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Si vis pacem, para bellum(시 위스 파켐, 파라 벨룸[1])"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로 번역되는 문구로, 로마 제국의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 저술한 병법서 『 군사학 논고(De Re Militari)』에서 유래한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격언이다. 권총탄 9×19mm 파라벨룸(Parabellum)의 명칭 유래가 된 문구이기도 하다.2. 내용
Igitur qui desiderat pacem, praeparet bellum.
평화를 원하는 이들은 전쟁을 준비한다.
『군사학 논고』 원문
평화를 원하는 이들은 전쟁을 준비한다.
『군사학 논고』 원문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원문을 변형한 격언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원문을 변형한 격언
3. 해설
자세한 내용은 팍스 문서 참고하십시오.침략전쟁이 부인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 문장은 평화를 위한 국방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의미로 자주 인용된다. 그래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로 번역되는 경우도 많다. 곧 '전쟁 억지를 위해 방어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으로, 무력을 갖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거꾸로 무력을 보유한 나라에게 침략을 당할 수 있어 상대방의 침략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국방에 힘써야 함을 나타낸다. 이는 매-비둘기 게임 이론과도 관련이 있는데 매(강경책)를 꺼냈을 때 상대방이 비둘기(유화책)와 매(강경책) 모두를 갖고 있을 때에는 상대방도 리스크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의미에는 기원전 6세기 중국 장군 사마양저가 말한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말이 더 적절한 인용문이다.
4. 논쟁
당대 로마 제국에서는 이 문장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쓰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로마 제국의 평화인 ' 팍스(Pax)'는 '강자의 평정 아래에 분쟁을 유발할 적대자가 물리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의미했다(=팍스 로마나). 따라서 로마식 평화란 '평화를 원하면 타자를 적극적으로 말살시키기 위한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전쟁은 당연히 방어전쟁이 아니라 예방전쟁, 정복전쟁을 가리킨다는 것이다.이것은 로마의 포에니 전쟁과 그리스 전쟁으로 야기된 로마 팽창기를 염두에 두고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로마는 이미 기원전 5세기부터 부족국가를 벗어나 주위 이탈리아반도의 통일 전쟁을 치렀지만, 그때까지도 이민족의 침입으로 약탈을 당하던 고만고만한 중소국이었으며 톨로사의 황금으로 유명한 브렌누수의 로마 약탈을 방어한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가 로마 제2의 창건자로 추앙받을 정도였다.
이 복잡한 시기부터 로마는 전약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했는데 이것은 로마 반도 안의 마그나 그레키아지역에 주로 생겨났으며 그리스의 식민시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엇다.
하지만 포에니 전쟁, 유구르타전쟁, 삼니움전쟁, 미트라다테스 전쟁을 거치면서 로마는 영토와 노예를 얻기위한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이 무렵 로마가 평화(팍스)를 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팍스'는 평화주의가 아닌 예방전쟁의 명분으로 사용되는 논리였으며, 로마와 공존하는 주변국의 세력들은 로마의 확장주의를 매우 두려워했다. 예컨대 칼레도니아 족장 칼가쿠스는 당대 '문명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계를 호령했던 로마의 잔인함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 바 있다.
로마인들은 약탈, 학살, 강탈을 제국이라고 부르고, 폐허를 만들어 놓고 이를 평화(pacem)라 부른다.
칼가쿠스
칼가쿠스
한데 로마가 칼레도니아 원정을 나서게 된 이유가 바로 칼가누스를 비롯한 브리튼 북쪽의 부족이 풍요롭고 발달된 (로마에 의해서) 브리튼제도 남쪽을 침입 약탈하면서부터 벌어진다.
즉, 자기네 약탈은 생계를 위한 것이지만 로마의 약탈은 폭압이라 어거지를 부리는 것이다. 로마를 포함한 고대 사회에서는 이런 내로남불적인 의견은 대체로 당연시되었다.
당대 로마에서 '평화를 위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은 압도적 강자가 군림하고 약자는 강자에게 굴종하는 힘의 불균형이 평화의 조건이라는 의미였다.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전쟁의 패자는 사라지고 승자만 남으면 평화로워지는 전쟁에 의한 평화다. 오늘날 이 문장은 힘의 균형이 평화의 조건이라는 뜻에서 주로 인용되고 있는데 원래 뜻과는 정반대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금언이 들어간 군사학 논고는 팍스 로마나 시대가 아닌 그 이후 로마가 침략당하던 시기에 씌여진 책이다. 과거 로마의 역사와 여러 국가의 전쟁사를 돌아 보았을때 평화에 젖어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전쟁에서 강자라도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문자 그대로의 정직한 충고이다. 이 금언이 실린 제3부 "전투를 위한 부대 배치"의 서문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군사교육을 포함)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 교육에 의해 훈련된 타국의 국대가 어떻게 숫자가 우세한 로마군단을 압도했는지에 대해 카르타고 전쟁에서 크산티푸스와 한니발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따라서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승리를 원하는 자는 군인을 훈련시키는 노고를 아껴서는 안됩니다. 성공을 희망하는 자는 원칙으로 싸워야 하고 행운만 바라보고 싸워서는 안 됩니다. 아무도 감히 전투력이 우세한 강국을 침범하거나 모욕을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P.103 군사학 논고 ,정토웅 역/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1
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물론 군사력으로서 적을 압도하여 평화를 얻는다라는 지극히 자국 중심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제국의 영화가 쇠하고 각 외국과 야만인이라 부르던 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로마인으로서 이러한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여기서는 오로지 방어전쟁만을 염두에 둔 시각이지 무슨 정복이나 공격전쟁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P.103 군사학 논고 ,정토웅 역/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