復活の日
1. 부활의 날(1964년 소설)
일본침몰의 작가로 유명한 일본의 SF 소설가 고마츠 사쿄가 1964년 발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소설.인류멸종을 다룬 소설로 유명하다. 먼저 발표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 해변에서(1957)의 영향을 받았다. 우주에서 채취된 미생물이 지상에 퍼지면서 생물학적 위기를 초래한다는 아이디어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1969)과 놀랄만큼 유사하지만 출간 시기는 부활의 날이 5년 더 빠르다. 고마츠 사쿄는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지질학과 지진 예측에 대해 조사하다가 영감을 얻어 이후 일본침몰을 집필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1981년에 <부활의 날>(김기실 옮김, 삼연사)과 <인류종말의 MM88>(강치영 옮김, 지성문화사)로 두 가지 번역본이 출간되었고,[1] 이후로도 어린이용 축약본이 <부활의 날>(삼성출판사)이란 제목으로 발간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모두 절판되었다. 미국에서는 <Virus: The Day of Resurrection>라는 제목으로 2012년 영역본이 출간되었다.
1.1. 줄거리
1963년에서 64년에 걸쳐 미국에서 쏘아올린 탐사선이 지구 대기권 300-500km 지점에서 외계 바이러스를 채취해서 귀환한다. 미 육군 세균 연구소에서 개량을 거친 결과, 이 바이러스는 섭씨 영하 10도 전후에서 포아 상태로 증식을 시작하여 영하 3도가 넘으면 증식율은 100배 이상이 되며, 섭씨 0도를 넘으면 무한정으로 증식하게 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섭씨 5도에서 바이러스가 맹독성을 지니게 되고, 이 단계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율은 놀랍게도 영하 10도 때의 약 20억 배에 달하게 된다!. 이 샘플 중 일부가 영국으로 유출되고, 그곳에서 이를 바탕으로 통칭 MM-88로 불리는 세균 병기가 개발된다.[2]196X년 2월, MM-88을 도로 미국으로 빼돌리기 위해 공작을 펼쳐 시료를 손에 넣은 CIA요원들이 경비행기로 터키로 향한다.그러나 혹한기의 알프스 산맥을 넘으려다 실패하고 추락해 요원 전원이 사망하고 만다. 그런데 추락사고로 MM-88이 든 병이 깨지면서 바이러스가 대기 중으로 누출되고 만다.
곧 3월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자, 전세계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져 축사의 닭들은 이미 죽어 있는 계란을 낳고 죽어버린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계란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질병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계란을 이용한 백신 개발이 난항을 겪게 된다. 또한 다른 가축들도 이상증세를 보이며 죽어간다. 사람들도 고열을 수반한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죽어간다. 질병의 최초발견지역이 티베트였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 질병에 '티베트 독감'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미국의 일부 과학자들이 이 질병의 무서움에 대해 경고하지만 미군은 자신들이 개발하려했던 세균병기가 인류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은폐하기위해 과학자들을 감금한다. 하지만 과학자들도, 그리고 그걸 지시한 장군들도 모조리 독감에 걸려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죽고 만다. 이들 외에도 이 티베트 독감이 보통 인플루엔자가 아니라고 의심한 사람들은 있지만, 아무도 이것의 정체가 생물무기였다는 결론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초여름을 넘기면서 전염병이 본격적으로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한다. 이를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이나 방역 연구가 범지구적으로 진행되지만,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사와 연구자들마저 이 질병에 희생당하는 바람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미국에선 주정부에서 백신을 주사하면서 흑인들을 차별하자 폭동이 일어나 주정부군이 시위대에 발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일본에서는 자위대가 출동해 시체를 소각하는 등 방역 대책을 실시해보지만 결국 도시 기능은 정지하고 도쿄는 거대한 무덤으로 변한다. 심지어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육상 척추동물들이 이 병에 감염되어 몰살당한다. 이 과정에서 남극이 유일한 안전지대라는 것을 깨달은 남극 기지의 인원들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파 관제를 실시해서 전세계에서 날아드는 구조요청에 침묵한다.
결국 8월이 지나고 여름이 끝나면서 남극에 체류하던 1만 명과 핵잠수함 3대를 제외한 전세계의 인류와 모든 포유류들이 겨우 독감 때문에 전멸하고 만다. 그나마도 핵잠수함 한대는 감염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대서양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격침당한다. 남극에 남아 있던 1만 명의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아직 닿지 않은 혹한의 땅 남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 각자의 국적을 버리고 '남극인'으로 연합하여 살아가게 된다.
