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
오르카의 일상
- 오르카에서는 밝은 햇볕을 보기 힘들다.
- 아무리 지상의 태양이 밝아도 이곳은 심해니까.
- 더 깊게 잠항한다면 이 한줌의 태양빛도 사라져 버리겠지. 가끔씩은 서글픈...
바닐라 A1 주인님? 실례하겠습니다. 청소 시간입니다.
응? 금방 비켜줄게.
바닐라 A1 ... 쯧! 그런곳에 있으면 걸리적 거립니다. 부디 다른곳에서 빈둥거리시길.
- 언제나처럼 일침을 날린 후, 바닐라는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멀어진다.
- 난 바닐라의 지적으로 조금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다시 함내를 걷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바닐라... 그 표정... 정말 날 싫어하는 걸까?
CS 페로 앗, 주인님? 죄송합니다. 조리 시간이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조리시간?
CS 페로 네, 지금은 '그녀'가 감시하고 있기에, 주인님과 긴 대화는 할 수 없겠네요.
CS 페로 그럼...
- 이상하군. 페로는 분명히 조리시간이라고 했었다.
- 하지만 그건 분명 이상하다. 오르카에서는 정해진 조리시간이 없었다. 이건, 콘스탄챠에게 물어봐야 하나?
성벽의 하치코 아앗! 주인님이다! 주인님 오셨군요?
안녕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네! 주인님도 안녕하세요? 오늘도 많이 많이 쓰다듬어 주실꺼죠? 그쵸?
물론이지! 우리 나갈까?
성벽의 하치코 흐앙~! 하치코는 주인님이 정말 좋아요! 금방 옷 갈아입고 올께요~.
... 거기 두분은 지금 무엇들 하고 계시는지요?
- 노여움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청 화가 났나본데?
- 하지만... 이상하군 저건 분명 오르카에서는 처음 듣는 목소리...
소완 지금은 요리를 준비하는 귀한 시간이옵니다. 아무리 주인님이라도 봉사하는 이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무자비한 처사...
소완 하치코? 제 자리로 돌아가시지요.
나 - 하치코는 군말없이 소완의 명령을 들었다.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거지?
잠깐... 너는 누구지?
소완 후후... 그리 말씀하시니, 소첩은 조금 서운하옵니다.
소완 주인님을 모신지 닷새가 지났사옵니다. 인원이 아무리 많다 한들, 이 '소완마저 잊으셨단 말씀이옵니까.
너는 분명...
소완 후후. 시간이 모자라기에, 주인님의 농은 여기까지 듣겠사옵니다.
나 - 그녀가 머리를 쓸어 올릴 때 마다, 좋은 향기가 났다. 그리고, 그녀의 향기는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달콤했다.
나 - 내가... 저 바이로로이드를 알고 있었던가?
소완 주인님이 하루를 시작하시는군요, 때마침 도와드릴게 떠올랐사옵니다. 아직 식지 않은 차가 있는데, 어떠신지요? 후후...
차? 그래... 좋지...
나 - ... 거절할 이유는 없다... 난 홀린듯 소완이 건내준 차를 마셨다.
소완 아아… 이 얼마나 멋진 모습이신지…
나 - 나는 '소완'의 아찔한 향기와 분위기에 취해 모든 경계심을 풀었다.
나 - 그녀가 건네준 미지근한 차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것을 느낀다. 형용할 수 없이 좋은 향이 입안 가득하고, 눈꺼풀이 무겁다.
소완 기분이 좋아보이시옵니다. 후후... 제가 편한 자리로 모셔 드리지요.
나 - ... 그래. 이상할 것 하나 없다... 더이상 귀찮은 건 생각하지 말자. 이대로 누워버리는것도 괜찮겠는걸?
소완 네... 소첩이옵니다. 부디, 원하시는대로…
나 - 소완의 숨결을 느낌과 동시에, 바닐라의 외침이 들려왔다.
바닐라 A1 철충의 포격이에요! 쯧, 위치를 눈치 챈 건가요? 아무렇게나 쏘는 것 같긴 한데...
CS 페로 콘스탄챠를 불러와요. 주인님은 이쪽으로!
소완 주인님은 제가 모시지요. 그 편이 아무래도 주인님께 더 도움이 될 테니. 그럼, 뒤는 부탁 드리옵니다.
CS 페로 칫! 당신의 주인님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닐라 A1 오르카에서는 제멋대로 굴지 않는게 좋아요.
CS 페로 하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없어요 얼른 요격을 하러 나가야해요!
소완 실수로라도 포격을 맞으면 오르카가 가라앉을텐데. 주인님을 얼마나 더 위험하게 만들 생각이신지요?
CS 페로 저쪽의 말은 무시해버리세요 바닐라.
바닐라 A1 일단은 이쪽이 출격하는 걸로 하죠. 하지만...
나 - 귓가에 아스라이 대화가 들려 온다. 포격? 나랑 별 상관 없는 이야기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나를 기다리니까.
ED
수상한 바이오로이드
- 머리가 지끈거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 전투? 그래... 철충이 습격했고, 난 흐린 정신으로 전투 지휘를 했었지…
소완 훌륭한 지휘셨사옵니다. 주인님 후후.
언제부터 있었지?
소완 놀라시기엔 아직 이릅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시지요.
넌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 - 눈앞의 풍경에 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더치걸 어... 사령관 왔어? 나 주제에 이런 요리 같은걸 해도 될까?
더치? 지금 요리하고 있는거야?
나 - 더치걸이 요리를 하고 있다. 믿을 수 없군,
성벽의 하치코 히이잉... 주인님? 하치코 팔이 아파요.
나 - 저쪽에선 하치코가, 보울을 닳아 없앨 기세로 생크림을 젓고 있었다.
소완 주인님이 명하신대로, 모두를 훌륭한 키친 메이드로 만들고 말겠사옵니다.
더치걸 으엇? 이거 뭔가 잘못된거 같은데, 좀 봐줄래?
소완 손이 많이 가는 바이로오이드군요.
성벽의 하치코 히잉... 하치코도 도와주세요.
하치코? 페로는 어디갔어?
성벽의 하치코 네! 주인님, 페로는 어딜 갔는지 못찾겠어요. 왜그러세요?
물어볼 것이 좀 있어서.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그건 하치코도 할 수 있어요. 제게 물어봐 주세요.
- ... 하치코가 답해줄 수 있을까?
저 소완에 대해 아는게 있어?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하치코는 잘 모르겠어요!
아, 그래...
성벽의 하치코 그치만, 소완을 받아 들인건 주인님이세요. 그건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 잠깐. 내가 저 위험해 보이는 녀석을 받아 들였다고?
성벽의 하치코 그 뒤로... 주인님도 다른 친구들도, 많이 피곤해 보이는것 같아서 하치코는 걱정이에요.
성벽의 하치코 특히 주인님이 자주 멍해지셔서...
소완 이런곳에서 뭘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게으름은 용서할 수 없어요.
소완 하치코도 어서 이 차를 마시고, 자리로 돌아 가시지요.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는... 이거 마시기 싫은데...
나 - 하치코는 바들바들 떨며 소완이 주는 차를 마신 뒤, 일터로 떠났다.
소완 자, 이제 주인님 차례이옵니다. 식기 전에 드시지요.
나 - 애타게 주위를 둘러봐도, 눈에 촛점을 잃은 메이드들 뿐이다.
소완 주인님은 제게 모든것을 맡긴다고 약조 하셨사옵니다. 제가 이곳의 메이드 장이옵니다.
소완 무례하고 굴고싶지 않았습니다만, 소첩에게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에...
나 - 소완은... 주사기에 차를 채워넣기 시작했다.
소완 지고의 쾌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사옵니까?
나 - 저녀석은 어째서 내 말을 듣질 않는거지? 난…
소완 후후. 그건 주인님꼐서 소첩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나 - 소완은 노련한 솜씨로 내 목에 차가 담긴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소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 지셨사옵니까…?
나 - 소완이 주사한 '저것' 때문인가? 기분이 빠르게 가라앉는것을 느낀다.
소완 ... 소첩은 서운하옵니다... 주인님께서 자꾸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시니...
나 - ... 그건... 미안하군…
나 - 그래... 소완... 난 네가 필요해. 날 떠나지마.
나 - 내 얼굴에 부드러운 소완의 머리칼이 느껴졌다.
나 - 이것이 오늘의 마지막 기억.
OP
오르카에서의 아침
- ... ...
- ... 좋은 아침이다.
- 머리는 맑고, 오랜만에 몸에 생기가 돈다.
- 며칠째 날 괴롭히던 소완은 보이질 않고, 내 옆엔 귀여운 바이오로이드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나 - 나는 대답대신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성벽의 하치코 다행이에요! 하치코는 주인님이 너무 걱정돼서...
더치걸 하치코, 시간이 별로 없으니, 잠깐 떨어져 있어.
... 시간이 별로 없다니?
더치걸 아, 응. 페로가 지금 소완을 붙잡아 두고 있어. 오래 벌진 못할거야.
나 꼬르륵
더치걸 아, 사령관 배고프지? 우선... 이것부터 먹어볼래? 내가 만든거라 자신은 없지만... 일단 먹으면서 내가 하는 말 잘들어야해.
나 - 난 더치걸이 건내준 참치주먹밥을 급히 입에 쑤셔넣고, 대화에 집중했다.
더치걸 이건 일주일도 안된 이야기야.
더치걸 소완은 사령관이 철충들에게 잡힌 바이오로이드를 구출할 때 오르카로 합류했어.
더치걸 소완은 자기가 '방랑 요리사'라고 소개했어. 저래뵈도 그 땐 꽤 예의바른 메이드처럼 보였거든.
우음! 음음!!
성벽의 하치코 아녜요 주인님! 주인님이 그때 엄청 좋아 하셨잖아요!
더치걸 음? 뭐... 아무튼 진짜 문제는 그 때 부터 시작됐어.
더치걸 소완은 저 요리솜씨로 모두의 환심을 샀고, 경계심을 한방에 날려버렸어. 그 의심많던 '콘스탄챠' 까지 넘어갔으니...
음음? 으음.
더치걸 ... ...?
