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2 21:50:30

멜로스의 대화

1. 개요2. 배경3. 전개4. 정치현실주의 관계5. 기타

1. 개요

고대그리스 델로스 동맹의 맹주 아테네와, 사실상 중립국이었던 멜로스 사이의 외교 일화.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실려 후세에 전해졌다.

2. 배경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쉽사리 승리하지 못하고,[1] 만방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걸 매우 불명예스럽게 여겼다. 더군다나 내정이 매우 불안했고, 아테네의 시민들은 깊은 좌절감을 느낀 상황에서 돌파구로 찾은 것이 멜로스[2]를 침략하는 것이었다. 그 이전부터 유럽은 외부와의 갈등, 전쟁을 수단 삼아 혼란한 내부상황을 수습하고 세력을 규합하고는 했었다.

당시 멜로스는 아테네가 공격하기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멜로스는 섬 국가였는데 스파르타 주도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육군이 매우 강력하였지만 해군은 위엄돋는 아테네의 함대를 따라갈 길이 없었다.[3] 한 마디로 아테네가 맘껏 멜로스를 조지기 시작해도, 스파르타는 멜로스를 원활히 돕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아테네는 해양 국가의 맹주로서, 같은 해양 국가인 멜로스를 자신의 밑으로 굴복시키고 싶어했다.[4] 또한 과거에 아테네가 멜로스를 한 번 살짝 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멜로스가 아테네에게 복속할 것을 거부한 것도 아테네 제국의 권위를 손상시킨 면이 적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만한 멜로스를 침략해 정복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아테네 시민들에게 승리의 영광을 고양시켜줄 수 있었다.

3. 전개

마침내 아테네는 동맹군을 소집하여 멜로스로 향한다. 아테네는 멜로스를 직접 무력으로 쳐부수려 하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무력시위를 하여 항복을 받으려는 목적이 있었다. 항복도 받아들이지 않고 무조건 정벌할 생각은 없었던 것. 이 때 상륙한 아테네 사람과 멜로스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 한 것이 멜로스의 대화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5]
아테네 인: 이제 우리는, 우리가 페르시아 인들을 무찔렀기 때문에 제국에 대한 의무를 갖는다는 식의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6] 그리고 우리는 당신들에게 비록 당신들이 스파르타를 돕지 않았다거나 우리들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다는 식의 말을 함으로써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상상하지 말 것을 요구할 것이다.[7] (…) 당신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잘 알겠지만 이런 문제들이 실제적으로 논의될 때 정의의 기준은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의 질에 달려있다. 사실상 강자는 그들이 할 힘이 있는 것을 하는 것이며, 약자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멜로스 인: 당신들이 정의를 도외시하고 득실에 관해서만 논의하자고 하니 하는 말인데, 우리가 보기에는 보편적인 선(善)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당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위기에 처한 사람은 누구나 공정한 처우를 받아야 하며, 다소 타당성이 결여된 소명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그대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귀국이 넘어졌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심하게 보복하는 것인지 당신들이 남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줄 날이 올 것이다.[8]

아테네 인: 우리는 우리 제국이 당신들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들이 당신 자신과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생명을 보존하기를 원한다.

멜로스 인: 그렇지만 우리가 노예가 되는 것과 당신들이 주인이 되는 것이 어떻게 똑같이 좋은 일일 수 있는가?

아테네 인: 당신들은 항복함으로써 재난으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고, 우리는 당신들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당신들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멜로스 인: 우리가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호의적인 중립국으로 남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가?

아테네 인: 용인할 수 없다. 당신들의 호의가 당신들의 적대감보다 우리에게 더 위험하다. 당신들의 호의는 우리가 무력하다는 징표로, 당신들의 증오심은 우리가 강력하다는 증거로 우리 속국들에게 받아들여질 테니까.[9][10]

멜로스 인: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의 제안에는 당신들을 위한 안보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다시 당신들은 우리에게 정의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당신들의 이익에 승복하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 말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대들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합치된다면 우리는 당신들에게 그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 중립적인 국가들이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게 되면, 당연히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당신들이 그들도 공격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어 당신은 그들 모두를 적으로 만들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 그러나 우리는 전쟁에서 운명은 가끔 약자에게 좀 더 많은 여지를 준다고 알고 있다.[11]

아테네 인: 그런 생각이 위험 속에서 위안이 되기를!