4년 후, 일본인 지진 연구자 요시즈미 토시오는 몇 개월 뒤에 미국 알래스카에서 일어날 진도 8.9-9의 강력한 대지진을 예측한다. 그런데 과거 미군 소속이었던 카터 소령이 알래스카 대지진이 일어나면 미국이 보유한 자동보복장치(Automatic Reaction System, ARS)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ARS는 인적 요인에 의해 핵보복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하고, 컴퓨터가 적국의 핵 공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카터는 ARS가 지진을 소련의 핵공격으로 오판하고 이미 전염병 때문에 무인지대가 된 소련을 향해 핵미사일을 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개념인이었던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은 자신들이 죽기 전에 자동보복장치를 해제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독감으로 인해 죽고 말았고 미국의 장군들이 그들의 몸에서 열쇠를 탈취하여 이를 가동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자 소련군 국방부 출신의 네프스키 대위는 역시 미국의 핵공격을 감지한 소련의 자동보복장치도 똑같이 무인지대가 된 미국을 항해 핵미사일을 발사할텐데, 소련의 핵미사일 중 몇 기가 남극을 향해 조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NASA에서 로켓 발사 시험기지를 남극에 건설했는데, 그것을 핵미사일기지로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남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자동보복장치를 멈추는 작전이 입안된다. 이를 위해 소련 핵잠수함은 모스크바를 향하고, 요시즈미와 카터는 미국 핵잠수함에 탑승해서 워싱턴 DC로 가는 사실상 자살 임무에 자원하는데...
1.2. 평가
수십 년 전의 작품임에도 생물학적 테러와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COVID-19의 공포에 직면한 21세기 초의 상황을 놀랄 만큼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탁견을 엿볼 수 있다. 또한 MM-88로 인해 허무하게 멸망해가는 인류문명에 대한 작가의 견해 및 차례차례 죽어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절망감, 공포심, 허무감의 묘사도 압권이다. 더불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난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건 여러 SF 작품에서 다룬 테마이긴 하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처럼 시스템이 능동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그저 방치와 우연한 사고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것이란 점에서 나름 독특한 시각이다.2. 부활의 날(1980년 영화)
부활의 날 (1980) 復活の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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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SF | |||
감독 | 후카사쿠 킨지 | |||
각본 |
다카다 코지(高田宏治) 후카사쿠 킨지 그레고리 냅(Gregory Knap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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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카도카와 하루키 | |||
출연 | 쿠사카리 마사오, 올리비아 허시, 보 스벤슨, 치바 신이치, 조지 케네디, 글렌 포드, 로버트 본, 헨리 실바,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 |||
음악 | 하네다 켄타로(羽田健太郎) | |||
개봉일 | 1980년 6월 28일 | |||
상영 시간 | 156분 |
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카도카와 하루키 제작, 후카사쿠 킨지 감독의 영화. 쿠사카리 마사오, 올리비아 허시, 보 스벤슨[3], 치바 신이치 등이 출연했다. 러닝타임은 일본에서 개봉된 오리지널판 기준 156분, 미국에서 홈비디오로 발매된 인터내셔널판은 108분, 그리고 여기서 더 짧아진 101분 버전도 존재한다.
해외수출 당시의 제목은 바이러스(Virus)로 한국에선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한 번 상영한 적이 있을 뿐 그 외에는 상영된 적이 없으나 VHS는 105분 정도로 미국 버전이 동진이라는 회사에서 1995년에 바이러스라는 해외 제목으로 출시한 적이 있다. 감독 이름은 로버트 본으로 표기되어 나온다.
이누가미 일족(1976)의 흥행을 성공시키면서 공격적으로 영화 사업을 전개하던 카도카와 쇼텐의 카도카와 하루키가 헐리우드에 맞설 만한 대작을 실현하기 위해 거대 자본을 투입한 작품이다. 25억엔의 제작비가 들어가, 1980년 기준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든 일본 영화였다. 미화로는 1600만 달러로 추산되는데, 참고로 1982년작인 블레이드 러너의 제작비가 3500만 달러였다. 출연진으로 올리비아 허시, 조지 케네디, 글렌 포드, 로버트 본, 헨리 실바,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등 쟁쟁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하는데다, 세계 최초로 남극에서 찍은 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등, 영화내외적으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든 작품. 하지만 흥행에서나 비평 면에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개봉한 해에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에 이어 일본 국내에서 흥행순위 2위를 하며, 24억엔의 배급수입을 거둔다. 하지만 이 정도 흥행도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 기대했던 해외 흥행 실적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카도카와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헐리우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미국에서도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홈비디오로만 출시되는 굴욕을 맞본다. 결국 카도카와 하루키는 그동안 밀던 대작 노선을 포기하고 세일러복과 기관총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영화로 전략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10년 후 기어코 하늘과 땅과에 50억 엔을 쏟아부었다가 더 큰 손해를 본다.
