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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슈피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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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슈피겔만
출생 1912년 3월 15일
사망 1968년 5월 21일
1. 개요2.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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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히로인. 본명은 안지아 슈피겔만(Andzia Spiegelman, 결혼 이전 성은 질버베르크(Zylberberg)). 작중 사용하는 '아냐(Anja)'라는 이름은 안지아의 별칭이다. 쥐의 주인공 브와디스와프 슈피겔만의 전처이자 작가 아트 슈피겔만의 어머니로, 현재 파트에서는 이미 고인이다.

2. 생애

갑부 가문인 질버베르크 가문의 차녀. 위로 오빠 롤렉과 언니 토샤가 있으며 심약한 성격으로, 그녀가 뒤에 겪을 홀로코스트가 벌어지기 이전에도 이미 극악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처녀시절 이미 많은 약을 먹었던 것이 표현된다. 특히 몸이 너무 마르고 신경이 예민했으며, 리슈 슈피겔만을 낳은 후엔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겪어서 요양하고 오기도 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 블라덱은 이미 루시아를 애인으로 사귀고 있었는데, 사실상 일방적인 관계였던 루시아를 찬 뒤 아냐를 선택한다. 아냐는 그녀에 비하면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지만, 블라덱은 아냐의 지성미와 고상함에 반했다고 밝혔다.[1] 쥐(만화)에서 아냐가 블라덱과 사귈 시절에 보내왔다는 사진을 작중에서 묘사한 그림. 블라덱은 "아냐처럼 폴란드어를 아름답게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라고 평했다. 폴란드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와 영어에도 능숙하였고, 블라덱만큼이나 언어적 재능이 매우 뛰어난 여성이었다.[2]

그 시대 부잣집 딸래미로선 특이하게도,[3] 젊은 시절 바르샤바에 사는 친구와 함께 공산당 관련 일을 했다. 급기야는 문서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검문원들이 쳐들어 올 판이었는데, 아냐가 세들어 사는 재봉사에게 억지로 맡기는 바람에 대신 발각되어 옥살이를 하고 오는 해프닝도 있었다.[4] 이 사실을 알게된 블라덱은 자본가로서 개인적으로도 공산주의자를 혐오하고 아냐가 위험에 처하는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공산당 활동을 중지하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했다고 선언해 그 뒤로 그만두게 되었다.

블라덱 슈피겔만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의 전부다. 블라덱은 아우슈비츠 내에서 자신이 위험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도 아냐에게 빵을 보내고 격려의 편지를 보냈으며, 전기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눈물 어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덧붙여 게토에서 아냐가 친척들이 점점 죽어가는 소식을 듣고 이윽고 조카인 롤렉마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자[5] 히스테릭함이 절정에 달해 "날 죽게 놔둬요!"라고 절규하지만 블라덱이 "하지만 살기 위해서 싸워야 해! 당신이 필요하단 말야! 언젠가 우리가 살아 남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라고 용기를 준다.

그리고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뒤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잘 대해준데다[6][7] 카포인 만치에[8]가 신경 써준 덕분에 무사히 살아남았고[9] 이후 블라덱을 찾아 소스노비에츠의 유대인 단체를 들락거리다가 마침내 남편과 재회, 1946년에 스웨덴으로 건너가서 부유하게 살았지만, 오빠인 헤르만과 같이 살고 싶어서 끝내 미국행 비자를 얻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살아남은 후에 1968년 갑자기 스스로 동맥을 끊고 유서도 없이 자살했다. 그녀 입장에선 여러 악운이 겹쳤던 것이 얼마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인 친 오빠(헤르만 질버베르크)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렸고, 아냐는 홀로코스트 시절이나 현재나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사라져간다는 사실 때문에 자주 히스테리에 빠졌다.[10] 원래 정신적으로 약하고 예민한 우울증 환자가 강박장애가 있고 신경질적인 남편과 같이 살았으니 마음고생이 심했던 데다가, 홀로코스트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던 사장님 영애가 갑자기 죄없는 친지들이 풀 베어지듯 죽어나가는 고통을 겪은데다,[11] 고향을 버리고 미국 땅으로 이민 와서 살고 있고, 남편은 성격이 크게 괴팍해졌고, 큰 아들은 어려서 죽었고,[12] 리슈를 잃은 후 얻게 된 아이이자 유일한 희망인 작은 아들은 툭하면 아버지와 싸우고, 맘에 안 드는 여자애와 사귀는데다가 정신병원을 들락거린다. 그 아들이 이민자 1세대인 아버지가 원하는 좋은 직업들인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예술가라는 직업을 구한 것도 가정을 힘들게 한 이유 중 하나. 거기에 결정적으로 정상적인 여성도 견디기 힘든 폐경기와 갱년기를 겪으며 우울증이 극단적으로 심각해졌다. 블라덱이 말하듯 그 모든 고난을 뚫고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생존자인 오빠마저 어떤 원한도, 이유도, 범인도 찾을 수 없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너무나 허무해서 견딜 수 없었던 듯.

