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19 21:55:12

'-던'과 '-든'의 구별


1. 개요2. 한글 맞춤법
2.1. 구별 요령
3. 원인4. 각 단어
4.1. 던지4.2. 든지4.3. 던가 / 든가4.4. 어쨌던 (X) 어쨌든 (O)4.5. 하던지 말던지 (X) 하든지 말든지 (O)
5. 참고 자료6. 관련 문서

1. 개요

'-던'과 '-든'의 차이를 설명하는 문서이다. 이 둘의 차이는 언중이 매우 헷갈려 하는 대한민국 표준어 규범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규범 중 하나로, 편집지침에 따라 국립국어원의 언어 규범을 따라야 하는 나무위키에서도 잘못 사용된 문서가 한두 개가 아니다. 심지어 대한민국 표준어, 올바른 한글 맞춤법 사용이 필수적인 신문, 공중파 프로그램 자막에서도 잘못 사용되기 일쑤다. 이렇게 틀리면 반대로 외국 정발 때 번역에서 오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네이버 맞춤법 퀴즈에서도 나오는데, 자주 쓰는 단어임에도 정답률이 50% 내외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든(든지, 든가)'을 써야 바른지, '던(던지, 던가)'을 써야 바른지 헷갈리면 십중팔구 '든(든지, 든가)'을 쓰면 바르다고 생각하자. 그런데 문제는 워드 프로그램이나 맞춤법 수정 프로그램에서 맞춤법에 맞게 '든지'를 쓰면 가차없이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

특히 '-라가'라는 표현이 상당히 자주 나타나는데, 'A와 B' 혹은 'A 또는 B', 'A나 B'로 쓰면 자연스러울 표현을 'A라든가 B' 또는 'A라든지 B'로 쓴 경우를 엄청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고 일본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례지만 'とか'와 달리 틀렸다고는 볼 수는 없으므로 작성자에게 달린 문제이긴 한데, 아예 맞춤법이 틀려버려서 '던가' 또는 '던지'로 쓴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된 대로 조속히 수정해야겠다. 게다가 '등' 또는 ' 따위'를 대체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에도 열정적이다"라는 문장을 "그 사람은 봉사활동이라든가 기부라든가에도 열정적이다"로 쓰는 식인데, '등'과 '따위'는 의존명사이고, '든가'나 '든지'는 조사(용언에 붙을 때엔 어미)이므로 그 용법이 같은 건 아니다. 이 역시 일본식 표현이다.

심지어 옳게 고쳐 놓으면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다시 잘못된 상태로 수정하기도 한다. 수정할 때 이 문서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2. 한글 맞춤법

제56항
‘- 더라, - 던’과 ‘- 든지’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1. 지난 일을 나타내는 어미는 ‘- 더라, - 던’으로 적는다.
O X
지난 겨울은 몹시 춥더라. 지난 겨울은 몹시 춥드라.
깊던 물이 얕아졌다. 깊든 물이 얕아졌다.
그렇게 좋던가? 그렇게 좋든가?
그 사람 말 잘하던데! 그 사람 말 잘하든데!
얼마나 놀랐던지 몰라. 얼마나 놀랐든지 몰라.
2. 물건이나 일의 내용을 가리지 아니하는 뜻을 나타내는 조사와 어미는 ‘(-)든지’로 적는다.
O X
배든지 사과든지 마음대로 먹어라. 배던지 사과던지 마음대로 먹어라.
가든지 오든지 마음대로 해라. 가던지 오던지 마음대로 해라.

출처: 한글 맞춤법 제6장: 그 밖의 것

2.1. 구별 요령

"던(던지, 던가)"은 회상("얼마나 많이 틀리던지")이고 "든(든지, 든가)"은 선택(or) 또는 양보(though)를 의미한다. '먹던', '푸르던', '기쁘던'의 어미 '-던'이나 '나 가거든'에서 쓰인 '-거든'과 뜻이 유사하다. 문장에서 'A든지 B든지'와 같은 식으로 '든지'가 2번 이상 등장한다면 99% 든지를 쓰면 옳다고 봐도 무방하다.

'되/돼'의 경우도 '하/해'로 치환해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경우도 '든(든지, 든가)'의 자리에 '거나(건)'으로 치환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치환해도 말이 되면 '든(든지, 든가)'이 옳다. 예) 네가 죽든 말든 → 네가 죽건 말건 (말이 되므로 '죽든 말든'이 옳다) / 어찌나 예쁘든지! → 어찌나 예쁘거나! (어색하므로 '예쁘던지'라고 써야 한다.)

'든지'는 어미와 조사에서 모두 어떤 것을 나열하는 데에 쓰이므로 두 번 이상 나타나지만[1] '던지'는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이므로 주로 한 번 쓰이고, 두 번 이상 쓰인다고 해도 문장의 형태 나타나므로 각 단어의 쓰임만 알면 헷갈릴 일은 없다.

