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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카라의 15주년 기념 앨범 《MOVE AGAIN》의 평가를 정리한 문서.2. 목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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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 5.00 |
Album of the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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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경험’과 ‘성숙’이란 새로운 동력으로 전하는 위로와 자축의 노래들
대한민국 2세대 K-Pop 걸그룹들 가운데 카라만큼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보여준 팀은 그리 흔치 않았다. 일단 데뷔작의 실패와 1기 메인 보컬의 빠른 탈퇴는 방송가 예능에서의 멤버들의 생존 노력과 멤버 보강을 통한 이미지 전환으로 첫 고비를 넘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이후 중소기업형 K-Pop 아이돌의 홍보와 생존법의 표본을 제시한 셈이 되었다.) 그렇게 일단 카라는 국내에서 원더걸스, 소녀시대와 함께 2세대 K-Pop 걸그룹의 3대 선봉장 자리에 차근차근 올라갔다. 이후, 그리고 「미스터」(2009)라는 메가 히트 싱글로 대표되는 좋은 작곡팀(스윗튠)과 안무팀(야마앤핫칙스)와의 결합 시너지가 폭발하며 한국을 넘어 일본과 아시아에서 K-Pop 인기 전파의 주역이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의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한창 분주하게 대한해협을 오갈 무렵, 회사와 일부 멤버들과의 계약분쟁이란 두 번째 고비를 맞이했다. 다행히 몇 개월 만에 문제는 긍정적으로 마무리 되었음에도 그들 역시 ‘7년 표준계약서 후 재계약 문제’라는 세 번째 고비는 쉽게 넘지 못한 채 니콜과 강지영을 떠나 보냈다. 빈 자리를 《카라프로젝트》(2014) 라는 DSP연습생 오디션 쇼로 허영지를 선발해 2년의 활동을 더 지속했지만, 2016년부터 영지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DSP의 밖에서 개인 커리어에 집중하며 카라의 역사는 멈춰버렸다. 멤버들은 ‘해체’란 단어를 절대 쓰지 않았지만 복잡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들의 활동을 허락하기 어려웠고, 게다가 2019년 11월 구하라가 하늘의 별이 되며 멤버들과 팬들에게 모두 큰 슬픔을 안겼다. 멤버가 몇 명으로 구성되든, 팬들이 기억하던 '완전한' 과거의 카라의 모습은 사실상 볼 수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결성 15주년을 기념하며, 구하라의 3주기(11월 24일)를 추모할 시점에 카라는 남아있는 모든 2,3기 멤버 5명이 모이는 방식으로 컴백을 실천에 옮겼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는데, 무엇보다 1집을 제외한 카라의 모든 역사를 총괄하는 라인업이라는 상징성으로 팬들의 단결을 유도할 수 있었다. 또한 철저히 보컬 그룹 그 자체를 평가하는 관점으로 보자면, 최전성기에 보여준 음악과 안무의 재현에서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구하라의 보컬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기념 싱글 1곡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4곡의 신곡을 담은 정식 EP와 함께 돌아왔다. 음악적으로 카라가 ‘현재에도 활동 가능한 그룹’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비록 10곡을 수록한 소녀시대의 『Forever 1』(2022) 보다 적은 사이즈이긴 하다. 하지만 카라가 이번 EP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방향성은 잠시 대중의 눈 밖에서 활동하던 사이에 멤버들이 얻은 음악적 경험과 성숙을 ‘자신들의 능력’으로 직접 노래에 녹여내는 것이었다. 방송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수록곡 선택과 안무의 최종 방향 결정까지 멤버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강조했다. 이미 201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배우 활동과 별개로 JY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과 투어도 했었던 강지영은 앨범의 작사, 작곡에 깊게 관여했다. 역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솔로 커리어를 보여준 니콜 역시 랩과 가사 작사에 적극 개입했다. 그녀는 지난 여름 발표했던 싱글 「U.Fo」(2022)를 통해 현재의 K-Pop 씬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는 트렌디함을 유지한 바 있다. 결국 7년 이상의 긴 그룹의 활동 중단 속에서도 계속 K-Pop과 J-Pop 씬에서 활동한 경험이 결국 그룹으로 돌아와 음악적 기여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은 셈이다.
