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폴라리스 랩소디의 등장인물.폴라리스 랩소디 세계의 신, 모든것의 제 1원인, 창조신, 전능자로 추정되는 존재.
하지만 본인은 자신을 신도 악마도 아닌, 개념의 소거가 아닌 개념의 확장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 지칭했다. 파킨슨 신부는 이 존재에게 신, 악마, 혹은 제 자신이냐고 질문했지만 모두 부정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나는 나다"라고 답했고 "당신은 당신인 것입니까?"라는 질문에만 유일하게 긍정했다. 이름을 알 수 없기에 편의상 문서 제목은 작중에 나오는 유일한 자기소개라고 할 수 있는 "나"로 지었다.
폴라리스 랩소디는 이영도의 전기작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에 걸쳐 제시된 의문인 '인간 개인이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자유와 복수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서 대답하고, 후속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의 주제 의식인 '인간이 삶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담론을 시작하는 작품인데, 신은 후자를 시작하는 역할을 한다.
폴라리스 랩소디의 인물이 대개 그렇듯이 나 역시도 캐릭터라기 보다는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도구에 가깝고, 그렇기에 이 문서 역시 나라는 캐릭터 자체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나라는 캐릭터가 뜻하는 바를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
2. 등장 배경
이 인물의 등장과 상징하는 의미는 파킨슨 신부의 고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파킨슨 신부의 고뇌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폴라리스 랩소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서술하겠다.해상 강국 카밀카르의 왕 라힘턴 3세는 카밀카르의 해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남해에서 손꼽히는 세력을 지닌 필마온 기사단 기사단장 발도 로네스와 자신의 셋째 딸 율리아나 카밀카르의 혼인을 제안하고, 막대한 세력을 지니고 있으나 교회 기사단이란 위치와 교회의 적극적인 제재 때문에[1]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던 발도 로네스는 이를 승낙한다. 율리아나 공주는 필마온 기사단의 본거지인 페레나스 해협으로 향하나 카밀카르-필마온 기사단 공조 체제가 성립되면 노스윈드 선단의 해적 활동이 성가셔질것을 우려한 [2] 제국의 공적 제1호 키 드레이번이 중간에 율리아나 카밀카르 공주를 탈취한다.
키 드레이번은 약탈한 혼수품을 처분하기 위해 무법도시 테리얼레이드로 향하고 그 과정에서 성가신 율리아나 공주를 논란의 여지 없이 확실히 처리하고[3] 겸사겸사 테리얼레이드로 편하게 가기 위해서 테리얼레이드로 가는 항로인 미노 만의 지배자 대드래곤 라오코네스에게 율리아나 공주를 제물로 바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율리아나 공주는 기적적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테리얼레이드로 도망친다.
율리아나 공주는 무법지대 테리얼레이드에서 안전하게 도망치기위해 교회에 몸을 맡기고, 테리얼레이드 교구의 담당자이자 유일한 성직자 파킨슨 신부는 탈출한 율리아나 공주를 테리얼레이드에서 항구도시 다림까지 인도한다. 파킨슨 신부는 다림 주재 카밀카르 대사 폴라에게 율리아나 공주의 신병을 넘겨 호위를 끝마치고 다림을 떠나기 전 율리아나 공주를 호위한 것에 대한 보고와 키 드레이번의 상륙을[4] 교회에 보고하기 위해 다림 수도원으로 향하나, 도리언 수도원장과 핸솔 추기경에게 교회가 율리아나 카밀카르의 암살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5]
이에 파킨슨 신부는 사효적 효력[6]과 인효적 효력 사이에서 고뇌하게 된다.
본디 교회는 사효적 효력만을 인정한다. 사람이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아닌 신이 사람을 구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 내린 결정이라도 인간인 만큼 틀릴 가능성이 있지만 전능한 신이 정한 규칙은 틀릴 수가 없고, 따라서 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것이 반드시 맞다. 하지만 법황은 기적을 행함으로서[7] 신의 대리인임을 입증한 인간이며, 따라서 법황의 판단을 부정하는 것은 신을 등지는 행동이다.
이에 파킨슨 신부는 교회의 판단을 따라 율리아나 공주를 죽게 해야하는가로 고뇌하게 되나, 결국 오랜 테리얼레이드 생활로 인해 얻은 신조인 '교회는 내 마음 속에 있다' 에 따라[8] 율리아나 공주를 구하기로 결정하고, 율리아나 공주 살해를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허나 파킨슨 신부의 행동은 유일한 신의 대리인인 교황의 뜻을 거스른 것으로서 다른 이단들의 행동과 다를 바가 없었고, 이에 파킨슨 신부는 자신이 그저 독선을 행하며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는것뿐인 이단이 아닌가 고뇌하게 되며, 결국 자신의 행동이 이단들과 다르단 것을 확인받기 위하여 펠라론 게이트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펠라론 게이트에 들어가 마침내 신을 만난다.
