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브르 곤충기》
한국어로는 《곤충기》이고 프랑스어를 직역하면 《곤충학에 대한 기록》정도가 된다. 장 앙리 파브르가 1879년부터 1909년까지 30여년 동안 곤충을 연구하면서 자신이 관찰한 결과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곤충 분류학이나 진화학에 대한 연구는 많이 발전했으나 곤충 생태학에 관한 연구는 파브르 이후로 발전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저작물이다. 자신이 실험하는 과정 역시 자세히 적어두었는데, 어릴 때 사람은 눈으로 보는가 입으로 보는가에 대해 궁금해져서 산에 올라가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가 다시 입을 다물고 눈을 떴다가 하면서 확인했던 기억을 적어두었다. 저녁때 이걸 어른들에게 말했다가 쓸데없는 짓 한다고 쫑코 먹은 것까지 그대로 기록해 뒀다.
전반적으로 파브르의 생애에 걸쳐 저작된 책이다 보니 파브르의 생각의 변화가 대놓고 보인다는 점이 있는데.
또한 《곤충기》에 나오는 곤충의 종류 및 그 습성은 어디까지나 19세기 말 프랑스 지역에 서식하던 곤충 중 일부에 한정되어 있다. 가령 파브르는 쇠똥구리가 똥을 공 모양으로 만들어서 굴리는 습성이나, 송장벌레가 동물의 사체를 땅 속에 파묻는 습성을 관찰 및 기록했지만 다른 아종 중에는 똥을 공 모양으로 만들지 못하거나 시체를 파묻지 않는 종류도 있다. 이는 책 자체의 단점은 아닌데, 프랑스 외의 지역에서 연구하기 힘들었고, 종국에는 프랑스에서도 연구하기 힘들었던 당시 파브르의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곤충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교사로 일할 때의 학교의 풍경이라든가 어릴때 경험한 과학실험 및 대학생에게 대수학을 과외해주는 일 등 당시 프랑스의 사회상이 여러모로 적혀 있기도 하다. 10권에는 버섯을 연구한 결과를 기록했는데 독버섯도 햇빛에 말려서 삶으면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직접 먹어본 결과일테니 파브르가 운이 좋았을지도...... 서양의 마귀곰보버섯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한국과 일본의 복어조리기능사 면허증처럼 이것도 면허증이 있어야 조리가 가능하다.
국내에는 원로 의학자 이근배 교수와 불문학자 안응렬 교수가 프랑스 원본 10권을 최초로 완역하여 1999년 도서출판(주)탐구당에서 출간했다. 80대의 두 원로교수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13년에 걸쳐 파브르의 이 장대한 서사시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냈다. 이보다 훨씬 후에 성신여대 명예교수인 김진일 교수가 번역한 《파브르 곤충기》 10권 세트가 있고, 일본의 오쿠모토 다이사부로가 편집한 8권짜리 어린이용 《곤충기》를 중역한 버전이 유명하다[4]. 그 외에도 《곤충기》의 일부 내용을 편집해 만든 어린이용 과학 서적들이 오래전부터 제작되어 왔다. 다만 아동용 《파브르 곤충기》는 아이들이 좀더 친숙하게 볼 수 있게, 혹은 일본판 번역이나 비전문가들이 번역한 결과로 현지화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많아서[5] 제대로 읽기는 힘들다.
이 중에서도 모 어린이용 《파브르 곤충기》 학습만화에 나온 진딧물 에피소드(원본에선 8권에 나오지만 해당 만화에선 2권에 나온다)가 밈으로 쓰이고 있는데 한 벌레가 진딧물의 감로를 빨아먹는 걸 너무 더럽게 그려놨기 때문(?). 직접 보자.
이곳에서 프랑스어 제목인 'Souvenirs Entomologiques'로 검색하면 출판 당시의 스캔본 중 몇 권을 원어로 읽을 수 있다.
1.1. 각권 설명
- 1권
- 2권
- 3권
- 4권
- 5권
- 6권
- 7권
- 8권
- 9권
- 10권
- 11권(미완성)
2. 《 조복성 곤충기》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일제강점기~근대 시기의 박물학자 조복성(1905~1971)이 지어서 1948년에 출판한 《곤충기》이다. 2011년에 내용을 보강 및 정리해 재출간되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곤충의 종류별로 기사가 실려있으며, 《파브르 곤충기》와 같이 상세한 관찰기는 아니고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는 칼럼 정도 분량의 글을 모아 놓았다.[11] 뒷부분에는 자신이 박물학(생물학) 탐사대로 발탁되어 일본의 유명한 교수들과 함께 채집여행을 다니는 과정을 상세히 적어두었다. 이 과정에서 어류 연구의 대가인 모리 다메조[12] 교수와 함께한 내용도 실려 있다.조 선생은 해방 이후에도 곤충과 동물에 대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목록집을 서술했으며 석주명 선생, 이승모 선생과 함께 근현대 한국의 곤충학을 주도한 학자이다.
