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2 19:33:31

탈리도마이드

파일:탈리도마이드 구조식.svg
1. 개요2. 부작용
2.1. 문제의 원인
3. 새로운 유용성4. 대중매체에서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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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Thalidomide

공식 화학명은(RS)-2-(2,6-dioxopiperidin-3-yl)-1H-isoindole-1,3(2H)-dione.

독일에서 개발되었다. 최초 제약회사는 그뤼넨탈(Grünenthal GmbH).[1] 1957년 10월에 서독에서 콘테르간(Contergan)이라는 제품명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강력하고 안전한 진정제, 수면제로 시판되었다. 광고할 때 '무독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어 많은 임신부들이 복용하였다. 하지만 이 의약품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2. 부작용

파일:talomaid.jpg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렇게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을 콘티키즈(콘테르간 키즈) 혹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Thalidomide Baby)라고 한다. 이 아이들은 신체적 기형을 가졌을 뿐 아니라 생존율도 낮았고 그나마 살아남아 성인이 된 아이들도 한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다.

독일에서는 1961년 11월에, 일본[2]에서는 1962년 5월에 판매가 금지되기까지 거의 5년간 사용되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만 8천명[3], 전세계 48개국에서 1만 2천여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일명 콘테르간 스캔들(Contergan-Skandal)로 불리며 현대의학 역사상 최악의 약해(藥害)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들은 2011년 기준 약 3천명 미만으로 살아있었다. 50세 이전까지 생존율이 25% 미만인데 사망한 아이들 대부분이 영유아기 때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단 17건의 영아 부작용 사례만 보고되었는데 이는 FDA에서 끝까지 판매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심사관(reviewer)이었던 프랜시스 올덤 켈시(Frances Oldham Kelsey, 1914~2015)가 "서류 미비, 자체 실험자료 미비,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검토의 불충분" 등을 발견하고 제약회사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할 것을 요구하며 6번에 달하는 승인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 덕분에 미국에서의 탈리도마이드 부작용 사건은 극히 적었고 프랜시스는 이 공로로 전국민적인 영웅이 된 것은 물론 대통령 존 F. 케네디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2010년엔 FDA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켈시 상까지 만들었다. 물론 그녀가 미국의 탈리도마이드 베이비 사건을 막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미국인들의 손을 막지는 못했는지 유럽보다는 압도적으로 적긴 하지만 탈리도마이드 베이비가 태어나긴 했다. 한편 당시 한국에는 경제적, 사회적 여건상[4] 아예 시판되지도 않아서 부작용이 생긴 아이조차 없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기사 맨 하단 참고.[5]

2.1. 문제의 원인

판매 초기부터 부작용에 대한 보고 및 논의는 계속되었으나 비임상시험 결과만 들어 판매는 계속되었다. 동물실험에서 탈리도마이드는 쥐와 토끼 등 실험동물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보이지 않아 '기적의 약'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래서 탈리도마이드 부작용 사건은 동물실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6]

탈리도마이드 분자는 R형과 S형의 두 광학 이성질체의 형태를 가지는데[7] 이 중 (R)-탈리도마이드는 입덧 진정 작용을 보이며 (S)-탈리도마이드는 혈관의 생성(Angiogenesis)을 억제하는 부작용[8]이 있었다. 신생아의 사지 기형도 이 부작용 때문에 생겼다. 태아의 세포가 성장하고 분화할 때 필요한 영양분을 혈관이 공급해 줘야 하는데 탈리도마이드의 방해로 혈관이 자라지 못했으니 당연히 팔다리가 제대로 자랄 리 없었다. 그 결과가 사지가 극단적으로 짧게 태어나는 기형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둘 혹은 여러 이성질체의 형태를 갖는 약의 경우 완전히 분리한 후에 효과를 보이는 것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9] 탈리도마이드의 경우는 한쪽 이성질체만 복용해도 간세포에서 다른 이성질체로 상호전환되어 결국 부작용을 갖는 분자가 만들어지는지라[10] 분리의 의미가 없으며 입덧 치료용으론 쓸 수 없다.

이외에 독일에선 심근경색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렇게 의학계 흑역사의 한 페이지로 끝나나 했는데...

