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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비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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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니토고르스크, 첼랴빈스크주, 1920~30년대 로보트론[1], 드레스덴,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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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데즈다 야금 공장, 노릴스크, 2016년

1. 개요2. 종류3. 대중매체

1. 개요

콤비나트(Kombinat, Комбинат)는 러시아어로 분야별 · 제품별 · 기술적으로 연관된 기업과 공장들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켜 서로 결합하게 만든 대규모 복합 산업단지이다. 이오시프 스탈린이 1930년대에 산업화를 위해 추진한 5개년 계획 시기에 구상, 추진된 것으로서 원재료의 수급부터 완제품의 생산까지, 모든 생산 · 운송 과정에서 시간적/공간적 낭비를 최소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북한에서 부르는 련합기업소도 같은 개념이고 산업클러스터의 개념과도 유사하다.

콤비나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교통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콤비나트 내부나 근교에 필수적으로 발전소가 존재해야 했고 운송의 편리를 위해 철도나 고속 도로를 깔거나 아예 콤비나트를 항구나 교통망의 중심지에 건설하기도 했다. 그래서 콤비나트는 원료 산지에 건설하거나 교통이 편리한 곳, 또는 항만 시설 근처에 건설했다. 대체로 수입하는 원료와 자재의 비중이 높은 분야는 항구 지역에, 국내에 원료 산지가 있는 분야는 원료 산지 근처에 건설했다.

예를 들어 드녜프르 콤비나트와 마그니토고르스크 콤비나트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원산지에 공업 단지를 건설했고, 쿠즈바스 탄전 - 콤비나트, 안가라 - 바이칼 콤비나트를 비롯한 시베리아 지역의 콤비나트들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활용해 원료와 제품을 수송했다. 카자흐에서는 카스피 해 연안 지역의 하항(河港)을 현대화, 확장하고 인근에 콤비나트를 건설하여 카스피 해를 통해 빠르게 물품을 운송했다. 그래서 콤비나트의 건설에는 교통과 전력 인프라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콤비나트의 장점은 첫 번째, 여러 분야에서 연관성이 있는 기업과 공장들이 콤비나트에서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규모의 경제와 대량 생산성을 실현해 생산성을 높이고, 중복 투자를 막고 쓸데 없는 유휴 설비를 줄여서 비용을 절감한다. 또한, 다양한 시설들을 공유하고 여러 분야의 인력이 대규모로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 그리고 기업간, 분야 간의 교류와 기술 개발을 촉진시킨다.

두 번째, 자원을 다양한 용도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원료 확보가 쉽다. 유통 경로가 짧아서 중간 마진이 안 생기고 운송도 편리하기에 수송비도 절감할 수 있다. 석유 화학 콤비나트 같은 경우에는 파이프 라인을 중심으로 원료 확보와 수송 등의 과정을 신속하게 하기 때문에 기존의 산업 단지에 비해 시간과 재원, 원료를 절감할 수 있다. 즉, 콤비나트는 생산을 집중하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운송 과정도 개선한다.

세 번째, 자원을 한계까지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 심지어 폐기물까지도 버리지 않고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경제적이다. 예컨대 석유 화학 콤비나트의 경우, 부산물로 발생하는 황을 요소 비료를 만들 때 투입했으며 북한의 경우에는 파라핀으로 양초를 생산했다. 게다가 콤비나트의 폐열과 전력을 난방과 부대 시설 유지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콤비나트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긴 하지만, 각 산업 시설이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 절약 효과도 발생한다.

네 번째, 거대한 규모의 공업 단지가 지역에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개발과 주민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한다. 많은 숫자의 노동자들을 위한 대규모 주거 지구와 상업 지구, 교육 · 행정 기관, 문화 시설들이 들어서서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대규모 인구를 정착시킬 수 있다.

이렇듯 콤비나트는 생산력도 높고 경제적이라 초기 건설 비용이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단점이 없어 보이는 만능 공업 단지로 보일 수 있지만, 장점 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한 공업 단지이다.

첫 번째, 콤비나트가 분야별 · 기업별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공장이 모두 다 건설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을 빚고, 각 공장과 기업들이 합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 콤비나트를 장기간 운용하고 경제가 고도화된 뒤부터는 과잉 생산과 과잉 설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생산 시설이 노후화되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과잉 설비 때문에 교체 · 개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생산성 하락에 따른 이윤 감소로 인해 비용 회수도 난망해 지는 것.

독일 통일 이후, 통일 독일 정부는 동독 콤비나트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너무 낮다는 문제 때문에 200개 이상의 콤비나트를 12,000개 이상의 기업으로 분할했다. 이 중에서 고작 6 ~ 9% 정도만이 아무 문제 없이 충분한 이윤을 내고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고 25%는 아예 회생 불능이었다.

나머지 60% 이상의 기업들은 부채 정리, 구조 조정, 기술 지원, 경영 정상화 등의 조치로 회생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회생 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재원, 인원 감축에 따른 온갖 사회적 문제와 정권 지지도 하락을 생각하면, 정권과 국가 경제에 대한 후유증이 매우 심각했다.

