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6 03:57:23

저희 나라



1. 개요2. '우리'와 '저희'의 사전적 의미3. 상대가 같은 한국인이라면4. 상대가 외국인이라면5. 여담

1. 개요

한국어의 높임법을 잘못 사용한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 '저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낮추어서 상대방을 높일 때 쓰는 겸양어 표현이며 '우리'와는 달리 대화의 청자를 배제한다. 따라서 같은 한국인 앞에서 '저희 나라'라고 말하면 듣는 상대방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뜻을 내포함과 동시에 자신의 나라를 청자에 대하여 낮추는 것이 된다.

2. '우리'와 '저희'의 사전적 의미

우리
1.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우리가 나아갈 길.
1.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우리 먼저 나간다. 수고해라.
1. ((일부 명사 앞에 쓰여))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
우리 엄마.
저희
1. 대명사 '우리3.2'의 낮춤말.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1. 대명사 '우리3.3'의 낮춤말.
((일부 명사 앞에 쓰여))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
1. 대명사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들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3. 상대가 같은 한국인이라면

이때는 '저희 나라'라고 하지 않는다. '저희'가 꾸미는 대상(나라)에 청자가 포함되는 경우, '저희'에 청자가 포함되기 때문에 청자도 함께 낮추는 꼴이 된다.

예를 들면 같은 동네 사람에게 "우리 동네는 참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저희 동네는 참 좋아요"라고 할 수는 없다. '저희 동네'에서 '저희'를 '저희1'의 의미로 사용하면 나와 듣는 사람을 함께 낮춰 버리게 되고, '저희2('제'의 친근한 대상 표현)'의 의미로 사용하면 '저희'는 상대방을 배제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상대는 나와 같은 동네 사람이 아니라는 뜻을 암시하게 된다.

그러므로 같은 한국인끼리 '저희 나라'라고 얘기하는 것은 애당초 문법적으로 틀렸다.

같은 이치로 듣는 사람이 화자가 속한 집단의 사람이라면 윗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를 쓰는게 옳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신입사원이 삼성전자를 지칭하며 이재용 회장에게 말할 때는 '우리 회사'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거기서 '저희 회사'라고 해버리면 이재용은 삼성 구성원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물론 일상 생활에서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 의미로 '저희'라는 말을 쓸 때가 있는데 가령 '저희가 해낼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저희는 시드니 공항에 도착합니다.', '저희는 이대로 적지로 향합니다. 그리고 승리를 거머쥘 것입니다.', '부장님, 그 프로젝트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등이다. 그러나 이들도 '저희'를 잘못 사용하는 사례이다. 만약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게 목적인 문장이라면 저 예시들 자체가 '우리'를 써야할 문장에 '저희'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일상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거나 "찾으시는 물건은 저쪽에 있으세요."라고 한다고 해도( 사물존칭 문서 참고.) 그게 옳은 표현인 건 아니듯이 말이다.

4.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상대가 외국인이고 본인의 지위가 낮다면 '저희 나라'를 사용하거나 '우리나라[1]'를 사용해야 한다.

'저희'는 '우리'를 겸양하는 표현으로, '저희'가 수식하는 대상은 낮추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고등 교육과정에서 배운다.

'저희 선생님께서 오신대요'에서 겸양되는 대상을 찾아보자.

1) 저희
2) 선생님
3) 저희와 선생님

답은 1번이며 여기서 낮추는 대상은 '우리'이고, '우리'가 수식하는 대상(선생님)은 낮추지 않는다. 저희 나라, 저희 어머니, 저희 선생님은 말하는 화자를 낮추는 표현이며, 나라, 어머니, 선생님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서 사용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2]

다만 위 문단에서도 설명했듯 '우리'에 상대방이 포함되어 있을 땐 상대방도 함께 낮추면 안 되니 형제에게 '저희 어머니', 자국민에게 '저희 나라'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

하지만, 옛날에는 민족주의에 힘입어 '저희 나라'는 말하는 화자와 그 수식하는 대상을 모두 낮춘다는 논리가 성행했다.[3] 이는 당연히 거짓이며 이와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면 '저희 어머니, 저희 선생님'도 항상 틀린 말이 된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의 지위가 더 높으면 겸양된 표현인 '저희 나라'라고 하는 게 옳다. 다만 '대한민국'의 순우리말로 '우리나라'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라고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때 '우리 나라-내 나라'와 '우리나라-대한민국'은 의미가 다르다.

이해하기 쉽게 '제'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제'는 '내'의 낮춤말이다.

아아, 선생님, 저를 제 나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옳음)
아아, 선생님, 저를 내 나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틀림)

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은 상대방이 외국인일 때 본인과 본인의 동반자의 지위에 맞춰 '저희 나라'를 사용하라고 답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도 사람이 운영하는지라 과거엔 그저 특정한 근거 없이 '저희 나라'가 틀렸다는 논리를 펼쳤었는데 이러한 글은 몇년 주기로 삭제되며 최근의 답변이 더 신뢰성있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67137

5. 여담

  • 권상우가 일본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가 크게 비판을 받았다. 단순히 저희 나라라고 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우월한 일본"이라는 말 때문에 더더욱 비판받았다.
  • 대학의 발표 과제에서도 한 학기에 두세 번은 듣게 된다. 무조건 자기를 낮추면 공손한 표현이라고 착각하는 세태의 영향일 수도 있고, 젊은 세대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물존칭과도 비슷한 문제일 수도 있다. 또는 위에서 설명했듯 저희는 오직 자신만을 낮추는 표현인데 나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수식어를 낮춘다고 착각하여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른바 ' 사물존칭'의 반대 버전이다.
  • 면접 준비를, 그것도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일이 많은 공무원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단어 중 하나이다. 무조건 자신을 낮추려는 태도로 임하다보니 무의식 중에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데 임팩트가 작지 않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 발표할 때 ' 우리나라'라고 발언해야 하는데 '저희 나라'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면 발표 대본에 '우리나라'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한국' 내지 ' 대한민국'으로 일괄 치환하는 방법도 있다.
  • '우리나라'를 영어로 옮길 때도 주의가 필요한데 예를 들어 한국인이 한국 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라 할 경우 'in this country'가 보통이다. 또는 그냥 'in Korea'라고 한다.
  • KNN 라디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가 '저희 나라'라는 말을 사용해 DJ들이 사과하는 상황도 생겼었다.
  • 한국어가 쓰이는 곳이 대한민국 북한에 한정되어 외국인과 대화할 때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의외로 '저희 나라'라는 표현이 쓰일 만한 상황이 드물다.

[1] 한민족이 자신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 비슷한 표현: 대한민국, 조선, 고려, 신라 등등. (≠우리 나라) [2] 여기서 사용되는 저희의 뜻은 '((일부 명사 앞에 쓰여))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3] 사립법인 국어연구부장이나 이 말을 계속 인용하는 기자들도 한몫을 한다. "저희 나라?", 김세중/ 국어연구원 어문자료부장 - 이에 대한 반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