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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플레이어,<독백>,-엑스트라-
#5-1
<두 번째 인생에서 나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였다.>
…다음이 또 있을까?
또 다음이 있다 해. 그렇다고 뭔가가 바뀌긴 하는 걸까?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는 나를 그 누구도 질책하지 않았다.>
이것도 필요 없어졌네….
또 다음 목표를 세우면 되잖아?
[목표! 교내 반 배틀 때 팬 투표 1등!]
[TV에 나가고 말 거야~!]
<다 같이 쓴 목표도 벽에서 떼어냈다.>
??? (플레이어).
응?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 뒤를 돌아보니 채원이가 있었다.>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셔.
아. 응… 알았어.
<나는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도 지금까지 내가 한 걸 보셨으니까 할 말이 있으시겠지…)
<난 각오를 하고 선생님 앞에 섰다.>
선생님 (플레이어)….
네.
(압니다. 제가 프로듀서 실격이라고 말하고 싶으시다는 거…)
<선생님은 기특하다는 얼굴로 날 보며 말했다.>
선생님 다음 번에도 열심히 해.
…네?
선생님 네? …라니?
…아, 아뇨. 그게 다인가요?
선생님 아~, 그럼. 이번에는 아쉬웠지만 혼자 끙끙 앓는다고 달라지겠니. 다음 번에 열심히 해.
선생님 내가 할 말은 그게 다야.
아…, 네.
#5-2
<교실로 돌아온 나는 맥이 탁 풀렸다.>
(플레이어), 선생님이 뭐래?
어… 아아. 다음에 열심히 하래.
그랬구나~. 맞는 말이야.
(왜 아무도 날 나무라지 않는 거야?!)
채원아, 너 얼마 전에 귀여운 모자를 샀다고 했지?
응. 마음에 드는 걸 찾았거든.
나 보여 주라.
그래.
(멤버들한테는 다음에 또 열심히 하면 되는 정도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아무리 애써도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 절망적인 문제라고…이대로 가면 내 인생은 또…)
끝나고 말거야.
응? (플레이어), 뭐가 끝난다는 건데?
아, 아니. 슬슬 쉬는 시간도 끝나니까 곧 교실 이동해야 할 것 같다고.
아, 맞다. 다음 수업은 미술이었지? 미술실로 가야겠다.
(멤버들한테 어떻게 사정을 얘기하겠어…)
<나는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학교 수업은 없었지만 우리는 레슨이 있었다.>
(가기 싫다…)
<기숙사를 나와 역을 향해 가는 내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역 개찰구를 막 빠져나가려던 때였다.>
<탁!>
<하고 자동개찰구가 닫혔다.>
이게 왜 이래?
앗…, 정기권이 어제로 만료됐네.
….
<나는 레슨에 갈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내가 없는 편이 멤버들에게 좋을 거야…)
#5-3
<학교에서는 막 레슨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있잖아, (플레이어)는 아직 안 왔어?
응…. 아직 안 온 것 같아.
기숙사 나오는 것까진 봤는데.
도착해도 한참 전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그 녀석,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지도 몰라.
얘들아, 누가 전화를 좀 해 보지 그래?
아까부터 전화했는데 안 받아. 전화를 꺼놨나?
나도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어.
설마 오늘은 안 오려는 건가….
땡땡이?!
(플레이어)가 요즘 기운이 없잖아.
얼마 전엔 열심히 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까지 했어.
오늘 아침 밥을 먹을 땐 나 같은 건 없는 게 낫다고 하더라….
공연에서 1등을 못한 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나?
(플레이어) 때문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 때 문이 열리더니 댄스 트레이너가 들어왔다.>
댄스 트레이너 다들 무슨 이야기니?
댄스 트레이너 자, 레슨 시작하자.
<트레이너가 멤버들을 둘러봤다.>
댄스 코치 1 어, 한 명이 모자라네? (플레이어)가 없어.
댄스 코치 2 트레이너님, (플레이어)가 없는데요?
댄스 트레이너 뭐? 매니저가 안 왔어?! 아니, 평소에는 일찍 왔던 녀석이 웬일이람?
댄스 코치 1 …저기 얘들아! (플레이어) 어디 갔니?
앗! 저기! 그게… 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어요.
기숙사에서 나왔다가 다시 돌아간 모양이에요.
오늘 레슨은 쉰다고 했습니다!
<다들 (플레이어)를 감싸느라고 분주했다.>
#5-4
<그 때 나는 게임 센터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게임기 화면에 'LOSE'라는 글자가 떴다.>
또 졌다….
너까지 날 바보 취급하냐!
<문득 생각이 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플레이어)?! 지금 어디에 있어? 곧 레슨 시작된단 말이야!
오늘은 땡땡이야?
우리가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왜 전화 안 받아?
<멤버들로부터 메시지가 잔뜩 와 있었다.>
<답장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그냥 집어 넣었다.>
(가서 영화라도 볼까…)
<난 게임센터를 나왔다.>
<레슨실에서는 멤버들이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갑자기 음악을 껐다.>
ALL: …?
트레이너 채원아.
…네.
트레이너 스텝이 늦어.
트레이너 딴 생각하고 있었지?
….
트레이너 레슨에 집중해.
…네.
트레이너 그럼 방금 한 거 한 번 더 처음부터 해 보자.
…네.
<저녁이 되었지만 나는 기숙사로 돌아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멤버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지)
(어차피 난 전학을 갈 거니까)
(…이대로 학교를 때려치울까?)
<강변쪽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앗….
…채원아.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채원이가 혼자서 쓸쓸하게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레슨 하러 간 거 아니었나?)
(왜 저렇게 슬픈 표정이지…?)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채원이에게 갔다.>
#5-5
…채원아.
…앗. (플레이어)!
<채원이가 손에 밀짚모자를 든 채 얼굴을 들었다.>
…너 어디 갔었어? 다들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앗… 응. 오늘은 왠지 레슨에 갈 마음이 안 생겨서.
땡땡이?
그런 거지, 뭐….
진짜~ 못 말리겠다니까….
너 선생님한테 혼날까봐 멤버들이 (플레이어) 네가 몸이 안 좋아서 쉰다고 거짓말까지 했단 말이야.
…그랬구나. 미안해.
(또 멤버들한테 폐를 끼친 것 같네…)
그런데 채원이 넌 여기서 뭘 하고 있어?
…그냥. 기숙사로 바로 가기 싫어서.
오늘도 트레이너한테 엄청 혼났거든.
나 때문에 몇 번이나 다시 하고….
나… 우리 멤버들한테 방해만 되는 것 같아.
나도 그래.
응?
너 전에 그랬잖아.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역시 나는 열심히 하지 않는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건 아냐. (플레이어) 너한테 그런 말을 했던 건.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었어….
알아. 하지만 이번 일로 깨달았어.
아무리 열심히 해 봐야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걸….
(플레이어)….
<채원이가 날 봤다. 그 때였다.>
아앗!
<채원이가 들고 있던 밀짚 모자가 바람에 날려 강 위로 떨어져 버렸다.>
밀짚모자가…!
좋아하는 모자였는데….
<강으로 떨어진 밀짚모자가 서서히 떠내려갔다. 채원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든 찾아야 해!)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앗! (플레이어)!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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