멜로스 인: 우리들은 그릇된 것에 반하여 옳은 편에 서 있으므로 신이 당신들과 동등한 행운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힘이 부족한 것은 우리와 스파르타 인과의 동맹으로 채워질 것이고, 그들은 다른 이유보다도 명예를 위해,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선린이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를 도우러 올 것이라 믿는다.

아테네 인: 신의 호의에 관한 한 우리도 당신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신에 대한 우리의 견해와 인간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의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가능한 것을 지배하는 것이 자연의 일반적으로 필연적인 법칙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 만든 것도 아니고, 만들어진 후 우리가 처음으로 그에 따라 행동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발견했고, 이것을 우리 이후에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도록 남겨둘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우리는 당신과 다른 이들도 우리와 동등한 권력을 갖는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신에 관한 한 우리가 불리한 편에 서 있다고 걱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스파르타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명예를 고려하여 그들이 당신을 도우러 올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서는 당신의 단순함이 놀라울 뿐이지만 당신의 어리석음을 부러워하지는 않을 것임을 말해두겠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중에 스파르타 인들은 명예롭다거나 그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 정의롭다고 믿기에는 가장 의심스러운 자들이다.

멜로스 인: 그러나 이는 바로 우리가 가장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그들의 이주민인 멜로스 인[12]들을 배반하지 못할 것이다.

아테네 인: 당신들은 만약 어떤 이가 자신의 이익을 따른다면 자신이 안전하기를 바랄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반면 정의와 명예의 길은 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다. …… 잘못된 명예의 감각으로 인해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 당신이 만약 올바른 견해를 취한다면 이를 피하기 위해 조심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전쟁과 안전 중에서 선택을 하도록 허용되었을 때 잘못된 선택을 할 만큼 무감각하게 오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헬라스의 가장 거대한 도시가 당신에게 조공에 기초를 둔 동맹과 당신 자신의 부를 즐기는 자유를 허용할 정도로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했을 때 그에 승복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님을 알 것이다. 동등한 자에게 대항하고, 우월한 자에게 존경심을 갖고 행동하고, 약한 자에게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 안전의 법칙이다.

멜로스 인: 아테네 인들이여, 우리의 결정은 처음과 똑같다. 우리는 우리 도시가 탄생한 이후 700년 동안 누려온 자유를 짧은 순간에 포기할 마음이 없다.

아테네 인: 당신은 단순히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것을 현실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아테네가 단순한 협박이 아닌 근거를 들면서 설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근거는 아테네의 힘. 누구나 이 정도 힘을 갖게 되면 응당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며 얼마든지 당신네들을 정복 가능하지만, 전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피해는 불가피 하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여유롭게 해결하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 이에 대해 멜로스는 외교적 문제, 당시 절대적 기준이었던 신에 대한 믿음, 스파르타와의 동맹관계를 들어 설득해보려 했으나 셋 다 아테네는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특히 스파르타와의 동맹관계에 대해서는, 대놓고 그런 걸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며 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중에 스파르타 인들은 명예롭다거나 그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 정의롭다고 믿기에는 가장 의심스러운 자들이다."라는 스파르타에 대한 디스와 함께.

결국 멜로스는 아테네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남자는 몰살당했으며 여자와 아이는 노예로 팔려나가고, 폴리스는 괴멸당하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위의 내용에서 멜로스는 스파르타에 큰 기대[13]를 건 모양인데, 스파르타는 지원을 하지 않고 멜로스와의 느슨한 유대를 인증한다. 아테네 말마따나 스파르타 입장에서는 굳이 아테네와 전쟁을 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멜로스를 지켜낼 전략적 가치가 없었거나, 그 전의 멜로스의 미온적인 지원에 대한 복수일지도 모른다.

4. 정치현실주의 관계

'멜로스의 대화'는 정치현실주의의 고전적인 사례로 교과서에 등장한다. 확실히 멜로스의 대화만 놓고 보면 국제사회는 도덕 따위보다는 이익이 우선이고, 칼과 주먹이 만능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 '멜로스의 대화' 사건이 벌어졌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는 오히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력을 휘두르고 관계를 맺던 아테네가 명분과 도덕을 앞세우던 스파르타에게 패배하면서 정치현실주의가 지닌 그 설명력의 한계와 그에 기반한 전략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패하는지를 보여 줬다.

