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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고기에 붙어 있는 지방조직을 일컫는다. 방언으로 '비게'라고도 하는데 표준 발음법에서는 [비게]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며, 북한에서는 '비게'가 표준어다. #가죽 바로 아래, 고기 부위의 끝자락으로 한자로 쓰면 피하 지방이다. 고기 위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거나 살코기 사이사이에 붙어 있으며 돼지고기에 많고, 소고기도 우삼겹 부위에는 많다. 내장 주변에도 많이 있는데, 기름이나 지방이라 하지 비계라고는 잘 부르지 않는다. 피하지방이든 내장지방이든 돼지는 라드, 소는 우지의 원료가 된다.
2. 상세
돼지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부위. 삼겹살과 오겹살을 보면 껍데기 부분에 큼지막한 비계가 붙어 있으며 그 밑으로도 촘촘히 박혀 있다.[1] 담백함이 일품인 목심에도 덩어리째로 붙어있으며 항정살의 아삭아삭한 식감은 살코기에 박힌 비계에서 나온다. 감칠맛과 더불어 비계에서 나오는 이 지방맛이 돼지고기의 핵심이며 이 때문에 비계는 돼지고기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위로 아무리 기름을 싫어해도 돼지 비계만큼은 호불호가 안 갈리는 경우가 있을 정도. 소기름은 싫어해도 삼겹살은 비계까지 잘만 먹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기름 덩어리이기에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예 비계 덩어리만 주문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비계는 찌개에 있을 경우 특유의 물컹하고 녹는 식감을, 구이로 먹을 경우 살짝 바삭하면서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열을 가하면 지방 부분이 부드럽게 익는데 이게 느글거려서 싫다고 하거나 특유의 물컹한 식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 부위도 얇게 저며서 바삭해질 때까지 튀기면 바삭하고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적당히 비계가 있는 부위가 좀 더 기름지고 고소하다. 아래의 다이어트 건 외에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부위로, 그냥 잘 먹는 사람들도 있으나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비계 부분은 철저하게 떼어내고 살코기 부위만 먹기도 한다.
동물의 지방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 부위이다. 또한 동물성 지방이라 이걸 어디에 쓰냐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빈대떡 부칠 때 식용유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맛이 더 좋다. 정육점 단골인 경우 고기를 살 때 부탁하면 비계는 공짜로 주기도 한다. 이 비계를 따로 가공해서 굳혀 만든 것이 라드(lard). 다만 라드라고 부르는 건 돼지 비계를 가공한 것 한정이며, 소의 비계는 소기름, 말의 비계는 말기름, 고래의 비계는 고래기름, 염소 내지는 양의 비계를 가공해서 굳혀 만든 건 탤로(tallow)라고 부른다.
어린아이들은 높은 비율로 비계를 싫어하는 반면 나이든 사람일수록 비계 때문에 삼겹살을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비계를 좋아하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계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어린아이들은 비단 삼겹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육볶음, 돼지 김치찌개 등의 비계를 꼭 떼고 먹는 경우가 많다. 보통 비계를 싫어하는 이유로 민감한 미각을 갖고 있으면 지방이 비리고 식감이 물컹거린다는 이유를 댄다. 물론 반대로 어릴 때부터 지방맛에 길들여져 비계를 찾거나 가공육이 아닌이상 비계가 없으면 기피하는 아이들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실제로 어른이 되어서도 못 먹는 사람들은 지방 뿐만이 아니라 비계 특유의 식감이 싫어서 안 먹기도 한다. 다만 바싹 익혀서 바삭바삭한 질감에 가까워질 때가 되면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직 바싹 안 익은 비계 특유의 물컹 + 느글느글한 식감은 없어지고 고소하고 바삭하니 약간 튀긴 돼지껍데기를 연상시키는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다.[2]
그 외에 '돼지 냄새', '돼지 누린내'가 나서 싫어하기도 한다. 대체로 성장하면서 그 냄새에 익숙해지고 맛있게 먹지만 일부는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평생 비계를 싫어하게 되기도. 누린내가 싫다면 후추나 여러 허브 등의 향신료를 뿌려서 구워보자. 냄새가 어느정도 죽는다. 마늘, 양파 등과 함께 굽는 것도 방법.
