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21 21:21:51

미래세계의 유령/스토리



1. 개요2. prologue. 고독 속에서3. Chapter1. 구원4. Chapter2.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5. Chapter3.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6. Chapter4. 마음이 바라는 대로7. Chapter5. 상처8. Chapter6. 유령9. Epilogue . 보이지 않는 너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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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노블엔진 에서 출판한 라이트 문예 작품인 미래세계의 유령의 스토리를 정리한 문서.

2. prologue. 고독 속에서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 월.

한 소년, 월콕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평범하게 등교 중이였던 그에게 누군가가 인사를 걸어오고, 월은 그 인사에 적당히 답한다. 하지만 월은 그에게 인사를 한 인물이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는데, 월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마치 유령처럼 투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월은 그가 자신의 본명을 줄인 별명인 월로 자신을 호칭한 걸로 미루어보아 같은 반 친구임을 짐작만 할 뿐, 정확히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느 반 친구처럼 그와 함께 같이 걸으며 학교까지 같이 등교한다. 하지만 월에게는 그 같은 반 친구도, 자신이 등교하는 길에 보았던 모든 사람들도 전부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형체를 하고 있었다. 마치 유령처럼, 그에게 그의 세상에 있어 모든 사람들은 누군지 알 수 없는 유령에 불과했다.

교실에 도착하고 수업이 시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월은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며 점차 사람의 목소리조차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되었고, 그렇게 스스로가 유령들로부터 고립되게 되었다고 자조적으로 독백한다. 그렇게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월이였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타인을 구별할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고도로 발달한 증강현실 기술과 의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자신의 눈에 전자 각막이라고 불리는 사이버웨어를 이식하며 살아갔는데, 이 기술을 통해 별도의 기구 없이도 어플리케이션이나 홀로그램을 조작할 수 있게 되며 현대사회는 점차 과거의 물질사회로부터 유리되어 홀로그램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해갔다. 책이나 필기구같은 단순한 물건들은 홀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옷이나 건물과 같은 거대한 사물들은 단조로운 모습을 한 체 홀로그램 스킨만 덧씌워진 형태로 점차 변해갔고, 마침내 월이 살아가는 이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홀로그램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월은 타인의 얼굴을 인지할 수 없는 스스로의 병을 극복하기 위해 이 전자 각막의 홀로그램을 이용해 타인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스스로가 인간 메모라 부르는, 홀로그램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방법이였다. 타인의 얼굴을 화상 검색 프로그램으로 인식한 뒤 그 얼굴 위에 타인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스티커 메모같은 간단한 텍스트를 덧씌우게 되는 것. 때로 월은 자신의 인간관계가 몇 바이트의 텍스트에 정의되는 것에 착잡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효율적인 저장공간의 활용이라고 생각하며 자조한다.

인간 메모를 통해 병의 증상을 어느정도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애초에 월이 지금 겪는 병 자체도 생리적인 질병이 아닌 전자각막의 홀로그램 이상, 즉 전자 각막의 문제로 인간의 홀로그램만 인식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불치병이 거의 사라지고 의료기술이 매우 진보한 현대사회의 기술력으로도 월의 병은 치료되키는커녕 인식되지조차 않았고, 도처에 널린 민간요법은 병의 치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월은 지금에 와서는 이 정체모를 병의 치료를 단념하고, 유령들과 공부같은 과업을 해나가는 것처럼 가식적으로 어울리며 병의 일상에 점차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비관적인 생각에 잠겨 있는 월은 옆 자리의 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그녀는 종이비행기에 수업을 집중해서 들으라는 과장된 홀로그램 메세지를 월에게 날린다. 그녀의 인간 메모에는 같은 반의 소문을 좋아하는 괴짜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월은 웃음으로 답한다.

시간이 지나 주말이 되고, 월은 따분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부른 유령 친구들과 가식적으로 어울리고 있었다.'사람'을 만날 수 없는 자신에게 유일한 대체제는 바로 이 유령들이였지만 월은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그들을 내키지 않아하며 그들을 그저 시간이나 때워볼 셈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들과 평범한 이야기가 계속되던 와중 한 유령이 월에게 자신도, 자신이 보는 세상도 바꿔버릴 듯 한 만남을 경험해 봤냐고 묻고, 월은 사람조차 보지 못하는 자신이 어떻게 그런 만남을 가질 수 있겠나고 생각하며 그럴 리가 있겠냐고 답한다. 시간이 지나 월은 유령들과도 헤어지고 홀로 밤거리를 걸었다. 사람 많은 번화가를 걷는 건 스스로의 병을 더욱 자각시켰기에 그는 그렇게 밤거리를 걷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렇게 체념한 채 집으로 발을 제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 앞에 믿을 수 없는 것이 보이게 된다.

월의 눈 앞에는 유령이 아닌 한 소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소녀를 중심으로 유령들이 사라지고, 건물들의 홀로그램이 사라진 황폐한 세계가 잠시 명멸한다. 하지만 그 소녀는 월과 잠시 눈이 마주친 뒤 다시 다른 방향으로, 번화가의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발걸음을 옮긴다. 수 년 만에 유령이 아닌 '사람'을 본 월은 그녀를 따라 무작정 달린다.

그 소녀가 도착한 곳은 번화가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대. 종종 랜드마크로도 쓰이는 그 분수대 앞에서 소녀는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찡그린 체 종종 한숨을 내쉬며 분수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월은 자신이 본 소녀가 환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소녀도 월을 인지했는지 월에게 고개를 돌린다. 몇 년만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며 소녀에게 다가가는 월을 보며, 소녀는 서서히 눈이 커지며 월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
당신은, 제가 보이나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대답을 본 소녀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월에게로 다가온다. 그렇게 월과 소녀는 서로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찬 채 서로에게 다가갔고, 서로에게 의문이 담긴 한 마디를 건넨다.
너는... 누구지?

3. Chapter1. 구원

월을 본 소녀는 다짜고짜 정말로 자신이 보이냐고 되묻고서는 월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월에게 안긴다. 그렇게 껴안은 채 어색하고 적막한 시간만이 이어지던 도중 월에게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오고, 받지 않아도 되냐는 소녀의 물음에 월은 자신의 눈 앞에 진짜 사람이 있는데 유령의 전화가 무슨 상관이겠냐고 생각하며 받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하고, 이내 소녀에게 자신이 보이냐고 물어본 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다.

