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4 01:36:34

2012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파이널 게임

1. 개요2. 시즌 전 상황3. 반전의 페넌트레이스4. 단두대 매치의 성립5. 2012년 10월 3일, O.co 콜리세움6. 이야깃거리

1. 개요

2012년 10월 3일에 펼쳐진 텍사스 레인저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간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결정전을 다루고 있다. 다만 이 경기는 정규시즌 162경기를 넘긴 163번째 경기들인 2007 내셔널 리그 와일드카드 타이브레이커 게임이나 2013년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카드 2위 결정전과는 달리 양 팀의 162번째 경기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단두대 매치가 되어 버린 상황과 시즌 전 확연히 대조되던 양팀의 사정, 머니볼2 영화를 찍어버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극적인 반전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결국은 조시 해밀턴 히 드랍 더 볼 텍사스 레인저스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끌어내려버린 경기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오클랜드 기적적인 시즌과 텍사스의 망쳐버린 한 해 농사를 보여주는 경기.

2. 시즌 전 상황

텍사스 레인저스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강팀이었다. 2010년, 2011년 연속으로 아메리칸리그를 평정하고 월드시리즈 컨텐더 팀이 되었으며 비록 2011 월드 시리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벌인 명승부에서 아쉬운 패배를 했지만 전력은 건재했다.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기존의 조시 해밀턴, 아드리안 벨트레, 이안 킨슬러, 마이크 나폴리, 넬슨 크루즈 등 이름만 봐도 후덜덜한 공포의 핵타선이 여전했다. 타선에 비해 무게감이 약간 떨어지지 않나라고 평가받던 투수진도, 1억 달러를 넘게 투자하여 다르빗슈 유를 데려오고, 불펜에도 우에하라 코지, 조 네이선등 제 몫을 해주는 투수들을 데려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즌 전 예상에서 텍사스를 월드 시리즈 우승후보 0순위로 꼽는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같은 지구에서 텍사스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팀도 그나마 알버트 푸홀스에 사상 최대의 현질을 하며 데려온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 정도였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수비로 크게 일을 내면서 2012시즌에도 컨텐더로 볼 수 없는 전력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편입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아니었고. 조시 해밀턴의 FA자격 취득 전 마지막 해이기도 하고, 팀 전력 역시 절정에 달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쇼부를 봐서 대권을 거머쥔다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텍사스와는 사정이 너무나 달랐다. 2011년 FA 불펜투수들과 조시 윌링햄, 마쓰이 히데키 등을 데리고 왔던 리툴링이 실패하면서,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은 팀 기둥을 뿌리채 뽑아 넘기는 리빌딩을 결정한다. 오프시즌 동안 에이스는 올스타 투수 트레버 케이힐과 지오 곤잘레스를 각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워싱턴 내셔널스로 넘기며 메이저에 올려 실험해볼만한 유망주들을 수집하는데 집중했다. 2011년 타선에서 유일하게 밥값을 하던 조시 윌링햄은 FA로 미네소타 트윈스로 떠났다. 무엇보다 오클랜드 팜 출신의 신인왕 마무리 앤드류 베일리와 똑딱질은 해주던 좌타 외야수 라이언 스위니를 묶어 보스턴 레드삭스로 보내며 보스턴의 백업 외야수 조시 레딕과 마이너리거들을 받아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이 트레이드를 좋지 않게 봤으며, 오클랜드 팬들 역시 팜 출신의 몇없는 스타 마무리 투수를 또 팔아치운 빌리 빈을 욕했다. 팀의 얼굴이 대부분 바뀐 상황에서 그나마 코코 크리스프 정도만 재계약을 했으며, 포지션 플레이어 자리를 메꾸기 위해 세스 스미스, 자니 고메즈, 디트로이트에서 팽당한 브랜든 인지 등을 주웠다. 선발 로테이션에 남아난 선수도 브랜든 맥카시 정도를 제외하면 없었기에 양키스에서 호투를 한 바톨로 콜론도 1년 계약으로 싼 값에 주웠다. 그나마 쿠바를 탈출한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와 4년 36M에 뜬금없는 계약을 했지만 현재와는 달리 그때는 세스페데스도 검증되지 않은 타자일 뿐이었다. 당연히 오클랜드는 압도적인 아메리칸리그 꼴찌 후보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면 이 항목이 작성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3. 반전의 페넌트레이스