지옥 혹성의 죄수 중 그녀의 장례식 장면에서 블라덱이 그녀의 위에 엎어진 채로 절규하기도 했으며, 아티가 마지막에 "어머니는 절 살해했는데 전 여기 남아서 벌을 받아야 해요!"라고 한 것처럼 아들 아티에게는 죄책감의 대상이 되었고, 남편 블라덱에게는 아냐가 죽고 난 후 그녀의 물건들을 모아서 불태우는 등 삶의 이유를 상실하고 방황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말이 되겠다. 심지어 블라덱은 그녀가 죽고 한참이 지나서도 아티와 대화하던 중 "아냐? 뭘 말하라는 거냐? 어딜 봐도 아냐가 보이는데... 나는 이 가짜 유리눈으로도, 다른 한쪽의 진짜 눈으로도, 감고 있든 뜨고 있든 늘 아냐를 생각하지...."라고 되뇌였을 정도.

아냐의 대학 교수도 그녀의 영민함을 대단히 칭찬했으며,[13] 한 번은 폴란드의 모토노바 부인이라는 사람에게 얹혀 살 때, 그녀의 아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친 적도 있다. 블라덱의 말에 의하면 전문가 수준이었다고. 문학에 재능이 있다. 블라덱과 연애하던 시절엔 '정말로 아름다운 폴란드어 연애편지를 써보냈다'고 하며, 벙커에 숨어 살 때도 늘 노트에 무언가 끄적였다고. 그리고 그녀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경험한 일들을 기록한 일기도 쓰면서 아티가 언젠가 이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했다.