소녀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유령이라도 된 것 마냥 자신을 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자신을 볼 수 있는건 월 뿐이라고 답한다. 월이 이 말을 믿지 못하자, 그러자 소녀는 어떻게 하면 자신을 믿어줄 수 있겠냐고 되묻는다. 상식적으로 소녀의 말을 믿기도 힘들었고 몇 년만에 만난 사람이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비하하는 것에 동조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월은 그럼 폴터가이스트처럼 사람 몸이라도 뒤짚어 보라고 답한다. 소녀의 말을 믿지 못하던 월에게 있어 자신에게 왜 소녀가 남들이 자신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는지에 관한 이유를 듣고 싶어서 적당히 떠본 말이였지만 그 말을 들은 소녀는 그건 남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 아니냐며 잠깐 고민하지만 이내 붉은색 홀로그램 페인트 붓으로 행인들에게 붉은 홀로그램을 칠하기 시작한다. 자칫하면 싸움이라도 날 위험한 행위였기에 월은 소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월의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소녀는커녕 소녀가 뿌린 페인트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내 붉은색 페인트로 온 몸을 뒤짚어 쓴 소녀는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한다며 말하고, 다시 월에게 다가가 이제 자신의 말을 믿어줄 수 있겠냐고 호소한다. 소녀의 간절한 말을 들은 월은 자신에게는 소녀가 잘만 느껴진다며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고,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자신은 이렇게 잘 살아있는데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한다며 측은한 미소를 짓는다.
지금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저는 실체가 있어요. ………이 몸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고, 이 몸에는 살아있는 정신의 감정이 흘러넘치고, 이 몸을 움직이는 혼이 저를 살아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를 보지 못해요. ………… 저를 인식하지 못해요. ……저를, 당신과 같은 눈으로 봐주지 않아요.

소녀의 사정을 들은 월은 힘들엇겠다며 위로하고, 그 작은 위로에 짧게나마 감사인사로 화답한 소녀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해도 괜찮다며, 대신 자신과 오늘 하루만 함께 있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한다. 월은 이를 수락하고, 소녀는 때 없는 미소로 고맙다고 화답한다. 몇 년 만에 소녀의 모습을 본 월은 이내 스스로가 점차 그 소녀에게 빠저들고 있음을 자각한다.

이내 둘은 분수대에 앉아 서로 통성명을 나눈다. 소녀는 스스로를 엘라라고 소개한다. 계속 이렇게 앉아있기도 어색했던 월은 같이 거리라도 돌아다니자고 제안하고, 둘은 함께 도시의 번화가를 떠돌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엘라를 인식하지 못했기에 번화가를 거닐던 엘라는 금세 행인들에게 치이며 구석까지 떠밀리게 된다. 그러자 유령들이 엘라를 보지 못하는 것에 내심 화가 난 월은 그들을 험악한 시선으로 째려보지만, 그걸 본 엘라는 저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자신이란 정보는 없을 뿐이라며 월을 위로한다. 이 말을 들은 월은 하지만 행인들과 부딪혔다면 그들도 촉각으로 그걸 느끼지 않았겠냐며, 이렇게 완전히 엘라를 인식하지 못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 말을 들은 엘라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란 실체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생체칩과 나노머신이 읽어낸 사람이라고 하는 정보가 전자 각막에 비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렇기에 그런 정보에 오류가 존재한다면, 즉 그들이 바라보는 포멧과 어긋난 존재에 대해서는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 말을 들은 월은 그런 세상이 엘라가 살아가는 세상이라 이해해 주고, 엘라는 이해해줘서 고맙다며 이렇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데다가 이해까지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둘은 다시 거리를 걸으려 하지만 아까와 같이 행인들이 번화가에 넘처났기에 엘라와 함께 번화가를 걷기는 어려웠고, 다시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보다못한 월은 엘라에게 자신의 손을 잡으라며 손을 내밀고, 엘라는 고맙다고 화답한다.

번화가를 걷는 둘은 거리를 걸으며 월의 학교생활이나 엘라의 취미, 가족관게 등 여러 화제로 잡담을 나눈다. 그러던 중 월은 엘라에게 평소에 뭘 하고 지내냐고 묻고, 엘라는 평소에는 그래피티를 하고 지낸다며 월에게 자신의 그래피티를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으로 향한 월은 엘라의 그래피티를 조용히 감상한다. 엘라는 그녀의 나이프로 우선 벽에 칼과 실제 스프레이로 물리적인 그래피티를 세기고, 그 위에 홀로그램을 교란하는 해킹툴을 이용해 표면 홀로그램에 교란을 일으킨 뒤 그곳에 홀로그램 그래피티를 붙여넣는 방식이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월은 어차피 홀로그램 밑의 물리적인 그래피티는 보이지도 않는데 그렇게 그래피티를 세기는 이유가 뭐냐고 묻고, 그 말을 들은 엘라는 만약 보이는 것만으로 세계를 판단하면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되지 않겠냐고 답한다. 대답을 들은 월은 이내 자신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후회하고 잠시 대화가 멈춘다. 이내 엘라는 홀로그램의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냐고 월에게 묻고, 그건 전자 각막을 떼어내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무리가 아니겠냐고 답한다. 그러자 엘라는 다시 전자 각막을 떼어낸 사람이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묻고, 이렇다할 대답을 떠올리지 못한 월은 어쨋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농답조로 답한다.

시간이 지나 엘라는 표면에 물리적으로 그래피티를 세기는 작업을 완료하고, 홀로그램 해킹툴을 뿌려 자신이 세긴 나를 봐줘라 적힌 그래피티를 다시금 확인한다. 그걸 본 월은 그 홀로그램을 없에는 스프레이로 엘라 자신에게 뿌리면 사람들이 엘라를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러자 엘라는 아무리 홀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알몸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냐 답하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고 화답한다. 다시 그래피티 작업이 계속되고, 이내 홀로그램 벽 위에는 물리적으로 세긴 상처와 다른, 눈동자 모양의 화려한, 나를 봐달라는 메세지가 적힌 그래피티가 완성된다. 그걸 본 월은 엘라에게 이 그래피티의 의미를 묻고, 엘라는 조소라고 답한다.

엘라는 이 세계는 실존하지 않는 그저 데이터일 뿐인 홀로그램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걸 문제삼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보는 모든 건 홀로그램으로 치장된 거짓일 뿐이라 주장하는 엘라에게 월은 설사 데이터라 하더라도 이 사회의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현실인 홀로그램을 단순히 허상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반박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엘라는 홀로그램의 본질은 결국 허상에 불과함에도 데이터의 허상과 현실조차 구분하려고 하지 못한 채, 홀로그램이란 허상에 지배당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마저 외면하고 있는 이 사회를 보며 어떻게 비웃지 않을 수 있겠냐고 답한다. 이어 엘라는 월에게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우화를 아냐 묻는다. 딱히 동화를 읽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답한 월에게 엘라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줄거리를 월에게 설명하며, 사람들은 내심 임금님의 옷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에써 그 사실을 외면하며 살아갔고, 결국 그 옷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친 아이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끝까지 옷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했을 거라 말한다. 그러며 결국 그 아이가 존재하지 않은 채 수백년이 흐른 사회가 바로 지금, 홀로그램이라는 허상에 지배당해 살아가는 현대사회이며 그렇기에 자신은 그 동화의 어린 아이가 되어 사람들에게 홀로그램이라는 허상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이 그래피티를 그리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한 주장은 월에게 적잖은 충격이였다. 월에게 엘라의 그래피티는 자신을 봐달라는 단순한 호소로써 다가왔지만 사실 그녀의 진의는 단순히 자신을 봐달라는 절규가 아닌, 허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과 계몽이였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해석만 가질 수 없는 것이 기호의 본질이기에, 그녀의 사회에 대한 조소라는 진의와 자신을 봐달라 호소하는 해석 중 어느 것이 더 그녀의 본질에 가까운지 모르겠다고 독백한다.