3. 새로운 유용성

위와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탈리도마이드는 완전 금지 및 흑역사화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현재 꾸준히 생산되고 사용되는 약이다. 그 이유는 입덧 완화 외에도 새로운 유용성이 여럿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한 의사가 한센병 환자들에게 수면제로 탈리도마이드를 사용하다가 나성결절에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행해진 실험에서 나성결절홍반 환자 대상으로 탈리도마이드를 썼을 때 90% 이상이 치료되었음이 보고되면서, 탈리도마이드는 한센병 치료제로 다시금 부활하게 되었다.

이어 하버드의대의 포크만 (Judah Folkman)[11] 그룹이 부작용의 원인이었던 (S)-탈리도마이드의 혈관 생성 억제 효과가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역할이 있음을 발견해[12] 1998년 미국 FDA는 한센병 합병증 치료용으로, 2006년에는 다발성 골수종양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이런 효능 때문에 21세기 기준으로 탈리도마이드는 의학계에서 현역으로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당연히 적법한 절차만 거친다면 약국에서 탈리도마이드를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13] 심지어 의학계에서 탈리도마이드의 유용성을 인정받아 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도 탈리도마이드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14]

다만 단점 겸 주의점으로는 심근경색 유발 등 기타 부작용 외에도, 당연히 임산부에게 절대 탈리도마이드 성분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것이 있다. 특히 체내에 탈리도마이드 성분 분자가 존재할 시 여러 방법으로 타인에게 옮겨질 수 있는데,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타액교환이라든지... 어쨌든 이런 이유로 복용자에 의해 임신했거나 가임기면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없다. 물론 복용자가 임산부이기라도 하면 당연히 탈리도마이드는 절대 금지다. 같은 이유로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사람은 헌혈도 마지막 복용일로부터 1개월간 제한된다.

탈리도마이드에 대하여 FDA의 사용승인을 받았던 미국의 세엘진에서는 탈리도마이드의 다발성 골수종에 대한 효과를 강화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를 2006년에 출시하였다. 물론 이 약품도 탈리도마이드 유도체이므로 임산부에게는 절대 처방 불가.

4. 대중매체에서

서구권에서는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의료사고였기에 대중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는 편이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스캐너스와 래리 코헨의 <그것은 살아있다> 시리즈(It's Alive, 1974)[15]가 가장 유명한 편이다. 다른 예로, 미드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교사인 월터가 카이랄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탈리도마이드와 앞서 언급된 기형아 사건을 예를 든다.[16] 문과 과목 교과서의 토론 파트에서도 거의 필수요소 취급인데, 동물실험을 거쳤음에도 인간에게는 피해를 준 본 약품은 존재 자체가 동물실험 찬반 토론 시 반대측이 '인간과 동물의 실험결과가 다를 수 있다'를 주장할 때 거의 100% 확률로 관련 자료가 제시된다. 특히 초-중학교 국어교과서 토론파트에 수록된 이후부터 교내에서 같은 주제로 토론이라도 열리면 제시할 신빙성 있는 자료를 얻기 힘든 저연령 학생들이 자연히 텔리도마이드 사건 자료를 복붙하며 몇년째 우려먹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미 현재로부터 몇십년 전 사건이므로 그때와 지금은 검증 기술 자체가 다르며, 이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찬성측의 반박에 쉽게 논파될 주장이다.

2006년 독일의 제1공영방송인 ARD에서 이 사건을 다룬 2부작 TV 영화 '콘테르간'을 제작하였으나, 제약회사인 그뤼넨탈은 이 영화가 방영되는 걸 막기 위해 독일 법원에 방송금지 소송을 냈다. 재판까지 간 끝에 영화는 1년 후인 2007년에 무사히 방영될 수 있었고 독일의 각종 영화제들을 휩쓸었다. 그뤼넨탈 사는 콘테르간 스캔들이 일어난 지 반 세기가 지난 2012년에야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1981년에 탈리도마이드 베이비의 성장기를 다룬 '典子は、今'(노리코의 삶)이란 세미다큐 영화가 제작한 바 있다. 해당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츠지 노리코(辻典子)는 성인이 된 이후 결혼도 했고 구마모토시청에서 근무하는 등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2006년 퇴직 이후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5. 기타

이 참사의 악명 때문에 유기화학 교과서에 광학 이성질체의 예시로서 99.9%의 확률로 무조건 나온다.



