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인격/주년 이벤트/고월의 전설

친구로부터 온 편지는, 모든 것의 시작일 뿐이었다.

로맨스 소설이 끝나기 전에, '정상[2]'의 이야기는 어떨까?

현의 소리가 울려퍼질 때 달을 밟아 올 사람은 누구이며, 탑 위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친애하는 나의 벗에게

네가 이 편지를 볼 때쯤이면, 나는 이미 내 최후의 선택을 했을 거야.
다시 한번 너를 실망시켜서 정말 미안해.
네가 멜로디와 화해할 수 없고, 우리도 서로 화해할 수 없기 때문에 네가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이 결말이 도래하는건 시간 문제일 뿐이야.
너는 일찍이 나에게 왜 그렇게 결단력이 있냐고 물었었지.
우리가 기사에 임명되었을 때, 함께 맹세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의리, 용감, 충성.
하지만 모든 선택의 길목에서, 너와 나는 항상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어.
어쩌면 우리 두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아홉 사람은 항상 다른 선택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오늘까지도 나는 네가 선택한 정의의 저울이 기울어진지 오래되었다는 걸 알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용자의 길은 막을 길이 없어.
하지만 나는 너무 오랫동안 거짓말의 강에 빠져들었고, 충성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
결국 이 신분으로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 해왔고, 그는 이미 나의 "반신(半身)"이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만약 네가 우리의 우정을 기억한다면,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줘.
최소한 최후의 맹세는 지켜줬으면 해.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외로운 달과 함께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혀버려.

- 너의 영원한 벗

존경하는 전하께

전하께서 근위대장으로부터 이 편지를 받으셨을 때쯤이면 저는 이미 저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을 것입니다.
쇼송 가문을 섬기는 가장 오래된 기사 가문의 마지막 일원으로서,
저는 비록 제 부모님의 기대대로 남자아이로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마지막에는 그들이 저를 위해 선택한 길에서 저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전하께서 선택하실 차례입니다.
호위장에게 보석을 건네주고 가면을 벗으면, 그는 당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멜로디 경의 자택까지 동행하여 당신의 아버지께서 지정한 계획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혹은 당신이 침묵을 지킨다면, 그가 당신을 제 사촌 집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그들은 저희 집안의 방계로, 분쟁을 멀리하고 대대로 글을 가르치며 사람을 기르는 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만 그와 만난 적이 있지만,
서신을 주고받으며 지난 5년 동안 더욱 친밀해졌습니다.
그의 눈에 비치는 '나'는 가족의 사명에 갇힌 젊은 도련님으로,
그림에 대한 열정과 환상이 넘치며, 약간 거만하지만 본심은 착합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러한 '나'의 모습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다면, 제겐 더욱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합니다.
(아마 이것은 그림자로서의 제 직무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충분히 믿을 수 있을법한 당신의 이미지를 그려냈습니다.
이제부터, 전하께서는 바로 이 신분으로 당신만의 진정한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친애하는 전하,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모든 사람을 자비롭게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5년 전에 전하의 아버지께서 그 법령을 반포했을 때, 저희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외로운 달은 더 이상 긴 밤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어두운 밤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다음 빛으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기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