시간은 흘러 자정이 되었고 엘라와 월은 다시 처음 만난 광장의 분수대로 향한다. 처음 올 때와 달리 엘라의 말 수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 씁슬한 목소리로, 엘라는 이제 해어저야 할 시간이라며 월에게 잠시 눈을 감아주지 않겠냐고 부탁한다. 월이 눈을 감자 엘라는 월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려고 하나, 잠시 고민 끝에 결국 자신이 잠시 미쳤었다는 말과 함께 얼버무린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엘라에게 월은 마치 다시는 못 볼 사람을 대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엘라는 긍정한다.

엘라는 자신을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라 호소한다. 이유를 묻는 월에게 엘라는 언젠가 월도 자신을 보지 못하게 될 거라며, 그렇게 되기 전에 서로 헤어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거라 말하는 월에게 엘라는 언제나 그랬었던 일이라고 비관적으로 답한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본 사람을 놓치기 싫었던 월은 엘라에게 다가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오랫동안 사람을 못 본 채 유령들 사이에서 살아왔으며, 그렇기에 오늘 만난 자신에게 있어서 유일한 사람이 엘라라고 말한다. 그게 정말이냐고 묻는 엘라에게, 월은 긍정하며 자신에게 있어 엘라가 자신을 피한다면 자신에게는 정말 곤란한 일이 될 거라 덧붙인다.

월은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월에게는 보이는 엘라와, 남들을 볼 수는 없지만 오직 엘라만을 보는 자신이 마치 운명처럼 맞아떨어지지 않냐며, 괜찮다면 함께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엘라는 월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처음 만났을 때의 때묻지 않은 미소로 화답한다. 둘은 다시 손을 포게고, 내일 또 만나지는 약속과 함께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진다.

4. Chapter2.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그렇게 엘라와 헤어진 월은 엘라와 늦게까지 시간을 보낸 탓에 늦잠을 잔다. 늦게 일어난 월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유령이 된 어머니를 배웅한 뒤 등교한다. 학교에서 엘라에게 메세지를 보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월에게 소문을 좋아하던 옆자리의 반 친구가 뭐 때문에 그리 기분이 좋냐 물어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던 월은 유령을 만났다고 얼버무린다. 단순히 농담조로 한 말이였지만 그 말을 들은 그 친구는 혹시 소문의 그 유령을 말하는 거냐고 묻고, 도시전설에 별 관심이 없었던 월은 그게 무슨 소문이냐고 되묻는다.

그녀는 그 유령은 어두운 골목길에 소녀의 형상을 한 체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그 유령을 따라가려 해도 끝내 따라가지 못하고 놓쳐버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유령이 도시 곳곳에 흔적을 세기고 다닌다며 유령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 흔적은 어제 엘라가 도시의 뒷골목에 남겼던 그래피티였고, 함께 유령을 탐색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소문의 유령이 엘라임을 눈치챈 월은 큰 흥미도 없었기에 어제 한번 봤다며 거절하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반 친구는 정말로 그 흔적을 봤냐며 흥분해 목청을 높힌다. 당황한 월은 대충 얼버무리고, 그러자 그 친구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정말로 유령이 존재하는 것 같냐고 월에게 묻는다. 월은 유령이 있던 말던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며 대충 대꾸하지만 그걸 들은 반 친구는 남의 일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라며 핀잔을 준다. 그 말에 내심 기분이 상했던 월은 그녀에게 반박하기 위해 그녀를 응시하지만, 이내 그녀의 얼굴이 흐릿하지 않고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갑작스럽게 병증이 나아지기 시작한 월은 혼란스러워하며 그녀와 함께 유령을 찾자는 제안을 수락한다. 월은 근 몇년동안 나아지지 않던 병이 이제 와서 나아지는 이유에 의문을 품다, 이내 그 이유가 자신이 어제 엘라를 만난 것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내 점심시간이 되자 월은 원래 어울리던 유령들 사이로 돌아간다. 그들은 월에게 오늘 이상하다며 저런 비주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건 스스로의 주가를 떨어트리는 짓이라 충고하고, 그 말을 들은 월은 내심 엘라가 생각나 화나기는 했지만 그저 긍정하며 넘긴다.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에서야 엘라에게 답장이 온다. 지금에서야 일어났다고 말하는 엘라와 월은 학교가 끝나면 만나자고 약속한다. 이어 월은 아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며 엘라에게 혹시 병세가 나아지지 않았냐고 물어보지만 엘라는 딱히 나아진 건 없다며 부정한다.

시간이 지나 학교가 끝나고 월은 엘라를 만나러 번화가로 향한다. 엘라는 월을 보며 안도한 뒤, 둘은 분수대에 앉아 다시 잡담을 나눈다. 엘라는 월에게 월의 병을 물어보고, 월은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병에 대해, 오늘 아침에 반에서 새로운 사람을 보게 된 것을 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이해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 엘라는 월에게 서로의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혹시 아냐고 물어본다. 월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같이 있다 보면 뭔가 생길거 같지 않냐고 답하고, 엘라는 월에게 자신이 없냐고 묻는다. 월은 자기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없지만 엘라와 함께라면 뭐가 나아지지 않겠냐고 답하고, 이에 엘라는 벽에 낙서나 하는 이상한 여자에게 너무 기대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한다. 그 말을 들은 월은 웃으며 이상한 여자가 유령이나 슬퍼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냐고 화답한다. 그렇게 둘은 스스로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보내고, 월의 말을 듣던 엘라는 월에게 너무 타인을 멀리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 말을 들은 월은 애초에 자신이 가까이 지낼 상대가 없다고 토로하며 구지 있어도 마음을 열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박하나, 엘라는 우리가 이렇게 사회에서 소외된 이유는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남들과 같아진다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을 여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엘라와 월 앞에 오늘 아침에 얼굴을 보았던 소녀와 그녀의 친구와 마주친다. 엘라를 인식하지 못한 그녀는 월에게 여기서 뭐 하냐고 물어보고 월은 유령과 나들이 중이였다고 대충 대답한다. 소녀는 월에게 함께 유령을 찾으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애초에 그녀들과 시간을 보낼 마음이 없었으며 더군더나 엘라를 앞에 두고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엘라를 찾겠다고 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 월은 적당히 거부하려 하나 엘라는 월이 유령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지금은 저들과 시간을 보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엘라의 제안에 못 이긴 월은 결국 그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그렇게 월은 엘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소녀의 친구와도 인사를 주고받는다. 소녀의 친구는 육성 대신 홀로그램 메세지로 의사소통을 하던 괴짜로 반 내에서도 음침하다는 이야기가 도는 아웃사이더였다. 그 셋은 어제 월이 봤던 유령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지만, 그 그래피티는 이미 전부 지워진 뒤였다. 셋은 실망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지만, 그 순간 월은 어제 엘라가 홀로그램 너머에 세긴 섬뜩한 그래피티를 목격하게 된다. 월은 벽 너머에도 그래피티가 있다고 알려주고 이를 들은 그들은 벽 너머를 만지게 되며 칼로 세겨진 날카로운 벽에 의해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 상처를 입게 된다. 그 모습을 본 월은 어제 엘라가 해준, 감각보다 우선하는 정보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 셋은 헤어지고, 월은 메세지로 대화더던 친구와 함께 하교하게 된다. 둘은 잡담을 나누며 걷는다. 그러던 와중, 이번에는 그 소녀의 얼굴이 보이게 된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그 대상은 과거에 지내던 유령들이 아닌 엘라 그리고 몇몇 괴짜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고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던 월은 엘라에게 연락하나, 엘라는 밤이 늦었으니 나중에 보자고 답할 뿐이였다. 월은 보이는 상대는 늘었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은 여전히 없다며 독백한다.

