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9:21:02

터널(소설)/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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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내용
2.1. prologue 이야기를 시작하며2.2. 01 살아있습니다, 구조를 요청합니다2.3. 02 희망을 품고서2.4. 03 하나의 마음으로2.5. 04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2.6. 05 가슴이 만나는 순간2.7. 06 절망이 피워내는 사랑2.8. 07 각자의 간절함으로2.9. 08 정의란 무엇인가!2.10. 09 당신들의 손가락2.11. 10 강요2.12. 11 마녀사냥2.13. 12 더러운 욕망의 배설자들, 사회적 타살2.14. 13 마지막2.15. epilogue 이야기를 마치며

1. 개요

소설 터널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문서.

목차는 다음과 같다.
  • prologue 이야기를 시작하며
  • 01 살아있습니다, 구조를 요청합니다
  • 02 희망을 품고서
  • 03 하나의 마음으로
  • 04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
  • 05 가슴이 만나는 순간
  • 06 절망이 피워내는 사랑
  • 07 각자의 간절함으로
  • 08 정의란 무엇인가!
  • 09 당신들의 손가락
  • 10 강요
  • 11 마녀사냥
  • 12 더러운 욕망의 배설자들, 사회적 타살
  • 13 마지막
  • epilogue 이야기를 마치며

2. 내용

2.1. prologue 이야기를 시작하며

작가인 소재원의 말로 시작된다. 아래는 개정판 기준이다.
[ 펼치기 · 접기 ]
>작품을 내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내 12번째 작품으로 기록할 것인지. 아니면 처녀작으로 남겨둘 것인지를.
터널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성했던 첫 소설이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무작정 거침없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써내려간 작품이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 데뷔작인 < 비스티 보이즈> 원안 소설보다 훨씬 더 과거에 쓰였던 원고였다.
그럼 왜 이제야 출판을 하게 된 것일까?
출판사들에게서 흥행을 할 요소가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느 출판사에서도 출판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출판사는 자극적인 소재를 원했고 나는 데뷔를 위해 그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젊은 열정과 순수, 뜨거운 갈망이 탄생시킨 <터널>은 제대로 된 탈고 과정도 거치지 못한 채 초고 상태로 깊숙한 잠을 청해야만 했다.
출판사의 선견지명 덕분에 나는 데뷔 소설이 영화화되는 호사를 누렸다. < 비스티 보이즈> 원안 소설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소재들을 찾아다녔다. 내 주장을 하기보다는 다수가 원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작품을 집필했다.
내가 가진 색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강렬하고 애드러웠지만 두려웠다. 무명작가에게 과분한 사랑을 안겨준 작품은 내가 가진 색이 아닌 출판사가 요구하는 조건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꼭두각시가 되어야만 나는 배부른 돼지가 될 수 있었다. 데뷔 2년차에 벌써 5작품을[1] 출판했고 6번째 작품을 준비중이었다. 기계처럼 썼다. 누군가가 주제만 정해주면 태풍처럼 써내려갔다. 밤 문화를 쓰라 하면 썼고 가족애를 그리라면 그렸다. 에세이가 잘나간다 하면 에세이를 집필했고 슬픈 이야기가 대세라고 하면 어김없이 눈물을 쏙 빼놓을 수 있는 플롯을 단번에 구상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내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한 것은 28살? 29살? 아마도 그쯤이었을 것이다.
가난에서 살짝 벗어나보니 현실의 팍팍함이 증발했다. 시간의 질을 높이고 싶어졌다. 내가 원하는 작가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작품을 써도 기존 독자들 10명 중 7명은 봐줄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며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다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깊은 산골에 터를 잡았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곳이었다. 유행이나 세상의 흐름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것들을 알게 되면 나는 습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써내려갈 것이 뻔했다. 과감한 결단 속에 이뤄진 3개월의 집필 기간은 영화 < 소원>의 원작 소설 <소원: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라는 소중한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축복을 선물해 줬다.
내가 가진 펜이 결코 독자들이 갈망하는 무언가와 다르지 않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확신은 욕심을 가져다 줬다. 욕심은 고이 잠들어 있던 <터널>로 향했다. 처음으로 써봤었던 소설이었다. 처음으로 완성해 본 소설이었다. 처음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 소설이었다.
나는 <터널>을 어떻게 해서든 출판하고 싶었다. 내 펜이 독자에게 외면 받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믿음은 과감한 행동을 만들었다. 대형출판사 몇 군데에 원고를 보냈다. 원고를 보낸 지 하루 만에 A출판사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엄청난 비판이 내 귓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소 작가님. 그래도 열심히 작품 활동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서 밤새도록 끝까지 원고를 읽어봤는데요. 이게 말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세요? 황당하고 어이없는 내용이며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워요.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거라고 보세요?"
나는 지지 않았다.
"이미 대표님도 소설 속 그들과 같은 어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터널을 쓴 지 7년은 족히 지났습니다. 7년 전,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대표님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내용이며 작위적이고 억지스럽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아직도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걸 느끼지 못하신다면 대표님은 소설 속 얼굴 없는 살인자들과 같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A출판사 대표는 적극적이고 흥분 가득한 내 주둥이에 놀아나지 않았다. 그저 어른으로 할 수 있는 충고를 정중히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
"우리 한국 작가들이 선호하는 역사소설이나 5.18, 아니면 로맨스 소설을 한 번 써보세요. 젊은 감각으로 써본다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 뒤로 두 군데의 출판사에서 <터널>을 계약했지만 한군데는 막대한 계약금 손실에도 불구하고 출판을 하지 않았고 한군데는 전자우편으로 달랑 죄송하다는 말만을 보내왔다.