그런데 아냐 사후에 블라덱이 아냐의 물건을 볼 때마다 아냐가 생각나서 괴롭다며[14] 그 일기를 포함해 그녀의 물건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훗날 아트 슈피겔만이 만화 를 집필하면서 혹시 어머니가 남긴 일기나 편지 따위가 있을까 집안을 뒤지며 찾고 다녔지만 아무것도 안 남았다. 만약의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기록들이 살아남아 온전히 아들인 아트에게 건네졌더라면 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쥐는 순수하게 블라덱의 증언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15] 이 일기에 대한 아티의 반응은 아트 슈피겔만 항목 참고.
[1] 다만 아냐의 집안이 돈이 많고 루시아 집안이 가난해서 블라덱이 아냐에게 장가갔다는 뉘앙스가 언급이 된다. 작중에서 블라덱이 직접 밝힌 팩트만 나열해보자면, 루시아 집안이 매우 가난했고, 루시아가 블라덱에게 돈 많은 여자에게 간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일단 블라덱이 돈만 보고 아냐한테 반한 것은 아니고 실제로 매우 사랑했다는 것은 꾸준히 언급되고 실제로 그랬다는 증언도 많기는 하다. [2] 블라덱이 영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걸 모르고 그를 소개해 준 친구와 블라덱 얘기를 하다가, 블라덱이 영어로 얘기할 때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으니 조심하는게 좋겠다고 하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깜짝 놀란다. [3] 사실 별로 특이한 일은 아니다. 아냐 슈피겔만은 당시 여성으로써 김나지움에 대학까지 다닌 고학력 엘리트였고,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유럽에서 공산주의 운동의 주축은 젊은 고학력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산주의 운동에 관여한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다만, 블라덱이 말리자 두 말 없이 공산당 활동을 중단한 것을 보면 공산주의 운동에 크게 심취하여 깊게 관여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4] 블라덱은 장인어른이 변호사 비용을 댔고, 더불어 그녀에게 많은 돈을 보상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티는 그건 좀 치사하지 않느냐는 듯 그 때 준 돈이 큰 돈이었냐고 묻지만, 블라덱은 아티의 속마음을 못 알아챈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한동안 옥살이를 시킨 보상이 될 만큼 큰 보상이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물론 아주 큰 돈이었다고 대답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족중심적인 보수적 기질이 강한 블라덱과 그보다는 탈 가족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아티의 성격 차이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5] 아냐 입장에선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이기에 롤렉이 (자신은 기술공이니 무사할거라며) 아우슈비츠에 자처하면서 가는 것을 울면서 뜯어말린다. 결국 조카마저 떠나자 "(리슈를 포함한 죽은 가족친척들을 나열하고) 이젠 그들이 롤렉마저 데리고 가요"라고 말하며 절규한다. 다만 롤렉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6] 아냐는 음식같은 걸 얻을 때마다 수용소 안의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었다고 한다. 본인의 목숨조차 건사하기 힘든 상황이였기 때문에 블라덱은 아냐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으나, 오히려 아냐에게 도움받은 사람들이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입을 다물어주면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줬다. [7] 아트는 이에 대해 '아버지는 이기적이어서 살아남았고 어머니는 서로 돕고 의지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라며 정확하게 요약했다. [8] 이 사람은 게슈타포의 애인이기도 했으나, 성격이 나쁘지 않아 아냐에게도 그렇게 나쁘게 대하진 않았다고 한다. [9] 사실 쥐가 출판된 후 아트가 만났던 아냐의 지인들 증언에 의하면 수용소에서 빠져나온 뒤에도 순조롭지는 않았는데 도망치다 우연히 만난 소련군 병사들에게 강간당할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유대계 소련 군인이 막아주어서 무사할 수 있었다고. [10] 블라덱은 "아냐의 오빠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부터 아냐도 조금씩 죽어갔지."라 평했다. [11] 블라덱 왈 장인은 백만장자였으나 그게 장인을 구해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장인은 유대인 경찰이었던 블라덱의 사촌 하스켈 슈피겔만에게 가산을 뇌물로 주고 수용소행 열차에서 빼내 달라고 부탁했으나 하스켈이 뇌물만 받아 챙기고 장인 부부를 빼내지는 않는 바람에 가스실로 가고 말았다. 홀로코스트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면 제아무리 부자여도 소용없었던 것. [12] 심지어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아냐의 언니 토샤가 수용소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리슈를 비롯해 자신이 맡은 아이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면서 사망한 것이다. 사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는데 본래 블라덱은 자신의 지인인 폴란드인에게 리슈를 맡기려고 했으나 아냐와 처가인 질버베르크 가 사람들은 이를 격하게 반대하여, 결국 남편의 친척이 고위직에 있어 그나마 믿을만 했던 아냐의 언니 토샤가 리슈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리슈 보호 계획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블라덱의 지인 중 어떤 부부는 자신들의 자녀를 블라덱의 처음 계획처럼 알고 지낸 폴란드인에게 맡겨서 자신들은 수용소에서 죽었지만 아이는 무사히 살아남은 반면, 아냐의 언니 토샤는 남편의 친척어른이 끌려가게 되자 자신들도 수용소에 끌려갈 것을 걱정한 나머지 자신의 딸과 리슈를 비롯한 조카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결국 블라덱의 친구 부부는 비록 살아남지 못했으나 아이는 살아남았고, 블라덱 부부는 살아남았으나 어린 아들 리슈는 살아남지 못하고 죽었다. [13] 블라덱과 아냐가 결혼 전에 아냐의 은사였던 교수를 함께 찾아뵈었을 때, 교수는 블라덱에게 "난 여태껏 아냐처럼 영리하고 똑똑한 학생은 본 적이 없네!"라며 아냐를 칭찬했다. [14] 고집쟁이에 이기적인 블라덱이지만 그가 끔찍이 사랑하던 아냐가 죽은 뒤에는 심적 고통을 크게 받았다. [15] 블라덱은 자신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은 얼버무리거나 적당히 미화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