한편 새롭게 얼굴이 보이게 된 친구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던 월은 속으로 소문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루머를 줄인 이라는 이름을, 메세지로 대화하던 친구에겐 메세지를 줄인 메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5. Chapter3.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

엘라를 만나고 며칠 사이에 월의 병증은 급격히 개선되었고 럼과 메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진전은 거기서 끝났다. 더 많은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일은 없었으며 럼과 메스가 기존의 월이 어울리던 반의 주류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탓에 월은 기존에 어울리던 유령들과 연을 끊고 학교에서는 얼굴이 보이는 럼과 메스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학교에서는 럼과 메스와 시간을 보내고[1] 학교가 끝나고는 엘라를 만나 그녀의 그래피티를 보는 일상이 지속되지만 단지 그 뿐. 엘라는 월과 만날 때마다 뭔가를 숨기고 선을 긋는 눈치였으며 럼과 메스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거부한다. 월은 자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고 무언가 숨기는 엘라와, 매번 유령(엘라)를 찾자며 결의를 다지지만 정작 엘라를 볼 수도 없었던 럼과 메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주말, 엘라는 월에게 함께 주말에 놀러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엘라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었던 월은 당연히 수락하고, 엘라는 월의 눈에도 약이 될 수 있다며 그를 이끌고 택시를 타 도시의 외곽 지대[2]로 향한다. 엘라는 월에게 자신이 월에게 있어 '특별한' 이유를 묻고, 월은 그야 엘라가 자신의 눈에 유일한 사람이라고 답한다. 이에 엘라는 그럼 만약의 월의 눈이 정상이였어도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느낄 수 있겠냐고 묻고, 월은 부정한다. 엘라는 이어, 월이 자신을 볼 수 있게 된 건 자신에게 시각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월이 자신을 볼 수 있게 된 것이고, 그렇게 볼 수 없는 무언가로 보았을 때 이 외곽 지대에도 그런 차이가 있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월은 외곽 지대와 도시 중심부의 차이를 크게 깨닫지 못한다. 월은 엘라에게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지만, 엘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게 보이는 법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월은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살기에 다른 것을 보게 된 게 아니냐며 되묻고 그러자 엘라는 월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반대의 가능성을 너무 외면하지는 말라며 충고한다. 그러자 월은 문득 자신 눈의 문제로 자신이 남들과 마음을 닫은 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남들을 외면했기에 남들이 보이지 않게 된 건 아닐까라는 사고가 스치고 지나가지만 애써 외면한다.

엘라는 월이 홀로그램 너머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월이 무언가 변할 수 있다고 짐작하며 그 사실을 월에게 말해준 뒤, 원래 용건이 있는 엔티크 샵으로 향한다. 놀랍게도 월은 엔티크 샵의 주인인 노파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엘라는 노파의 얼굴이 보이지 않냐고 월에게 묻는다. 월은 어떻게 알았냐고 질문하지만 엘라는 그저 짐작일 뿐이라고 답하고, 월은 자신이 몇 년 동안 찾지 못했던 병 치료의 실마리를 엘라가 찾자 놀라워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잠시, 이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던 엘라와 대화를 하던 월은 노파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게 되고, 월은 순간적으로 일행과 같이 왔다고 얼버무린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엘라와 같이 왔다고 발언해 월이 당황한 사이, 엘라는 화이트보드를 집어 주인 노파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노파는 이를 인지할 수 있었고[3]그렇게 엘라와 노파는 잠시 화이트보드로 대화를 한다. 노파는 엘라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받으로 왔다는 걸 인지하고서는 그 물건을 찾아 온다.

이렇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란 월은 이런게 가능했냐고 엘라에게 묻고, 엘라는 월에게 저 주인은 홀로그램을 보려는 의지보다 손님을 보려는 의지가 더 강하기에 저 주인에게만 통하는 수법 같은 거라고 알려준다. 이어 여주인은 드론을 가지고 오고 엘라는 그걸 받는다. 하지만 여주인은 엘라를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음에도 내내 엘라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화가 난 월은 엔티크 샵을 나온 뒤 결국 저 여주인도 다른 유령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엘라를 외면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에 실망한다.

둘은 드론을 가지고 외곽지역의 광장으로 나온다. 그 드론은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되기 전의 상품이라 딱딱한 금속 모양의 기계와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었고, 월은 그 해골같은 모습을 보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지만 엘라는 홀로그램 시대 이전 상품이라 그렇다고 답한다. 엘라는 월에게 함께 했던 증거로써 드론을 선물하며, 이 드론은 무선 충전도 지원하지 않아 전원이 다 되면 부서저 버릴 거라고 덧붙인다. 그렇게 드론이 부서저 버리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월에게 엘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고장나는 건 기계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며, 시간이 지나며 고장나는 것도 월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조언한다.

둘은 드론에 장착된 구시대의 광학장치로 주인을 인식한다. 엘라는 이렇게 홀로그램 이전의 기술이 적용된 물건들에서는 자신도 유령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월에게 드론의 날개에 우리의 흔적을 세겨달라고 부탁한다. 엘라는 망가져도 좋으니 우리의 흔적을 제대로 세겨달라고 부탁하지만 드론이 망가지는게 걱정되었던 월은 엘라가 빌려준 조각용 나이프로 30분동안 드론의 날개를 조심히 깎아 드론의 날개에 엘라와 월이라는 글자를 세긴다. 그리고 둘은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월은 저 드론이 자신과 엘라가 앞으로도 만날 수 있는 상징일 것 같다며 희망찬 감상에 잠긴다.

이어 월은 엘라에게 자신의 눈에 교육이 되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러자 엘라는 생판 남인 자신이 봐도 알 수 있을 문제라며 스스로에게 조금 솔직해지는 게 어떠냐고 조언한다. 하지만 월은 자신은 몇 년 동안이다 찾아도 알지 못했던 거라며 힌트를 요청하고, 엘라는 그럼 알려주는 대신 월의 방을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월은 그 제안을 승낙하고 엘라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렇게 엘라는 월의 집으로 향한다. 월의 집에서 엘라는 거실에 놓어져 있는 홀로그램 액자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월의 부모님과 월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연이어 나오는 것을 보며 가족사진이냐고 묻는다. 월은 단지 사진이 무작위로 나오는 액자라고 답했으나 그 액자에서는 가족 사진만이 연이어 나오고 있었고, 가족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던 월은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러자 엘라는 설마 가족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거냐고 묻고, 월은 침묵으로 긍정한다. 분위기가 싸해지자 월은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잠시 씻고 오겠다고 한다. 그는 거울에서 스스로의 얼굴조차 유령이 된 환상을 잠시동안 보지만, 이내 곧 사라진다.

