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2:44:24

소설의 구성단계

플롯의 구성단계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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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 개요2. 5막 구조
2.1. 도입(導入, Prolog)2.2. 발단(發端, Exposition)2.3. 전개(展開, Complication/Development/Rising action)2.4. 위기(危機, Crisis/Climax)2.5. 절정(絕頂, Climax/Falling Action)2.6. 결말(結末, Conclusion/Resolution/Denouement)
3. 예시4. 플롯의 연결 방식5. 글쓰기 조언

1. 개요

근대 이후의 소설의 진행방법 중에서 사건을 연결하고 구성하는 작법론이다.

3막 구조인 '발단, 전개, 결말'에서 시작되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5막 구조로 변형되었다. 동양에는 유사한 것으로 기승전결이 있다.

2. 5막 구조

구조 핵심 5막 구조
발단 사건의 실마리 인물과 배경이 소개되고 사건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전개 사건의 출현과 갈등의 발상 사건이 전개되고 갈등이 발생한다.
위기 갈등의 심화 새로운 사태가 일어나고 갈등이 심화된다.
절정 갈등의 최고조 이야기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결말 갈등의 해결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된다.

5막 구조란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이 어떤 갈등을 겪고 발전하는가를 나타내는 플롯이다. 원래 기본은 '발단, 전개, 결말'이지만 그 중 '전개' 단계를 이야기의 재미와 극적 갈등의 추구를 위해 두어번 뒤틀어서 위기 단계와 절정 단계까지 추가한 것이다. 그래서 위기 단계와 절정 단계의 극적 흐름은 전개 단계의 극적 흐름과 거의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자세한 것은 아래 문단들을 참고.

2.1. 도입(導入, Prolog)

필수적이진 않지만 작가의 취향, 기호, 의도에 따라 발단 단계 전에 선행하기도 하는 단계다. 하지만 보통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입을 제외한 나머지 단계로 5막 구조를 구성하고 있다.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어떤 강렬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스릴러에서는 누군가가 살해당했다든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1편에서는 갑자기 마법사들이 몰살당하는 장면 등이 있다. 혹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 중 한 장면을 미리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프롤로그 단계는 작가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어떤 장면을 보여줄지 각양각색이다. 주인공 독백이나 를 쓰는 경우도 있다.

2.2. 발단(發端, Exposition)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단계다.
  • 매력 있는 발단은 주인공을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이게 소개하는 지로 결정한다. 동정심 같은 공감 요소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일 수록 평가가 좋다. 독자가 이야기에 바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가령 소설 < 노인의 전쟁>에서 주인공은 언제 노환으로 죽을지 모르는 노인인데, 자신과 평생 함께 해오던 아내가 먼저 그 늙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망해서, 평생의 반려를 잃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물은 이야기에서 활동하는 갈등을 벌이는 인격체를 의미한다. 인물의 종류에는 주동인물, 반동인물, 주변 인물의 세 가지 타입이 있다. 주동인물 중 하나인 주인공은 초목표를 가지고 있다. 초목표란 러시아 연출가 겸 배우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주창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Stanislavski's system)에서 나온 개념으로, 극 전체를 꿰뚫는 목표를 말한다. Super-Task(초임무 혹은 초과업)라고도 표기된다. 주인공의 초목표는 대개 누군가를 처치/처단하기 위해 세워진다. 또한 이는 사건의 실마리를 설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 사건의 실마리는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미리 암시하고 예고하는 계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의 대립자( 반동인물)가 설정되는 장면이다. 가령 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토끼가 거북이가 느리다고 놀리며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사건의 실마리이자 대립자의 발생인 시점이다. 또한 사건의 실마리에서는 이야기의 전반적인 장르가 결정된다. 장르란 이야기의 분위기와 방향성이다. 주인공이 어떤 스킬과 능력, 목표를 향해 갈등을 벌이는 이야기일지 등의 줄기를 알린다.

물론 모든 이야기에서 항상 이야기의 첫 장면으로 '발단 단계'가 집필되는 건 아니다. 작품에 따라서 전개 단계부터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 즉 사건부터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단 단계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을 먼저 집필하고,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발단 단계를 집어 넣는 것이다. 소설 마션에서는 첫 장면부터 주인공이 욕설과 함께 자신이 어떤 사건에 빠졌는지 보여주면서, 그 후 왜 이런 사건에 빠지게 되었는지(사건의 실마리),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인물 소개), 이곳이 정확히 어떤 환경의 장소인지(무대 소개) 등등을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자세하게 알려준다.

