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18 08:23:02

힐클라이밍


1. 개요2. 특징3. 차량 클래스4. 관련 영상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세바스티앙 로브의 파익스 피크 힐클라임 주행.

1. 개요

힐클라이밍, 혹은 힐클라임은 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도로를 통해 주어진 지점까지 가는 시간을 기록하여 그 시간으로 경쟁하는 모터스포츠의 한 종류이다. 랠리 대회와 거의 흡사하며, 토게 레이싱과도 그 맥락이 상당히 비슷하다. 차이점을 꼽자면 랠리 대회는 공식적으로 규격이나 성능이 정해진 반면, 힐클라이밍은 규정 내의 성능만 맞춘다면 참여 가능한 차량의 제한이 없고, 오직 포장 도로만을 이용하며,[1] 차량의 특성상 드라이버 개개인이 자력 주행으로 코스까지 이동할 수 없다는 점 정도.

최초의 힐 클라이밍은 1897년 프랑스 니스 근처의 La Turbie라는 언덕에서 시작되었고[2] 그 이후로 여러 나라로 퍼져 계속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모터스포츠이지만 유럽권 국가들 중에서는 FIA에서 유러피언 힐클라임 챔피언십을 공식적으로 개최하며,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힐클라임 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거의 유럽이 종주국인 셈. 영미권 국가들의 경우에도 유럽권 국가들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의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캐나다의 녹스 마운틴 힐클라임 등 인지도가 꽤 있는 편이다. 상기했듯 힐클라임 대회는 포장된 공도만을 이용하며, 차량 대 차량의 경쟁전이 아니기 때문에 월드 랠리 챔피언십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어 차량들을 출발시킨다.

거의 대부분의 코스는 넓어봤자 왕복 1차선인 와인딩 코스 수준인지라 폭이 매우 좁고 헤어핀이 많다. 때문에 제동할 곳이 많기는 하지만 코스가 너무 직선적일 경우 주최측의 판단 하에 폐타이어 같은 것을 쌓아 간이 시케인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런 조건에서 내달리기 때문에 지상고가 낮게 세팅된 차량이 코스를 달리는 영상을 찾아보면 바닥에서 불꽃이 튀기는 걸 간간히 볼 수 있다. 이것을 장소만 서킷으로 바꾸면 바로 타임 어택이 된다. 여담으로, 관중들이 코스 가까이에서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환호하는 것을 보면 괜시리 그룹 B가 생각나기도 한다. 물론 진행요원의 통제와 관중들 사이에 가드레일이 있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힐 클라임, 힐클라임, 힐 클라이밍, 스피드 힐 클라임 등, 표기가 제각각이지만, 보통은 간단하게 힐클라이밍이라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힐클라임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 자동차 이외에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명칭 그대로 언덕을 올라가는 것을 포함한다.

2. 특징

파일:hillclimb mini.jpg
힐클라임용으로 개조된 모리스 미니. 해당 차량의 경우 2세대 란에보의 엔진과 구동계를 싹 다 저 조그만 차체에 구겨넣은 차량이다.
힐클라임용으로 개조된 피아트 500. 여기서는 한술 더 떠서 스즈키 하야부사의 엔진 헤드 2개를 전용 V8 엔진블록에 붙여서 초소형 V8[3]을 만들고, 그걸 MR로 개조한 저 조그만 차체에 7단 DCT와 함께 욱여넣었다. 광폭 타이어와 거대한 윙은 덤.
진행 방식 자체는 랠리 대회와 상당히 흡사하지만, 규정은 랠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널하다. WRC는 성능 제한과 동시에 차량의 규격까지 정해져 있는 반면, 힐클라이밍은 출력이나 중량 정도의 제한만 지키면 출전이 허용된다. 구동 방식에 대한 제한도 없어 전륜이던, 후륜이던, 4륜이던 상관없다. 대부분의 레이스가 그렇듯 껍데기만 양산차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힐클라이밍 차량들은 그립 주행만으로 코스를 최대한 빨리 주파해야 하기 때문에 극한의 경량화와 매우 극단적인 에어로파츠로 요약할 수 있다. 드라이버의 편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최소한의 안전장비와 시각적 정보를 전달해주는 장치만을 장착하거나[4] 등화류마저 제거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오버 펜더는 기본이고 지붕보다 높은 거대한 윙이나 차체의 절반이 스플리터로 뒤덮여 있기도 하다. 이 닛산 GT-R의 경우, 1600마력의 깡마력에 뒤에 윙을 장착하는 것으로 모자라 앞에 윙을 달아버렸다.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일반적인 온로드 서킷에서 달리는 월드 클래스 차량 (F1, LMP, GT3)에 비하면 힐클라임은 트랙 평균속도가 최소 50km/h, 거의 100km/h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일반적인 트랙보다 훨씬 저속인 상황에서 유의미한 다운포스를 내려면 윙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다운포스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힐클라임 특성상 일반적인 서킷에 비해 직선보단 코너가 많아, 직선에서 드래그로 잃는 손해보다 코너에서 다운포스로 얻는 이득이 훨씬 커서 드래그가 커지더라도 최대한 사이즈가 큰 윙을 달아 다운포스를 얻는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케바케로, 일부 팀의 경우 에어로 파츠조차 제외하고 극한의 경량화로 이득을 보려는 팀도 있기에, 에어로 파츠의 크기는 순전히 팀이 어떤 것을 더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엔진도 흉악하기 짝이 없어서 깡마력 튜닝을 하거나, 마력이 낮아도 RPM이나 토크는 매우 높게, 기어비는 상당히 짧게 세팅한다. 큰 엔진이 들어갈 수 없는 소형차들에는 거의 스포츠 바이크가 사용하는 엔진을 스왑하고, 힐클라임용 프로토타입 차량들을 사용하기도 하며, 종종 오픈휠 차량으로 출전하는 팀도 있다. FIA 공식 규격이나 원메이크 레이싱 규격의 차량들도 다수 참여하며, 한때 랠리계에서 이름을 날렸거나 그룹 B 폐지 이후 갈 곳이 없어진 그룹 B 랠리 차량들도 상당히 많이 참여하는 편. 이런 널널하다 못해 아예 없다시피한 차량 규제 덕분에 참전하는 차량들이 매우 다채롭다. 공식 규격에 맞춰 생산되는 차량들의 경우 제작사에서 공식으로 참여하는 건 아니고 각 팀들이 차량이나 차대를 구매하거나 바디워크를 거쳐 출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나 이것조차 자금적으로 여유가 있는 팀에 한정되며, 대부분은 싸게 구매하고 개조할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 힐클라임에 사용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연식이 적어도 15~20년 이상 되는 차량들이 많이 출전하는 편이다. 아무 차량으로 출전해도 별다른 불이익은 없지만, 보통 왕년에 랠리 대회에 많이 출전한 차량들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대표적으로는 란에보, 임프레자나 르노, 피아트 및 란치아의 차량들이 많이 출전하는 편.

