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인 정호승이 1978년 동인지 '반시(反詩)'에 기고한 시. 또한 이듬해인 1979년에 출간된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2. 특징
일반적으로 문학에서는 기쁨을 긍정적인 것, 슬픔을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하기 마련인데 이 시는 정반대이다.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정이 메말라 인간성을 잃어 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의 참여시이다.또한, 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에서는 함박눈이 긍정적인 의미로 나오지만, 이 시에서는 함박눈을 이중적인 의미로 본다.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추위를 주는 부정적인 존재가 된다.
' 눈'은 시에서 많이 나오는 시어이므로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제에서 '눈'이 들어가는 다른 시와 비교하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인사이드 아웃을 평가할 때 이 시의 시구를 인용한 한줄평을 남겼다. 물론 이 시는 다분히 참여시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이웃의 슬픔에 눈을 돌릴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고, 인사이드 아웃의 주제는 '자기 내면의 슬픔에 솔직해져야 한다'라는 내용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문맥에 어긋나는 인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슬픔의 유의미함"이라는 보기 드문 공통분모가 있다.
3. 전문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