3. 작중 행적
펠라론 게이트 내부는 매우 특이한 공간으로, 자신(과 자신으로 발생하는 일, 즉 자신의 체취, 숨소리 등)만이 존재하는 곳이며 심지어 바닥이나 빛조차 없는 곳이었다.파킨슨 신부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자신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가 있냐고 물어보고 그렇다라는 대답을 듣는다. [9][10] 당신은 누구냐는 파킨슨 신부의 질문에 자신은 신도 악도 악마도 파킨슨 신부 자신도 그저 당신일 뿐인것도 아닌, 개념의 소거가 아닌 개념의 확장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파킨슨 신부는 이후 신이 누구인지 이해하는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신은 너무나도 간단히 옳다고 대답했으며, 맥이 빠진 파킨슨 신부는 교회의 행동이 옳은 것이냐고 질문하고, 신은 역시 간단히 옳다고 대답한다. 이후 밤하늘에 별이 뜨는것도, 화산이 폭발하는것도, 구름이 비가 되는것도, 모든 것이 신의 창조물들이 하는 행동이니 옳은 행동이라고 대답하고 한 소녀가 윤간당하고 살해당한 일도, 그 윤간범들을 죽인 파킨슨 신부의 행동 역시 옳다고 말한다. [11] [12]
파킨슨 신부는 이에 스튜 재료들이 서로 누가 더 요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가지고 싸우는것은 웃긴 행동이라는 것을 인정하나, 당근과 감자와는 다르게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어째서 당신은 성전이라는 전적으로 옳은 경전을 만들어 인간의 자유의지에 한계를 부여했냐며, 인간은 성전을 넘어설 수 없냐고, 인간은 선을 창조할 수 없는 것이냐고 질문하고 신은 인간은 선을 창조할 수 있다는 대답과 자신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파킨슨 신부를 내보낸다. 그런데 라오코네스가 끼어들어서 신부를 잊혀진 탑에 있는 비니힐에게 인도한다.
이후 파킨슨 신부는 데스필드, 비니힐과 같이[13] 자신이 신과의 대담에서 알게 된 바를 말하게 된다.
파킨슨 신부는 자신은 영원히 주님을 믿고 그 분을 사랑할 것이라 말하나 인간은 영원히 신의 보호와 지도를 받는 어린아이여야만 하겠냐는 질문을 던진다.[14] 국화를 기르는 것이 탐스러운 꽃을 보기 위해서이듯이, 신 역시 인간의 발전과 성장을, 인간이 더욱 훌륭한 것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면서 인간 역시 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데스필드는 신부 본인이 말했던 대로 전능자가 시킨 대로 행동하는 것이 완벽한 행동이며 선을 만드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지만, 신부는 망원경과 지팡이의 예를 들어 반박한다. 성전에는 지팡이나 망원경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것들을 만들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신은 전능하기에 만약 신이 지팡이나 망원경을 만들기를 바라지 않았더라면 망원경과 지팡이가 필요없는 눈과 다리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그러지 않았고, 인간은 지팡이와 망원경을 만들어 자신들을 발전시킨다. 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이 인간이 선을 만들기를 원치 않았더라면 성전에서 선을 만들지 말라고 언급했을 것이다. 허나 신은 그러지 않았고, 그것은 신 역시 인간이 선을 만들기를, 성전에 적힌 내용보다 더욱더 서로를 사랑하고 살아가기를 바란것이라 해석한다.
[1]
필마온 기사단은 본디 해적단이었고, 교회 기사단인 지금도 해적질을 하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발도 로네스는 엄청난 야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교회 기사단임에도 불구하고 세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견제한다. 필마온 기사단이 교회 기사단이 된 이유도 본디 교회 기사단이던
애져버드의 몰락으로 인한 고육지책이었다.
[2]
그 이유도 있긴 하나 사실은
라이온이 훗날
레갈루스의 왕이 될 경우, 카밀카르와 필마온 기사단이 손을 잡으면 라이온의 나라인 레갈루스의 해상 영향력이 줄어들까봐 한 행동이었다.
[3]
필마온 기사단은 교회 기사단이기 때문에 율리아나 공주가 확실히 사망하지 않으면 성사인 결혼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페레나스 해협을 벗어날 수 있다.
