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8 18:44:14

분리철갑탄

1. 개요2. 원리3. 역사4. 성능
4.1. 장점4.2. 단점
5. 후계자

1. 개요

파일:0617100605858207.jpg
105mm M392 분리철갑탄 단면도와 그 포탄의 실모델.[1]

APDS : Armor Piercing Discarding Sabot



분리철갑탄 혹은 분철탄은 관통자 주위에 이탈피가 감싸진 철갑탄이다.

2. 원리

포탄의 관통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는 탄두 중량, 탄두의 경도/강도, 관통자의 직경, 탄속 등이 있고, 여기서 탄도의 운동 에너지는 대부분 포탄의 질량과 탄속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가장 변화를 주기 쉬운 것은 탄두 중량과 탄속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탄의 무게나 탄속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장약량과 포신 길이가 같다면 탄두가 무거워질수록 탄속은 감소하고, 탄속을 올린다고 장약량과 포신 길이를 늘리는 것도 반동이 커지는 등 한계가 뚜렷하다.

따라서 포강과 직경이 거의 일치하는 기존의 풀사이즈 철갑탄에 비해선 작고 가볍지만, 훨씬 단단한 소구경 고밀도 관통자를 사용하여 탄속은 늘리면서도 장약량과 포신 길이를 적정 선에서 유지하기 위한 구경감소탄 이론이 등장했고, 구경감소포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단점을 완화하기 위해 탄두의 관통자 크기를 줄이고 장약을 늘려서 관통력을 키운 경심철갑탄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경심철갑탄은 관통자인 텅스텐 탄심을 경금속으로 균일하게 감싸둔 형상이기 때문에 가공과 제작 난이도가 높았고 가격도 비쌌다. 또한 이런 철갑탄들은 포탄의 관통자 직경이 화포 구경과 거의 같지만[2] 경금속 껍데기가 차지하는 부피가 커서 전체 부피에 비해 가벼운 무게와 탄자 형상 문제로 공기 저항을 크게 받아서 원거리 탄도도 불안하며, 일정 거리 이상에서는 오히려 일반 철갑탄보다 관통력이 떨어지기도 하였고, 일반 철갑탄에 비해 근거리 관통력이 확실히 증가하기는 하지만 탄자 형상 때문에 경사장갑에 맞을 때에는 철갑탄보다 관통 성능이 떨어지거나 쉽게 도탄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전간기에는 구경감소탄의 원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심철갑탄을 기반으로 구경감소포에서 사용하기 위한 APCNR 포탄도 개발되었다. APCNR의 경우 기본 원리는 경심철갑탄과 동일하지만, 포신이 약실에서 포구로 갈수록 점차 구경이 좁아지는 형태이며, 포탄은 쉽게 찌그러지는 연금속 링을 탄체에 둘러서 구경감소포의 포신을 타고 가면서 포탄의 직경이 줄어들게끔 설계되었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포탄이 받는 압력이 늘어나면서 포구초속과 관통력이 증가했지만, 포신이 탄자를 쥐어짜는 방식이니만큼 물리적인 마찰과 충돌 때문에 탄도가 불안하고 포신 수명도 떨어지는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파일:Sabot_Diagram_Example.png
분리철갑탄의 발사

이러한 기존 경심철갑탄과 구경감소탄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나온 새로운 개념의 대전차탄이 분리철갑탄이다. 분리철갑탄은 관통자의 크기를 줄이고 탄속을 늘려서 관통력을 키운다는 점에서는 경심철갑탄이나 APCNR 구경감소탄과 일맥상통하지만, 관통자를 감싸고 있는 새보(Sabot)라는 가벼운 껍데기(이탈피)가 포강과 직경을 맞춰줌으로써 직경이 작은 관통자가 안정적으로 연소된 장약의 추진력을 받아 가속하게 해준다.[3] 이탈피는 포탄이 포구를 떠난 뒤에 공기저항에 의해 알아서 벗겨지게 만들고 작은 관통자만 고속으로 날리는 방식이다. 물론 문서 위 사진에서 보듯 분리철갑탄의 탄자 자체도 경심철갑탄처럼 텅스텐 관통자를 경합금이 감싸고 있는 형태기는 하다. 대신 관통자를 감싸는 경합금이 딱 공기저항 저감용 캡 수준으로 매우 얇아졌고, 형상도 관통에 더 유리한 방식으로 바뀐게 경심철갑탄과의 차이점이다.

