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교향시는 주로 시적 또는 회화적인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관현악 작품으로 표제음악의 일종이다. 표제는 암시적으로 표현하거나, 보통 곡의 제목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헷갈리는 교향곡과의 차이점이라면, 교향곡과는 달리 단악장 형식이라는 점이 있다. 교향시는 형식에 구애되는 빈 고전주의를 뜯어 고쳐 새로운 교향적 기법을 통한 대(大)형식을 창출하고, 음악 자체를 하나의 시로써 보자는 문학적 요소 도입을 추구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훗날 국민주의적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역사상의 인물이나 사건을 반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교향시는 문학, 역사, 회화 등에 대해 주관적 표현을 주장했던 낭만주의와 일맥상통했는데, 교향시는 특히 낭만주의적 특성[1]을 잘 반영한 장르였다. 이 때문에 교향시 역시 그 양식이 작곡가와 주제에 따라 다르다. 그 예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돈 후안(Don Juan)과 돈키호테(Don Quixote)에서 론도와 변주곡 같은 에피소드 형식을 자유로이 변형해 작품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2. 역사
'교향시'라는 단어는 19세기 중엽 헝가리의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가 처음으로 쓰기 시작하여 확립되었고, 1849년 발표한 그의 작품 < 타소>에 1854년 '교향시'라는 개념을 붙인 것이 최초이다. 이후에도 리스트는 마제파(1851), 전주곡(1848), 햄릿(1858)[2] 등 자유로운 형식의 교향시를 13편 발표하였다.특히 리스트의 교향시는 전기 낭만파인 슈만이나 베를리오즈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가시적 또는 묘사적 성격이 아닌 시적 상념을 본질로써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교향시는 기존의 교향곡에서 보다 나아가 시적이면서도 교향적인 음악을 추구했다.[3] 리스트의 교향시는 이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신비주의적 교향시로 계승, 발전된다. 그는 독일 음악의 추상성을 극한점까지 이끌어 표제를 관념적 상징으로까지 발전시켰는데, 이 때문에 현대 음악사에선 리스트와 슈트라우스를 교향시의 양대 거장이라 평가하기도 한다.[4]
이후 19세기 동안 단테 알리기에리와 조지 고든 바이런을 비롯한 낭만주의 문학 작품과 시는 교향시의 소재가 된다.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Francesca da Rimini)>,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향을 받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19세기의 국민주의는 교향시의 전개를 촉진하여, 여러 작곡가들이 자국의 풍경이나 전설 등을 이 장르에서 다루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 나의 조국>,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 핀란디아> 등이 대표적이고, 이외에도 러시아의 모데스크 무소륵스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차이코프스키, 프랑스의 생상스, 세자르 프랑크, 폴 뒤카 등의 작품이 있다. 인상파에서는 < 목신(牧神)의 오후에의 전주곡(Prlude l'aprs-midi d'un faune)> 등이 클로드 아실 드뷔시에 의해 작곡되었으나, 그 성격은 낭만주의 경향에서 크게 전환되어 있다. 현대에 와서는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 로마의 소나무(Pini di Roma)>를 포함한 3부작이라든가 아르튀르 오네게르의 < 퍼시픽 231> 등이 발표된 후부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편, 교향시의 직접적인 출발은 베토벤의 < 코리올란 서곡>, 멘델스존의 < 핑갈의 동굴> 등의 연주회용 서곡에서 비롯된다. 교향시의 다른 이름인 '음시(Tone poem)'의 경우, 이미 1830년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에서 표제를 구해 지어진 관현악 작품 ' 마제파'[5]에 그 호칭이 부여된 적이 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역시 '음시'라는 이름을 애용하였다. '교향시'라는 이름은 그에 비해 음악과 시의 밀접한 결합으로 음악을 혁신하려 했던 리스트의 의도가 담겨 있다.
3. 관련 작품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 돈 후안(Don Huan)
- 돈키호테(Don Quixote)
-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Till Eulenspiegels lustige Streiche)
- 영웅의 생애(Ein Heldenleben)
- 죽음과 변용(Tod und Verklärung)
- 프란츠 리스트
- 타소, 비탄과 승리(Tasso, Lamento e trionfo)
- 마제파(Mazeppa)
- 전주곡(Les préludes)
- 햄릿(Hamlet)
- 아르튀르 오네게르
- 오토리노 레스피기
- 폴 뒤카
-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
- 표트르 차이콥스키
-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Francesca da Rimini)
- 교향시 운명(Fatum, symphonic poem in C minor, Op. 77)
- 클로드 드뷔시
- 바다(La Mer)
-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 나의 조국(Ma vlast)
- 장 시벨리우스
[1]
음악외적 요소를 음악에 접목시키려는 경향이나, 짧고 자유로운 형식을 선호하는 경향 따위.
[2]
각각
빅토르 위고의 시 '
마제파',
프랑스 시인
리마르틴의 <시적 명상록>,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 '
햄릿'에서 표제를 구하였다.
[3]
'교향적'이라는 말은 표현의 수단으로서 관현악을 사용하고, 악곡 구성으로선 대규모이자 건축적이어야 함을 뜻한다.
[4]
실제로 이 둘은 교향시가
교향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이바지한, 교향시 분야 최대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5]
리스트의 작품과는 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