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如來神掌직역하자면 '부처의 손바닥'이라는 뜻으로, 홍콩 영화에서 유래된 무공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워낙 유명한 무공이고 다양한 매체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정통 무협물 무공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1] 허나 여래신장은 비교적 최신(?) 무공이며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영화에서 시작된 무공이다.
2. 원전
거대한 '부처의 손'이라는 개념 자체는 서유기에 나왔을 정도로 유명한 요소다. 천계에서 한껏 깽판을 치고 있던 손오공 때문에[2] 석가여래가 나선다. 처음에 손오공은 그 앞에서도 기고만장하게 천계 옥황상제 자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놨는데, 석가여래는 그럼 자신과 내기를 하자고 한다. 바로 손오공이 자기 손바닥 밖으로 벗어나면 옥황상제 자리를 내주겠다는 것. 손오공은 그 조그만 손바닥에서 벗어나는 게 뭐가 어렵냐고 비웃으며 받아들이고 그 빠르다는 근두운의 술법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한참 날아가던 손오공은 문득 커다란 기둥 같은 것 다섯 개가 서 있는 걸 보고는 이게 세상 끝이라는 경계인가 보다 하고 거기에 '손오공 다녀감'이라 써놓고 오줌까지 갈기고 돌아온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다섯 기둥은 석가여래의 손가락이었고 거기엔 손오공 자신이 쓴 글씨가 버젓이 써 있었으며 지린내까지 났다. 손오공은 그제서야 상대가 보통이 아닌 걸 눈치챘는지 돌아가서 확인 좀 해 보겠다는 식으로 우물대면서 내빼려 하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석가여래는 손으로 그대로 손오공을 깔아버려 한 방에 제압하고, 손은 곧 높이 솟은 다섯 봉우리로 이루어진 오행산이 된다.
손오공은 그래도 아득바득 빠져나가려고 겨우 고개를 내미는데, 이 때 석가여래가 시키는 대로 산에 부적을 붙이자 산은 뿌리를 내려 땅에 딱 달라붙었고, 손오공은 얼굴만 삐져나온 채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3] 훗날 삼장법사가 올 때까지 갇혀 있게 된다.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지 뻔히 보일 때 '손오공이 날아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라는 속담이 종종 쓰이는데 여기서 유래했다.[4]
이 내용에서 유래하여, 거대한 손바닥으로 상대를 짓눌러 제압한다는 무공의 개념이 출발했다. 원전 서유기에서 제천대성 손오공마저 제압가능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여줬기에 매체에서 묘사될 때도 상당히 강력한 무공으로 묘사되는건 덤.
3. 홍콩 영화에서의 등장
1960년대에 총 5부작으로 시리즈 영화가 나오면서 최초로 여래신장이 작품화된다. 지금 보기에는 유치찬란하고 허접하기 짝이 없어보이지만 홍콩에서는 대단히 높이 평가받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홍콩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이후로 어지간한 홍콩 영화나 드라마에 여래신장이라는 무공이 단골로 등장하게 된다.내용은 화운사신에게서 초절정 무공 여래신장을 전수받은 용검비가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 해당 영화에서는 여래신장의 초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다.
- 제1식: 불광초현 佛光初現 석가모니의 깨달음이 처음으로 나타나다.
- 제2식: 아미불등 金頂佛燈 아미산 금정에서 불법을 전하다.
- 제3식: 불문가람 佛問迦南 바라문을 교화시키다.
- 제4식: 불아동재 佛我同在 부처와 나의 본질은 같다.
- 제5식: 불법쌍인 佛法雙因 불법에는 두 인(因)이 있다.
- 제6식: 서천영불 西天迎佛 부처가 열반하여 서쪽 하늘로 가다.
- 제7식: 불광보조 佛光普照 부처의 지혜가 중생의 마음에 두루 비치다.
- 제8식: 불법무변 佛法無邊 불법에는 끝이 없다.
- 제9식: 만불조종 萬佛朝宗 모든 부처의 근본은 하나로 이어진다.
영화가 흥하다보니 드라마화도 많이 이루어졌다. 하나는 1982년에 제작된 칠채여래신장(七彩如來神掌), 또 하나는 1993년에 제작된 여래신장 지 재전강호(如來神掌之再戰江湖), 나머지 하나는 2002년 작품 여래신장(如來神掌). 각 시리즈별마다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모두 다르다.
1989년부터 연재된 홍콩 만화 풍운에서도 등장한다. 홍콩 영화에서 출발했고 홍콩에서 상당히 유명세를 끌었기에 홍콩 창작물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무공이었던 셈.
3.1. 주성치 감독 영화
홍콩의 유명 영화 감독 주성치 역시 위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도 여래신장이 필살기처럼 자주 등장한다. 일례로 쿵푸허슬과 장강7호, 서유항마편 모두 여래신장이 나온다.쿵푸허슬에서는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필살기로 사용되었다. 마지막 결투에서 궁지에 몰린 싱이 하늘로 높이 뛰어오른다. 그리고
장강7호의 주연 아역배우 서교 역시 작품 중반부에서 이 기술을 사용한다. 신 월광보합에서도 언급된다. 그리고 2013년 서유항마편의 후반부에서 우주적 스케일로 여래신장이라는 이름의 어원인 붓다가 직접 선보인다.
4.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존재가 상대를 벌레 잡듯이 손바닥으로 찍어눌러 압도한다는 인상적인 연출 덕에 비단 여래신장이란 이름 없이도 창작물에서 불교나 승려 계통의 인물이나 캐릭터의 주특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여래신장 자체가 역사가 오래된 도교 내지는 무협물의 무공으로 착각할 정도.[7]2014년 소오강호를 모티브로 한 '소오강호 온라인'에도 여래신장이 등장한다. # 참고로 원본인 소오강호 작품에는 여래신장이 나오지 않는다. 무협이라고 하면 여래신장을 많이 필살기처럼 떠올리다보니 게임에 특별히 넣은 것.
로스트아크에는 기공사의 스킬로 등장한다.
2022년 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 갤러리에는 '수염을 기르다. 그리고 여래신장을 줍다'라는 아마추어 만화 작품이 올라왔다. # 내용 자체는 평범한 인물이 여래신장을 배워 사람들을 구원하는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고 제목은 수염을 깎다. 그리고 여고생을 줍다.의 패러디.
[1]
특히 주성치 영화에 매우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주성치 영화를 자주 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2]
그때 상제궁과 옥경대가 파괴되고 있었다.
[3]
참고로 이때 이렇게 갇혀 있는 동안 한나라, 삼국시대, 오호십육국이 지나 당나라 때가 된다.
[4]
혹은 '손오공'과 '부처님'을 각각 '너'와 '나'로 바꿔서 네가 날뛰어봤자(날아봤자) 내 손바닥 안이다 혹은 '그래봤자 손바닥 안'이라는 관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5]
한국 개봉명은 무림지존.
[6]
정확히는 여래신장의 위력뿐만이 아니라, 비겁한 술수로 자신을 기습하려 들었음에도 배움을 원한다면 기꺼이 전수해주겠다는 초탈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싱에게서 부처님의 모습과 자비를 겹쳐본 화운사신은 진심으로 감복하여 패배를 인정한다.
[7]
서유기에서 여래가 손바닥으로 손오공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건 말그대로 부처 본인이 직접 쓴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공을 '배워서' 여래신장을 쓸 수 있다는 묘사는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