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04:10:27

대학설립준칙주의


1. 개요2. 배경3. 성과4. 관련 문서

1. 개요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설립 계획부터 최종 설립까지 단계별로 조건을 충족해 교육부의 인가를 받는 인가제와 달리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제도이다.

2. 배경

1970~1980년대 산업화에 따른 경제 호황에 힘입어 인력 시장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고, 또한 1993년까지는 대학정원이 수험생의 1/3만 채워놓을수있을 정도로 비율이 낮았고, 이 때문에 수험생의 1/3만 대학에 진학할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2/3는 대학입학을 접고 일찍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식의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재수생, 삼수생이 될수밖에 없었다. 또한 낮은 대학진학률로 인해서 1980년대에 과외금지 정책을 폈음에도 성적상승을 위해 몰래 과외받는 경우가 성행하여, 목표였던 사교육을 억제하는데에 끝내 실패하고 말았고, 결국 노태우 정부때부터는 재학생들의 사교육을 허용하여,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들까지도 대입경쟁에 뛰어드는 양상이 되었다. 이렇게 대졸 인력이 부족한데다가, 재수생, 삼수생이 증가하여 사교육 시장이 나날이 확대되어가자 김영삼 정부는 대학을 늘려 산업인력을 공급하고, 교육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 문민정부 1994년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대학에도 ‘자율’과 ‘경쟁’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5·31 교육개혁’을 추진했으며 대학설립준칙주의도 이때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이게 순효과를 일으킬줄 알았다. 그러나...

3. 성과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 20개교, 1998년 7개교 등 2011년 기준 300여 사립대 중에서 20%가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설립됐다.
대학설립준칙주의(1996~2003)
1996년 개교: 경남도립거창대학, 경남도립남해대학, 문경대학교, 위덕대학교, 인천가톨릭대학교, 차의과학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 성산효대학원대학교
1997년 개교: 경동대학교, 경북도립대학교, 경운대학교, 국제대학교,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성운대학교, 성화대학(2012년 폐교), 을지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정책연구대학원대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1998년 개교: 강원도립대학교, 극동대학교, 전남도립대학교, 충북도립대학교, / 건신대학원대학교,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1999년 개교: 가톨릭꽃동네대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 남부대학교, 현대중공업공과대학(2021년 폐교) /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예명대학원대학교, 온석대학원대학교
2000년 개교: 명신대학교(2012년 폐교), 서울사이버대학교, 송호대학교, 수원여자대학교, 예원예술대학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 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2023년 폐교),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2001년 개교: 경희사이버대학교, 고려사이버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세계사이버대학, 세종사이버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영남사이버대학교, 영진사이버대학교, 한국관광대학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2002년 개교: 금강대학교, 대구사이버대학교, 부산디지털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지대학교(2022년 통폐합) /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2003년 개교: 국제사이버대학교, 대구외국어대학교(2018년 폐교), 서정대학교, 선교청대학교(2012년 폐교), 송곡대학교, 아시아대학교(2008년 폐교),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선학유피대학원대학교
2004년 개교: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웅지세무대학교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2014년 폐교),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2005년 개교: 경북외국어대학교(2013년 폐교), 김해대학교, 신경대학교(2022년 화성의과학대학교로 전환) / 경안대학원대학교, 순복음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인제대학원대학교(2015년 폐교)
2006년 개교: 경복대학교 /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2009년 개교: 울산과학기술원, 중원대학교, 화신사이버대학교 /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2010년 개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 주안대학원대학교,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2011년 개교: SPC식품과학대학, 한국골프대학교, 한국복지사이버대학 / 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2016년 폐교)
2012년 개교: LH토지주택대학교, 건양사이버대학교, 포스코기술대학, 한국뉴욕주립대학교 /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2013년 개교: KDB금융대학교(2021년 폐교)

김영삼 정부의 대학정책 중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대학설립준칙주의였다. 일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풀어주겠다는 뜻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대학이 있어야 지식 기반 사회에 맞는 다채로운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 설립 인가를 되도록 억제하던 초기 김영삼 정부의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었다.

