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血書志願
일제강점기 말기, 민족 말살 통치기인 1943년에 오케 레코드[1]를 통해 발매된 지원병 모집 선전가요로, 작사는 조명암, 작곡은 박시춘, 노래는 남인수, 박향림, 백년설이 불렀다.
2. 설명
1941년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조선총독부 지령에 의거하여 조선의 청년들에 대한 징집령을 내리고 전쟁터에 동원시키게 된다. 이에 친일파 및 일제의 사주를 받은 조선의 학자, 교사 등 청년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친일 인사들의 징집 찬양 강연과 호소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에 맞춰서 친일 가수로 알려진 남인수, 박향림, 백년설 등 당대에 알려진 이들 가인들을 대상으로 조선 청년들의 일본군 징집 및 지원을 유도하여 만들어낸 것이 이 노래이다.3. 관련자들
가사랑 발매 의도 자체가 빼도박도 못 하는 대표적인 전시 친일가요로 손꼽히는 노래지만 작사자, 작곡자, 가수들이 이 노래를 자발적으로 불렀는지 강압에 의해 부른 것인지는 여러 시각으로 갈린다.작곡자인 박시춘은 1913년생으로 1931년 데뷔하여 수많은 가수들의 히트곡을 작사작곡하여 1960년대까지 인기를 끌었으며 은퇴한 1980년대에도 원로 음악인 대접을 받으며 간간히 방송에 출연하며 살다가 1996년 사망했다.
작사자인 조명암은 1913년 11월 10일 충남 아산 출신으로 1993년 사망했다.
1, 3, 5절을 부른 백년설은 1914년생으로 1938년 데뷔해 "나그네 설움", "번지없는 주막" 등으로 히트하여 광복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다가 1963년 은퇴하고 미국에서 살다가 1980년 사망했다.
3, 4, 5절을 부른 남인수는 1918년생으로 1938년 데뷔한 이래 " 이별의 부산정거장", "무너진 사랑탑'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로 한창 나이인 1962년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2, 3, 5절을 부른 박향림은 1921년생으로 1937년 데뷔해 한국사 최초의 걸그룹[2]인 저고리 시스터즈로 활동한 이력이 있었다. 광복 직후아 1946년 출산 직후 무리하게 공연에 나갔다가 산후병으로 요절하여 이들 중 가장 일찍 단명했지만 나이든 세대에게만 인지도가 있는 위의 두 사람과는 달리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히트곡이 후대에 들어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 다시 인기있는 곡이 되었기에 젊은층들도 아는 사람이 많다.[3]
우연히도 모두 태어난 순서와 역순으로 사망하였다.[4] 박향림이 가장 마지막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죽었다.
4. 가사
白은 백년설 주창, 朴은 박향림 주창, 南은 남인수 주창, 合은 3명이서 합창.절수 | 원본 가사 | 현대 한국어 번역 |
1절 白) |
무명지 깨물어서 붉근 피를 흘려서 日章旗 그려 놓고 聖壽萬歲 부르고 한 글ㅅ자 쓰는 事然 두 글ㅅ자 쓰는 事然 나라ㅅ님의 兵丁 되기 所願입니다 |
무명지[5]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 그려 놓고 성수만세[6]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랏님의 병정 되길 소원합니다 |
2절 朴) |
海軍의 志願兵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달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 感激을 못니기어 손끗츨 깨무러서 나라ㅅ님의 兵丁 되기 志願합니다 |
해군의 지원병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다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 감격을 못 이겨 손 끝을 깨물어서 나랏님의 병정 되길 지원합니다 |
3절 合) |
