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3 16:47:03

보샹

1. 개요2. 작중 행적

1. 개요

Beauchamp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 행적

알베르 드 모르세르의 친구 중 한 명. 신문 기자이며 여러가지로 인맥이 넓어 정보 수집이 빠르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냥 알베르의 여러 인맥 중 한 명이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행보에 대한 파리 사람들의 여론을 보여주는 역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소설 중반부까지 치밀하게 복수의 판을 깔아온 백작이 드디어 심판을 시작하자, 보샹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피소드도 펼쳐진다. 그 시작은 그가 몸담은 신문사가 ' 페르낭이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장교가 과거 알리 파샤를 배신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일로, 이 기사를 읽은 알베르는 보샹의 신문사로 쳐들어가다시피 찾아가 "알리 파샤를 모신 내 아버지 이름이 페르낭 몽데고란 말이야, 이건 가짜 뉴스가 틀림없으니 당장 취소해, 아니면 결투다!"라고 우긴다. 본래 이 기사는 무슨 특집 기사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짤막하게 실린 단신인데다, 애초에 보샹이 낸 기사도 아니었다. 보샹으로서는 당연히 어리둥절할 노릇.[1]

여하간 보샹은 흥분한 알베르에게 상황을 듣고서는 '자네 아버지와 관계된 문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며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기사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여기 나온 페르낭 장교는 성도 당시 계급도 안 써 있고 그냥 '페르낭'이라는 이름만 있잖아. 그때 그리스에 파병 갔던 프랑스 장교가 한둘도 아닌데, 그 중에 페르낭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자네 아버지 하나였을 리가 있어? 자네 아버지라는 명백한 증거도 없으니, 다른 페르낭 아무개 씨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원한다면 '이 페르낭 장교는 모르세르 백작 페르낭 몽데고 씨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후속 기사를 내 줄게"라며 알베르를 달랬다.

사실 이 시점에 작중 주요 인물들 중 페르낭의 실체를 아는 건 페르낭 본인, 그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하이데, 하이데에게 진상을 들어 둔 몽테크리스토 백작, 백작에게 넌지시 귀띔을 받아 그의 뒷조사를 해 본 당글라르 네 사람뿐, 그 외에는 아들 알베르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페르낭의 악행을 전혀 모른 채 청렴한 군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작중 인물들에게는 보샹은 나름대로 논리적인 해명을 한 거고 오히려 알베르가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꽂혀서 앞뒤 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문이라는 것의 특성상 근거를 찾아냈든 못 찾았든 간에 "그 장교가 누굴까? 페르낭 아무개 중령일까? 아니면 페르낭 어쩌구 남작? 혹시 모르세르 백작인 페르낭 몽데고 아니야?" 하는 식의 이야기는 충분히 돌 수 있는지라 '고결하고 훌륭한(분이라고 믿었던) 아버지에게 그런 소문이 따라붙는 것조차 참을 수 없다'는 알베르의 우려도 완전히 기우는 아니었다.[2]

그래서 알베르는 요지부동으로 무조건 '기사를 취소하고 사과기사를 내지 않으면 결투다!'라고 강짜를 부린다. 보샹은 당연히 오보가 아닌지 확인도 안 된 걸 무조건 오보라고 인정하라는 그의 억지에 화가 났지만,[3] 꾹 참으면서 '내가 자니나까지 가서 조사해보고 오겠다. 결투든 뭐든 그 뒤에 하자'고 타협책을 제시한다. 이 타협안에 수긍한 알베르가 "하지만 조사에 걸리는 수주일동안 어떻게 참으란 말이냐"고 한탄하자 "우리가 여전히 친구였다면 조금만 참아달라고 위로했겠지만, 이젠 친구가 아니니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밖에 말 못하겠다"고 에둘러 위로까지 해 준다.

