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재상지종(宰相之宗, 누대에 걸쳐 재상을 배출하는 왕실과 혼인할 수 있는 가문)의 15대 가문 중 하나인 여흥 민씨 민제의 딸로 태어난 원경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가진 총명하고 자의식이 강한 여인이다. 그래서 선택한 이가 바로 남편 이방원. 원경은 그를 조선의 왕으로 만들며 함께 정권을 창출한다. 하지만 그랬던 이방원이 그녀의 친정을 멸문지화하고 끊임없이 다른 여인을 취하지만, 원경은 그러한 배반과 갈등 속에서도 단 한 번도 타협하거나 꺾이지 않는다.
이방원은 동북면 출신의 ‘촌놈’, 자신보다 잘난 여인을 아내로 맞은 남편,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왕이라는 열등감이 뒤엉킨 인물이다. 그 열등감을 극복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책임감, 혁명에 대한 정당성 구현 등을 위해 반드시 위대한 왕이 되겠다는 욕망의 화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아내라도 걸림돌이 된다면 견제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뒤틀린 생각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