2.3. 전개(展開, Complication/Development/Rising action)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일련의 갈등이 나타나는 단계다.
  • 사건이란 등장인물에게 일어나는 중대한 일이다. 발단 단계에서 일어난 특별한 계기[1]로 인해 전개 단계에서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건은 주인공의 초목표를 가로막고, 갈등의 시발점이자 원흉이 되며, 플롯의 본격적인 진행을 알리는 중요한 요소다. 주인공에게 새로운 도전 내지 문제를 제시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다만 이 '사건'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뉴스에서나 볼법한 사건사고의 사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품은 생각이나 감정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그래서 사건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재난/재앙/누군가의 모함/안전지대의 붕괴/연인에게 받은 실연/사회에서 겪는 따돌림/가난하거나 부유한 집안의 파산/부끄러운 일의 들킴/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임무의 실패/누명 등등...
사건은 이야기의 첫 번째 변곡점이다. 영화 같은 것을 본다면 초반엔 잔잔하거나 평범한 분위기였지만, 사건이 발생하면서 갑자기 모든 게 뒤바뀌듯이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건의 역할이며,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의 진행인 것이다.
  • 갈등은 사건으로 인해 양자 간에 형성된 대립적 분위기와 상황을 의미한다. 스토리의 살과 부피, 양을 채운다. 만약 갈등이 없었다면 주인공은 바로 사건을 해결하며 별 다른 시간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개연성과 핍진성을 위해 갈등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기에, 주인공은 여러 시간을 들인 끝에서야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그래서 갈등이 많이 등장하는 장편소설일 수록 페이지의 두께가 두둑한 것이다.
발단에서 소방관 주인공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평범한 가장이며, 아파트에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평소처럼 소방 임무를 맡으러 출동한다. 그리고 곧이어 전개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본부로 복귀하던 중에 동료의 연락을 받는다. 자신의 아파트에 대형 화재가 일어났는데, 대다수의 주민이 탈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즉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로 달려가서 곧장 장비를 챙기고 화재 현장에 진입한다. 그런데 여기서 갈등이 없다면? 주인공은 그냥 가족을 구출하고 이야기는 서둘러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야기가 짧다는 문제를 떠나서, 개연성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소방관이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 진입했는데 그 누구도, 그 어떤 요소도 소방관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화재의 열기와 연기, 온도에 의해 무너지는 구조물 등 소방관을 방해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갈등은 단지 재미와 흥미만을 위해 스토리에 존재하는 요소가 아니라, 개연성을 위해 존재하는 요소이기도 한다.
  • 이러한 전개의 진행 구조는 다음과 같다: 사건이 일어난다. 그래서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에 맞선다. → 그런데 대립자가 방해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대립자의 방해에 맞선다. → 그런데 다시 대립자가 방해한다. 그래서 주인공도 다시 대립자의 방해에 맞선다. → 그런데 또 다시 대립자가...(반복)... 전개의 마지막은 주인공이 대립자의 방해에 끝까지 맞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이 '맞선다'는 것은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사건이나 대립자의 방해가 주인공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비유하면, 주인공의 맞섬은 그 문제에 대한 정답을 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이 정답이 정말 맞는 것인지 결론을 내는 채점은 '결말 단계'다. 대립자의 방해란 주인공의 흐름을 파괴하는 일로, 외부적 요소 혹은 내부적 요소에 의해 하고 있던 행동이나, 이루어진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다. 만약 주인공이 어떠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급하게 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외부적 요소가 나타나서 공격하더니 급기야 비행기가 박살 나서 추락한다. 주인공은 겨우 살아남았지만 비행기를 잃었다. 즉 '외부적 요소에 의해 비행기 이동이라는 행동이 끊어진 것'이다. 그러면 주인공은 사건을 다시 해결하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잃은 이 문제에 맞서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비행기를 잃었으니 근처 군부대에서 차량을 얻어타거나, 기차를 얻어탄다든지다.[2]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그냥 대립자가 방해하니까 반사적으로 맞서는 게 아니다. 항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맞서는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똑같은 방해라도 작가마다, 캐릭터마다 해결하기 위해 맞서는 방식은 무수하게 다르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 방식을 써서 맞서면 안 된다. 항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에 있는 방식으로 맞서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평가를 받을 공산이 크다. 독자들은 '아니 ~~를 위해 뛰어드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자꾸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는 거야?'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대립자란 일종의 사건의 대리자다. 사건은 주인공의 초목표를 가로막는 어떠한 일의 발생이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쓸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사건은 가만히 소거당하겠는가? 사건은 자신의 대리자로 대립자를 내세워서라도 주인공을 방해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대립자의 방해'는 스토리에 필요하니까 무조건 아무 대립자나 등장해서 주인공의 길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으로 집필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대립자 또한 등장인물 중 하나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언제나 자신만의 이유(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대립자는 어떠한 이유로 주인공을 방해해야 하며, 이를 달리 말하자면 대립자도 입체적인 캐릭터 중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립자의 방해도 주인공의 맞섬처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르에 따라 두드러진다. 