한편, 두 사람에 비해 국내에서 뮤지컬이나 드라마, 영화 등 연기 활동 쪽에 더 방점을 두며 활동한 박규리와 한승연도 해당 분야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여전히 자신들의 가창력 관리에 철저함을 최근 출연한 카라의 딩고뮤직 ‘킬링 보이스’ 컨텐츠를 통해 보여준 바 있다. 마지막으로 K-Pop 가수를 지속하고 싶었어도 소속사의 여러 여건 문제로 다른 분야 활동에 만족해야 했던 허영지는 오랜만에 본업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2기 라인업이 중심이 된 상태에서 그녀의 가세는 그룹 보컬의 중저음을 보다 안정되게 구축하는 결과를 낳아 다른 4명이 각각 오랜 커리어의 축적으로 향상시킨 성숙해진 가창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허영지를 아직도 ‘코미디 빅리그’의 진행자로만 기억하는 분들은 유튜브에 떠돌고 있는 2018년 그녀의 브라질 한류 공연 행사 영상을 찾아보길 바란다. 「맘마미아」(2014)를 혼자서 라이브로 완창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수록곡들은 장르적으로 모두 상이한 지향점을 들려준다. 해외 작곡가들의 작품에 니콜과 지영이 참여한 타이틀곡 「When I Move」는 1990년대 말 서구식 댄스 팝과 록 비트의 일렉트릭 기타-신스 베이스가 주는 그루브의 결합을 들려주는 곡이다. 그리고 니콜에게 「YOU.F.O」(2022)를 제공했던 스티븐리와 그의 작곡팀이 니콜과 함께 만든 「Shout It Out」은 클럽 지향적인 딥하우스/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흥을 돋운다. 한편, 오랜만에 모노트리와의 작업하며 모든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한 「Happy Hour」는 깔끔한 팝/록 사운드이고, 강지영이 작사에 관여한 「Oxygen」은 보컬 하모니가 강조된 어쿠스틱 팝 발라드다. 사실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제대로 챙겨들어왔던 리스너라면 이런 장르들은 그간 카라의 역사 속에 한번쯤은 존재했던 사운드임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7년 반이라는 긴 공백 속에서 다시 신곡을 만난 대중이 여전히 '카라다운’ 느낌을 준다고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번 음반을 통해 들려오는 보컬의 질감은 과거에 비해 유연하고 성숙한 느낌을 전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기존 톤을 지키면서도 원숙해진 멤버들의 가창력 향상과 스윗튠 때와는 또 다른, 개별 보컬의 매력을 더 강조하는 RBW식 편곡/프류듀싱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 생각한다. 그 덕분에 멤버들의 가창이 각각 돋보이면서도, 초창기부터 일관성있게 유지한 ‘다섯 명의 보컬 음색의 조화’가 전하는 ‘달콤한 멜로디’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잘 지켜냈다.
무엇보다 이번 음반을 들으면서 카라를 오랜 기간 기다려왔던 팬들이나, 지난 10년간의 서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부분은 ‘노랫말’에 있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현세와 현세 밖의) 팀 동료에게, 그들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이 음반에 담긴 메시지로 위안을 주고 함께 현재의 재회의 순간을 즐길 것을 부탁한다. 「Happy Hour」에선 방송에서 한승연이 언급했던 가사 “날 또 하루를 견디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자 카라는 팬들 앞에 돌아왔으며, “이 시간이 지나도 우린 영원히 함께 할거야”라고 희망을 던진다. 가사의 메시지는 어떤 면에서 대히트곡 「Step」(2011)의 속편 같은 인상을 주는 「When I Move」에선 브릿지 부분 니콜의 랩을 통해 모든 동료들과 팬들과 이 컴백을 자축한다.(“왔어 우리에게 너무 좋은 날이/ Move Your Body/ 들려 내 말이/ 네가 원했던 이 순간이") 한편, 강지영은 긴 헤어짐의 시간 속에서 깨달은 팀 동료 사이의, 팀과 팬들간의 관계의 소중함을 「Oxygen」의 가사로 애절하게 풀어놓는다.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이제/ 내가 한 걸음 먼저 가 네 손 잡을게/ 조금은 기대 숨 쉬어도 돼 내게 그랬듯이/ 너의 아픔도 안아줄게/ 숨을 쉬어봐 가득찬 숨들이/ 우리를 휘감아 가슴 속 깊게 퍼져가/ 네가 없는 난 하루도 살수가 없는데/ Baby, I Need Your Breath 필요해")
2021~22년 아이즈원 멤버들의 핵분열 이후 이루어진 4세대 K-POP 신인 걸그룹들의 화려한 등장 속에서, 흥미롭게도 2세대 걸그룹들의 컴백 이벤트가 여러 번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소녀시대와 카라의 긴 공백 이후의 컴백 음반들은 2세대의 대표 그룹들이 현 시대의 유행에도 뒤쳐지지 않으면서 신곡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지 않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특히 카라에게 있어 『Move Again』은 자신들이 그룹의 과거의 유산에 부끄럽지 않은 현재를 걸어갈 음악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과거의 장점을 유지하며 친숙함을 지켜가지만 현재 시점에 갖춰야 할 성숙미도 놓치지 않아 긴 공백의 시간의 간극을 적절히 메운다. 이 재결합이 앞으로 얼만큼의 실질적 지속성을 보일지는 현재로선 멤버들 조차 미래를 예상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팀들이 가지 못했던 길을 향해 다시 첫 발걸음을 디뎠기에, 그저 현재로서는 이후 수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방향을 향해 나아가길 기대할 뿐이다.
