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8:12:57

입시미술/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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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
2.1. 부자연스러움2.2. 지나친 양식화, 유형화
3. 관련한 오해들
3.1. 입시미술은 이후 예술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3.2. 입시미술은 대입의 대안이다?3.3. 입시미술은 수능 점수가 낮아도 된다?
4. 장점
4.1. 단기간 기술 습득4.2. 평가 가능
5. 문제점
5.1. 암기식 교육5.2. 천편일률적 교육5.3. 그림 그리는 기계 양산5.4. 저질 예술가 양산5.5. 학원 내 폭행 및 폭력5.6. 수강 과목 사기
6. 원인과 대안7. 여담

1. 개요

입시미술의 현 상황을 기준으로 특징, 오해, 장점, 문제점 등을 서술한 문서다.

2. 특징

2.1. 부자연스러움

입시미술의 경우 그림을 그릴 때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야 한다는 이유에서 대체로 인물들의 얼굴 방향, 눈동자의 방향을 한곳으로 모아주는데, 때문에 억지스러운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상황표현의 경우 한 장의 그림으로 모든 상황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표정 자체가 지나치리만큼 과장되어 있다.

또한 주제부라고 부르는 화면 앞부분의 사물(인물)은 눈에 띄어야 한답시고 빨간색, 노란색 등 같은 눈에 튀는 따뜻하고 밝은 원색 계통의 색을 주로 넣는다.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무조건 눈에 튀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미술 포스터에서 메인 주제부가 빨간색, 노란색이 아닌 걸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가독성을 이유로 대비를 엄청나게 높여서 그린다. 거의 무조건 명암을 흑백으로 강렬하게 살리기 때문에 잘못하면 굉장히 촌스럽고 부자연스러워진다. 실제로 주제부가 이러한 색이 아닌 것들은 어떻게든 시선을 끌기 위한 요소가 빽빽히 들어가 있다.

전형적으로 눈에 띄어야한답시고, 과장을 너무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특정 포인트만 부분적으로 과장을 삼으면 포인트가 되겠지만, 전체적인 것을 과장시키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어지러울 수 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밀도를 높여버리면, 주제부 밀도를 거기서 더 끌어내야 하므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입시미술 특성상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대와 서울대 입시 시험에서는 지나친 부자연스러움은 지양한다. 오히려 실제로 가능하고 조금은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물론 시선을 끌어야하긴 하니 지나침은 금물.

2.2. 지나친 양식화, 유형화

한마디로 비슷비슷하다. 특정한 양식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서 학생들이 다 똑같이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 똑같이 줄리앙, 아그리파 소묘를 한다던지, 위에서 이야기한 주제부 그림이 그러한 예이다. 수험생들이 제출한 작품을 보면 어느 학원 출신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발상과 기법이 유사하다고 할 정도다.[1]

애니메이션 계열의 학과에서 요구하는 상황표현은 4절지 크기의 종이에서 상황의 역동성, 설정 등을 모두 표현해야 하기에 배경, 인물 클로즈업, 인물 전신 등을 반드시 포함시켜 그리다보니 인물 스케치도 거의 정석이 정해진 편.

이는 대부분의 입시미술학원들이 "예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에서 원하는 포맷"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술성을 따지려 한다면 시간제한은 존재할 필요도 없으며, 4~5시간 안에 한 사람의 작품을 판단하려면 정말 김정기 수준의 작화수준을 갖고 있지 않으면 판단받기 어렵다.

3. 관련한 오해들

3.1. 입시미술은 이후 예술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입시미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로, 실력과 이력이 검증되지 않은, 단순히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무명 스튜디오에서 몇 개월, 몇 년 일한 경력과 대학교 졸업장으로 학원선생을 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학생들 앞에서 그림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인생과 돈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의 그래픽 관련 산업은 굉장히 직설적인 직업군이다.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은 학원에서 선생으로 수년간 정착해 있지 않는다. 대부분 과거에 한국의 애니메이션, 디자인 관련 산업이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1990~2000년도)에 얻게된 졸업장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지, 실제로 그림과 관련된 강좌영상은 유튜브가 훨씬 더 교육적이다.[2]

대부분 미술하는 학생들에게 무슨 과에 갈 거냐고 물어본다면, 10명중 8명은 거의 디자인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특히 여러 미디어에서 디자이너에 대한 과도한 포장을 한 덕인지, 인기가 급상승하였다. 실제로 미술하는 학생들 중 부모가 취직해야 한다면서 회화과나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타 미술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을 굳이 디자인과로 밀어넣는 경우도 종종있다. 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학과다 보니 별에 별 이상한 과가 다 생겨났다. 당연하겠지만 디자인과 진학한다고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특별히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가령 남학생들의 경우 상당수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원하는 학과를 위해서 잘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정작 학교에 들어가면 기존에 열심히 공부했던 분야는 배우지도 않는다. 물론 입시 기술로 익히는 기본기는 분명히 미술에서 중요한 것이지만, 미술은 재료와 다루는 방법에 구애 받지 않아야 진정한 작품이 탄생한다.[3] 그러나 입시교육은 선이 조금 삐뚤거나 선 끝이 뭉툭하다던가 하는 걸 트집잡고 까는 문화가 생겨버렸다.[4] 이렇다보니 창의적인 예술가가 나오기가 힘든 구조다.
몇몇 미대 교수들도 단기적인 시험을 벗어나 평소 실력을 가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입시경쟁이 과열화 된 대한민국에서 평소 작업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제를 도입하면 대리시험이 만행하는 다른 문제를 가져올 것이 뻔하기에 도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예를 들면 홍익대학교는 실기를 폐지하고 포트폴리오로 대체했지만, 이미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주는 학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들어간다는 인식만 팽배해졌다. 더욱이 서양 미술대학의 경우 포트폴리오+면접이 기본인데, 우리나라와 달리 대학진학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관련 비리가 발각되곤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죽할까. 이렇게 쉽게 부패가 예상된다는 것은 입시미술이 사회/정치적인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가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직업이다. 그런 사람들을 양상하는 곳에도 입시 위주의 폐해가 나온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미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회가 장차 대한민국 예술이나 사회 경제에 이득이 될 리 절대 없다. 이렇다 보니 자유로운 창작을 하고 싶다면 입시미술은 기본기 외엔 깊이 파지 않는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평이 많다.[5]