성벽의 하치코 네 맞아요! 기억하시는군요! 그 차가 문제였어요!
성벽의 하치코 소완이 주는 차를 마시면, 모두가 멍해져요!
음음음! 음음음음!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는 마시기 싫었는데, 주인님이 모두에게 명령 하셨는걸요... '소완이 주는 차를 거절하지 말라'고...
나 - ...뭐?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더치걸 하아... 정말 기억이 하나도 없구나 사령관...
성벽의 하치코 흐앙! 철충의 습격이에요! 우리 위치를 어떻게...
더치걸 하치코! 배틀 메이드들에게 알려! 난 콘스탄챠를 찾을께!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안전한곳으로 피해 계셔야 해요! 하치코 다녀오겠습니다!
- 더치걸이, 하치코가, 모두가 위험하다. 서둘러 지휘 콘솔로 가야한다.
나 - 하지만... 뒷쪽에서 내 목덜미를 잡아 채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히 소완이겠지.
나 - 내 동료들이 위험한 이 상황에서도 수작을 부릴 생각인건가? 이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완 여긴, 우리 둘밖에 남질 않았사옵니다... 주인님.
나 - 지금은 전투 지휘가 최우선. 난 소완을 무시했다.
소완 후후. 훌륭하신 판단이시옵니다. 이런 주인님을 보고 있자니, 저는 더욱 참을 수 없을 것 같사옵니다.
소완. 떨어져 있어.
소완 주인님? 소첩은...
명령이다.
나 - 자세한건 전투가 끝난 뒤에 듣겠어. 지금은 전투가 우선이야.
소완 ... ...
CS 페로 당장 주인님한테서 떨어지세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널 구금할 계획이야. 나쁘게 생각마.
나 - 소완에게 약간의 표정 변화가 있었지만, 곧 옅은 미소를 띄우고 내게 다가왔다.
소완 ... 소첩은 주인님의 총애만을 바랄 뿐이옵니다. 부디 이 수프를...
닥쳐!
나 - 난 소완이 건내준 음식을 접시째로 집어 던졌다.
ED
걱정스러워 하는 메이드들
CS 페로 ... ...
성벽의 하치코 크릉! 주인님?! 주인님은 무사하셔요?! 하치코가 왔어요!
나 - 내 신변을 걱정한 바이오로이드들이 서둘러 복귀한 모양이다. 기특한 마음이 차오른다.
걱정마 하치코. 난 괜찮아.
소완 이런 취급을 받다니... 마치 제가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옵니다.
CS 페로 주인님 앞에서 전부 설명 하시죠? 여기 온 목적이 뭐죠?
성벽의 하치코 어서 어서! 말해봐요! 우릴 조종했죠? 이 사기꾼! 바이오로이드는 맞는 거에요?
어... 하치코?
나 - 사기꾼이라는 말에 소완에게서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페로와 하치코가 내 옆에 있는이상 두려울건 없다.
소완 ... 방금 제게 뭐라 하셨지요?
성벽의 하치코 소완은 사기꾼이야! 하치코를 막 부려먹었잖아.
조금 진정하자. 하치코
나 - 소완은 어렵게 입을 연다.
소완 ... 억울하옵니다 주인님. 소첩이 어째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요...
소완 소첩은 이 한몸 바쳐 모실 주인님을 찾아왔사옵니다.
소완 그런 저를 주인님께서는 진심으로 반겨 주셨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이 애매한게...
소완 아니요. 정확하게 해드리겠사옵니다.
소완 내게 참치만 먹이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질렸어. 어서와 소완. 이라 하셨지요.
성벽의 하치코 ... ...
CS 페로 ... ...
나 - 함내는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찼다.
나 - 바이오로이드들은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 - 아니... 난 그런말을 한 적이...
CS 페로 네, 그건 소완의 말이 맞습니다. 주인님은 분명 그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성벽의 하치코 히잉... 주인님 미워요!
소완 소첩은 주인님의 영양상태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쾌락을 선사해 드렸사옵니다.
소완 그런 소첩을 이렇게 취급하시다니요.
나 - 외통수다. 최초의 잘못은 내게 있는 듯하다. 회피해야 하나?
어...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
소완 ... 무슨 말씀이신지.
너의 방식은 옳지 못해!
성벽의 하치코 그건... 주인님의 말이 맞아요! 소완은 음식으로 우릴 조종했어요. 나빴어요! 어서 내쫓으세요 주인님.
소완 모두들 제 음식을 극찬했었지요. 저와 같은 요리 실력을 갖고 싶다고 한건 당신들이 아니었나요?
성벽의 하치코 히잉... 그건 그렇지만...
소완 재료 손질조차 하지 못하던 메이드들에게 제 소중한 지식을 전수했사옵니다. 이제는... 저도 더이상 참을 수 없사옵니다.
나 - 소완은 곁눈질로 자신의 무장을 확인했다. 위험해. 일단...
소완! 넌 틀렸어! 지금부터...!
소완 ... ...
CS 페로 ... 듣고있어요 주인님.
성벽의 하치코 응응!
나 - 젠장.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오르카 요리 대회를 시작한다!
나 - 함내는 또 다시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찼다.
소완 ... 소첩이 잘못 들었사옵니다. 요리 대회라 하셨사옵니까?
나 - 하치코는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페로의 동공이 얇아지는게 보인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밀어붙인다.
나 - 소완을 내쫓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난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리는걸까.
CS 페로 ... ...
나 - ... 기었났다. 그건 분명 내가 소완의 음식을 집어던졌을때 소완의 슬픈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지.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는... 그냥 소완을 돌려 보내면 될거라 생각해요오...
CS 페로 ... ...
CS 페로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전 상관 없어요. 재밌겠네요.
나 - 손을 햝으며, 날 힐끗 쳐다보는 페로. 어쩌면 속 깊은 페로는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은 게 아닐까?
성벽의 하치코 그치만, 하치코는 요리 자신 없는걸요.
소완 진심이옵니까 주인님? 저 메이드들은 제 상대가 되질 못합니다. 제게 모욕을 주고 싶으신지요?
오르카의 메이드들을 무시할 순 없을껄?
성벽의 하치코 하... 하치코는 요리 못하지만, 나쁜 요리사는 이길 수 있어요!
소완 ... 소첩은 주인님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소완 이 굴욕은 천천히 갚아 드리지요. 컴패니언의 축생들.
나 - 이렇게 오르카에서는 대책없는 요리 대회가 펼쳐지게 된다.
OP
요리 대회 당일
나 - 언제 봐도 흐뭇한 광경이다. 저 귀여운 소녀들이 내 명령만을 기다리고있다니.
나 - 그리고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나 - 이 막나가는 대회에 포티아와, 콘스탄챠까지 참석해서 눈을 빛내고 있다.
나 - 아, 지금 순간이 영원했으면...
바닐라 A1 주인님?
어어...?
바닐라 A1 몇몇 자매들은 탐사 임무도 미뤄두고 이곳에 참석 했습니다. 부디 뇌로는 생각을 해주시길.
나 - 역시 바닐라는 무섭다. 서둘러 진행하도록 하자.
대회에 앞서 특별 심사위원을 소개할게.
바닐라 A1 ... 휴우...
나 - 바닐라는 고개를 저은뒤, 소완과 콘스탄챠가 있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트.. 특별 심사위원은...
성벽의 하치코 헤헤! 심사 위원은?
미호! 어서와.
T-14 미호 뭐야, 사령관. 나 몰래 이렇게 재밌는걸 하고 있었다니. 실망이야.
성벽의 하치코 끄앙! 미호다~! 안녕 미호? 잘 지냈어요?
T-14 미호 하치코~. 난 잘 지내지. 그런데... 하치코는 요즘 살이 좀 찐것 같네.? 운동부족이야~. 운동부족~.
성벽의 하치코 흐아앙... 미호 너무해요...
T-14 미호 뭐. 아무튼간에 내가 심사위원이 됐으니, 느림보 사령관을 대신해서 내가 얼른 얼른 진행할게.
T-14 미호 자! 첫번째 메뉴는!
성벽의 하치코 메뉴는!
CS 페로 냥?
T-14 미호 끝내주는 초코케이크 를 만들어 오는거야. 참고로 시간 제한도 있으니까. 모두 파이팅해줘.
성벽의 하치코 초코... 케이크요? 에?
CS 페로 ... 좋아. 나 먼저 갈게 느림보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흐아앙? 페로? 페로?
나 - 함교로 눈을 돌리자, 소완도 벌써 자리를 비운 상태. 재료를 구하러 간걸까?
T-14 미호 하치코, 허둥댈 시간 없어. 시간이 계속 가고 있다구. 그럼 난, 느긋하게 총기 손질이나 하러 가볼까?
화롯가의 포티아 저... 전설의 카카오가 있는곳을 알고 있어요. 따... 따라 오실래요?
콘스탄챠 S2 포티아양도 알고 계셨다니, 오르카의 메이드 장으로써 질 수 없지요! 주인님? 부디 저를 기다려 주세요.
콘스탄챠 S2 하지만 전설의 카카오를 지키는 사악한 철충들을 조심해야 하니, 무장을 단단히 챙기세요 모두! 칼을 높이 드세요!
-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걸까...
더치걸 뭐... 전설의 카카오니, 사악한 철충이니...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네? 네?
더치걸 카카오가 뭔지 알고있어? 난 대체 뭐가 뭔지...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도 카카오가 뭔지 몰라요...
일단 언니들을 따라 가보는건 어때?
성벽의 하치코 역시 주인님이 제일 똑똑하세요! 같이 가요 더치! 출발 출발!
더치걸 나.. 난 하치코만 따라갈게. 잘 부탁해.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 뒤만 따라와요 더치!
더치걸 하아... 난 그냥 조금 쉬고 싶었을 뿐인데...
T-14 미호 다들 열심히네? 사령관 보기보다 인기 많구나?
미호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어?
T-14 미호 소완 말이야? 아하하~. 내가 스코프로 사령관을 감시하는건 알고 있지?
몰랐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T-14 미호 아무튼, 소완이 메이드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던 것도 체크하고 있었어. 소완이 수상한 짓을 한다면, 머리에 빵! 해줄 생각이었지만...