김성환
마노: 앨범 단위로서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으나, 팀의 레거시를 생각하면 분명 평가 받아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그 자체가 이미 선언이나 다름 없는 타이틀곡 ‘WHEN I MOVE’를 주축으로 팀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한 조각씩 떼와 재해석한 듯한 네 트랙을 배치했는데,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성을 잃지 않은 데다 지금까지의 레거시를 계승하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카라라는 그룹을 어째서 사랑했고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마치 예기치 못한 깜짝 선물과도 같은 한 장.
조은재: "MOVE AGAIN"은 카라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져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국내에선 맥시 싱글 정도의 볼륨이지만 일본에서는 베스트 앨범 형태로 발표한 것을 보면 더더욱 카라로서 누적되어온 커리어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미성의 보컬이 힘차게 부르는 2000~2010년대식 '떼창'에 속도감 있는 비트와 그에 맞춘 퍼포먼스가 카라만의 캐릭터라면, 2010년대 여자 아이돌에게선 보기 힘들었던 자전적 성장 서사를 담은 가사와 전 세계의 청중을 주목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는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현세대 여자 아이돌의 특징을 카라가 앞서 보여줘왔음을 증명하는 요소들이다. 카라가 걸어온 모든 길과 지금 서 있는 곳을 꼼꼼히 조망하는, 건강한 자기애로 완성된 앨범.
아이돌로지[1]
조은재: "MOVE AGAIN"은 카라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져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국내에선 맥시 싱글 정도의 볼륨이지만 일본에서는 베스트 앨범 형태로 발표한 것을 보면 더더욱 카라로서 누적되어온 커리어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미성의 보컬이 힘차게 부르는 2000~2010년대식 '떼창'에 속도감 있는 비트와 그에 맞춘 퍼포먼스가 카라만의 캐릭터라면, 2010년대 여자 아이돌에게선 보기 힘들었던 자전적 성장 서사를 담은 가사와 전 세계의 청중을 주목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는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현세대 여자 아이돌의 특징을 카라가 앞서 보여줘왔음을 증명하는 요소들이다. 카라가 걸어온 모든 길과 지금 서 있는 곳을 꼼꼼히 조망하는, 건강한 자기애로 완성된 앨범.