<터널>은 1년 후 우여곡절 끝에 작가와비평이라는 출판사와 계약이 이루어졌다. 원래 <아버지 당신을>이라는 작품을 계약하려고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다른 B출판사에서 무조건 <아버지 당신을>을 자신들이 하겠다며 양보를 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작가와비평 쪽에 양해를 구했다. 대표는 대신 다른 작품이 있는지를 물어봤고 나는 처녀작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알렸다. 대표는 <터널>을 검토해 보기를 원했다. 나는 거리낌없이 <터널>을 전달했다. <터널>을 보낸 지 7시간 정도가 됐을 때였다.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기 너머의 결론은 아주 짧았다.
계약했으면 합니다.'
대표는 앞뒤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았다. 계약을 하고 출판을 하자는 깔끔하고 명료한 대답만을 던져줄 뿐이었다.
하지만 출판을 앞두고 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만 했다.
처녀작답게 맞춤법만 손봐서 출판을 할 것인지 아니면 기성작가로 부끄럽지 않게 플롯만을 유지한 채 전부 새로 쓸 것인지! 처녀작이니 만큼 데뷔 9년차 작가가 보기에 엉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쓴 작품이었고, 글에 대한 테크닉보다는 진정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정의감에 불타오르던 시절의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을 가득 담아낸 소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문장의 아름다움을 신경 쓰는 세심함보다는 과감하고 도전적이며 거칠고 거침이 없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읽는 누군가로 하여금 대립각을 세우고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나만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이기적인 글이기도 했다.
지금이면 꿈도 꾸지 못할 소설인 것이다. 독자를 배려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은 소설! 바로 <터널>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나라면 절대 쓰지 않았을 작품이라 확신한다. 작품을 읽어 내려간 독자와 논쟁하고 싶은 기성작가는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더욱 고민했다. 독자들과의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드럽고 섬세한 문장과 대화체로 강한 플롯의 뼈대를 유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감정으로 가득한 대화체와 문장을 그대로 가져가며 오히려 플롯에 더 힘을 실어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 논쟁의 중심에 설 것인지.
출판사는 전적으로 내 의견을 존중할 거라며 한발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누구도 나에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터널>에 대한 집착이 굉장했던 나였다. 그래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도 싫었고 제대로 독자들에게 내 처녀작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애증이 강한 작품이었기에 판단은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출판사에게 약속한 결정의 시간을 5시간 남겨두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갈대와 같이 힘없니 흔들리고 있었다.
수십 일을 방황했던 문제는 황당하게도 30초 만에 결정이 내려졌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칠대로 지쳐 있을 때였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는데 발에 뭔가가 걸렸다. 나와는 5년째 동거중인 강아지 '돌멩이'이었다. 이젠 사람이 다 된 돌멩이가 느긋하게 내 발을 피해 옆으로 구르더니 태연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돌멩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내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면 오줌까지 지리며 끔찍하게도 날 반기던 녀석이었다. 벽지란 벽지는 다 뜯어 놓고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죄다 가지고 놀아 한 시간만 집을 비워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던 대단한 녀석이었다.
5년이 지나자 돌멩이에게 그런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화장실이 아니면 볼일도 보지 않고 장난감도 사다줘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가 집에 들어와도 현관은 썰렁한 기운뿐이다. 현관을 가로질러 불을 켜는 순간 거실 중간에 떡하니 엎드려 있는 녀석이 힐끗 나를 보고 하품을 하는 일상이 이젠 당연했다. 능숙하고 농익은 녀석에게 서툴고 엉성한 구석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돌멩이를 내려다보며 "그래도 힘들었지만 그때가 참 좋았다."라고 중얼거렸다. 순간 번뜩이는 뭔가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성숙한 작가의 냄새만이 독자를 흥분시킬 거라는 판단은 나의 실수가 아닐까?라는 의문이었다.
물을 충분하게 오른 농릭은 문체와 이야기 전개만을 독자들이 바랄까? 아닐 것이다. 거칠고 꾸밈이 없지만 직설적이고 화끈한 개인적 취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천진난만한 작가의 글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노련미와 아름다운 문장으로 무장한 작가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끔은 어설픈 순수와 상큼한 순진함이 목마를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감정을 그대로 표출해 버리는 돌멩이를 그리워하는 것과 같이 독자들도 줄다리기를 하는 작품이 아닌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해주는 작품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즐거운 나만의 문답은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내내 이어졌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달달한 크림빵을 말끔하게 먹어치운 나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맞춤법만 한 번 보고 출판하도록 하죠. 처녀작은 처녀작답게 남아야 정답일 것 같습니다."