3.2. 입시미술은 대입의 대안이다?

공부를 못 한다고 (특히 수학 계열) 부모가 입시미술을 강요하거나, 혹은 자신이 그렇게 하려는 경우도 있기는 한 모양. 그러나 입시미술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 고 1~2 때는 지금 아니면 늦는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은데, 최소한 고3 1학기 직전까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6] 특히 자신이 정말로 진지하게 미술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수능/내신이 안되는데 단순히 낮은 성적으로도 더 편하게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미술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또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점차 예체능 학과와 일반 학과의 수학 외 성적차가 거의 없어 미술을 한다고 해서 진입이 쉬운게 아니라 수학의 부담이 미술로 전가되는 것일 뿐인 상황이 2010년대부터 급증하였다. 심지어 입학 점수에 수학을 반영하여 미술이 입시의 대안으로서 메리트가 전무한 대학도 종종 있다.

3.3. 입시미술은 수능 점수가 낮아도 된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상담하면 이런 말을 한다. 틀린 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게 같은 대학이라도 미술대학의 입결은 당연히 해당 학교의 일반 학과의 입결보다 훨씬 떨어진다. 더욱이 서울대학교를 제외하곤 수학이 필수가 아닌 학교가 많은데, 현행 교육과정에서 수학 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점을 고려하면 공부량이 상당히 적어지는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기에는 가장 큰 전제가 있다. 당신의 실기력이 수능 점수가 낮아져도 입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좋아야 한다. 즉, 공부에 드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시간에 노는게 아니라, 입시미술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수능 점수가 낮다는 것도 (수학 빼고)최소 4등급 정도일 때의 얘기다. 5~7등급 초반의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많이 줄어들게 되고 수도권, 사는 지역에서 많이 떨어진 대학에 가야할 수도 있다.

수시 전형은 이미 늦지 않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존재는 내신의 부족함을 충분히 커버하게 만든다. 전체적인 내신이 떨어져도 자신이 지원한 학과의 전공과 연관이 있는 과목의 등급이 높으면[7] 오히려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으며, 2015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의 자소서에 교외대회 실적을 기재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특목고생과 경쟁이 가능하다.[8] 게다가 학생부 전형 중에는 수능 최저등급이 없는 것도 많다. 그러므로 일단 공부를 해보지도 않고 입시미술을 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는 요행을 바라지는 말자.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입시미술 역시 입시이기 때문에, 등급이 안 나오면 원하는 대학에 가기 많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기 비중이 낮지도 않은 게, 1~2등급씩 나와도 실기 수준이 저질이면 당연히 떨어진다.( 홍익대학교 제외)[9] "성적은 대학을 결정하고, 실기는 당락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수준. 그러니까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뭘 더 잘해야 하나 고민하지 말고 그냥 둘 다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론적으로 미술학원에서 '수능 성적이 부족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라는 말은 일부는 맞는 이야기긴 하나 결국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결정하는 것은 성적이며, 미술 실력은 합격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입시미술이라는 고비용의 입시를 준비한다면 지망할 수 밖에 없을 4년제 상위권 대학을 원한다면 일반적으로 수리 과목을 미술로 대체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그 외 과목은 해당 대학의 일반 학과 수준과 동등한 점수대를 요구하고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4. 장점

이 문서가 전체적으로 너무 부정적으로만 쓰여 있기는 하다. "아, 이거 왜 해야 되지?"란 생각으로 너무 방황하지 말고, 집에서 혼자 그려보기도 하면서 너무 입시체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노력해보자. 어찌되었든 충실하게 이수한다면 기본기만큼은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4~5시간 같은 단시간 내에 그림을 그려내는 데에 필요한 기본기만 놓고 본다면 한국 입시미술은 세계적으로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며[10],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허다한 사람들에겐 실무적이기까지 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11]

4.1. 단기간 기술 습득

학습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익힐 수 있는 깊이는 다르겠지만, 질감, 빛, 인체 등등을 이용한 몇 가지 기초적인 미술 표현 기법이나 미술도구를 쓰는 법은 최단기간 안에 익힐 수 있다. 또한 조색과 혼색등 미술 입시생에게 요구되는 기초적인 소양도 쌓을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빡빡한 커리큘럼을 소화해내야 하므로 힘들다.