3. 원인

대다수 언중들이 헷갈려하는 이유는 해당 규범이 언어 기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규범은 1988년 한글 맞춤법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 과거나 지금이나 대다수 언중들은 '-던'과 '-든'을 혼용하여 발음·작문하고 있고 규범대로 구별하여 발음하지 않는다. 한국어의 방언 중에서도 '-던'과 '-든'을 구분하여 발음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이 사례는 언중들이 사용하지 않는 인위적인 규범은 언중에게 퍼지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규범이 퍼지기 전의 문학작품 및 노래의 가사 등을 보면 '-던'과 '-든'을 혼용했다. 아래는 1906년에 이인직이 연재한 〈혈의루〉의 용례이다.
원문 표준어역
지금은호랑이ᄂᆞ와셔 나을잡아먹 지금은 호랑이 나와서 날 잡아먹
어머니어셔갑시다ᄒᆞ 옥년이가 어ᄃᆡ로갓ᄂᆞᆫ "어머니 어서 갑시다" 하 옥년이가 어디로 갔나?
무당불러셔 불살러버리 무당 불러서 불살라버리
그ᄂᆞᆯ은평양성에셔 싸홈결말나 ᄂᆞᆯ이오 그날은 평양성에서 싸움 결말나 날이오
다만 중세국어에서는 과거를 나타내는 용법으로 '-던'만 사용하였다. 아래는 석보상절 원간본 6권의 용례이다.
원문 현대어역
즉자히 入定ᄒᆞ야 펴엣 ᄇᆞᆯᄒᆞᆯ 구필 ᄊᆞᅀᅵ예 즉시 入定하여 폈 팔을 굽힐 사이에

4. 각 단어

4.1. 던지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다.
  •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 아이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배탈 날까 걱정이 되었다.
  • 동생도 놀이가 재미있었던지 더 엄마를 찾지 않았다.

4.2. 든지

'든지'는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함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쓰이거나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쓰인다.

보조사로 쓰이는 경우:
  • 사과든지 든지 다 좋다.
  • 함께든지 혼자서든지 잘 놀면 되었지.
  • 걸어서든지 달려서든지 제시간에만 오너라.
  • 공부를 잘한다든지 운동을 잘한다든지 무엇이든 하나는 잘해야 한다.

연결 어미로 쓰이는 경우:
  • 에 가든지 학교에 가든지 해.
  • 노래를 부르든지 춤을 추든지 네 마음대로 해.
  • 계속 가든지 여기서 있다가 굶어 죽든지 네가 결정해.

4.3. 던가 / 든가

  • 던가: 회상, 과거사실에 대한 물음
    예) 영희와 내가 과거에 만난 적이 있었던가? / 걔가 그렇게 아파하던가요?
  • 든가: 선택, 나열
    예) 궁금하면 영희에게 직접 물어보든가, 아니면 신경쓰지 말든가

나무위키에 "-던가"가 들어있는 문서가 매우 많은데, 이를 모두 "-든가"로 일괄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위키와 이용자들의 특성상 "든가"를 "던가"로 잘못 쓴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든"과 "-던"의 경우와 달리 "_든가"와 "-던가"의 경우 후자는 사용빈도가 낮다. "-던가"의 경우 주로 대화(회상)나 독백(회상) 시에 쓰이는데, 위키 문서는 일기장도 편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4.4. 어쨌던 (X) 어쨌든 (O)

어쨌던 (X)
어찌하였든 = 어찌했든 = 어쨌든 (O)

과거의 일이니까 '어쨌던'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라는 사실은 \'ㅆ'이 이미 표현해 주고 있다. 따라서 '어찌하였든'의 준말인 '어찌했든', '어쨌든'이 옳은 표기이다.

4.5. 하던지 말던지 (X) 하든지 말든지 (O)

하던지 말던지 (X)
하든지 말든지 (O)
  • 하던지 말던지, 네 마음대로 해라. (X)
  • 하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 (O)

첫 번째 문장은 굳이 해석하자면 '했던 것'을 떠올리고 '말던 것'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네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되어 버린다.

5. 참고 자료


이런 문제는 '던'과 '든'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중세 이전에는 아래아()도 쓰여 아래아와 'ㅡ'가 조화되고 'ㅏ'와 'ㅓ'가 조화되었는데, 중부 방언은 아래아가 소실하면서 기존 아래아 자리는 'ㅏ' 또는 'ㅡ'로 수렴되었다. 'ㅡ'와 'ㅓ'가 구별되지 않기도 하는 건 아래아의 소실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 하드라(X), 하더라(O)
  • '성질'과 '승질'의 구별
    '성질'을 써야 하는 자리에 '승질'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승질'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승자02(陞資)"와 같은 뜻으로 등재되어 있다(陞秩).
  • 끄내다(X), 꺼내다(O)
    이 경우는 '끄다'→'꺼서' 같은 불규칙 활용과 관련 있어 보인다.
  • 드럽다(X), 더럽다(O)

6. 관련 문서


[1] 어미의 '든지'는 주로 '-든지 -든지의 형태로 쓰여 그 뒤에 '하다'가 붙고 조사의 '든지'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하는 데에 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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