3. 역사

포탄의 관통자를 감싸는 껍데기 새보를 활용한 최초의 근대적인 포탄은 1930년대에 프랑스의 무기 개발자 에드거 윌리엄 브란트에 의해 개발되었다. 브란트의 새보 포탄은 무거운 관통자를 가벼운 금속 껍데기가 감싼 형태의 구경감소탄으로 당시 프랑스군이 사용한 1897년식 75mm 야포 37mm 대전차포용 포탄으로 나왔다. 새보 제거시 75mm 57mm로, 37mm 25mm로 포탄 직경이 줄었다. 이후 제2차 세계 대전이 터지고 프랑스 침공이 발발한 뒤에 브란트는 영국으로 피신하여 경심철갑탄(APCR) 개발 등의 군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만 브란트의 포탄은 새보 껍데기가 착탄 직전까지 붙어있는 방식이라 이후 등장한 분리철갑탄과는 다른 부분도 있고, 충돌까지 계속 붙어있는 이탈피가 오히려 공기저항을 키워서 명중률과 관통력을 악화하기도 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이후 정착된 유형의 완전한 분리철갑탄은 1941년에서 1944년 사이에 영국 국방성 산하 무기 연구 부서 연구소의 연구원 두명인 Permutter와 Coppock이 개발했다. 영국에서 개발된 분리철갑탄은 발사된 포탄이 포구를 이탈하는 즉시 새보 껍데기가 분리되기 시작하게 만들어서 공기저항을 줄여서 탄자 관통력을 높였다. 이후 1944년 6월부터 6파운더용, 9월부터 17파운더용 분리철갑탄(APDS)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이 시작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나치 독일도 2차 대전 당시 크루프 라인메탈에서 전차포/대전차포용 구경 분리철갑탄을 연구한 적이 있다. 독일군이 프랑스 침공에서 확인한 브란트 탄에 흥미를 가지면서 연구가 시작되었고, 독일에서 구상한 분리철갑탄은 사실상 구경이 더 작은 기존 철갑탄에다 이탈피를 씌운 것이다. 현재 알려진 것은 10,5cm와 12,8cm 분리철갑탄의 개발로, 10,5cm 포탄은 관통자 지름 7,5cm, 12,8cm 포탄은 관통자 지름 8,8cm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완전하지 못한 이탈피 분리 문제와 재료 수급 등의 문제로 연구 단계에서 그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참조

분리철갑탄은 포탄이 받는 공기저항을 줄임으로써 효과적으로 관통력을 늘릴 수 있어서 냉전 초중반까지도 여러 국가에서 분리철갑탄을 개발하며 한동안 주력 대전차 철갑탄으로 사용되었다. 1950년대에 나온 로열 오드넌스 L7 전차포는 기존 방식의 철갑탄은 사용하지 않고 분리철갑탄을 기본 탄종으로 썼다.

4. 성능

4.1. 장점

분리철갑탄은 포 자체 구경보다 작은 철갑탄에 이탈피( 새보, Sabot)[4]를 두르고 발사하게 되어 있다. 이탈피는 포구에서 포탄이 빠져나간 후에 공기 저항에 의해 분리되어 탄자에서 떨어져 나간다.

대구경 포신을 이용한 가속력은 손실 없이 받은 후, 단면적이 작은 관통자만 남김으로써 관통자의 크기와 중량은 줄어들었지만 동일한 힘이 더 가볍고 단면적이 작은 물체를 추진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운동 에너지[5]는 같지만 탄속이 크게 빨라진다. 그리고 탄자의 지름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면적당 가할 수 있는 충격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공기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원거리에서도 관통력이 경심철갑탄보다 비교적 덜 저하된다. 중금속 탄심에 경금속 껍데기를 균일하게 발라야 하는 경심철갑탄보다 포탄의 가공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2차대전 당시에는 포의 철갑탄 관통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었다. 영국의 17파운더 대전차포는 수치상으로는 기존의 저저항피모철갑탄(APCBC) 대비 150% 내외의 엄청난 관통력 증대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아래 나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전차고폭탄(HEAT)과 함께 냉전 초~중반 전차들의 주력 대기갑 포탄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6]

4.2. 단점

분리철갑탄의 탄자 가공이 경심철갑탄보다 쉽기는 하지만, 초창기 분리철갑탄은 탄자를 감싸는 이탈피를 매우 정밀하게 만들지 않으면 이탈피가 한번에 정확하게 관통자와 분리되지 않으므로 탄도가 개판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따라서 실제 제작 난이도는 경심철갑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고, 가격도 피모철갑탄보다 비쌌다.