아이돌로지[1]
요즘 트렌드와는 확실히 다르다. 카라의 15주년 기념 앨범 ‘MOVE AGAIN’은 10년 이상 시계를 과거로 돌린다. 타이틀 ‘WHEN I MOVE’의 클럽 튠 향취를 내는 어둑한 신스, 무거운 베이스로 속도감 있게 흐르는 비트, 고음의 합창으로 일단 치고 나가는 후렴, 단조 음계의 간결한 라인으로 분위기를 달구는 멜로디 등은 2010년 전후 케이팝을 상기케 한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 가깝게 들리는 랩도 최근 걸그룹 랩과는 질감이 확연히 다르다. “홀린 듯 몸을 맡겨, 이 끌림이 싫진 않잖아” 같은 가사는 그야말로 10년 전 세계에서 바로 길어온 듯하고, “아슬하게 아찔하게”는 10년 전 카라를 인용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반갑다. 이것이 카라의 음반이고, 카라가 이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라 히트곡 강점 녹아들어
앨범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9년 전 프로듀서 스윗튠과 함께 멈췄고 이후 새로운 프로듀서들과 함께 유지와 변화를 이어가다 2015년 내려놓았던 카라의 자리다. ‘WHEN I MOVE’에서 ‘맘마미아’ ‘STEP’ ‘루팡(Lupin)’ 등 과거 히트곡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밴드 사운드로 애틋한 로맨티시즘을 따스하게 담아내는 오프닝 트랙 ‘Happy Hour’는 ‘맘에 들면(If U Wanna)’ ‘똑 같은 맘’ 등 팬들의 사랑을 받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곡들을 재현한다. ‘Shout It Out’은 ‘Jet Coaster Love’ ‘미스터’ ‘Girls Power’ 등의 낙천적이고 화려한 에너지를 되살린다. 앨범은 커다란 공간을 울리는 격렬한 사운드를 담았지만, 이를 더욱 뜨겁게 하는 건 떠들썩하게 소리 지르는 카라의 날카롭고 가벼우면서도 즐거운 기운을 담은 목소리다. 또한 애수와 환희가 교차하는 지점을 더듬는 멜로디는 간결하면서도 노래하는 이를 신뢰하며 곡으로 완성됐다. 그 모든 것은 ‘그 시절’ 카라의 특징이자 강점이었고, 부인할 수 없이 당시 케이팝 시장의 흐름에서 형성된 것들이다.
그래서 앨범은 시대와 동떨어지게 들린다. 낡게 들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차라리 케이팝과는 별개의 시간선에서 지속된 카라의 어느 앨범인 것 같다. 단, 카라가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이 음반이 올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겠다. 멤버의 이탈과 참담한 비극, 새 멤버 영입과 함께 촉발된 복잡다단함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7년 만에 돌아온 아티스트다. 그만큼 이들에게 과거 카라는 단순히 답습하거나 부인할 수 없는 유산이자 숙제였을 테다. 카라라는 브랜드의 원점 또는 정수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그룹 ‘재정비’ 차원에서도, 기념 앨범이라는 의미 차원에서도 영리하고 정직한 선택이라 하겠다.
케이팝 아이돌은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말하면서도 이를 아주 선명히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틀에 묶이지 않는 자아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욕망이 10대 문화에 단단히 자리한 채 케이팝과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또한 아티스트 주체성이 기획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에서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수월한 것도 그 이유다. 이 앨범의 미덕은 한 케이팝 아티스트가 과거와 밀접하게 결부된 자신의 ‘색깔’을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그것이 이만큼의 반가움을 제공하는 기회는 분명 흔치 않다.
미묘, 주간동아[2]
카라 히트곡 강점 녹아들어
앨범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9년 전 프로듀서 스윗튠과 함께 멈췄고 이후 새로운 프로듀서들과 함께 유지와 변화를 이어가다 2015년 내려놓았던 카라의 자리다. ‘WHEN I MOVE’에서 ‘맘마미아’ ‘STEP’ ‘루팡(Lupin)’ 등 과거 히트곡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밴드 사운드로 애틋한 로맨티시즘을 따스하게 담아내는 오프닝 트랙 ‘Happy Hour’는 ‘맘에 들면(If U Wanna)’ ‘똑 같은 맘’ 등 팬들의 사랑을 받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곡들을 재현한다. ‘Shout It Out’은 ‘Jet Coaster Love’ ‘미스터’ ‘Girls Power’ 등의 낙천적이고 화려한 에너지를 되살린다. 앨범은 커다란 공간을 울리는 격렬한 사운드를 담았지만, 이를 더욱 뜨겁게 하는 건 떠들썩하게 소리 지르는 카라의 날카롭고 가벼우면서도 즐거운 기운을 담은 목소리다. 또한 애수와 환희가 교차하는 지점을 더듬는 멜로디는 간결하면서도 노래하는 이를 신뢰하며 곡으로 완성됐다. 그 모든 것은 ‘그 시절’ 카라의 특징이자 강점이었고, 부인할 수 없이 당시 케이팝 시장의 흐름에서 형성된 것들이다.
