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60년대 물리학자 윌리엄 뉴컴(William Newcomb)이 제안한 사고 실험이자 유명한 역설이다. 사회 철학자 로버트 노직이 뉴컴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문제 형태로 공개하였고, 이후 수학자이자 대중 저술자인 마틴 가드너가 유명 잡지에 기고하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문제가 되었다.
2. 내용
당신은 게임 하나를 제안받게 된다. 당신 앞에는 투명한 상자 A와, 불투명한 상자 B가 있다. A 상자에는 1만 불(한화 약 1,300만 원)이 들어 있다. B 상자에는 100만 불(한화 약 13억 원)이 들어 있거나, 혹은 비어 있다. 당신은 두 상자를 전부 들고 집에 가거나 또는 상자 B만을 들고 갈 수 있다. 상자 B에 들어갈 돈은 완벽하게 미래를 예견하는 점성술사가 정했다.[1] 점성술사가 당신이 상자 두 개를 전부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면, B 상자에는 돈을 담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상자 B만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면, B 상자에는 100만 불이 담긴다. 당신이 게임을 위해 방에 들어갔을 때 점성술사는 이미 예측을 마치고 떠났고, 상자 B에 담긴 액수는 이미 정해져 있게 된다. 이 게임에서 당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3.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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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상자 B만을 가져간다.
점성술사의 예언은 100% 정확하다면 내가 상자 A도 같이 가져갈 경우 점성술사는 그를 예견하여 상자 B를 비워 두었을 것이고, 따라서 나는 1만 달러만 얻게 될 것이다. 반면에 내가 상자 B만을 가져가는 경우에는 점성술사는 상자 B에 100만 불을 넣어 두었을 것이고 따라서 나는 100만 불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상자 B만을 가져가서 100만 불을 얻는 것이 최선이다.
이 풀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완벽한 미래 예측자'라는 조건이 인과관계를 도치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간주한다. 즉,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상자에 얼마를 넣었는지가 원인이고, 그 상자를 가져갈 때 얼마를 얻을 수 있는지가 결과이지만 해당 조건이 부여됨으로써 상자를 가져갈 것인지 아닌지가 원인이 되어 상자에 얼마를 넣을지가 결정된다. 따라서 상자 A를 가져갈지 말지를 결정한 뒤 B에 들어가는 액수가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야야 한다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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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 상자 A, B를 모두 가져간다.
점성술사는 이미 예측을 하고 떠났고, 내가 선택을 하는 시점에서는 B 상자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 말은 곧, 상자 하나를 취하든 둘을 취하든 결론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B 상자에는 돈이 100만 불이 들어 있거나 들어 있지 않거나 둘중 하나인데, 돈이 들어 있다면 나는 101만 불을 얻게 되고, 돈이 들어 있지 않다면 적어도 1만 불은 얻게 된다. 따라서 상자 둘을 모두 취하는 것이 언제나 B 상자만 취하는 것보다 1만 불이 더 얻을 수 있으므로 유리하다.
4. 해설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으로 선택1을 하던 선택2를 하던 그 선택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다는 것이다.이 문제가 역설일 수 있는 것은, 위의 두 풀이가 모두 논리적으로 보기에 납득할 수 있는 것임에도, 해답은 전혀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어느 답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른 문제 뿐 아니라, 선택하지 않는 답안이 왜 틀렸는지를 증명하라는 경지에 이르면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지게 된다. 이 문제는 이후 꽤나 강력한 떡밥이 되어 오늘날까지도 엄청난 논쟁이 이뤄지고 있고, 이 문제만 다룬 논문도 다수 나온 바 있다.
이 문제를 대중화시킨 노직은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는 더없이 명확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은 한쪽으로, 나머지 반은 다른 편의 결정을 내린 뒤 양쪽 모두 상대방의 결정이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적수준이 높은 독자들의 실제 설문의 결과도 거의 반반이 나와 어느쪽이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없다.
