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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Mefo-Wechsel나치 독일이 재무장을 비롯한 각종 국책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6개월짜리[1] 단기 채권으로, 민간 버전으로는 외파어음(Öffa-Wechsel)[2], 군사 버전으로는 메포어음[3]이 있다.
"메포-벡셀 채권"이라는 표현도 종종 보이는데 벡셀(Wechsel)이라는 단어가 어음 또는 채권을 의미하므로 역전앞과 같은 중복 표기다.
2. 상세
국가 단위의 채권이지만 정부 발행이 아닌 기업 발행 채권이라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당시 제1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연달아 겪어 돈이 없던 나치 독일이 관급 사업을 하던 어용 기업에게 대금으로 돈 대신 채권을 발행할 권한을 준 것인데, 신용도가 매우 높은 중앙은행(라이히스방크)이 갚겠다는 보증을 섰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신용할 만한 물건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용기업이 발행한 어음이 중소 은행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중소 은행은 자기들의 큰형님이 보증 선다니까 군말없이 어음을 주는 대로 받았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멀쩡한 중앙은행이 보증 서는 신용어음인 데다 특이하게 이자율도 연 4%가 붙는 로우리스크 미들리턴 금융 상품이니 민간인들도 너도 나도 사겠다고 나서는 독일 최고의 인기 금융 상품이 됐고, 나치 독일은 돈이 아쉽다 싶으면 돈복사버그라도 터진 것 마냥 메포어음을 발행하였는데 그 규모는 막장이던 바이마르 공화국 국가 부채의 2/3 수준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당장 돈이 없다면 그냥 국채를 발행하면 될 것을 왜 어용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는 번거로운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될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채를 발행하면 인플레이션도 생기고, 국가 신용도도 떨어지고, 베르사유 조약 위반(재무장)으로 욕도 먹고 경제제재까지 각오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한번 비틀어 메포어음으로 발행한다면 시중에 돈 역할을 하는 신용도 높은 채권만 늘어났을 뿐이지 화폐의 총량은 변하지 않으니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고, 그러면서 정부가 직접 발행한 채권이 아니기에 눈에 보이는 정부의 부채는 늘어나지 않으므로 국가 신용도는 상승하며, 마찬가지로 정부가 직접 발행한 것이 아니니 비밀스러운 재무장도 가능하다는 기적의 논리를 가진 영구기관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세상에 영구기관은 없고 이건 발행자[4]부터가 ' 돈 갚는 건 무슨 수를 써도 갚기만 하면 됐지'라고 생각했던 것만 다를 뿐 국가급 규모의 폰지사기 행위였다. 대놓고 먹튀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메포어음의 규모는 나치 독일의 경제력으론 갚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일단 영혼까지 끌어모아 무기를 만들고 한탕을 해서 갚겠다고 전 국민들 상대로 사기친 것과 다를 바 없다.[5]
사실 나치독일 집권 이전, 바이마르 공화국 제2차 브뤼닝 내각 시기에도 '독일공공노동주식회사'라는 유령회사 명의로 외파어음을 발행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외파어음까지는 발행량도 12억 6천만 라이히스마르크 규모였고, 애초에 외파어음은 어음으로 끌어모은 돈을 공공건물 사업에 투자하여 민간 인프라를 늘리고, 국가 체급을 확장함으로써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계산 하에 이뤄진 것이라 (따서 갚겠다는 무식한 전제는 똑같지만) 목적도 건설적이었고 발상 자체는 꽤 그럴싸했다. 그러나 메포어음은 달랐다. 히틀러는 이렇게 채권을 무지막지하게 발행하여 끌어모은 돈을 생산성이 거의 없는 군수산업에 때려부었고, 이윽고 독일 정부의 재정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초반에는 메포어음을 대규모로 발행하여 당장 쥐어진 돈이 있으니 재정을 충당할 수 있었지만, 1930년대 후반 메포어음을 120억 라이히스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발행할 즈음에는 연 이자만 5억 라이히스마르크를 초과하였으며 독일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금을 전부 써도 메포어음을 다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국가재정 또한 더 이상 눈속임으로 때울 수 없는 수준의 적자로 인해 파탄나기 직전까지 몰렸다.
이렇게 되자 메포어음을 고안한 얄마르 샤흐트는 군비를 축소해서 빚을 갚자고 건의했지만 히틀러는 샤흐트를 해임하는 것으로 응답했고, 이후 오스트리아를 병합해서 중앙은행 금고를 비롯한 국영자산 일부를 이자로 내주는 식으로 따갚되식 빚 청산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전쟁을 벌이면서 폴란드,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체코슬로바키아, 그리스까지 점령하며 해당 국가들의 중앙은행과 국영기업, 유대인, 반나치 인사들의 자산을 몰수하여 메포어음 소유자들에게 불하하고 포로와 점령지 주민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약탈 방식으로 메포어음을 갚아냈으며, 그 와중에도 계속 늘어나는 군비를 충당하기 위해 메포어음의 발행량을 계속 늘렸다. 그래도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하며 유럽을 통일하기 직전까지 갔던 2차대전 초중반까지만 해도 정말 다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소련이 각성하고 미국이 참전하면서 전세가 뒤집히고 추축국이 결국 패망하면서 메포어음은 결국 휴지쪼가리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메포어음을 제2차 세계 대전의 원인으로까지 보기도 하지만, 샤흐트의 주장대로 전쟁이 아닌 방법으로 갚을 방법이 없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좀 무리한 주장이기는 하다. 다만 히틀러의 선택지를 둘로 좁히는 역할을 했음은 부정하지 못한다. 어음 상환을 위해 군비를 줄이고 뒤늦게라도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거나 남의 국고를 털어서 빚을 갚는 2가지 선택지가 있었고, 히틀러는 후자를 선택했다.
3.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 Hearts of Iron IV: 독일의 국민정신으로 나오며 효과는 매일 정치력 비용: +0.2, 소비재 공장: -5%, 군수공장, 공군기지, 해군기지, 요새, 해안 요새, 조선소, 대공시설, 연료 저장고, 레이다 기지 건설 속도: +25%, 정제소 건설 속도: +15%이며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정치력 비용이 상승하며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그리스를 중점으로 합병했을 때 ~~의 금을 이용한다는 멘트와 함께 정치력 비용을 감소할 수 있다. 전쟁 시작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불이 유예되고 지불이 시작되면 소비재 공장이 독일 전체 공장의 절반 수준까지 오른다. 당연하지만 독일 내전으로도(전쟁이니까) 어음이 떨어져나간다.[6]
[1]
필요에 따라 90일부터 5년까지 간편하게 연장 가능하며
국가긴급상황에는
만기가 지났어도 동결할 수 있었다.
[2]
메포어음보다 몇 년 앞서
바이마르 공화국이 발행했던 어음. 독일 공공노동 Deutsche Gesellschaft für öffentliche Arbeiten AG에서 따 온 이름으로, 메포어음은 이 외파어음의 복사판이다. 규모 면에서는 차원이 달랐지만.
[3]
메포어음을 위해 만든
유령회사인 철강회사 Metallurgische Forschungsgesellschaft m. b. H.의 이름에서 따 왔다.
[4]
고안은 경제장관
얄마르 샤흐트가 했지만, 후술할 이유로 군비를 줄이자고 건의했다가 쫓겨났으니 결국 히틀러가 발행자라고 볼 수 있겠다.
[5]
엄밀히 말해 사기는 아니긴 하다.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짜로 믿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한 것까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 후반부에는 질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발행하였기 때문에 사기가 맞게 되긴 했지만.
[6]
내전 시 반군(히틀러측)은 메포어음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