T-14 미호 생각해 보면 오르카에 좋은거잖아? 드디어 실력 좋은 요리사가 영입된 거니까.
...그러니까... 넌... 알고 있었다는...
T-14 미호 에헤헤. 난 맛있는걸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오케이야.
그래... 됐으니까. 메이드들 지원이나 해줘..
T-14 미호 응? 우리 사령관. 삐졌구나?
나 - 미호는 생긴것도 하는짓도 꼭...
T-14 미호 알었어~ 알았어~ 사령관. 우린 메이드들이 대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갈게.
T-14 미호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것 같네?
재미가 중요한게 아냐.
T-14 미호 그게 그거지. 우리 사령관 귀여워~ 후훗. 그럼, 난 간다 콘솔로 지휘 부탁해~.
바깥은 위험하니까. 무장 단단히 해.
T-14 미호 그 정도는 잘 알고있으니까... 뭐, 아무튼 신경쓸게 사령관.
ED
요리에 전념하는 메이드들
- 카카오는 발효와 건조 과정이 필요하다.
- 십수일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시간관계상 포츈이 뛰어난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오르카 건조장치로 어떻게든 처리해 줬다.
포츈 어머! 이 언니는 동생들이 열심히 하는걸 도와주고 싶거든? 모두 잘 됐으면 좋겠거든.
포츈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되거든? 행운을 빌어. 사령관.
T-14 미호 사령관? 케익 굽는 냄새가 느껴져? 기분 너무 좋아, 다들 정말 열심히네.
나 - 확실히 메이드들의 앞치마에서 전투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반죽이 튄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나 - ...그런데, 반죽을 익히는건 이렇게 연기가 많이 나는 작업이었나?
화롯가의 포티아 꺄아! 불이에요 불!
성벽의 하치코 으앗! 불은 하치코가 끌게! 하치코가 만든 케이크를 잘 봐주세요!
화롯가의 포티아 하... 하치코? 이건 초코 케익이 아니라... 고기... 네요?
T-14 미호 아하하 정말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나 - 미호는 이런 혼란 속에서도 즐거운듯 깔깔대며 웃었다.
나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함내에 가득한 연기 때문에 포츈은 툴툴대며 환기 시설을 손보러 갔다.
T-14 미호 콜록! 콜록... 대충 정리 된거지? 그치?
T-14 미호 자! 그럼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콘스탄챠의 케익부터 맛을 보겠어요.
콘스탄챠 S2 질 수 없어요. 주인님의 키퍼는 바로 저니까.
T-14 미호 흠~. 역시... 무난한 맛인걸? 딱히 흠 잡을것도 특별할것도...
확실히...
T-14 미호 흠잡을 것 없는 케이크였습니다! 6점 드릴게요.
T-14 미호 다음은 포티아양의... 뭘까요 이건... '새카맣게 굳어버린 무언가'네요. 심사위원답게 겁도 없이 맛을 보겠습니다.
T-14 미호 까드득! 까드득!
새까맣게 굳은 설탕 같은데.
T-14 미호 4점... 아니! 3점... 드릴게요.
화롯가의 포티아 그게... 설탕을 가열하면 카라멜이... 흑... 사실 화력 조절을... 실패했어요... 으앙!
T-14 미호 어... 오르카에는 멀쩡한 오븐이 있으니까, 오븐을 적극 활용해 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T-14 미호 다음은! 페로의 화이트 초콜릿 케익이네요?
T-14 미호 놀라워요! 완벽한 초코 케익이었습니다.
음... 달콤함이 도를 넘은 느낌인데.
T-14 미호 그게 포인트야 사령관. 저는 7점 드릴게요!
나 - 나는 미호가 빠른 손놀림으로 페로의 케익을 포장해서 탄창 파우치에 집어넣는것을 목격했다.
T-14 미호 ... 쉿.
난 아무것도 못봤어. 맘대로 해.
T-14 미호 자 그럼 다음은~? 하치코의... 하치코의...
T-14 미호 ... 미트파이네요...
성벽의 하치코 우왕! 하치코는 열심히 만들었어요!
T-14 미호 탈락! 탈락이에요! 주제는 초코케이크였다구요!
성벽의 하치코 흐앙! 어떻게해! 맛이 없었나요?
괜찮아 하치코 이거 꽤 맛있어.
성벽의 하치코 헤헤~. 주인님이 맛있다면 전 그걸로 좋아요.
T-14 미호 다... 다음... 다음으로 넘어가죠. 더치걸의 케익을 맛볼까요?
더치걸 제발... 너무 크게 말하지 마...
T-14 미호 음! 훌륭한 케익이에요. 놀라워요. 더치걸은 요리에 소질이 있을지도?
더치걸 거짓말... 내가 소질 있다니. 그럴 리 없잖아.
T-14 미호 자신감을 가져요.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6점 드릴게요!
더치걸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아냐. 이건 정말 달고 맜있어. 고마워 더치.
더치걸 나... 나는... 아니야. 고마워 둘 다.
T-14 미호 다음은~! 초코케익의 장인. 바닐라의 작품을 시식하겠습니다.
바닐라 A1 ... ...
T-14 미호 ... ...
... 이건...
T-14 미호 ... 응. 방부 처리된, 제품이네? 그것도 꽤 유명했던 회사의 제품...
바닐라 A1 뭔가 문제라도?
T-14 미호 아, 음... 아냐. 바닐라?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거라도... 있어?
바닐라 A1 ... 저는 소완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럼 이만.
T-14 미호 그... 그래. 이건 제품을 쓰는 건 반칙이야! 바닐라 탈락! 아쉽게도 탈락입니다!
T-14 미호 마지막으로~! 소완의...
T-14 미호 채소... 케익이네요... 다들 내게 왜이러는거야...?
소완 심사위원님? 제 케익의 맛을 봐 주시겠사옵니까?
이건, 초코케익이야! 그것도 엄청 맛있어.
T-14 미호 정말이잖아? 맛있어요! 정말 맛있는데. 왜 이런 수고를 했죠?
CS 페로 흥. 정공법으로는 이길 자신이 없었나 보군요.
소완 퍼포먼스가 맛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하지 않는게 좋아요.
소완 그리고, 평범한 초코 케익으로 여러분들을 꺾는것으로는 흥이 살지 않았을 뿐. 그럼... 소첩은 이만 물러나곘사옵니다.
T-14 미호 뭐~. 확실히... 소완의 케익이 제일 맛있었어 사령관.
인정할 수 밖에 없네.
CS 페로 네? 주인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T-14 미호 9점... 완벽했어. 이것보다 맛있는 케익은 먹어본적이 없어.
나 - 어디선가 다가온 바닐라는 손가락으로 소완의 케익을 맛본 뒤, 얼굴을 찡그렸다.
바닐라 A1 ... 분하네요. 제가 졌어요.
T-14 미호 아니, 바닐라는 이미 탈락인데... 뭐, 어쨌든 승자는 결정난 것 같네.
T-14 미호 승자는 소완이에요. 다들 박수~! 난 그럼 돌아간다. 다음에 봐.
나 - 소완은 앉은 자리에서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였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 - 몇몇 메이드들은 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다음 주제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OP
새로운 심사위원의 소개
나 - 다음 대결의 주제는 미트볼로 결정됐다. 그 이유는 특별 심사 위원이 바로 이분이니까.
T-8W 발키리 사령관님. 발키리 복귀 완료했습니다.
성벽의 하치코 앗! 발키리다. 언제 돌아온거야?
나 - 발키리는 의젓하게 하치코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역시 발키리야.
T-8W 발키리 사령관님이 명하신대로, 심사위원을 맡게된 발키리입니다.
T-8W 발키리 주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주제는 '저희 고향의 맛' 입니다.
T-8W 발키리 여러분들께 전우들과 취식하던, 미트볼을 부탁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임무가 있어서 이만.
나 - 발키리는 주제만 밝힌 뒤 출격 포트로 사라졌다. 어딜 저리 급하게 가는걸까? 그라저나... 주제는 정해졌고, 바이오로이드들은?
나 - 소완이군. 소완이 제일 빨리 소재를 구하러 사라졌다. 요리에 능한 콘스탄챠, 페로가 그 뒤를 따랐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하치코는 이번엔 잘 할 수 있어요!
좋아! 힘내봐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헤헤~! 쓰다듬어 주셔서 고마워요 주인님. 다녀오겠습니다!
더치걸 곤란하네. 미트볼? 처음 듣는 요리야... 포티아 요리책을 빌려가도 될까?
화롯가의 포티아 물론이에요. 우리 열심히 해봐요 더치걸. 하지만... 이번에도 실수하면 전...
더치걸 누구든, 나보다는 잘 할수 있을거야.
화롯가의 포티아 그...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 최선을 다해요!
- 보기 좋은 광경이군. 그나저나, 발키리가 피곤해 보여서 조금 걱정이야.
바깥은 위험해. 무장에 소홀하면 안돼.
더치걸 고마워 사령관. 날 걱정해주는건 사령관 밖에 없어. 다녀올게 사령관.
ED
연기로 가득찬 오르카
- 또 다시 오르카에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조리를 하는통에 내부가 연기로 가득찼다.
- 포츈에게는 미안하지만, 환풍 시설의 개조가 필요할 것 같다.
- 포츈에게 연락을 해보자.
저... 포츈? 부탁할게 있어.
포츈 어머~! 우리 사령관. 누나 찾았구나?
포츈 후후... 사실은, 누나도 사령관이 뭘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거든.
포츈 지금 환풍 시설이 걱정인거지? 괜찮아. 환풍 시설은 누나가 다 알아서 해줄테니.
포츈 우리 사령관은 우리 동생들끼리 싸우지 않도록 잘 부탁해. 알았지?
포츈 자~. 누나는 일하러 가야되거든? 나중에 결과만 알려줘. 그럼 누나 간다? 조금있다가 봐 사령관~. 후훗.
- 오르카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의 활약으로 움직인다. 사령관인 나는 절대로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 그나저나 발키리가 꽤 늦는데...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T-8W 발키리 면목 없습니다. 사령관님. 임무가 있어 늦었습니다. 용서해 주시길.