만약 추리 장르라고 해보자. 그러면 주인공에 대한 대립자의 방해는 물리적인 가로막음이 아니라, '새로 피어난 또 다른 수수께끼'일 수 있다. 액션 장르라고 해보자. 그러면 주인공에 대한 대립자의 방해는 수수께끼 같은 의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공격'이라는 물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대립자의 방해와 그로 인한 주인공의 맞서기는 이야기의 긴장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전개의 기본적인 구조대로 '방해한다 → 맞선다 → 방해한다 → 맞선다'가 이야기의 기본 포지션이지만, 많은 작가들이 이를 제대로 몰라, 긴장감이나 지루함이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야기의 장르에 따라 글을 아주 잘 쓴다면야 상관 없을 수 있다. 만약 어떤 신비한 일이나 수수께끼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잔뜩 들어내는 이야기라면 철저하게 구조를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독자가 지루하다고 하는 구간은 바로 전개의 구조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가령 주인공이 사건에 대해 맞서고 대립자의 방해에 신나게 맞서는, 전개의 중간 단계 쯤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이야기의 구조를 잘 모르는 작가인 경우, 대립자의 방해에 다 맞서고 나서, 다음 장면으로 주인공이 그냥 심심하게 아무런 긴장 없이 그냥 목표(사건의 해결)를 향해 움직이고 이동한다. 만약 악당이 나타났다고 해보자. 그래서 이에 대해 맞서는 행동으로 악당을 물리친다. 그리고 나서 별 다른 이야기할 게 없으니, 원래 향하던 목표대로 그냥 '이동'만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심심한 이동 장면을 바로 삭제하면 무성의하게 보일 수 있으니, 그냥 억지로 내용을 짜내며 내리 보여준다. 당연히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면 안 된다. 다시 아까로 넘어가 보자. 방해자로 악당이 나타나 주인공을 공격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던 길을 멈추고 악당과 전투를 벌이고 끝내 승리했다. 그리고 나서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이유, 즉 대립자의 방해를 추가한다. 가령 전투의 소란을 듣고 나타난 주변 짐승이나 부족민이 주인공에게 나타나 위협하니, 지친 주인공은 더 이상 대적할 수 없어서 서둘러 목표를 향해 도망친다. 즉 주인공의 모든 행동은 항상 대립자의 방해에 의해 촉발되어서 서두를 수 밖에 없는 느낌으로 집필되어야 한다.
여기서 하나 눈치 챌 수 있는데, 대립자는 반드시 한 종류만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건의 직접적인 대리자로써 나오는 대립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내적 가치관, 동료의 부상 등, 대립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을 종류 별로 잘 구상해서 작가 자신만의 리듬에 맞춰 순서대로 나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만일 공포 소설을 쓰는데 시종일관 모든 대립자가 계속 살인마 하나라면, 물론 글만 좋다면 충분히 재미야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에 깊이는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 중간마다 공포에 질려 패닉에 빠진 친구, 공포 때문에 자신을 배신한 애인 등 여러 요소를 보조적인 대립자로 내세운다면 이야기는 더욱 깊어진다.
다시 아까의 예시로 돌아가보자. 전개에서 주인공은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 화재가 나는 사건을 맞이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에 진입했다. 사건에 맞선 것이다. 그런데 대립자가 방해한다. 화재의 열기로 인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장비를 새로 교체한 후 연기가 가득한 엘리베이터 통로를 통해 위로 올라간다. 주인공이 대립자의 방해에 맞선 것이다. 그런데 다시 대립자가 방해한다. 꼭대기에 머물던 엘리베이터가, 열기에 의한 고장으로 추락을 시작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다시 어쩔 수 없이 중간 층의 문을 열어 그 복도로 탈출해서 방해에 맞선다. 그런데 이번엔 복도의 연기가 깨진 방독면에 들어온다. 그래서 주인공은 화재로 열린 남의 집에 들어가서, 서둘러 물과 수건을 이용해 임시로 방독면을 보강한다. 그런데 주방에 폭발이 일어난다. 가스가 터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불길을 피해 복도에서 나오고 서둘러 계단을 올라 대피한다. 그런데 다음 층에선 수도가 잔뜩 터져 있고, 전기 배선이 합선되어 진입할 수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렇듯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순간, 수많은 갈등이 피어나면서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이제 실제로 출판된 이야기를 살펴보자. 댄 브라운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의 한 주연의 서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 발단: 데이비드는 수잔의 상사로부터 한 물건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래서 물건을 찾기 위해 스페인에 간다.
  • 전개: 그런데 물건이 하나 사라졌다. 사건이다! 그래서 물건을 찾기 위해 CCTV를 조사한 후 물건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남자에게 이동(병원)한다. → 그런데 병원에서 대기줄이 길어 남자를 만날 수 없다. → 그래서 공중전화 부스에서 병원에 전화를 걸어 남자를 만난다. → 그런데 남자는 데이비드가 기자인 줄 알고 그를 거부한다. → 그래서 데이비드는 신분을 속여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 그런데 간호사가 남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다. → 그래서 데이비드는 거리로 탈출한다. → 그런데 거리에서 정보를 바탕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생략)...
발단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물건을 찾아야 하는 초목표가 있다. 그래서 물건을 찾으러 장소에 도착했는데, 있어야 할 물건이 사라졌다. 전개 단계의 시작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물건의 행방을 조사한 후, 물건이 사라진 시점에 함께 있던 한 인물을 찾으러 병원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대립자의 방해가 나타난다. 데이비드가 그 인물을 서둘러 만날 수 없도록 가로막는, 병원 접수대의 대기열이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이 방해를 극복하려고 병원 접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남자를 찾아낸다. 아무리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도 전화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남자를 만나니, 남자가 데이비드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자신의 신분을 속여서 남자에게 원하는 정보를 뽑아낸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환자를 보호하려는 간호사가 나타난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의료진을 피해 거리로 도망친다. 그런데 정보를 사용해 여기저기 물건의 행방을 찾아봤자 모두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거절당할 때 들었던 소리들을 바탕으로 다시 추적을 하면서 이야기가 계속해서 진행된다.