나라님 허락하신 그 恩惠를 잊으리 半島에 태어남을 자랑하여 울면서 바다로 가는 마음 물결에 뛰는 마음 나라ㅅ님의 兵丁 되기 所願입니다 |
나랏님이 허락하신 그 은혜를 잊으랴 반도에 태어남을 자랑하여 울면서 바다로 가는 마음 물결에 뛰는 마음 나랏님의 병정 되길 소원합니다 |
4절 南) |
半島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한 피ㅅ줄 한나라 지붕아래 恩惠닙고 자란몸 이때를 놓칠쏜가 목숨을 아낄쏜가 나라ㅅ님의 兵丁 되기 所願입니다 |
반도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한 핏줄 한 나라 지붕 아래 은혜 입고 자란 몸 이 때를 놓칠쏜가 목숨을 아낄쏜가 나랏님의 병정 되길 소원합니다 |
5절 合) |
大東亞共榮圈을 건설하는 새 아츰 구름을 혜치고서 솟아오는 저 해ㅅ발 기쁘고 반가워라 두손을 合掌하고 나라ㅅ님의 兵丁 되기 所願입니다 |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는 새 아침 구름을 헤치고서 솟아오른 저 햇발 기쁘고 반가워서 두 손을 합장하고 나랏님의 병정 되길 소원합니다 |
5. 번안곡: 혈청지원가
대한민국 군가로도 번안되어 1953년 '혈청지원가' 라는 노래로 불려졌다.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피를 흘려서
태극기 그려놓고 천세만세 부르자
한글자 쓰는 사연 두글자 쓰는 사연
대한민국 국군되기 소원합니다
태극기 그려놓고 천세만세 부르자
한글자 쓰는 사연 두글자 쓰는 사연
대한민국 국군되기 소원합니다
번안하면서 가사가 조금 바뀌었는데 예를 들어 1절 가사에 일장기 그려 놓고 성수만세 부르고' 부분을 대신 '태극기 그려놓고 천세만세 부르고'로 교체하였다. ' 나랏님의 兵丁(병정) 되기 所願(소원)입니다' 부분을 '대한민국 국군 되기 소원입니다.'는 등으로 가사를 교체하였다. 태평양 전쟁 때 쇼와 덴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노래를 한국 전쟁 때 가사만 바꾸고 군가로 쓰인 셈.
사실 적대 세력의 노래를 가사만 바꿔서 부른 경우가 세계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김좌진 장군이 작사하였고 청산리 전투에서 참가했던 독립군들이 널리 불렀던 승리 행진곡은 일본의 군함행진곡을 번안한 노래이다.
이는 적에 대한 디스 목적이거나, 작곡가가 없었고 선무해야 하는 민중들이나 대원들이 가장 잘 아는 곡조를 찾다보니 이 노래를 번안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실제로 북한에서 김일성 부대가 불렀다는 혁명가중 상당수도 일본 군가의 곡조를 따와서 가사만 바꾼 게 많다. 보병의 본령, 용감한 수병 등의 군가도 그렇게 유용되었다. 심지어 김정일은 라바울 소패를 즐겨 부르기도 했다.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반성하는 일본 좌익 계열 노래에도 보병의 본령에서 개사한 들어라 만국의 노동자라는 노래도 있다.
2006년 국가보훈처에서 당대 인기가수들을 초청하여 리메이크 군가음반인 Remember-U을 제작하였다. 이 음반에서 혈청지원가가 리메이크되었는데, 가수는 V.O.S
[1]
일본 내지 회사였던 제국축음기상회 경성지사의 서브레이블로, 사장이 이철이라는 조선인인데, 덕분에 일제강점기 연간 조선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였다. 상세는
한국 음악의 역사 단락 참조.
[2]
물론 지금 같은 걸그룹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3]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해당 노래가 나왔고 2019년경 어느 광고에서도 나왔다.
[4]
박시춘 (1913년 10월생) > 조명암 (1913년 11월생) > 백년설 (1914년생) > 남인수 (1918년생) > 박향림 (1921년생). 사망 순서는 정반대.
[5]
無名指. 넷째 손가락(약지)를 뜻한다.
[6]
성수(聖寿)는 천자, 즉 천황의 수명을 뜻하고, 이에 대한 만세를 외친다는 것은 곧 천황의 만수무강을 바란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