나 - 어딘가 초췌해 보이는 발키리. 늘씬한 미녀이지만, 늘 피로해 보이는게 마음에 걸린다.
T-8W 발키리 ... ...
나 - 발키리는 착석하자마자,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괜찮아? 이제 곧 심사를 해야하는데.
T-8W 발키리 문제 없습니다. 이것도 제게 맡겨진 임무. 최선을 다 할 뿐입니다.
콰앙!
나 - ... 저번 품평 때문일까? 메이드들은 퍼포먼스에 집중한 나머지,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콘스탄챠 S2 제가... 준비한 미트볼이에요. 부디 맛을 봐주시겠어요?
나 -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미트볼. 적당히 데워져 있고, 달콤한 고기 향과, 엄청나게 매운 소스의 향이...
나 - 잠깐. 매운 향이 난다고?
T-8W 발키리 감사히 먹겠습니다. 콘스탄챠.
멈춰! 이건 엄청 매워!
나 - 발키리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미트볼을 베어 물었다. 이윽고 그녀의 초점 없던 눈동자에 푸른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콘스탄챠 S2 아무래도, 추운 지방에선 자극적인 매운맛을 더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퍼... 퍼포먼스에요. 퍼포먼스!
T-8W 발키리 그... 렇습니까? 훌륭합니다. 저는 10점...
무리하는거 아냐?
나 - 발키리는 차마 나머지 미트볼을 먹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콘스탄챠 S2 그럴수가! 설마 제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어요!
나 - 콘스탄챠는 자신의 미트볼을 한 입 베어물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갔다.
더치걸 저... 이거 만들어 봤는데. 입에 맞는지 모르겠어.
나 - 발키리는 병째로 물을 들이켜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더치 걸에게 목례했다.
T-8W 발키리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 - 음...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걸? 더치걸이 역시 제법이야.
나도 어디한번...
나 - ...크윽!!
더치걸 일할 땐, 이게 최고라 들었어. 그리고 추운곳에선 이걸 마신다고 책에 적혀있었어.
나 - 술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독한 술. 미트볼 속에 치사량의 알콜이 가득하다.
T-8W 발키리 콜록! 콜록! 정말... 맛있습니다. 저는 10점...
더치걸. 미트볼엔 보드카 같은거 넣지마.
더치걸 윽. 역시 틀렸어... 미안해 발키리.
T-8W 발키리 저는... 콜록 콜록! 신경쓰지... 마십시오... 쿨럭.
나 - 그러고 보니 소완은? 소완은 어디로 간거지?
소완 더 손댈 곳 없는 미트볼이옵니다. 소첩의 향신료가 조금 추가되었을 뿐이지만. 분명 만족하실것이옵니다.
T-8W 발키리 ... 이것은? 확실히... 향기가 식욕을 당기는군요.
나 - 발키리는 홍조를 띄우고, 식기를 딸각거리며 미트볼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 맛있어, 소완.
소완 후후... 그렇사옵니까?
응, 부답스럽지도 않고 최고야.
소완 소첩은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주인님? 저는 잠시 자리를 비우겠사옵니다.
나 - 소완은 공손한 인사를 남긴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콘스탄챠와 더치걸 에게 다가가 무언가 조언같은걸 해주는듯 했다.
음? 소완이 저런 캐릭터였나?
T-8W 발키리 저분은 훌륭한 요리사입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저를 믿으셔도 좋습니다.
나 - 그런가... 발키리의 눈이라면 믿을만 하겠지. 그럼 보자... 남은 인원이...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입니다!
성벽의 하치코 저는 미트 파이를 만들어 봤습니다.
하치코. 또 미트파이냐.
성벽의 하치코 넵! 엄청 맛있을거예요. 주인님도 드셔 보세요.
나 - 발키리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한입 가득 파이를 집어 넣었다.
3연속 미트파이라니!
T-8W 발키리 정말 훌륭한 파이입니다. 저는 10점 드리겠습니다.
4연속 10점인가... 점수가 후하네 발키리.
성벽의 하치코 흐앙~! 하치코 드디어 성공했어요! 칭찬해 주세요 주인님~.
T-8W 발키리 저는 동료들의 성의를 보았습니다. 그것이면 제겐 충분합니다.
T-8W 발키리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전장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그러니, 나머지를 부탁합니다. 사령관님.
- 발키리는 귀엽게 생긴 배낭에 모두의 음식을 차곡차곡 챙긴 뒤, 함교를 빠져나갔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그럼 그럼 하치코가 일등이에요?
모두가 만점을 받아버렸으니. 곤란하네.
- 나는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OP
마지막 대결
나 - 요리 대결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다.
나 - 이번의 특별 심사위원은 바로...
T-20S 노움 T-20S 노움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나 - 노움은 참 예의바른 바이오로이드였지.
좋아. 노움은 어떤게 먹고싶어?
T-20S 노움 그건... 우리 가족들. 스틸라인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음식이면 뭐든지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 - 노움은 단상에 서있는게 조금 부담스러웠던걸까? 곧장 내 옆자리로 내려왔다.
CS 페로 ... 냥!
- 눈치가 빠른 페로가 제일 먼저 출발. 콘스탄챠는 끊임없이 '명예회복'을 중얼거리며 뒤따라 출발했다.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는 음. 생각났어요!
보나마나 미트파이겠지?
성벽의 하치코 흐앙! 어떻게 아셨어요 주인님? 역시 주인님은 대단해요!
그래그래, 어서 다녀와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소완 ... 이제는 모두가 요리에 익숙해 보이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주인님?
소완은 출발 안하는거야?
나 -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나는 소완이 무섭다. 비록 노움이 내 옆에 있지만,
나 - 소완이 날붙이로 내 목을 그어버리는, 불길한 상상이 멈추질 않는다.
소완 ... ...
나 - ... ...
소완 ... ...
소완 - 어색한 침묵이 끝나고, 소완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소완 ... 소첩은 오로지 주인님의 총애를 얻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 이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지?
소완 수십년간 외로운 수행이었습니다. 소첩은 주인님께 극상의 맛을 대접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사옵니다.
소완 ... 하지만, 정작 주인님의 진심을 구하는것엔 실패했사옵니다.
소완 이미 소첩과 주인님 사이에는 오해가 깊어, 소첩의 진심은 주인님께 전해지지 않을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 왜 그런짓을 했지?
소완 이유는 하나. 오직... 제 주인이 되실분의 총애를 받기 위함... 설령... 그 방법이 옳지 않다고 한들...
소완? 목소리가 너무 작아.
나 - 소완은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빙긋 웃을 뿐이다.
소완 소첩이 틀렸음을 인정하는것은... 소첩의 좁은 마음으로는 버겁기에...
소완 소첩은 이 축제를 마지막으로 떠나겠사옵니다.
소완 하지만 혹여나, 소첩이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 하늘거리며 걷는 그녀의 발걸음에는 예전같은 독기가 느껴지질 않는다.
- 소완은 노움을 지나 내 옆자리에 앉았고, 긴장한 노움의 손가락은 천천히 조정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괜찮아 노움. 그만둬.
- 소완은 뭔가 남은 말이 있는듯 했지만,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나는 메이드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휘 콘솔에 연결했다.
ED
복귀 직후
나 - 숨을 헐떡이며 모든 메이드들이 복귀했다.
나 - 숨을 고르던 메이드들은 내 옆에 앉아있는 소완에게 주의가 끌림과 동시에, 각자의 무장을 꺼내 들었다.
성벽의 하치코 크릉! 소완씨! 주인님에게서 떨어지세요!
CS 페로 ... 내내 모습이 보이질 않더라니, 이런곳에 있었군요.
다들 진정해. 난 괜찮아.
소완 ... 원하시는대로.
나 - 순순히 말을 듣는 소완. 역시 소완의 위험했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진것을 느낄 수 있었다.
T-20S 노움 흠흠... 그러면 다들 요리를 시작해 주시겠어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
성벽의 하치코 앗! 그러면 그러면, 하치코가 제일 먼저 시작이에요!
CS 페로 흥! 그렇게 놔둘것 같나요.
나 - 이미 승부에 눈이 멀어버린 오르카의 메이드들은 각자의 자리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요리와 상관 없어 보이는 불꽃이 곳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T-20S 노움 사령관님은 늘 가족분들과 함께 하셨군요.
응? 그게 무슨소리야?
T-20S 노움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한곳에 둘러 앉아, 식사를...
성벽의 하치코 으앙! 불이에요 불!
바닐라 A1 비켜서세요. 소화기는 어딨죠? 하치코?
T-20S 노움 가족이라는 건, 함께 모여서 식사를...
바닐라 A1 2구역은 틀렸어요! 언니? 격벽을 내려 주세요! 차단합니다.
콘스탄챠 S2 안돼요! 아직 요리를 시작하지도 못했는걸? 이번에야말로 만회하고 말겠어요!
바닐라 A1 정신차리세요 언니! 어서 통제실로 돌아가세요!
T-20S 노움 불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T-20S 노움 사령관님? 발포 콘크리트를 사용하겠습니다. 명령을.
그래. 뭐든 좋으니 당장 해줘.
- 오븐에서 번진 화재는 오랫동안 타오르며 값비싼 기기들을 태웠고, 바이오로이드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가... 하치코가 다 망쳤어요... 죄송해요...
소완 수고 하셨습니다 하치코. 요리는 멀쩡하군요.
성벽의 하치코 흐아앙. 정말요? 이게 어떻게 된거죠?
나 - 그건 소완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요리를 안전한곳으로 옮겼기 때문이겠지...
나 - 화재는 진압했고, 열심히 뒤처리를 하고 있는 포츈에게는 미안하지만. 대회는 계속 진행해야했다.
자! 이제 먹어볼까?
나 -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 - 큰소리는 쳤지만. 내 배는 지금 가득차다 못해 터질 지경이라. 아무것도 먹질 못할것 같다.
성벽의 하치코 왜 그러세요 주인님? 무슨일이세요?
배가 좀 부른데.
바닐라 A1 설마... 용량이 가득 찼다고 말하시는건 아니겠지요? 위장도 도량만큼이나 작은 건가요?