2013년 <터널>은 출판되었고 그 뒤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2016년 8월 영화 개봉 소식이 전해지자 내게 따끔한 충고를 했던 A출판사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30분간 늘어놓더니 결국은 그날 대화에 대한 사과와 새로운 작품의 계약을 제시했다.
나는 사과는 받되 작품의 계약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에게 작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작가의 이름과 경력이 중요할 뿐이었다.
거절의 의미가 복수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나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곡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정판을 준비한다며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나에게 다듬어서 출판을 하겠느냐 물어왔다 나는 아주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처녀작은 처녀작답게 준비하죠. 작가이야기만 새로 쓸게요."

2.2. 01 살아있습니다, 구조를 요청합니다

이정수는 퇴근하는 길에 터널에 진입하고 중간 정도 지점에서 터널이 무너져 고립된다. 그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을 키고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정상이었고 수신 상태도 훌륭했다. 그는 112를 누르려다 번호를 지우고는 119를 눌렸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다시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보험회사에 연락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보험사에 연락하는 친절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긴급출동을 지시하는 1번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늦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힘차고 상냥한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정수는 안내원의 질문에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서 이정수는 터널에 혼자 갇힌 것을 확인했으며 불안해했다. 안내원은 이정수를 위로해주려고 하지만 심리적 불안으로 그의 귀는 안내원의 위로를 거부하고 있었다. 안내원은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휴대폰으로 위치 추적을 하겠다. 터널이 무너진 것은 보험회사가 어떻게 해줄 수 없으니 경찰서와 소방서에 연락을 취하도록 하고 구조 이후에 차량은 우리가 인도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친 곳은 없냐고 물었고 이정수는 몸을 둘러보고 핸들에 머리를 박았을 때 생긴 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며 이마에 작은 혹을 빼고는 아픈 곳이 없다고 답한다. 안내원은 다행이라면서 고객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직원이 연락을 드릴 것이니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다.

이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바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울리지 않고 바로 아내 김미진이 전화를 받았다. 김미진은 "왜 이렇게 늦어?"라는 독촉과 핀잔의 목소리로 묻는다. 이정수는 사고가 났다며 딸 수진은 잘 있는지 묻는다. 김미진은 무슨 사고냐면서 몸은 괜찮냐고 금방 걱정하는 투로 목소리가 변한다. 이정수는 별 일 아니라면서 "터널이 무너졌다. 곧 경찰과 119가 와서 구조해줄 거다.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정수는 곧이어 "수진이는?"라고 물었고 김미진은 "자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라고 답하며 묻는다. 아내의 목소리에는 걱정을 넘어선 불안이 가득 드러났다.