2.4. 위기(危機, Crisis/Climax)

갈등이 심화하는 단계로, 새로운 사태가 일어나고, 주인공은 더욱 격렬하게 맞서 싸운다.

새로운 사태는 이야기의 두 번째 변곡점이다. 전개 단계에서 그 동안 갈등으로 쌓인 업보와 카르마가 폭발해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 반전을 의미한다. 주인공이 직면하는, 더욱 강렬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반전이란 이제까지 진행되오던 상황이 반대로 뒤집힌 사태를 의미한다.

위기 단계에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하면, 주인공은 사건의 해결을 실패한 것이니, 이제 이 새로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맞선다. 그래야 다시 사건을 해결하러 가든지, 말든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전개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다양한 대립자의 방해를 해치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집중한 느낌이라면, 위기 단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 새로운 사태를 하나의 대립자 삼아서 어떻게든 해치우는 데에 집중한 느낌이다. 그래서 위기 단계의 마지막도 전개 단계처럼, 주인공이 끝까지 이 새로운 사태에 맞서는 행위로 마무리된다.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에서 우리의 주연 데이비드를 보자. 그는 전개 단계에서 여러 대립자를 극복(맞섬)한 끝에 원하는 물건을 찾았다. 그러니 이제 이 물건을 수잔의 상사에게 갖다 주기만 하면 그의 임무는 완성된다. 그런데 위기 단계가 발생한다! 갑자기 암살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를 처치할 때까지 그는 물건을 갖다줄 수 없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수많은 페이지에 걸친 도망과 전투 끝에 결국 암살자를 처리하는 데에 성공한다.

2.5. 절정(絕頂, Climax/Falling Action)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로 사건을 전환하고 결말에 이르는 분기점의 계기가 된다. 