시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주류가 이동하고 있지만 입시에서 배운 그런 부분들이 디지털에도 도움은 많이 된다. 명암을 보는 법이나 톤을 쪼개는 법. 색감 등은 디지털에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이기 때문. 그저 채색하는 방식이나 선을 긋는 방식 등등이 다를 뿐 기본기는 같다. 게다가 디지털로만 그린 사람보다도 아날로그 기법을 익히고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리는 사람들이 디지털을 훨씬 적응도 빨리 하며 더 제대로 이해하고 그린다. 그저 도구가 아날로그이냐 디지털이냐일 뿐이지, 미술적 재능이 있다면 도구는 그저 적응할 대상일 뿐,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것이다. 특히 색감 관련 능력은 컴퓨터 작업이든 아날로그 작업이든간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4.2. 평가 가능

입시미술학원에 있는 선생님들은 학교에서의 미술 안 하는 친구들 또는 인터넷에 널리 있는 아마추어 화가의 평가보다 수준 있는 평가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미술을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더욱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역효과가 있다면 평가를 해도 입시미술체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 학생의 본 실력이 잘 평가되지 않는다. 당연히 학원에서 그리는 그림은 입시미술용 그림이며, 평가되는것도 '이렇게 하면 붙고 이렇게 하면 탈락이다.' 라서 정말로 잘 그린 그림이라도 그게 입시체에 맞지 않다면 제대로 평가 되지 못하기도 한다.

5. 문제점

5.1. 암기식 교육

대부분 암기식 학원/학교에서 배우는 입시미술 전용 그림체, 이하 '입시체'는 디자인과/애니과의 응시전형에 맞춰진 특징을 갖는다. 공통적인 키워드로는 지나친 과장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움과 경직이라 할 수 있다.

길거리에 있는 미술학원 앞에 걸려진 특유의 칙칙하거나, 극단적으로 밝은 그림들을 본 적이 있다면 바로 암기식 학원임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미술학원 측에선 나름대로 잘 그린 그림이랍시고 뽑아놓은 그림들인데, 일반인들이 보기엔 이게 왜 잘 그린 그림인지, 애초에 뭘 보고 왜 이렇게 그린 건지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암기식 학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러한 과도한 오버가 들어가는 이유는 어지간한 입시그림은 다 비슷비슷하게 수천 장이 깔려있는데 입시장에서 심사위원이 몇 초[12] 지켜보는 걸로 랭크가 매겨지며, 감독관의 눈에 들지 못한 그림은 폐기물이 된다. 한마디로 눈에 안 띄는 그림은 낙방이라는 것. 그래서 나름대로 눈에 잘띄도록 패턴을 만든 뒤에 그 패턴을 정형화 시켜 학생들에 주입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면, 아무리 그림 하나가 눈에 잘 띄게 그렸다 하더라도 그것과 비슷한 그림들이 주위에 있으면 그것과 다르게 그린 그림이 눈에 띄는 게 당연하다.

입시미술을 외워서 배운 학생들이 실제 등단하는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같은 직업인이 될 경우 이 입시 그림체를 지우기 위한 연습을 다시 해야 한다.

게다가 하도 이런 수많은 패턴화된 그림만 보던 교수들은 당연히 지겨움을 느꼈고 점차 이른바 패턴형 그림이라고 생각되면 초반에 잘라버리는 교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수상작들을 보면 아래 설명된 특징을 가진 그림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수상작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13] 물론 아직까지도 패턴형 그림을 뽑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 문서가 전체적으로 암기식 학원 기준으로 쓰여있기는 하나 사실 '입시체'를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살리되 입시미술에 맞게 가르치는 학원도 꽤 있으며, 될 수 있다면 그런 학원으로 가기를 추천한다.[14] 암기식 학원에서는 '현실적으로 뽑히려면 암기식으로 그려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실제 수상작들을 보면 정형화되지 않은 패턴그림이 아닌 경우도 많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15] 교수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정형화하는 것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그림을 점차 선호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5.2. 천편일률적 교육

미술 재능을 인정받아서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학교에 가기 위해 미술 재능을 발휘하는 본말전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입시 미술 실기의 기준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몇몇 학원은 학생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그림체, 똑같은 기법,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게 만든다. 그 경우 발상, 사고의 전환은 기본이 포스터칼라와 파스텔, 애니 쪽의 경우는 대부분이 수채화이다.[16] 정석적으로 시간내에 완성도를 높이기가 힘들고 그걸 가르칠 선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입시 미술학원 광고를 보거나 구글에서 '입시미술'로 검색만 해봐도 서로 다른 미술학원이지만 예시로 나와있는 그림은 기법, 색감 등에서 무섭도록 똑같다는 걸 알 수 있다. 간혹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 얼굴이나 원피스같이 인기 많은 애니메이션의 장면, 일러스트 등을 그려놓고 광고할 때가 있는데 입시하는 동안 그런 것들은 절대 못 그린다. 가르치는 건 오로지 입시미술이고, 정 그리고 싶다면 자신이 실력을 길러서 개인적으로 알아서 시간을 내어 그려야 한다.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과장된 앵글과 표정 등을 천편일률적으로 그려내는 상황표현은 몇몇 학원의 틀에 박힌 입시미술 그림일 뿐, 절대 제대로 된 연출이 가미된 그림이라 볼 수 없다. 디자인 계열은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서, 색을 써서 덩어리감을 잘 잡는 법만 익혔을 뿐이다. 그야말로 그런 학원의 미술실기생들은 미대에 갈 때까지 그림을 못 그리면 갈굼당하면서 그저 영양가 없는 정해진 틀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기만 외우게 된다.