노태우 정부는 연일 터지는 사학비리에 대학 설립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1990년부터 김영삼 정부 초기인 1994년까지 4년제 대학 105건, 전문대학 221건, 개방대학 47건 등 총 373건의 대학 설립 신청이 접수됐지만 실제로 허가를 받은 곳은 83건(4년제 19건, 전문대 51건, 개방대 13건)에 불과했다. 김영삼 정부는 부정입학 사건으로 상징되는 사학비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1993년에 대학 설립 인가 요건을 크게 강화했다. 대지, 교사, 도서, 기숙사 등은 종전 설립 인가 요건보다 40% 이상씩 강화했다. 학교 재단의 수익용 재산 기준액은 종전 10억 원 이상에서 413억 원 이상으로 대폭 높였다. 교지는 10만 2,000평을, 재원은 1,200억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실 사학의 가능성이 있다면 설립 인가 때부터 배제하고, 능력 있는 육영가가 질 높은 대학을 설립하도록 유도하는 대학 설립 기준 인가예고제를 도입해 1996년 개교 예정인 대학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5·31교육개혁안이 발표된 다음 해인 1996년에 대통령령으로 '대학설립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도 못 미치는 대학 설립 준칙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인문계는 교원 1인당 학생 25명, 이공계는 교원 1인당 학생 20명을 확보하도록 했다. 당시 OECD 평균은 15명이었다. 기존 대학에는 해마다 따로 지침을 마련해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1996년에는 교수를 설립 준칙의 63퍼센트 정도만 확보해도 개교가 가능하도록 했으나, 이듬해인 1997년에는 80퍼센트로 높였다가 1998년에는 다시 50퍼센트로 낮추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적용하면서 대학 수는 크게 늘어났다. 2004년에는 1996년보다 43개교가 늘었고, 입학 정원 역시 83만 명이 늘어났다. 대학의 난립을 부른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뒤이은 정부들에 대학 구조 조정을 밀어붙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5·31교육개혁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이었던 박도순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별도의 수학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만 대학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에 교수 방법에 따라 누구는 대학 과정을 어려움 없이 이수할 수 있고, 원하는 이들은 모두 대학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준칙주의는 앞의 철학이 뒤의 철학으로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양한 재능을 갖춘 이들이 모두 자기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기관이 나와줘야 한다는 문민정부 교육철학에 근거한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대학 보편화 현상에 조응하는 정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원을 못 채워 허덕이는 대학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개혁위원회는 대학의 진입과 퇴출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망할 곳은 망하고 수요자가 선택하는 곳만 살아남도록 대학에 자유 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장 원리가 완벽하게 작동하려면 이동성이 보장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한 대학이 망하면 그 구성원이 자유롭게 다른 대학으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현실에서 이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대학이 망하면 당장 학생 보호 문제가 불거질 게 분명했다. 교육부는 이동성의 제약으로 아직은 교육정책에 시장경제 원리가 완벽하게 작동할 수 없다고 보았다.

5·31교육개혁안에 따라 대학설립준칙주의와 함께 실시된 자율적인 정원 조정은 대학을 서열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립대학의 자율적인 정원 조정은 교육 여건이 갖춰진 포항공대 등 지방 사립대학 7곳부터 1997년에 시작되었다. 이듬해에는 수도권의 야간 및 지방 사립대학 41곳으로 확대되었다. 1999년부터 지방의 모든 사립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 있었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2008년 수도권의 대학 수는 1990년과 비교해 19개교가 늘어났다. 비수도권에서는 47개교가 늘어났다. 여기에 대학 정원 자율화정책이 수도권까지 확대되면서 수도권 대학은 더욱 비대해졌다. 결국 대학교육의 수도권 집중이 심해졌고, 대학은 SKY-IN SEOUL-수도권 사립대학 또는 지방 국립대학-대형 지방 사립대학-중소 지방 사립대학 순으로 철저하게 서열화되었다. 지방대학에서는 정원 미달 사태가 일어났으나, 수도권 대학에서는 늘어난 정원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대학과 권력(김정인, 2018), 286~289.

4.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