코스의 경우 대부분 흔히 와인딩 코스 하면 생각나는 산길이나 협곡 사이에 위치한 길에서 진행하나, 꼭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같이 고저차가 거의 없는 경우에도 힐클라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힐클라이밍 대회는 해가 뜨지 않은 시간대나 비가 온다면 절대 진행하지 않는다. 상술했듯 떼낼 수 있는 건 다 떼기 때문에 등화류까지 제거하는 경우가 많아 밤이나 새벽에는 시야 미확보로 진행 자체를 할 수가 없고, 고저차가 크고 폭이 좁은 코스, 그립 주행에만 치중한 차량의 특성상 어느 정도 험지 돌파력을 갖춘 랠리와는 달리 한 번 그립을 잃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독일의 선수 Georg Plasa의 사례로, 여러 힐클라이밍 대회에서 우승하고 각종 신기록을 세운 그는 2011년 7월 10일, 유러피언 힐클라임 챔피언쉽 이탈리아 라운드에서 BMW 1시리즈로 주행 중 시속 200km/h의 속도로 벽에 충돌해 후송 중 사망했다.

3. 차량 클래스

2020년 FIA에서 개정한 유러피언 힐 클라임 챔피언십의 클래스를 기준으로 작성한다. PF란 Performance Factor의 약자로, 일상적으로도 쓰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FIA가 규정하는 힐클라임용 차량의 성능 등급을 말하며, 숫자가 '낮을수록'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차량들임을 나타낸다. 투어링 카의 클래스 구분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 참고.
카테고리 1
그룹 클래스 PF
그룹 1 싱글 클래스 15~39
그룹 2 클래스 2A 40~59
클래스 2B 69~79
그룹 3 클래스 3A 80~99
클래스 3B 100~119
그룹 4 클래스 4A 120~139
클래스 4B 140~159
그룹 5 그룹 5A 160~199
그룹 5B 199 이상
카테고리 2
그룹
D/E2-SS (1인승 차대)
CN/E2-SC (스포츠카)

이외 유러피언 힐 클라임 챔피언십에서 자체적으로 규정하는 차량 클래스는 다음과 같다.
카테고리 1 - 양산차
그룹 차량 유형
그룹 N 일반 양산 차량
그룹 A 투어링 카 - WRC 차량 및 슈퍼 1600 클래스
그룹 SP 경주용으로 개조된 양산 차량[5]
그룹 S20 슈퍼 2000 클래스
그룹 GT FIA GT1, 2, 3 규격 차량
카테고리 2 - 경주용 프로토타입
그룹 차량 유형
그룹 CN(그룹 E) 1인승 차대
그룹 D/E2-SS 1인승 혹은 2인승 차대[6]
E2-SC 3000cc 미만의 2인승 스포츠카
E2-SH 실루엣 투어링 카[7]

4. 관련 영상

FIA가 주관하는 Hillclimb Master 2021에서 다양한 차량들이 코스를 달리는 모습.
프로토타입 차량들의 주행 영상. 일반적인 트랙과 달리 노면이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게 내달린다.

[1] 랠리도 포장 도로를 이용하는 코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걸 타막(Tarmac) 랠리로 따로 구분하며, 대부분 오프로드 코스가 주를 차지한다. [2] 참고 [3] 11,0000RPM을 찍고 300마력을 낸다! [4] 위 사진 속 미니의 온보드 주행 영상. [5] 독일어 원문은 Superproduktionswagen. 영어로 직역하면 Super Production Car. [6] 보통은 포뮬러 3와 슈퍼 3000 차량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7] 투어링카 기반의 개조 차량. 원본 차량의 실루엣만 따온다 하여 실루엣 카 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