그래서 앨범은 시대와 동떨어지게 들린다. 낡게 들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차라리 케이팝과는 별개의 시간선에서 지속된 카라의 어느 앨범인 것 같다. 단, 카라가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이 음반이 올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겠다. 멤버의 이탈과 참담한 비극, 새 멤버 영입과 함께 촉발된 복잡다단함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7년 만에 돌아온 아티스트다. 그만큼 이들에게 과거 카라는 단순히 답습하거나 부인할 수 없는 유산이자 숙제였을 테다. 카라라는 브랜드의 원점 또는 정수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그룹 ‘재정비’ 차원에서도, 기념 앨범이라는 의미 차원에서도 영리하고 정직한 선택이라 하겠다.
케이팝 아이돌은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말하면서도 이를 아주 선명히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틀에 묶이지 않는 자아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욕망이 10대 문화에 단단히 자리한 채 케이팝과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또한 아티스트 주체성이 기획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에서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수월한 것도 그 이유다. 이 앨범의 미덕은 한 케이팝 아티스트가 과거와 밀접하게 결부된 자신의 ‘색깔’을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그것이 이만큼의 반가움을 제공하는 기회는 분명 흔치 않다.
미묘, 주간동아[2]
걸그룹 역사에 중요한 해를 꼽자면 2007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그리고 카라가 데뷔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 가요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 100'에 랭크를, 소녀시대는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건재를, 카라는 한국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도쿄 돔에서 단독 공연을 했다.
소녀시대를 제외하곤 원더걸스는 지난 2017년 해체를 공식화했고, 카라도 사실상 DSP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료를 기점으로 2016년부터 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해체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케이팝 팬들도 아쉬워했던 소식이었다. 원더걸스의 경우는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카라는 한승연의 배우 활동을 제외하곤 멤버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렇게 추억이 될 뻔한 시점에 박규리, 한승연, 니콜, 강지영, 허영지가 카라의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록을 다시 썼다. 7년 만에 발표한 신곡 'WHEN I MOVE(왠 아이 무브)'가 멜론 등 국내 음원차트와 일본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과거 발표곡 '루팡'과 '미스터' 등도 신곡과 함께 역주행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대중의 추억을 영리하게 소환한 성공적인 귀환이다.
이들이 다시 뭉친 데에는 세월 속의 성장과 그룹에 대한 멤버들 스스로의 향수가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때마침 데뷔 15주년이라는 좋은 명목도 있었으니 재결합은 그리 결연하거나 재기에 무게를 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멤버들도 이번 앨범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비장한 마음은 덜고 마치 축제처럼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음악방송에서 후배 걸그룹이 카라의 오랜 활동 비결을 묻자 박규리가 "결혼을 안 하면 된다"고 말한 것에 멤버들이 박장대소할 수 있던 것도 이러한 마음가짐이기에 할 수 있던 농담이다. 사활을 걸지 않고 그저 즐기는 자의 낙천적인 태도로 활동을 하는 모습은 대중에게도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앨범 'MOVE AGAIN(무브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팬들에게 벅찬 감정을 안기기에도 충분했다. 자신들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무대 위 모습(MOVE)을 다시 멋지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를 짧지만 강렬하게 잘 담아냈다. 특히 이번 앨범에 멤버 모두가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모습으로 진정성까지 높였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WHEN I MOVE'의 멜로디는 영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익숙한 멜로디가 짙은 향수를 자극한다. '루팡' '미스터' '맘마미아'를 연상케 하며 그 시절로 소환을 부른다. 밀레니얼 스타일의 편곡에 카라 특유의 기교는 덜어내고 음을 강하게 찍어누르는 쪼가 잘 스며들었다. 강지영과 니콜이 참여한 가사에는 '왔어 우리에게 너무 좋은 날이'라며 자신들의 컴백을 자축하고, 또한 이 컴백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아닌 '네가 원했던 이 순간'이라며 청자에게 돌린다. 사려 깊은 시선이 담긴, 기껍게 반길 수밖에 없는 요소를 두루 갖춘 곡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에 멤버였던 고(故) 구하라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담아내며 결집력까지 품는다.