어린이일 때는 싫어하다가, 어른이 될수록 입맛이 바뀌며 살코기보다 비계를 더 좋아하게 되면 "아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라고 한다. 탈북자들 중에 삼겹살을 못 먹는 경우가 꽤 있는데, 어릴때 기름진 음식을 못 먹고 자라다 보니 삼겹살의 비계가 비려서 먹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분단 전, 본디 평안도 지방에서는 비계 비중이 훨씬 많은 돼지 수육을 즐겨 먹었으며, 이는 평안북도 출신 실향민들에게도 이어져 아직까지도 평안도 출신 노인들은 보쌈 전문점에 가면 비계 많은 부위로 달라고 주문을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제삿상에도 삼겹살 수육이 올라갔을 정도.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식품으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지금 쓰는 일반적인 식용유는 사실상 제조가 불가능한 식품[3]이었던 탓에, 동물의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지방이 매우 유용한 식품이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돼지는 별로 기르지 않아 거의 쓰이지 않았으나 소는 엄청 많이 쓰였는데 대표적으로 쇠고기 요리에 소 비계가 쓰여왔으며, 우지 파동 이전에는 라면 같은 가공식품에도 쓰이는 것이 소기름이었다. 돼지는 1960년대 이후에서야 비계가 많은 삼겹살과 목살 등이 선호되어 외국으로부터 수입할 정도로 많이 먹게 됐으며, 한우도 기름이 많은 부위를 마블링이라 하여 높은 등급으로 치는 편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가죽으로 싼 살코기와 비계로 싼 뼈를 신에게 바쳐 선택하게 했는데, 신은 비계로 싼 뼈를 선택했다고 한다.[4] 때문에 신전에서는 비계로 번제(태워서 제물로 바치는 것)를 올렸는데, 이 재를 탄 물이 때가 잘 빠진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비누의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중국 요리에서는 돼지기름이 필수요소로 취급되며,[5] 유럽에서도 쇼트닝이 개발되기 전에는 빵이 딱딱하게 굳으면 고기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을 찍어 먹기도 했고[6], 지금도 돼지기름[7] 같은 정제유를 만들어 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각종 요리에 비계를 식용유 대신 써서 풍미를 더하는 경우가 있는데 돼지고기에는 돼지기름, 소고기에는 소기름을 쓰는 식으로 해서 요리의 풍미를 돋워주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돈가스를 라드로 튀긴다거나 소고기 스테이크를 팬으로 구울 때 소기름(액체 소기름이나 또는 소 베이스의 탤로)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에도 돼지 비계로 라드를 짜 그걸로 김치를 볶으면 맛이 남다르다. 구이 집에서도 불판을 비계로 문질러 준다. 실력 좋은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 전문점에서는 두태기름이라 하여 소의 콩팥에 붙어있던 비계를 많이 사용하는데, 내장의 위치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비계인 만큼 그 조직 구조의 특이성때문에 매우 튼튼하고 풍미 또한 좋아서, 소 비계로서는 최상급으로 여겨진다.
러시아와 동유럽에는 돼지비계 덩어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살로(Сало)[8]라는 식품이 있는데, 보드카 안주로 인기가 있다. 보통 익히지 않고 칼로 저며서 먹는데, 후추를 뿌리거나 마늘을 곁들이기도 한다. 프랑스 요리 중에는 낮은 온도의 기름에 오래 익히는 콩피라는 요리가 있는데, 이 요리는 원래 녹인 비계로 익혀 그 상태로 굳혀 보관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계가 공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한번 만들면 몇 달을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역시 비계를 겹겹이 쌓은 뒤 조미료를 뿌리고 삭혀서 먹는 라르도라는 음식이 있다. 중국의 우저육은 염지한 돼지고기를 단지에 담고 돼지기름을 부어 밀봉해 여러 날 숙성한 것으로, 몇 달을 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동서양 가리지 않고 민중들에게 친숙한 식용 기름이었지만 1950~60년대 동물성 지방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미국심장학회의 발표 이후로 쇠기름이나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유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때문에 한때 한국에서는 동물성 유지의 취급이 굉장히 안좋았는데 1990년대에 공업용 우지/ 돈지 파동[9]으로 인해 더더욱 부정적인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동물성 정제유에 대한 인식은 2000년대 방영된 이경규의 복불복쇼에서나 나오는 경악스러운 식품 수준.[10] 그러나 2020년대에는 동물성 유지가 식물성 유지보다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와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탄고지 열풍이 불기도 하는 등 이전보다 대접이 훨씬 좋아진 편이다.
정육점에서 돼지비계는 헐값에 팔리거나 버려진다.[11] 사실 유럽에서도 전통적으로 풍차나 수차의 구동축에 비계를 윤활유 삼아 바르던 경향이 있어서 유럽권의 풍차나 물레방아 어딘가에는 이런 걸 걸어놓았고, 산업 혁명 전후로는 고래기름이 공업용으로 널리 사용되던 역사가 있었다.