위기 단계의 '새로운 사태'가 전개 단계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해결의 실패라고 한다면, 절정 단계는 위기 단계에서 일어났던 '새로운 사태' 또한 해결하는 데에 실패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고, 또 다른 새로운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절정 단계에서 일어난 이 '최고조의 사태'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일으킨 원흉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모든 것을 끝낼 것을 기대하며 이 '최고조의 사태'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선다. 즉 절정 단계도 전개 단계와 위기 단계처럼 단계의 마지막이 주인공이 맞서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때 이야기의 '극적 재미'를 위해 한 가지 기믹이 더 추가된다. 이 최고조의 사태를 마주친 주인공이 절망 속에서 최후의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할 '해결책'을 떠올리거나 만나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 해결책을 발판 삼아 절정에서 모든 것을 걸고 맞서는 것이다.

먼저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를 보자. 위기 단계에서 암살자를 끝내 해치운 데이비드는 유유히 현장에서 탈출하지만, 갑자기 총을 맞는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절정 단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군이 모종의 이유로 데이비드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쏜 것이었다. 아군은 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작업을 요구한다. 해결책이다. 데이비드는 아군의 요구대로 원하는 일을 해준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결말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영화 < 패신저스>를 보자. 발단에서 주인공은 우주 이민을 위해 동면 중이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깨어난다. 전개 단계에서 주인공은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90년이나 남았는데 혼자만 깨어난 것을 깨닫고, 좌절하지만 이내 다른 사람도 깨워서 함께 우주선 라이프를 즐긴다. 위기 단계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깨웠다는 것을 들키고 미움 받는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과한다. 그런데 절정 단계에서 갑자기 우주선의 중력이 고장난다. 주인공 일행이 조사해보니 지금까지의 모든 사태를 일으킨 원인을 알아낸다. 동력 엔진의 고장이었다. 이를 수리만 하면 된다. 해결책의 등장이다. 그래서 각고의 노력 끝에 동력 엔진을 고친다. 그리고 결말 단계에서 주인공은 행복하게 우주선 삶을 산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야기에 따라서 해결책의 종류나 정체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해결책의 등장에 '우연성'이 높아질수록 작품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극한에 치달으면 소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된다. 이제까지의 행동과 갈등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냥 무지성으로 해결만 되어버린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 개연성을 잃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이 벌이는 최후의 행동이 항상 한 것만이 아니다. 그럴 의무도 없다. 주인공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되려 남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작가가 초반에 생각했던 주제와 맞아야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작가가 인간의 희망을 추구한다면 주인공은 선한 수단을 택할 것이다. 반대로 인간의 추악함을 꼬집고 싶다면 악한 수단을 선택할 것이다. 이 둘의 절충안으로 악하거나 선한 선택을 했다면 "과연 이것은 옳은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2.6. 결말(結末, Conclusion/Resolution/Denouement)

이야기의 결과로, 주인공이 절정 단계에서 벌인 최후의 행동에 의해 정말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는지 보여주고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한다. 때론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상황이, 실패한 사건을 도로 해결하는 상황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결말에서조차 갈등이 전부 해소되지 못한다면 배드 엔딩이 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모두 끝난 줄 알았던 갈등이 도로 일어나면서[3] 주인공은 진정한 절망에 빠진다. 또는 결말에서 갈등이 모두 해소된 후, 주인공은 초목표를 향해 달려갔지만, 결국 초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인물들 간의 관계가 망가지는 식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면 중과부적 엔딩이 된다.

이렇듯 결말은 갈등(행동)의 결과가 어떤 지에 따라 혹은 다른 인물들의 평가가 어떠한 지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가 결정된다. 게임으로 치면 해피 엔딩/ 배드 엔딩의 여부나 최종 통계를 내는 단계다.

"결정"된다고 강조한 이유는 문서에서 몇 번 언급했듯 독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말이 주인공의 욕망과 관계가 있었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은 없었나?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했는가? 이는 작품 외적인 면에서 더욱 중요한데,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 악한 수단을 썼는데 행복해졌다'처럼 사회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만한 전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단적인 예로 개봉 당시 모방범죄까지 우려되었다는 영화 조커가 있다.