위에서 상술했듯, 일부 디자인 계열 학원의 경우 커리큘럼 내내 사람을 아예 안 그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애니메이션, 게임 계열은 그림에 '사람'이 메인이므로 인체 크로키를 중점적으로 하는 등 그나마 인체표현 지식에 도움이 되나, 디자인 계열은 기초도형과 기본사물의 응용만 가지고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냥 기하도형만 구도와 투시법에 맞게 배치하고 거기다가 주제만 잘 끼워넣는 정석을 외우게 된다.

5.3. 그림 그리는 기계 양산

수능이 끝나고 나서 각 대학의 실기 전형일이 가까워질수록 암기식 학원에서는 그 학교 측에서 입시 당일날 제시하는 주제에 끼워맞출 수 있는 범용적인 구도나 색상, 들어가는 소재 등을 유형화해서 반복숙달시키면서 이러한 문제는 심화된다. 이런 짓을 소수 학원에서는 때려가면서까지 시켰던 이유는 간단하다. 짧디 짧은 실기 시간(3시간~5시간) 안에 최대한의 완성도를 뽑아내야 심사현장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발상이나 구도 설정 등에 들어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단축하기 위해서이다.

밥 로스 같은 화가들이 그리는 걸 보고 3~5시간이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지 모르나, 그림을 빨리 그린다고 좋은 작가인 건 결코 아니다. 상술한 암기식 학원에서는 주로 주제를 시험장에서 받고 '개인 구도'에 맞춰서 바로 스케치부터 그려들어간다. 물론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짜고 그림을 구상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경우 암기식 학원 만큼의 빽빽한 밀도는 만들 수 없지만 어느정도의 완성도만 낸다면 아이디어 면에서는 점수를 딸 수 있다. 실제로 아이디어를 우선시하는 추세이므로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물론 어설픈 미완성인 채로 시험이 끝나면, 아무리 과정이 좋고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고 잘 그렸어도 무조건 불합격이다.[17]

구도 패턴화는 어느 정도 주제와 패턴이 잘 맞아야 하는 운이 적용되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입시현장에서 먹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암기식 학원의 실기생들은 말도 안되는 줄은 다들 알지만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매년 똑같은 부조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게다가 그런 입시체는 줄어들고 있으며[18] 이에 따라 입시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아직 정형화된 그림을 뽑는 학교는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학 입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미술/애니메이션 관련 고등학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의 애니메이션과의 경우 스토리보드 및 상황표현[19]을 그리는데, 주어진 시간은 4시간이 고작이다. 대부분의 관련 현직 직업인들이 스토리와 작화[20]로 역할을 분담하고 어시스턴트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스토리와 그림을 혼자서 빠른 시간 안에 다 해 내기란 힘들 뿐만 아니라 굉장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현재 애니메이션 관련 계열에 종사하는 사람을 찾아가 주제 한 마디 툭 던져놓고 4시간 안에 재미있는 스토리와 수채화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그려달라고 해 본다면 십중팔구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도 못 그릴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 순간 맞을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절대 프로들의 역량이 낮은 편인 것이 아니다. 높은 경쟁률 등의 원인으로 시험이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기 시험과 관련 학교에선 그것을 혼자서 다 해내기를 원한다. 인재 양성이 아니라 기계 양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애초에 그림을 양산형으로 빠르게 그리게 하여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며 그림 그리는 기계 양산이기 때문에 암기식으로 가르치는 곳은 웬만하면 안 가는 것이 좋다. 미술을 인문 과목과 똑같이 생각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수능처럼 단기적인 시험의 결과가 아닌 포트폴리오와 같은 장기적이고 개개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결과물을 보아야 할 것이다.[21]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보는 학교도 있다. 그런데 이름 좀 있다 하는 학교들은 거의 다 4시간 내외의 실기를 보기 때문에 큰 의의는 없다.

5.4. 저질 예술가 양산

한국의 순수미술계열 입시미술은 해외의 미술들과 다르게 아주 독특한 형태를 띄었다. 최근에는 입시에서 소묘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나 과거의 입시미술 경험자라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소묘, 특히 석고소묘가 거의 절대적으로 중요시되었다.

소묘는 예전부터 사물의 형태, 밀도 그리고 명암 같은 기본적인 실력의 향상을 위해 해오던 커리큘럼으로 미술가에게 있어서는 기본적인 소양이며 기본기를 중시하는 작가들은 현역이 되어서도 틈틈히 놓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석고상이라는 오브제 역시 인물의 얼굴 비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본기로서 중요한 커리큘럼이기는 하지만 입시 소묘는 3~4시간이라는 빠른 시간 안의 완성을 위해서 빠르게 그릴 수 있고 실기 채점 장소에서 교수가 짧은 시간동안 보았을 때 완성도가 높아보일 수 있는 기법을 주입식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당연히 관찰력이나 묘사력의 실질적인 향상은 어느 정도는 있으나 일정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다만]

하지만 대학의 일방적인 실기시험 방식 때문에 이런 방법에 맞춰 배워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석고상을 외워서 그려내는 학생이 있을 정도. 농담 같지만 자리가 그림이 잘 안나오는 자리라서 평소에 자신 있는 각도(물론 본인이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각도가 아니다)를 그리고 왔다는 둥 하는 초인스러운 얘기를 입시미술가에서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일부 학교 디자인학과의 경우, 용지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소묘, 한쪽에는 디자인을 하라는 유형의 실기시험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5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반 정도 안에는 소묘 쪽을 마무리 해야 디자인 구상과 작업을 할 시간이 나오므로 시간을 줄이고 줄인 시간 대비 완성도가 높아보이기 위해서 오만 야매기법이 판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그림 만들기 수준인 것이다.