텍사스 레인저스는 순항했다. 부상 같은 요소가 가끔 팀을 삐그덕거리게 하기도 했지만, FA를 앞둔 조시 해밀턴은 OPS가 1에 가까운 MVP급 성적을 내고있었고, 나머지 타자들도 상대 팀 투수들을 폭격했다. 다르빗슈 유도 데뷔전에서 5실점하면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승은 챙겼고 갈수록 빅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같은 지구 라이벌팀들의 성적은 고만고만한 정도였기에 팬들 역시 텍사스의 우승을 일찌감치 점치고 있었다. 시즌 첫날부터 계속 1위를 수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팬들은 물론 전문가도 뜬금없이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도 아닌, 거지팀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게 1위를 뺏길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반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전반기를 근근히 버텼다. 5월이 끝날때 22승 29패를 찍고 있었고 리빌딩팀답게 팬들도 이번 시즌은 진작에 끝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6월 팀 순위는 일찌감치 내려가버린 시애틀 매리너스만 밑에 깔린 3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부터 반전의 서막을 여는데...

7월이 되고 올스타브레이크 전 오클랜드는 총 7차례 경기에서 6승 1패를 거두며 정확히 승률 5할을 맞춘다. 휴식기간이 끝난 후에 같은 달의 남은 경기들을 13승 4패로 마감하면서 물밑에서 텍사스를 서서히 추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백미는 뉴욕 양키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4연전을 스윕한 것으로 같은 기간에 9승 14패를 거두는데 불과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 대조되는 성적이었다. 빌리 빈은 그런 팀에게서 뭔가 희망을 봤는지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될때까지 아무 선수도 보내지 않았으며 유격수 자리 강화를 위해 스티븐 드류를 데리고 온다.

8월에는 차이가 좁아들거나 벌어지지 않았다. 7월에 잠시 주춤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다시 달리며 19승 10패를 했으나, 에이스 역시 같은 기간 18승 10패를 하면서 4경기차 정도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나 시즌 한때 12경기차까지 벌어진 것을 생각하면 레인저스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9월이 되어, 시즌 초와 달리 기세가 확연하게 죽은 레인저스가 15승 13패를 하는동안 에이스는 후반기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나가며 18승 11패를 거둔다. 9월 마지막 시리즈에서 오클랜드는 시애틀을 홈에서 스윕해버린 반면 텍사스는 이미 포스트시즌이 물건너가버린 에인절스에게 루징을 했고 우천으로 인해 9월 30일 더블헤더를 치른 상태에서 10월 1일~3일까지 마지막 3연전을 위해 오클랜드로 원정을 온다. 이 시점에서 양팀의 격차는 2경기차로, 그래도 텍사스가 마지막 시리즈 중 단 한 경기만 잡으면 빌어먹을 디비전 타이틀 매직 넘버를 지워버릴 수 있었다.

4. 단두대 매치의 성립

문제는 텍사스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10월 1일 시리즈 첫 경기를 오클랜드에게 내주며 양팀간 격차는 1경기차로 줄어들었다. 더블헤더를 치르고 온 탓인지 타선이 오클랜드의 신인 선발 제로드 파커에게 꽉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오클랜드 입장에서는 이 첫 경기를 잡으며 6년간 가을야구를 못했던 설움을 풀고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날 경기는 텍사스 입장에서는 더 가관이었다. 타선이 한국에서 뛰다 온 듣보잡 투수 트래비스 블랙클리[1]에게 5이닝 넘게 꽁꽁 묶여버리며 3-1로 경기를 또 내줘버린 것이다. 경기가 끝났을 때 마침내 두 팀의 승차는 0이 되었으며, 외나무다리의 결투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5. 2012년 10월 3일, O.co 콜리세움