그게... 말이지.
나 - 여기저기에서 성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방법을 생각해 보자...
나 - 그래...! 이거면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르겠군.
소완이 날 대신할거야.
나 - 소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것 같았다.
바닐라 A1 진심이십니까? 믿을 수 없습니다. 주인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잊으셨나요?
성벽의 하치코 음~ 음~ 그러면, 자! 하치코는 맛있는 미트 파이를 준비했어요. 노움부터 먼저 먹어보세요.
바닐라 A1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하치코! 그리고 비겁해요! 제 전골이 우선이에요!
나 - 앞다투어 자신들의 설익은 요리를 노움과 소완에게 들이미는 메이드들...
나 - 얼마나 흘렀을까...
나 - 마침내 시식 결과의 발표 시간이다.
T-9 그렘린 네. 모두 맛있었어요. 결과는 모두 만점이에요.
성벽의 하치코 으엥? 진짜요?
바닐라 A1 어떻게 그럴수가! 제 요리와 하치코의 요리가 동급이라니. 납득할 수 없어요! 좀 더 고급스러운 심사위원을 부탁 드립니다.
T-20S 노움 소완양도 동의하셨어요. 모두 축하드립니다.
바닐라 A1 공동 1등이라니. 정말 최악이에요! 이런 대회따위... 참가하는게 아니었는데!
T-20S 노움 바닐라양? 어딜 가시는겁니까?
소완 ... ...
뭔가 할말이라도 있어?
소완 ...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OP
포격 당하는 오르카
나 - 오르카는 바다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상해야 할 때가 있다.
나 - 그리고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준비를 한들, 철충의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태.
나 - 페로? 상황은 어때?
CS 페로 철충의 포격입니다! 모두 준비하세요! 타격팀 멤버들은 즉시 출격 포트로!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는 언제나 나갈 준비가 됐어요~! 출발~ 출발~!
소완 또. 습격이군요. 세상 어디에도 철충에게서 안전한 곳 따위는...
CS 페로 보다시피, 따로 작별 파티를 해줄 여유가 없네요. 잘가세요.
CS 페로 주인님? 부디 저희에게 명령을.
나 - 소완은 물끄러미 오르카 인원들의 출격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바이저를 내리며 소완에게 말을 걸었다.
할 말이라도 있어?
소완 ... ...
소완 소첩이 주인님께 청이 있사옵니다.
응. 듣고있어
소완 소첩이 후방에서 지원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사옵니까?
나 - 나는 용기를 내서 소완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 속에서 나는 그녀의 진심을 느낄수...
나 - ... 내게 진심을 읽는 재주따위가 있을 리 없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마음이 바뀐거야?
소완 아직도 소첩이 납득하지 못한점이 남아있기에, 이렇게 청을 드리옵니다.
나 - 훨씬 누그러진 소완의 자세에 나도 모르게...
지원 정도라면 상관없어.
소완 ... 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소첩도 다녀오겠사옵니다. 그리고... 차는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드시길...
나 - 소완이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 내 옆엔 적당히 데워진 차가 있었다.
ED
오르카로 복귀한 메이드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하치코 돌아왔어요!
무사했구나!
CS 페로 후방에서 다른 녀석의 기척이 느껴져,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어요. 전투를 너무 우습게 보는것 아닌가요?
나 - 페로는 소완을 매섭게 노려봤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
소완 이런, 이곳에서 제 실력이 녹슬었나 봅니다. 고양이에게 기척을 들킬정도로 몸놀림이 둔해졌을줄이야... 후훗...
이제 싸우지 마.
CS 페로 ... 흥! 저는 샤워하고 오겠습니다. 하치코는 주인님께 눈을 떼지 마세요.
성벽의 하치코 헤헤... 그럼 주인님 무릎은 하치코꺼네요? 너무 좋아요 주인님~.
너 요즘 무거워. 하치코.
소완 ... ...
성벽의 하치코 흐앙~ 오늘도 하치코 많이 많이 쓰다듬어 주세요 주인님~.
소완 저리도 지저분한 차림으로 주인님께 달려 들다니.
이정도야 애교 수준이지.
소완 그런데도 주인님은 그녀를 반겨 주시는군요,
소완 ... ...
소완 어째서입니까? 소첩이 가진 모든 능력으로도, 주인님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사옵니다.
나 - 소완에게서 나를 향한 약간의 원망이 느껴졌다...
소완 소첩은 오로지 주인님의 쾌락만을 위해 모든 수를 써왔는데... 어찌하여...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소완 무슨 말씀이시온지... 소첩은 이해할 수 없사옵니다...
이렇게 말이야.
나 - 나는 소완이 준비해둔 차를 단숨에 마셨다.
소완 ... ...
그냥 맛이 괜찮은 정도면 돼.
소완 주인님께서는... 소첩을 믿어 주시는것이옵니까?
가능하지?
나 - 소완은 마침내 즐겁게 웃었다.
소완 ... 네. 주인님.
성벽의 하치코 크릉! 주인님에게서 떨어지세요!
바닐라 A1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군요. 어서 조리실로 돌아가지 않으면, 몇발정도 쏴 드릴 생각입니다.
나 - 당분간 이곳저곳을 중재하느라, 오르카에서 여유롭게 햇볕을 구경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나 - 다만, 오늘 저녁 식사는 근사한것으로 기대해도 괜찮겠지.
OP
다투고 있는 메이드들
소완 요점은 '퍼포먼스' 주인님의 시각까지 사로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오르카의 요리사라 할 수 있겠지요.
바닐라 A1 흥! 역시 간사한 메이드의 생각이란...
바닐라 A1 맛에 자신이 없으니, 시선이라도 끌어 보겠다는 뜻인가요? 저렴한 발상이군요.
성벽의 하치코 아니에요. 주인님은 하치코 미트 파이를 제일 좋아하세요,
성벽의 하치코 그리고, 역시 하치코 파이가 제일 맛있어 보이는걸요?
바닐라 A1 ... 넷?!
소완 ... 진심인가요?
소완 그 말은 도저히 흘려들을 수 없군요. 하치코는 미트 파이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지요.
성벽의 하치코 에? 그렇지만... 주인님은...
바닐라 A1 안타깝게도, 그건 소완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바닐라 A1 한가지 음식만으로 주인님을 평생 모실 생각이라면, 그만두세요. 주인님은 맛있는 음식을 드실 자격이 있는분이니까.
소완 호오... 그렇게 말씀하시는 바닐라씨도, 초코케이크 말고는 달리 할 줄 아는 음식이 없는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완 애당초, 그 케익이라는것도 옛 인간님들의 방부제가 듬뿍 담긴 화석을 발굴해 내는것 뿐이지 않습니까?
바닐라 A1 흥! 그건 주인님께 총애받는 메이드로서, 주인님의 입맛에 맞출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무슨 문제라도?
소완 어째서 주인님이 좋아하실 음식을 직접 만든다는 발상은 하실수 없는건가요? 이곳의 메이드들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성벽의 하치코 역시 주인님은 하치코 파이를 제일 좋아하세요.
바닐라 A1 하치코 시끄러워요!
성벽의 하치코 흐아앙... 다들 너무해...
소완 어쨌든, 두고보시죠 오늘 저녁은 최고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제 주인님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겠어요.
소완 그리고 역시 당신은 제겐 불편하니, 당분간 말을 걸지 말아주시겠어요?
바닐라 A1 저와 관련된 모든 오해는 당신의 자존심과 함께 부숴드리죠.
소완 후후... 그럴 능력이 있으시다면야...
바닐라 A1 흥!
ED
하소연 하는 메이드들
나 - 오르카의 하루는 내겐 너무 짧다.
나 - 위험에 빠진 바이오로이드들을 구해, 규합하고. 재무장 시키며.
나 - 지휘관들과 회의를 열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습격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대책을 연구해야만 한다.
나 - 하지만, 늘 그렇게 무겁고 심각한 일만 처리하는건 아니다.
나 - 이곳에서 지휘콘소을 조작하고 있자면, 눈을 의심하게 되는 기묘한 광경도 가끔씩 볼 수 있다.
나 - 예를 들면 이런거지...
다들 보여?
나 - 디스플레이에서는 고위험 도시 지역을 멋대로 헤집고 다니는 세명의 메이드들이 나오고 있었다.
바닐라 A1 ... ...
성벽의 하치코 그치만 주인님! 하치코는요...
안돼 하치코, 지금은 얌전히있어.
소완 주인님. 소첩은 억울하옵니다. 이 모든일은 바닐라가 도발...
너도 잠자코 보고있어.
바닐라 A1 흥! 당신은 뭐든지 제 탓으로만 돌리는군요?
나 - 수색팀에서 몰래 빠져나와, 잡풀을 수확하는 소완.
나 - 노련한 몸놀림으로, 카메라의 사각지대로 빠져나가는 바닐라.
나 - 길가에 떨어져 있는 통조림을 하나씩 발로 건드려보는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저건 상한게 아니에요. 제가 확인했어요.
그게 문제가 아냐. 하치코...
나 - 나는 디스플레이의 전원을 내렸다.
다들 열심히 하는건 좋아.
나 - 꾸지람을 대비하는 메이드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면 모두가 위험해져.
바닐라 A1 ... 면목 없습니다.
나 - 부담스러운 침묵이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다른 오르카의 인원들이 힐끔거리며 지나다녔다.
나 - 흠... 나도 적당히 해야겠지. 메이드들의 마음을 모른척 할 수도 없는 일.
다음부턴,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출격해.
바닐라 A1 ... 네? 무슨 말씀이진지.
소완 그런... 설마 주인님의 뜻은...?
응. 오늘 저녁은 뭐야?
나 -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지는 메이드들. 그리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리실로 사라지는 소완.
바닐라 A1 여우같은 메이드... 정말이지...!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죄송해요... 하치코는 오늘 아무것도 못 주웠어요...
오르카의 식료품 창고를 이용하렴.
나 - 나는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OP
출격을 준비하는 메이드들
소완 바닐라. 미리 말해두지만, 소첩을 따라다니는건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파이팅!
