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동화 작가 정채봉의 작품. 1985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창비아동문고' 19권으로 출판하였다.오세암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동화. 프랑스에서도 번역 되어 출간 되었다. 아동 문학의 고전이며, 어른들도 공감이 가는 '성인 동화'의 대표작.
동화이기는 하지만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눈물이 앞을 먼저 가리는,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와 플랜더스의 개처럼 매정한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2. 줄거리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설화와 같지만, 해당 동화에서는 소년이 스님의 조카가 아니라 떠돌이 거지로 바뀌었다. 이름은 거지를 뜻 하는 길손이로 정해졌고, 누나인 시각장애를 지닌 감이 라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추가 되었다.남매는 부모를 잃고 떠돌다 우연히 만난 스님의 도움으로 근처의 절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머물게 되는데, 길손이가 자꾸 장난을 쳐서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자 스님들의 불만으로 결국 아이들을 절에 데려온 스님이 보호자 자격으로 길손이만 절 대신 근처의 낡은 암자에 머물며 수행을 하기로 하는데, 암자가 너무 오래 방치 되어 손 볼 곳도 많고 필요한 물건도 많은 순 폐가 이였지만, 스님과 길손이는 암자를 정리 정돈을 한다.
이 때 길손이는 골방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스님의 경고[1]를 무시하고 골방에 들어가는데, 골방 안에 걸려있던 관세음보살의 초상을 본 순간 부터 초상 속 관세음보살을 어머니 라고 부르며 초상 속 관세음보살을 상대로 놀이를 하거나 말을 거는 등의 행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후 암자에서 생활 하는데, 필요한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스님이 길손이만 암자에 두고[2] 마을로 탁발 하러 내려갔으나, 돌아가는 길에 폭설로 길이 막혀 암자에 가지 못 할 위기에 처한다. 암자엔 식량도 생필품도 없고, 심지어 겨울이라 겨우 5살 어린 아이인 길손이가 혼자 생존해 나가길 바라는 건 완벽히 무리 이였기에 스님은 어떻게든 암자로 가려고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 조난을 당하게 된다.
그나마 스님은 다행히 마을 사람들에게 구조 받지만, 결국 눈이 녹고 얼음이 다 가실 때까지 암자로 가지 못 해 전전긍긍해 하다 눈과 얼음이 다 녹은 후에야 부리나케 절에 있던 감이와 함께 암자로 달려간다. 그러나 몇 달 넘게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다 생필품도 없었을 암자에서 길손이는 멀쩡히 살아있었고, 경악 하는 스님에게 길손이는 관세음보살님이 찾아와 밥도 먹여주고 같이 놀아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순간 진짜로 관세음보살이 출현 하고, 관세음보살은 길손이의 순수함을 칭찬 하면서 길손이를 품에 안아들고 함께 승천한다. 그러니까 길손이는 결국 죽은 것.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나 감이는 시력을 되찾는다. [3]
그러나 감이는 슬펐다. 동생이 가르쳐준 세상을 제 눈으로 봤을 때 오히려 동생이 가르쳐 준 그때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스님은 마음이 아팠다. 길손이는 마치 부처님이 열반 하던 모습[4] 그대로 죽어 있었다. 스님은 이를 보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소리 없이 오열 한다.
3일 후, 길손이의 장례식 날. 암자는 다섯 살 아이가 부처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오세암 이라는 이름의 명물이 되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5]이 돈을 잘 벌 수 있게 해달라, 병이 낫게 해달라는 등 부처님의 은혜를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장례식 때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올린다. 그러나 두 사람 만큼은 슬픔에 잠겨있다. 바로 섭정 스님과 눈을 뜬 감이로, 섭정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길손이의 죽음 이후 완전히 슬픔에 잠겼고 감이는 그 옆에서 홀로 길손이를 그리며 울부짖는다.[6]
기본적으로 감동적인 내용이지만, 어른들의 탐욕을 작중에 녹여내어 날선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한 작품이기도 하다. 다들 길손이와 감이를 보고 말로는 불쌍하다고 할지 언정 그 뿐이고 나서서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심지어 보호자인 섭정 스님을 제외 하면 불도의 길을 걷는 스님들 조차 불도에서 추구 하는 자비로움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다. 어린 아이의 장난을 좋게 타이르기는 커녕 그저 수행에 방해 된다며 길손이를 사실상 추방 하기나 하는 등, 바로 그 때문에 길손이는 암자로 갔다가 고립 되어 죽었다.