3. 《한국 곤충기》
고려곤충연구소 소장인 故 김정환[13]이 지은 한국 곤충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곤충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로 엮어 올컬러 사진과 함께 실었다. 책이 상당히 두꺼우며 가격 역시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여 곤충 도감으로 손색이 없다.4. 비디오
프랑스의 자연 다큐멘터리 <Les inventions de la vie>의 일부 에피소드가 1990년대에 <파브르 곤충기>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 국내에서 13편의 비디오가 나왔으며, 음성은 모두 더빙되었다. 나레이션은 대부분 이의선 성우가 진행했고, 가끔씩 여성 성우의 더빙이 나오기도 한다. 번역은 대체로 나쁘지 않은 편이나 이따금씩 비문이 나오며, 어떤 생물의 학명을 같은 에피소드에서 다르게 말하는 등의 실수가 있다.한 편에 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영 시간은 40~50여 분. 각 편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 1편: 탄생의 비밀, 곤충들의 속임술
- 2편: 삶의 곡예사들, 비열한 최후의 승리자
- 3편: 약자와 강자의 결투, 모래의 생명력
- 4편: 공룡시대의 곤충, 날으는 탐험가
- 5편: 배설물을 이용하는 곤충, 포식동물의 생활
- 6편: 군림하는 포식자, 인간과 식물의 만남
- 7편: 흡혈귀와 함께, 날으는 조개비들
- 8편: 물가의 해파리, 물로 된 동물
- 9편: 수상 발레하는 파리, 두꺼비의 침
- 10편: 가족을 지키는 곤충들, 암컷에 선택받는 신사들
- 11편: 협동정신과 포유동물, 카멜레온의 혀
- 12편: 껌을 만드는 개미들, 수컷의 깃털
- 13편: 알을 낳는 공룡, 외로운 숲속의 꿀벌
유튜브에서 'Les inventions de la vie' 또는 '파브르 곤충기'를 검색하여 프랑스어 원판와 한국어 더빙판을 감상할 수 있다.
[1]
물론 행동생태학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발전해와 여러가지 성과를 내고 있다. 행동생태학의 연구을 촉발시킨 주인공은
꿀벌의 춤 언어를 연구한 독일의 카를 폰 프리슈 박사이다.
[2]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벌의 귀소본능을 시험하기 위해 벌들이 든 통을 직접 열심히 붕붕 돌려서 방향감각을 잃게 만드는 그 실험.
[3]
사실 파브르가 공격하는 진화론은
자연 선택이 아니라
용불용설에 가까운데, 파브르 본인이
이 둘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파브르는 "진화론에 따르면 쇠똥구리는 똥을 굴리기 편하도록 일부러 발끝을 갈았고, 이것이 유전되었다는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이 틀린 것은 맞지만, 문제는 자연 선택에서 이런 설명을 제기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4]
타란튤라와
칸타리딘을 '다랑주라', '칸타리진'이라고 번역하는 등 중역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 꽤 있다. 또한 8권 《곤충 시인의 생애》편에서는
알퐁스 도데의 《
별》의 일부를 그대로 베껴넣은 부분까지 있다.
[5]
파브르가 어릴 때 장수하늘소를 잡아서 싸움을 시켰다거나, 평생 곤충만 연구하며 살았다는 식의 왜곡을 하고(실제 파브르는 식물도 연구하고 비행기도 연구하며, 시도 쓰고 이것저것 하고 살았다)
호박벌을
장수말벌로,
조롱박벌을
땅벌로,
항라사마귀를
왕사마귀로 번역해 놓는 등 곤충 이름도 엉망이다.
[6]
사실상 파브르가 최초로 밝혀냈다고 해도 무방하다,
[7]
다만 책 내부에서는 이것을 의사 행동이라기보다는 진짜로 기절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8]
페로몬의 단서가 되는 실험들이 많다
[9]
Lycosa narbonesis.
프랑스의 소도시 나르본 근방에 사는
늑대거미이다.
[10]
Buthus occitanus
[11]
실제로 조 선생은 신문에 아이들을 위한 곤충 기사를 내기도 했다.
[12]
한반도에 분포하는 물고기의 학명에 많이 붙어있는 명명자 'Mori'가 이 사람이다. 대표적으로
쉬리.(Coreoleuciscus splendidus Mori)
[13]
2013년 4월 16일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