아테네가 멜로스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 시민들을 살해하거나 노예로 팔아 버린 행위의 잔혹함은 당대 그리스인들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쟁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두세 번은 겪었을 만큼 자주 무력 분쟁을 벌였지만, 당시의 공성 기술로 대도시를 함락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에 분쟁의 대부분은 자연히 국경선에서의 중무장 보병 간의 접전에서 그쳤다. 때문에 포로 및 노예가 되는 것도 전투에 직접 참가한 남성들로 제한되었고, 시신을 수습하거나 포로를 교환하는 등의 신사적인 전통들도 꽤 자리잡혀 있었다. 그런데 아테네는 이 모든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뜬금없는 절멸전을 자행한 것이다. 이는 비그리스인, 즉 페르시아인들과 같은 '야만인'이나 하는 행위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리스 세계에서 아테네는 인간성을 상실한 극악무도한 자들로 간주됐고, 당장은 아테네의 의도대로 약소국들이 공포에 떨면서 아테네를 어쩔수 없이 따랐지만, 결국은 멜로스의 말대로 모두가 속으로는 한없이 아테네를 증오하고 경멸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아테네에 대항한 스파르타는 그리스인은 노예로 팔 수 없다는 입장을 꽤 일관되게 유지했고 심지어 그 아테네인들조차 노예로 삼지 않았을 정도로 자비를 베풀면서[14] 자국의 이익이 아닌 그리스 세계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명분을 지켜나갔다.
코린토스인과 테베인들이 아테네와 강화하지 말고 도시를 파괴해버리자는 반대의견을 폈다. 그러나 라케다이몬인(=스파르타)들은 헬라스가 맞은 가장 큰 위기(페르시아 침공)를 극복하는데 크게 공헌한 헬레네스의 도시를 예속하는데 찬성하지 않았다.

크세노폰, <헬레니카>
이 도덕적 우위 덕택에 펠로폰네소스 연맹은 분열되지 않고 스파르타의 깃발 아래 대오를 갖추고 아테네에 줄기차게 대항했고, 결국 아테네를 위기에 빠트린다. 아테네가 시칠리아 원정의 실패로 약해지자 그동안 아테네를 두려워하여 마지못해 따르던 동맹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아테네를 배신하고 스파르타로 옮겨탔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오니아 섬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 위협적이었는데, 이로 말미암아 아테네는 해양패권을 상실하고, 자신들의 생명줄인 흑해 식량 수입이 차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테네는 제2의 멜로스가 될 운명을 앞두는 듯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위기에서 아테네를 결정적으로 구원한 것 역시 아테네가 자랑하던 무적의 함대도, 그 도시의 높다란 성벽도 아니었다. 시칠리아 원정 실패 직후 아테네는 멘붕에 빠졌는데, 이 틈을 타서 아테네 귀족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을 전복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아테네의 동맹 중에는 사모스, 델로스처럼 아테네의 민주정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 있었고, 이들은 쿠데타 소식을 듣고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크게 분노하며 단 3척 뿐이었던 아테네 민중파 함대와 함께 민주정이 회복되기 전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눈물겨운 맹세를 바친다. 물론 이후로 아테네는 끝내 패배하지만

이후로 트라시불로스[15]라는 자가 스파르타 지지자들에게 "당신들은 견고한 성벽과 무기들, 그리고 자본과 강력한 동맹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들은 이런 것들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에게 이미 패배했습니다." 라는, 멜로스의 대화에서와는 전혀 다른 말을 한다. 아테네 제국이라고도 불리던 델로스 동맹까지도 공화정이라는 대의와 반스파르타라는 기치 아래 재건되었다.[16]

흥미롭게도 멜로스의 대화에서의 이미지를 보면 아테네는 그저 무자비하게 힘으로만 모든걸 해결하려는 제국주의자, 스파르타는 그에 맞서는 구도로 볼 수 있고 실제로도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는 그랬다. 아테네가 동맹국들과 중소폴리스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은 것은 사실이었다.

반면 스파르타는 애초에 소수의 스파르타인들이 다수의 헤일로타이를 지배하는 구조인데다 헤일로타이들을 툭하면 죽이고 다녔기에 헤일로타이들의 스파르타에 대한 증오는 장난이 아니었고 이러니 스파르타는 더더욱 헤일로타이를 혹독하게 탄압하는 악순환 속에 굴러갔으며 그 특유의 우월주의, 선민사상 때문에 타 동맹국과도 잘 지내는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미지대로 용감하기라도 했냐면 그것도 아니라서 마라톤 전투에는 아예 참전도 안 했고 테르모필레 전투에서는 주전파였던 국왕 주도로 겨우 300명밖에 안 왔다. 군사적 책임 역시도 회피하기 일쑤. 심지어 올림피아 제전이 열리는 동안에는 휴전하는 것이 룰이었는데 스파르타는 이를 유일하게 깼다. 명색이 종교적인 국가라고 자뻑하는 나라가.