3. 예시

#1 < 릭 앤 모티>
발단 릭의 가족들은 평범한 식사 중이다.
전개 집에 외계 기생충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기생충들을 선별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생충들이 기억을 침투해서 혼동을 준다. 그래서 기억을 골라내려고 서로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사하지만 그럴 수록 기억 침투가 더 거세진다.
위기 집에 기생충들이 가득 차게 된다. 그래서 계속해서 기억을 떠올린다.
절정 다들 기생충에게 잠식 당하려는 때, 가족 중 한 사람이 기생충들의 약점을 알아내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사냥한다.
결말 기생충들을 모두 무찔러서 가족은 정상화된다.
#2 < 그래비티>
발단 나는 우주인이다. 미국 위성을 고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위성이 폭발했다는 경고를 듣는다. 그래서 피할 준비를 한다.
전개 경고 대로 러시아 위성 파편이 날아온다. 나는 일단 피한다. 러시아 위성 파편들은 거의 해일처럼 밀려오고, 나는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이때 동료의 도움을 받고 함께 파편을 헤쳐 나간다...
... ...생략...
결말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3 < 우투리>
발단 우투리가 태어난다. 그는 신묘한 힘을 가졌다. 마을 사람들을 돕고 산다.
전개 그런데 왕이 찾아오고 임무를 내린다. 그래서 그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임무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왕의 명령이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벌이며 임수를 완수하고 돌아간다.
위기 그런데 왕이 우투리를 배신했다. 우투리는 살해당한다. 우투리 부모는 우투리의 무덤을 짓는다.
절정 왕이 우투리 마을을 공격한다. 그때 우투리가 부활해서 왕과 그의 군대를 무찌른다.
결말 우투리는 진정한 영웅으로써 천상에 간다.
#4 < 콩쥐팥쥐전>
발단 콩쥐에겐 계모와 이복누이 팥쥐가 있다.
전개 그런데 계모와 팥쥐는 콩쥐를 괴롭힌다. 콩쥐는 계모와 팥쥐의 괴롭힘을 견디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계모와 팥쥐는 더더욱 콩쥐를 괴롭힌다. 콩쥐는 이를 악물며 참는다.
위기 그런데 급기야 그들은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시킨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한다.
절정 그런데 시간이 늦었다. 독에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 콩쥐는 이겨낼 수 없어서 좌절한다. 그때 동물들이 나타나 콩쥐를 도와준다. 선녀의 명령을 받은 동물들이었다!
결말 선녀는 계모와 팥쥐에게 벌을 준 다음, 콩쥐와 함께 천상에 간다.
#5
발단 나는 평범한 마을 청년이다.
전개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보물 탐사를 결심한다. 그래서 사원을 찾아가서, 보물을 탐색하며 악당들과 사투를 벌이며 보물에 점점 가까워진다.
위기 그런데 보물은 존재하지 않고, 동료들은 악당들에게 붙잡힌다. 청년은 혼자 겨우 탈출한다.
절정 그런데 웬 세력들이 나타나 청년을 붙잡는다. 청년은 알고 보니 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들과 함께 동료들을 구한다.
결말 보물을 얻으러 간 악당들은 사원이 무너지며 모두 잔해에 깔려 죽는다. 주인공 일행은 사원 잔해에서 진짜 보물을 찾는다.
#6 < 별주부전>
발단 자라가 사는 바다엔 용왕이 병이 걸려서 위독하다. 의사가 토끼의 간을 먹으면 병이 치료할수 있다고 했다.
전개 자라는 용궁 측에서 토끼를 데려오란 임무를 받는다. 그래서 자라는 육지로 가서 토끼를 만나고, 토끼를 속여서 용궁으로 데려온다.
위기 그런데 토끼가 간은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토끼와 함께 육지로 간다.
절정 토끼는 자라를 배신하고 떠난다. 자라는 토끼를 찾아 헤맨다.
결말 자라는 결국 토끼를 찾지 못해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해 말라 죽는다. (이 외에 여러가지 결말이 있다 여기참고.)