이긴 팀은 디비전 챔피언 타이틀을 얻고 바로 ALDS로 진출하고 진 팀은 와일드카드로 떨어지는 이 경기에서 텍사스 선발은 베테랑 라이언 뎀스터였고, 오클랜드 선발은 신인 투수 A.J. 그리핀[2]이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결정된지 오래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다른 지구와는 달리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경쟁을 근성으로 끌고온 오클랜드와 아메리칸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텍사스의 단두대 매치였기에 비인기팀 오클랜드의 경기였음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1회말 오클랜드가 선취점을 냈다. 스티븐 드류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단타로 연속 출루한 상황에서 후반기 미친 타격 성적을 내고 있던 브랜든 모스가 뎀스터의 2구를 통타, 1타점 2루타를 쳐냈다. 그러나 여기서 후속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1:0인 상태에서 오클랜드 공격이 끝났다.

양팀은 2회를 무난하게 흘려보냈으나, 3회초 오클랜드 선발 A.J. 그리핀이 무너지면서 분위기는 텍사스 쪽으로 기운다. 선두타자 이안 킨슬러가 안타를 치며 먼저 밥상을 차렸고, 엘비스 앤드루스가 먹힌 타구를 쳐서 킨슬러를 2루까지 진루시킨다. 이어서 조시 해밀턴이 안타를 치며 1사 1,3루가 되었고. 아드리안 벨트레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텍사스가 동점을 만든다. 1,2루 상황에서 넬슨 크루즈가 우익수 앞쪽에 떨어지는 뜬공을 쳤으나 위치가 애매했기에 공을 잡으려 달려든 오클랜드 2루수 클리프 페닝턴이 놓치면서 에러 출루를 한다. 대신 벨트레가 2루에서 아웃 판정되며 2사 1,3루 상황.

텍사스 타자들은 계속해서 안타를 치며 3회를 빅이닝으로 만들었다. 마이클 영이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고 그 사이에 해밀턴이 홈으로 들어오고 크루즈가 3루까지 진루하며 2,3루의 찬스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7번타자 데이빗 머피가 루상의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그 다음 타자 마이크 나폴리가 인필드 플라이를 쳐서 드디어 텍사스의 공격이 끝나는 줄 알았으나 오클랜드 포수 조지 코타라스가 히 드랍 더 볼을 시전해서 다시 1,3루의 위기가 계속됐다. 뒤이어 9번타자 지오바니 소토까지 안타를 때려내며 점수는 5:1까지 벌어졌고, 오클랜드 감독 밥 멜빈은 그리핀을 강판시키고 릴리버 에반 스크리브너를 올린다. 이안 킨슬러가 친 땅볼을 조시 도날드슨이 처리하면서 텍사스 공격이 종료됐다. 3회말은 오클랜드의 1-2-3번 타자들이 삼자범퇴처리 당하며 초반부가 끝났다. 4회초에는 벨트레와 크루즈가 연속 안타를 치며 2,3루 찬스를 다시 만들지만 마이클 영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1루수 브랜든 모스에게 바로 걸리며 이닝이 종료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텍사스 타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4회말부터 오클랜드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브랜든 모스가 볼넷으로 출루한 상태에서 조시 레딕이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쳐내며 5-2로 따라 붙었고, 후속타자 도날드슨과 세스 스미스가 연달아 안타를 쳐내며 5-3까지 따라붙는다. 아웃이 하나도 없는 1,2루 위기 상황에서 텍사스 감독 론 워싱턴은 뎀스터를 강판시키고 선발 투수인 데릭 홀랜드를 올리는 강수를 쓴다. 좌완 투수가 나오게 되면서 코타라스와 교체되어 나온 오클랜드 타자 데릭 노리스가 1-2루 사이로 빠지는 타구를 쳤으나 이안 킨슬러의 호수비에 걸리며 1사 2-3루 상황이 되었다. 홀랜드가 9번타자 페닝턴을 인필드 플라이로 잡아냈는데, 1번타자 코코 크리스프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줬고 경기는 5-5 동점으로 돌아오기에 이른다. 다음 타자 스티븐 드류가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을 골라나가면서 2사 1,2루 상황. 이런 우여곡절 끝에 3번인 세스페데스가 평범하디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치면서 오클랜드 공격이 끝나나 했는데..

