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희 작가의 소설 전나무와 매의 등장인물.
진 에버나이트의 어머니로 에페리움의 하층민인 무희 출신이었으나 신탁을 받고 온 안탈론에 의해 열아홉살에 로안드로스 왕의 침실로 들어가 진을 낳게 되고, 에렉티나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왕의 아들을 낳은 뒤에는 후궁에서 가장 높은 지위인 귀비가 되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흰 피부, 초록색 눈을 가진 매력적인 미인으로 묘사된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비나 왕비의 함정에 빠져 도망치다가 카페에서 만난 라반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 밖으로 나와 라반과 갈라져 도망치다가 사비나의 사주를 받고 추적해 온 리볼라 장군을 간신히 설득하는데 역시 사비나의 사주를 받은 주술사 아유브가 보낸 악귀에 의해 위험에 처했으나 장미덩굴 문신에 숨어있던 지네 문신[1]을 악귀에게 바치고 목숨을 건지게 되어 무사히 도망친 이후 피로아스의 작은 농가에서 3년간 라반과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라반이 진을 죽이려는 것을 목격하고 그의 등을 그가 준 칼로 찔렀고,[2] 라반이 죽은 후, 사비나 왕비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고 자식을 지키키 위해 뭐든 하는 어머니가 되었다. 후에 안탈론의 도움으로 진과 함께 궁으로 돌아오게 된다.
궁으로 돌아온 후 진을 태자로 만들기 위해 안탈론과 애인사이가 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아들의 상황은 물론 자기 자신도 이용하는지라 왕성으로 돌아온 뒤에는 도리어 아들과는 사이가 멀어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사비나 왕비의 아들인 팔라소스가 독화살에 맞아 한쪽 다리를 잃은 이후로[3] 진은 에렉티나를 완전히 등지고 에페리움을 떠난다.
정말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 그저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며 순수하고 굳세고 강단있는 사람이었으나,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자 사랑하던[4] 라반이 사비나 왕비에 의해 고통 받으며, 끝내는 진을 죽이려는 시도까지 갔던 것을 보며 자기 손으로 그를 죽이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가 말한 고백을 듣고, 3년 간 일구어왔던 집을 불태우며 사비나에 대한 복수심으로 완전히 변하게 된 인물. 진과 궁에 되돌아가게 된 이후에는 딱 한 번, 첫 연회 자리[5]를 제외하고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는 온갖 계략을 쓰며 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진에게 태자로서의 야망을 강조하며, 어쩌면 자신의 옛 모습과 비슷할 수도 있는 왕자비 테아를 고깝게 보는 뒤틀린 애정의 화신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런 애정에 지치고 상처받은 진은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티나가 이런 세월의 풍파를 견디는 동안에도 절대 변하지 않은 것이 단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진에 대한 사랑이다. 루키우스의 기록에서 등장한 안탈론의 말에 따르면 팔라소스가 그렇게 되고 진이 떠난 이후 대체를 찾았던 사비나와 달리 티나는 그저 진만을 간절히 찾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이 떠난 것에 절망하고 돌아오기만 한다면 뭐든지 들어주겠다며 울었다고 한다. 설령 안탈론과 헤어지라고 해도 들을 생각이었다고. 결국 티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로인해 잔인한 사비나 왕비와의 권력 쟁탈전에서도 패배해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된다. 결국 로안드로스 다음으로 에페리움의 왕위에 오른 사람은 선왕의 육촌이자 사실상 사비나 왕비의 양자였으며, 에렉티나는 최후의 승자가 된 사비나 왕비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죽었고, 그녀의 조력자였던 안탈론은 미라 내지는 좀비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티나는 처형장에 끌려가 죽기 직전까지 진을 애타게 찾았으며 안탈론에게 진을 부탁한다고 했고, 진은 이로 인해 복수심으로 타락하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1]
아라기스의 약속이라 불리며, 아라기스 라는 왕이 악귀와 약속을 했는지 악귀는 아라기스왕이 명한다라고 한다. 장미덩쿨 안에 지네 모양의 문신이다.
[2]
사실 라반은 진을 해칠 생각이 없었으나 진을 죽인다면 주술에 걸려 미라 상태가 된 그의 아내와 아들을 주술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진의 목을 조르다가 본인이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고 손을 놓았었다.
[3]
신체에 결손이 있는 자는 왕이 될 수 없다.
[4]
정확히 사랑했다는 언급은 나오지 않지만, 적어도 피로아스에서 지난 3년이 그녀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후에 진이 이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몸서리를 치며 그 기억을 거부했다.
[5]
이 때 그녀는 진을 붙잡고 "너를 진짜 태자로 만들겠다."며 울었다. 아마도 이 때가 그 시절의 에렉티나를 엿볼 수 있는 마지막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