수채화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불투명 수채화 기법으로 칠하거나 수채화를 덕지덕지 바르는 방식을 해외교수들이 보았을 때 상당히 경악한다고 한다. 실제로 수채화를 그런식으로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곳은 한국이나 일본정도 밖에 없다.

이렇게 암기식으로 배운 학생들은 이렇게 그리지 않으면 당연히 점수가 안 나온다고 믿기 때문에 결국 수험생은 본래 자기 그림체와 기법을 죽인 채 주입식 입시미술 교육이나 받다가 목적도 없이 대학에 가게 된다. 당연히 이런 학생이 좋은 예술가가 될 가능성은 떨어지게 된다.

정형화된 패턴을 암기하는 형식은 입시가 끝나고 나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실제로 디자인학과 학생들 중에서 2~3년씩 입시미술을 거쳐 대학에 왔음에도 제대로 그림을 못 그리는 학생들이 비일비재하다. 심한 경우에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의 그림실력을 지닌 경우도 많다. 2~3년씩이나 입시미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학원에서 주는 자료와 강사들의 지도를 바탕으로 그림을 '만들어' 만 왔을 뿐 스스로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전혀 없다시피 하기 때문. 심지어는 그림에 진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체가 손에 익어버린 탓에 개성이 사라져서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도 생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입시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거나, 그 노력의 과정에서 좀처럼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적 문제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모작이 아닌 창작을 해야하는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애를 먹게 되고, 결국 회의감과 상실, 좌절감 등등에 의해 그림을 아예 접거나 입시미술 학원에서 입시미술 선생으로 일하기로 체념하거나, 이러한 패닉 상태가 심해져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겪기도 하며 여러가지 애를 먹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디자인학과의 커리큘럼상 반드시 잘 그려야 하는 건 아니며 컴퓨터 작업의 도입으로 손으로 하는 작업이 줄어들면서 이러한 경향은 점차 강해지는 추세에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본기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산이 아니며 당연하게도 단순한 손기술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소묘로 학생을 뽑아서 2~3년간 소묘라도 하고 오면 기본기라도 갖추고 시작할텐데 현재의 디자인 입시는 그만큼도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까이고 있다.

디자인 입시쪽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독창성 없이 표절하는 관행이 생긴다는 것이다. 입시 과정에서 습작을 하는 동안의 과정이 문제인데, 사실상 표절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기성작가의 작품이나 분위기 있는 게임의 컨셉아트, 심지어는 잡지 등에 실린 타 학원생의 입시미술 수상작 등 가져다 쓸 수 있는 소스는 전부 가져다가 이것저것 섞어 완성작을 만드는 것이 디자인 입시미술의 기본이다.

물론 모작은 공부를 할 때 빠르게 실력이 늘 수 있는 수단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력을 쌓기 위한 수단일 뿐, 표절한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예술가나 디자이너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시 과정을 겪으면서 몸에 익은 '작품 만드는 법'을 학교에 가서도, 심지어는 졸업해서 디자이너가 되어서까지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 입시하는 동안에 실질적으로 이것은 표절이며 입시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학교에 가서 자신의 작업을 할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주는 강사도 거의 없다. 강사 스스로도 입시미술의 관행을 거치며 표절에 둔감해져있기 때문. 이는 디자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

현대미술의 경우도 표절이 문제지만[23] 더 문제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을 못하게 죽여버린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테크닉이나 기법 숙련도 같이 '손으로 얼마나 잘 그리냐'는 필수 평가 기준이 아니다. 마르셀 뒤샹이후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이다.[24] 심지어 요즘 현대미술가들은 구상만 하고 제작은 공장에 외주로 맡겨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일례로 데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는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린 경우보다 나비 날개나 상어 박제같은 소재를 이용해 더 인기를 얻은 작가다. 이 때문에 석고 데생 같은 고전적 입시마저 최근 현대미술 경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이 그나마 20위권 안에 드는 것과 달리, 현대미술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내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입시미술이 지목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정시가 되었건, 수시가 되었건 암기와 단 한 번의 실기시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입시미술이 미술, 디자인 관련 학과에 진학 문턱을 역설적으로 크게 낮추어 수요 이상으로 예술 관련 인적 자원의 양산을 일으켜 미술과 디자인 계열의 직업으로서 값어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역시 입시미술과 연관된 폐해로 지적되고 있다. 매년 어마어마한 수의 미대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수요에 비해 취업 자리는 매우 적다.[25] 이에 따라 미술대학의 정원을 줄여 사회적인 수요에 졸업생 수를 맞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맞추어 현재의 단타의 시험으로 구성된 입시미술을 고도의 포트폴리오 평가와 1회 이상으로 이루어진 시험평가를 통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문턱을 높혀 앞으로 입학생들을 소수정예로 양성하자는 주장도 존재한다.