중견수인 해밀턴이 타구를 놓쳐버린다.

해밀턴이 공을 놓쳐버린 후폭풍은 매우 컸다. 당연히 1,2루에 있던 주자들이 모두 들어왔고, 경기 스코어는 7-5로 다시 역전됐다. 눈에 보이는 점수보다도 분위기가 오클랜드 쪽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뼈아팠다. 브랜든 모스가 1루수 땅볼로 잡히며 길고 길었던 4회말 공격이 끝나지만 그러면 뭐해.. 이미 점수는 역전당했고 빠뜨린 공은 돌아오지 않는데...

오클랜드는 5회 1점을 또 추가한 반면에 텍사스 타자들은 꽁꽁 틀어막혀버렸다. 에반 스크리브너가 6회 2사까지 텍사스 타자들을 한명도 루상으로 보내지 않았고, 오클랜드 감독은 필승조를 풀가동한다. 텍사스는 7회초에 벨트레와 크루즈의 연속 출루로 무사 2, 3루의 찬스를 만들었음에도 다음 타자들이 오클랜드 셋업맨 라이언 쿡에게 땅볼-삼진-삼진당하며 1점도 내지 못했다. 반면에 오클랜드는 8-5로 앞서가던 8회말 데릭 노리스의 솔로 홈런과 브랜든 모스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점수를 12-5까지 벌리며 경기를 거의 가져오다시피했고, 9회초에 그 해 돋보이는 마무리 투수 중 한명이었던 그랜트 발포어가 텍사스 타자 3명을 모두 처리하며 6년만의 서부지구 우승에 성공한다.

6. 이야깃거리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거의 한 편의 영화를 찍으며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암흑기를 끝내고 다시 디비전 타이틀을 얻는데 성공한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저스틴 벌랜더의 무적투에 막혀 시리즈 스코어 2-3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게 졌지만,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기에 팬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은 올해의 단장, 감독 밥 멜빈은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었다.
  •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로 다시 디비전 타이틀을 얻기까지 3년이 걸렸다. 2012년 와일드카드 게임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지면서 DS에 진출하지 못했고, 이듬해 2013년에는 와일드카드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게 지면서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고, 그 다음해인 2014년에는 부상 악령이 창궐하면서 아메리칸리그 꼴찌를 한다.
  • 조시 해밀턴의 끔찍한 히 드랍 더 볼이 나온 이후 덕아웃에서 론 워싱턴 감독이 해밀턴에게 찢어죽일듯이 화를내는것이 중계되었다. 해밀턴은 5년 125M에 에인절스로 이적했고 그 이후는 알다시피...
  • 관중동원에서 항상 하위권을 면하지 못하는 오클랜드지만, 이 경기는 낮경기임에도 불구하고 2012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매진된 홈경기였다.
  • 이 경기는 오클랜드 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30년간 최고의 순간"에서 4위에 선정되었다. 1위는 1989 월드 시리즈, 2위는 스캇 해티버그의 끝내기 홈런과 20연승.

[1] 블랙클리는 오클랜드가 패전조 투수로 쓰기 위해 시즌 중 주웠으나 바톨로 콜론이 약물 징계에 걸려 시즌 아웃당하고, 브랜든 맥카시가 타구에 머리를 직격당해 시즌 아웃당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땜빵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2] 2016년 현재 텍사스에서 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