[1] 1998년 FDA의 판매승인을 받은 제약회사는 미국의 세엘진. 트리돌의 주성분인 트라마돌을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2] 히로뽕으로 유명한 대일본제약에서 '이소민'과 '프로판M'이란 제품명으로 판매했었다. [3] 그 중 약의 원산지인 독일에서만 무려 5천 명이나 발생했다. 영국은 약 500명, 일본은 약 1천명. [4] 고작 종합감기약인 판피린이 생산되기 시작한 때가 1961년이다. 그런 상황에서 입덧 완화 약물의 수요층이 있을 리 만무하다. [5] 여담으로 이 기사에도 위의 '프란시스 O.컬세이'가 언급되지만, 부작용을 발견한 것으로 잘못 나와있다. [6] 그와는 반대로 인간의 3대 명약( 페니실린, 아세틸살리실산, 스테로이드)으로 불리는 페니실린은 인간에게는 부작용이 전혀 없지만 임신 초기의 토끼에게는 태반을 통과하는 특성 때문에 치명적이다. [7] 비전공자를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장갑 한 쌍을 생각하면 된다. 오른쪽 장갑과 왼쪽 장갑은 거울에 비친 듯한 대칭적인 모습인데 비슷하게 생겼음에도 3차원적 공간상에서 절대 포개질 수 없으므로 서로 다른 구조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가 분자 구조에 적용될 경우 광학 이성질체 관계이다. 위의 화학 구조식에서 물결 모양의 선으로 표시되어있다. 두 개의 고리가 ㄱ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와 ㄴ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유기화학에선 endo-/exo-라고 함)가 섞여 있다는 뜻. [8] 副作用, Side effect. 약물의 원래 목적과 달리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부수적인 작용'을 말하며 약물 자체의 독성 작용 같은 '부정적인 작용'(Adverse effect)과는 구분된다. 본문에 후술하겠지만 이 부작용을 잘 사용해서 을 억제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 [9] 약물 중 많은 수가 이렇게 한 이성질체 분자만을 분리하여 사용한다. 현재 나오는 새로운 약물들은 100%. 요즘은 이 문단의 내용을 빼먹으면 허가가 안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10] 이부프로펜도 이런 성질이 있다(아세트아미노펜은 단일 분자다). 약효가 있는 쪽(S형)과 없는 쪽(R형)이 있는데 체내에서 알아서 변환해서 쓴다. 있는 쪽만 분류해서 덱시부프로펜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면 이 체내변환이 이부프로펜의 부작용인 신장독성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11] 암혈관신생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다. 노벨상을 거의 확실히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으나 2008년 사망했다. [12] 암세포는 '세포의 무한증식'이 특징이고 이 '무한증식'을 위해 혈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만들어 영양분을 긁어모은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관 생성 속도가 세포의 증식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암 조직은 고질적인 산소 부족 현상을 보인다. 문제는 산소 없이 에너지를 뽑아내려면 같은 양의 에너지 공급을 위해 산소가 있을 때보다 20배 가까이 많은 영양분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매우 형편 없어진다는 것. 이런 이유가 겹쳐서 암세포는 영양분을 엄청나게 요구하므로 혈관 생성을 억제시키면 성장이 멈추거나 아예 고사한다. 실제로 항암제의 중요한 메카니즘 중 하나로 꼽힌다. [13] 한국에서는 "세엘진탈리도마이드", "탈리그로브"와 같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동네 약국에서 아무 허가 없이 손쉽게 구매 가능한건 아니고,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데다 희귀의약품으로 분류되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약은 아니다. 게다가 "위해관리프로그램"이라 하여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오남용되지 않는지 감시하는 약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제도가 생긴 이유 자체가 탈리도마이드 사태 때문이다. [14] 다만 나병 자체가 흔한 질병은 아닌데다 나성결정 질환 자체도 거의 없어진 질병이므로 탈리도마이드가 나병 치료 목적으로 WHO 필수 의약품으로 뽑힌 것은 아니다. 탈리도마이드는 다발성 골수종양 치료 목적으로 뽑힌 것이며, 그나마도 "보완 약물"이라고 하여 제일 중요한 약물은 아니고 조금 덜 중요한 약물로 뽑혔다. [15] 한국에서는 1978년작인 2편이 <악마의 자식들>, 1987년작인 3편이 <금단의 섬>이란 제목으로 SKC에서 비디오로 출시되었지만 1편은 출시되지 않았다. 2009년 독일 출신 감독인 조지프 러스낙이 리메이크했으나 그야말로 망했다. [16] 실제로 화학 강의에서 광학 이성질체와 카이랄성을 설명할 때 탈리도마이드는 매우 흔하게 언급되는 예시다. 어지간한 유기화학 교재에는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