5.5. 학원 내 폭행 및 폭력

2022년 현재는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26] 입시미술학원은 국내의 학원들 중 2000년대 말~2010년대까지 체벌이라는 명목의 폭행이 가장 잔혹하면서도 많이 자행되던 곳 중 하나이다. ( 인스티즈 수험생 경험담) 입시미술학원은 소속 학생들의 그림 실력과 대학 진학률이 학원의 홍보와 평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한시간에 조금이라도 늦거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학원이 지향하는 스타일과 다른 그림을 그리면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당구채를 비롯한 굵은 막대는 물론, 심지어는 야구배트로 풀스윙하여 시커멓게 멍이 들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때리는 경우가 잦았다. 폭력을 쓰지 않는 학원의 경우도 학생에게 언어폭력이나 인격모독을 가한다는 증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부터가 체벌로 인해 실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비뚤어진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27], 스스로의 진로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한 마음에[28] 미술학원의 체벌을 용인하고, 거꾸로 그것을 비판하는 시선을 지닌 이들의 주장에 날선 반발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와 공부 관련 학원에 묻혀 공론화가 되지 않을 뿐, 미술학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상호의 암묵적, 일방적 동의 하에 무차별적인 물리적, 언어적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체벌을 비롯한 강압적인 교육이 가져오는 부작용들을 생각해보면, 학생을 몰아쳐서 그림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이는 위플래쉬의 감독이 해당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주입식 교육은 몰개성한 입시미술 스타일의 화풍이 손에 배게 하는 또다른 요인이 되기도 하며, 정말 심할 경우 학생에게 트라우마가 남아 붓조차 들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5.6. 수강 과목 사기

이쪽 바닥에서 뿌리 깊은 국룰이 있는데, 적지 않은 입시미술학원에서는 등록 상담을 할 참이면 애니메이션/게임 계열 수강을 희망하더라도 십중팔구 그러지 말고 시각디자인을 배우는 게 어떻겠냐는 내용의 반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

뒤늦게 원하던 길에 정진하고자 등록을 하는 성인이나 단순 취미반에 등록하는 경우 이러한 경우가 없다시피하지만 입시미술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 특히 부모를 대동할 경우 시각디자인을 전공해도 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진로를 잡을 수 있다는 둥, 그쪽 계열 과에서 가르치는 그림은 깊이가 부족하다는 둥, 시각디자인과 출신이 택할 수 있는 커리어가 더 넓다는 등 어떻게든 시각디자인을 수강하고자 힘쓸 확률이 높다. 물론 업계인 중에는 시각디자인과 출신임에도 애니메이션/게임의 길을 걷는 이가 없지는 않고 실제로 결국은 미술이라는 하나의 틀에 속해있다 보니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따지면 아직도 기성세대 사이에서 게임 같은 매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기에 소위 말하는 디자인 계열로 밀어넣으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어떤 경우에는 시각디자인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시각디자인이나 애니매이션이나 게임이나 같다' 라는 개념이 성립하기도 한다.

그리고 위에서 적은 시각디자인이 도움을 주는 부분 역시 함정인 게 이는 당사자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는데 조예나 테크닉이 있는 경우에나 성립한다. 다시말해 시각디자인 반에서 배운 걸 그림 그리는 데 응용하려면 결국 본인이 그림을 따로 배워야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린다고 안그려지던 실력이 스사삭하고 느는게 절대 아니다. 이걸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준 예시로 Tiv가 있는데 그녀는 본래 일러스트레이터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업계와 동인계에서의 인기도 상당하였으나 정작 그녀가 내놓은 다른 계열의 작품[29]인 <안녕! 우리들은 피너츠>는 한국 여고생의 일상을 표방하였음에도 실제 학교생활과는 심각하게 거리가 있었고[30] 내용 또한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이 다수였다. 그렇게 위 분야가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 좋은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시각디자인 반이 이런걸 가르쳐주는 곳은 아니다보니 정작 시각디자인 반에 등록을 하면 필요할 것을 제때 배우지 못하게 되고 정작 정말로 필요한 것은 본인이 직접 찾아가면서 독학해야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말 그대로 학원을 다니는 의미가 없어지는 셈. 뒤늦게 다른 반에 등판하거나 본인의 입시미술 썰을 풀며 비추천하는 이들의 경우 이런 절차를 밟은 이들이 많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킥복싱/ 무에타이는 킥을 차야하기 때문에 복싱에 비해 스텝과 주먹질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때문에 킥복서나 낙무아이 중에도 별도로 복싱을 배워 부족한 주먹 스킬과 스텝을 보완하는 이들도 있으나 수많은 미술학원원장들의 운운하는 시각디자인과 나와도 만화그릴수 있네 어쩌네 하는 사탕발림대로 말하자면 이는 복싱은 킥복싱이 놓치는 부분을 잘 잡아주니 복싱만 배워도 킥복싱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우기는 거나 다름 없는 소리다(...). 게다가 어디까지나 복싱을 배우는 킥복서나 낙무아이들도 본인의 미비한 점을 보강하고자 할 뿐인 거지 절대 복싱이 메인이고 킥복싱/무에타이가 주축인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애니/게임을 배우고자 희망하는 학생에게 시각디자인 운운하며 사탕발림하는 것은 학생이 바라는 논지를 처음부터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각디자인과 나와도 애니/게임 작가 할수 있다는 말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다. 근데 문제는 이 말은 아예 대학 안 나와도 그런 걸 그릴 수 있다는 말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대표적으로 이원복이나 김성모, 래리 고닉 같은 이들은 아예 전공부터가 미술과 큰 관련이 없으며 본인이 독학을 하거나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그림을 배운 사례이다. 다만 시각디자인의 경우 상담하는 원장들이 이것만 배워도 그리는 데 지장없다는 식으로 포장을 하고 또 어쨌든 미술 분야다 보니 문외한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하기 쉬울 뿐이지,시각디자인과 출신이든 기타 전공자든 애니를 하고 싶거든 애니에, 게임을 하고 싶거든 게임에 대한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상한 점을 짚을 수 있는 것이, 그렇다면 애초에 미술학원에 여러 반이 왜 따로 존재하겠는가?