4. 플롯의 연결 방식

플롯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거나 플롯에서 대적하는 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서로 다른 플롯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여러 서브플롯을 어떻게 이어붙이냐에 따라서 플롯의 종류가 달라진다.
  • 단일구성: 단일구성은 이름 그대로 한가지 주제, 한 명의 주인공이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한 명의 적과 대적하여 '발단~결말'의 5막으로 구성된 플롯을 한 번만 사용한다.
    단일구성으로 소설의 전개를 늘릴 때는 전개, 위기, 절정의 내용을 이루는 각각의 일련의 행동을 더욱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해서 내용을 늘린다.
  • 피카레스크식 구성: 하나의 주제, 한 명의 주인공이지만 플롯이 여러개다. 즉 주인공이 대적하는 적과 갈등이 매번 달라진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은 수사물이나 의학 드라마다. 수사물에선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다른 범죄를 해결해야 하고, 의학 드라마에선 에피소드마다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 수사물과 의학드라마의 문법을 많이 차용하는 대부분의 서구권 드라마에서 사용한다.
    • 고전 대서사시는 피카레스크 형식을 많이 따른다. 큰 흐름은 이어지더라도 에피소드/챕터마다 다른 강적과 대결한다.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액자식 구성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 나열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여기서 메인 갈등이 달라지는 지점을 기준으로 서브플롯을 구분한다. 분량이 짧다면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설의 전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갈등 곡선이 단 하나의 봉우리(절정부)만을 그린다. 요즘 소설은 다중 에피소드 방식이 대세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갈등 곡선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하는 산맥 모양을 그린다.
  • 옴니버스식 구성: 하나의 주제, 여러 주역들로 에피소드마다 다른 플롯을 전개한다. 주로 개그물이나 호러물에서 사용한다.
  • 액자식 구성: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두는 방법이다.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혹은 피카레스크식으로 에피소드를 나눠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중심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만든다. 즉 1번 에피소드의 발단은 중심 이야기의 발단, 2번 에피소드의 발단은 중심 이야기의 전개... 이런 식이다. 그리고 다시 각 에피소드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야기를 세분화한다.

5. 글쓰기 조언

  • 에피소드들의 나열과 배열에 따라 캐릭터들의 행적과 인간관계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기 때문에, 본문 위에서 언급했던 '사건-캐릭터 네트워크'를 보며 복기하는 것이 좋다. 이 작업이 너무 귀찮고 복잡하다면, 다 잊어버리고 하나만 생각하라. 소설은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 무대이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는 배우이며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그렇다면 대본 작가가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하는 것은 배우다. 대본이 마음에 안 들면 배우가 출연을 거부하듯이, 당신의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 보자. 당신 소설 속에 캐스팅된 모든 가상의 배우가 자기 배역에 만족하는가?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독자들도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
  • '주제' 문서에 초보 작가에게 추천하는 방법으로 에필로그 시놉시스를 먼저 쓰라는 조언이 있었다. 주제를 잡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거기서 언급한 에필로그는 바로 5막 구조에서의 결말부에 해당한다. 즉 플롯을 작성할 때의 순서는 프롤로그부터가 아니다. 에필로그-클라이맥스-프롤로그-나머지 순서로 플롯을 작성한다. 에필로그, 클라이맥스, 프롤로그를 합쳐서 요약한 게 바로 시놉시스다. 시놉시스와 영화의 티저 예고편은 전혀 다른 것이니 착각하지 말 것! "웬 난동 피우는 드래곤 때문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박살 났다. 이에 분노 용사는 검게 그을은 을 들고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데..."라고 끝맺으면 티저 예고편[5]이고, 여기에다가 모든 스포일러 다 포함시키고 결말까지 쓰면 시놉시스가 된다. 주제가 목적지라면 시놉시스는 여행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 전문용어를 전부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설의 목적지를 정하고(에필로그), 주인공의 최종 성장을 정하고(클라이맥스), 주인공의 시작 상태를 정하고(프롤로그), 그리고 시작 상태에서 최종 성장까지의 여정을 정하라는(나머지) 것이다. 반대로 하면 상술한 대로 결말을 찾지 못해 방황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작법에 번역된 ' 픽사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22가지 법칙들'의 7번을 참고할 것.



[1] 사건의 실마리 [2] 참고로 이 예시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하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악당이 비행기를 타고 있는 주인공에게 나타난다. → 그래서 주인공은 전투 태세를 갖춘다. → 그런데 악당이 공격한다. → 그래서 주인공이 반격해서 무찌른다. → 그런데 비행기가 추락한다. → 그래서 주인공은 가까스로 탈출한다. → 그런데 이동 수단이 없다. → 그래서 주인공은 차량을 구할 수 있는 근처 군부대를 알아낸다. → ...(생략) [3] 혹은 모두 한 번에 일어나기도 한다. [4] 정확히 말하면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랙 팬서 같은 히어로들이 합류하면서 대단원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절정이라고 볼 수 있고, 소설의 구성단계라는 관점에 따라 [5] 영화의 예고편 영상을 생각해 보자. 결말은 쏙 빼놓고 이야기의 도입부와 쾅쾅 터지는 클라이맥스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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