박규리는 "앨범명과 같이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던 카라의 노래와 춤, 무대를 다시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라고 'MOVE AGAIN'을 소개했다. 그리고 강지영은 "보이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멤버들 모두가 이 순간을 기다려왔고,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서 힘차게 노래하고 춤출 테니까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만 머물던 카라의 신명나는 멜로디가 오늘날 축제의 장이 되어 새롭게 펼쳐졌다. 카라의 영리한 추억 소환에 많은 이들이 다시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한수진, ize[3]
소녀시대를 제외하곤 원더걸스는 지난 2017년 해체를 공식화했고, 카라도 사실상 DSP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료를 기점으로 2016년부터 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해체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케이팝 팬들도 아쉬워했던 소식이었다. 원더걸스의 경우는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카라는 한승연의 배우 활동을 제외하곤 멤버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렇게 추억이 될 뻔한 시점에 박규리, 한승연, 니콜, 강지영, 허영지가 카라의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록을 다시 썼다. 7년 만에 발표한 신곡 'WHEN I MOVE(왠 아이 무브)'가 멜론 등 국내 음원차트와 일본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과거 발표곡 '루팡'과 '미스터' 등도 신곡과 함께 역주행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대중의 추억을 영리하게 소환한 성공적인 귀환이다.
이들이 다시 뭉친 데에는 세월 속의 성장과 그룹에 대한 멤버들 스스로의 향수가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때마침 데뷔 15주년이라는 좋은 명목도 있었으니 재결합은 그리 결연하거나 재기에 무게를 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멤버들도 이번 앨범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비장한 마음은 덜고 마치 축제처럼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음악방송에서 후배 걸그룹이 카라의 오랜 활동 비결을 묻자 박규리가 "결혼을 안 하면 된다"고 말한 것에 멤버들이 박장대소할 수 있던 것도 이러한 마음가짐이기에 할 수 있던 농담이다. 사활을 걸지 않고 그저 즐기는 자의 낙천적인 태도로 활동을 하는 모습은 대중에게도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앨범 'MOVE AGAIN(무브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팬들에게 벅찬 감정을 안기기에도 충분했다. 자신들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무대 위 모습(MOVE)을 다시 멋지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를 짧지만 강렬하게 잘 담아냈다. 특히 이번 앨범에 멤버 모두가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모습으로 진정성까지 높였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WHEN I MOVE'의 멜로디는 영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익숙한 멜로디가 짙은 향수를 자극한다. '루팡' '미스터' '맘마미아'를 연상케 하며 그 시절로 소환을 부른다. 밀레니얼 스타일의 편곡에 카라 특유의 기교는 덜어내고 음을 강하게 찍어누르는 쪼가 잘 스며들었다. 강지영과 니콜이 참여한 가사에는 '왔어 우리에게 너무 좋은 날이'라며 자신들의 컴백을 자축하고, 또한 이 컴백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아닌 '네가 원했던 이 순간'이라며 청자에게 돌린다. 사려 깊은 시선이 담긴, 기껍게 반길 수밖에 없는 요소를 두루 갖춘 곡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에 멤버였던 고(故) 구하라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담아내며 결집력까지 품는다.
박규리는 "앨범명과 같이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던 카라의 노래와 춤, 무대를 다시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라고 'MOVE AGAIN'을 소개했다. 그리고 강지영은 "보이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멤버들 모두가 이 순간을 기다려왔고,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서 힘차게 노래하고 춤출 테니까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만 머물던 카라의 신명나는 멜로디가 오늘날 축제의 장이 되어 새롭게 펼쳐졌다. 카라의 영리한 추억 소환에 많은 이들이 다시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한수진, ize[3]
- 〈펜타곤의 밤의 라디오〉 2022년 12월 30일 방영분에서 평론가 김영대가 카라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훌륭한 음반 중 하나로 평했다.[4]
15주년 기념 앨범답게 '카라다운' 음악을 들고 나왔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멤버들이 80곡 이상의 후보곡들 중 추렸다는 타이틀곡 〈 WHEN I MOVE〉는 카라의 최전성기였던 2010년대 전후 케이팝을 상기케 하는 노래로 이슈가 잡아먹히는 월드컵 기간에 컴백했음에도 화제성을 잃지 않으며 음원 차트 10위권에 가뿐하게 안착했고 이전 활동곡들까지 진입하면서 가요계에 카라가 복귀했음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잘 뽑혀나온 타이틀곡 이외에도 관리를 잘 해온 멤버들의 비주얼과 녹슬지 않은 예능감은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카라로는 동시에 활동한 적이 없던 니콜과 강지영 - 허영지 간 새로운 케미까지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좋은 시너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