그나마 펠로폰네소스 전쟁 기간동안에는 동맹국들도 스파르타 보다 아테네가 아니꼬우니까 참고 있었지만 아테네가 패망한 후에는 스파르타는 스파르타대로 아테네보다 더한 패악질[17][18]을 부렸고 동맹국은 동맹국대로 더이상 아니꼬운 스파르타와 함께 할 이유가 없어져 결국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2인자였던 테베가 코린트, 아테네[19]와 손잡고 스파르타를 조져 멜로스의 대화 이후 멜로스를 박살낸 아테네가 얼마 안 가 역으로 박살났듯 스파르타 역시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심지어 아테네는 재기하지 못한 스파르타와 달리, 쌓아놓은 기반이 있어서 이후로도 부와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20]

그러나 스파르타는 레욱트라 전투에서 참패한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다. 식량셔틀 취급받던 메세니아가 독립하여 농업생산량이 박살났고 원래부터 생산량 증대에 무지하였기에 경제력이 엉망진창이 되었고 경제력이 이 모양이니 당연하겠지만 영아살해나 혹독한 똥군기 훈련인 스파르타식 교육이 합쳐져 군사력마저도 엉망이 되었다.[21] 결국 아테네와는 달리 스파르타는 중흥을 누리는데 실패한다. 앞서 나온대로 아테네는 그래도 민주주의라는 이상 덕에 구원을 받았으며 또한 아테네는 다시 일어날만한 기반도 있었지만 스파르타는 아테네처럼 주변국들의 도움을 이끌만한 이상이 없었고 단지 무력에만 의존했을 뿐인데 그 무력이 없으니 허무하게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22]

5. 기타

'멜로스의 대화'는 이 시대의 아테네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란 권리를 가진 자들의 평등이고,[23] 이 권리는 살라미스 해전을 통해서 유산층에서 빈곤층까지 확장되긴 했으나 아테네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제국을 만들고 다른 폴리스를 약탈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즉 이 정도 힘이라면 다른 폴리스는 약탈해도 되겠다고 '민주적으로' 결정한 것이 제2차 페르시아 전쟁 이후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기까지의 아테네였다. 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것이 현대 러시아도 민주적으로 결함이 많은 국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민의 뜻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합병은 국민의 염원이다는 논리로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당연히 우크라이나는 반발하고 거부하지만...

이 일화에 대하여 정치학적으로 풀어 해석한 기사가 있다. 이를 소재로 그린 디시 만화가 있다. 만화는 멜로스의 대화를 다시 재구성하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간의 전쟁구도에 재해석 하고 있다.[24]