바닐라 A1 그건 제가 할 말이겠지요.
바닐라도 파이팅!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 오늘은 성공할거에요!
하치코 힘내!
나 - 셋은 투닥거리며 함교를 빠져나갔다.
T-14 미호 뭐, 다들 유능하니까 잘해내겠지. 그럼 난 밀린 업무를...
T-14 미호 휴~ 사령관? 이건 요즘 새로 생긴 취미야?
응? 미호잖아.
T-14 미호 이것 좀 봐줄래? 왠지 수색팀에 요리사들이 편성 되어있잖아, 이거 사령관 생각 맞지?
잘... 모르는 이야긴데?
T-14 미호 하... 그럴 줄 알았어, 어쩜 이렇게 거짓말을 못하니? 아무튼, 임무에 걸리적 거리면 전부 걷어 차줄테니까. 각오해.
T-14 미호 그럼 난 간다. 목욕물 까먹으면 안 돼. 알지?
내가?
나 - 미호는 더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흔들며 함교를 빠져 나갔다.
- 미호와의 즐거운 담화가 끝나자, 나는 이유없이 집중력이 흩어졌다.
- ... 그 때문이었을까?
- 말해두자면, 나는 이후에 벌어진 사고 때문에 끔찍한 일을 겪게된다.
- 내가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사령관으로서 최선을 다 했더라면...
- 아마도 발견할 수 있었겠지...
- 수색을 나간 하치코가 '보라색 버섯'을 캐내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 장면을...
ED
복귀 직후
바닐라 A1 어떠셨나요 주인님. 분명 만족 하셨겠지요?
직접 만든게 훨씬 낫네.
바닐라 A1 ... ...
농담이야.
소완 주인님? 소첩이 준비한 음식도 드셔 보시겠사옵니까?
아직 덜 삼켰어... 잠시만.
성벽의 하치코 우음... 우으음... 저기...
나 - 바닐라와 소완이 준비한 음식을 쑤셔넣고 있는 와중에, 우물쭈물 하는 하치코가 보였다.
음? 무슨일이야?
성벽의 하치코 저... 주인님. 제가 새로운걸 만들어 봤는데. 드셔 보시겠어요?
나 - ... 귀여워.
물론이지.
성벽의 하치코 에헤헤! 고마워요 주인님!
나 - 하치코가 수줍게 꺼낸 플레이트 위엔, 보랏빛이 도는 파이 한조각이 예쁘게 얹혀 있었다.
최고야! 잘먹을게.
나 - 하지만, 하치코의 보라색 파이는 내 에상을 뛰어 넘는 무엇인가였다.
과일이 아니었어.
나 - 보라색을 띄고 있었기에, 당연히 과실로 단맛과 향을 낸 파이라 생각했지만. ... 이건 대체...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을 위해 버섯을 넣어 봤어요! 고기는 질리셨죠? 제가 더 가져올게요~!
나 - 아아. 신기한 맛이군. 입안이 저릴정도로 말이다.
나 - 여기서 난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속이 좀... 이상한걸?
바닐라 A1 ...음? 주인님?
바닐라 A1 ... 주인님? 무슨일이시죠? 주인님?
나 - 심한 구토감과 함께, 식은땀이 멈추질 않는다.
바닐라 A1 소완? 주인님의 상태가 심상찮습니다!
소완 비켜보세요. 주인님? 소완이옵니다. 소첩의 말이 들리시옵니까?!
나 - 혀가 뻣뻣하게 굳는 기묘한 경험을 한 나는 난감함을 표할새도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OP
대책 회의 도중
나 -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나는... 왜... 이러고 있지?
바닐라 A1 ... 그러니까, 이번에는 당신 말을 믿겠어요.
바닐라 A1 그 '해독제' 라는것도 결국 버섯이라는 뜻이지요?
소완 소첩이 주인님의 생사를 두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시간이 촉박하니 서두르시길...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는... 하치코는...
소완 걱정할것 없습니다. 저만 따라 오세요. 하치코. 그리고, 이 책을 곁에 두고 틈날 때 마다 읽어 주시지요.
바닐라 A1 주인님.
바닐라 A1 저희는 해독제를 구하러 떠나야 합니다.
바닐라 A1 지금 주인님께... 어려운 부탁인것은 알지만, 부디 명령을...
...
나 - 나는 대답할 기력조차 남지 않아, 고작 손만 까딱거리는 정도가 한계였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죄송해요...
어... 으...
성벽의 하치코 히잉...
바닐라 A1 자 그럼 모두 출격 준비를 해주세요! 한시가 급합니다.
나 -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투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ED
복귀한 메이드들
소완 주인님. 이걸 삼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래...
소완 정말 다행이옵니다... 이 해독제라면, 분명 반나절 내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성벽의 하치코 정말 다행이에요 주인님. 그리고 죄송해요 주인님...
바닐라 A1 흥... 주인님은 이정도로 쓰러질 분은 아닙니다. 괜한 걱정입니다.
나 - ... 이것은 소완이 구해준 해독제의 효능인가?
나 - 한계치의 고통을 까마득하게 넘겨버려, 감각조차 없던 위장이 조금씩 움직이는걸 느낄 수 있었다.
생기가... 돌아오는것 같아.
성벽의 하치코 정말이에요? 주인님 괜찮으신거 맞죠?
나 - 나는 내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하치코가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 - 그나저나...
배가 고픈걸?
소완 후후... 주인님의 육신은 마치 초인과도 같사옵니다.
바닐라 A1 정말 괜찮은건가요?
난 괜찮아.
소완 소첩은 해야 할 일이 있어, 요리는 다른분에게 맡기도록 하지요.
바닐라 A1 요리라면 당신이 제일 먼저 달려들 줄 알았는데요?
소완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지요... 주인님. 소첩은 잠시 자리를 비우겠사옵니다.
나 - 소완은 울적해 있는 하치코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닐라 A1 벼... 별일이 다 있군요. 흠흠. 아무튼, 주인님? 따로 원하시는 거라도?
엄청나게 단걸로 부탁해.
바닐라 A1 ... 그렇게 저를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삼안의 메이드. 어떤 요리든 문제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굳이...
바닐라가 만든게 먹고싶어.
바닐라 A1 ... ...
바닐라 A1 그렇습니까?
바닐라 A1 주인님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저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꽤나 힘든 하루였다.
OP
바닐라의 보고
- 나는 바닐라에게서 그날 이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닐라 A1 소완은 하치코에게 요리사로써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바닐라 A1 그러니, 주인님은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혼낸건 아니지?
바닐라 A1 ... 주인님은 그게 마음에 걸리십니까?
바닐라 A1 그런 걱정을 하시는걸 보니, 이제 멀쩡해 지신것 같군요.
바닐라 A1 아. 마침 하치코가 오는군요.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하치코는 소완 언니한테 많이 배웠어요.
잘했어.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헤헤... 이제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거예요.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은 이번에도 절 믿어 주실거죠?
물론이지. 시작할까?
성벽의 하치코 그러면 하치코! 다녀오겠습니다!
ED
긴장된 분위기의 오르카
나 - 오르카의 함교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나 - 최고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철충이 득실거리는 곳을 지나, 마침내 몇몇 개의 재료를 앞주머니에 담아오는데 성공한 하치코.
나 - 메이드들은 하치코가 요리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꽤나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T-14 미호 아아~. 힘들었어. 나도 맛있는 것 먹고 싶은데... 저기, 사령관? 듣고 있어?
쉿. 하치코가 요리중이야.
T-14 미호 어... 정말이네?
T-14 미호 그러면... 하치코가 만들고 있는건, 분명 미트 파이겠지?
T-14 미호 ... 음... 난 사양할게 맛있게 먹어 사령관. 힘내.
성벽의 하치코 완성~! 주인님 오래 기다리셨죠?
기다리고 있었어.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의 파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비밀이에요!
나 - 결국 또 다른 파이였지만, 제법 괜찮은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그럼... 먹어볼까?
바닐라 A1 음...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군요.
성벽의 하치코 헤헷~!
- 하치코의 파이 속에는, 캔 참치의 살코기가 가득 들어있었다.
성벽의 하치코 이건 주인님께 제일 안전한 음식이에요! 영양제도 듬뿍 들어있으니, 많이 많이 드세요~!
윽. 고마워.
바닐라 A1 흐응~ 결국 참치인가요? 주인님도 마지막까지 참치를 벗어나시지 못하시는군요.
- 바닐라의 말이 맞다.
- 돌이켜 보면, 소완이 오게 된 계기도 참치와 관련이 있었지.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이 회복되시면, 하치코가 다른것도 해드릴 수 있어요~.
바닐라 A1 하치코 말대로, 당분간은 얌전히 그것만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어째서 최고의 식재료와 요리사를 두고도, 나는 통조림 참치를 먹어야만 하는걸까.
성벽의 하치코 어때요 주인님? 맛있나요?
물론!
- 나는 또 다른 대회를 열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OP
메이드들의 권유
나 - 메이드들이 차려준 호화로운 테이블.
나 - 누구나 꿈꿀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나 - 하지만...
CS 페로 주인님? 제가 준비한 스테이크입니다. 와인을 곁들여...
그래... 거기 놔 둬.
CS 페로 주인님?
CS 페로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주인님! 하치코는요~!
그것도 거기 놔 둬...
성벽의 하치코 우음... 네에 알겠습니다. 주인님...
소완 후후... 주인님께 드릴 소첩의...
그것도 거기 놔 줄래?
소완 ... ... 알겠사옵니다.
- 요즘은 늘 이런 식이다.
- 끝없는 권태. 맛에 대한 권태로 나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 메이드들이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한 나는, 속으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 평범한 메뉴에는 이제 질렸어. 나는... 나는... 좀 더...
-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함장 실로 돌아갔다.
소완 ... ...
성벽의 하치코 히잉... 주인님은 하치코 파이를 싫어하시는 걸까?
CS 페로 하치코? 주인님께서는 평범한 식단에 질려버리신거야.
CS 페로 메이드라면, 이 정도 상황은 예측할 수 있어야지.
성벽의 하치코 그치만, 주인님은 하치코 파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셨는걸...