상자 B만 가지고 간다는 해답은 기대 효용 가설(Expected utility hypothesis)에 기반한 것이고, 상자 A, B를 모두 가지고 간다는 해답은 지배 원리(Dominance principle)에 기반한 것이어서 어느 이론을 신뢰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다만 풀이항목처럼 인과도치라고 볼 경우 지배 원리를 신뢰하더라도 1)을 선택할 수 있다. 지배원리는 쉽게 말하자면 상위호환이 존재할 경우 하위호환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리인데[2] 인과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선택지를 임의로 분류할 경우 도박은 무조건 배율이 높은 쪽에 걸어야 한다[3]와 같은 비직관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4]
그 외에도 게임 이론이나, 타임 패러독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설명도 있다. 기타 등등 그 외에도 구글에 해당 항목을 검색해보면 다른 접근에 의한 설명이 상당히 많이 나오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는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분명한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급기야는 48÷2(9+3) 문제처럼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제3의 해답(?)도 등장하여 나름의 세력을 형성하고 논쟁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전혀 엉뚱한 회피식 해답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모순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꽤 진지한 주장이다.
어떤 사람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의지로는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러한 전제 하에서 자신의 자유의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라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마틴 가드너 또한 이 문제를 대중적으로 소개한 사람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도 출판되어 널리 알려져 있는 '패러독스의 세계'(윌리엄 파운드스톤) 에도 이 역설이 소개되어 있다. 가드너는 그 책에서 이 패러독스의 분명한 해답은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여담으로 가드너가 1973년 문제를 처음 소개하였을 때에는 일반 독자는 물론, 학자들까지 관심을 보여 많은 편지가 도착하였는데, 일반 독자들은 B 상자만 선택한다는 해답 쪽이 둘 다 선택한다는 해답보다 약간 더 많았다고는 하지만, 문제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는 편지 또한 적지 않았다고 한다.
5. 전망 이론의 관점
위 문제를 대니얼 카너먼과 에이머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 전망 이론(prospect theory)'과 결합하여 더 깊이 생각해 볼 수도 있다.노직의 원래 문제는 1만 불 대 100만 불이였지만, 크기를 바꾸어서 A 상자에 1불(한화 약 1,300원), B 상자에 10억 불(한화 약 1조 3천억 원)이 들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풀이 1을 선택한 사람은 10억 불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풀이 2를 선택한 사람은 자기가 받을 예정이었던 돈보다 고작 1불을 더 얻을 수 있을 뿐이다. 1불을 더 얻기 위하여 10억 불을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을 하겠는가? 전망 이론에 등장하는 '위험 회피(risk-aversion)' 경향에 따라 풀이 1을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다.
크기를 다시 바꾸어 A 상자에 1불, B 상자에 2불(한화 약 2,600원)이 들어 있으며, 선택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풀이 1을 선택하는 사람은 총액 2불 * 횟수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나(실제로 얻는 액수는 그보다 낮은 미지수), 풀이 2를 선택하는 사람은 1불 * 횟수만큼을 우선 확보하고 1불 * 횟수만큼을 추가로 더 기대할 수 있다. 횟수가 충분히 크다면 ' 큰 수의 법칙'에 따라 풀이 1보다 풀이 2가 유리함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결정론 vs. 자유의지론'뿐 아니라, '심판 vs. 영겁 윤회'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자 A를 현세에, 상자 B를 내세의 천국에 비유한다면, 현세 한 번뿐이냐 내세가 존재하느냐, 내세가 있더라도 한 번뿐이냐 윤회가 반복되느냐에 따른 선택 차이이다.[5]
1만 불과 100만 불이라는 액수는 그 사람이 빈자냐 부자냐에 따라 체감하는 가치가 다를 것이며, 빈자에게는 1만 불도 이미 큰 액수이므로 풀이 2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빌 게이츠나 만수르 같은 큰 부자에게는 100만 불도 껌값에 불과하므로 역시 풀이 2를 선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 점은 크기를 다시 바꾸어 A 상자에 10억 불이, B 상자에 1조 불(한화 약 1,300조)이 들어 있다면 보통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이해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10억 불만 해도 평생 쓰고 남을 돈이므로 B 상자의 1조 불 가능성에 대한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으며 A 상자 속의 10억 불을 확보하기 위하여 거의 모든 사람이 풀이 2를 선택하게 된다.
즉, 전망 이론의 결론은 풀이 1, 풀이 2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자가 처한 재무적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해답을 고름일 뿐이다.