[1] 끝내 제압하지 못하여 결국 평화를 맺는다. [2] 스파르타와는 느슨한 동맹 관계에 있었다. [3] 해군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폴리스들이 있었지만, 그 폴리스들이 전부 펠로폰네소스 가맹국인 것도 아니거니와 아테네 해군이 너무 강력해서 2·3·4위의 폴리스들를 더해야 겨우 따라잡을 정도였다. [4] 해양국가인 멜로스가 아테네의 간섭없이 계속 살아가면 아테네 제국 내의 다른 폴리스들이 제국과 델로스 동맹의 지배체제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었다. 즉 델로스 동맹, 아테네 제국 내의 다른 해양 폴리스들이 "쟤는 왜 그냥 둬요?" 하면 할 말이 없어질 게 두려웠단 얘기. [5] 투키디데스의 원문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의 주석을 단다. [6] 아테네는 줄곧 스파르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팽창한 것은 우리가 페르시아를 혼내주니까 페르시아에 인접한 식민 도시들과 폴리스가 우리에게 보호를 요청해서 이렇게 커졌다"는 식의 변명을 사용해왔다. 이 상황에서는 아테네가 우위이니 이제 그딴 거 개나 주란 얘기. [7] 위에 잠깐 언급했듯이 스파르타와 멜로스 간의 유대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아테네 또한 스파르타를 지원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침공해 온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을 쉽게 말하면 니가 나한테 뭐 아무짓도 안했다고 해서 내가 널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집어치워! [8] "지금 우리에게 하는 행동이 곧 너희들에게 돌아올 본보기가 될 수 있다."라는 의미. [9] 아테네는 이미 출병 때부터 사실상 멜로스를 정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었다. 동맹 전부 소집해서 와글와글 몰려 왔는데, 중립을 지킨다고 해서 돌아가면 아테네의 위신은 다시 한 번 손상 되는 셈이다. [10] 무력하다는 징표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우리가 만만하게 보일 것이라는 소리기도 하다. 공격하러 왔는데 나에게 두려움이나 증오심은 커녕 호의와 설득을 시도하려는 것은 달리보자면 강자와 약자가 아닌 동등한 대화상대로 본다는 뜻이고, 이는 침략자 입장에서 체면을 구기게 되는 일이라는 것. [11] 멜로스가 자신들이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테네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최대한으로 설득하고 있는 장면. [12] 멜로스는 스파르타 계 이주민이 건설한 식민도시다. [13] 그리스 최고의 강대국 vs 평범한 섬나라의 구도, 단순히 오지 않을 스파르타의 이름을 팔아 잠시 평화를 사려는 거였으면 알아서 항복했겠지만, 결국 전투를 개시하여 전멸한 것을 보면 정말 스파르타의 지원을 기대한 듯하다. [14] 그리스계 노예를 잔혹하게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가졌던 스파르타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겠지만, 스파르타가 자비를 베푸는 주된 대상은 적국의 엘리트 귀족계층 이었다. 스파르타와 동맹의 지배층들은 반란을 언제 일으킬지 모르는 자국의 피지배층을 두려워하고 경멸하는가하면 오히려 적국의 엘리트 지배층에게 더 큰 동질감을 느끼고는했다. [15] 스파르타 주도로 30인의 참주정이 세워졌는데 이들의 폭정에 대항해 일어난 공화주의 세력의 일원이었다. 결국 이들은 단 1년만에 참주정을 엎어버리고 공화정을 회복한다. [16] 물론 제2차 델로스 동맹은 과거와는 달리 아테네 절대우위의 체제는 아니었다. [17] 대표적으로 친스파르타 과두정을 강요하고 아테네보다도 더 많은 공납금을 요구했다. [18] 이런 패악질의 원인은 막상 패권을 잡은 스파르타에게 패권을 유지할 능력이 없어서였다. 아테네는 진작에 상공업으로 경제개발에 성공한 반면 스파르타는 노예 부려 농사짓는 식으로 경제를 운용했는데 문제는 그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신농법, 신종자 전수받은 노예를 위험하다고 죽이고 또 수확량의 반이나 거둬가 버리니 노예들 입장에선 열심히 일할 동기가 없어 경제력이 제자리였다. 안 그래도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이끌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수행하던 중에도 재정이 간당간당해 페르시아 제국의 지원을 받을 정도였는데 거기다가 델로스 동맹까지 흡수한 상태에서는 할일이 더 많아졌으니 도저히 스파르타는 그 패권을 혼자 감당할 수 없었다. [19] 전쟁 후 스파르타의 강요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친스파르타 정치인들로 구성된 30인의 과두정이 세워지나 과두정 정권의 폭정을 못견딘 민주주의자들의 반격으로 과두정은 붕괴되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돌아온다. [20] 대표적으로 플라톤이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21] 이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스파르타인'은 겨우 3천명만 남았는데 코린토스 전쟁을 거치며 더 줄어든다. [22] 이러한 구도는 21세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비슷하게 실현되고 있는데 그나마 소련의 경우 공산주의라는 기치가 있어서 제법 많은 동맹국이나 협력 국가들이 있지만 중국의 경우 반미, 반서방, 반민주주의 외에는 이렇다할 공감대를 형성할 기치가 없고 또 이 기치들이 먹히는 것 못지않게 중화주의, 중국몽 등 중국 중심적인 사상때문에 친중 국가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 하다못해 동맹국이라도 있던 스파르타와는 달리 중국은 동맹국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은 멜로스의 대화 못지않게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남미 독재정권 지원 등 수많은 실책을 저질렀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라는 기치는 서구권이 미국을 중심으로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3] 아테네도 신분제 사회였고, 민주주의 또한 자국 성인 남성의 투표권만이 인정되었다. 그나마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타 폴리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비록 성인남성에 한하긴 했지만 노예 빼고 빈부격차는 상관없이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 [24] 저 만화가 그려질 당시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가 키이우 전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었기에 이런 해석이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댓글에서는 피침략국으로서 국가수호의 대의를 내세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웃음이 많다. 그러나 수개월 후 현실에 순응하라며 침략한 러시아가 대의를 내세운 우크라이나의 호소와 단결로 인해 어떤 꼴이 났는지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