소완 키친 메이드로써 부끄럽기 짝이 없군요. 당분간은 주인님께 대접할 새로운 재료를 찾는 수밖에...
소완 하지만... ... 이마저도 주인님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한다면...
CS 페로 못한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죠?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을 위한 '뉴 하치코 파이'가 필요해요!
소완 ... ...
소완 자세한 이야기는 다녀와서 계속하도록 하지요.
ED
복귀한 메이드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주인님! 하치코가 주인님께 새로운 걸 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나 - 하치코의 갸륵한 마음은 전해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뭔가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 - 거절의 뜻으로 손을 젓는 내 팔목은 놀라울 만큼 가늘어져 있었다.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음식을 가리면 몸이 아파요... 주인님이 아프시면 하치코는...
나 - 질렸어. 더 맛있는 것. 난 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
나 - 이 넓은 오르카에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가 없다는 현실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 - ... 혼자 있고 싶군,
나 - 함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혼자 있고 싶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
소완 주인님? 제가 준비한 음식을 드시기 전에, 소완이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어... 말해봐.
소완 소첩은 주인님의 식욕증진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할 거라 판단했사옵니다.
뭐든 좋아. 해봐.
CS 페로 ...네. 알겠습니다.
나 - 페로는 날래고 우아한 동작으로 내 앞에 '홍차'를 내놓았다.
... 마실것?
나 - 그래. 음식을 씹는 것조차 귀찮았던 나는, 페로가 내준 '홍차'로 간신히 입안을 적셨다.
나 - 풍부한 향!
나 - 오오! 이것은?!
향이 정말 좋아! 페로 제법이구나?
CS 페로 이 모든 것은 허약해져 가는 주인님을 위한 일... 저를 용서해 주세요 주인님.
나 - 나는 '홍차'를 몇 번 더 홀짝이며 페로의 말을 되뇌었다.
나 - 용서? 용서라니? 그건 무슨 뜻...
나 - 홍차의 향 속에서, 굉장히 익숙한 향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이... 이건, 설마?
나 - 나는 찻잔을 떨어뜨렸다. 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페로가 말한 '용서'가 의미하는 게 무슨 뜻인지 가까스로 알아챘다.
나 - 하지만 모든 게 늦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짐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허기가 찾아왔다.
소완 ... 소첩은 주인님 앞에서 맹세한 바가 있어, 주인님께 차를 드릴 수 없었사옵니다.
소완 하지만. '페로' 양이라면... 어떨까요?
CS 페로 주인님은 그런 사소한 일엔 신경 쓰시지 않습니다.
나 - 페로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딴청을 피웠다.
페로... 너마저...
성벽의 하치코 우왕?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 주인님! 하치코가 미트 파이를 만들었어요! 한 조각 드시겠어요?
나 - 아아... 미트파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
... 미트파이... 하나 더.
성벽의 하치코 주인님이 건강해져서 너무 좋아요! 하치코가 하나 더 준비해 올게요!
CS 페로 주인님? 스테이크도 드실 수 있으신가요?
스테이크... 사랑해...
CS 페로 네. 금방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주인님.
소완 ... 주인님?
어...
소완 주인님은 저희 메이드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분이십니다. 그러니...
소완 부디 그녀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을 드시고, 건강해 지시기를... 그리고...
그리고...
소완 반찬투정은... 봐드릴 수 없사옵니다.
나 - 내 반찬투정은 여기서 끝났다.
OP
닥터의 출현
닥터 음~?
닥터 오빠~!
나 - 내겐 여동생이 없다.
닥터 아이 참~ 오빠 오빠~.
나 - ... 닥터인가? 그나저나, 나더러 '오빠'라니.
나 - 오르카 내부의 호칭 정리 필요성을 생각하던 나는 닥터의 기계 팔에 쥐여짜여 새된 소리를 냈다.
... 컥...?
닥터 난 있지, 오빠한테 서운한 게 있어,
나 - 도저히 상황파악이 되질 않는다.
말로... 해봐...
닥터 나랑 다른 언니들만 쏙 빼놓고, 그러기야? 너무했어~!
포츈 후후. 누나는 다 보고 있었거든? 그치만, 그건 닥터 말이 맞거든. 우리 '엔지니어'들은 요리 대회에 참석도 못 했거든?
포츈 우리들도 사령관을 엄청 아끼고 사랑하는걸...
T-9 그렘린 그렇죠? 뭔가... 서운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 탑돌아?
나 - 탑돌이라면... 그렘린이 안고 있는 저 로봇이 틀림 없다. 뭐... 딱히 귀여운 구석은 없어 보이는 기계다.
닥터 맞아. 오빠는 사령관이니까. 우리도 거기 껴주면 안 돼? 부탁할께~!
무슨...
포츈 후후. 우리 사령관? 잠시 귀 좀 빌려줄래?
포츈 우리 '엔지니어' 꼬마들도, 사령관 관심을 받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서운했나 봐.
포츈 우리 사령관이 해결해줄 수 있지? 예를 들면... 요리 대회 같은 거?
이것... 놓고 말해...
닥터 그치만... 오빠는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 난 몸을 비틀어, 닥터의 '기계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착지했다.
그만! 거기까지다!
닥터 으앗? 오빠?!
포츈 어머? 어머? 사령관 완전 멋있거든!
나 - 이번 소동으로 소외감을 느낀 바이오로이드들이 있었을 줄은... ... 사령관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
나 - 여리 대회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 진행해 볼 생각이다.
좋아! 마이너 요리 대회를 시작한다!
닥터 그치?!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T-9 그렘린 질 수 없지요! 그럼, 그럼, 요리 주제랑 심사위원은요?
나 - ... 당황스럽다. 뭘 주문해야 할까?
닥터 응? 응? 넌 누구니? 잠깐만~. 아이참.
펍 헤드 안녕하신가! 이 몸은 경찰 공무원 펍 헤드라 하네. 자그마치 6급 공무원이지.
포츈 어머? 귀여운 펍 헤드거든? 여긴 무슨 일로 왔니?
펍 헤드 이 몸은 오르카의 AGS들을 대표해서. 요리 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네.
펍 헤드 이 몸이 심사위원을 맡도록 하지. 막중한 임무! 절대 소홀히 하지 않곘네. 나머지는 사령관이 알아서 해주시게.
나 - 엔지니어 요리 대회에, 심사위원은 AGS 인가... 조합이 훌륭한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찌 되었든, 내가 할 일이 줄어서 다행이다.
뭐... 그럼 부탁할게.
펍 헤드 옳지! 그럼 AGS에게 최고의 요리를 부탁하겠네!
포츈 흐음~ 그 정도는 누나 눈 감고도 할 수 있거든? 벌써 점찍어 놓은 곳이 있으니까. 후훗~!
T-9 그렘린 저도 문제없다고요! 가자! 탑돌아!
나 - ... 난 탑돌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 알 수 없으니, 대충 웃어넘길 뿐이다.
나 - 그나저나 펍 헤드에게 미각이라니... 그런 기능이 있었나...?
ED
엔지니어들의 복귀
닥터 오빠! 내가 제일 먼저 왔어! 그리고, 이거 무거우니까 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T-9 그렘린 이 정도는 문제 없다구요~. 저도 준비 끝났어요.
나 - 가득 쌓인 식재료 사이로, 굉장히 수상하게 생긴 쇳덩이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포츈 누나... 늦었거든? 그렇지만 이 '배터리'는 정말 완벽하거든!
나 - 포츈도 똑같이 생긴 쇳덩이를 가져왔다... 그나저나 배터리?
저건 배터리잖아.
나 - 펍 헤드 몸통 크기의 배터리는 크기로 나를 압도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저것이 음식이라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닥터 자~! 펍 헤드 내가 먼저야. 물론 내가 우승이겠지?
펍 헤드 우히히! 우선 닥터가 준비한 것부터 맛을 보겠네!
펍 헤드 으앗! 입안 가득 청량한 이 맛은. 풍력발전으로 얻은 전기가 아닌가?! 훌륭한 포상이군!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 - 감이 좋지 않다. 이건 요리 대회도 아니고, 내가 참석할 자리도 아니다.
재밌네. 난 가볼게.
펍 헤드 어딜 가는 겐가? 심사위원. 시식을 해보시게.
펍 헤드 펍 헤드는 스턴건을 사용해서 강제로 '시식' 시켰다.
으억!
나 - ... ...
나 - ... 내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땐, 벌써 그렘린의 차례.
T-9 그렘린 음... 그러니까. 부끄럽지만. 잘 부탁해요.
펍 헤드 우힛! 몸 안 가득 시원한 맛은... 수력발전?! 훌륭해!
헛소리...!
펍 헤드 자! 그럼 심사위원도. 사양하지 말게.
으어억!
나 - ... 포츈의 차례...
포츈 ... ... 거든? 후후... 그럼 ... 후후...
펍 헤드 ... ...화력 발전?!... 스파이시!... 훌륭...! ...!
나 - ... ...
포츈 후후~! 다들 이제 그만~. 우리 동생들도 장난이 너무 심했거든?
포... 츈... 포츈...
나 - 나는 포츈의 인자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포츈 우리 동생들? 이제 사령관님께 사과해야지?
닥터 음... 오빠. 내가 심술부려서 미안해... 괜찮아?
나 - 적당한 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T-9 그렘린 그래도 사령관님이 고장 나면, 저희가 고쳐드릴 수 있으니 안심하세요!
포츈 자~! 그럼 언니가 우리 사령관님 모셔다 드릴 거거든? 동생들은 다음에 봐~.
나 - ... 긴장이 풀리자,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포츈 우후후. 누나는 지금부터, 사령관이 누나한테 소홀했던 것만큼 돌려받을 생각이거든?
포츈 오늘 완~전! 기대해도 좋거든? 후후~!
나 - 나는 끝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OP
식사시간
바닐라 A1 주인님?
바닐라 A1 나머지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얌전히 계시겠습니까?
나 - 메이드들은 우아한 동작으로 식탁에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행복해.
소완 후후... 주인님의 즐거움은 소첩의 즐거움. 부디 이 시간을 즐겨주시길...
