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9 08:00:59

생명연습

<colbgcolor=#000><colcolor=#fff> 생명연습 (1962)
生命演習
파일:생명연습1쪽.jpg
형식 단편 소설
작가 김승옥
발표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1. 개요2. 줄거리3. 시대적 의의

1. 개요

〈생명연습〉은 대한민국의 소설가 김승옥의 등단작이다.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으로 당선되었다. 이 소설은 그의 첫 작품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김승옥이 자신의 짧았던 활동기간 동안 자신이 관심 가졌던 문제의식을 가장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김승옥이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시험삼아 동료작가 이청준을 꼬드겨 그와 같이 자신의 글솜씨를 세상이 얼마나 알아 줄까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일보에 투고한 작품이다. 그러나 '생명연습'은 김승옥의 예상과 다르게 그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그가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가 되는 것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꼬드겼던 이청준은 낙방과 동시에 혼자 군대를 가게 됐다

2.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 '나'는 제출 예정인 논문을 들고 그것을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한 교수'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그와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난다. 담소를 나누던 도중 눈썹을 밀고 특이한 복장을 입은 사내를 마주치고 그를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대화 주제로 올리면서 '나'는 문득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사는 '자기 세계'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이는 곧 그의 유년 시절에 대한 '나'의 회상으로 이어진다.

'나'는 전쟁통에 폭격을 맞고 피난 길에 올랐다가 종전이 된 후 어머니, 형 그리고 누나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난장판 된 집을 재건하고 새 삶을 꾸리던 '나'의 가정은 아버지를 잃고 불륜을 저지르던 어머니와 이 사실에 분노하는 형의 갈등으로 삐걱거린다.

그가 생각에 잠기는 중에 다시 대화 주제는 눈썹을 민 사내에서 어제 신병(腎病)으로 사망한 '박 교수'의 아내(정순)에게로 옮겨간다. '한 교수'는 '나'가 꺼낸 화제에 적잖이 당황하였고 마침내 자신과 박 교수의 아내 '정순'이 젊은 시절의 연인이었음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젊었을 적 '한 교수'는 자신이 매우 사랑하는 '정순'과의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신의 유학길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여기서 그는 결국 유학을 선택하였고 이에 대한 후회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덜려고 그녀를 범해버린다. 결국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그는 고국을 떠나지만, 지금까지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 교수의 '자기 세계'의 장벽 너머까지 들여다본 '나는' 더욱더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을 심화시킨다. 결국 형의 분노는 어머니를 죽이자는 살의까지 이어졌고 사태의 심각성을 깊게 느낀 누나는 형의 증오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마지막 변명을 형에게 해보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러한 절망적인 가정 환경에서 나와 누나는 애란인(愛蘭人) 선교사의 일탈적인 자위행위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느껴지는 해방감의 영역으로 종종 도피하곤 했다. 이것 또한 '나'는 '나'의 자기 세계라 설명한다. 결국 형과 어머니를 모두 사랑한 누나와 '나'는 형을 죽이기로 결심하였고, 등대가 있는 낭떠러지에서 그의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형은 살아 돌아왔고, 사흘 후 같은 장소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형과의 갈등을 영영 풀 수 없게 된 어머니는 미쳐 버린다.

여기까지로 해서 '나'의 회상이 끝이 난다. 마지막에 '나'가 '한 교수'에게 '정순'의 입관식 참석 여부를 묻는 말에 그는 자신이 그곳에 가도 울 것 같지 않다며 안 가기로 답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3. 시대적 의의

50년대의 전후 소설에서 자주 보이던 경향인 '전쟁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것'에서 벗어났다. 그 이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지던 내면적 방황과 그것을 대처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적으로 작가는 조명을 하였다. 또한 문체도 간결하면서 여운이 많이 남고 세련되는 스타일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종종 필사되던 작품이였다. 이는 곧 한국문화에 있을 전반적인 문체의 진화에 도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