6. 원인과 대안

이런 괴리에는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학생의 석차를 내기 위한 일종의 수량화, 정형화 작업이 필요한데 그것이 한국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형태가 입시미술과 논술인 것이다. 대입논술 역시 철저히 글쓴이의 사고와 창의성을 표현하기 보다는 모범답안과 채점 지침에 얼마나 근접한 점수를 냈느냐가 당락을 결정한다.[31]

그러나 사실상 현재 시점으로는 대안점을 찾기란 힘든 상황이다. 다행히도 최근엔 홍익대학교를 비롯하여 몇몇 학교들도 정신차리고 입시제도를 바꾸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입시제도를 바꾼 학교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또한 별다른 효과를 못내고 있다는 말이 많다.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한국의 모 대학은 매해 돈을 주고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오는 학생들이 있어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특히 포트폴리오 전형이 그나마 효과를 볼 토대를 만들려면 정규교육과정에서 미술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많은 미술활동을 할 수 있게끔 폭넓은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데,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그러한 환경을 제대로 조성할 수 없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입시가 필수이며, 결국에 학교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한국 미술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세계 다른 미대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높으신 분들의 과욕으로만 탓할 수는 없으며 이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입시미술을 통해 그나마 최대한이라도 더 좋은 인재들을 걸러낼 수 있게끔 실기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이다.

7. 여담

영재발굴단에서 방영한 미술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천재성을 보였던 아이가 대한민국 입시미술을 겪으면 생기는 일에 대한 에피소드 역시 비판적인 관점에서 입시미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다.[32]