유튜브에 리마스터된 오리지널판이 영문 자막과 함께 올라와 있다.
2.1. 줄거리
1982년, 미국에서 빼돌린 MM-88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동독 육군세균연구소 과학자 크라우스 박사는 바이러스의 전례없는 위험성을 깨닫는다. 박사는 백신 연구를 위해 바이러스 샘플을 몰래 유출해 스위스의 백신 전문가에게 전달하려하지만, 이를 넘겨받은 것은 실은 MM-88을 회수하려 접근한 미국 정보 기관이었다. 이들은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복귀하던 중 사고로 알프스 산맥에 추락한다.봄이 되면서 알프스의 눈이 녹기 시작하자 인접한 이탈리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 노약자들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언론에서는 이를 '이탈리아 독감'이라고 명명한다. 이 질병은 초기에는 고열을 수반한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곧 폐렴 합병증으로 발달하며 무서울 정도의 전염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여름이 되자 전세계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MM-88은 섭씨 0도를 넘으면 무려 20억 배에 달하는 증식율을 보이는 치사율 100퍼센트의 최종병기였던 것이다.뒤늦게 진상을 파악한 미국 대통령은 인류에게 남겨진 유일한 피난처라고 할 수 있는 남극대륙에 산재해 있는 각국의 기지에 긴급 메시지를 타전한다. "성역(聖域)을 벗어나지 말라. 제군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일치단결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1년 후 인류는 남극의 863명을 남기고 전멸하지만, MM-88은 여전히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한편, 일본 기지의 지진 연구자인 요시즈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북동부에 대지진이 엄습할 것이란 사실, 그리고 이 때문에 미국과 소련의 자동 핵보복 시스템(ARS)이 가동하면서 발사될 핵미사일 중 하나가 남극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가 ARS가 있는 워싱턴으로 가서 시스템을 멈추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끝장인 상황. 마침내 요시즈미와 미군의 카터 소령은 생환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워싱턴행을 지원하는데...
원작과 영화 모두, 워싱턴 DC에 도착한 요시즈미와 카터는 결국 지진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핵미사일이 발사된다. 카터는 죽고, 요시즈미는 ARS가 있던 핵벙커 안에서 살아남는다.
이후의 내용은 원작과 영화가 조금 갈린다. 원작에선 핵미사일이 다행히 남극에 도달하지 않고, 핵공격으로 전세계에 퍼진 방사능이 바이러스를 해가 없게끔 변이시킨다. 남극에 남아있던 인원들 중 일부는 몇 년 후에 선발대로 남미대륙 최남단의 해안에 상륙한다. 거기서 그들은, 살아남은 남극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그 동안 걸어서 아메리카 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해 그 곳에 도착해있던 요시즈미와 재회한다.
영화에서는 오리지널판(156분)을 기준으로 핵미사일이 남극을 타격하긴 하는데, 만약을 위해 쇄빙선에 태워 미리 대피시켜둔 여성들과 남극에서 그 사이 태어난 갓난아이들, 그리고 소수의 남성들이 살아남는다. 이들은 남미 대륙 최남단의 바닷가에 정착해서 마을을 이루고 살다가, 여기서도 역시 걸어서 남쪽으로 귀환한 요시즈미를 맞이하게 된다. 남극에서 프랑스인 과학자가 개발한 백신도 효과를 보여 생존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얻은 것으로 나오며, 인류 부활의 희망을 보이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2.2. 평가
원작소설의 영화화는 출간된 직후부터 이야기 되었지만, 영화로 구현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지만, 헐리우드 제작사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해서 합작이 성사되지 못했고, 존 프랑켄하이머나 조지 P. 코스마토스[4]에게 먼저 감독 제의가 갔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캐나다 스텝들을 기용하고, 인의 없는 전쟁으로 유명한 후카사쿠 킨지가 감독을 맡게 된다. 당시에도 저예산 야쿠자 영화로 유명한 그를 대작 SF 영화에 기용하는 것에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이전에 고마츠 사쿄 원작의 < 일본침몰(1973)>을 흥행시켰던 모리타니 시로(森谷司郎) 감독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카도카와 하루키는 후카사쿠 킨지의 선임을 밀어붙였다. 후카사쿠 킨지도 SF영화인 <감마 3호 우주대작전>(ガンマー第3号 宇宙大作戦, 1968), <우주로부터 온 메시지>(宇宙からのメッセ-ジ, 1978)를 감독한 경험이 있고, 헐리우드의 대작 전쟁영화인 도라 도라 도라(1970)에 일본측 연출로 참여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나름 이유가 있는 결정이긴 하다.