이정수는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하는데 온통 어둠뿐이었다. 바위들이 차량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라이트는 깨졌는지 제 기능을 상실했으며 창문에는 이리저리 금이 가 있었다. 다행인 점은 뒷좌석은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 보였다는 것이다. 이정수는 이것은 분명 부실공사일 것이라면서 터널이 무너진 게 말이 되냐며 아내에게 별 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곧 구조대가 와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정수는 바닥에 있던 케이크와 인형을 의자에 올려 놓았다. 케이크가 망가진 것을 보고 이정수는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고 아내는 여전히 안정을 되찾지 못한 상태에서 말을 꺼내려는 순간 통화 중 대기를 알리는 음이 전해진다.

이정수는 보험회사라고 생각하여 아내와의 전화를 끊은지 새롭게 걸려온 누군가와의 통화를 시도했는데 역시 보험회사가 맞았다. 출동요원은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처음 직원과 통화했을 때와 똑같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출동요원은 곧바로 출발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이정수는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급하게 전해진다. 아내가 "여보, 뭐래?"라고 묻자 이정수는 "출동한다고 하네. 수진이 생일인데 이거 꼴이 이상하게 가네"라고 말한다. 이정수는 뒷좌석에 몸을 눈다. 케이크와 인형을 배 위에 올려 놓은 채 통화를 이어간다.

여보 미안해, 아무래도 조금 늦게 나갈 거 같아. 우리 와인은 나중에 마시자.
기다리는 거 익숙하잖아, 주말이 조금 길어졌다 생각할게.

2.3. 02 희망을 품고서

개통된 지 5개월 만에 부실 공사로 무너진 터널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이모 씨는 3일째 이곳에 갇혀 구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이씨는 귀가시간 터널이 무너져 내리면서 고립되었는데요. 구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정수가 고립된 지 3일이 지났다. 3일 만에 그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었다. 3일이 지났지만 아직 구조의 손길은 그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2.4. 03 하나의 마음으로

이정수가 고립된 지 5일째,

2.5. 04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

이정수가 고립된 지 7일째,

2.6. 05 가슴이 만나는 순간

이정수가 고립된 지 12일째,

2.7. 06 절망이 피워내는 사랑

터널에 갇힌 지 17일째,

2.8. 07 각자의 간절함으로

터널에 갇힌 지 19일째, 김미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9. 08 정의란 무엇인가!

어제와 오늘 연이어 구급차가 돌아가는 바람에 안타까운 두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터널 구조작업으로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빠른 길마저도 터널 구조작업 현장 인근이라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정수가 갇힌 지 25일째, 여론은 급격하게 변한다. 그제와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2.10. 09 당신들의 손가락

이정수가 갇힌 지 28일째, 그 사이에 시골 부락의 어르신 하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급하게 수혈을 했어야 했지만 길을 돌아가야 했던 바람에 결국 사망한다.
터널공사 진행하라! 죽은 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라!

2.11. 10 강요

이정수가 터널에 갇힌 지 31일째, 벌써 한 달이 흘렸다.

2.12. 11 마녀사냥

이정수가 사망한 지 15일째, 김미진의 사투는 끝나지 않았다.

2.13. 12 더러운 욕망의 배설자들, 사회적 타살

김미진은 이른 아침 경찰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고소장이 접수되었기 때문에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2.14. 13 마지막

이정수 사망 1주년. 터널은 다시 개통되었다.

2.15. epilogue 이야기를 마치며

작가 소재원은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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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미 작품 안에서 모든 내 주장을 펼쳤다.
터널을 통해 누군가는 의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내 트위터를 통해 얼마든지 의문을 던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간에 갑작스럽게 여론이 뒤바뀌어 악플을 다는 모습이 엉성하다는 플롯에 대한 비판은 삼가 주길 바란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니까.
기사에만 의존한 채 사실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순식간에 펜대에 의해 갑작스럽게 바뀌는 우리의 모습이니까.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아내의 모습이 어색하다 이야기하겠는가?
그렇게 비정상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는 무서운 힘이 바로 대중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이다.
누군가의 악플 사건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은 한 사람을 갑작스럽게 정신이상자와 같이 돌변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음을.
터널을 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터널을 읽음으로 대중과 나의 이야기는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1] 오타가 아니라 진짜 이렇게 표기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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