17파운더 대전차포의 경우 분리철갑탄을 사용하면 장거리에서도 티거 1은 물론이고 각도가 좋다면 티거 2까지도 잡을 수 있었지만, 그 거리에서는 이탈피 분리 문제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는지라[7] 쏴도 잘 맞히지도 못하고 위치만 알려줘서 적 전차에게 반격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분리철갑탄의 명중이 거의 확실한 근거리에서는 어차피 일반 철갑탄으로도 해당 표적을 관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딜레마가 생겼다.

2차대전 이후에는 가공 기술이 발달하고 제작 노하우가 축적되어 이탈피 분리 문제가 해결되었고,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역시 비슷한 이탈피 분리 기술을 사용하므로 기술력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된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한계는 다른 부분에서 찾아왔다. 관통력의 증대를 위해서는 관통자를 화살처럼 길고 가늘게 뽑아서 중량을 늘려야 하는데, 분리철갑탄은 일반 포탄처럼 강선을 사용해서 포탄을 회전시켜 탄도를 유지하므로, 세장비가[8] 4 이상이 되면 회전 관성으로 인한 안정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서 원거리 탄도가 엉망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관통자를 지나치게 가늘게 만들 수 없으며, 두께를 유지한 채로 길게 뽑을 수도 없었기에 관통력의 증가에 한계점이 찾아오게 된다.

5. 후계자

위의 이유로 인해 분리철갑탄의 이탈피 기술을 응용햐되 강선 대신 포탄 자체에 달린 날개로 탄도를 안정시키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 발명된다. 따라서 분리철갑탄은 해당 포탄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포탄이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탄이 회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개발된 포탄이기에 기본적으로 활강포에서 사용한다. 물론 강선포에서도 쓸 수는 있지만, 강선포에서 사용하려면 강선의 회전력을 상쇄시켜 주는 링(슬립 링, slip obturator)을 송탄통에 먼저 장착해줘야 한다. 이런 장치 없이 그냥 강선포에서 날탄을 쏘면 매끈한 탄자 앞은 별 힘을 받지 않지만 날개가 달린 탄자 뒷부분에는 회전으로 인한 큰 공기 저항이 걸리게 되고, 따라서 탄자에 큰 뒤틀림 응력이 가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탄속과 관통력, 원거리 탄도 전반이 엉망이 된다.

전차포 대전차포에서는 날탄에게 1선급 주력 운동 에너지탄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났기에 구형 포가 아닌 이상 보기 힘들어졌지만, 아직까지 기관포탄에서는 주력 철갑탄으로써 날탄과 공존하고 있다.


[1] 탄자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부터 쓰인 APCBC(저저항피모철갑탄)의 기술인 공기저항 감소용 유선형 커버와 입사각 보정용 관통자 캡이 모두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2] 강선때문에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3] 구경감소탄에서 탄자와 포신의 직경이 맞게 해주는 이탈피가 없다면 탄자와 포강 사이의 공간으로 가스가 대부분 빠져나가서 탄이 제대로 발사될 수 없다. [4] 미군에서는 U.S. Army FM 17-12 Tank Gunnery 에 따라 "SAY-BO: 새이-보"로 발음한다. 어원은 프랑스어로, 유럽의 농부들이 신던 나막신. 맨 뒤의 't'는 묵음이므로 "사보트"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5] 장약의 양에 종속된다 [6] 자유진영의 베스트셀러 전차포였던 L7전차포는 이전의 철갑탄 종류를 전부 제외하고 APDS만 사용했으며 이후 개발된 치프틴의 L11계열 전차포도 분리철갑탄이 주력 대기갑 탄종이었다. 동구권도 100mm포와 122mm포용 APDS를 배치해서 대기갑 화력을 일신했다. 이후 제일 먼저 날탄으로 갈아타지만 [7] 숙련병이 사격장에서 최상의 조건에서 사격해도 800야드(약 730m)에서 명중률 20%라는 경악스러운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5호 전차 판터가 쓰던 비슷한 구경의 75mm 포의 철갑탄은 2000m에서 48% 수준이었다. 다만 분리철갑탄의 명중률이 이탈피 문제 때문에 유달리 낮았던 것이지 통상적인 철갑탄의 명중률은 양국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8] 관통자의 길이를 관통자의 구경으로 나눈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