[1] 실제로 어느 정도 경력 있는 교수, 선생님들이 그림만 보고 '이 친구 C&C/창조의 아침/(등등 다양한 입시미술학원)... 다니는구나!' 하고 알 수 있다고 한다. [2]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한다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작품 평가 시 완성도 위주로 보는 미대에는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3] 연필 하나만으로도 피부를 묘사하는데 있어 일일이 선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휴지로 문대면서 표현하는 방법이 있고 물로 적셔서 표현도 가능하다. [4] 물론 정확한 형태를 잡기 위해서는 선이 중요하지만, 여기에 너무 집착하는 게 문제. 예를 들자면 같은 그림을 보고 '선이 좀 불안정하긴 한데, 그거 빼면 다 좋네'와 '좋긴 좋은데, 선이 불안정하잖아'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5] 그리고 경우에 따라 기본기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인 점도 있는데, 대학에 상관없이 미대에 와보면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사람들이 천지다. 특히 디자인과 같은 경우가 심한데, 입시미술학원에서는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들을 어떻게든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여러가지 꼼수 및 표현법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그런 표현법 위주로 배운 학생들의 드로잉 실력은 그야말로 개판. 막상 가보면 연예인 사진모작이나 어설프게 하는 학생들 천지다. 그나마 학원에서 형태력 연습을 많이 시키긴 하는데, 그쪽으로는 괜찮냐면 글쎄올시다... 극단적일 정도로 입시미술을 위한 그림만을 중점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입시그림 괜찮고 다른 쪽으로는 전혀 응용하지 못해 개판으로 그리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 자신의 꿈이 확고하다면 하루라도 먼저 시작해라. 사실 고2 여름방학에 시작하더라도 재능충 아니면 실기 비중이 아주 높거나 좋은 대학을 가기는 정말 힘들다. 성적이 애매하게 좋은 경우엔(3등급 초반) 특히 현실과 이상이 달라 갈팡질팡하게 된다. 학원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어느정도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지원을 하는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개썅마이웨이로 지원하진 말자. [7] 예를 들어 국문과에 지원하는데 국어에서 1~2등급을 꾸준히 맞는 경우. [8] 다만, 정부가 전면 금지한 것은 각종 외부 경시대회와 공인시험의 점수 기재이고, 학교장이 인정한 교외대회 실적은 기재가 가능하다는 예외사항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교외대회가 아닌 견학이나 교내대회는 들어가는데, 교내대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견학은 일반고에서는 많이 하기 힘들다. 그리고 특목고 학생은 이 맹점을 이용해서 스팩을 쌓고 있다. [9] 다만 홍익대 제외라는 말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다. 미술에는 뜻이 있고, 성적은 굉장히 높은데(극단적인 경우로 미대가 아닌 일반 학교인데도 내신이 2.0등급 안팎에 수능은 국수영 올 1등급인 경우도 있다!) 실기 실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러면 그냥 홍익대에 올인하고 대부분 합격한다. [10] 실제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디즈니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한국인 원화가가 활동하고 있고, 일본 애니계나 미국 애니메이션계에서 뛰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적지 않음을 생각해보자. 하청을 받아 처리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 하청도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1] 솔직히 미술에 재능이 엄청난 사람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그림 그리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기술들이다. [12] 심사위원이 봐야 하는 그림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한 장을 보는 데 길어야 약 3초 정도 할애된다. [13] 단, 이는 실제 입시와는 다르게 좀 더 창의적인 것을 원하는 대회 수상작들의 특성은 고려해야 한다. [14] 다만 학생 본인이 그런 것들을 판단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 되도록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도록 하자. [15] 실제로 2014년도 모 대학의 주제로 '고흐의 자화상(제시물)을 이용하여 SNS를 표현하시오.'로 나왔는데 정작 암기식으로 그린 애들은 멘붕이 와서 그리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미완성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실기력이 떨어져도 제시물과 주제에 맞게 그린 애들은 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반대로 실기력이 뛰어난 그림들은 제시물과 주제에 맞지 않아서 예비번호도 못받고 바로 떨어졌다. [16] 재료에 제한을 굉장히 많이 두는 학교도 많다. 가령 어떤 대학은 흰 물감도 사용 못하게 한다. 재료의 제한이 풀려 사용이 자유로워졌다지만 그래봐야 결국엔 기존 재료 위주로 그릴 수밖에 없다. [17] 그래서 완성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18] 예 :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 및 지나치게 정형(定型) 화 된 표현은 지양함" 세종대 전형요강 中 [19] 일정한 주제를 주면 그것으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보드를 짜고 그 중 한 장면을 선택하여 수채화로 그려내는 시험 방법이다. 대학교의 관련 학과 입시에서도 상황과 표현을 입시 전형으로 정한 경우가 정말 많다. [20] 작화 내에서도 스케치, 선따기, 채색으로 분담하는 경우도 꽤나 많다. [21] 그러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학원도 이미 있고 다른 사람이 대리로 그리거나 하는 등의 비리가 터지는 문제도 존재한다. [다만] 2016년 기준으로 이러한 풍조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자신의 느낌을 얼마나 사실적인 표현과 함께 잘 가미하느냐를 보기에 이제는 학원, 개인단위로 미는 그림체가 전부 다르며, 비슷한 그림은 오히려 독이 된다. [23] 유학생은 외국의 최신 경향을 접하고는 귀국해서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4] 뒤샹 이 양반은 변기통에 이름 한 줄 써 놓고 예술이랍시고 자기 전시회에 전시한 작자이다. 자기도 쪽은 팔렸는지 가명을 쓰고 가명으로 출품했고, 하도 많이 까이니까 자기 자신의 작품을 옹호하는 글까지 투고했다. [25] 한국교육개발원의 분류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2013년 12월 31일 기준)로 26,352명의 예체능 계열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종사자는 5.1%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에서 예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도매 및 소매업(17.4%), 제조업(14.1%), 교육 서비스업(11%),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9.9%) 영역이 높게 나타났다. 쉽게 말해 자기 전공을 살려서 일자리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26] 교내 체벌은 서울, 경기, 강원도는 2010-11년도부터, 인천과 그 외 지방은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쇠퇴하기는 했으나 학원의 경우 이미 수도권 대다수의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졌을 시기인 2014년 2월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서울의 학생들 절반이 학원 내 체벌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입시전문 미술학원의 폐쇄성을 생각해보면 기타 학원보다 정도가 더 심했고 이제는 학교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학생들을 체벌한 썰을 자랑스레 푸는 강사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7] 이는 체벌이 공식적으로 금지되기 직전까지 학교에서도 그러했다. 학생들 스스로도 체벌을 버거워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다는 인식이 턱없이 모자랐던 것이다. [28] 학원의 폭행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도 분위기에 떠밀려서, 그리고 여태껏 학원의 커리큘럼에 맞춰서 다듬은 기술로는 (가령 디자인과 입시학원의 경우 학원에 따라 수채화, 포스터 물감, 파스텔 등. 재료와 표현 기법이 상이하다.) 다른 학원으로 옮겨가기에도 어렵다고 생각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학원의 방침을 수용하기도 한다. 아니면 정말 버티다 못해 도망치듯 학원을 벗어나거나 아예 미술 자체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길을 택하기도 한다. [29] 다른 작품은 전부 타인의 특정 시리즈물이라서 그녀의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다. [30] 주역 여고생 중 두 명이나 니삭스와 학생구두를 신고 있다. 학생 구두는 말할 것도 없고 니삭스는 한국 사회에서 주류 패션 문화였던 적이 아직 없다. 수도권 번화가에서도 정말 하루에 한 명 보일까 말까 할 정도. 지우개도 그렇고 언밸런스X2도 그렇고 이때쯤 나온 오타쿠 문화에 편승한 한국 애니메이션 관련 매체 대다수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이다. [31] 점수는 100점부터 시작해서 틀리게 그린 부분이 발견될 때마다 깎아내리는 식으로 줄을 세운다. 결코 잘 그린 부분을 발견해서 점수를 가산하며 줄을 세우는 게 아니다. [32] 이 사연의 경우, 전문가와 일반 네티즌 양측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영재 아이는 아이디어가 좋으니 일러스트나 게임 원화 쪽이 더 맞는 것 같은데 정밀한 묘사를 중요시하는 순수미술 입시를 하게 된 게 문제였나 하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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