6. 그 외
한번 더 고찰해보자면, 이 게임의 기본 틀은 주최 측과 당신의 심리전, 즉 수싸움이다.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은 먼저 '당신이 100% 진다'고 먼저 주최 측에게서 통보를 받고 시작하는 점이다. 당신이 지는 이유가 심리를 읽혀서이든, 상대방이 미래를 계산/예지해서이든 말이다. 즉 당신은 주최자의 손바닥 위에 있다. 주최자와 참가자가 대화를 한다고 상상해 보자.참가자: 평소같으면 A를 가져가지 않았겠지만 아마 너는 내가 평소에 A를 가져가지 않을 만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고로 나는 A를 가져가겠다!
주최자: 저는 당신이 그러한 돌발성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까지 예측하였지요.
참가자: ...라고 생각했겠지만 네가 그것까지 계산에 넣었을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대로 A를 가져가지 않겠다.
주최자: 역시 당신은 제 손바닥 안입니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제가 예상했던 두 번째 대사를 하시는군요.
참가자: ...
결국 당신이 아무리 주최자의 생각을 읽고 몇 수 앞을 내다보려고 애를 써도 주최자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최자를 이기면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애초에 주최자의 예측을 상회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 게임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칠 경우 주최자에게 이미 패배하였다는 것을 깨닫고 100만 불이라도 가져가기 위해 B만을 가져갈 수도 있다. 또는
미래예지,
라플라스의 악마, 완벽한
독심술이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해서 '100% 패배하는 게임'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실낱같은 승산을 찾아 이기기 위해 고민할 수도 있으며,
현실을 인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얻어내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전망 이론에서 보듯이, 승리의 득과 패배의 실의 양이 이 선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실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형국에서 싸울지, 피할지, 항복할지 중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역설 또한 명쾌한 답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주최자: 저는 당신이 그러한 돌발성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까지 예측하였지요.
참가자: ...라고 생각했겠지만 네가 그것까지 계산에 넣었을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대로 A를 가져가지 않겠다.
주최자: 역시 당신은 제 손바닥 안입니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제가 예상했던 두 번째 대사를 하시는군요.
참가자: ...
하지만 위에 말한것들을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은 1회차에서 이미 한번 저 게임을 플레이 한적이 있다. 이후 주최자는 당신의 기억을 지우고 1회차에서 플레이 한 내용에 따라 B상자에 돈을 넣어둘지 아닐지를 정했다. 그리고 당신은 1회차와 똑같은 추론을 통해 똑같은 선택을 할것이며, 당신은 1회차에서 기억이 지워진다는 사실을 모르며, 기억이 지워졌다는 사실도 모른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주최자는 당신의 기억을 지웠으니, 당신의 선택까지 완벽하게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면 위에 말한 완벽한 예측이 존재하지 않음을 부정할수있다. B상자 안에 들어있는것이 정해졌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않는다.
또 당신이 선택을 하지 않으므로서 게임주최자를 패배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서 선택을 한다면 주사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면 독심술을 가진 점성술사도 무슨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고 따라서 50%는 승리할 수 있다. 단지 물리적 주사위 뿐 아니라 물리학으로 예측불가능이 보증되는 양자역학적 TRNG를 쓸 수도 있다.
로코의 바실리스크 예언도 이런 뉴컴의 역설처럼 예언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이다.
몬티 홀 문제도 어떻게 보면 이것과 연관돼 있다고 볼수 있다.
7. 이 역설이 이용된 작품들
- 수학도둑: 24권에서 여러 역설을 이용해서 상대를 농락하는 여름마왕의 마지막 대결로 나온다.
[1]
뇌파를 이용해 사고를 예측하는
슈퍼컴퓨터, 미래에서 온
외계인, 심리를 완전히 읽는
악마 등 여러
변형이 있다.
[2]
A,B둘다 가지는 경우가 점성술사의 선택과 무관하게 1만달러 더 이득이므로 B만 갖는 것보다 상위호환이다.
[3]
따면 배율 높은 쪽이 이득 못따도 손해는 동등이므로 배율이 높은 쪽이 상위호환
[4]
1)지지자의 경우는 선택지를 B가져가기 vs A&B가져가기가 아니라 점성술사가 맞음 vs 점성술사가 틀림으로 고려하므로 상위호환이 생기지 않는다.
[5]
다만 특정 종교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종교는 사후세계나
인과율만을 따지지는 않기 때문에 VS종교로는 확대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