월이 씻고 나올 동안 엘라는 거실에서 월의 가족 사진만 연이어 보고 있었다. 월은 엘라에게 그게 그렇게 궁금하냐고 쏘아붙이려다 가족 없이 자란 엘라가 가족에게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선 이혼 가정의 사진이지만 마음껏 보라고 말하고, 이에 엘라는 자신이 너무 눈치가 없었다며 사과한다. 월은 자신은 지금은 어머니와만 함께 살고 있다며, 요즘 세상에 이혼가정이 별난것도 아니고 크게 상관은 없지만 보는게 그리 유쾌하지 않다고 대답한다. 엘라는 그만큼 가족에 대한 애착이 있지 않겠냐고 기운 없이 말하고, 기운이 없는 엘라를 본 월은 기운도 차릴 겸 씻고 자고 가라고 제안한다. 엘라는 부끄러워하지만 이내 승낙하고는 샤워를 하러 간다. 그동안 월은 홀로그램 액자를 보며 어째서 가족 사진만 나오는지 다시 감상에 잠긴다. 월은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본심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였는지 다시금 고민하다, 이내 그러지 못했기에 유령이 되었으리라고 독백한다.

씻고 온 엘라와 월은 월의 방으로 향한다. 부끄러워하는 엘라에게 월은 자신은 침낭에서 잘테니 침대에서 자라고 엘라에게 말하고, 자신의 침낭에 그냥 누워서 잠을 청한다(...). 엘라는 월에게 월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였냐고 묻고, 월은 자신이 어릴 적 자신에게 한 마디 통보도 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한 뒤 사라졌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그 어린 자신에게 있어 부모님이란 마치 공기나 물처럼 언제나 그곳에 있는 건 줄 알았지만 그 어린 아이의 세계는 한 순간의 깨저벼렸다며, 그 이후부터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답한다. 엘라는 월을 보며 힘들었겠다고 위로하지만 월은 엘라에게 딱히 엘라의 과거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 화답하지만, 이를 들은 엘라가 자신이 어떤 고통을 겪었다고 해서 그게 월의 고통을 낫게 해주는 건 아니라고 단언한다. 엘라에게 자신의 옛 이야기를 터놓으며 월은 처음으로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내 엘라는 월에게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 떠났으면 좋을 것 같았냐고 물어본다. 월은 어떤 식으로 자신을 떠나던 화는 낫곘지만 적어도 자신을 보고 작별인사는 해 주고 갔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이에 엘라는 자신은 사라지기 전 꼭 작별인사를 남기겠다고 대답한다. 월은 꼭 헤어진다는 전제가 필요한 거냐며, 혹시 자신에게 말하기 싫은 게 있냐고 묻자 엘라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긍정한다. 월은 우린 서로에게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냐고 질문하고, 그러자 엘라는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그렇기에 말하기 힘든 게 있다고 답한다.

다음 날, 엘라는 월에게 월의 어머니가 월 몫의 식사를 준비하고 계신다며 월을 깨우나, 월은 원래 자기네 집은 식사를 같이 안 한다며 늦잠을 자고, 정오 즈음에야 일어난다. 집에 가려는 엘라를 월은 배웅차 따라나선다. 월은 엘라에게 어제부터 말하고 싶었던 게 뭔지, 자신에게 궁금했던 게 뭔지 모르겠다고 묻는다. 엘라는 미소를 띄며, 월에게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예를 들자면 얼굴이 보이게 된 월의 친구들[4]에게 너무 무심하게 구는 것 아냐니고 묻는다. 월이 어떻게 엘라가 자신이 그들을 볼 수 있게 된건지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엘라는 월이 스스로에게 너무 솔직히자 읺은 것 같다고 말하며, 그렇기에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월은 엘라에게 충분히 솔직했다고 반문하지만, 그럼 엘라는 왜 럼과 메스가 보이게 된 걸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월은 엘라가 속내를 드러내주지 않아 그저 자신만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껄끄러웠다고 변명하지만, 그럼 엘라는 월은 언제나 자신과 어둡고 슬픈 이야기만 공유하고 싶은 거냐며 쏘아붙인다. 이어 엘라는 자신과 월은 닮았다며, 월은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낙인찍고선 그걸 구분해가며, 스스로가 타인을 유령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월이 언제나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변하고자 하면 언제든 변할 수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월의 모습은 마치 과거의 추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보기 괴롭다고 말한다.

엘라는 스스로가 타인과 다른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그렇기에 타인이 자신을 인정해 준다면 자신도 유령이 아니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이 고독할지라도 스스로를 포기하기 싫었기에 유령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월은 그저 눈앞에 놓인 사람을 외면한 채 외로움에 타인을 갈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가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당신이 스스로 그 문제를 극복해서 저를 떠나가겠죠. 바로 요 며칠 사이에도 당신에게 또 다른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처럼요. 저는 그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어요. 차라리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당신을 떠나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진실을 얘기할 기회를 사서 만들 정도로요. ・・・・・ 그러니까 이게 제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이에요. 저라는 유령에게 환상을 품지 마세요. 그 환상에 미련을 갖지 마세요. 그 환상에 계속 눈길을 줘서는 안 돼요. 당신에게 있어 구원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환상이 아니라 당신의 주위에 있어요.

이어 엘라는 자기 스스로의 본성은 너무나도 추하며, 월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조차 질투심에 참을 수 없고 억지로 자신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며 지금이라도 자신이라는 유령에게서 미련을 버리고 자신에게 구원이 될 수 있는 주위 사람들을 향해 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엘라에 대한 미련과 연심을 버리지 못한 월은 다시 엘라에게 다가가고, 그러자 엘라는 월과 처음 만날 때 광장을 붉게 칠했던 붉은 페인트로 월과의 경계를 긋는다.

엘라는 지금도 내심 월을 놓고 싶지 않다며 만일 여기서 월이 자신과의 관계를 포기하기 싫다고 말한다면 자신은 월에게 자신을 버러지 말라고 애원하며 울 거니, 그러기 전에 자신을 떠나가라고 조언해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선물해 준 드론의 화상 인식 기능이 있으니 만일 자신의 추한 본성과,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들의 관계조차 내쳐버리고 자신에게로 향하고 싶다면 그 드론을 통해 자신을 찾아 오라 말한다. 엘라의 말에 월은 답하려 하지만 엘라는 대답을 듣기를 거부하며 사라진다.

그렇게 엘라와 이별한 월은 다시 엘라를 추구할지 혹은 엘라의 말처럼 럼과 메스와 함께 자신 스스로가 그토록 바랬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지 고뇌하며 주말을 보낸다.

