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15 09:58:28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파일: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jpg
1. 개요2. 본문

1. 개요

1983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된 시인 황지우의 시집.

또는 위 시집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자유시.

2. 본문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시대적 배경이 군부 독재 시기임을 짐작할 수 있고, 애국가 가사인 '삼천리 화려강산'을 매우 풍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화자는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애국가 영상을 보며 당대의 현실 밖으로 날아가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나, 애국가가 끝나고 자리에 앉으며 현실로 회귀한다. 자리에 앉는다는 부분을 '주저앉는다'라고 바꾸어 반복한 것이 포인트. 현실에 대한 화자의 시선은 새떼들이 '끼룩'거리고 '낄낄'댄다는 부분에도 나타나 있다.[1]


[1] 학교 국어/문학 수업시간 때 권위주의 군사독재 시절에 영향을 받은 보수 성향 국어 교사들은 교과서에 이 시가 나오면 시에 담긴 함의를 무시하고 어디서 신성한 애국가에 장난질이냐며 하라는 수업은 안하고 혹평하거나 단편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