그 절정은 마지막 부분인데, 직전 관세음보살은 길손이의 순수함을 칭찬 하면서 역설적으로 믿음은 없이 그저 자신에게 뭔가를 해 달라고 빌기만 하는 사람들의 탐욕을 비판하였다. 관세음보살의 전설이 퍼져나가자 사람들은 또 다시 암자로 몰려들어 믿음 없는 댓가성 기도만 올리는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7] 어린 아이가 쓸쓸히 죽은 건 관심도 없고 신적인 존재가 강림 했다는 것만 주목 하며 자기 욕심이나 챙기는 한심한 어른들의 옆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동시에 불쌍한 남매를 지키지 못 한 죄책감을 가진, 작중 출현 한 어른들 중 유일하게 양심적인 어른인 섭정 스님과 그저 자신의 동생을 다시 보고 싶어하며 슬퍼 하는 감이의 한탄이 대조 되어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원작은 이렇게 죽은 남동생 길손이를 태우는 재 라도 잡아보려는 감이의 모습으로 끝맺었다. 결과적으로 관세음보살도 아이를 살려주지는 못 했고, 스님들도 기적을 이용 하려고만 할 뿐이라 부처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장면으로 끝난다. 다만 오세암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장면이 생략 되었다.[8]
3. 미디어 믹스
3.1. 영화
1990년도에 태흥영화가 이 작품을 바탕으로 영화화했는데, 박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윤택이 극본, 손현채가 촬영, 이종구가 음악 등을 각각 맡았다. 자문은 지용 스님이 참여했고 강원도 동해 삼화사 및 관음사, 충남 아산시 공세리성당 등이 촬영에 협조했다.남주인공 길손이 역은 아역 배우 심재림, 감이 역은 서혜진이며 김혜수가 안젤라 수녀, 조상건이 행운 스님 역을 맡았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말썽쟁이 형제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동네 양아치로 조형기가 출연했다.
3.2. 애니메이션
자세한 내용은 오세암(애니메이션) 문서 참고하십시오.
[1]
사실 이 골방이 있는 암자가 방치 된 원인이기도 한데, 예전에 이 골방에서
문둥병에 걸린 스님이 머물다 죽었기 때문이다.
[2]
여기서 설화에서 처럼 스님이 길손이이게 '무서우면 관세음보살님을 찾거라' 라고 말 한다.
[3]
보통 어린이용 문고판이나 교과서에선 여기까지의 내용만을 다룬다. 애니매이션도 여기까지만 다룬다.
[4]
부처님은 머리를 북쪽으로 놓고 손을 머리 아래에 놓고 조용히 돌아누운 채로 열반 했다.
[5]
어찌나 많은지 암자 내부에는 이미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바깥에도 줄을 설 정도 이였다고.
[6]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한 이때의 발언 내용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 "저 연기 좀 붙들어 줘요... 저 연기 좀 붙들어 줘요...." 라고 말 하는데, 여기서 연기는
화장 하는 연기를 의미.
[7]
그 절정은 암자로 방문 하는 사람들을 소개 하는 대목인데, 한 양반은 암자에 가마를 타고 가려다가 산길이 험해 가마가 오르지 못 해 암자로 갈 수 없었다는 대목이다. 자신의 두 다리로 걸어가도 될 것을 기어이 가마를 타고 편하게 가겠다는 욕심을 부린 댓가로 암자 근처도 못 가게 됐다. 즉, 믿음이 아닌 욕심을 위해 암자로 가려 했음을 적나라 하게 보여준다.
양양군 어느 마을의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 해서 아들이 어머니를 지게에 올려주고 열심히 걸어서 무사히 도착 했다. 이를 통해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는 올라올 수 있음을 알려준다.
[8]
본래
불자 이였던 정채봉은
5.18 민주화운동 이후 갑자기
천주교로
개종을 했는데, 아마도 이 즈음 해서
불교에게 대단히 섭섭함을 느낄 일이 있었던 듯 하다. 추측을 하자면,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침묵 했던
불교계의 모습에 실망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이때 반대로
기독교 쪽은 열심히 활동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