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2차 대전이 종결지어진지 1년이 지난 1946년 9월, 중국(당시 중화민국)의 난징에는 중화민국 공군의 산하 단체로 항공공업국(航空工業局)이 설립되었다. 이 조직은 다른 항공선진국들이 가진 항공성이나 공군성 같은 항공 산업계 전반을 총괄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실감한 중국 정부에 의하여 세워졌으나, 변변히 본연의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공내전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하게 된다. 거의 4년에 가까운 긴 내전 끝에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장제스 측의 중국국민당 정권을 축출해냈고, 중화민국 정부는 대만으로 쫓겨난다. 이때 항공공업국은 국부천대(國府遷臺)에 앞서 1949년에 미리 대만으로 옮겨가 타이중시(臺中)에 사옥을 마련하고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1954년 7월에 항공공업국은 대만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항공 전반을 관리하는 기능에 더해 연구와 개발 업무까지 총괄하도록 공군기술국(空軍技術局)으로 재편되었다.2. 첫 번째 AIDC
그렇지만 공군기술국은 여전히 연구나 개발 조직이라기보다는 관리처에 가까운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탓에, 1969년 3월에는 항공공업 개발센터(航空工業発展中心 / AIDC : Aero Industry Development Center)로 또다시 개편되었다. 장제스는 중국 본토에 있을 때부터 항공기 독자 개발을 시도했지만 실상 변변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고, 대만의 항공 산업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로 보아야 한다. AIDC는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국산 군용기 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은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한 T-CH-1이었다. 배치 기념식장의 단상에 오른 장제스는 크게 기뻐하면서 이 훈련기에 "중흥"이라는 휘호를 직접 써주었다. 이 기체는 비록 완전한 독자 개발이라기보다는 미국제 T-28 트로젼 훈련기를 개량하여 다시 만들어낸 수준에 불과했지만, AIDC는 실제 금속제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일부 습득할 수 있었고 경험도 쌓게 된다. 장제스는 국산 항공기 개발이 정권의 훌륭한 선전 수단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AIDC는 그의 비호 아래 그 규모는 더 확대되고 연구의 수준 또한 차츰 높아지고 있었다.장제스의 뒤를 이어 대만 총통에 오른 장징궈(蔣經國)는 아버지의 유훈을 이어 항공산업에 지원을 계속했고, 이에 따라 XC-2 수송기나 복좌 훈련기 AT-3 자강 같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기종의 독자 개발 시도가 있었으나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업적은 1981년 5월부터 4세대 최신예 전투기의 연구를 시작해 1988년에 F-CK-1 징궈를 완성시킨 것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말, 항공업계의 변방으로 통하던 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4세대 전투기를 개발해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무이했으나, 뜻밖에도 작은 섬나라 대만이 가장 먼저 이 대업을 이루어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3. 두 번째 AIDC
1983년 1월에는 AIDC가 잠시 국가중산과학연구원(国家中山科学研究院)으로 변경된 일도 있다. 리덩후이가 총통에 오른 뒤인 1991년에 대만 정부는 항공 산업을 10대 신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국가의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했다. F-CK-1의 생산 라인이 중단되기 전인 1999년에 앞서 항공공업개발센터의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1992년 10월에 대만 행정 법원에 의해 AIDC를 국영 기업화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행정 조치를 받아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어 1996년 7월 1일에 경제부 산하의 한샹 항공공업(漢翔航空工業)으로 재편된다. 영문 표현으로 이전에는 항공공업 개발센터라는 의미였으나, Aerospace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n의 새 약자를 AIDC에 맞춰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기업화된 후에 AIDC가 보인 행보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사업의 다각화이다. 또한 대만 국방부에서 70억 대만 달러의 자금을 융통받아 F-CK-1의 후계 기종 개발을 자체적으로 손을 대 2006년 10월 4일에 개량형인 F-CK-1C의 처녀 비행을 성공시켰다. 2018년에 AIDC는 275억3천700만 대만 달러의 영업액을 공개했는데, 이것은 AIDC로서는 사상 최고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