원작자인 고마츠 사쿄는 영화화된 자신의 작품들 중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을 남겼다는데, 불행히도 원작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평론가와 관객들은 <부활의 날>과 < 일본침몰(1973)>을 비교하면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개봉한 해의 키네마 준보 평론가 선정 베스트 10에도 들지 못했고, 대신 독자 선정 베스트에는 3위에 올랐다. 제작 상의 한계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전 지구적 재난을 다루면서도 그에 걸맞은 스펙타클을 보여주기보다는, 남극 풍경에 너무 큰 비중을 할애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미국 정부와 군부의 대처가 플롯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대부분의 미국 장면이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Oval Office) 안에서만 진행된다. 다른 세트를 지을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요시즈미가 남쪽으로 걸어가는 장면 하나 때문에 마추픽추까지 가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정성을 쏟으면서, 정작 판데믹의 중요한 고비들을 다루는 미국 대통령, 상원의원, 참모총장의 등장 장면들을 전부 이 방 하나로 다 때운다. 비록 이런 식으로 연출의 질이 고르지는 않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빼어난 영상미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묵시록적인 분위기, 인류의 멸망과 소생을 그리는 서사시적인 장엄함은 확실히 헐리우드식 재난물과 구분되는 이 영화만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본 영화의 장기였던 미니어처 특수촬영을 자제하고 과장된 연출을 줄이면서 하드SF소설인 원작의 분위기에 가깝게 최대한 사실적인 접근을 한 것도 특기할 만한 부분.
일본 영화계가 헐리우드를 따라잡기 위해 서브 컬처가 아닌 주류 영화를 통해 야심차게 정면도전을 시도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실패한 시도지만 나름의 의의를 갖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엉망으로 가위질 된 인터내셔널판이 아닌 오리지널판이 영어 자막과 함께 리마스터되어 나오면서 해외에서도 조금씩 호의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은 이후로는, 때를 잘못 탄 작품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2.3. 이야깃거리
- 워낙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 원작자 스스로도 이 작품의 영화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일본영화계의 풍운아로 유명한 카도카와 하루키가 직접 원작자를 찾아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가업을 이었습니다"라고 설득한 끝에 영화화를 허락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카도카와 하루키는 가업인 출판업보다 영화 쪽에 관심이 많아 남동생과는 사업적으로 라이벌 관계였다.
- 미국에서 가위질된 버전들 때문에 내용과 결말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처음 홈비디오로 발매된 108분 버전에서는 일본 내의 장면들 대부분과 기타 비중있는 신들 상당수가 잘려나갔지만, 요시즈미와 남극 생존자들의 재회 장면은 결말 부분에 살려놓았다. 하지만 101분 버전에서는 이것마저도 잘리고 영화가 핵폭발 장면으로 끝나버린다.
- 상술했듯이, 실제 남극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걸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는데, 남극 촬영 도중 스텝들을 태운 배가 좌초되어 침몰할 뻔한 사고가 생겨서 뉴욕 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 칠레 해군의 전폭적인 협조로 발라오급 잠수함 심슨(Simpson, SS-21)을 지원받았다. 남극 장면에 나오는 잠수함이 바로 이 배다. 설정 상으로는 영국 핵잠수함이지만, 핵잠수함치고는 크기도 작고, 선체 밖에 함포가 그대로 달린 구식 잠수함인 걸 쉽게 알 수 있다. 잠수함 내부 장면은 캐나다 해군의 오베론급 잠수함에서 찍었다.
- 원작에서는 판데믹 이후 남극 기지에 생존한 인원이 1만명(이중 여자는 16명)이지만, 영화에서는 863명(남자 855명, 여자 8명)으로 좀 더 당시 현실에 맞게 바뀌었다. 여자들은 모두 가임기의 연령대인데, 회의 끝에 이들은 인류 재건이라는 목적을 위해 아이를 갖는 임무에 동의한다. 이를 위해 젊은 남성들이 제비를 뽑아 여성들과 동침하는 장면이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일부일처제를 고수할 경우 유전자풀이 극도로 좁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아무래도 다른 상황이 연상된다는게... 인류 절멸이라는 극한 상황과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맞긴하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지만, 소설과 영화 모두 에두르지 않고 진지하게 묘사한다.
[1]
김기실 역본은 원문이 군데군데 조금씩 생략되어있다.
[2]
MM은 화성인 살인자(Martian Murderer)의 머릿글자, 88은 88번째 배양종을 의미한다.
[3]
저예산 장르에 주로 나온 배우이다.
V2로켓 폭파작전에서 주역인 예거
중위로 나왔다.
[4]
람보 2,
코브라의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