[4]
율리아나의 추적을 위해 동료 선장들과 선원들과 함께 뭍으로 올라왔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혼자 다림에 잠입했다.
[5]
율리아나 카밀카르와 발도 로네스가 결혼하게 되면 대륙의 평화가 무너지고, 사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결혼을 막으면 발도 로네스가 교회의 성사인 결혼을 수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법황
퓨아리스 4세는 대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율리아나 공주를 죽이기로 했다.
[6]
행하는 인물과 상관 없이 행동의 옳고 그름에 따라 효력이 결정된다. 데스필드의 예시로는, 살인강도범이 세례를 해도 올바른 절차라면 인정되나, 성인이 잘못 세례를 하면 성인이라도 인정되지 않는다.
[7]
폴랩에서의 법황은 일생동안 한가지 기적을 행하며(인간의 부활, 다리달린 붕어, 은빛 비 등) 그 기적은 펠라론에 보존되어 있다.
[8]
성직자가 따라야 할 교회는 물질적인 교회가 아닌 마음 속에 존재하는 교회다.
[9]
신답게 대화의 방식이 매우 특이한데 대답이 먼저 나오고 질문이 뒤에 나온다. '그렇다' 란 말이 나오고 그 뒤 '누가 있습니까?' 란 질문이 나오는 식. 이영도가 좋아하는 기존 글쓰기 형식을 깨는 서술의 폴라리스 랩소디 버전.
[10]
다른 예시로는 눈마새의 륜의 시간여행(시간이 뒤로 갔음을 페이지를 꼬아놓는것으로 표현해 뒷장에서 앞장으로 읽어야 한다. 200페이지 까지 읽고 230페이지에서 201페이지로 앞으로 돌아가면서 읽어야하는 형식) , 퓨처 워커의 신스라이프 등장 장면 (시간이 맛이 갔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글자를 아예 뒤집어버렸다, 책을 거꾸로 들고 읽어야한다.) 등이 있다.
[11]
이영도는 첫 작인 드래곤 라자부터 피를 마시는 새까지 일관되게 인간이 가능성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나아가 주변까지 파멸시킬 것을 우려하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드래곤 라자 결말부에서부터 후치는 인간을 초에 비유하고 스스로를 불태우게 될 것이라고 하며 아무르타트를 도피시키며, 드래곤 라자를 만들어내 드래곤마저 파멸시키는 핸드레이크를 비판한다. 오버 더 호라이즌에서 친구, 자신, 악기까지 파멸시켜가며 지평선을 넘으려 하던(그리고 매번 실패하는)호라이즌은 자신이 파멸시켰던 친구 티르에게 거창한 목표가 아닌, 소박한 이웃사랑의 상징인 뜨개질을 권유받는다. 파킨슨 신부가 선을 구하는 여정을 스스로 중단하는 것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묘사되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다섯 번째 종족이 그들의 신보다 위대해진 것은 선민종족들을 '일단 먹고 보는' 존재로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신들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도덕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며, 피를 마시는 새에서도 최종적으로 긍정된 것은 누군가의 통제로 가능성을 억압받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결국적으로 고상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지 '서로를 가장 가치 있는 사냥감' 으로 여기는 '피를 마시는 새' 로서의 가능성이 아니다.
[12]
다만 이것은 기존의 도덕 체제를 긍정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주퀘도가 갈로택에게 인간의 도구인 도덕을 인간의 목적으로 만드는 얼간이들은 무시하라고 충고하는 장면, 유해의 폭포의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자들을 조심하라는 말, 치천제의 도덕을 무시했을때 생은 진정한 날개를 펼친다는 발언, 세리스마의 유언 등을 생각하면 이영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을 긍정하는 능력을 통한 타인 존중이지
생을 죄 지은 것으로 만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만드는 기존의 도덕 체제의 긍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눈마새-피마새에서 지속적으로 부정된 기존의 도덕 체제-세리스마와 시우쇠, 호라이즌이 보여준 피를 마시는 새로서의 가능성-과거의 케이건이 추구했었고 다섯 번째 종족이 도달한 다름을 긍정하는 능력 이라는 세가지 분류에서(니체의 낙타-사자-어린아이 분류와도 얼추 비슷하다.) 첫번째는 생의 아름다움을 짓밟는 행위, 두번째 것은 인간의 가능성 중 하나이나 지향하지는 않는 목표, 마지막을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13]
다만 비니힐을 제외한 둘은 비니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14]
작가의 후속작 눈마새에 나오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