6. Chapter4. 마음이 바라는 대로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월은 럼과 메스와 함께 학교에 간다. 언제나처럼 럼은 유령에 대한 화제를 꺼내지만 엘라와 싸운 월은 더이상 유령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부탁하고, 그런 월에게 럼과 메스는 그 이유를 묻는다. 럼은 유령과 싸웠기 때문이라 화답한다.

이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월에게 월이 럼과 메스와 어울리기 전에 어울렸던 유령이 월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그 유령은 요즘 월이 이상하다며, 같이 무도회에서 춤추자고 한 월의 반 친구는 어쩔 작정이냐고 따진다. 그들과 다시 친해질 생각이 없던 월은 대충 얼버무리려 하지만 그 유령은 그런 월에게 럼이나 메스와 같은 비주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면 자신의 주가만 떨어질 거라며 그들과 어울리는 월을 비난한다. 이에 월은 말이 심하다며 화내며 분노하지만 그 유령은 왜 그들과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며, 언제나 평범해질 수 있는데 평범해지지 않는 월 같은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고 힐난한다. 그 말을 들은 월은 엘라가 헤어지기 전 자신에게 했던 말과 겹쳐지며 다시 엘라 생각이 나며 괴로워한다.

그러던 것도 잠시, 말싸움 중 그 유령이 엘라를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폄하하며 월에게 왜 있지도 않은 것에 집착하냐고 쏘아붙이자 크게 분노한 월은 유령과 몸싸움이 붙고, 뒤에서 몰래 지켜보던 럼이 그를 말리며 언쟁은 일단락된다. 럼은 월에게 왜 그랬나며 추궁하고 이에 월은 저들이 엘라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며 역정을 내지만, 이에 럼은 그걸 감안해도 너무 심했다며 월을 쏘아붙이고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가버린다. 이에 엘라와의 이별로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던 월은 럼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에 실망하여 다시 그녀의 얼굴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보였던 사람들이 다시 유령으로 보내기 시작하고 이내 자신마저 흐릿해지며 병세가 점차 악화되자 월은 패닉에 빠지며 자리를 떠 교정을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 사람을 보고 그를 따라 어딘가로 향하게 된다. 어느 한 오두막에 도착해 겨우 정신을 차린 월은 이내 그곳에서 한 소년을 보게 된다. 소년은 이곳을 소문의 고전미술부라고 소개하며, 여러 잡담을 나눈다. 대화 도중 월은 소년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털어놓지만 소년은 그 유령이 폭언을 한 걸 감안해도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았냐고 화답한다. 결국 소년도 월이 원하던 대답을 주지는 못했고, 이내 소년도 다시 유령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걸 본 월은 소년과 가벼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그를 뒤로한 채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사람을 찾아나선다.

드론의 주인 추적 기능으로 월은 다시 한밤중의 거리에 그래피티를 세기고 있는 엘라에게로 향한다. 엘라는 왜 다시 자신을 찾아왔냐며, 자신과 월은 서로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았냐고 묻는다. 월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엘라를 원한다며 엘라를 붙잡는다. 하지만 엘라는 여전히 월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그런 엘라를 위해 월은 엘라에게 자신의 간절함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증명을 위해 엘라가 자신과 처음 만날 때 했던 것처럼 붉은 홀로그램 페인트를 행인들에게 뿌리기 시작한다.

엘라와 다르게 남들에게 자신의 형상이 잘만 보이던 월은 이내 분노항 행인들에게 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런 월을 엘라가 감싸자 다시 폭행이 사그라들게 된다. 그렇게 월을 껴안은 엘라에게 월은 자신은 엘라가 아무리 추한 사람이라도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하겠다며 그녀에게 맹세하고, 그 말을 들은 엘라는 월에게 키스로 화답한다.

7. Chapter5. 상처

그렇게 월은 자신의 유일한 인간이였던 엘라만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월은 엘라와 같은 유령이 되기를 바라며 자신의 말투, 행동, 사상 하나하나를 전부 그녀에게 맞추어가며 그녀를 우상화하고 따르게 된다. 둘은 함께 밤의 도시에 그래피티를 남기기 시작했으며 점차 서로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 그들의 예술활동은 점차 과격해져갔다. 자신의 모든 인간관계를 버리고 엘라에게만 매달리는 월을 본 엘라는 종종 이런 월의 모습의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월은 자신이 원하던 건 언제나 이런 인생이였다며 엘라를 안심시킨다.

그렇게 도시에 그래피티를 세기며 도시 한 구석에서 함께 노숙하던 둘은 새벽이 되자 인파에 깨어나고, 엘라는 그곳에서 월의 옛 친구들[5]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월을 보고 다가오자 월은 그들을 피하기 위해 그들 반대로 엘라를 이끌고 도망친다. 왜 도망쳤냐고 묻는 엘라에게 월은 엘라를 따라 남들을 외면하고 유령이 되고자 한 자신에게 있어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엘라는 여전히 월이 그들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고 자신을 버리고 그들을 따라갈까봐 불안해했고, 그런 엘라를 위해 월은 다음번에도 그들이 자신을 찾아오면 상처를 세겨서라도 내쫒고 엘라만을 바라볼 것이라고 맹세하고, 그 답을 들은 엘라는 만족한다. 그렇게 그 둘은 이내 쉴 곳을 찾아 도시에 위치한 한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 오자마자 잠을 청한 둘은 이내 밤이 돼서야 깨어나고, 배를 채우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가 식사를 한다. 하지만 엘라를 인지하지 못한 호텔 웨이터는 월 1인분의 식기만을 준비해주고 이를 목격한 월은 또다시 세상이 엘라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 같아 불쾌해한다. 곧 둘은 시덥잖은 잡답을 하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유행하는 것들이나 가십에 별 관심이 없었던 둘의 대화 소재는 금방 고갈되었기에 둘은 반쯤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밥을 먹는다. 그러던 중 월의 비상 연락망으로 긴급전화가 걸려온다. 비상 전화의 정채는 월의 어머니였고 월이 유령이 되기로 결심한 이후 가출한 채 학교도 오지 않고 모든 전화를 차단한지라 행적을 알 수 없어 전화한 것. 월은 결제 내역을 보면 괜찮은 걸 알지 않냐며 퉁명스럽게 답하고, 이후 사흘에 한번씩은 전화를 해 줄 것을 요청받고는 전화를 마무리짓는다.

당장 엘라와 헤어저야 하는 심각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래서야 엘라처럼 완전한 유령이 되지 못했던 월은 내심 불쾌해하고,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는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다며 중얼거린다. 그 말을 들은 엘라는 월과 함께 도시의 끝으로 가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고, 그렇게 둘은 도시의 끝으로 향한다.

