어린애 아니에요. 무서워서 입 밖으로 못 뱉은 거 뿐이지, 알아요. 외삼촌이 나... 벌써 한참 전에 버렸다는 거. 그런 핑계들로 계속 우겨서 무대에 섰음, 아저씨 말대로 음악하는 게 더이상 즐겁지 않았을 거예요. 나, 싫어하게 됐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도 미안해요. 내 맘만 앞서서 한 번 더 생각 못하고 그렇게 뱉어버린 거. 고마워요 나 멈춰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싫어지지 않게 해줘서. 내 일에... 상관해줘서.
우서리: 명당인가봐요, 여기. 이 육교 올 때마다 좋은 일 생기잖아요. 아저씨 만나고 싶은데 어딨는 지 모를 때마다 꼭 여기서 만났잖아요, 신기하게. 앞으로 아저씨 만나고 싶을 때마다 일로 와야겠다.

공우진: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이제. 어차피 계속 같이 있을 테니까. 괜한 걸로 틈 벌어지기 싫어요, 그 쪽이랑. 이제 해야될 말 안 삼킬게요. 걱정되면 걱정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다 말할 거예요. 그러니까 나한테도 할 말 있으면 삼키지 말고 다 해줬으면 좋겠어요.
린킴: 바이올린, 별로 간절하지 않은가봐요 우서리씨한텐. 그 정도 가지고 쉽게 포기되는 거 보면.

우서리: 절대 쉽게 포기한 거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간절해서 멈춘 거예요. 더 느리게 가더라도, 더 오래 좋아하고 싶어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 급하게 가려고 쪼개듯이, 싸우듯이 숨 막히게 하긴 싫더라고요. 잘하는 것 보단 즐겁게 하는 게 먼저니까. 진심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 오면 그때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공우진: 좋아해요.
우서리: 나둔데.

11. 13회

공우진: 어? (환하게 웃는 제니퍼의 사진을 보고) 다른 분인 줄 알았어요, 이렇게 웃으시는 거 한번도 뵌 적이 없어서.

제니퍼: 기쁘다고 웃고, 슬프다고 울고. 그런 감정들도 드러날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그럼 이만...

공우진: 저도 안 될 줄 알았어요! 예전처럼 절대 편하게 웃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까진. 무슨 일이 있으셨는 진 모르겠지만 꼭 올 거예요! 다시 그렇게 웃으실 수 있는 날.

12. 14회

참 슬픈 것 같네요. 그 '만약에'라는 말.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든 일들에 그 '만약에'가 필요한지 잘 알아서 그런지. 참 슬프게 들려요. 그 '만약에'라는 말. 내가 날 좀 더 잘 돌봤더라면. 만약에, 내가 내 감정을 감당해냈더라면. 만약에, 내가 그렇게 무너져 내리지 않았더라면.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에 필요한 말인 것 같아서…
제니퍼 김형태에게

13. 15회

{{{-1 나 다시 깨어나고 너무 다 낯설고 힘들어서. 그런 생각 한 적 있었어.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아니 애초
에 사고 같은 거 안 일어났으면 좋았을 걸... 수도 없이 속상해하고 뒤돌아봤었어. 근데 이미 지난 것들은 절대 안 바뀌더라. 돌아보고 후회하면 계속 나만 머물러 있게 돼. 근데 이젠 바꿀 수 있으니까, 지금부턴 뭐든 바꿀 수 있으니까 돌아보고 후회하면서 시간 낭비하기 싫어. }}}

14. 16회

프로팀 관계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왜 우리 팀이 아닌, 대한체대를 택한 건지.

유찬: 속도는 저 말고, 배만 내면 될 거 같아서요. 빨리 어른 돼보려고 애도 써보고 속도도 내봤는데, 그럴 때마다 자꾸 탈이 나서리. 좀 늦어도, 저랑 더 어울리는 걸 택하는 게 재밌을 거 같아서요.
다들 이런 기회 놓치면 바보라니까
아마 맞을 거야, 좋은 기회.
그래. 가서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다시 바이올린 배워서 무뎌졌던 테크닉도.
아 잠깐만!
근데. 나도 방금 편지 쓰다가 깨달았는데,
나... 아무래도 안 가고 싶은 것 같애.
그래. 내가 왜 가야돼?
가면 아마 바이올린은 더 잘하게 될 거야.
테크닉도 늘 거고.
근데 그게 뭐? 이제 내가 그런 걸 별로 안 원하는데?

공우진: 뭐?
다들 이런 기회 놓치면 안된다니까 꼭 가야될 거 같고,
여기서 하고 싶은 공부 마치면 나이도 많아지고
그래서 갈까 한 건데.
어? 나 그냥 안 갈래.

공우진: 아, 안 가면?
나, 여깄는 게 더 좋아.
우리 팽도 건강할 때 하루라도 더 보고,
너랑 하루라도 더 눈 맞추고, 찬이학생, 제니퍼,
덕수해범 학생이랑 재밌게 지내고,
공원 할머니한테 연주해드리고,
즉석떡볶이 먹고 그렇게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
우진아! 나 독일 안 갈래.

공우진: 아니 그럼!
이런 기회 놓치면
바보랬는데, 아니!
지금 당장 나한테 소중한
것들 놓치는 게 훨씬 바본 것 같아!

-뒤-

공우진: 뒤?
집에서 보면 좀 머쓱할 거 같으니까, 거기서 기다릴게.

눈 뜨고 이 집 안 왔었으면, 우리 식구들, 우진이 너 안 만났었으면 당연히 갔을 거야. 근데 이젠 아니야. 바이올린 잘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어. 앞으로 내가 살아낼 시간, 여기서, 내가 좋아 하는 옆에서 살아내고 싶어. 난 그게 훨씬 행복해. 그리고 다 떠나서, 난 니 옆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해. 남들이 바보라 그래도 상관 없어. 난 내가 더 행복하고, 나한테 더 소중한 걸 택한 거야. 포기가 아니라, 선택!

우서리의 편지 中
내가 뭐든 해봐야 좋겠다고 한 말 기억나지? 근데 안 해봐도 뭐가 훨씬 좋은지 알겠는 것도 있었어. 그리고 솔직히 나, 나이 겁났어. 아무리 빨리 음악치료사 돼도 서른일곱 여덟이야. 근데 그게 뭐? 서른일곱에 되면 어떻고, 오십에 되면 어때서? 너무 먼 목표 같아서 겁났는데, 나이에 등 떠밀려서 가긴 싫어. 좀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 하는 옆에서 천천히 할래!
우서리 공우진에게
행복의 문이 하나 닫히면, 또 다른 행복의 문 하나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닫혀버린 문만 보느라 또 다른 행복의 문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어쩌면 또 다른 행복의 문이라는 건, 대단히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나 작고, 사소한,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우리를 향해 열려있는 또 다른 행복의 문일지도 모른다. 열리는 줄조차 몰라 늘 닫혀있던 내 방안의 이 작은 천장창이, 그녀가 여는 법을 가르쳐준 후, 내게 또 다른 행복의 문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닫힌 문 앞에 계속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면, 더 늦기 전에 활짝 열려있는 또 다른 행복의 문을 돌아봐 준다면, 그 문을 향해 한번 더 용기 내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어쩌면 또 한 번, 존재하는 줄 몰랐던 짱짱한 행복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우진 내레이션


[1] 김광규가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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