세 번째, 극심한 환경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공장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보니 정말 심한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일본의 미나마타병, 한국의 온산병도 콤비나트를 비롯한 석유 화학 공업 단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질병들이다. 마그니토고르스크 콤비나트처럼 공업 지구와 주거 지구 사이에 공원을 비롯한 녹지를 건설한 경우도 있지만, 콤비나트가 만들어내는 심각한 환경 오염을 억누르려면, 막대한 환경 정화 비용이 필요하다.

네 번째, 기계 고장, 오작동 등의 문제로 인해 일부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면, 그 즉시 거대한 콤비나트 전체의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나 천재지변에 취약한 편이어서 자칫 잘못하다간, 기껏 지은 공단이 제대로 생산도 못하고 무너져서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다섯 번째, 규모와 조직이 거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공장이 입지해 있는 만큼, 의사 결정 과정이 경직되어 있어서 신속하게 사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콤비나트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자, 산업화의 상징적인 존재면서 시대적 변화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돈만 잡아먹는 쓸모 없는 공해 덩어리로 망가질 수 있는 존재이다.

2. 종류

석유화학 · 금속 가공 · 우주산업 · 군수공업 · 광공업 · 석탄 · 제철, 제강 · 알루미늄 가공 등의 중공업 콤비나트, 전자기기 · 섬유 · 셀룰로오스 · 농산물 · 육류 가공 · 유지 · 제분 · 제지 · 제혁 등의 경공업 콤비나트가 존재하며, 사실상 모든 산업 분야에서 콤비나트가 성립될 수 있다. 심지어는 해조류와 어류를 가공하는 콤비나트도 있다.

이 중에서 콤비나트를 대표할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석유화학 콤비나트일 것이다. 실제로도 가장 숫자가 많은 콤비나트 중 하나이며, 석유화학 콤비나트에서는 원유를 가솔린 · 디젤 · 나프타 · 아스팔트 등으로 정제한 다음, 연료로 저장하거나 플라스틱 · 합성 고무 · 에틸렌 · 의료용기 · 자동차 부품 · 전기용품 · 합성 섬유 · 프로판 가스, 파라핀 등의 다양한 석유 화학 제품으로 제조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콤비나트에는 드녜프르 콤비나트와 소련의 '피츠버그'라 불린 마그니토고르스크 콤비나트, 쿠즈바스 콤비나트, 안가라 - 바이칼 콤비나트가 있으며, 소련 시기에 건설한 콤비나트의 상당수는 지금도 계속 운영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원자력 콤비나트도 구상했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저렴하게 생산하는 대량을 에너지를 공급받는 농 · 공업 산업 단지이다. 원자로에서 해수 탈염을 해서 대량으로 관개 · 공업 용수를 제공해 줄 수 있고 전기 분해로 암모니아와 인산염을 만들어 비료를 생산할 수도 있으며 냉각수 배수를 활용해 양식장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원자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력 발전소보다 환경 오염도 훨씬 적고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구상과 원자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재의 콤비나트 중에는 화력 발전소 대신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곳이 상당수 존재한다.

현대의 산업 클러스터와 일부 산업 단지도 콤비나트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 클러스터가 콤비나트보다 더 개선된 것이 있다면, 클러스터는 기업 간의 교류가 주를 이루는 콤비나트를 뛰어넘어 기업과 정부, 연구 기관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 있다. 기업에서 연구 기관에 여러 가지 연구 과제를 제시하고, 연구 기관에서 발명한 최신 기술들을 현장에서 신속히 써먹을 수도 있을 것이며 기업이 정부 관료에게 해오는 요청을 정부에서 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등 다양한 협력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실리콘 밸리도 이런 산업 클러스터 중의 하나이고, 러시아에서도 2010년대부터 실리콘 밸리를 모방한 산업 클러스터들을 건설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일부 클러스터들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간주받을 정도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식량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한국에서는 곡물의 가공과 유통, 수출을 전담하는 식량 콤비나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신조어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냉전 시기부터 존재한 구상이라서 개념 오독에 가깝다.

3. 대중매체

Workers & Resources: Soviet Republic에선 플레이 성향상 이런 콤비나트를 자주 만들게 된다.

거대전을 포함한 특촬물, 특히 고전 울트라 시리즈에서 자주 전장이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가지보다는 미니어처의 디테일이 상대적으로 덜 요구되고 공업단지의 특성상 시가지보다 화약을 이용한 화려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 쇼와 1, 2기만 해도 이러한 거대 공업단지는 한창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풍경이었기 때문에 괴수의 재해성도 크게 부각되는 측면이 있었다. 21세기 들어 이런 거대 중공업 단지가 어린이들에게는 오히려 친숙하지 않은 풍경이 되면서 시가지를 주전장으로 삼는 비율이 높아졌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에 나오는 러시아 출신 사업가 드미트리가 냉전 막판에 농업 콤비나트를 하나 가지고 있다가 냉전이 끝나자마자 독점기업이 되어 비료 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1] 동독의 전자기기 콤비나트. 컴퓨터, TV, 모니터, 라디오, 타자기, 프린터, 사무용 전자기기 등을 생산하던 여러 기업들의 연합체였고 동독에서 가장 큰 전자기기 제조 회사였다. 1990년 독일 재통일 이후 소속 기업들이 모두 쪼개져 민영화되면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