그런데 자니나 취재 결과 이 추문이 진짜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페르낭 몬데고가 페르낭 드 모르세르인 것을 알게 된 뒤에는 폭로하면 반드시 대특종일 유명인사의 엄청난 추문인데도 불구하고[4]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어차피 옛날 일이니 우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에게도 상관없고 아무도 모를 일이다' 라고 알베르네 집안의 명예를 지켜주려 했다.[5]

그러나 알베르가 기분 전환 삼아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따라 여행을 간 사이 다른 신문에서 이 사실이 결국 폭로되자 보샹은 급히 알베르에게 연락을 넣었고, 알베르는 부랴부랴 파리로 돌아온다[6]. 하지만 알베르가 돌아오는 동안 청문회가 재빨리 꾸려졌고, 그 자리에 몸소 증인으로 나선 하이데의 증언으로 페르낭은 유죄 판결을 받고 명예가 땅에 떨어진다. 청문회 방청객으로 참석해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본 보샹은 알베르에게 그간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 주고,[7] 아버지의 추문으로 인해 알베르 역시 망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러시아같은 먼 나라로 가서 한 10년만 숨어 있다 오도록 해. 10년 후에 대체 누가 이 사건을 기억하겠나?" 고 나름 현실적인 조언까지 해 주었다.

하지만 알베르는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힌 자에게 복수해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결국 보샹은 이 폭로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알베르와 함께한다. 조사와 추리 끝에 그들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바로 그 배후라는 결론을 내리고, 알베르는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이때도 보샹은 알베르가 자리를 떠나자 "백작님, 알베르가 지금 많이 흥분해 있는 건 제가 대신 사과할 테니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 주시면..."이라며 중재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알베르만큼이나 백작도 결투를 피할 생각이 없었기에 중재는 실패하고, 보샹은 알베르의 입회인으로 결투에 참석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 밤 사이 어머니에게 모든 진상을 듣게 된 알베르가 결국 다음날 결투를 포기한 뒤 백작에게 사죄하자, 그에게 머리도 식힐 겸 세간의 눈을 피해 파리를 떠나 도피하기를 다시 한 번 권하기도 했다.[8] 앞에서는 복수심 때문에 보샹의 권유를 거부했던 알베르는 이번에는 '페르낭의 아들로서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으니 스스로 떳떳하게 자수성가해 돌아오겠다'는 결심으로 파리를 떠난다.

알베르가 파리를 떠난 후에는 뤼시엥 드브레, 라울 드 샤토 르노와 함께 베네데토의 공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베네데토가 자신은 제라르 드 빌포르 검사의 사생아라며 그의 치부를 까발리자, 친구들과 함께 "세상에, 나 같으면 이런 꼴 당하느니 차라리 모르세르 씨 같은 최후[9]를 택하겠는걸"이라며 수군거리는 것이 마지막 등장.

종합적으로 보자면 그 역시 젊은이다운 한계는 좀 있지만, 초중반까지 성급하고 어른스럽지 못하며 생각이 짧던 알베르[10]에 비해 훨씬 어른스럽고 깊은 생각으로 알베르를 감싸주는 좋은 친구 역할을 한 인물. 다만 작품의 가치관으로 보면 이 어른스러움에는 좋지 못한 면, 즉 계산적이고 회피적인 면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 인물이 알베르에게 해 주는 조언들은 분명 진심으로 알베르를 위해 해주는 조언들이기는 하지만 그 방책은 대부분 당당하게 맞서 책임지기보다는 회피하고, 잊혀질때까지 숨어있고, 덮어두라는 방향인 것이다. 말하자면 어른으로써 비열하고 사악한 면은 없지만 반대로 당당하고 비범한 면이 돋보이는 인물이라고 할 수도 없고, 따라서 알베르가 아직 미숙하던 시기에는 그에 비해 어른스러운 면이 두드러지는 인물이었지만 성장한 알베르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자 그에게 더이상 도움을 줄 수 없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일종의 도덕적인 극복과 성장을 지향하는 본작의 등장인물로써는 한계를 지닌 인물인 것. 또 다른 알베르의 친구들과 비교하자면 뤼시엥 드브레처럼 '딱 도둑질만 하지 않는 속물' 보다는 좀 더 도덕적인 인물이지만,[11] 알베르가 도달한 도덕적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인물이라 설명할수도 있다.