과거 조선에서는 따로 정제유를 식품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돼지기름이 바셀린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도 나온다. 20세기 들어서는 천연제품의 인기로 바셀린 대용이나 천연 비누의 재료로 정제된 돼지기름을 사용 하는 경우도 있다. 정제된 돼지기름은 냄새도 거의 없고 바셀린과 유사하게 생겼다.
피부에 비계를 발라 추위를 피했다는 기록은 여러 문화권에도 나타난다. 켈트족이나 여진족 등에서도 있고 로마군은 북쪽 원정가는 병사들에게 따로 지급했을 정도. 먹을 수도 있고 발라서 살이 트는 것을 방지하기도 좋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유목민들은 양기름을, 수렵민들은 사냥한 야생동물의 기름을 이러한 용도로 쓰기도 했다. 물론 식용유를 잘 사용하지 않았던 조선도 빈대떡 등의 부침개를 만들 때 돼지비계를 사용했다. 이것은 현재 이북의 명물요리 녹두지짐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지방을 섭취할 경우 추운 곳에서 버틸 수 있는 열량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계와 같은 기름진 음식을 꽤 자주 먹는다. 러시아나 동유럽 국가 사람들이 나이 먹으면 비만 체형이 되는 것도 이런 식습관 탓이라는 말이 있다. 정 반대로 무더운 곳에서도 움직일 때마다 열량 소모가 엄청나서인지 비계를 사용하는 요리가 종종 보인다.
요즘은 동물의 지방 함량률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는데, 보통 사료 배합 비율이나 양 조절, 그리고 운동량 조절을 활용한다.
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기피해야 한다. 특히 소고기의 마블링의 경우는 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인데, 이게 설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
솔트 배(Salt Bae)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요리사 누스레트 괵체의 시그니처 메뉴 중의 하나가, 소의 비계를 튀긴 다음에 레어 수준으로 익혀서 가로로 반을 가른 스테이크 사이에 끼워넣어서 익힌 것이다[12].
북한에서는 비계가 많이 붙은 돼지고기를 지도자급 돼지고기라고 부른다. 출처
3. 관련 문서
[1]
다만 비계가 너무 많이 붙은 삼겹살은 상품 가치에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제주도 비계 삼겹살 사건 참고.
[2]
당연한 것이 지방을 저 정도로 구우려면 함께 붙은 고기는 오버쿡 상태가 되기 때문.
[3]
참기름이나 들기름, 올리브 정도를 빼면 대부분의 식용유의 경우 곡류를 현대식 압착 및 증류장치와 화학적 추출 방법으로 제조하여 만든다. 현대식 추출 방법이 아니면 가격이 매우 비싸진다. 그리고
버터는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당시에는 만드는 데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4]
프로메테우스가 신을 골려주려고 낚시를 했다는 설도 있고, 신은 불멸의 존재이기에 뼈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선택했다는 설도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고대의 제사는 신에게 제물을 일부 태워서 바치고 나머지를 사람들이 나누어먹는 형태이고, 고대인들에게는 드물게 고기를 섭취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런데 살코기를 다 바쳐버리면 사람들이 먹을게 없다. 그래서 뼈와 비계를 바치는 것으로 신화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5]
예전에 공업용 돈지 사건 이후로는
쇼트닝이나
콩기름을 대신 쓰지만 정통 중식집에서는 지금도 돼지기름을 사용한다. 물론 중식집 중에서도
후이족이나
위구르족 같은 중화권의 무슬림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청진 요리 전문점에서는 돼지기름 대신 소기름이나 양기름 내지는 식물성 기름을 쓴다.
[6]
식품과는 좀 관계없을지 모르나 동물을 도축하고 나오는 기름을 윤활유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고증이 잘 된 영화로 유명한
킹덤 오브 헤븐에선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갑옷을 정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7]
한국에서도 라드를 만들기는 쉽다.
[8]
타타르인 등 동구권 내 무슬림 소수민족들은 소나 양의 비계로 만든
할랄 살로를 먹기도 한다.
[9]
수입업자들이 해외에서 우지와 돈지를 수입 할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해 공업용으로 신고해서 수입 후 식품으로 사용했던 사건. 언론과 시민들은 공업용을 식품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당연히 비판이 들끓었고 동물성 기름=공업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10]
복불복쇼에선 라드를 그냥 수저로 퍼먹고 그 느끼함을 체감하며 혐오식품처럼 소개했다. 평가는 삼겹살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이 굳은 걸 퍼먹는 맛이라고 한다. 실제로 삼겹살은 돼지기름 추출의 주요 부위다.
[11]
즉 자주 가는 정육점에 부탁하면 라드나 탤로를 만들 지방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지방 1 kg을 받으면 가정에서 몇 달은 먹을 양을 만들 수 있다.
[12]
구글에 '솔트배 소지방 스테이크'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