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와 요르문간드 간의 승부. 배 뒤에서 떨고 있는 수염난 노인이 히미르. 1788년, 헨리 푸젤리 作. 영국 왕립 미술원 소장. |
1. 개요
북유럽 신화 중 '히미르의 비가'에서 나오는 요툰, 전쟁과 법의 신 티르의 아버지.[1] 그리고 머리가 9개(혹은 900개)나 달린 마녀 거인인 어머니(혹은 아내)와 이와 달리 깨끗한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미녀 거인인 아내(혹은 딸)이 있다.[2] 또한 거인 흐룽그니르의 친구이기도 하다.2. 상세
애시르 신족은 연회를 열고자 했다. 음식은 넉넉했지만 술은 적었던 까닭에, 술을 잘 빚는 바다의 거인이자 신인 에기르를 찾아갔다.하지만 에기르는 술을 빚을 줄은 알았지만, 신들 모두가 마실 수 있는 술을 빚고 담을 만한 솥(혹은 술독)이 없었고 이를 구해주면 술을 빚어주겠다고 했다.[3] 신들이 고민하던 중, 티르가 엘리바가르 강 동쪽에서 사는 자신의 아버지(또는 외할아버지), 히미르가 아주 커다란 솥[4]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걸 쓰자고 제안한다. 티르와 토르[5]는 히미르의 집으로 찾아가니, 머리가 9개(또는 900개)나 달린 티르의 할머니(또는 외할머니)는 반기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티르의 어머니는 티르와 토르를 반겨주면서 남편(또는 아버지) 히미르는 가끔씩 손님들을 해치기도 한다면서 술단지에 몰래 숨어있으라고 조언했다.
저녁이 되어서 돌아온 히미르는 아내(또는 딸)이 아들(또는 외손자)인 티르가 손님과 같이 왔다고 하자 그 말에 둘이 숨은 장소를 매섭게 쏘아보았는데 째려본 것만으로도 대들보와 기둥이 박살나고 거기에 걸어놓은 솥단지들이 전부 와장창 깨져버렸다.(...) 다행히 티르와 베우르(=토르)가 숨어있던 가장 큰 솥은 아주 크고 튼튼해서 깨지지 않았고 이것이 둘이 찾던 그 솥이였다. 어쨌든 히미르는 손님들이 온 만큼 접대를 했고, 저녁식사로 황소 3마리를 요리했는데, 그 중 2마리를 토르가 뚝딱 해치우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다음 날 아침, 히미르는 아침식사거리로 생선을 잡자면서 낚시를 제안했고, 토르 역시 이에 동의했다. 이때 미끼는 어쩌냐는 토르의 말에 히미르는 내 목초지의 황소 똥이나 써보는 건 어떻겠냐면서 조롱했는데, 그 대신 토르가 가져온 것은 히미르가 가지고 있던 소들 중 가장 크고 가장 강하고 가장 아끼는 소인 히민료트(Himinhrjot)의 머리(...)였다. 히미르는 이를 북북 갈면서 배를 몰고 나갔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뒤 낚시를 시작했다. 히미르는 순식간에 고래(혹은 연어) 2마리를 낚아 올렸는데, 토르는 그곳에서 노를 저어 좀 더 나아가더니 소의 머리를 낚싯바늘(또는 닻)에 꿰어서 바다에 던져 넣었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입질이 와서 쭉쭉 잡아당겼는데 ─ 튀어나온 게 무려 요르문간드!!!!!
히미르는 문자 그대로 충격과 공포에 빠져 아무것도 못했지만, 토르는 낚싯줄을 잡고 요르문간드와 힘을 겨루면서 변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자신이 토르임을 밝히며 묠니르를 휘두르고 요르문간드는 독을 뿜으면서 치열하게 싸웠다. 결국 승부가 결정되려는 순간 겁을 먹은 히미르(혹은 요르문간드)는 낚싯줄을 끊어버렸다.[6] 거의 다 잡은 걸 놓친 토르는 분한 마음에 히미르에게 주먹 한 방을 먹여서 쓰러트린다. 이후 배를 몰고 다시 육지로 돌아온 히미르는 배를 갖다놓을지, 고래를 나를지, 뭘 하겠냐고 제안했는데 토르는 그걸 또 둘 다 한꺼번에 해치운다.
이러고도 히미르는 토르를 이겨보겠다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유리(또는 크리스탈)로 된 술잔을 주면서 이걸 깨뜨리면 솥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술잔이 얼마나 단단한지, 벽에 던지면 벽이 깨지고 기둥에 던지면 기둥이 깨질 정도였다. 이때 티르의 어머니가 몰래 조언해주기를, 히미르는 단단한 것만 먹는 습관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그의 머리는 굉장히 딱딱하기 그지 없으니 거기에 던져보라고 한다. 이에 토르가 그 말대로 하자 히미르의 술잔은 와장창 박살이 났고, 이에 히미르는 결국 약속한 대로 술단지를 넘겨준다. 처음에는 티르가 들어보려고 했으나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고, 다음에는 토르가 시도했는데, 토르는 아예 솥을 거꾸로 뒤집어쓰고 히미르의 집을 나섰다.
그렇게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던 토르와 티르는 히미르가 다른 거인들과 함께 쫓아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토르는 단지를 벗어버린 뒤 묠니르로 히미르를 포함한 거인들을 몽땅 때려 죽여버린다. 이후 에기르는 약속을 지켰고, 신들은 매년 에기르가 마법의 솥에서 빚어낸 맛좋은 술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멀쩡히 살고 있었는데 토르가 단지를 빌리려고 했다가 고생만 했다가 죽은 거인. 게다가 혈육인 티르조차 신경쓰는 언급이 없다.[7]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에서는 낚시 미끼를 어찌할지 고민하는 토르를 조롱할 때 황소를 잡을 힘이 있다면 잡아서 쓰던가라고 말하는 등 세부적으로 신화와 소소한 차이가 있을 뿐 그 외에는 신화 속 내용과 행적이 동일하다. 그렇다보니 히미르 에피소드 한정으로 토르가 크게 까이고 있고 히미르는 불쌍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3. 관련 문서
[1]
티르가 오딘의 아들인 판본에서는 양아버지 또는
외할아버지로 나온다.
[2]
이 미녀 거인이 티르의 어머니, 히미르의 비가에서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다른 전승에서는 미녀 거인은 '흐로드르'(Hroðr)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3]
판본과 버전마다 이야기가 다르다 - 자신만 연회에 초대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 일부러 술을 안 빚으려고 핑계를 대었다는 버전, 갑자기 찾아와 술 빚어달라는 에시르 신족을 골려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판본, 평소 신들은 에기르를 잔치에 자주 초대했었는데, 이번에는 에기르가 자기들을 잔치에 초대할 차례였으나, 에기르는 잔치를 열기 귀찮아서 술독(또는 솥)을 구해주면 잔치를 열겠다는 이야기 - 여러가지로 다양하다.
[4]
깊이가 아주 깊어서 무려 한 길이나 되고 "술을 빚어라"라고 말만 하면 알아서 술을 빚어내는 마법의 솥이였다. 술꾼들에게는 그야말로 궁극의 술독
[5]
이 때는 베우르(Veur)라는 가명을 썼는데 거인들 사이에서 토르의 악명이 너무 어마어마하니 가명으로 신분을 숨겼다고 한다.
[6]
대개 토르가 우세했다는 언급이 많으며, 이때의 악연은 라그나로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7]
혹은 히미르는 죽은 거인들 사이에 없었다는 판본도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