엘라와 월이 살던 시대의 도시는 공기정화와 환경의 유지를 위해 도시 전체를, 패러테라포밍의 형태처럼 거대한 반구의 돔으로 둘러쌓여 있었고 빈곤층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시민들은 안락한 환경이 보장되는 돔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도시의 끝이란 말 그대로 그 반구의 둘레를 의미했다. 월과 엘라는 도시의 끝을 둘러싼 장벽 위로 올라간다. 장벽 위는 공중정원처럼 산책로 겸 공원의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곳을 거닐며 월은 이 도시 바깥은 어떤 곳일지 엘라에게 물어본다. 엘라는 돔 바깥의 세상도 이곳과 전혀 다를 바가 없으며 오히려 스스로의 문제만 더 심해질 뿐이라고 답한다. 엘라가 도시를 한번 나가며 이 도시의 거주 ID가 말소되었기 때문에 엘라는 지금처럼 완전한 유령이 되어버렸기 때문. 그렇기에 엘라는 자신을 이렇게 외면한 이 도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한다. 그런 엘라를 보며 월 또한 자신의 세계는 엘라가 있는 이 도시 안이며, 자신은 엘라를 남기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 멩세한다.

그렇게 잡담이 이어지던 도중 엘라는 어쨋거나 이 도시를 안에서부터 변혁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을 거라며 월에게 또 다른 자신들의 혁명을 제안한다. 그건 월이 지내던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 엘라를 성전처럼 떠받들던 월에게 그런 엘라의 제안을 거부할 여지는 없었고, 그렇게 엘라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월은 자신들을 이렇게 외면한 이 도시에 상처를 입히기 위하여 한밤중의 학교로 떠난다.

경비 드론들을 재치고 몰래 교실 잠입에 성공한 월과 엘라는 페인트와 스프레이로 교실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고서는, 자신들을 외면했던 유령들이 상처입을 것을 떠올리며 해가 뜨기 전 교실에서 나가 도시 밖에서 잠을 청한다. 다음 날, 둘은 자신들이 망쳐놓은 학교에서 유령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서는 월이 망쳐놓은 교실 대신 강당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의 생각과는 다르게 유령들은 그들이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것에 대해 별 감흥도 받지 못한 채 언제나처럼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자신의 행위가,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과 엘라가 도시 곳곳에 상처를 남기며 반항했던, 자신들의 모든 것이였던 행위들이 유령들에게 있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월은 이내 다시 병세가 악화되어, 엘라를 제외한 다른 누구도, 심지어 자신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다. 월은 거리에 나가 도시 온 곳에 그래피티를 세기며 사라져가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애쓰나 흐릿해저 버린 자신의 몸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패닉이 온 월을 엘라는 그저 뒤에서 붙잡아 주고, 그렇게 월은 벽 곳곳에 그래피티만 그리며 시간이 흐른다.

그러던 중, 도시의 뒷골목에서 그래피티를 세기던 월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난다. 그들은 럼과 메스로,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외면한 월이였음에도 친구로써 그를 잊지 않고 실종된 그를 찾고자 도시를 떠돌아다니던 것. 자신은 그들을 유령 취급하며 외면했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을 외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동시에 그들이 자신을 외면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 스스로가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닐까 깨닫는다.

그렇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월 앞에 엘라가 나타난다. 엘라는 자신만을 바라보기로 했고, 다음에도 저들이 찾아오면 상처를 입혀서라도 쫒아내자고 했던 걸 잊었나며 월에게 윽박지른다. 하지만 월은 그들이 떠날 때까지 가만히 있었고, 이를 본 엘라는 저들을 왜 내쫒지 않았나며 월에게 추궁한다. 결국 그런 엘라의 태도에 월은 굴복하고, 그런 월에게 엘라는 월이 가기로 했던 크리스마스 무도회를 망처버릴 것을 제안한다.

8. Chapter6. 유령

몇 가지 준비 작업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된다. 한껏 차려입은 월은 연회장으로 들어서고, 그곳에서 머리를 풀고 드래스를 입은 엘라와 만난다. 음악이 시작되고, 둘은 춤을 추며 한껏 축제를 즐긴다. 그렇게 음악이 끝나자, 둘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연회장의 홀로그램을 해킹한다. 연회장에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짜 폭발이 일어나면서 연회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온 지역에 노이즈가 끼고 홀로그램이 깨지기 시작한다. 혼비백산하는 사람들과 비명소리를 노래로 두 번째 춤을 춘 엘라와 월은 자신들을 외면하고 상처입혔던, 그렇게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진짜 폭탄도 아닌 고작 데이터 쪼가리로 만들어진 가짜 홀로그램 폭발에 두려워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조소하고선 경찰들이 오기 전에 지역을 빠져나가고자 도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번의 난장판이 끝나고 난 뒤, 월을 기다리고 있던 건 피가 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자신의 친구들이였다. [6] 순간 월은 그들의 얼굴이 전부 보이기 시작하며 그들이 조금이나마 자신을 생각해 준 좋은 친구들이였는데 자신이 단순한 피해의식에 빠져서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죄책감에 구토하기 시작하나, 경찰들이 다가오고 엘라의 손에 붙들려 결국 뒷골목으로 도주한다.

뒷골목에 도착한 월은 순간 밀려든 죄책감에 심한 구토를 하곤 엘라에게 고작 홀로그램인데 왜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다치나며, 이게 뭐 하는 짓이였냐며 따진다. 그걸 본 엘라는 애초에 저런 홀로그램을 보고 저렇게 다친 자들이 멍청한 것 아니겠나며, 원래 저런 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였지 않냐며 고작 유령 주제에 왜 그렇게 동정하냐고 따진다. 하지만 이미 그저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선을 넘어버린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고, 그걸 바라보는 엘라의 태도에 분노하며 너 때문이 아냐니고, 너를 이해하고 동조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쏘아붙인다.

그 말을 들은 엘라는 월에게 달려들어 월을 때리고 할퀴며, 어떻게 자신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따진다. 언제나 엘라와 함께 어울리며 엘라의 눈치를 살폈다고 반문하는 월에게 엘라는 자신은 언제나 월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며, 언제나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릴 수 있는 월을 보며 매일 불안해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냐고 소리친다. 그리고선, 자신이 입던 드레스를 찢고 자신의 살을 들어내며 자신을 감싸던 홀로그램을 해킹해 제거해, 홀로그램이 아닌 자신의 진짜 피부를 보여준다.

그곳에는 자해로 인한 온갖 상처로 피범벅이 된 흉측한 신체가 있었다. 엘라는 자신이 살던 세상은 아무도 자신을 관측할 수 없었던 고립된 세상이였고, 아무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주지 않기에 그걸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뿐이라며, 그렇게 자신이 유일하게 가치있을 수 있던 일이였던 자해를 반복해 왔다는 걸 월에게 보여준다. 애써 엘라의 본모습을 외면하려는 월에게 엘라는 이게 세상 그리고 월이 상처입혔던 자신의 모습이라며,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다시는 유령들을 동정하지 않고 자신만 바라본다면 월의 행동을 용서해줄 거라 속삭인다.