[1] 단 페르낭이 자기 본명을 숨겨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읽는 것은 오류다. 페르낭은 이름 자체를 갈아치운 게 아니라 자기 과거만 세탁한 것인데, 원래 유럽 귀족들 중에는 가문명과 작위명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어 '모르세르 백작가 몽데고 가문'으로 행세한 것이기 때문. 보샹이 어리둥절해한 건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친구 아버지 이름을 바로 읊을 정도로 줄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 테니 '얘 왜 이 난리야? 가만, 얘 아버지 이름이 뭐였더라...'한 정도에 가깝다. [2] 특히 페르낭은 귀족원 의원, 즉 정치인이었으니 눈에 불을 켜고 그의 약점을 찾는 정적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리스에 파견을 간 것은 프랑스 육군 장교로 공식적으로 파견된 것이었으니 대외적으로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아무리 그리스에 갔던 프랑스 장교가 한둘이 아니라도 '페르낭이라는 이름에, 알리 파샤를 배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이'라면 상당히 적은 수로 압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 [3] 알베르가 협박조로 나오자, 보샹 역시 약간의 협박 섞어 "이전에 어떤 영국 귀족이 딱 지금 너 같은 태도로 해명을 요구하길래 죽여버린 적이 있었어, 넌 친구니까 참아주는 거야"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이 영국 귀족과는 언쟁 끝에 결투를 벌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4] 작중에서 보샹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신문기자답게 이쪽저쪽을 가리지 않고 폭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페르낭에게 적대적인 언론측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 그래서 자신이 (알면서도 알베르와의 의리를 위해) 묻어두려고 했던 페르낭의 추문을 그쪽에서 터트려버리자 "그거 엄청난 특종이긴 한데 모르세르 백작도 가만히 있진 않을거다. 괜찮겠냐?" 고 친근하게 걱정해주는 척 떠본 것이다. 그런데 그 쪽 편집장이 "우린 증거 다 가지고 있으니 저쪽에서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오자 다 틀렸음을 알고 알베르에게 니네 집 좆됐으니 빨리 와서 대책이라도 세워보라고 연락을 때렸다. [5] 따라서 이 부분은 (알베르보다는 어른스럽지만) 젊은이인 보샹이 빠지기 쉬운 오해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일이니 '그건 다 옛날 일' 이고 '지금에 와서 누가 그런 옛날 일에 상관하겠느냐' 싶겠지만... 실상 그 사건은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고, 그 일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특히 피해자의 딸인 하이데)이 엄연히 살아있으니 결코 단순한 과거사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6] 덤으로 이 와중에 알베르를 위해 해당 사실을 폭로한 신문사측을 살짝 떠봐주기도 했다. 해당 신문사의 친한 기자를 찾아가서 "그거 엄청난 특종이던데! 하지만 상대도 이만저만한 거물이 아니니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텐데, 괜찮겠어?" 라고 시치미 뚝 떼고 물어본 것. 하지만 상대 기자가 '핫하! 우린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반격해오면 얼마든지 맞서주지!" 라고 자신만만해 하자 '사건이 전부 다 탄로나버렸구나...'라고 알아차리고 호다닥 알베르에게 "다 들통났다. 의논하게 얼른 돌아와라." 라고 연락을 때린 것이다. [7] 흥미롭게도, 알베르를 진심으로 돕던 보샹마저도 페르낭을 고발하여 파멸시키고 돌아가는 하이데의 발걸음이 마치 ' 베르길리우스가 묘사한 여신과 같았다'고 찬탄했다. 말하자면 친구로써 알베르를 돕는 것과는 별개로 페르낭(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하이데의 복수는 정당하고, 그 복수를 당당하게 이뤄내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탄복한 셈. 근데 사실 알베르도 이 부분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지는 않고, 누가 자기 아버지에 대한 공격을 배후에서 조종했느냐를 따질 뿐 하이데의 복수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적개심을 보이지도 않기는 하다. 아마 둘 다 나름 본성은 올곧은 청년이기에 페르낭의 죄 자체를 옹호하거나 그에 대한 복수 자체를 비난할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8] 결투를 포기한 것 가지고 뭘 그러냐고 생각한다면 결투 문서 참조. [9] 페르낭은 자신의 파멸이 에드몽 당테스의 복수임을 깨닫고 그 직후 아내인 메르세데스와 아들 알베르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본 후 절망해 자살했다. [10] 알베르가 본격적으로 성장하여 어른스러워진 것은 후반부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죄값으로 파멸하는 것을 목도하고, 자기 자신 역시 아버지가 부끄럽게 얻은 재산을 버린 후 생활고의 쓴맛을 좀 보게 된 뒤의 일이다. 초중반까지는 본질적으로 선량한 청년이었지만 성급하고 오만한 면이 있었다. [11] 물론 뤼시엥 드브레도 당글라르같은 도둑놈보다는 훨씬 나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