나 - 그래. 난 이 생활을 즐기기만 하면 돼. 내게 허락된 최고의 시간.
나 - ...이었을 터...
나 - 입안 가득 고기를 물고, 무심코 쳐다본 모니터에는, 내벽 파이프에 기댄 채로 허겁지겁 통조림을 마시고 있는 브라우니가 나오고 있었다.
나 - 음? 저건...?
소완 ... 소첩의 의견으로는, 출격 시간조차 맞추지 못한 신병인 것 같사옵니다. 어설프기 짝이 없군요. 후후...
그게 문제가 아냐.
나 - 전투원들이 저런 식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었다니. 그것도 오르카 안에서.
바닐라 A1 휴우... 주인님? 늘어난 식사량만큼 운동량도 늘리셔야 합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보기 좋게 살찐 돼...
바닐라 A1 ... 주인님? 듣고 계십니까?
나 - 눈치 빠른 바닐라는 모니터 속의 가엾은 브라우니를 잡아냈다.
바닐라 A1 주인님의 좁은 속내에, 그런 순수한 마음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걸 먹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 - 일순간 메이드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바닐라 A1 ...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 야전에서 전투를 하는 전투원은...
지휘관들을 소집해.
나 - ... ...
나 - 잠깐.
나 -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했지? 지휘관 소집?
바닐라 A1 휴우... 콘스탄챠 언니? 듣고 계셨나요?
어... 바닐라? 잠깐만.
바닐라 A1 네. 네 맞아요. 지휘관 전원 소집입니다. 사령관님의 명령입니다. 전.원.소.집.
나 - ... 일이 커져간다...
몇 시간 후
나 - ... ...
나 - '그녀'들이 한곳에 모이자, 숨이 막힌다.
불굴의 마리 각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신속의 칸 핵심만 전달해 주면 좋겠군. 사령관.
철혈의 레오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우릴 부른 것 아니었어? 어서 말해봐. 듣고 있어.
불굴의 마리 그런데, 이상하군. '메이'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철혈의 레오나 ... '메이'가 보낸 메세지가 있는데... 내가 전달해 줄까?
철혈의 레오나 '누구 맘대로 오라 가라는거야? 멍청이 사령관!' ... 이라는데?
불굴의 마리 ... 흐음...
나 - ... 하하... 한 명이 줄어서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신속의 칸 사령관. 집중해다오.
웅! 듣고있어!
신속의 칸 고맙군. 이쪽도 일방적인 소집에는 익숙하지 않아. 짧게 끝내줄 수 있겠나?
그게... 말이야...
철혈의 레오나 ... 우리 사령관... 난 사령관이 좀 더 정진해서 괜찮은 남자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자꾸 격떨어지는 것 같아서 난 너무 슬퍼.
불굴의 마리 말조심해라 레오나.
불굴의 마리 사령관님. 콘스탄챠에게 간략한 내용은 전달받았습니다. 사령관님은 병사들의 급양 상태를 우려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신속의 칸 ...하! 재미없는 농담이군! 제아무리 사령관이라도 그 정도는...
브라우니가 불쌍해!
나 - 나는 전투원들에게 보급할 급양 설비가 턱없이 부족함을 설명하고, 설비 확보를 명령했다.
나 - 숨막히는 침묵...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불굴의 마리 네. 명령대로 구역을 확보하겠습니다.
신속의 칸 납득하기 힘들지만. 우리는 사령관을 따를 뿐. 전원 출격! 서둘러라!
철혈의 레오나 음... 사령관. 계산은 다 끝난 거지?
계산?
철혈의 레오나 후훗! 아니야. 그럼... 우리 사령관... 기분이나 맞춰주러 가볼까?
불굴의 마리 각하. 출격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나 -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나?
나 - 아냐.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자. 지금은 지휘가 우선이다.
ED
지휘관들의 복귀
나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계획은 실패했다.
나 - 구역 확보는 성공했지만. 확보한 시설의 규모로는 전 군의 급양 상태를 끌어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 ...
신속의 칸 이번 일로 사령관이 뭔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난 이만 돌아가지.
철혈의 레오나 음~. 여긴 너무 더워. 사령관 얼굴이 뜨거워서 그런가? 후후.
철혈의 레오나 ... 그래도 사령관은 역시 특별해... 난 믿고 기다릴게 사령관. 힘내줘~.
나 - 레오나는 가볍게 속삭이고 떠나갔다.
불굴의 마리 면목없습니다. 각하.
- 마리는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절도 있는 자세로 퇴장했다.
- 계획도 짜지 않고 감정만 앞세워 전투원들을 밀어 붙인 결과는 처참했다.
- 내가 예상했던 설비의 규모는 턱없이 부족했고, 전투원들의 끼니는커녕 간식 정도만 겨우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 부끄러운 마음에 혼잣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하하... 디저트나 겨우 만들겠네.
바닐라 A1 네.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디저트라면 가능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바닐라.
소완 소첩도 설비를 둘러보고 왔사옵니다. 가벼운 음식 정도라면... 흐음...
성벽의 하치코 저도 할 수 있어요! 주인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바닐라 A1 오르카의 모든 메이드들을 투입하면, 전투원들에게 '특식' 정도의 배급은 가능 하겠군요.
그게 정말이야?
소완 부디 소첩에게 모두 맡겨 주시기를...
나 - 그래. 오르카의 메이드들이 있었지.
간단한 것이라도 부탁해.
소완 후후... 주인님이 그리 원하신다면...
소완 하치코? 바닐라? 배틀 메이드와 컴패니언이 필요합니다.
바닐라 A1 흥. 주인님께 꼬리 치는 모습이라니... 이젠 숨길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죠?
성벽의 하치코 하치코 출발하겠습니다! 주인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 - 메이드들은 품위있게 빠져나갔다.
- ... ...
며칠 후
- 얼마나 지났을까? 함 내의 모든 메이드들은 '오르카 도시락'의 수량을 겨우 맞춰, 보급에 성공했다.
- '오르카 도시락'이라 해 봐야, 하치코의 파이가 한 조각씩 들어있는 모양 새지만. 전투원들의 사기가 올랐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 꼬르륵
- 페로는 아직인가...?
CS 페로 주인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페로! 왔구나?
CS 페로 ... 무례를 용서하세요. '하치코의 파이 공장'에 제가 자리를 비울 순 없어서 이만...
그... 그래. 고마워
- 내 테이블 위에는 페로가 급히 가져다 준 참치 캔 하나가 전부.
- 그래도... 지금쯤이면 모두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있겠지?
- 흐뭇한 마음에 참치캔을 열고 고개를 든 순간, 경호를 맡은 브라우니와 눈이 마주쳤다.
T-2 브라우니 이야! 잘 부탁드림다 사령관님!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지 말임다.
하하! 사령관으로서 당연히...
- 브라우니의 테이블 위에는, 뜨끈한 하치코 파이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 오...
- 내 참치와 자신의 파이를 번갈아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 브라우니.
T-2 브라우니 저... 같이... 드시겠슴까?
아냐! 난 이거면 충분해.
- 브라우니는 눈치를 보더니, 파이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고, 그제서야 나도 참치를 뒤적일 수 있었다.
- 나는 하치코 파이가 자꾸만 아른거려, 애꿎은 참치만 한참 뒤적거렸다.
OP
비어있는 함교
나 - 나는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냈다.
나 - 지금 이 순간도 도움을 받고 있지.
T-14 미호 저... 사령관? 뭐하고 있어?
나 - 절대 잊지 않아.
T-14 미호 지금 쓰고 있는거... 그거 뭐야? 설마... 일기?
나 - 나는 이 모든 것에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 - 설령 그 앞길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일지라도.
T-14 미호 아아~! 부끄러 죽겠네! 지금 뭐하는 거야?! 사진 찍어도 돼?
나 - 이젠 전투 명령만 내리는 사령관이 아닌, 요리하는 사령관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나 - 최고의 식재료를 이용해서, 그녀들에게 최고의 식사를 대접할 시간이 왔다.
나 - 가자! 최고의 식재료를 찾으러!
미호? 출격 준비해줘.
T-14 미호 아아! 내 이럴 줄 알았어! 바보 사령관!!!
ED
식사 종료
나 - 요리가 전부 끝난 시점. 나는 누워서 겨우 숨을 고르는 정도가 한계였다.
나 - 시끌벅적했던 오르카는 전투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자, 한산함을 되찾았다.
성벽의 하치코 수고하셨어요 주인님! 오늘 주인님이 제일 멋있어요!
수고했어 하치코.
성벽의 하치코 그럼... 하치코도 같이 누워도 되죠?
CS 페로 ... 칫! 어느 틈에...!
CS 페로 어쩔 수 없죠. 실례하겠습니다.
나 - 하치코와 페로는 피곤한 듯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비좁아...
소완 ... ...
나 - 응? 소완.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소완 소첩은 마무리를 하고 오겠사옵니다.
소완 ... 그리고...
그리고?
소완 후후... 아무것도 아니 옵니다.
- 그런가... 소완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T-14 미호 오! 사령관. 오늘 정말 수고했어.
응. 고마워.
T-14 미호 나도 죽을뻔했지만 말이야. 겨우 식재료 구하겠다고 우릴 그런 곳에 밀어 넣어? 혼날래요?
미안...
T-14 미호 뭐 아무튼. 잘 먹었어. 배 엄청 부른 거 있지.
맛은 괜찮았어?
T-14 미호 뭘... 그런 걸 자꾸 물어보고 그래... 부끄럽게...
궁금해서.
T-14 미호 그야... 뭐...
T-14 미호 ... ...
T-14 미호 별로였어. 요리엔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사령관?
그... 래?
나 - 뭐, 오르카의 하루는 늘 이렇게 흘러간다.
나 - 그건 그렇고... 재료를 써는 손의 감각, 재료가 익어가는 소리...
나 - 당분간 머릿속에서 요리 생각이 떠나질 않을 것 같다.
요리라는 건 생각보다...
T-14 미호 아~! 그런 거 하지 마. 사령관이 해준 걸 먹을 바에, 난 그냥 초콜릿이나 먹을래.
T-14 미호 아니면... 내가 해줘도 되고. 어때?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