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 |||
騎 | 虎 | 之 | 勢 |
말탈 기 | 범 호 | 어조사 지 | 형세 세 |
1. 겉 뜻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2. 속 뜻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도중에는 내릴 수 없는 것처럼, 하면 안 되는 일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을 뜻한다. '기호난하(騎虎難下)'라 하기도 한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리면 즉시 자기가 타고 있던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하지만 그대로 끝없이 호랑이를 타고 달릴 수는 없다. 곧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였다고 하는 점에서 ' 낙장불입', ' 주사위는 던져졌다'란 격언과 뜻이 비슷하다.[1] 굳이 구별하자면 돌이켰다간 [큰일나는] 상황이므로 강조의 의미가 있다 하겠다.이 말을 처음 들으면 왠지 '호랑이를 탄 것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형세'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런 뜻으로 쓰이는 말은 ' 파죽지세(破竹之勢)'다.
3. 유래
수서(隋書)에 나온다.수(隋)의 양견이 아직 북주의 수국공(隋國公)이던 시절, 당시 황제였던 선제(宣帝)가 붕어하자, 입조해 있던 그에게 부인 독고가라가 말했다.
大事已然 騎獸之勢 必不得下(대사이연 기수지세 필부득하)
큰 일이 이렇게 돼버렸는바, 짐승을 탄 것 같은 기세이니 내릴 수는 없습니다.[2]
큰 일이 이렇게 돼버렸는바, 짐승을 탄 것 같은 기세이니 내릴 수는 없습니다.[2]
후일 양견은 정제(靜帝)[3]에게 선위를 받아, 황제가 된다.[4]
4. 기타
양견의 장녀가 바로 선제(윗쪽의 그 붕어한 황제)의 정실 부인이다. 즉, 장인이 사위의 나라를 뺏은 것.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수문제가 죽은 뒤 수양제의 폭정으로 인해 수문제의 처조카인 당고조 이연에게 선위되고 만다. 북주와 수나라의 공통점은 군주가 호부견자가 있었고 말년에 그틈을 노린 외척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는 점이다.뒷날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은 아들 세종대왕에게 선위할 뜻을 밝히면서 "18년 간 호랑이를 탔으니 그것으로 족하다(十八年騎虎 亦已足矣)"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물론 태종은 그 이후로도 상왕이라는 이름의 호랑이를 4년 더 타며 아들내미의 외척들까지 싸그리 정리했다.
반란모의에도 이 단어가 들어가는데, 쿠테타를 일으킨 자들이 정권을 잡으면 죽을 때까지 안 내려오는게 바로 그것이다.
[1]
다만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격언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결단을 강조하는 격언인데 비해 <낙장불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린 후는 후회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음을 강조하는데 쓰이는 표현이다. 반면 <기호지세>는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낸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가 위태로운데 물러설수도 없는 난처함을 설명하는 표현인 것. 용례로 보더라도 (결국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하는 성공했기 때문에) 누군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고 말하는 것은 보통 자신이 방금 중대한 결정을 내렸을 때(그리고 그 결정으로 목표를 이룰 것이라 스스로 기대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낙장불입>은 상대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정이 오판이라서 후회하고 되돌리려고 할 때 상대방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표현이다.(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사용할 경우, 그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었더라도 이제와서는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이에 비해 <기호지세>는 결정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결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상황 자체가 위태로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오히려 '
계륵'이나 '
백척간두'와 유사한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즉, 세 표현 모두 비슷한 상황을 보고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그 어감과 사용 목적은 꽤 명백히 구별된다.
[2]
호(虎)가 아니라 수(獸)인 것에 주목.
[3]
선제의 아들로, 즉위 당시 8세였다. 서기 580년.
[4]
서기 58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