하지만 그런 엘라의 유혹을 월은 거부한다. 얼빠진 표정으로 당황한 엘라는 이내 월에게 자신을 외면하지 말라고 울부짖지만, 세상과 엘라 양 쪽 모두의 위선에 지친 월은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월이 엘라를 외면하고, 엘라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기를 소망하면서 점차 월에게도 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고, 마침내 자신을 외면하지 말라는 엘라의 처절한 외침을 마지막으로 엘라의 모습은 월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그렇게 월의 세상을 지탱하던 시야마저 사라지고, 이내 홀로그램도 실제 사물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혼자 남겨진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남겨지게 된 월은 이제 아무도 보고싶지 않고 아무와도 관계를 맺고싶지도, 그걸로 상처받고도 싶지 않다며 스스로의 고독을 긍정한다. 그런 월 앞으로 스스로의 환영이 나타난다. 아무리 현실에서 피해봤자 언젠가 현실이 스스로를 따라잡을 거라며 환영은 그에게 말하지만 월은 그 말을 애써 무시한다. 이내 월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유령이 나타난다. 월의 옛 친구들, 부모님, 반 친구들 그리고 럼과 메스까지. 그들은 왜 세상 사람들을 유령으로 취급하냐고, 왜 스스로가 마음의 벽을 세우고 타인을 거부하냐고 월에게 질문하고, 그때마다 월은 언젠가 사람들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갈 거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위선뿐이고 가식적인 관계에 왜 내가 집착해야 하냐며 반문한다. 마침내 럼과 메스의 환영이 그럼 왜 남들에게 상처를 입히냐고 묻자, 월은 엘라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월의 앞으로 엘라의 환영이 나타난다. 엘라를 향해 월은 도대체 우리가 뭔 짓을 한거냐고 질책했지만, 그걸 들은 엘라는 자신은 월과 만나기 전까지 도시에 그래피티만 남겼을 뿐 딱히 남들에게 상처를 입힌 적은 없다며, 자신이 월을 악마로 만든 게 아니라 월이 자신을 악마로 만든 건 아니냐고 묻는다. 월은 엘라가 자신을 망치고 세상을 상처입히기를 종용하던 모습도 물론 있었지만 첫 만남 당시 자신으로 인해 월이 피해를 볼 까봐, 자신때문에 월의 병이 깊어질까봐 걱정핟던 엘라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월에게 엘라는 월이라는 이해자가 자신에게 생겼기 때문에, 서로를 향해 서로를 위한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변해벼렸다며 월을 질책한다. 그렇게 엘라의 형태가 상처뿐인 본모습으로 일그러지고, 시야에 반성하는 자신의 환상, 현실을 외면하는 자신의 환상등이 나타나며 월의 여러 모습을 비추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그런 월 뒤로 엘라가 나타나 월을 껴안는다. 그리고 월은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건 구원도, 유령들을 계몽하려는 거창한 저항활동도 아닌 그저 사람의 온기, 엘라의 온기뿐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자기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자신의 문제들을 서로를 배려한다는 명목 아래에서 남들에게 떠넘기고, 구원이라는 이름 아래에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그저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제단하며 상대를 마음대로 결정해왔다는 걸 깨닫는다. 월은 엘라만큼은 외면해서는 안 됐다고, 진정으로 엘라를 위했어야 한다고 후회하며 오열하며, 엘라에게 어떻게 해야 이제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서로를 위할 수 있겠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엘라의 환상은 그런 월에 질문에 답을 주지 않고 사라진다.

다시 혼자 남은 월은, 지금이라도 조금이라도 타인을 생각했어야 한다고 후회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 끝에 있는 작은 빛을 향해 달린다.

9. Epilogue . 보이지 않는 너를 그리며

정신을 차린 월은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테러 이후 며칠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자신은 체포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행히 테러로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고, 병원의 의사는 월이 경험한 환상이 사실 월의 행적을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최면이였다는 걸 알려준다. 며칠 이후 월은 퇴원한다.

퇴원한 월은 럼과 메스를 만나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자신의 마음이 정리되면 모든 일의 전말을 말해주리라 약속한다. 곧 럼과 메스 뿐만 아니라 다른 옛 친구들과도 다시 만나고, 그들이 자신을 걱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한 월은 이제 자신이 가장 상쳐입혔던 사람, 엘라를 찾기 위해 도시를 떠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엘라가 갑자기 보일 리는 없었고, 엘라와 함께 갔던 도시의 곳곳을 떠돌아도 그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엘라와 나눈 메세지는 모두 사라져 있었고 도시 어디에도 엘라가 존재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엘라가 자신이 보던 환각은 아닌지 의심하던 월은 곳 자신과 엘라가 노숙하던 도시의 한 구석에서 엘라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자신이 월과 엘라라는 이름을 세긴 드론을 발견하고, 그 날개 뒷면에 자신이 쓰지 않은, '영원히'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국 엘라는 환상이 아닌 정말로 실존했다는 걸 알게 된 월은, 다시 엘라를 찾기 위해 드론의 카메라를 이용하기로 한다.

엘라와 함께 들렸던 엔티크 샵에 방문해 드론을 수리받은 뒤, 월은 엘라를 찾아 비행하는 드론을 따라 달린다.이내 드론은 월이 자신과 엘라의 이름을 세겼던 그 광장 아래에서 멈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결국 자포자기한 월은 광장 분수대에 주저앉는다. 엘라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월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지만, 이내 그의 몸에서 오직 한 손만이 누군가가 꼭 쥐고 있는 것처럼 따듯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에 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 있냐는 월의 물음에 월에게 보이지 않았던 엘라는 스프레이로 자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엘라는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자신이 월에게 빠져 월에게 상쳐입힌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월과 엘라는 서로 자신이 서로에게 사과하고, 곧 엘라는 아직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렇기에 월에게 마지막까지 상처를 주기 싫어 작별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상처입혔던 사람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던 월은, 엘라에게 우린 그래서는 안 됐다며, 그렇기에 이대로는 엘라를 보낼 수 없고 한 번만 기회를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이젠 엘라를 구원도 악마도 아닌 그저 엘라로써 바라보겠다며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런 월에게 엘라는 자신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을 거냐고 되묻고, 월은 다시는 엘라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엘라에게 구원받았던 존재에서 비로소 엘라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로써 성장하게 된 월은, 엘라가 있는 그 자리로 시야를 돌린다.
설령 그녀가 그 어떤 세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라고 해도, 나는 그녀라고 하는 존재를 끝없이 추구해 나갈 것이다. 나는 그녀라고 하는 소녀의 존재를 끝까지 믿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나는 내가 느낄 수 있는 한없이 작은 감각 속, 미약하게 느껴지는 그 온기를 따라 천천히 그녀가 있길 바라는 나의 마음을 옮겨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망령도, 괴물도, 악마도, 유령도, 구원도 아닌,
ㅡㅡ그저 한 명의 소녀가 보였다.

[1] 이 과정에서 초현이 짤막하게 언급된다. 아마 미맹인의 이야기가 학교 전체에서 유명해진 듯. [2] 도시 내에서 낙후된 지역 [3] 엘라의 유령 증세는 단순히 자신의 몸만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상호작용한 사물까지 타인의 인지에서 벗어난다. [4] 럼과 메스 [5] 럼과 메스 [6] 테러 행위 자체는 홀로그램이였기 때문에 정황상 홀로그램 폭발을 보고 도망가려다가 혼란상황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넘어지며 다친 걸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테러 현장이나 화재현장에서는 단순히 폭발이나 화염에 휘말려 사망한 사람도 많지만 집단 패닉이 온 군중들 때문에 압사하거나 크게 다치는 일도 많으니..